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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의 마을에 실장석이 있는 풍경 1~3 (완)

 


도시에서 얼마 떨어지진 않은 농촌마을. 
역시 이곳도 젊은 사람은 거의 없이 노인들만 남은 한적한 마을이었지만 그래도 농사일의 일 
손이 모자라진 않았다. 
테치~ 
“오, 그래그래.” 
트럭 뒤에서 감자가 든 포대를 정리하던 한 노인은 아래에서 들린 작은 울음소리에 발치를 내 
려다보고는, 
자실장 한 마리가 데굴데굴 굴려 온 거의 자신의 몸 크기만 한 감자를 자루에 넣었다. 
그 뒤로 보이는 꽤 넓은 감자밭의 감자 잎사귀 사이 여기저기에서도 녹색의 옷을 입은 작은 
동물, 실장석이 여러 마리 움직이고 있었다. 
마을실장. 
인간에게 빌붙는 도시의 들실장도, 인간과 떨어져 사는 산실장도 아니다. 
주로 한적한 농촌 등에서 산 아래나 강가에서 사는 실장석을 이렇게 부른다. 
그 기원은 집단을 떠난 산실장이나 자연재해로 산실장의 집단이 마을 어귀로 내려오면서 시작 
되었다고 보지만 
산실장만큼의 자립성은 없고 사냥과 채집으로 얻는 벌레나 식물과 함께 식량으로서 인간의 농 
작물을 파가는 행동을 보인다.
그렇기에 들실장만큼의 집중구제 대상은 아니라도 농촌에선 어느 정도 방지 대책이나 눈에 띄 
면 쫓아내는 정도의 귀찮은 존재 취급이지만. 
데스우~ 
테치? 테치테치~ 
테치! 테치! 테치! 
노인이 나눠준 골무를 장갑처럼 손에 낀 성체실장들이 밭 여기저기에서 줄기 아래를 파헤쳐 
감자를 캐내고, 
수확기의 커다란 감자를 자실장들이 힘을 합쳐 들거나 마치 초등학교 운동회의 공굴리기처럼 
굴려서 노인에게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자. 좀 쉬다 하자꾸나.” 
점심 즘이 되어 해가 뜨거워지자 노인은 밭 옆의 숲 그늘로 실장석들을 불러 모았다. 
데스데스! 
데스우~ 
텟츄! 
노인이 넓은 접시에 물을 따라주자 우글우글 모여든 실장석들이 엎드려서 물을 마시기 시작했 
다. 
이 마을의 마을실장은 약 300마리 정도의 대집단으로 숲과 절벽에 둘러싸인 강가에 마을을 
이루고 있어 물은 부족함 없이 쓰지만 농촌에서 실장석이 구할 수 있는 페트병은 버려진 농약 
병 정도라 거기에 물을 떠 마시곤 비명횡사 하는 일이 잦았기에 실장석들이 올 때는 노인이 
물을 준비해 준다.
이 마을실장석들은, 마을에 ‘일’ 을 하러 온 것 이었던 것이다. 
300마리의 실장석중 구더기와 엄지를 제외한 150마리 정도가 단 일곱 가구가 있는 이 마을에 
일을 하러 온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오, 지로군.” 
그때 마을에서 유일하게 30대인 지로가 지나가다 노인을 보고 인사를 했다. 
“지로군이 말 한대로 이 아이들이 도와주니 한결 좋구먼. 적적하지도 않고...” 
“네...” 
도시에서 귀농한 지로는 간만에 마을에 생긴 젊은 사람이라는 점과 함께, 
‘실장석을 농사에 쓰는’ 의견을 낸 장본인이다. 
주로 감자인 농작물을 파가긴 해도 큰 피해는 아니고, 애초에 온화한 분위기의 마을이라 별로 
신경 쓰지 않던 실장석들을 농사에 도움을 시킨다는 말에 마을 노인들은 호기심 반 적적함을 
달랠 생각 반으로 마을실장들이 있는 강가로 갔었다. 
그리고 인간을 보고 사방팔방으로 달아나거나 숨는 마을실장들에게 간신히 인간의 언어와 손 
짓발짓으로 서로 의사소통을 해 뜻을 전달했다. 
처음엔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심하던 실장석들도 ‘일’을 나갔던 몇몇 이웃들이 감자와 함께 
들고 온 식빵이나 아예 가족 전체가 머리에 이고 돌아온 깨끗한 스티로폼 상자를 보곤 다음날 
앞 다투어 몰려갔다. 
노인들에겐 실장석의 힘이라도 수가 많으니 제법 도움이 되었고 린갈을 가지지 않았어도 몸짓 
과 울음소리로 의사소통이 되는 실장석들과 함께 있어서 적적함을 달랠 수 있다는 게 즐거웠 
고 실장석들은 일이 끝나면 먹을 것과 가끔씩 타월이나 스티로폼 상자 등 사는데 필요한 물건 
들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일은 하지 않고 보수만 받으려 하거나 보수에 대해 요구를 올리는 실장석도 있었지만 원 
래는 산실장이었던 마을실장들답게 그 수는 들실장들에게 같은 상황이 주어졌을 경우보다 훨 
씬 비율이 낮았고 인간에게 이것저것이 주어지는 이상적인 상황이 망쳐질 걸 우려한 장로 실 
장석의 명령에 의해 모두 강에 산채로 던져졌다. 
그렇게 해서 실장석은 인간에게 도움이 되고 인간은 실장석들을 대우해주는, 
도시에선 실장석과 인간 양측 모두 상상도 못 할 기적적인 공생관계가 이루어져 있었던 것이 
다.
“자, 다시 가자꾸나.” 
데스~ 
데스우~ 
느긋이 쉬다가 햇볕이 시들해지자 노인은 실장석들과 함께 다시 밭으로 나갔다. 
실장석들이 감자를 자루에 채우는 건 불가능하기에 캐내서 모아온 감자를 채우는 건 노인의 
일이었다. 
그날의 일이 끝나자 성체들은 노인이 자루에 넣지 않고 바닥에 남겨둔 감자를 하나씩 집어 들 
었다. 
그리고 일가별로 모인 실장석들에게 노인이 일가의 수에 따라 네다섯 장씩의 식빵이나 먹을거 
리를 나눠주었다. 
데스! 
데스우~! 
식빵과 감자를 안고 손을 흔들며 걸어가는 마을실장들을 배웅한 노인은 트럭에 달린 작은 작 
업용 크레인을 이용해 감자 자루들을 올려 싣기 시작했다. 
“...........” 
그리고. 
그 모습을, 숲 속에서 지로가 담배를 문 채 응시하고 있었다. 
“생각했던 거 하곤 좀 다르지만... 뭐, 이것도 나쁠 건 없는지도...” 
그러나. 
실장석과 인간의 공생이 이루어진 그 모습은, 어느 실장석과 어느 인간에 의해서 깨지게 된 
다. 
-쿵 
덱! 
테치익! 
테!
그날 밤. 
도시쪽으로 향하는 마을의 유일한 큰길에서, 남의 눈을 피하듯 한밤중에 달려온 고급 승용차 
의 문이 열리더니 골판지 상자 하나를 아무렇게나 내던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들려온 비명을 무시하고 문을 닫더니 급히 후진을 했다가 차를 돌리곤 사려 
져갔다. 
데샤아아아악-!!! 
골판지 안에서 허겁지겁 기어 나온 분홍색 옷을 입은 성체 실장석 하나가 멀어져가는 차를 보 
며 화를 냈다. 
버려진 것에 대한 불안도 당혹감도 아닌, 분노하는 것이다. 
그러나, 하찮은 인간에게 언제나 하던 대로 분노했지만 언제나와 달리 와타시를 무시하고 멀 
어져 가는 차를 보면서 그 성체 실장석의 눈이 멍해졌다.
데... 데데-!!! 
잠시 뒤 울려 퍼진 절규는, 마을의 평화의 끝을 알리는 소리였다. 
데스우... 
며칠 뒤. 
그날도 수확기의 여느 날처럼 일을 준비하던 노인은 일을 하러 온 실장석들의 모습이 이상한 
것을 깨닫고는 의아해했다. 
실장석들은 평소보다 적은 수가 오기도 했고, 모두 초췌하거나 표정이 어두웠다. 
“무슨 일이 있나?” 
데...? 데스데스... 
한 실장석이 뭔가를 중얼거렸지만 린갈 같은 물건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는 노인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날 하루 종일 평소와는 달리 활기차지 않은 분위기였지만 어쨌든 일을 마쳤다. 
데스우...
그리고 식빵을 받은 마을실장들은 인사조차 하는 둥 마는 둥 하곤 서둘러 돌아가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받은 식빵을 잘라 새끼들과 나눠먹으며 보람차게 귀가하던 실장석들도 있었지만 모 
두들 식빵엔 입조차 안 대고 황급히 짧은 다리를 서둘러 움직여 멀어져 가는 마을실장들을, 
노인은 그저 의아해 하며 배웅 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뒤. 
절벽을 등진 강가. 
그 직각삼각형 모양으로 양면이 막힌 공간에 만든 마을에 돌아온 마을실장들은 서둘러 장로가 
사는 가장 큰 골판지로 향했다.
“데스우!” 
“늦은데스! 이 천한 노예데샤아아아-!!!” 
그 안에는. 
머리에 못이 박힌 장로 마을실장의 시체를 깔고 앉은 채 산처럼 쌓인 식빵을 먹고 있는 분홍 
색 옷의 실장석이 있었다. 
"테치? 더러운 것들이 돌아온테치." 
“너무 보지마는 테치. 눈이 더러워지는 테프프프프” 
그리고 다음 장로로서 길러지던 장로의 영리한 새끼를 독라로 만들어 말처럼 타고 놀던 분홍 
색 옷의 뒤룩뒤룩 살 찐 자실장 두마리도 들어온 마을실장들은 보고 비웃었다. 
“데스우... 인간상에게 먹을걸 받아온 데스...” 
“데? 지금 뭐라고 한 데스?” 
마을실장 중 맨 앞에 서있던 실장석의 말을 들은 분홍색 옷을 입은 실장석의 눈에, 그 순간 
핏발이 섰다. 
“인간들에게 상을 붙일 필요 없는데아아아-!!!” 
마치 갑자기 발작을 일으킨 것 처럼 미친듯한 모습에 마을실장들이 움찔하며 물러났지만 분홍 
색 옷을 입은 실장석의 발광은 계속 됐다. 
“그런 것들 그냥 인간으로 충분... 아니 똥노예라 부르는데샤-!!! 데샤아아악-!!!” 
“데...” 
한참을 아락바락 소리를 지르던 그 실장석은 제풀에 지쳐선 조용해지더니 다시 장로의 시체를 
마치 왕좌라도 되는 듯이 깔고 거만하게 앉았다. 
마을을 이끌고 존경받던 장로의 그 처참한 모습에 몇몇 마을실장들의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아 
무도 나서는 실장석은 없었다. 
그 앞에서 분홍색 옷을 입은 실장석은 감자는 거들떠도 안보고 식빵만을 전부 빼앗아 이미 산 
처럼 쌓인 무더기 위에 올렸다.
“데... 또 그냥 빵데스! 고귀한 와타시에게는 햄과 치즈가 들어간 크로와상이 어울리는데스! 
이 마을의 똥노예들은 전부 거지데스!?” 
“데...” 
마을의 모두가 먹고도 남을 인간상들의 맛있는 먹을거리에 불평을 하는 그 실장석에게 마을실 
장들이 분노에 찬 시선을 슬쩍 향했지만, 
마을 실장들은 저 ‘원사육실장’ 에게 손을 댈 수 없었다. 
“데스.. 다 만든데스.” 
그때 일을 나가지 않고 있던 반 수 정도의 마을실장들중 일부가, 나뭇가지를 한 아름 안고 들 
어왔다. 
끝이 뾰족해지게 돌에다 갈은 나뭇가지들이 가득한 걸 본 원사육실장이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데퍄퍄퍄퍄! 이걸로 이제 와타시는....” 
“데야아아아아아-!!!” 
“데데?!” 
그때, 나뭇가지를 들고 온 마을실장들 중 한마리가 나뭇가지 하나를 들고 원사육실장에게 달 
려들었다. 
“데캬아아아아-!!!” 
뾰족한 나무 끝에 팔을 스친 원사육실장이 마치 배라도 뚫린 듯한 비명을 고래고래 질러대며 
팡콘을 묵직하게 부풀리더니 바닥을 뒹구는 위로 마을실장이 나뭇가지를 치켜들었다. 
