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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석

 


몇년 전만 해도, 실장석은 일본에만 있었다. 뉴스를 틀면 일본이 실장석이라는 생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내용이 나왔다. 한국 사람들은 그걸 볼 때마다 내 알바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이 실장석이 하는 행동을 보고 학대하러 가고 싶다는 사람들만 있을 뿐이였다. 다만, 어떤 일본인이 실장석을 데려와 풀어놓은 건지, 3년쯤 전부터 한국에도 실장석이 창궐하게 되었다. 


처음에 사람들은 당황했다. 운치를 가득 묻힌 채로 자신에게 다가와 몸을 비비고, 알 수 없는 테치테치, 데스데스를 구사하면서 사람을 삿대질 했다. 특히나 꽃가루로 임신한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 번식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고, 밟아서 죽였다고 생각해도 생명력은 엄청나게 질겼다. 사람들의 휴식 공간 혹은 아름다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공원에 꽃들은 꺾여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임신용으로 꺾은 듯 했다.) 벤치나 자판기에는 운치가 묻어있고 악취가 가득했다. 가까이 가기만 해도 질색하거나 비위가 심히 안 좋은 사람 중에서는 토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당황하던 사람들은 어느새 실장석에게 분노하기 시작했다. 피해가 어지간히도 많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작은 생물이다 보니 애호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그런 사람들도 분충을 보면 생각이 달라졌다. 정부나 사람들이 아무런 조취를 취하지 않는 상황에서 양충이 나오기는 힘들었다. 양충이 나와도 분충 사이에 휩쓸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으니까. 분충이 해놓는 차에다가 투분, 탁아, 심지어 아이에게 생채기를 내 놓고나 무단으로 집에 들어가기도 했다.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학대파, 혹은 학살파로 돌변하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당시의 실장석은 실장석이란 이름 보단 벌레, 괴물 등의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렸다.


공원은 황폐해졌다. 사람들이 실장석이 많이 거주하는 공원으로 몰렸기 때문이었다. 이미 SNS 같은 곳엔 실장석의 특징이 공유된 상태였다. 말은 통하지 않고(링갈이 나오지 않았다. 나올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 컸다.), 매우 작지만 싸는 똥의 양은 많다. 몸은 두부몸이라 작은 자극에도 쉽게 으스러지거나 부러지지만 쉽게 죽진 않는다. 등의 내용이었다. 이런 글들을 잘 숙지한 사람들은 각자 살충제, 야구배트, 파리채 같은 무기들을 지참했다. 여성들 중에서는 하이힐을 신고 가기도 했다. 불과 몇 달전까지 평화로웠던 공원은 난장판이 되었다.


"데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지벳!"
"데벳!"
"오로롱...오로롱....."
"데갸아아악!!!!!"


사방에 실장석의 비명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소리에 민감한 사람들은 각자 에어팟 등을 귀에 깊숙하게 끼고 무기들을 휘둘렀다. 물론 그 소리가 좋아서 안 끼는 사람들도 있었다. 실장석의 똥은 냄새가 잘 안 지워진다는걸 안 사람들은 버리는 옷이나 장화, 비옷등을 입고 가서, 각자의 스트레스를 풀듯 신나게 죽였다. 남아있던 꽃에는 실장석의 피가 튀었고, 공원에는 실장취가 진하게 남아 있었다. 빵콘한 실장석들의 운치와, 실장석의 시체, 부러지거나 다 써서 버려진 사람들의 무기들...그 중에서는 잘못 휘둘러 아이에게 해를 입힌 사람도 있었다. 이런 난장판을 기자가 싫어할 리가 없었고, 무수히 많은 사진이 찍혀 '실장석 학살의 날'이란 제목으로 퍼져 나갔다. 


각자의 공원에서 실장석이 학살되자 잠잠해진듯 싶었으나, 사람들에게서 숨어다니기에 성공한 실장석들이 다시 꽃을 꺾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자, 다시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정부도 모른척 할 수는 없었다. 대책을 세워야 했다. 탁상공론이 몇 달 동안이나 이뤄진 후, 드디어 어느정도의 법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실장석 안내 메뉴얼' 


모든 국민의 우편, 혹은 전자메일로 배포된, 정부의 실장석 안내 리플렛이었다. 


'이름은 실장석이고, 성별은 여성밖에 없는 걸로 확인 되었다. 꽃가루, 정액 등으로 임신하고 언어는 알아 들을 수 없다. 몸은 약하고 사람들을 깔본다...'


이미 사람들이 아는것만 구구절절하게 적혀 있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지워버렸으나, 딱 하나 다른 집단이 있었다.


