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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

 


“에이 씨-!!!” 
-퍼억!!! 
“테챠아아아아악-!!!” 
남자의 노성과 함께 식탁에 내리쳐진 편의점 봉투 안에서 처참한 비명 소리와 함께 적록색 액 
체가 확 번져나갔다. 
“테......!” 
그 모습을 본 자실장은, 들고 있던 집짓기 놀이 블록을 툭 떨어트리곤 눈을 크게 뜬 채 멍하 
니 서 있었다. 
“테.. 테헤! 테헥!” 
-뿌직뿌직 
충격을 받은 것 때문인지 호흡곤란을 일으켜 헐떡이는 자실장의 다리 사이로 팬티가 녹색의 
대변덩어리를 담고 묵직하게 늘어지는 걸 본 다른 남자가 식탁 앞의 남자에게 소리쳤다. 
“아 형!” 
“뭐!” 
“아무리 그래도 보고 있는 앞에서 죽이는 건 너무하잖아!” 
“가뜩이나 이 해충들 때문에 짜증나는데 내가 그 녀석까지 신경 써 줘야겠냐? 안 그래도 그 
거 내다 버리랬지!” 
“테... 테치.... 테....” 
인간들끼리 언성을 높이자 자실장은 무거운 팡콘덩어리를 질질 끌어 녹색 자국을 남기며 좁은 
가구 아래 틈으로 머리를 밀어넣고 덜덜 떨었다. 
이 자실장은 800엔 균일가로 팔리던 떨이품 사육실장이었다. 
그다지 영리하지 못 해 교육과정에서 떨이품으로 탈락했지만 분충성은 적은 편인데다 싼 맛에 
사간 초보 사육자나 학대파들의 손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은 동족들과는 달리 적당한 엄격함과 
애정을 가진, 드물게도 이상적인 주인을 만났다는 행운이 겹쳐 나름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던 
개체다. 
그렇지만 주인과 같이 사는 인간, 주인의 형은 실장석을 학대하진 않아도 좋아하지도 않는 사 
람이었다. 
지금도 편의점에 갔다가 돌아와서 봉투를 열어 본 순간 따끈따끈한 고기만두에 눈을 뒤집고 
뛰어들어 온몸이 기름과 만두속으로 범벅이 된 채 끝없이 우걱우걱 쩝쩝대며 행복해 하는 자 
실장 한 마리를 보고 바로 봉투를 틀어쥐고 식탁에 내리쳐버린 것이다. 
그것도 실장숍에서 팔려온 뒤로 처음 보는 친구의 모습에 귀를 쫑긋 세우며 관심을 보이던 자 
실장의 앞에서. 
“테치.... 테치....” 
잠시 뒤에 형이 아직 희미하게 꿈틀거리는 봉투를 들고 바깥으로 나가자 주인은 한숨을 내쉬 
곤 소파 아래서 자실장을 꺼내 씻겼다. 
그렇지만 평소에 매우 좋아하던 따듯한 목욕 후에도 겁에 질려 있는걸 본 남자는 궁리하다가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그래... 마침 좋은 시기구나.” 
-딸랑 
“.....테?” 
주인이 사라지자 더더욱 겁에 질려 다시 가구 아래로 기어들어가려 머리를 밀어 넣고 있던 자 
실장은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딸랑 딸랑 
처음으로 듣는 아름다운 소리에 이끌리듯 마루로 나간 자실장의 눈에, 어느새 세워져 있는 커 
다란 조립식 트리가 보였다. 
“테체!” 
그리고 주인이 상자에서 줄줄이 끌어내고 있는 형형색색의 장식들과 방울등을 본 자실장은 겁
에 질렸던 것도 잊고 아장아장 달려와 그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테체! 테치테치!” 
예쁜 장식이나 폭신한 솜 위에서 뛰놀면서 좋아하는 자실장을 본 주인도 안심한듯 미소를 지 
었다. 
그 날 자실장은 크리스마스가 무엇인지 배웠다. 