“더 이상 못 참는데샤아아!!! 죽는 데스우우우-!!!” 
“데! 데?!” 
바닥에 드러누운 채 손을 휘젓던 원사육실장이, 뒤쪽에 당황해서 서있던 마을실장들에게 찢어 
지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뭐하는데샤아아아-!!! 이 무능한 쓰레기들! 와타시를 보호하는데스!” 
“........” 
“와타시가 죽으면 너희들의 새끼들도 전부 죽는데스우우우우-!!!” 
“데....!”
“데스!” 
그 말에, 몇마리의 마을실장이 나뭇가지를 든 이웃을 황급히 잡았다. 
“그만두는데스! 아이들이 죽는데스!” 
“놓는데샤아아! 저놈을 죽이는데스우!” 
“데프프프...” 
일어난 원사육실장은 그제서야 스스로의 위엄을 되찾으려 머리를 여유롭다는 듯이 쓸어 넘겼 
다. 
애초에 위엄은커녕 얼굴엔 방금 바닥을 뒹굴며 묻은 흙먼지에 두 줄기의 선명한 콧물자국이 
흐르고 아직 고급실크 사육실장용 팬티가 녹색의 대변 덩어리를 가득 담고 늘어져 있는 모습 
이지만 와타시의 고귀함을 믿어 의심치 않는, 의심할 능력도 없는 원사육실장은 양팔을 좌우 
에서 잡힌 그 마을실장의 얼굴을 후려쳤다. 
-팡! 
“덱!” 
“감히! 와타시의 아름다운 몸에 상처를 낸데스?!” 
-팡! 팡! 
“천한 실장석 주제에 분수도 모르는데스-!!! 이 큰 죄는 너의 목숨으로도 사죄가 되지 않는데 
샤아아악-!!!! 아아아아악-!!!!” 
다시 미친 듯이 발작을 일으킨 원사육실장. 
실장석의 뭉툭하고 무른, 소세지나 다름없는 팔로 치는 것이기에 펑펑 하는 소리가 날 뿐이지 
만 맞는 것도 같은 실장석이기에 순식간에 마을실장의 얼굴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데아아아악!!! 데샤아아아아아-!!!! 캬아아악!!!!” 
마을실장의 얼굴이 뭉개져 입과 코에서 적록색 액체를 줄줄 흘리며 쓰러져도 분노가 가시지 
않은 원사육실장은 이젠 다른 마을실장들 사이에서 날뛰며 손에 닿는 대로 마구 때리기 시작 
했다. 
“무능한 노예데스! 와타시의 백옥 같은 피부에 상처가 나는걸 보고만 있는데스? 너희들의 천 
한 몸뚱아리는 그걸 몸으로 막으라고 있는 걸 왜 모르는데스! 멍청하기가 이를 데 없는데스우 
우우-!!!” 
“데! 데!” 
“데슥!” 
압도적 수의 차이에도 날뛰는 마마의 모습과 쫓겨다니는 커다란 마을실장들의 모습에 우월감 
이 가득해진 분홍색 옷의 자실장 두 마리도 어느새 끼어들어 마을실장들을 퐁퐁 두드리기 시 
작했다. 
“텟퍄퍄퍄퍄! 약해 빠진 어른들테치!”
“당연한테치 오네짱. 와타치는 사육실장테치! 천한 들실장은 어른이라도 절대절대 와타치보다 
약한테프프프프!!” 
“데스우우우...!” 
성체의 반도 안 되고, 인간에게 오냐오냐 길러지다 결국 감당 못 할 분충이 되어 버려진 자실 
장의 주먹 따위 산을 오르고 땅을 파며 살아온 마을실장들에겐 간지럽지도 않고 오히려 가볍 
게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척추 째로 머리통을 몸에서 뽑아낼 수 있지만 마을실장들은 굴욕감 
을 견디며 그저 참고 있었다. 
“역시 와타치가 최강테치이이-!!!” 
“데이... 데이...” 
“데... 데스...”
“데스우...” 
한참 뒤에야 원사육실장이 진정하자 여기저기 멍이 든 마을실장들은 신음하면서 다시 모였다. 
그리고 그중 한 마리가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섰다. 
“시킨 대로 인간상... 데... 똥노예의 먹을 것도 가져오고 뾰족한 나무도 다 만든데스. 이제 네 
가 숨긴 아이들을 돌려주는데스...” 
이것이, 마을실장들이 원사육실장을 거스를 수 없는 이유였다. 
그날도 엄지실장들과 구더기들을 마을에 남기고 인간상들을 도우러 나갔다 온 마을실장들은 
맞이한 건 안전한 마을에서 기다리다 달려 나와 반기는 엄지와 구더기들이 아니라 모은 식량 
을 엉망진창으로 헤집어 먹고 장로의 골판지 안에 널부러져 코를 골고 있는 세마리의 분홍색 
옷을 입은 원사육실장이었다. 
들실장과 다르게 사육실장에 대한 증오심은 희박한 마을실장들이었지만 마을을 침범당한 분노 
에 원사육실장을 두들겨 내쫓으려던 마을실장들은, 그 원사육실장의 말에 멈췄다. 
“데! 데데! 멈추는데스! 와타시를 죽이면 너희들의 새끼들도 죽는데스!” 
그 말을 들은 마을실장들은, 그때서야 마을에 항상 가득하던 엄지와 구더기들의 레치레치 레 
후레후 거리는 울음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불안감을 느꼈다. 
마을실장들이 당황하는걸 본 원사육실장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데프프프프! 너희들의 새끼는 와타시만 아는 곳에 모두 가둔데스! 새끼들을 돌려받고 싶으면 
고귀한 와타시와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굴복하는데스우우우-!” 
그리고 평화롭던 마을은 지옥이 되었다. 
새끼들을 되찾고 싶으면. 
이 말을 끝없이 외치며 원사육실장은 여왕이라도 된 듯이 제멋대로 굴었다. 
새끼들을 되찾고 싶으면 장로는 반항하지 말고 죽는데스. 
새끼들을 되찾고 싶으면 인간들의 먹을걸 바치는데스. 
새끼들을 되찾고 싶으면 따듯한 이불을 전부 가져오는데스. 
새끼들을 되찾고 싶으면 뾰족한 나뭇가지를 많이 만드는데스. 
인간들에게 받은 식빵은 원사육실장과 그 새끼들이 전부 독차지 했다. 
그것도 부드럽고 하얀 안쪽만 먹고 가장자리는 입도 안 댔지만 그것조차 가둔 너희들의 새끼 
들에게 줄 거라면서 손도 못 대게 했다. 
그 원사육실장들을 죽이는 건 간단하지만, 아이들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죽일 수도 
없기에 마을실장들은 갑자기 나타는 그 독재자를 꾹 참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오늘에야 뾰족한 나뭇가지를 다 만들었기에 아이들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원사육실장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감히! 감히 너라고 부른데샤?!” 
-팡! 
“데스욱!” 
앞에 나선 마을실장을 때린 원사육실장은 추하게 일그러진 얼굴에서 침을 튀기며 소리쳤다. 
“너희들과 달리 와타시에겐 인간이 지어서 바친 이름이 있는데샤! 앞으로 와타시를 부를땐 무 
릎을 꿇고 고개를 바닥에 조아리고 마리님이라 부르는데스우! 알겠는데스?!” 
“데... 데... 마리님... 아이들을 돌려주는데스...” 
“데프프... 와타시가 시킨걸 다 하면 돌려주는데스.” 
“데! 뾰족한 나무는 다 만든데스!” 
-펑! 
“어디서 말대답을 하는데스우우우-!!!”
“데이...” 
“시키는대로 하는데스. 너희들 모두 나뭇가지를 하나씩 드는데스.” 
골판지 안에 들어와 있던 마을실장들이 나뭇가지를 하나씩 들자, 마리는 아까 와타시를 찔렀 
다가 지금은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는 그 마을실장을 가리켰다. 
“저 녀석을 찔러 죽이는데스!” 
“데스우...!” 
이웃을, 동족을 찔러 죽이라는 말에 놀라는 마을실장들을 본 마리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소 
리쳤다. 
“어서 하는데샤아! 새끼들을 돌려받고 싶지 않은데스?” 
“데! 데... 데... 와타시의 아이들...” 
주저하던 마을실장 중 한 마리가, 나뭇가지를 쓰러진 마을실장에게 힘껏 찔렀다. 
“데... 데스우우우우-!” 
-푹! 
“데게아아아아-!!!” 
그리고 그 비명이 방아쇠가 된 듯이, 골판지 안의 모든 마을실장들이 달려들었다. 
-푹! 푸푸푹!! 
“데! 데쟈아아아-!!! 데아아아.... 데....” 
순식간에 바늘꽃이 같은 모습이 되어 잠시 꿈틀거리다가 축 늘어진 이웃에게서 뽑아낸 나뭇가 
지에 묻은 적록색 액체를 보며 흥분한 숨을 몰아쉬는 마을실장들을 보며 마리는 마음속에 소
용돌이치던 열등감과 분노가 우월감에 덮이는 걸 느꼈다. 
“데프프프... 이걸로 완벽데스. 와타시의 고귀함조차 몰라보는 똥노예들 따위 이 세계에 전혀 
필요 없는데스. 와타시의 이 군대로 모두 찔러 죽여 멸종시키는데스. 새끼 한마리 남기지 않 
는데스. 그리고 스테이크와 고급사육실장 옷과 따듯하고 밝은 커다란 집 모두 와타시의 손에 
넣는 데스우우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던 분충 사육실장의 마음은, 인간에게 버려지는 걸로 인간은 당연히 
와타시에게 복종하고 와타시가 다스려 주지 않으면 못 산다는 게 아니었다는 걸 싫어도 알게 
된 순간 터무니없던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미쳐버렸다. 
인간이란 소리를 들을 때 마다 마음속에서 치솟아 발작을 일으키게 하는 열등감을 잊고 어떻 
게든 다시 우월감을 느끼려는 그 욕망은 원사육실장에게 며칠 동안이나 마을실장들의 마을을 
살피고 남겨진 엄지와 구더기들을 잡아 마을실장들을 협박하게 할 정도의 영리함을 자아낼 정 
도로 절박했다. 
그리고 그 열등감이 자아낸 망상 같은 목표가 실현될 거란 확신에 찬 마리의 웃음소리가, 조 
용히 흐르는 강물의 위로 시끄러운 소음을 끝없이 퍼트리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노인은 밭에서 실장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날이 더워 반바지를 입고 실장석들에게 줄 물과 빵도 넉넉히 가져왔다. 
아예 오전은 실장석들과 함께 나무 그늘에서 쉴까 하고 생각하던 노인의 눈에 숲에서 몰려나
오는 실장석들이 보였다. 
“오? 오늘은 많이들 왔구나. 다른 집의 수확은 다 끝난 건가?” 
150마리 정도의, 마을실장의 성체와 자실장이 모두 모여 있고 그 손에 나뭇가지가 들려 있는 
걸 보고도 노인은 그걸 땅을 파기 위한 도구 정도로 생각했다. 
이 마을의 노인들은, 마을실장들을 영리하다면서 좋게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응?” 
그러나 그때, 노인이 초록색 옷을 입은 실장석들 사이에서 눈에 확 띄는 분홍색을 발견한 순 
간 그 실장석이 크게 울음소리를 냈다. 
데스우우우우-!!! 
데.... 데샤아아아-!! 
데스우우!!! 
데스우우우-!!! 
“어엇?” 
갑자기 뾰족한 나뭇가지를 겨누고 달려든 실장석들의 공격에 다리를 찔린 노인이 당황해서 소 
리를 질렀다. 
“왜들 이러는거냐?! 어이쿠!” 
반바지 아래로 드러난 맨 다리를 향해 찔러드는 수많은 나뭇가지들 위로 얼굴을 향해 날아와 
맞은 실장석들의 초록색 대변에 노인이 얼굴을 감쌌다. 
데-퍄퍄퍄퍄퍄퍄-!!!!!!!!! 데퍄퍄퍄퍄퍄퍄퍄퍄아아아악-!!!!!!!! 
상상하던 대로인 똥노예의 꼴좋은 모습에 마리의 가슴이 터질듯이 우월감에 차오르며 노인을 
손가락도 없는 손으로 가리켜대며 웃고 또 웃었다. 