"이런 생물들도 여자였던 거노? 이기이기 여성혐오 아니노! 빨랑 실장석을 죽인 냄져들을 감옥에 쳐넣으라 이기!"
"여성혐오를 멈춰 주세요! 여성혐오를 멈춰 주세요!"


여성단체들이 항의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생물들도 일단은 여자라며, 실장석을 가만히 내버려 두면 여성 혐오적인 사회로 될 것이라는 논지였다. 대다수의 커뮤니티는 무시했지만, 여성단체들은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다만 그런 사람들도, 실장석을 마주하게 되면 생각이 바뀌었다.


"이런..이런 똥벌레가!!!!"


실장석에게 투분을 당한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외쳤다. 아무리 쟤들이 같은 여성이라고는 해도 신체적 한계는 단박에 드러났다. 기름지고 비듬이 가득한 머리, 녹색의 덩어리로 꼬질꼬질한 옷과 구두, 자신과 너무 차이나는 키, 살이 쪄 뚱뚱한 몸과 이상하게 생긴 입, 크고 둥글기만 한 오드아이 눈. 물론 이 중에서 몇개는 자신과 겹쳐 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기분 나쁘게 생겼다며 시위를 철거하고 실장석은 여자로 취급하지 않는다며 학대했다. 시위가 형성되고 철거되기 까지 1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실장석은 사람의 폭력성을 깨울 수 있습니다..."


요새 TV를 틀기만 하면 나오는 내용이었다. 유튜브로 학대하는 영상등이 올라오고, 심지어는 공원 한개를 사람 한명이 학살하는 영상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실장석이 사람의 폭력성을 일깨운다는 내용의 시사방송도 방송 되었다. 폭력적인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몇달 뒤 사회는 많이 달라졌다. 정부와 지자체가 손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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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방송된 TV 프로그램, 실장석이 사람의 삶을 어느 정도 바꿔 놓았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20분 정도의 짧은 영상이었고, 실장석으로 인해 변화된 사람들의 일상을 인터뷰한 영상이다.

"실장석이 나타나고 어떤 점이 나아지셨나요?"

"일자리를 구한게 제일 좋습니다. 몇달 전까지 일이 안구해지다가, 드디어 일자리가 구해졌거든요 (토시아키(가명), 구제업자, 28세)"
"유리를 교체하는 분들이 많아졌슴니더. 문짝도 새로 다시는 분들도 있고. 우유구멍이 있는 문들을 사람들이 다 교체한다 아임꺼. (하시아키(가명), 52세)"
"저는 브리더가 되었습니다. 요새 실장석을 키우겠다는 분들이 많아지시더라구요. 악감정을 품었던 분들도 훈육되어 귀엽고 깨끗한 실장석을 보니 마음이 변하시는거 같아요.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토가아키(가명), 브리더, 34세)"


영상에서 나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즐거워 보였다. 실장석이 유리를 깨니까 더욱 튼튼한 유리로 교체하고, 우유구멍을 통해서 들어오니까 문을 교체한다. 손에 피를 묻히기 싫은 사람들과 정부가 구제업체를 만들었다. 훈육사가 생기니 잘 훈육된 실장석은 애완동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적당히 애교를 부리고, 음식물 쓰레기도 잘 먹는다. 털이나 알러지 같은 것도 없다. 정부에서 링갈을 배포해 줬으니 말도 통하고, 수조에 담아서 길러도 된다. 분충성이 드러나면 A/S를 맡기면 된다. 학대파인 사람들은 A/S가 들어오면 들어올 수록 기뻐한다는거 같다. 정부에서 배포한 링갈을 더 정교하게 수정하는 사람들도 나왔다. 실장샵을 여는 사람도 있고, 일부 편의점은 실장석 용품을 한 켠에 들여 놓는 곳도 있었다. 기존에 별사탕보다 크게 만들어진 콘페이토, 저가형부터 초고급형 까지 다양하게 나온 실장푸드, 실장복들과 변기들까지, 왠만한 물품들은 다 구비 되었다. 이것들을 만들기 위해 돌아가는 실장용품 공장들도 많이 생겼다. 그곳에서 알바를 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감사한테치 닝겐상. 맛있는테치!"


비단처럼 윤이 나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가지고, 분홍색의 세레브한 두건과 옷, 구두를 단정하게 차려입고 리본을 달고 가방까지 맨 사육실장석이 주인의 집에서 저가형 콘페이토를 와삭와삭 먹고 있다. 분충이라면 불평했을 테지만, 엄격한 훈육을 받았기 때문에 불평하는 일은 없다. 흘리지 않고 먹는 모습이 귀여워 주인이 조심히 쓰다듬어 주면, 고양이나 강아지처럼 그쪽으로 고개를 약간 숙이고 소리 죽여 웃는다. 데프픗, 치프픗 같은 소리는 분충의 소리로 판명 났기 때문에 브리더들은 조용히 웃으라고 훈육하기 때문이다. 장난감도 고무공만 있으면 잘 놀지만 방대하게 싸는 운치가 문제였다. 