착한 아이로 있으면 맛있는 걸 먹고 선물을 받는 즐거운 날 이라고. 
아직 크리스마스가 되기엔 일주일 정도 있었지만 형제가 부모와 살 때 어머니가 장식하곤 했 
던 트리가 꺼내져 장식이 되자 형제가 대학을 졸업해 부모님이 귀향한 이후 몇 년만에 집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가득해졌다. 
그리고 일년에 한번 있는 대목을 노리고, 각종 회사들의 광고도 판을 치기 시작했다.
물론 대부분은 아이들이나 젊은 연인들을 겨냥한 광고지만 교육을 위해 틀어두던 사육실장 전 
용 채널은 한술 더 떠 미친듯이 크리스마스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그 중엔 크리스마스 이브 밤에 양초가 켜진 고급 레스토랑에서 주인과 마주 앉아 스테이크와 
와인을 먹으며 얼굴을 붉히는 사육실장의 모습을 내보내는, 보통 사람들이 보기엔 제정신인가 
싶은 ‘실장석도 출입 가능한 고급 레스토랑’ 광고도 있었지만 자실장에겐 그다지 끌리지 않는 
광고였다. 
애초에 ‘실장석도’ 가 아니라 분위기 망친다는 이유로 일반 커플은 갈 생각도 없는, 일부 부유 
한 애호파들 ‘만’ 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어린 자실장에겐 그런 것 보단 장난감이 더 쉽게 먹 
히는 것이다. 
“마법자실장 테치코짱 등장테치~ 텟치텟테츙~ 테츄웅~” 
“테...” 
대부분의 실장 프로그램이 그렇듯이 사육실장 완구회사가 스폰서로 있는 인기 프로그램 마법 
자실장 테치코짱의 장난감 세트는 거의 10분에 한번 꼴로 광고를 내보내고 있었다.
프릴이 가득한 화려한 분홍색 실장옷과 테치코의 상징인 마법스틱이라는 간단한 구성인 마법 
자실장 테치코 변신세트의 가격은 9천8백엔. 
노골적으로 만 엔보단 싸다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데다가 자실장 자체의 가격의 열배도 넘는 
가격이다. 
“테치! 테치!” 
“안 돼.” 
그래서 주인은,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마법자실장 테치코 변신세트를 가리키며 조르는 자실장 
에게 단호히 거절을 했다. 
“테에.....!” 
안 된다는 말을 예상하지 못 하고 있다가 놀란 자실장이 발을 구르면서 울어도 주인은 엄했 
다. 
“안 된다면 안 돼. 떼를 쓰는 자는 좋은 자가 아니니 선물을 못 받을거야?” 
“테치...” 
마침 광고도 끝나자 자실장은 다른 프로그램이 시작 된 텔레비전을 보면서 힘없이 고개를 늘 
어트렸다. 
그리고 며칠 동안 자실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떼를 쓰면 좋은 자가 아니란 말을 의식한 건지 노골적으로 졸라 오진않았지만, 마법자실장 테 
치코 변신세트 광고가 시작 될 때마다 다른 곳에 있다가도 텔레비전 앞으로 뛰어가 뚫어져라 
광고를 쳐다보면서 흘낏흘낏 주인을 곁눈질한다던지. 
“텟치텟테츙~ 테츄웅~ 텟치텟테츙~ 테츄웅~ 텟치텟테츙~ 테츄웅~.” 
끝없이 마법자실장 테치코의 변신대사를 노래하는 식 이었다. 
애초에 인간이 듣기엔 다 테치테치 거리는 울음소리였지만. 
-삐끗 
“우왁?! ....야! 저 녀석 관리좀 하라고!” 
마지막 시도는, 신문 사이에 끼어 있던 마법자실장 테치코 변신세트 광고지를 눈에 잘 띄는 
곳에 자기 딴엔 자연스럽게 슬쩍 놓아둔다는 계획이었지만, 그것도 주인의 형이 밟고 미끄러 
질 뻔 하곤 화를 내자 다시 가구 아래로 기어들어가며 실패로 끝났다. 
