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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최대 몇 개?

 


퇴근길에, 뜬금없이 햄버거가 땡겨서 치즈버거를 샀다. 세트를 포장해서 집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도저히 허기를 못 견뎌서 결국 집 앞 골목에서 감자튀김 몇 개를 집어먹었다.

"데에…"

그러던 도중, 골목길 옆 전주에서 힐끔 이쪽을 쳐다보는 성체실장 한 마리를 발견했다. 길거리에서 살아가는 퉁퉁한 몸집에 전봇대에도 몸이 살짝 삐져나와 보이는 정도.

인간에 대해 경계하는 눈빛이 역력하지만, 그럼에도 이 포장지를 뚫고 뿜어져 나오는 햄버거 냄새에 그만 참지 못하고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딱히 학대파도, 애호파도 아닌 나는 그저 조금 측은하다는 생각마저 들어 감자튀김 한 조각을 던져주었다. 그러자 녀석은 과연 허둥지둥 달려나오더니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다.

"데스으으우?"

행복해하는 모습. 이후 조금 경계를 풀었는지 이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데스? 데스 데스우!" 하며 콧김을 벌렁거리며 무어라 말을 했다. 나는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조금 흥미가 생겨 그 자리에서 휴대폰으로 린갈 앱을 받아 기동시켰다.

"닌겐상은 착한 닌겐인데스. 포상으로 나를 키워주는 기회를 주겠는데승"

나에게 간청을 해도 부족할 판에 무언가 상을 주겠다는 듯한 이 듣도보도 못한 건방진 발상이 나로서는 그저 조금 웃겼다.

"재미있는 녀석이구나. 하지만 미안하게도 우리 집에서는 애완동물을 키울 수 없다. 너를 사육실장으로 데려갈 수 없어"

그러자 다소 시무룩해진 기색이 엿보이는 녀석. 과연, 말이 통하는 동물이란 이렇게도 재미있는거구나. 개나 고양이와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다만 녀석의 시무룩한 표정이 안타까워 물었다.

"대신에 원하는 소원이 있다면 들어주마. 뭐 바라는게 있느냐?"
"배가 고픈데스! 원 없이 먹어보는 것이 소원인데스"

그렇구나. 길거리에서 눈치밥 얻어먹는 동물이 얼마나 배가 고프겠는가. 나는 문득 내 허기도 허기지만 녀석이 불쌍하다고 느꼈다. 

"좋다, 이걸 먹거라"
"데에에에!?"

나는 포장지에서 햄버거를 꺼냈다. 그리고 녀석에게 주었다. 나 역시 배가 고픔에도 햄버거를 길거리의 실장석에게 쉽게 내준 것은… 글쎄, 나로서도 그 이유는 쉽게 찾기 어렵다.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 '자신답지 않은 행동'을 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어쩌면 초등학교 때, 실수로 열어놓은 문으로 집을 나가 행방불명이 되어버린 할머니의 고양이에 대한 기억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인지도.

"데에에에에에샤아아아악! 우마이한데스악!"

그렇게도 맛있었던 것일까. 녀석은 갑자기 "부부붕" 하는 방귀음 비슷한 것을 내더니 팬티에 요란하게 똥을 싸면서까지 미친듯이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다. 불쾌한 냄새가 나기는 했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고 놀라서 팬티에 똥까지 싸는 모습에 그만 나는 빵 터졌다.

"와, 이래서 사람들이 사육실장을 키우는거구나. 엄청 재밌네"

그동안 TV에서 애호파들의 이야기가 나오면 마음 속으로 혀를 찼는데,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된다. 녀석은 그 제법 큼지막한 체구만큼이나 먹성도 좋아, 채 1분도 되지 않아 햄버거 하나를 다 먹었다. 내가 더 내민 감자튀금도 금방 먹어치웠다. 

콜라를 바닥에 좀 흘려주었더니 그걸 먹고는 아까 이상의 경악을 더 하며 또 똥을 싸더니만-이때는 조금 더러웠다- 미친듯이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닌겐상, 고마운데스, 정말 고마운데스!"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이제 소원이 풀렸니?"

하지만 그 질문에 뜻밖에도, 녀석은 고개를 저었다.

"맛있었지만 조금 부족한데스"
"뭐?"

사람인 나도 햄버거 세트 메뉴 하나를 다 먹으면 배부른데. 이 녀석은 마치 내 친구 뚱보 토시아키 녀석을 떠올리게 하는구나. 

"그렇다면 하나 더 사줄까?"

일생에 한번 접하는 포식이다. 아마도 지금 내가 베푸는 포식이, 이 거리의 실장석에게는 태어나서 유일무이한 만찬일 것이다. 어느 미친 인간이 길거리의 실장석에게 자기 돈을 들여서가며 맛있는 음식을 사주겠는가. 애호파라도 그렇게는 안 한다. 그저 제일 싸구려 실장푸드를 공원에서 마구잡이로 뿌릴 뿐이지. 그런만큼 조금 더 베풀고 싶었다. 

"정말인데스우?"

내 말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한 녀석에게, 나는 "잠깐만 여기 있어" 하고는, 골목길 옆 편의점으로 뛰어가 싸구려 편의점 햄버거를 사들고 왔다. 

오히려 데운 음식은 뜨겁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냥 냉기만 가시게 하고 녀석에게 건내주었다. 이 뜻밖의 후의에 녀석은 감동인지 경계인지 모를 

"가, 감사한데스…"

라는 다소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 확실히. 내가 녀석 입장이라도 그랬을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녀석에게 햄버거를 건내주었고, 녀석은 다시 먹기 시작했다.