그 앞에서 노인의 사방을, 뾰족한 나뭇가지를 든 150여 마리의 실장석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어떤가?” 
“안되겠습니다. 전부 퍼 내야겠네요.” 
“그래? 이게 어찌 된 건지...” 
같은 때. 
지로는 마을의 노인 한명과 함께 하류 저수지의 수문을 살펴보고 있었다. 
수문이 왠지 모르게 고장 나 올라가지 않는걸 봐달라는 부탁을 받은 지로가 '원인'을 발견하 
고는 그 이상한 이유에 고개를 갸웃 거리던 때, 저 멀리서 마을 사람 한명이 뭔가 소리치며 
다급하게 지로를 부르고 있었다. 
“.....?”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난 분위기에 지로와 노인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서둘러 마을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겨진 수문엔 문 틈과 체인에 가득 끼어 수문을 고장 낸 원인인 엄지실장과 구더기실장의 불 
어터진 익사체들만이 물속에 수없이 가득한채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키키긱! 
급히 달리던 지로가 마을 어느 집의 낡은 철문을 밀어 젖히자 녹이 슨 철문이 거슬리는 소리 
를 냈다. 
그리고 지로의 눈이, 울고 있는 할머니와 그 주위에서 할머니를 위로하는 다른 노인들을 향했 
다가 방문을 향했다. 
“어르신!”
방문을 밀치고 들어간 지로를. 
“어이구... 지로군 도 왔는가.” 
방안에 깐 이불에 앉아있던 노인이, 쓴웃음을 지으며 맞이했다. 
강가의 마을에 실장석이 있는 풍경 - 2 
실장석들이 갑자기 마을의 노인을 공격했다는 말을 듣고 달려왔지만, 실장석이 공격을 했다고 
해도 노인의 상처는 다리에 생긴 생채기뿐이었다. 
“괜찮다는데도 저 사람이 놀라서 극성이네 그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노인의 표정에서 숨길 수 없이 드러나는 충격과 배신감. 
그리고 갑자기 실장석의 녹색 대변을 묻히고 다리에서 피가 난 채 돌아온 남편을 보고 놀라서 
쓰러졌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던 할머니를 보던 지로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 씹새끼들이.” 
일그러진 입가가 중얼거린 험악한 단어는 평소의 지로의 모습에선 전혀 상상 할 수 없는 말이 
었지만, 지로는 이 ‘옛날의 말투’에 문득 그리움을 느끼곤 다시 입가를 일그러트렸다. 
“후우...” 
일단 노인이 무사한 걸 확인한 지로는 집을 나서서 골목에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지로군...” 
“..........” 
그때 누군가가 뒤에서 말을 걸었다. 
뒤를 돌아본 지로는, 마을의 이장이 서있는걸 보고는 한 모금밖에 빨지 않았던 담배를 껐다. 
잠시 뒤. 
지로는 이장과 함께 마을 이장 집의 툇마루에 앉아 있었다. 
여기서 몇 번이나 차를 대접받은 적이 있었지만 오늘은 술병이 굴러다닌다는 게 다른 점이었 
다. 
“.............” 
“.............” 
말이 없는 두 사람의 사이를 담배연기가 흘러갔다. 지로가 아니라 이장이 씁쓸하다는 듯이 피 
워 올리는 연기였다. 
“일이 이렇게 되다니... 처음부터 자네의 말을 들을 걸 그랬네.” 
“아닙니다... 저도 처음엔 마을의 모습에 놀랐습니다. 이렇게 될 수도 있구나, 하고요. 그러나 
그것도 끝이군요.” 
“하지만 나는 아직도 모르겠네. 그 착한 아이들이 어째서...” 
아직 그 마을실장들에게 애정이 남은 이장의 말은, 습격당한 노인을 포함한 마을 모두의 생각 
이기도 했다. 
이 신뢰와 애정을 녹색 대변을 던져 더럽힌 그 해충들을 생각한 지로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인간이든 실장석이든... 배신하는 건 두 가지 이유 중 하나입니다. 뭔가를 더 얻고 싶거나... 
뭔가를 도저히 버릴 수 없을 때죠.” 
마을에 온 뒤로 처음 보이는 지로의 험악한 표정과 말투에 순간 놀랐던 이장의 얼굴이 어두워 
졌다. 
“하지만 들실장도 아니고 마을실장인 녀석이 욕망으로 이런 일을 할 배짱도, 이유도 없습니 
다. 아마 외부 요인이 있겠죠.” 
“외부...?” 
“며칠 전... 한밤중에 고급 승용차가 큰길에서 들어왔다 바로 나간 적이 있습니다.” 
실장석. 
고급 승용차. 
그리고 또 하나의 단서. 
이것만으로 이미 결론을 내린 지로가 말했다. 
“아마 도시에서 사육되던 사육실장을 내다버렸겠지요. 그 녀석이 원인일 겁니다.” 
“그럼... 그 사육실장을 돌려보내면 원래대로 돌아오겠나?” 
‘돌려보낸다, 인가...’ 
여기까지 와서도 살생을 피하려는 이장의 마음에 이번엔 지로가 씁쓸함을 느꼈다. 
“아뇨. 설령 주동자를 제거한다고 해도 그 녀석들은 이미 한번 인간에 대한 우월감을 맛봤습
니다. 그 어르신이 당황해서 돌아오신 걸 자신들이 인간을 쫓아냈다고,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 
겠죠. 마음속으로 인간을 쫓아낸 자신들을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 지금까지와는 태도가 
다를 겁니다.” 
“그런가...” 
지로는 남은 술은 단숨에 비우곤 일어섰다. 
“이후는 제가 알아서 제 방식대로 하겠습니다. 마을의 다른 어르신들께 설명을 드려 주십시 
오.” 
이장의 집을 나선 지로가 핸드폰을 꺼내 잠시 주저하다가 전화를 걸자, 신호가 한번 울리는 
순간 바로 전화가 연결되었다. 
“........나다.” 
3시간 뒤. 
“..........” 
마을 입구 앞에서 담배를 물고 서있던 지로가 시계를 들여다본 순간. 
-부와아아아아아아아아앙-!!! 
도시로 통하는 유일한 큰길과 연결되는 흙길 위에서, 흙먼지를 피워 올리면서 네 대의 다인승 
승합차가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언뜻 봐도 시속 80km 이상의 속도로 한껏 엑셀을 밟고 있는 그 다인승 승합차들은 험한 흙 
길을 아랑곳하지 않고 흔들거리며 전력으로 달려와서는, 지로의 앞에서 급정지를 했다. 
-키이이이이이익-!!! 
“...........” 
순식간에 자욱이 일어난 흙먼지에 살짝 눈을 찌푸린 지로의 앞에서 차의 슬라이드 도어가 옆 
으로 밀려 열리더니 운동복 차림의 남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아무리 다인승이라고 해도 어떻게 다 타고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몰려나온 수십 명의 남자들 
은 지로 앞에 서더니,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형님.” 
그 중에 단 한명, 양복을 입은 남자만이 고개를 숙여서 인사하고는 지로를 응시했다. 
오랜만에 보는 그 날카로운 눈매에 지로도 미소를 지었다. 
“...형님이라니. 이젠 떠난 놈이다. 하지만 부탁할게 너희들 밖에 없구나... 신세 좀 지자.” 
“예! 뭐든지 언제라도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래. ...회장님은 건강하시냐.”
“정정하십니다. 아, 회장님께서 형님에게 선물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양복을 입은 남자의 눈짓에 그때까지도 허리를 숙인 채 미동도 없던 남자들 중 한명이 차로 
뛰어갔다가 커다란 상자를 지로에게 공손히 건넸다. 
“회장님께서...” 
남자가 내민 시가 수십만엔 상당의 고급 마츠자카 소고기 선물세트의 아름다운 꽃무늬 마블링 
을 내려다보던 지로도 공손한 자세로 선물을 받았다. 
“떠난 녀석도 이렇게나 챙겨주시니 여전히 인자하시구나.” 
“형님은 회장님의 아들이나 다름없지 않았습니까. 떠나시지만 않으셨으면 다음 회장은... 회장 
님이 물러나신 지금은 미나쿠모 같은 녀석들이 설치고 있습니다.”
“............” 
지로는 말없이 씁쓸한 표정으로 상자를 운동복 차림의 남자에게 들고 있으라며 건넸다. 
““........아.”” 
잠시 침묵이 내려앉은 그때 문득, 그 고기를 보던 지로와 남자가 까먹고 있던 무언가를 떠올 
렸다. 
“...내가 구해오라고 한 건 다 구해왔지?” 
“....네.” 
“.......근데 너네, 먹을 건 챙겨 왔냐?” 
“...........” 
그날 저녁.
지로의 집 마당에 가득한 텐트 사이에서 운동복 차림의 남자들이 모닥불 위에 커다란 솥을 걸 
고 있었다. 
“고기! 고기! 소화 잘 되는 고기-!” 
“...애들 좀 잘 먹이지 그랬냐.” 
“면목 없습니다...” 
결국 고급 소고기 세트는 바로 전부 전골로 바뀌게 되었다. 
지로가 마을 잔치 때 쓰는 커다란 솥을 빌려왔지만 그래도 양이 약간 모자랄 것이다. 
그렇다고 마을의 구멍가게에 물건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구멍가게를 하던 할머니가 
실장석들에게 공격당한 할아버지 때문에 지금은 누워계시다.
다시 도시로 갔다 오기도 시간이 걸리니 저녁은 아쉬운 대로 고기만 들어간 샤브샤브가 될 계 
획이었다. 
“마을에 간만에 젊은이들이 넘치니 활기차서 좋구먼.” 
“아, 어서 오십시오. 어르신.” 
““““““““““““““““““““““““안녕하십니까아-!”””””””””””””””””””””””””””””””” 
그때 마당에 들어선 이장은 지로를 따라 일제히 허리를 숙이는 남자들을 보고 순간 놀랐지만 
곧 인자하게 웃으며 다른 노인들과 들고 온 물건을 건네주었다. 
“마을에서 나는 건 감자와 야채뿐이네만, 이거도 같이 넣어서 먹게.” 
노인들이 준 배추와 무 등을 받은 남자들이 수돗가로 가서 씻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자르러 품속에서 꺼내든 사시미 칼이 안보이게 슬쩍 이장의 시선을 몸으로 가 
린 지로가 이장에게 감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같이 드시지요?” 
“아니, 우리건 이미 받지 않았나. 다들 마을회관에 이미 모여 있네.” 
의아해한 지로가 양복을 입은 남자를 돌아보자 남자가 말했다. 
“회장님께서 형님이 내려가신 마을의 어르신들께도 인사를 드리라며 따로 주신 게 있습니다. 
아까 애들이 전해 드렸습니다.” 
“그런가...” 
“그분께도 감사하다고 전해 주시게나.” 
“예. 어르신.” 
이장과 노인들이 마을회관으로 간 뒤, 떠들썩한 마당을 떠난 지로와 양복의 남자는 둘이서 안 
방에 따로 상을 두고 마주 앉았다. 
“좋은 곳이군요. 이 마을은.” 
“그렇지?” 
남자는 지로가 따라준 술을 고개를 돌리고 손으로 가린 채 마셨다. 
그리고 술병을 다 비운 뒤 지로가 뒷마당에서 양동이를 가져 와서 내려놓았다. 
-퉁 
“.........” 
그 양동이의 안을 본 남자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이딴 일에 불러서 미안하다. 하지만 그 새끼들을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냐.” 
“네. 알겠습니다...” 
같은 때. 
“데스우우우우!” 
“데스! 데스!” 
“데스우우우우!!!” 
강가의 실장석들의 마을. 
어두워져 가는 숲속에서 실장석들의 울음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마을의 한 가운데엔 산더미 같이 감자가 쌓인 무더기가 있었고 그 위에 올라선 분홍색 옷의 
원사육실장의 울음소리에 아래에 모인 마을실장들도 소리를 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보는데스! 고귀한 와타시의 지휘에 인간은 한방이었던 데스! 이렇게나 가득 먹을 걸 뺏은 데 
스!” 
“테치! 테치!” 
감자 무더기의 중간에 올라서서 같이 의기양양하게 외치는 분홍색 옷의 자실장들도 한껏 흥분 
해서 외치며 마치 그곳은 개선장군을 맞이하는 환영식 같은 분위기였다. 
