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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계 애호파의 공원

 


201X년대 후반의 어느 시점에 이르러 애호파 커뮤니티 내에서도 새로운 풍조의 흐름이 대두 되었다. 실장석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호와 편애보다, 현실적이면서도 냉정한, 실장석들에게 단순히 일방적인 애정을 베푸는 것이 아닌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한다는 이른바 '현실계 애호파'였다. 

확실히 그동안의 실장석 애호파들은 그저 기분 내키는대로 공원에서 사료와 콘페이트를 뿌려대기만 하고, 그저 막무가내로 시의 구제작업에 대한 민원을 넣기만 하는 것이 전부인 엉터리 애호 활동으로 실장석의 자립을 방해하고 시민들의 빈축과 경멸을 사기만 했다.

그러나 몇몇 깨어있는 애호파의 각성과, 실력 있는 브리더들의 조언에 힘입어 '실장석의 자립과 지원을 도우며 그들이 더이상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냉정한 매도 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현실계 애호파'들이 드디어 세를 얻기 시작했다. 결국 애호파 최대의 커뮤니티 미도리닷컴의 새 운영자들이 모두 이 '현실계 애호파' 멤버들로 당선되는 이변이 연출되었고, 그들의 움직임은 곧바로 시작되었다.




현실계 애호파의 공원 









"자는 또 낳으면 되는뎃…테규아!"

입에는 하얀 마스크를 쓴 스무명 언저리의 아주머니들이 한 손에는 빠루를, 한 손에는 자루를 들고 공원 안을 서성이고 있었다. 흔한 학대파의 차림이지만, 놀랍게도 그녀들의 정체는 미도리닷컴의 '현실계 애호파' 운영진. 그녀들은 우선 공원 안을 돌며 동족식을 하거나 투분을 하는 분충들을 솎아냈다. 모르긴 몰라도 얼추 한 명당 성체실장, 자실장을 합쳐 20~50마리씩은 족히 죽였으리라. 

빠루로 일격에 고통없이 분충들을 처리하고 마대자루에 담은 후 수레로 옮겨가며 몇 시간에 걸쳐 공원 정화 작업을 하노라니 제법 시원한 날씨임에도 다들 땀을 줄줄 흘릴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녀들의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후우, 이제 지원을 준비합시다"

그렇다. 우선 공원 안의 악질 분충들을 제거한 후에 시작되는 지원. 게다가 사료 공급에 그쳤던 '급식 봉사'가 아닌, 실장석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든든하게 챙긴 현실계 애호파들이었다.

"자, 가지렴"
"데에?! 이 이 하얗고 보드라운 천이 있으면 일가가 겨울을 날 수 있는데슷! 데갸악!! 이 그릇이 있으면 물을 오래 오래 많이 보관할 수 있는데스!"

수건 하나와 패트병 한 병, 그리고 약간의 실장푸드. 이렇게 한 패키지로 구성된 실장지원 패키지. 각 패키지 구성물마다 하나하나씩 넘버링이 되어 있는 이 패키지는 넉넉하게 준비하여, 실장일가 하나당 하나씩 나누어 주었음에도 오히려 30개 정도가 남았다. 

치이이익- 

또한 나누어 줄 때는 각 실장하우스마다 실장지원 패키지의 넘버링을 스프레이로 표시해두었다. 이렇게 해두면, 만약 어느 분충이 다른 실장일가의 것을 훔쳐와서 사용할 경우 실장하우스와 수건, 패트병의 넘버가 다를 경우 훔쳐온 것임을 알 수 있으니 곧바로 제제해버리면 그만이었으니까.

"자,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확실한 분충부터 제거하고, 생활에 꼭 필요한 용품들을 제공하여 실장생의 피폐함을 줄이고 여유를 늘려 분충화되는 것을 줄이려는 이 작업들은 꽤 효과를 거두어, 공원의 실장석 관련 민원이 불과 두달여만에 주당 15건에서 2건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줄었다.



"자, 새 집이다"

또한 그녀들은 자신들이 가진 부녀회와 학부모회, 각종 후원회 모임 등의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한 끝에 시의 지원예산을 추가로 받아내어 '골판지'가 아닌 '(안에 골판지가 덧대어진)아크릴케이스'로 교체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데에? 튼튼한데스!"
"바람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테치!"