“테치...” 
그 일이 있은 후에 결국 마법자실장 테치코 변신세트를 포기한 자실장을, 주인이 쳐다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드디어 크리스마스 이브. 
자실장은 집 안에 가득한 맛있는 냄새와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럴의 분위기 
에 흥분해 코를 벌름이며 여기저기 아장거리면서 뛰어다니고 있었다. 
“테체! 테치? 테치?” 
“그래. 네 선물이야.” 
트리 아래에 놓인 포장된 상자를 본 자실장이 손짓을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주인이 웃 
으며 대답했다. 
“테체!” 
선물이란 말에 기뻐하며 당장 상자로 달려들던 자실장을 주인의 손이 제지했다. 
“선물은 크리스마스 날 아침에 열어보는 거야.” 
“테치?! 테! 테에!” 
“그게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이야. 참았다가 열어보면 그만큼 더 기대되잖아.” 
“테치...? 테치!” 
애완견이라면 ‘기다려’는 기본적인 훈련이지만 실장석으로선 제법 훌륭하게 ‘기다려’를 할 수 
있는 자실장을 본 주인이 다시 웃었다.
그때 현관이 열렸다. 
“다녀왔어.” 
“어서와. 형.” 
“후우. 밖에 눈이 장난 아니네. 화이트 크리스마스란 건가...” 
“눈?” 
주인이 마루 창문의 커튼을 걷자 어느새 새하얗게 변해있는 세상이 보였다. 
“와... 제법 내렸구나.” 
“테....? 테치! 테치!” 
태어나서 처음 보는 새하얀 세계가 신기한 자실장이 창문은 통통 두들기며 환성을 지르자 주 
인은 자실장은 손에 올리고 마루 창문을 열었다. 
“테치!” 
순간적으로 바깥의 차가운 공기에 움찔 거렸던 자실장은 눈이 몇 센티 정도 쌓인 마당에 내려 
지자 호기심에 차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테?! 테체! 테체아!” 
눈에 손을 대 봤다가 차가움에 깜짝 놀랐다가 조심스럽게 다시 눈을 잡아 뭉쳐보거나 떨어져 
내리는 하얀 눈송이를 잡으려 돌아다니는 작은 자실장의 모습은 실장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면 귀엽게 느껴질 만 한 광경이었다. 
주인도 미소를 지으면서 자실장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난 후에야 몸이 차가워져 재채 
기를 시작한 자실장을 손으로 감싸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테치...” 
그리고 따듯한 물에 담가져 목욕을 한 뒤에 자실장용의 작은 컵에 담긴 코코아를 마시던 자실 
장은 트리 아래의 선물 상자를 응시하다가 그대로 행복하게 잠이 들었다. 
그리고 한밤중이 되었을 때. 
“.....테.” 
자실장은 눈을 떴다. 
기대감에 흥분해 잠이 옅게 들었었는지 평소라면 일어나지 않을 늦은 시간에 눈을 뜬 자실장 
은 마루 구석에 놓인 수건이 들어 있는 상자에서 기어 나왔다. 
“테치.....” 
불이 모두 꺼져 어두운, 평소에 보던 것과는 다른 마루의 모습에 조금 무서워하면서도 호기심 
에 끌린 자실장은 마루를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다. 
그 앞에는, 선물상자가 놓인 트리가 있었다. 
-칙 
“후우...” 
드디어 찾아온 크리스마스의 아침. 
일어나자마자 마당으로 나온 주인의 형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차가운 겨울 공기 안을 퍼져 
가는 담배 연기를 응시하고 있었다. 
“형! 형! 미도리 못 봤어?” 
“어?” 
그때 뒤에서 들려온 다급한 목소리에 돌아보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동생이 보였다. 
“미도리가 침대에 없어...” 
“.....선물상자라도 뜯어제끼고 있는 거 아니야?” 
“......아니. 없어” 
트리 아래를 들여다본 주인은 고개를 저었다. 
“선물 상자도 그대로인데?” 