그 감자 무더기는 언제나 받아오던 생감자 일 뿐이지만 하나씩만 들고 오던 감자를 오늘은 노 
인이 떠난 후 밭을 마음껏 헤집어 모조리 들고 온 그 체험이, 마을실장들에게도 승리감을 불 
어 넣고 있었다. 
친했던 인간을 공격한다는 죄책감과 인간의 크기에 대한 공포는, 노예의 증거인 녹색 대변을 
묻히고 도망가는 인간의 모습에 싹 사라지고 그 자리엔 미칠 듯 한 우월감과 자존심으로 가득 
해져서 마을실장들은 어느새 자발적으로 원사육실장을 따르고 있었다. 
그 변화는, 지로가 예견한 그대로였다. 
“그런데스! 뺏은데스!” 
“지금까지 뺏기던 와타시들의 감자를 되찾은데스!” 
어느 샌가 일을 돕고 대가로 받아오던 기억은, 산더미 같은 감자를 모두 독차지 하곤 달랑 하 
나만 주는 악독한 인간의 모습에 덧 씌워져있다. 
이제 와서 그게 억울해서 견딜 수 없어진 마을실장들이 눈에 핏발을 세우고 발을 구르는 위에 
서 원사육실장이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데프프! 이런 감자 따위에 연연하는 천한것들 데스!”
“데...?” 
“와타시는 만족하지 않는데스! 이 마을의 똥노예들을 모두 죽이는데스! 이번엔 도망치는 것도 
허락해 주지않는데스. 그래도 모자란데샤아! 도시! 도시로 가는데샤! 이런 촌구석하고 달리 화 
려하고 고귀한 게 가득한 도시야 말로 와타시의 나라로 적당한 데스!” 
“데... 도시데스?” 
“감자따위는 너네나 실컷 먹는데스. 와타시는 도시에 가서 스테이크와 초밥을 맘껏 먹는데 
스!” 
“초밥테치!” 
“스테이크테치이!” 
원사육실장들이 외친 초밥과 스테이크란 단어.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는 초밥과 스테이크란 말을 듣는 순간 마을실장들의 위석 깊은 곳 
에서 본능대로, 그 영혼에 새겨진 전설의 단어가 떠오르며 일제히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들었 
다. 
“데... 초밥데스!” 
“스테이크를 먹는데스우우우-!!!” 
“행복데스우! 특별데스우-!!” 
“아이도 가득, 가득 낳는데스! 온 세계가 와타시의 아이들로 가득해지는데스!” 
“....데?” 
그 순간. 
아이라는 말에 몇몇 실장석이 퍼뜩 정신을 차리듯 고개를 들었다. 
“데... 마리님 질문이 있는데스.” 
“뭐든지 묻는데스. 와타시가 모르는 건 없는데스!” 
“와,와타시의 엄지짱과 구더기짱들을 이제 돌려주시면 안 되는데스...?” 
“데스.....?” 
잠시 진심으로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한 원사육실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간신히 자신이 
했던 일을 기억 해냈다. 
“너... 너희의 새끼들은 나중에 돌려주는데스!” 
“어째서데스?” 
“데.... 그, 그런데스! 너희의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데스!” 
“데?” 
“와타시는 영화라는 걸 보고 배운데스. 이제 한번 쫓겨난 똥노예들은 반드시 반항하러 오는데 
스! 강한 와타시라면 걱정이 없지만 엄지나 구더기는 위험하니 숨겨 놓는데스!” 
“데... 인간들이 오는데스?” 
인간이 온다, 라는 말에 조용해진 실장석들은. 
잠시 뒤, 폭발적으로 웃기 시작했다. 
“데프프프프! 오라고 하는데스! 이제 인간은 두렵지 않은데스!” 
“그런데스! 몇 명이 와도 똑같은데스. 와타시들은 데... 데... 어쨌든 아주 많은데스!” 
마을실장들이 끝이 뾰족한 나뭇가지를 휘두르며 기세등등한걸 보며 원사육실장이 손을 내저었 
다. 
“방심하는 건 좋지 않은데스. 똥노예들은 천하고 멍청한 주제에 몸만은 미련하게 큰 데스. 와 
타시의 아름다운 몸매와 달리 전부 비만데스. 그런 녀석들이 몰려오면 귀찮고 위험한데스.” 
“데.. 위험데스?”
마리의 말에 아까까지의 기세는 어디 갔는지 조용해진 마을실장들을 내려다보면서, 원사육실 
장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와타시가 있으면 걱정 없는데스! 와타시에게 생각이 있는데스.” 
다음날 새벽. 
지로와 남자들은 어슴푸레하게 밝아오는 밭길을 걸어 강가, 마을실장들의 서식지로 향했다. 
“데프프... 온 데스? 인간.” 
“...........” 
그리고. 
강변에 도착한 지로와 남자들을, 나뭇가지를 든 실장석 무리의 한 가운데서 맞이한 한 실장석 
이 데프프프 거리며 낸 소리가 귀에 낀 이어폰형 린갈을 통해 번역이 되고 있었다. 
약 50여 마리의 실장석들이 열을 지은 것도 아니고 그저 한데 몰려 있는 한 가운데에, 지로의 
예상대로 녹색의 사이에서 확 눈에 띄는 분홍색 옷을 입은 실장석이 있었던 것이다. 
“이럴 거라고 생각했다. 네가 원흉이군... 원사육실장.” 
“데?” 
원사육실장이라고 불린 순간 그 실장석의 얼굴은 주름투성이로 쭈글쭈글하게 일그러졌다. 
실장석 특유의 분노한 표정이다. 
“무례한데스! 마리님 이라고 부르는데샤아아아-!!!” 
“예의가 없다, 라. 식사예절 하나 배우는데도 죽을 듯이 맞아야 하는 녀석들이 예의는 무슨. 
그리고... 버려졌으면 이름도 없는 거지, 원사육실장?” 
“데헤....!!!” 
지로의 말은, 버려진 열등감에 날뛰고 자신을 어떻게든 과시하려던 원사육실장에게 강제로 현 
실을 들이대고 있었다. 
마을실장들에게 인간을 버리고 왔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어느새 그 거짓말을 스스로도 믿던 원 
사육실장이지만 인간을 상대로 아무리 자존심을 세워도 절대적인 힘의 차이가 마음 속 한 구 
석에 두려움을 낳아 행복한 현실도피를 할 수 없는 것이다. 
“데... 데이... 그럴 리가 없는데스우우우우-!!!” 
“............” 
“잘 듣는데스! 와타시가! 인간을! 버린데스! 어디서 감히 헛소리를 지껄이는데샤아아!” 
“.........” 
아무 말 없이 내려다보는 인간의 경멸하는 눈이, 
그 똥노예가 와타시를 모시기를 포기하기 얼마 전의 그 눈이라는 것에, 
원사육실장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나무막대기를 들었다. 
“와타시를 내려다보지 마는데스! 엎드려서 빌게 해 주는데스! 모두들! 지금인데스우우우우-!!!” 
“데스우우우우-!!!” 
“데스우우우-!!!” 
“데스우우우우-!!!”
마리가 막대기를 휘두르며 소리치자, 
지로와 남자들이 들어온 수풀 쪽에서 숨어있던 100여 마리의 마을실장들이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앞에 있는 50마리를 합해 총 150마리. 
이 마을에 있는 성체 전부다. 
“....됐군. 그럼 말한 대로 부탁한다.” 
“예!” 
지로의 말에 양복의 남자가 손을 휘두르자, 운동복 차림의 남자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걸어가 
기 시작했다. 
“데! 인간들이 도망치려 하는데스! 허락하지 않는 데스! 다 죽이는데샤아아아-!!!” 
“데스우우우우-!!!” 
“데샤아아아아-!!!” 
똥노예들을 완전히 포위한 와타시의 군대가 뾰족한, 위협적인 나뭇가지를 들고 일제히 달려 
들어가는 모습에 원사육실장은 비장의 작전이 성공한 걸 느끼며 가슴을 폈다. 
인간의 집에서 ‘영화’ 란걸 본 적이 있는 원사육실장은 압도적으로 강하고 수가 많은 적들을 
상대로 기습과 포위작전을 펼쳐 몰살하는 주인공의 가슴 뛰는 모습에 흥분을 느끼며 영화가 
끝나고도 데스데스 거리며 군대를 지휘하는 장군 놀이를 하며 주인공과 자신을 겹쳐보고 있었 
다. 
하물며 지금은 와타시의 군대에 비해 똥노예들의 수는 달랑 10명. 
웃음이 나올 정도로 적다. 
와타시의 영광스런 승리이다. 
“데쟈아아아! 죽는데스우우우-!!!” 
사방으로 흩어진 남자들 중 한 사람에게 여러 마리의 실장석들이 나뭇가지를 찌른 순간. 
-우지직! 
“데” 
제일 앞서서 나뭇가지를 들이댄 마을 실장 한마리가 걸어가던 남자의 발에 깔리며 주위로 적 
록색 체액이 튀며 나뭇가지와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데?” 
“데! 데데데데-!!!” 
순식간이지만 확실히, 
신발 밑창에 눌린 이웃의 머리가 일그러지다가 압력을 이기지 못한 목뼈가 부러지고 그 기세 
로 척추가 등을 찢고 나와 녹색의 실장옷이 기괴하게 들려 올라간 걸 중심으로 양쪽으로 나뉘 
며 짓뭉개진 몸의 팔다리가 파들거리며 동강난 몸 아래로 내장과 터져 나온 녹색 대변이 쏟아 
지다가 인간의 발 아래로 완전히 사라지는, 
그 광경을 똑똑히 본 마을실장들이 멍하니 멈춰섰다. 
다음 순간, 찬물을 뒤집어 쓴 듯이 모든 마을실장들의 등골이 서늘해지며 머릿 속에는 단지 
한 마디만이 맴돌기 시작했다. 
“데! 이럴 리가 없는데스! 이럴 리가 없는데스!” 
“뭔가 잘못된 데스! 인간은 한방이어야 할 데스!”
“이럴 리가 없는데스! 어째서 안 죽는데스!” 
“..........” 
린갈에서 시끄럽게 들려오는 소리를 무시하며 그 운동복의 남자는 눈을 멀리 향해 강변의 숲 
을 둘러봤다. 
애초에 밟으려고 밟은 건 아니지만 구태여 피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밟은 것 뿐, 남자에겐 오 
랜만에 뵙는 형님이 주신 임무가 더 중요했다. 
그리고 곧 찾던 목표를 발견한 남자가 발걸음을 옮겼다. 
“테치? 테치테치?!”
“데에에에?!” 
사방으로 흩어진 남자들은, 숲 여기저기에 놓인 골판지와 스티로폼 상자. 
마을실장들의 집을 들어 올렸다. 
그 안에서 들려오는 자실장들의 울음소리를 들은 마을실장들은 온몸의 피가 거꾸로 치솟는 듯 
한 분노와 다급함을 느끼며 달려들었다. 
“데에에에!! 아이! 와타시의 아이들에게 무슨짓 데스우우우-!!!” 
“감히 인간이 와타시의 사랑스럽고 소중한 아이에게 손을 대는데스?! 당장 내려놓는데스!” 
반바지가 아니라 운동복에 가려진 발목과 정강이를 찌르는, 찌른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저 
톡톡 부딪혀 오는 나뭇가지를 무시하며 남자들은 마을실장들의 집을 강변 한 가운데로 들고가 
기 시작했다.
“데쟈! 데쟈! 죽는데스! 와타시의 아이들을 내놓는데스우우-!” 
“.............” 
골판지를 들고 가는 한 남자는 따라오며 나뭇가지를 들이대는 마을실장을 보더니, 코웃음을 
치고는 손을 아래로 뻗었다. 
“데?!” 
그 손의 중지와 검지 사이에 끼인 나뭇가지, 인간을 죽일 무적의 창이. 
-빠직 
인간의 큰 손가락 사이에 끼여 조금 힘을 주자 간단히 부러져버리는걸 본 마을실장은 멍하니 
두 자루가 된 창, 부러진 나뭇가지를 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걸어가는 남자의 바짓가랑이 
를 부여잡았다. 
“데! 멈추는데스!” 
실장석 한 마리가 바짓가랑이를 잡고 질질 끌려오든 말든 남자가 상자를 들고 도착한 곳에선 
양복의 남자가 커다란 케이지를 조립해 두고 있었다. 
-우르르르 
“테?! 테치이이이-!!!” 
“테챠아아아아?!” 