골판지는 비교적 튼튼하고 아늑하지만, 결국 종이인 이상 비바람에 약해 특히 장마철이 되면 집이 무너지는 케이스가 허다했다. 그렇게 일가가 집을 잃고 나면 몰살을 겪거나, 또다른 집을 구하기 위해 약탈을 하거나 하면서 분충화 되고 공원이 아수라장이 되곤 했다. 하지만 이 아크릴 케이스는 그것을 막아줄 것이며, 너무 갑작스러운 소재의 변화에 대한 적응과 방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아크릴 케이스 안에 골판지를 덧대었다. 이것은 개당 3천엔이 넘는 제작단가가 있었지만 시의 예산으로 지원되어 애호파들의 부담은 없었다.

"와 귀여워"

시범사업으로 후타바 제 1공원부터 이루어진 이 공원개선 작업은, 공원 안의 흉물이던 어수선한 골판지 박스를 정갈한 아크릴 케이스로 바꾸어 미적개선을 이뤄내는 효과가 있었고, 실장석들이 그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사는 모습은 제법 사람들의 편견을 개선하는데에도 효과가 있었다. 



"다음은 공원 내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시 조례 제정의 건입니다"

현실계 애호파들이 다음으로 행동으로 옮긴 것은 학대파와 학살파에 의한 막무가내적 살육을 막는 일이었다. 모처럼 열과 성을 들여 기껏 공원의 환경을 개선하더라도, 학대파나 학살파들이 나타나 공원에서 살육을 자행해버리거나 현명한 개체들을 학대용으로 납치해가면 그 노력이 수포가 되어버린다. 

"당 의회에서는, 찬성 112표, 반대 76표의 결과로 공원 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시 조례가 통과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약 6개월에 걸친 로비와 지원에 의해, 이제는 공원 내에서의 무허가 살육행위가 전면적으로 금지되었다. 어길 경우 무려 5만엔이 넘는 벌금이 부과된다. 물론 '허가받은' 시의 전문구제업자나 애호파들의 '선별용 솎아내기'는 허가된 조직이었다. 이 조례에 대해서 학대파 커뮤니티에서는 난리가 났고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언제나와 같이 그들은 그저 방구석에서만 떠들 뿐 현실에서는 조용했다. 

현실계 애호파들의 이러한 노력과 업적은 눈부신 것으로, 끝없는 '인간에 의한 솎아내기'와 '환경개선작업'으로 불과 2년 여만에 공원 내의 실장석 개체는 약 1.8배가 되었음에도 분충의 숫자는 확실히 줄었다. 후타바 1공원에 그치던 환경개선사업은 후타바시 전역, 총17개의 시민공원과 근린공원 전면으로 확대되었다. 

"감사합니다"

시에서는 공원개선사업에 대한 성과를 치하하는 의미에서 환경개선 공로상을 미도리닷컴에 수여하는 등 그들은 성공가두를 달리는 듯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영광은 거기까지였다.



"어휴, 저도 열심히 더 해보고 싶은데, 이제 애들이 중학교도 가고 해서 더이상은 힘들지 싶어요, 애들 수험에도 신경써야하고"
"저도요. 후원이야 계속하겠지만, 솎아내기 활동은 더이상 곤란할 것 같아요"
"회장님께 죄송하긴 한데, 제가 허리가 요즘 더 안 좋아져서…"

'현실계 애호파'들의 주요 멤버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현실계 애호파는 애호파 중에서는 결코 다수를 차지하는 분파가 아니다.

당연한 일이다. 그저 애호라면 자기가 직접 키우는 귀여운 동물 밥이나 주고 뭐 그런 귀여운 모습을 보기 위함이지, 이렇듯이 돈과 주말의 여가시간을 엄청나게 잡아 먹어가며 똥을 치우고 분충을 죽여가며 어지간한 육체노동 이상의 고된 노력을 매주 퍼부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물며 '솎아내기'라는, 어찌보면 지극히 인간 중심의 주관적 기준으로 '학살파'들이나 저지를 법한 실장석 처치를 직접 시행해야 하니, 그런 이들을 애호파 커뮤니티에서 구하는 것은 사실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다.

덕분에 현실계 애호파들이 많은 주목을 받고 커뮤니티 내의 후원금 규모가 3배가 될 때까지도, 실제 구제 활동 및 '현실계'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현실계' 회원은 초반에 잠깐 늘었을 뿐, 오히려 계속 숫자가 줄어갔다. 새로 참여하는 사람보다, 지치고 고되어서 빠져나가는 사람의 숫자가 많았던 것이다.