애써 훈육을 시켜 놓는다 해도, 타고난 태생인 운치는 어떻게 처리하지 못했다. 한동안 고민하던 실장샵들은 대책을 하나 내세웠다.


"실장석을 위한 개량형 변기! 기존 변기와 모양은 똑같지만, 안을 깊숙하게 만들어 독라를 넣어 놓았습니다! 싸놓은 변은 독라가 먹어치워 드립니다!"


대충 이런 광고가 TV랑 유튜브에서 흘러 나왔다. 훈육 중 심한 분충은 독라로 만들어 변기에 넣어 판매한다. 독라는 잠재워 놓고 변기에 넣은 다음에 활성제를 위에 똑똑 뿌리면 된다. 처음에는 저항하다가도 배고프면 알아서 먹게 되어있다. 값은 독라노예 값도 있어 비싸지만, 실장석 전용 패드같은걸 쓸 필요도 없고, 냄새도 적게 날테니 괜찮은 구성이다.


사람들의 최근 양상은 몇달 전보다 사뭇 달라져 있었다.


"안녕하세요~ [] 입니다! 요새 실장석이 정말 인기가 많죠. 다른 채널에서도 키우시는 분들이 많던데, 오늘은 제가 이 실장석을 튀겨서 먹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먹방으로 유명한 스트리머의 동영상으로, 식실장이 유행하게 되었다. 영상에선 가학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분충을 구해와 링갈을 틀어놓는게 초반부였다.


"데프픗, 남편상~ 와타시의 매력에 메로메로된 데스? 격렬한 첫날밤이 예상되는 데스우~"


누가봐도 분충의 소리. 분충은 다리를 활짝 벌려서 총구를 벌린듯 했지만, 심의 상 그 부분은 다른 영상으로 교체되고 소리만 나갔다. 그 후 영상은, 호스를 입에 넣어서 똥을 빼고, 손질하는 장면은 피가 낭자하니까 패스하고 피빼기와 위석이 파괴되어 이미 죽은 성체실장의 고기가 나왔다. 팔다리를 제거하고 머리도 제거하니 돼지고기처럼 보였다. 실장육을 잘 튀겨서 바사삭 소리를 내며 먹은 영상 속 남자는 맛있다는 말만 연신 반복했다. 적당히 기름지고 지방이 있어 야들야들하고 양도 생각보다 많았던 것이다. 그 영상은 가볍게 100만 조회수를 돌파하고, 한동안 식실장붐이 일어났다. 마트와 편의점에선 발빠르게 실장육을 내놓았고, 정육점에서도 실장석을 취급하게 되었다. 분대와 똥을 제거하면 그럴듯하게 먹을 수 있었고, 실장석은 공원에 많으니까 말이다.


식실장, 실장푸드, 훈육실패, 구제, 학대 등의 이유로 많은 실장석이 갈려나가도 실장석의 수는 전혀 줄지 않았다. 이에 대한 여러가지 추측들이 나왔지만, 사람들이 제일 동의하는건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몇마리 살려 놓는다'란 설이 지배적이였다.


실장석이 사라지면 실장샵, 브리더, 구제업자들은 바로 일자리를 잃게 된다. 나라의 실업률을 더 올릴 수는 없다고 생각된 정부가 몇마리씩 풀어 놓는 것도 있고, 구제업자들도 실장석을 전부 다 학살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일이 끊기는걸 원치 않기 때문이다. 유튜버들도 컨텐츠가 사라지는걸 원하지 않는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실장석을 몰살시켜버리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 다들 침묵하고 실장석이 녹아든 삶을 즐긴다.


공원에서 실장석을 납치해 학대하는 학대파, 돈을 받고 구제하는 구제업자, 양충을 기르는 애호파, 사육실장이 될 실장석들을 훈육하는 브리더, 애호파, 학살파, 학대파, 구제업자들을 위한 물품을 파는 실장샵과 그걸 만드는 실장공장, 식실장으로 요리를 만드는 음식점, 실장석 자체를 컨텐츠화 하는 유튜버, 실장석을 소재로 삼아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개발자... 많은 사람들이 실장석의 도움을 받는다. 처음엔 해충이었던 실장석이, 어느새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오늘도 공원은 실장석들의 울음 소리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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