그 안에 골판지를 기울여 안에 들어있던 자실장들을 털어낸 남자는 빈 골판지를 접어 내려놓 
고는 다시 다른 집을 가지려 몸을 돌렸다. 
“데! 와타시의 아이들! 돌려주는데.... 데쟈아악?!” 
몸을 돌리다가 무심코, 바짓가랑이를 잡고 딸려 왔다가 뒤에 나동그라져 소리치고 있던 그 실 
장석을 밟아 짓이겨버린 그 남자가 움찔하더니, 지로 쪽을 보고 허리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아냐. 어차피 곧 우글우글 늘어나는 녀석들이니까 상관없다. 너무 많이 죽이지만 마라.” 
“예!” 
다시 숲으로 들어가는 그 남자와 교대하듯, 다른 운동복의 남자들도 마을실장들의 집을 하나 
씩 들고 와서, 케이지에 자실장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데.... 데.... 이럴 리가 없는 데스아아아아아악-!!!” 
그때. 
집을 옮기는 남자들과 그걸 따라다니며 나뭇가지를 찌르거나 인간들이 집을, 아이를 노리는걸 
알고 와타시의 아이들을 숨기려 안간힘을 쓰는 마을실장들이 사방에서 허둥지둥 거리는 난장 
판 속에서 아연실색해서 서 있던 분홍색 옷의 실장석이, 절규를 했다. 
“이럴 리가 없는데스! 와타시의 천재적인 지휘에 인간은 몰살데스! 그리고 와타시는 도시로 
가서 똥노예들을 다 죽이고 이 세상의 고귀한 여왕이 되는 걸로 정해져 있는데스! 그런데 어
째서 이런 데스우-?!?!” 
“.........후.” 
그 어이없는 상상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고 입 밖으로 뱉어내는 원사육실장을 보던 지로는 
한숨을 내쉬곤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이 썅!!!!!” 
참아온 분노와 어이없음을 한방에 터트리듯 힘껏 원사육실장을 걷어 찼다. 
“케에에에에에에엑-!!!!!” 
약간 비껴 찬 발끝이 왼쪽 팔과 가슴을 도려내듯이 산산조각으로 부숴버리곤 원사육실장을 멀 
리 날려 버리자 운동복의 남자 중 한 명이 달려가서 그 원사육실장을 집어다가 다시 지로의 
앞에 가져다 놓았다. 
“데... 데케에에에....” 
왼쪽 흉부가 완전히 사라져 반만 남은 가슴의 단면으로 보이는 심장도 찢겨 그 작은 심장이 
맥동 할 때마다 적색의 체액을 펌프처럼 콸콸 쏟아내며 그로테스크하게 움직이는 와중에 지탱 
할 흉부의 반이 날아간 목은 왼쪽으로 축 쳐져서 덜렁이는 원사육실장의 모습을 보던 지로는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헛소리는 다 했냐.” 
“데... 데헤에에엑....” 
말을 하기는커녕 입에서 피거품을 게워 올리는 원사육실장의 앞머리에, 지로가 반쯤 탄 담배
를 짓눌렀다. 
-치이익! 
“데에에에에에-!!!” 
화상의 뜨거움에서인지, 아니면 폐 하나가 날아가고 심장이 드러난 상처를 입은 상태에도 머 
리카락이 불타 오그라드는 것에 반응 한 건지 원사육실장이 한층 더 크게 비명을 질렀지만 지 
로는 아랑곳없이 분홍색 두건도 벗겨버리곤. 
-우지직! 
뒷머리 다발도 움켜쥐고는 힘껏 뽑아버렸다. 
“데하아아아-!!!! 데아아아아-!!!!” 
양 눈에서 피눈물을, 적색과 녹색의 액체를 줄줄 흘리며 고개를 미친 듯이 젓는 원사육실장의 
모습은, 어젯밤 그리고 얼마 전까지의 의기양양한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테치?! 테치이이이-!!!” 
“마마아아-!! 일어나는테치! 인간을 해치우는테치!” 
어느새 케이지 안에 다른 자실장들과 들어가 있던, 분홍색 옷을 입은 두 마리의 자실장이 원 
사육실장을 보며 필사적으로 외쳤다.
“와타치 아직 새 노예 못 찾은테치! 스테이크도 아와아와도 없는테치!” 
“그런테치! 새 노예를 구해주겠다는 약속을 어기면 안 되는테치! 와타치가 새 노예를 손에 넣 
을 때까지 와타치를 지켜야 하는테치이이! 일어나는테치! 마마아-!!!” 
“.........” 
그 어미에 그 새끼답게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 된 분홍색 옷의 자실장들이 뭐라고 떠들든 말 
든, 이미 가사 상태에 빠져 바닥에서 경련하고 있을 뿐인 원사육실장은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마을실장들은 새끼들이 갇힌 케이지 옆을 떠나지 못하고 데스데스 아우성치거나 아 
직도 남자들에게 나뭇가지를 들고 덤비고 있었지만 새끼를 버리고, 혹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새 
끼들과 도망치려던 일부 마을실장들을 숲 외곽을 빙 둘러 싸고 지키던 나머지 운동복의 남자 
들이 패서 반죽음을 만들어 들고 오자 양복의 남자가 말했다. 
“이걸로 끝입니다.” 
“그래...” 
지로가 턱으로 살짝 모인 실장석들을 가리키자 운동복의 남자들이 마을실장들을 둘러쌌다. 
“데.... 데.... 데스우....” 
그때서야 인간과의 압도적인 힘의 차이에 망상적 자신감이 깨지고 덜덜 떨고 있는 녀석. 
“어서 나오는데스! 와타시의 아이드으으을-!!!” 
케이지에 달라붙어 안에 우글거리는 자실장들 중 자신의 새끼를 찾아 소리치고 있는 녀석. 
“데쟈아아아! 데샤아아아아-!!!” 
아직도 나뭇가지를 들고, 인간에게 이길 수 있다고 믿으며 발악을 하는 녀석. 
-짜아아아악! 퍼퍼퍽!
“데아아아악-!!!” 
“데스우우?!?!” 
“데캬아아아-!!!” 
그 모든 마을실장들을 짓밟고 차기 시작했다. 
물론 힘 조절을 하고 있어서 즉사 하는 녀석들은 없지만 대부분은 중상을 입고 몇 마리는 가 
사상태에 빠져 바닥을 뒹굴었다. 
“데! 데! 그만하는데... 데케에엑!” 
“도망치는데스! 도망치는데...” 
“데아아아아-!!!! 데아아아아아-!!!! 오로로로롱-!!!” 
걷어차이며 필사적으로 비는 녀석, 
도망치려 바깥쪽으로 달리다 차여 다시 안쪽으로 날려가는 녀석, 
공포에 빠져 주저앉아 팡콘을 하고는 머리를 감싸고 그저 울부짖는 녀석 등 아비규환의 폭력 
은, 
시작 할 때처럼 지로의 턱짓으로 끝났다. 
“데... 데...” 
“테치! 테치! 테치이이이!” 
바닥이 대변으로 채워 질 정도로 팡콘한 자실장들이 울고 불며 날뛰고 도망치려 점프를 반복 
하는 케이지의 주위에 널브러진 마을실장 들 중, 서있는 녀석은 없었다. 
오히려 사지가 멀쩡한 녀석이 드물었고 다들 팔다리 한두 개는 짓이겨 지거나 머리가 떨어져 
나가 목에서 피분수를 뿜다가 천천히 멈추는 녀석도 있었다. 
그렇게 바닥에서 신음하는 백 마리가 넘는 실장석들 앞으로 지로가 나섰다. 
“장로는 여기 있나?” 
“데... 데... 장로님은... 죽은데스....” 
지로의 말에 마을실장 중 한마리가 힘겹게 일어나서 대답했다. 
마을실장들이 일을 올 때 그룹의 리더 역할을 하던 영리한 여러 마리들 중의 한 마리였다. 
“역시 그런가...” 
한숨을 내쉰 지로가 실장석들에게 소리쳤다. 
“이걸로 인간에게 반항한게 얼마나 큰 잘못인지 알았을 거다 쓰레기들!” 
“데...” 
“지금까지는 잘 지내왔지만... 이제부터는 다를 거다. 너희들은 전부 마을의 노예로 살아갈 거 
다!” 
“데헤!” 
“노예는 싫은데스!!” 
마을실장이나 산실장은 노예를 사역하는 풍습이 없지만 어쨌든 그것이 천한 입장으로 떨어진 
다는 걸 알고 있는 마을실장들이 쓰러져 있는 와중에도 반항했지만 지로가 자실장들이 든 케 
이지를 걷어차며 자실장들이 비명을 지르자 조용해졌다. 
“자업자득이다. 인간에게 이길 수 있다고 믿고 의기양양하게 덤비던 때에 너희들은 이미 끝난 
거야.” 
“데... 와, 와타시들을 협박을 받아서 어쩔 수 없이 한 데스! 마리님... 아니 저 녀석이 시킨 
대로 한 것뿐인 데스! 와타시는 잘못 없는 데스우우우-!!!” 
“그런데스! 와타시의 아이들이 납치당한데스! 협박당한데스!” 
“아이... 새끼들 말인가.” 
지로가 손을 흔들자 운동복의 남자 중의 한명이 실장석들 앞으로 나섰다. 
-촤아악.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양동이의 내용물을 바닥에 쏟았다.
“.........데?” 
“.....데.... 데! 데에에에에에-!!!” 
“데스우우우우?!” 
그 내용물, 새하얗게 불어터진 채 탁해진 눈동자를 드러낸 구더기와 엄지실장의 익사체들을 
본 마을실장들이 그 수많고 알아보기도 힘든 죽은 벌레들 사이에서도 각자 와타시의 구더기 
짱과 엄지 짱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비명을 질렀다. 
“데에에에-!! 이게 어떻게 된 데스우!” 
“와타시의 아이들은 무사하다고 한 데스우우우-!!!”
“이렇게 수가 많으니 가두고 먹이기도 귀찮았겠지. 애초에 처음부터 모두 강에 던져 버린거 
같지만...” 
“데.... 데스우우우우-!!!! 죽여버리는데스우우우-!!!” 
속은걸, 이미 구더기와 엄지 짱들은 살해당한지 오래였다는 걸 깨달은 마을실장들 중 몇 마리 
가 아직도 바닥에서 가사상태인 원사육실장에게 달려들었다. 
-퍼억! 
“데아악!” 
그러나 그 분노에 찬 발걸음은 지로의 신발이 얼굴 한가운데를 우그러트리며 멈췄다. 
“누가 맘대로 행동해도 좋다고 했나. 바닥의 이것도, 너희도 이제 마을의 노예다.” 
“데! 복수! 복수하는데스! 비키는데스! 인가아아안-!!” 
그럼에도 원사육실장에게 달려가는 한 마리, 아이들을 아끼는 마음이 가장 강했던 그 마을실 
장의 다리를 지로가 옆에서 걷어찼다. 
“데켁?!” 
그 순간 무슨 주성치 영화처럼 옆으로 빙글빙글 회전하며 날려갔던 마을실장이 바닥에 떨어졌 
다.
영화와 다른 점은, 차이는 순간 양 다리가 배와 함께 부서져 날아가 상반신만 남아 내장이 줄 
줄 흘러나왔다는 것이다. 
주성치 와 로메로가 합작 영화를 만들었을 경우에나 볼 광경이다. 
“데... 데웨에에엑!!! 데갸아아아아-!!!”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이미 사라진 배가 이어져 있던 부분, 아래쪽에서 끔찍한 통증이 올라 
오며 입에서도 적록색 액체를 왈칵 뿜어냈다. 
“데케엑... 도... 도와주는데스우!” 
그 마을실장은 이웃들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모두 공포에 질린 눈으로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
다. 
어차피 본보기로 몇 마리를 죽일 생각이었던 지로는 일부러 단번에 죽이지 않고 내버려 두었 
다. 
“데... 데스우...” 
잠시 뒤, 상반신만으로 바깥쪽으로 도망가려는 듯 기어가던 마을실장이 힘이 다해 죽은걸 본 
지로는 만의 하나를 위해 그 상반신 마저도 짓이겨버리곤 마을실장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데... 데....” 
“데스우...” 
“테치....” 
성체들은 이미 일어설 정도로 회복했지만 모두 바닥에 웅크린 채 공포에 질려 있었고 케이지 
안의 새끼들도 힘없이 구석으로 파고들거나 이미 눈이 탁하게 변한 채 바닥에 오그라들어 있 
는 녀석도 있었다. 