“또 가구 아래라도 기어 들어갔겠지.” 
무심히 대답하던 형의 손에 들린 담배에서 재가 아래로 떨어졌다. 
신발에 담뱃재가 떨어질까 봐 발을 피하며 아래를 내려다 본 형의 눈에, 마당의 눈이 조금 봉 
긋하게 솟아 있는 게 보였다. 
“..........” 
그 작은 눈무더기의 한쪽은, 녹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테.... 테에....” 
선물 상자 앞에서 고민을 하고 또 하다가 약속을 생각해 내고 선물 상자를 여는걸 미룬 자실 
장이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한 바깥의 모습을 보고 마루 창문 틈으로 비집고 나가 놀다가 점 
점 몸이 얼어 마당에서 동사할 뻔했다는 자세한 사정까지는 알 지 못해도, 마당에서 눈에 파 
묻힌 채 가사상태에 빠져있던 자실장을 형이 집어 들고 온 걸 본 주인은 당황해서 어떻게든 
자실장을 살리려 노력했다. 
그렇지만 실장석용 의약품을 상비한것도 아니었고 약국은 물론 실장석 전용 동물병원도 당연 
히 다 크리스마스 휴무인 상황. 
주인은 그저 침대로 쓰던 상자에 눕힌 자실장에게 수건을 더 덮어 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테... 테치... 테치....!” 
“안돼. 가만히 누워있어....” 
열이 펄펄 끓는 몸으로 자꾸 상자에서 기어나오려 하는 자실장을 주인이 제지했다. 
“테! 테헤....!” 
자실장의 눈은. 
트리 아래의 선물상자에 고정되어 있었다. 
즐거운 날에 받는 선물. 
주인님의 말 대로 기다린 착한 아이에게 주는 선물. 
안에는 무슨 멋진 물건이 있을까. 
“테... 텟칙!” 
그렇지만 열이 나고 어질어질 한 몸으론 상자에서 나오는것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나오려다 
굴러 떨어진 자실장을 주인이 다시 상자에 넣는 동안 자실장은 트리 아래를 보면서 애처롭게 
울었다. 
“테치이이.....!” 
가사 상태와 구별이 안 갈 정도로 반은 자고 반은 기절하다가 결국 그렇게 크리스마스를 지나 
보낸 자실장은 26일 아침에야 실장병원으로 옮겨졌다. 
“인간으로 치면 급성폐렴 같은겁니다. 아직 어린지라 가망은....” 
“예....?” 
곤란한 표정의 의사가 한 말에 남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실장석의 회복력은 물리적 손상에 한정합니다. 외상은 금방 낫지만... 질병은 치명적이죠. 노 
력은 해 보겠습니다만....” 
결국 당분간 입원이 결정된 자실장을 입원실-층층이 쌓인 케이지 중 하나에 넣은 주인은 새빨 
간 얼굴로 힘겹게 숨을 쉬는 자실장을 안쓰럽게 쳐다보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일주일 뒤. 
연말연시에 연이은 술자리에 주인도 주인의 형도 늦게 들어오거나 아예 밤을 새고 새벽 귀가 
를 하는 일이 잦으면서 주인은 자실장의 일을 잠시 잊고 있었다. 
“다녀왔어...” 
그 전날에도 밤을 새다시피 이어진 술자리에 결국 친구의 집에서 잠을 자고 돌아온 주인이 아 
직 숙취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며 집 문을 열자 신발장 옆에 놓여있는 작은 나무상자가 눈 
에 들어왔다. 
“........?” 
못 보던 물건에 의아해하면서 상자를 열자. 
마치 작은 관 같은 모양이던 상자의 안엔,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자실장이 들어 있었다. 
“.......!” 
상자의 뚜껑에 찍힌 병원의 이름을 본 남자는 상자를 들고 급히 형의 방으로 갔다. 
-쾅쾅쾅!
“형! 형!” 
잠시 문을 두드린 후에야, 역시 숙취인지 얼굴을 잔뜩 찌푸린 형이 문을 열었다. 
“.......왜?” 