원래부터 애호파들에 대한 시선이 그다지 곱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리 상황의 개선을 이뤘다고 한들 "엑? 실장석 좋아해!?" 라는 편견 어린 시선과 주목을 부담스러워 하는 회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깨어있고 주변의 눈치를 좀 그나마 볼 줄 아는 '현실계 애호파'들이었기에 무대포식 기존 애오파들에 비해 이 문제는 더욱 크게 다가왔다. 

결정적으로 "무분별한 사료 배포와 콘페이토 뿌리기"를 전면 금지한 신설 규정은, 기존의 애'오(汚)'파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아니 지들이 뭔데 저렇게 나대는거야"
"그럼 우리 불쌍한 애기들 다 굶으란거야?"
"저 년들이 어딜봐서 실장석 애호가냐고. 빠루 들고 다니면서 동물 복지 같은 소리 하네 미친년들. 앙?"
"아 몰라, 난 모르겠고, 그냥 내 마음 내키는대로 할거야"

불만의 목소리가 고조되었다. 현실계 애호파들의 핵심 멤버들이 많이 이탈하여 정치적 세력이 약화된 운영진은 머릿 수에 밀려 결국 다시 그 규정을 철회하였고, 거기에서 힌트를 얻은 애오파들은 점점 더 적극적으로 운영진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아니, 우리 3만 미도리닷컴 회원들 중에 솔직히 몇 명이나 그 미친 학살극을 인정할 것 같아요? 솎아내기? 미친 소리들 하고 있어 증말"
"그동안 가만히 있었더니 한도 끝도 없더라구요. 아니 회장님, 정치에 뜻 있으세요? 맨날 무슨 모임모임, 정치인 후원 모임...그럼 정치를 하시든가. 우리 요정들 챙기기부터 하시라구요"

현 회장의 엄청난 인적 네트워크와 노력은 그만큼 많은 시의 예산과 지원 조례가 되어 실장석의 복지로 돌아왔지만, 그런 것을 잘 알 리도 없고 관심도 없는 다수의 회원들은 그저 정치인들과 어울리는 회장에 대한 부러움과 시세움 때문에 그녀를 공격해댔다. 대충 사정을 알고 있는 상류층의 애호파들 역시 회장을 감싸기보다는 '그런 나대는 회장의 추락'을 은근히 기대했다. 




"기대하라구, 크큭"

게다가 학대파들 역시 마냥 당하고 있을 녀석들이 아니었다. 건강 문제로 근 2년간 자리를 비웠던 운영자 도시아키가 회복하고 돌아온 이래, 그동안 학대파와 학살파들이 공원에서 마음껏 활개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묘안을 곧바로 짜낸 것이다.

"자, 각 실장 아크릴 하우스의 물품들을 슬쩍 바꿔놓으라고. 하우스 넘버랑 실장물품이랑 넘버 다르면 분충으로 알고 곧바로 솎아낸다며? 애호파들 손으로 현명한 개체들을 싹 쓸어버리자고. 하여간 애호파들 하는 짓이란, 무슨 실장석들 하는 짓 같다니까" 

역시 나쁜 짓에서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 학대파들은 일제히 각 공원에서 실장석들의 물품들을 이리저리 바꿔놓았다. 




"어머어머, 이거 얘네들이 왜 이래? 다 바뀌었는데?"
"어머, 그러네. 이거 뭔가 이상한데... 어떻게 해. 이미 나 20마리도 넘게 죽였는데"
"에고고…"

곧바로 그 주의 환경개선을 위한 솎아내기 작업에서 사고가 터졌다. 누군가의 악질적인 장난으로 보이는 '실장석 물건바꿔 놓기'를 미처 재대로 파악하지 못한 현실계 애호파 멤버들이 언제나와 같은 기계적인 작업으로 솎아내기를 하다가 거의 500마리 가까운 실장석들을 죽인 것이었다. 

"이거 한두마리가 아니라 공원 전체가 다 바뀌었어. 이거 분충이 아니라 누가 일부러 그런거라고!"