대충 250여 마리. 
보통 들실장은 성체보다 새끼들이 많지만 마을실장은 들실장보단 엄격한 솎아내기를 하기도 
하고 구더기와 엄지가 전부 제외 되었기에 이 정도 수였다. 
“전부 마을로 간다. 일어서.” 
케이지를 두 명의 남자가 들고 그 뒤를 힘없는 발걸음으로 성체들이 따라가기 시작하자 남은 
남자들은 마을실장들의 집이었던 골판지와 스티로폼 상자를 모아서 폐기용 봉투에 넣기 시작 
했다. 
“데...” 
마을이, 집이 사라지는 그 광경에 마을실장들이 눈물을 흘렸지만 죽은 이웃이나 아직 가사상 
태에 빠져 따라갈 수 없는 이웃들이 뽀각뽀각 하는 소리를 울리며 머리를 몇 번이나 돌려지고 
는 봉투에 담기는걸 보면서 반항하거나 도망가려 시도하는 마을실장은 없었다. 
가사상태의 실장석으론, 유일하게, 원사육실장만이 목줄에 매인 채 질질 끌려오고 있었다. 
“데....” 
잠시뒤. 
그 기묘한 행렬이 마을에 도착하자 마을실장들은 어제와는 전혀 다르게 보이는 마을의 모습을 
멍하니 둘러봤다. 
일을 하러 오면 인간상들이 반겨주고 먹을 걸주고 같이 지낸 곳. 
인간들이 와타시의 감자를 빼앗고 가혹하게 일을 시키던 곳. 
똥노예들을 모두 죽이고 와타시들의 마을이 되었어야 할 곳.
하지만 지금은. 
“데! 데스우! 데스우우우-!!!” 
그때 한 집 앞에 나와서 그 행렬을 쳐다보는 할머니를 발견한 마을실장 하나가 뛰쳐나갔다. 
“데! 그때의 상냥한 인간상데스! 부탁데스! 와타시를 구해주는데스! 저 무서운 인간들한테서 
구해주는데스우우우-!!!” 
마을의 노인들 중에서도 유난히 마을실장들은 손녀처럼 아끼던 할머니는, 마을실장을 내려 보 
다가 지로에게 고개를 들었다. 
“지로군... 결국 이렇게 된 건감.” 
“네...” 
“그렇구먼...” 
“...이 빌어먹을것이!” 
-퍼억! 
“데겍!” 
그리고는, 지팡이들 들어 그 마을실장을 때리기 시작했다. 
마을 노인들의 마지막 희망. 
마을실장들에게 아직 가능성이 있다면 원흉일 원사육실장만 처리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 
고, 
전부를 끌고 왔다는 건 역시 마을실장들도 진심으로 마을의 노인들을 얕보는 태도였다는 것이 
기에 노인들의 실망감과 분노가 터져나온것이다. 
“너희들이! 어떻게! 이럴수가 있노!” 
“데! 데데! 데에엑!” 
내리쳐지는 지팡이를 피하려 머리를 감싸고 우왕좌왕하던 마을실장의 눈이, 툇마루에 연결된 
방 안에서 내다보는 할아버지와 마주쳤다. 
“데스우! 도와주는데스우우-!!!” 
“............” 
어제만 해도 데퍄퍄퍄 거리면서 나뭇가지를 자신에게 들이대던 마을실장의 그 모습에, 
노인은 더러운걸 본 듯 눈살을 찌푸리곤 방문을 닫아버렸다. 
-탁 
“데...” 
그 소리는. 
원사육실장과 마을실장들이 힘을 합쳐. 
자신들의 미래를 닫아버린 소리였다. 



“테치이이...” 
자실장 한 마리가 비틀비틀 걷고 있었다. 
그 발걸음이 위태로운 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10cm 정도의 새끼가 자신의 몸만 한 크기의 
감자를 안고 힘겹게 걸어가고 있기 때문에 당연할 것이다. 
“테... 테쟈!” 
그 순간 감자에 가려 발아래가 안보이기에 작은 돌조각에 발이 걸린 자실장은 거세게 앞으로 
고꾸라지며 얼굴을 바닥에 처박았다. 
“테... 테치이이이이! 테에엥! 테에에엥!!!” 
“데에...?” 
그 작은 충격에도 쉽게 피부가 찢겨 피를 줄줄 흘리는 얼굴을 감싸 쥐고 우는 자실장을 본 한 
성체실장이 급히 달려왔다. 
“데쟈아! 데스우! 데스우우!!!” 
“테칙! 테... 테치테치...! 테치테치이이이-!!!” 
그리곤, 자실장을 그대로 지나쳐 감자를 허겁지겁 집어 들더니 굴러가면서 생긴 흠집을 보고 
는 얼굴을 쭈글쭈글하게 한껏 일그러트리며 분노해 자실장을 손에 든 막대기로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자실장이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 엎드려 용서를 빌어도, 나무 막대기는 녹색의 옷이 없이 드 
러난 알몸의 등이나, 두건은커녕 머리카락조차 빼앗긴 맨머리를 몇 번이고 내리치며 그때마다 
자실장의 살갗에선 피가 튀었다. 
독라인 자실장을 때리는 성체는, 머리카락은 있지만 옷이 없는 알몸이었다. 
시선을 조금만 올리면 넓게 펼쳐진 감자밭 여기저기에서 실장석들은 똑같은 광경을 연출하거
나 필사적으로 감자를 캐고 옮기고 있었다. 
강가의 마을에 실장석이 있는 풍경 - 3 
두 달 전. 
마을실장들과 마리라는 원사육실장이 일으킨 ‘혁명’을 지로가 진압했던 날. 
“데에... 데에...” 
“데스...”
지로와 남자들에게 끌려가는 실장석들의 긴 행렬이 마을을 통과하는 모습을, 마을의 노인들이 
분노에 찬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자실장들이 넣어진 상자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남자들을 쫓으려 짧은 다리로 온 힘을 다 
해 쫓아가는 실장석들은 숨을 헐떡이면서 기진맥진해 하고 있었지만 아무리 힘이 들어도 쉴 
수는 없었다. 
자실장들을 걱정하는 것보다도, 조금이라도 행렬에서 처지면 바로 주위를 둘러싼 남자들 중 
한명이 사정없이 걷어차는 것이다. 
물론 인간에게 걷어차인 실장석이 무사할 리가 없어서 부러진 팔이나 비어져 나온 내장을 부 
여잡고도 헐레벌떡 일어나서 비틀비틀 전진하는 녀석은 운이 좋은 편. 
다리가 부러져 걷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진 실장석이 아무리 도움을 요구해도 누구 하나 돌아 
보는 실장석은 없었다. 
“데! 놓는데스!” 
“와타시들 이웃인데스... 서로 도와야 하는데스! 돕는데스!” 
결국 행렬이 거의 다 지나가는 순간 위기감에 한 ‘이웃’을 향해 뻗은 손에 옷을 잡힌 그 마을 
실장이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와타시의 목숨이 걸려있는 문제기에 쓰러진 실 
장석도 필사적이었다. 
“와타시까지 뒤처지는 데스! 놓는데스!!!” 
“돕는데스! 돕는데스....! 와타시를 도우라고 한 데샤아아악-!!!” 
“데... 데... 죽으려면 너만 죽는데스으으읏!” 
-퍽 
“데아아아아-!!!” 
결국 눈을 힘껏 밟힌 쓰러진 실장석이 손을 놓치고 눈을 감싸고 뒹굴자 다른 실장석은 서둘러 
고개를 들었지만. 
“데....!”
어느새 행렬의 후미는 꽤 멀어져 가고 있었다. 
-콰직! 
“데스아악-!” 
그걸 깨닫고 사색이 된 실장석을 남자가 걷어차며 허리가 뒤로 꺾인 그 실장석은 허공을 날려 
가 다시 행렬 안에 떨어졌다. 
“데프프프... 와타시를 돕지 않은 벌인데게에에엑!!!” 
아직도 쓰러진 채 그 모습을 비웃던 실장석도 똑같이 공처럼 걷어 차여 행렬로 떨어져 복귀하 
지만, 다시 돌아갔다고 해도 걸을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다. 
운 없게도 날려 온 실장석에게 맞아서 부상을 입은 다른 실장석과 함께 다시 바닥을 뒹굴다가 
차여 날아가기를 반복하던 그 실장석들은, 결국 흙먼지 투성이의 적록색 덩어리가 되어서야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데... 데스우우우우....!” 
공포에 질린 것인지 비명을 지르며 행렬을 빠져 나가 도망가려던 실장석도 똑같이 행렬에 되 
돌려지고, 곧 같은 운명을 맞게 되자 남은 마을실장들은 그저 행렬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있는 힘껏 따라가는 것 말고는 아무런 생각을 할 수도 없이 뛰고 있었다. 
“데... 데에...” 
지로가 잡고 있는 줄에 묶인 마리만이 자기 힘을 들이지 않고 가고 있었지만, 기절한 채 흙바 
닥에 적록색 갈린 자국을 길게 남기며 끌려가고 있을 뿐 이었다. 
그 고난의 행군이 겨우 끝난 것은, 마을회관 뒤의 커다란 공용창고에 도착해서였다. 
230여 마리로 줄었다지만 아직도 우글대는 실장석들 모두를 넣어도 넓은 창고 안에서 실장석 
들은 지로의 앞에 정렬하라고 명령되었다.
“데스...” 
“데...” 
지치고 만신창이가 된 실장석들이 간신히 지로의 앞에 모이자 지로가 자실장들이든 상자를 엎 
었다. 
“테체!” 
“테... 테치테치!” 
“테치...” 
“각자 자기 새끼들을 챙겨라.” 
“데...! 데스!”
“데스!” 
지로의 말에 갑자기 눈에 생기가 돌아온 실장석들 거의 모두가 달려들어 자실장들 틈에서 자 
기 새끼를 찾으려고 했다. 
“와타시의 아이들! 어디있는데스! 마마가 구하러 온 데스!” 
“방해데스! 비키는데스!” 
“테! 테치이이이....?!” 
“데! 와타시의 아이에게 무슨 짓 데스으으!” 
우글대는 자실장들 사이에서 ‘와타시의 소중한 아이’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 실장석들은 자기 
새끼가 아닌 다른 자실장을 내던지듯 밀쳐가며 새끼를 찾았고 혼란 중에 짓밟혀 뭉개진 손이 
나 다리를 부둥켜안고 비명을 지르는 자실장이나 마침내 찾아낸 아이의 그 모습에 분노하는 
친실장 등 창고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 혼란을 지켜보면서 기다리던 지로의 눈에 뒤쪽에 남아있는 성체들이 보였다. 
“데스우...” 
침울하게 친실장들의 난리를 지켜보는 그 실장석들은 새끼가 없거나, 죽은 실장석일 것이다. 
한참 후에야 친실장과 자실장들의 소란이 겨우 가라앉았다. 
그 와중에 자실장들은 팔다리 하나씩 정도는 다행인 편 이었고 이미 밟히거나 뭉쳐 있다가 짓 
눌려 이미 죽은 것인지 눈이 하얗게 변해 늘어진 자실장은 망연자실하게 안고 있는 실장석도 
있었다. 
“데... 너무한데스! 왜 이런 일을 하는데스! 와타시의 아이가 죽은데스우우우-! 데에에에에 
엥!!!” 
“................” 
그 모습에 눈살을 찌푸린 한 남자가 발을 들어 올렸지만, 지로는 그 남자를 제지하고는 외쳤
다. 
“자. 이제부터 너희들은 말 한대로 마을의 노예다!” 
“데...” 
“데스....” 
그 말을 들은 실장석들은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노예가 된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겠지?” 
지로의 말에 실장석들은 그저 침울해 할 뿐이었지만, 몇마리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사색이 되 
며 고개를 들었다. 
그 모습을 본 지로가, 무자비하게 명령을 했다. 
“너희들은 전부 독라가 된다. 가능한 스스로 하는 편이 덜 괴로울 거다.” 
“데... 데에에에에에에에-?!” 
“데!!!” 
“말 도 안 되는 데스! 독라는 안 되는데스-!!!” 
“와타시의 옷과 머리카락은 보물데스! 그걸 뺏을수는 없는데샤아아아-!” 
“데... 어쩔수 없는데스...” 
“데....?” 