“이거! 형이 받았어? 어떻게 된 거야?” 
“............아. 낮에 뭔가 택배 같은걸 받긴 했는데. 택배가 아니라 뭔가 배달이었나......” 
“.............” 
주인은 상자 안에서 꺼낸 자실장의 차가운 몸을 양 손으로 감싼 채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잘 어울리네. 미도리.” 
날이 지나버린 트리의 아래. 
자실장이 애타게 기대하던 상자의 내용물은, 
  
마법자실장 테치코 변신세트였다. 
떼를 쓰는 건 안 되지만, 결국 납득 한 자실장에게의 선물로 주인이 준비 한 것이다. 
크리스마스에 그렇게나 기대에 넘치고 흥분해 즐거워하던 게 거짓말 같이 차가워져 있는 자실 
장에게 프릴 투성이의 분홍색 실장옷을 입힌 주인은 병원에서 자실장이 담겨온 나무 상자를 
들었다가 잠시 생각한 뒤 선물상자를 들었다. 
“이쪽이 더 네 맘에 들겠지...” 
마지막으로 마법자실장 테치코의 마법스틱을 집어들자, 자실장도 간단히 작동시킬수 있게 쥐 
는것 만으로 작동하는 스위치가 눌리면서 녹음된 소리가 작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텟치텟테츙~ 테츄웅~ 
마법스틱을 분홍색 실장옷을 입은 자실장의 손에 쥐어준 주인은, 마지막으로 자실장의 얼굴을 
보고는 뚜껑을 닫았다. 
자실장의 무덤은, 마당에 만들기로 했다. 
쌓였던 눈이 녹아 얼었던 땅에 스며들어 있기에 땅을 파는건 어렵지 않아서, 주인은 마당의 
나무 아래에 조그만 구덩이를 파곤 선물 상자에 든 자실장을 묻어주었다. 
“.........” 
그날밤은 드물게도 겨울비가 내렸다. 
비가 오는 우중충한 하늘을 보던 주인도 한숨을 내쉬곤 잠자리에 들었다. 
‘.............’ 
-텟치텟테츙~ 테츄웅~ 
‘...........?’ 
-텟치텟테츙~ 테츄웅~ 
어두운 공간. 
흐릿한 의식 속에서 주인은 어렴풋이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걸 느꼈다. 
자각몽이라고 부르는, 자신이 꿈을 꾸는걸 자각하고 보는 꿈. 
결국엔, 꿈일 뿐 이지만. 
-텟치텟테츙~ 테츄웅~
주인은. 
비록 꿈이라도. 
자실장이 그렇게나 원했던 크리스마스 선물. 
마법스틱을 이리저리 휘두르는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텟치텟테츙~ 테츄웅~ 
“테캬아아아아아-!!!!” 
-텟치텟테츙~ 테츄웅~ 
“테캬아아아아악-!!!!” 
실제로. 
휘두르고 있었다. 
방안에서 꿈을 꾸는 주인과 상관없이. 
마당의 차가운 땅 속에서. 
‘....모든 노력을 다 했습니다만. 가망이 없습니다. 하다못해 주인의 품에서 마지막을 보내게 
하라고 선생님께서..... 지금은 가사 상태입니다만 마지막으로 한번, 깨어날 겁니다. 위석의 상 
태를 보아건대 그걸로... 마지막이 되겠습니다. 사육주 분에게 그렇게 전해 주세요.’ 
‘....아.......예. 예.’ 
병원의 직원이 나무상자를 전해주면서 한 말을, 주인의 형은 숙취로 쓰러지듯이 잠들어 있다 
가 벨소리에 억지로 일으켜져 지끈거리는 머리로 대충 흘려들으며 가능한 빨리 대화를 끝내려 
고개만 건성으로 끄덕였다. 
그리고 상자를 받자마자 신발장 위에 올려놓고는, 동생이 올 때까지 다시 쓰러져 잔 것이다. 
그렇기에. 
자실장이 마지막으로 눈을 뜬 곳은. 