제대로 사태를 파악했을 때는 이미 스스로들의 손으로 대살육을 저지른 상태였다. 학대파 커뮤니티, 아니아니 그냥 일반인들만 하더라도 "수고하셨네요" 소리 들을 일이지만, 애호파 커뮤니티에서 이것은 사실상 양민학살 사건에 비할 법한 충격적인 '범죄'나 다름없었다.

"어, 어떻게 해요"
"선거… 이거, 다음 달의 회장선거 때문에, 그 년들이 선거 때문에 이런게 틀림없어요"
"그 망할 년들이 이런 짓까지 해서 선거에서 이기려고? 진짜 안되겠네"

현실계 애호파들은 그것이 일부 극단적인 '애오파들'이 판 함정이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현실계 애호파들의 솎아내기 작업은 예전부터 많은 일반 애호파들과 애오파들의 극렬한 비판에 노출되어 있었고, 마침 선거시즌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여전히 그 '업적' 측면에서는 깔 수 없던 현실계 애호파들의 위상이 치명타를 입힐 함정이 될 수 있었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당연히 데스넷 학대파들을 먼저 의심했겠지만 최근의 애호파 커뮤니티 내의 갈등은 이미 학대파에 대한 증오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번 일은 절대 묵과할 수 없습니다"

내부자 중에 스파이가 있었던 모양인지 어떻게들 알고 곧바로 보통의 애호파들과 애오파들이 들고 일어섰다. 비록 오해에 의한 학살이라 하더라도, 동물 애호가를 자처하는 이들이 스스로의 손으로 그 동물들을 수백마리나 죽여버린 이상 용서받기 어려웠다. 

"…그만두겠습니다"

초대 현실계 애호파 회장이 스스로 회장 자리를 내려놓았고 그녀의 자식들이 있는 미국으로 떠났다. 그녀를 보좌하던 현실계의 각 게시판 관리자들도 자리를 내놓았다. 그 자리들은 다시 곧바로 애오파 회장과 그들의 추종자들로 채워졌다.

"오호호호, 우리 마음껏 해보아요"

미도리닷컴의 후원계좌 모두 예전에 몇 배에 달하는 엄청난 후원금이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이는 현실계 애호파 회장의 마지막 프로젝트로 '지상낙원 유토참피아'의 건립을 위한 예산이었다. 

'어차피 이 세상 모든 실장석들을 구원할 수 없다면, 딱 한군데라도, 모든 실장석들이 이곳에 닿기만 하면 영원히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는 지상낙원 참피천국을 건설하자' 라는, 오랜 실장석 애호파들의 꿈을 집약한 거대 프로젝트. 매번 망상에만 그쳤던 프로젝트였지만, 권력자들과 친했고 실제로 뛰어난 업적을 많이 세운 현실계 애호파 회장은 실제로 그것을 목전까지 추진한 것이었다. 



"그보다, 차라리, 우리 모든 실장석들에게 고급 실장옷과 콘페이토 사료를 뿌리는게 더 낫지 않나요? 오호호호호호"

그러나 새로 취임한 회장은 그런 미래적인 프로젝트보다는, 그저 사치 부리기에 골몰했다. 몇 억대의 예산을 고작해야 공원의 모든 실장석에게 고급 실장옷을 선물하고 저급 실장푸드 대신 콘페이토를 배부르게 퍼먹이는데 쓰자는 주장이었다. 

의견이 격렬하게 충돌했지만, 유토참피아의 실질적인 플랜이 완성되기 전이었기에 지상낙원 건립파 측은 고작해야 "이번이 아니면 언제 가능할지, 영영 불가능할지도 몰라요!" 하는 식의 접근에 급급할 뿐이었고, 사치파 측은 "찢어지고 헐벗은 우리 실장석에게 최상의 옷을, 허기진 실장석에게 극상의 맛을" 하는 달콤한 말로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렸다. 또 사실 사치파 측의 뒤에는 그 거대한 예산으로 득을 보기 위한 실장용품 업체 메이든사가 있었다.

결국 투표까지 간 끝에 최종적으로 15415:14212의 근소한 차이로 사치파가 이겨서, 실장석들의 영원한 안식처가 될 수 있었던 유토참피아는 꿈 속의 꿈으로 남은 채 그저 실장옷과 콘페이토가 되어 공원에 뿌려졌다. 