순식간에 비명과 노성이 터져 나온 실장석 떼의 소란은, 작게 들린 어느 실장석의 말에 조용 
해졌다. 
“인간상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죽는데스. 와타시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스...”
“데스...” 
스스로 옷을 벗기 시작한 그 실장석을 본 다른 몇 마리도 따라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실장석들은 아직도 분노하거나 망설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실장석에게 있어서 자랑이자 긍지인 옷과 머리카락을 잃는다는 일을 무슨 일이 있었 
도 받아들일수 없는데다가 아직도 마음 속 한 구석에 인간을 이겨봤다는 착각과 그 미칠 것 
같은 우월감이 남은 몇몇은 실장석은 앞으로 나서서 지로에게 이빨을 드러냈다. 
“데샤아아아아아-!!!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는데샤아아 인간! 물어뜯어 죽여주는데샤아아아 
-!!!” 
“...자. 또 불만이 있는 녀석은 없나? 있으면 나와도 좋다.” 
“.........” 
잠시 뒤. 
휘발유가 바닥에 부어져 있는 드럼통에 처넣어진 후에야 제정신이 든, 아니면 현실을 깨달은 
방금 전의 그 실장석들이 나가려고 아우성치는 걸 내려다보던 지로가 돌아보면서 한 말에 대 
답은 물론 없었다. 
대신 제일 처음으로 옷을 벗었던 그 실장석이, 이번엔 머리칼을 잡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데... 데슷!” 
그 실장석이 팔에 힘을 주어 머리칼을 뽑으려고 한 순간. 
“잠깐.” 
“데?” 
지로가 그 실장석을 집어 들더니 그 외에도 순순히 옷을 벗은 몇 마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 
다. 
“너희들은 각자 자기 옷 들고 따라와라.” 
“데스...?” 
“테치? 마마!” 
“이 실장석의 새끼인가. 네 어미 옷은 네가 들고 와라.” 
“테치...” 
지로의 손에 들려있는 실장석의 새끼인 자실장이 바닥에 놓인 마마의 옷을 허둥지둥 끌어안고 
따라오자 지로는 창고의 한쪽에 그 실장석들을 모았다.
성체가 스무마리 정도에 자실장은 반수 정도. 
“데스.....” 
그 실장석들이 내민 옷을 받은 지로는 창고에 놓인 낡은 철제 책상의 서랍에 그 옷들을 모아 
서 넣었다. 
“데이....” 
“테....” 
소중한 옷을 빼앗긴 슬픔에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실장석들을 보던 지로가 양복을 입은 남자 
에게 눈짓하자. 
“어이.” 
“예!” 
그 시선을 알아차린 양복의 남자가 운동복의 남자들에게 가볍게 한마디 했다. 
단지, 실장석들에게 있어서 그 한마디가 초래한 사태는 전혀 가볍지 않았다. 
-찌지직! 
“데게아-?!” 
한 덩어리가 되어 뭉쳐있던 녹색 집단을 둘러싼 운동복의 남자들은 몸을 숙이더니 잡히는 대 
로 아무 실장석이나 집어들어서, 그 녹색 옷을 잡아 찢었다. 
기름기가 가득 배인 부직포 비슷한 감촉의 실장옷은 아무런 저항력도 없이 그대로 찢겨나가, 
그 옷의 주인이 세상이 끝난것 같은 절규를 지르든 말든 남자들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데! 데쟈! 데쟈아아아-!!!!” 
그 손이 소중한 와타시의 머리카락을 다발로 움켜쥐는 걸 느낀 실장석이 짧은 팔을 힘껏 뒤로 
틀어 머리를 잡고 저항하려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이 뒷머리는 다발 째로 뜯겨 나갔다. 
-우지직 
“데스우우우우우-!!!” 
적색과 녹색이라는, 어떻게 만들어진 생물인가 싶은 안구에서 그 색깔대로의 웃기는 눈물이 
왈칵 흘렀다. 
잠시뒤 바닥에 내려진건 머리카락도 옷도 잃은 독라실장 한 마리. 
“데... 데.... 데스우우우우..........” 
바닥에 엎어져 머리카락이 있었단 까끌까끌한 감촉이 남아있을 뿐인 뒤통수를 어루만지는 실 
장석의 옆에 똑같이 독라가 된 자실장이 내려진다.
“테챠아아아아아아-!!!” 
그러나 먼저 독라가 된 성체와 달리 멍하게 서 있던 그 자실장은 몸을 더듬거리고, 뒤통수를 
만져 와타시가 독라가 됐다는 악몽 같은 현실을 깨달은 순간, 가슴에서 파킹하는 소리를 울리 
곤 그대로 눈이 탁해지며 뒤로 나동그라졌다. 
“데스우! 데스우!” 
먼저 순순히 옷을 벗을 용기는 없었지만, 인간들의 손에 옷을 찢기는 광경에 몇몇 실장석은 
허겁지겁 옷을 벗어 발 앞에 내려놨다. 
“응....?” 
그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던 운동복의 남자는. 
-우지직 
“데아아아-!!! 데.... 데스....” 
손이 덜 가서 잘 됐다는 듯 그 실장석의 머리카락만을 뽑아버리곤 다른 실장석에게 손을 옮겼 
다. 
남겨진 그 실장석은 남자가 시선을 돌린걸 보자 서둘러 바닥에 놓인 와타시의 옷을 꽉 끌어안 
았다. 
“데스우....” 
바닥에 흩날린 머리카락도 그러모아 옷과 함께 꽉 끌어안은 그 실장석은 핏발이 선 눈으로 주 
위의 옷을 찢긴 독라의 이웃들을 두리번거렸다. 
“데쟈! 데샤아-!” 
머리카락은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어쨌든 옷만 있으면 독라는 아니다. 
최후의 희망을 필사적으로 끌어안은 그 실장석의 주위에 독라가 된 이웃들이 점점 늘어나 결 
국 얼마 걸리지 않아 창고 바닥은 찢어진 녹색 옷조각과 갈색 머리칼, 그리고 살색의 독라들 
로 가득해졌다. 
“데스....” 
“테치....” 
“다 한건가...” 
이웃들의 처참한 모습에 눈물을 흘리며 덜덜 떨던 스스로 옷을 벗은 실장석들의 뒤로 지로도 
그 모습을 보며 다가왔다. 
“데!” 
인간이 다가오자 퍼뜩 정신을 차린 실장석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기억해내곤 이를 악물
고 머리카락에 손을 가져갔지만. 
“됐어. 너희들의 머리카락은 그대로 둔다.” 
“데스.....?” 
지로의 입에서 나온 믿을수 없는 말에 머리카락을 잡고 있던 실장석들은 멍하니 지로를 올려 
다 봤다. 
“너희들의 머리가 남는건 인간에게 거역하지 않은 대가다. 앞으로도 시건방짓 하지말고 복종 
하면 비참한 꼴은 당하지 않을거다.” 
“데스!” 
지옥의 입구까지 밀렸다가 간신히 멈춰선 머리카락이 있는 실장석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 
지만. 
“데쟈! 비겁한데스! 어째서 저 녀석들은 머리카락이 있는데스!” 
“억울하면 처음부터 인간에게 복종하지 않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원망해라.” 
“데스우! 용납 할 수 없는데스아아아!” 
독라 무리 중에서 한 마리가 피눈물을 흘리면서 이빨을 들러내 지로에게 들이댔다. 
그 모습을 본 지로의 눈에 경멸감이 더해간다. 
“용납....? 건방진 새끼가.” 
“데!” 
지로의 차가운 느낌에 그때서야 다시 공포가 살아난 독라가 뒷걸음 질 쳤지만, 지로은 혀를 
한번차곤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 
“방금 그게 최후의 경고다. 다시 한번이라도 분수를 모르고 지껄이면....” 
“데스! 알겠는데스....!” 
바닥에 엎드려 이마를 처박는 독라를 본 지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 최저의 바보는 아니었군. 다시 말하지만 너희가 복종 할 수록 괴로움도 적을거다. 기 
억해둬라.” 
“데스....” 
“그럼 첫 명령이다. 뜯겨진 옷과 머리칼을 전부 앞으로 모아라.” 
지로의 말에 대부분의 독라들이 일제히 바닥에 굴러다니는 옷조각과 머리카락을 자신의 것이 
든 남의 것이든 주워선 지로의 앞에 쌓아올리기 시작했지만. 
“데... 와타시의 옷데스! 와타시가 가지고 있는데스!” 
“.............” 
-와작! 
“데” 
뒤늦게나마 스스로 옷을 벗어 멀쩡한 옷을 안고 있던 실장석이 말을 꺼내자마자 지로의 구두 
가 그 실장석을 수직으로 밟아 뭉개버렸다. 
마지막 울음소리를 미처 다 울지도 못하고 인간의 발 아래에서 질척하게 퍼져가는 적록색 액 
체가 되어버린 이웃을 본 나머지 독라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허둥지둥 나머지 옷을 올 
려놨다. 
지로가 발을 치운 아래에 드러난 적록색 고기죽과 섞여있던, 그 소중한 찢어지지 않은 옷마저 
다른 실장석이 집어들어 모으자 운동복의 남자들이 그 무더기를 집어들어서, 
“데스? 데스데스! 데... 데쟈악!!!”
아직도 나가려 발버둥치는 실장석들이 있는 드럼통에 쏟아넣었다. 
쏟아지는 실장석 백마리분의 머리칼과 옷조각에 덮인 실장석들이 비명을 질렀지만 지로는 물 
고 있던 담배를 던져 넣었다. 
-푸화악!! 
폭발적으로 치솟은 화염에 덮여, 안에 있던 실장석들의 비명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충격과 절망감에 위석이 부숴진 몇마리의 자실장을 제외하곤 독라가 된 이백여마리의 실장석 
들에게 닥쳐온 다음 악몽은 생명이자 영혼인, 소중한 돌을 뺏기는 것. 
이건 실장석들에게 스스로 시키기 어려워 남자들이 직접 해 줘야했다. 
-치이이익! 
“테쟈아아아-!!!” 
위석의 위치를 묻고 회칼로 대충 갈라 위석이 꺼내진 실장석들은 바로 머리에 인두가 지져졌 
다. 
처음으로 새겨지는건 A부터 E까지의 알파벳. 
그리고 그 뒤엔 숫자가 지져졌다. 
빼내진 위석은 머리에 지져진것과 같은 꼬리표가 달린 조그만 망에 넣어져 수조 가득하게 담 
긴 영양제에 담궈졌다. 
그 덕분인지 배가 갈라지고 바로 머리를 인두로 지져지는 고통에도 죽어버리는 실장석은 거의 
없었다. 그저 빠르게 상처가 나아가고는 있지만 아직 고통에 몸을 뒤틀거나 이제 사라질 일이 
없는 머리의 화상자국을 감싸곤 울고 있는 와타시의 아이들을 안고 두려움에 떨고 있을 뿐. 
“데스....” 
그때까지도, 머리카락이 있는 실장석들에겐 남자들은 손을 대지 않았다. 
머리카락도 있고, 옷도 뺏기긴 했어도 온전하고, 위석도 무사한 그 실장석들에게 질투나 증오 
가 섞인 시선을 향하는 실장석은 많았지만 슬슬 학습이 되었는지 불만을 입 밖에 내지는 않고 
이를 갈 뿐 이었다. 
꽤 긴 시간이 지나 간신히 독라 처리, 위석 처리, 번호 배당이 끝나자 완전히 망연자실해 바 
닥에 웅크리고 있는 독라들에게서 머리카락이 있는 실장석들에게 지로가 시선을 돌렸다. 
“자, 너희들은 이걸 걸어라.” 
“데!” 
지로에게 건네받은 물건을 본 머리카락이 있는 실장석들과 독라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목걸이. 
마을실장들도 그 의미는 알고 있는 사육실장의 증표.
그 목걸이엔 작은 메달이 달려 A부터 E의 알파벳이 써 있었다. 
“데스....?” 
물론 들실장보단 영리한 마을실장 중에서도 특출나게 영리했던 머리카락이 남은 실장석들이 
사육실장데스! 라면서 망상을 부풀릴것도 없이 조심스럽게 지로를 올려다보고는 명령받은 대 
로 목걸이를 찼다. 
그것이 독라 노예로 떨어진 마을실장들과, 그 마을실장들을 관리한 감독실장의 운명이 갈린 
순간이었다. 
"그럼, 형님.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래. 고마웠다..." 