"우마우마한데스"

햄버거를 마구 입 안으로 우겨넣는 녀석의 모습은 꽤 보기 좋았다. 물론 객관적으로 보면야 들실장이 얼굴을 햄버거에 쳐박고 마구 입 속으로 쑤셔넣고 있는 듯한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그 적극적인 식욕은, 그 모습을 보기 위해 돈을 투자한 나로서는 꽤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몇 분이 지났을까. 한쪽 다리를 굽히고 앉아, 녀석이 먹는 모습을 구경하던 나는 슬슬 다리가 아파옴을 느끼고 몸을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녀석의 두번째 햄버거 식사도 끝이 났다.

"어때, 맛있더냐"
"최고였던데스!"

입가에 케쳡이 묻은 얼굴로 해맑게 웃는 실장석. 나까지 다 흐뭇해졌다.

"이제 소원을 이뤘나?"

하지만 너무나 뜻밖에도 녀석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직도 배가 고픈데스. 햄버거가 너무 맛있는데스"

앞의 말은 분명히 거짓말이 틀림없다. 분명 조금전 식사 종료와 함께 "끄흑" 하는, 무언가 묘한 트림 비슷한 소리가 들렸는데. 그러나 역시 이해할 수 있다. 이미 충분히 무언가를 했음에도 더 하고 싶어서 거짓말을 해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기다리거라"

그리고는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두 개, 아니 세 개의 햄버거를 쓸어왔다. 편의점에 남은 전부였다. 알바생은 아까 햄버거를 사간 사람이 또 몇 개씩이나 더 사는 모습을 다소 이상하게 쳐다보는 듯 했지만 그저 내 느낌일 뿐인지도. 

"자, 먹어라"

나는 햄버거 세 개를 추가로 내밀었다. 사람이라면 오히려 여기서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걸" 하고 손사레를 쳤을지도 모르지만, 녀석으로서는 앞으로 죽을 때까지 다시는 겪지 못할, 사람으로 치자면 그야말로 복권당첨급의 행운인 것이다. 그것도 한 번의 식사라는. 당연히 무리를 할만했다.

"정말 고마운데스우"

녀석은 부른 배를 안고 어렵게 인사를 꾸뻑하더니 세 개의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다. 경이적이게도 세 개째의 햄버거를 완식하고, 내 번째의 햄버거 식사에 돌입한 순간 녀석의 몸 어디선가 "뿌지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녀석이 또 똥이라도 쌌나 싶었지만, 딱히 녀석의 팬티는 더 불룩해지지 않았다. 잠시 먹는 속도가 줄긴 했지만, 역시 녀석은 결국 네 개째의 햄버거도 먹어치웠다.

"넌 실장석 계의 푸드파이터냐"

혼자 중얼거리며 녀석의 대단한 식성을 인정했다. 그리고 녀석은 마지막 다섯 번째의 햄버거 식사에 돌입했다. 네 번째 햅버거까지는 어떻게든 먹어치웠지만, 다섯번째의 햄버거부터는 정말로 괴로워하는 느낌이었다.

"배 부르면 안 먹어도 된다"

그러나 녀석은 얼굴에서 피눈물까지 흘려가며 먹기 시작했다. 실장석의 눈물은 적록색이었다. 정말로 기이한 모습이다. 어쨌거나 반쯤 먹었을 무렵, 이번에는 분명히 좀 더 크게 "쫘좌작" 하는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응?"

역시나 소리의 근원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햄버거 다섯개째를 다 먹은 순간, 그 실장석은 앞으로 풀썩 쓰러졌다. 

"엥?"

너무나 황당해서 녀석을 톡톡 건드려보기도, 깨워보기도 했지만 녀석의 의식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그 몇 초 후, 녀석의 입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햄버거와 피, 똥이 역류해서 꾸륵꾸륵 쿠르륵 하며 쏟아져 나왔고, 그것이 쏟아져 나오며 입 밖으로 함께 딸려나온 '찢어진 분대'가 보였다. 곧이어 파킨! 하는, 실장석 몸 속의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맙소사"

녀석은 사람으로 따지면, 지나친 과식으로 위장이 터져버려 죽은 것이다. 문득 사람도 그런 경우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쨌거나 지금의 현실은 그렇다.

난 어깨를 으쓱했다.

내 딴에는 호의를 베푼 것이, 결국 녀석에게는 죽음의 고문이 되어버렸다. 엄밀히 말하자면 고문도 아니고 자살에 가깝지만 말이다. 

스스로가 이미 고통을 느끼고 있음에도, 그저 순간의 쾌락에 심취해 그것을 도저히 멈추지 못하고 반복하는 모습이라니, 너무나 한심했다. 

하지만 마음 속 어디서엔가 나에게 되물었다.

'너는?'

그랬나. 나라고 녀석과 다를 것은 또 무엇인가. 무엇인가에 하나 꽂히면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 지금 내가 그걸 할 때인지 아닌지 따위도 새까맣게 잊고 그저 마냥 거기에만 냅다 달리는 나 아니던가.

내가 저 실장석과 다를 것은 무엇인가.

순간 나는 어떤 깨달음을 느끼곤 그저 총총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저 길가의 퍼런 생물에게 무엇인가를 배운 느낌이었다. 
배가 몹시 고파졌다.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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