물론 화려한 실크로 디자인 된 레이스가 나풀거리는 실장옷은 채 한달이 안되어 시커먼 검뎅과 먼지, 쓰레기로 오염된 흉물이 되었고, SSS급 퀄리티 콘페이트에 중독된 실장석들은 거의 반년 치 분량의 식사에 해당할 양을 한달 만에 먹어치웠다. 그 결과 엄청난 양의 대변을 싸질러댔고, 자도 미친듯이 낳아댔다. 공원은 단번에 냄새 지옥이 되어버렸고, 폭증한 실장석들에 의해 똥천지가 되어 버렸다. 




"후후"

애호파 운영자가 바뀐지 근 반 년 만에 공원은 다시 지옥이 되었고, 민원은 폭주했다. 후타바 시는 급변한 상황에 쩔쩔 맸고, 이미 실장석 구제 예산까지 싹 긁어모아 애호파 커뮤니티에 관리비 지원 명목으로 후원해버린 이후라 대책이 없었다. 시장은 미도리닷컴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새 회장은 정무적 판단이나 양심 따위는 눈을 씻고 보아도 찾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제가 왜 전대 회장과 이뤄진 협약을 지켜야 하죠? 모르는 일이니 알아서 하세요"

결국 다급해진 후타바시는 학대파 & 학살파 활동 금지 조례를 철폐하고 직접 시 공무원이 데스넷에 "공원에서의 실장석 구제"를 부탁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가자!"

가끔은 성공한 엘리트도 있지만 어쨌거나 사실 대부분은 사회 저변의 쓰레기들이 많은 데스넷의 특성상, 정부 조직이 먼저 머리를 굽히고 자신들에게 부탁을 했다는 사실에 고무된 그들은 일제히 빠루를 들고 후타바시로 향했다. 무려 3천명이 넘는 인원이 결집했다.

"햣하! 핫하!" 

엄청난 냄새와 무슨 벌레군단을 연상케하는 어마무시한 숫자의 실장석 무리는 일반인들은 공원 출입마저 포기할 정도로 기괴해진 상태였지만 데스넷 회원들은 달랐다. 

"햣하! 핫햐!"

우선 학대파 폭죽대가 먼저 공원 입구에서부터 엄청난 양의 폭죽과 폭음탄으로 시원하게 파킨사를 동반한 피의 길을 열고, 군단의 주축이 되는 학살파 빠루부대가 대량살육을 시작, 이어 죽창 부대가 꼼꼼하게 궤멸시키고, BB탄 밀덕군단이 저 멀리 도망치는 실장석이나 투분하려는 녀석들을 원거리에서 제압했다. 

아울러 그들이 지나간 지옥의 적록핏길은 도로리와 산성용액을 잔뜩 든 생화학부대가 확실하게 확인사살과 뒷처리를 담당했으며, 개중에 전문 베테랑 학대사들은 그 와중에도 따로 활동하며 자신의 마음에 드는 실장석들을 채집했다. 

"호오, 아주 자들과 모체의 관계가 끈끈하구나. 학대할 맛이 나겠어"
"허허, 하나 건졌나? 나도 여기 아주 우애로운 자매를 세 쌍이나 건졌다네"
"이거 보게, 마라실장과 중실장 부부실장이야. 이거 기가 막힌 아이템인데?"

개체수가 폭증한 만큼 특이하거나 우수한 개체의 절대량도 늘어난 상태라 베테랑들은 모처럼 마음껏 차량 몇 대 분량의 채집박스에 가득 가득 실장석들을 채집해갔다. 녀석들은 앞으로 엄청난 지옥 속에서 죽지도 살지도 못한 상태로 영원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어쨌거나 14시간이 넘는 대소동 끝에 후타바 1공원, 2공원은 철저히 구제되었다. 시에서는 그 공로를 치하했으며 데스넷을 공식 후타바시 실장석 구제 파트너로 삼았다. 데스넷에 또 하나의 운영자금과 일자리가 창출된 것이다. 물론 똑똑한 데스넷 회원들은 3공원부터는 철저한 구제 대신 '적절한 줄이기'로 매년 지속적인 수입을 창출할 계획이었다. 



이 모든 소식을 미국에서 뒤늦게 전달받은 초대 현실계 애호파 회장은 쓰러졌다. 게다가 이 모든 사태를 촉발한 '사치파' 애오파 회장은 이후 근 5년을 미도리닷컴의 회장으로 재임하며 학대파 커뮤니티 데스넷의 제 2 부흥기를 본의 아니게 지원하게 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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