땅속에 묻힌 어둡고 좁은 상자 안이 되었다. 
“테?! 테에?! 테치이이이?!” 
열과 아픔에 시달리다가 눈을 뜬 곳은 좁고 빛 한줄기 없는 어둠속. 
-쿠쿠쿠쿠쿠쿠쿠쿠쿠.... 
게다가 자실장은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지만, 내리는 빗줄기의 소리가 땅 속을 울리면서 더 
더욱 공포를 느끼게 했기에. 
입고 있는 옷이 그렇게나 원하던 마법자실장 테치코 드레스인걸 볼 수도 없이. 
손에 잡힌 무언가를 사방으로 닥치는 대로 휘두르면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테치이이이-!!! 테치이이이이-!!!!” 
-텟치텟테츙~ 테츄웅~ 
“테....?! 테아아아아악-!!!!!” 
어둡고 좁은 곳에서, 갑자기 가까이에서 들린 다른 목소리. 
그것이 몇번이고 보고 졸라왔던 테치코 변신 주문이란걸 깨달을 정신도 없이 자실장은 더더욱 
패닉에 빠져 손에 든 무언가-스틱으로 위를 가로막은 무언가를 정신없이 때렸다. 
-텟치텟테츙~ 테츄웅~ 
“테치이이이-!!!!” 
-텟치텟테츙~ 테츄웅~ 
“테치이이이이이이익-!!!!!” 
-텟치텟테츙~ 테츄웅~ 
“테... 테캬.... 캬아아아아아-!!!!!” 
그럴수록 계속 들려오는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소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둡고 좁은 공간.
아픈 몸을 파고드는 차가운 냉기. 
“테캬아아아아아아악-!!!!!!!!” 
-텟치텟테츙~ 테츄웅~ 
마지막으로 온 힘을 다해 팔을 휘두른 자실장의 손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촉이 느껴졌다. 
-푹
“테.....?” 
때리고 튕겨 나오는게 아니라, 박힌 감촉. 
뭔가 변화가 있자 자실장이 희망을 가진 순간. 
-촤아아아악! 
물에 젖어 약해져 가던 선물 상자는, 결국 마법스틱이 뚫은 구멍을 중심으로 찢어지며 차가운 
진흙이 상자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테...!.” 
갑자기 몸을 내리덮는 무겁고 차가운 무언가에 비명을 지르려던 자실장의 입도, 비명을 다 지 
를 틈도 없이 진흙이 들이찼다. 
-텟치텟테츙~ 테츄웅~ 
‘.........! ...............!!!!’ 
-텟치텟테츙~ 테츄웅~ 
상자를 반쯤 메운 진흙은 계속되는 마법스틱의 소리를 반주 삼아 잠시 꿈틀대고 있다가. 
-텟치텟테츙~ 테츄웅~ 
-파킹 
-텟치텟테츙~ 테츄웅~ 
마법스틱의 소리에 잠시 잡음이 섞이는 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텟치텟테츙~ 테츄웅~ 
-텟치텟테츙~ 테츄웅~ 
-텟치텟테츙~ 테츄웅~ 
날이 밝자, 비는 그쳐 있었다. 
주인은, 마당으로 나와서 자실장의 무덤을 내려다 보다가 비에 흙이 쓸려갔는지 조금 무너진 
무덤의 흙을 다시 북돋고는 일어섰다. 
-텟치텟... 테츄....
“.............?” 
일어서던 주인은, 문득 자실장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 싶어 했던, 결국 같이 묻어준 그 장 
난감의 소리를 들은 듯 한 기분이 들었다. 
“기분탓인가....” 
그리고. 
자실장이 마법스틱을 휘두르던 꿈을 떠올리곤 살짝 미소를 지었다. 
“결국 조금 늦게 준 크리스마스 선물이지만, 맘에 들었나보구나. 미도리.” 
-.....테츙.... 테츄웅..... 
다시 한 번 그 소리가 들린 듯 한 기분을 느끼며, 주인은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 맑은 아침 
하늘을 올려다봤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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