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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주인상, 와타시 자를 가지고 싶은 데스.."


우리 집 사육실장 미도리는 1주일째 저렇게 외치고 있다. 성체가 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이 소리는 멈추는 법이 없었다. 자신의 배를 두드리며 아쉬운듯 나를 쳐다보는 저 행동이 안타깝다. 우리 집 사육실장은 너 하나로도 버거운데 말야..


"자식이 생기면 뭘 하고 싶은데?"
"자들과 함께 아와아와한 목욕을 하고, 자들과 함께 푸드를 먹고, 자들과 함께 자고 싶은 데스. 와타시가 누리는 행복을 자들과 함께 누리고 싶은 데스.."


목욕을 시키고 말리는 건 나고, 푸드를 사고 준비하는 것도 나고, 네가 자들과 함께 잘 수 있는 잠자리를 준비하는 것도 나네. 결론은 내 돈을 더 쓰겠다는 거구나 미도리.. 턱 끝 까지 올라온 말들을 집어 삼켰다. 여기서 이런 소리들을 한다고 해서 바뀌는건 없을 거다.


미도리는 완벽히 임신한 실장석 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자신의 분대에 자들이 생기기를 기도했다. 조심히 걷고 배에 무리를 주지 않는 것등이다. 눈 색만 초록색이 아닐 뿐이였다. 집 식탁에 놓여있는 꽃병에 예쁘게 꽂혀있는 장미를 보고 탐난다는 눈으로 바라본다. 그 꽃을 가지려고 시도하지만 높이가 안되서 다가가지도 못한다.


"자들만 있다면 행복할거인 데스.."


미도리는 이런 말들을 하루 종일 중얼거렸다. 누군가는 무시하는게 답이라고 하지만 무시하기는 힘들었다. 누가 봐도 혼잣말이 아닌, 들으라고 일부러 크게 내뱉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그럼 자를 갖게 해 줄게"
"정말인 데스?!"


침울해 있던 미도리가 밝게 웃는다. 그 모습이 사뭇 귀엽게 느껴진다. 자식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설렘이 큰 것 같다. 딱 한번의 기회만 준다고 한 후 옷과 지갑을 챙기니 미도리가 의아해한다.


"저 꽃병에 있는걸 쓰면 되는거 아닌 데스?"
"네가 임신할 꽃인데 기왕이면 더 예쁜게 좋지 않겠니?"


미도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나는 집을 나와서 최대한 가까운 꽃집으로 향했다. 겨울이라 그런지 길거리에 사람은 적었다. 꽃집에 들어가서 해바라기 한 송이를 샀다. 향기가 매우 좋아서 그 냄새를 맡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어서오시는 데스~"


내가 손에 쥐고 있는 해바라기를 보더니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머리속에는 아마도 자신의 자와 함께 행복한 사육실장의 삶을 즐기고 있겠지. 미도리의 앞에 거울을 놓고 해바라기를 건네주었다.


"임신했으면 양쪽 눈이 초록색으로 바뀔 거야. 알겠지?"
"주인상 이 꽃 단단한 데스.."


해바라기를 쥔 미도리는 줄기의 감촉에 의문을 품은 모양이다. 싱그러우며 향기가 나는 그 꽃에서 줄기만 단단했기 때문일까.


"그건 지지대니까. 너무 가볍고 말랑하면 바람이 불면 다 뜯겨 날아갈 거야"


한 번도 제대로된 꽃을 만진 적이 없던 미도리는 내 말에 수긍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꽃은 항상 바라보기만 하는 존재였으니까. 미도리는 임신방지팬티를 내리고는 제 총구에 꽃을 비벼대었다.


그 모습이 조금 역겨워 고개를 돌려버리고는 물을 마시고 있었다.


"왜..왜 임신하지 않는 데스우?"


연신 비벼대었음에도 미도리의 눈색은 그대로였다. 꽃의 향기로운 냄새가 퍼지고 있었지만 미도리는 믿을 수 없다는듯 계속해서 꽃을 괴롭혔다. 줄기를 잡고 비벼대다 되지 않자 꽃을 직접 잡는 모습이였다.


"왜!! 임신이 안되는 데스!!!"


미도리는 어느새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꽃잎이 바닥에 떨어졌고 해바라기는 어느새 형상을 유지하지 못한 채 난도질 되어 있었다. 미도리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꽃을 문질러대다 팔이 끊어질거같이 아프자 그만두었다.


"오로롱..와타시는 왜 자를 가지지 못하는 데스.."
"자, 미도리. 이만큼 열심히 했잖아, 나한텐 너만 있으면 돼"


미도리는 피눈물을 흘리며 울었고 나는 덤덤하게 꽃을 치웠다. 그 후, 미도리는 자를 가지고 싶다고 얘기하지 않았다. 자신이 불임이라고 알고 있는것 같았다. 그렇게나 열심히 문질렀는데 임신이 되지 않으면 슬프겠지. 미도리는 전보다 얌전해졌고 내 말을 잘 따르게 되었다.


다만 가끔씩 공허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거나 제 배를 보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와타시는 마마가 될 수 없는 데스 라며 훌쩍이기도 한다.


미도리는 실장샵에서 태어나 자라서 꽃을 한 번도 만진 적이 없었다. 꽃은 바라만 볼 수 있는 거였고, 그렇기에 미도리는 조화랑 생화를 구분하지 못했다. 그 조화는 조화였지만 촉감이 부드러웠고 향긋한 냄새가 났다. 그러니까 미도리가 괴롭힌 그 꽃은 생화같은 조화다. 조화에 꽃가루가 있을 리 없지.


아둔한 미도리는 그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마마가 될 수 없다며 울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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