일이 일단락 되자 운동복의 남자들은 대부분 돌아가고 며칠 뒤에 남은 남자들고 양복을 입은 
남자들과 함께 지로에게 깊숙히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곤 돌아갔다. 
마을은 다시 노인들과 지로만이 남았지만. 
이백마리가 넘는 실장석들을 부리는데 손이 모자라지는 않았다. 
“데스... 인간님은 어째서 와타시들의 위석은 내버려두신데스?” 
언젠가 일이 익숙해지고 지로의 신임을 얻은 성실한 감독 실장 한 마리가 지로에게 조심스럽 
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담배연기를 내뿜은 지로는 그 감독을 내려다봤다. 
“저 녀석들에겐 이제 희망이 없지. 틈만나면 도망가려고 하거나 반항할거고, 그러면 난 주저 
없이 그 추레한 돌을 부숴버릴거다. 하지만... 너희들에겐 희망이 있다.” 
“데!” 
“머리카락도 있고 옷도 무사하니 옷을 돌려받으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지. 괜히 반항하거나 
도망가느니 내 말을 잘 듣는게 훨씬 영리한 선택이라는걸 너라면 알수 있을텐데.” 
“데스! 그런데스! 알겠는데스!” 
“그래...”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감독 실장의 모습에, 지로가 처음으로 실장석에게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 표정과는 반대로, 지로가 속삭인 말은 냉혹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니 게으름 피거나 반항적인 녀석은 자실장이라 해도 때려죽여라. 그게 네가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로의 말 대로. 
감독 실장들은 주위에 인간이 없어도, 눈에 핏발을 세우곤 이웃이었던 독라들을 감시하고 독 
촉했다. 
독라들 보다 숫자는 10분의 1정도 였지만 감독실장을 죽여도 인간에게 죽을게 뻔하고 감독 
실장들은 인간이 준 쇠막대기를 가지고 있어서 이기기도 어렵기에 독라들은 시키는대로 힘껏 
일 할 수 밖에 없는것이다. 
마을실장들이 독라의 노예가 되고 얼마 안 있어서 감자의 수확철은 절정에 달했다. 
옛날엔 도시에서 일용직 사람들을 불러오거나 이번 해에는 마을실장들이 도와줄 예정이었지 
만. 
마을실장들도 노인들도 상상 하지 못 했던 현실의 광경은, 스스로 그 미래를 걷어차고 의기양 
양하게 인간 노예 스테이크 따듯한 집을 외쳐대던 마을실장들이 독라가 되어 수확을 하고 있 
는 광경이었다. 
“데스...” 
“테....”
일의 효율이나 감자에 피가 묻으면 안되기에 독라들에겐 예전처럼 골무가 나눠주어졌지만 과 
거의 ‘일’과는 그 모습은 이제 달랐다. 
마을실장들이 지치지 않게 자주 쉬고 햇볕이 뜨거운 시간을 피하던 옛날과 달리 지금은 휴식 
같은건 없었다. 
“데스...” 
“데쟈!!” 
-퍽! 
“데악! 데! 데스데스! 데스데스!” 
“데쟈아-!” 
흙투성이가 되어 감자를 캐내던 독라 한 마리가 잠시 일어서 허리를 편 순간, 마침 옆을 지나 
던 감독이 바로 그 허리를 막대기로 후려치며 사납게 울었다.
아픈 허리를 문지를 틈도 없이 허둥지둥 변명을 하는 독라에게 다시 울어 윽박지른 감독은 독 
라가 다시 감자를 파내기 시작하는걸 보고 주위를 둘러봤다. 
“텟챱텟챱...” 
“데.....!” 
그러다가, 밭 이랑의 그늘에 숨어있는 자실장이 옮겨야할 감자를 갉아먹고 있는걸 보고 얼굴 
을 팍 일그러트렸다. 
“데쟈아아아-!!! 무슨 짓을 하는데스우-!!!” 
“테!!!” 
뒤에서 들려온 고함소리에 화들짝 놀라 돌아본 자실장의 얼굴은 날감자의 즙으로 더러워져있 
었다. 그 얼굴이 달려오는 감독을 보고는 창백해 졌다가. 
“테치!” 
고개를 감자에 파묻고는 마구 뜯어 삼키기 시작했다. 
제대로 씹지도 않고 자실장의 이빨엔 아직 딱딱할 날감자를 필사적으로 물어뜯던 자실장의 머 
리가 감독이 내리친 막대기에 맞아 감자에 얼굴을 처박았다. 
“츄벳!” 
그러나 그 와중에도 조금이라도 더 먹으려 입을 우물거리던 자실장의 목덜미를 잡아 바닥에 
패대기친 감독의 얼굴을 쭈글쭈글하게 일그러져 분노하고 있었다. 
“인간님들의 물건을 맘대로 먹은데스! 이건 이제 쓸 수 없게 된데스 이 분충이!!!” 
“테....” 
바닥에 쓰러져 있던 자실장의 눈에 적록색 눈물이 흐르며 울부짖었다. 
“와타치 배고픈테체아아-!!! 밤에 인간들이 주는 쓰레기로는 전혀 배부르지 않은테치! 아줌마 
들에게 치여 전혀 먹지 못 할 때도 많은테치! 배 고파서 죽을거 같은테치! 배고픈테치이이이 
-!!!” 
“데....” 
자실장의 말을 듣던 감독은. 
막대기를 높이 들었다가 내리쳤다. 
“인간님이라고 부르는데스우우우-!!!” 
-퍼억! 
“테챠악!!!” 
막대기의 일격에 머리가 약간 찌그러진 독라 자실장의 귀로 적색과 녹색의 체액이 흘러나오며 
바닥에 쓰러져 경련을 했지만 감독은 아랑곳하지않고 계속 자실장을 내리쳤다. 
“인간님들에게 함부로 입을 놀리는데스! 죽어버리는데스!” 
“테....” 
이미 여기저기가 부러지고 출혈을 일으켜 만신창이가 된 독라 자실장의 눈이, 마지막 힘을 다 
해 감독을 쳐다봤다. 
“마마.....” 
“............” 
단 한순간, 우뚝 멈췄던 막대기는. 
곧바로 다리 내리쳐졌다.
마치 수박을 깨듯이 주위로 적록색 체액이 튀었다. 
“흥. 어차피 와타시의 말을 안 듣고 끝까지 옷을 잡고 늘어진 바보같은 아이데스. 거기 너희 
들! 이 쓰레기를 치우는데스!” 
“테치...” 
감독이 막대기로 가리킨 독라 자실장 둘이 서둘러 달려와 바닥에 널브러진 자실장의 사체를 
둘이서 들었다. 
그리곤 힘겹게 밭을 벗어나서 수풀 속에 아무렇게나 사체를 내동댕이쳤다. 
-툭. 
몇 바퀴 구르던 자실장의 사체는, 수풀 안에서 썩어가고 있던 실장석 사체의 무더기에 닿아 
멈췄다. 
정오가 되어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어도 독라들의 일은 멈추지 않았다. 
“데....” 
인간의 눈으로 보기엔 괴이함만 더 할 뿐인 녹색의 펠트 옷이라도 다른 동물처럼 털이나 두꺼 
운 피부를 가진게 아닌 실장석의 몸을 보호하는 기능도 있긴 하다. 
그 옷을 찢기고 불태워져 살색의 기분나쁜 아기인형 같은 몸을 드러낸 독라들의 살갗은 뜨겁 
게 내리쬐는 햇빛에 붉게 익어 있었다. 
따끔거리는 피부를 타고 줄줄 흐르는 땀의 감촉에 불쾌한듯이 울음소리를 울리지만 그렇다고 
땀을 씻어낼 수도 없다. 
땀을 씻기는 커녕 일 하는 중에는 물조차 마음대로 마실 수 없고 끈적끈적한 몸엔 흙이 달라 
붙어 살색이 아니라 꿈틀거리는 흙덩어리로 보이는 실장석도 있을 정도다. 
가끔씩 그나마 잔꾀가 많은 녀석들이 스스로 흙을 몸에 발라 직사광선을 막으려는 행동을 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런 잔꾀의 유무에 상관없이 어차피 나중엔 모두 흙투성이가 된다. 
성체들이 파낸 감자를 옮기는건 옛날과 마찬가지로 자실장들의 몫이다. 
그러나 옛날엔 감자를 굴려 상처가 나도 웃으며 넘어가주던 노인들의 모습은 없다. 
노인들은 운동복의 남자들이 밤을 새워 순식간에 만들어낸 원두막이나 아니면 집에서 볕을 피 
하고 있다. 일을 지휘하는 것도 이제는 감독 실장석들이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감독 실장석들은, 노인들과 달리 봐주지를 않는다. 
“데샤아! 감자를 바닥에 굴리지 말라고 이야기한데스!” 
“테... 테챠!” 
독라가 된 친실장이 파낸 감자를 굴리고 가던, 마찬가지로 독라인 자실장이 감독 실장에게 걸 
려 막대기로 다리를 맞고 쓰러졌다가 일어나서 항의했다. 
“테치! 와타치는 영리한테치! 감자에 상처를 내지 않게 굴리면되는테치!” 
실제로 이 독라 자실장은 지금까지 몇십개의 감자를 상처내지 않고 굴려왔다. 
하지만 그 정도로 손재주가 있든 없든 노예인 자신들의 입장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걸 알 정 
도로 영리하지는 못 한게 한계였다. 
“어디서 건방지게 울어대는데스!”
-퍽! 퍽! 
“테치! 테치아아-!!!” 
저녁 노을이 져 갈때야 그날의 일과는 끝났다. 
감독들이 소리쳐 일의 끝을 알리자 그때서야 넓은 감자밭 여기저기서 흙투성이 독라들이 간신 
히 허리를 폈다. 
“데... 데데데....!”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픈데스...” 
“테치....” 
자실장들도 먼지투성이로 헐은 뭉툭한 손을 내려다보며 작게 울었다. 
그즘에 원두막에서 내려온 노인은 우글대는 흙투성이의 살색 덩어리들을 흘겨보고는 감자를 
포대에 담아 트럭에 싣기 시작했다. 
“무얼 꾸물거리고 있는데스! 돌아가는데스!” 
휴식도 없이 모이자마자 감독 실장의 재촉에 독라들은 마을 한 가운데의 창고로 발걸음을 옮 
겼다. 
그렇지만 불만을 입에 내는 독라는 없었다. 불만이 통할리도 없지만, 창고에 가면 그때서야 
쉴 수 있는 것이다. 
창고에 도착한 A조의 감독이 창고 앞의 레버를 누르자 낮은 수도꼭지에 달린 샤워기가 물을 
내뿜었다. 
“와타시가 먼저데스!” 
“비키는데샤아-!” 
“테치! 마마 와타치 넘어진테치!” 
“바보같은 아이데스! 알아서 해라데스!” 
그러자 독라들은 일제히 샤워가 뿜어지는 곳으로 달려들었다. 와타시의 아이가 어찌 되든 말 
든 독라끼리 서로 밀치고 때리며 어떻게든 샤워를 받아 몸을 씻어내고 입을 벌려 반나절만의 
수분을 섭취하려 아비규환을 이루는 것이다. 
“테... 치...” 
한참 뒤에야 독라들이 살색으로 돌아와 창고 앞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지자 감독 실장들이 그 
소란에 끼여 다치거나 뒤처진 자실장들을 질질 끌어 바닥에 남은 웅덩이에 처박았다. 
담당하는 조의 독라를 죽이는건 자유지만 너무 수가 줄어들면 와타시에게도 좋지 않기에 구태 
여 손 댈 필요가 없는 상황에선 살려주는 것이다. 
오늘은 감자를 캐러 갔던 A조가 가장 먼저 돌아왔고 잡초뽑기나 돌 골라내기등 다른 잡무를 
명령 받았던 다른 조들도 돌아오기 시작했다. 
“다 온건가.” 
“데스!” 
입에 담배를 물고 주머니에 양 손을 넣은 지로가 어슬렁대며 창고 앞에 나타나자 여기저기 널 
브러져 있던 독라들이 재빨리 일어나 줄을 맞추어 섰다. 
“데스! 데스!” 
재빨리 감독 실장들은 줄을 따라 달리며 독라들의 수를 세고는 모여서 웅성거리다 A조의 감
독 실장중 한 마리가 지로에게 나왔다. 
“다 있는데스!” 
“그래. 수고했다.” 
“데스!” 
지로가 문을 열자 독라들은 서둘러서 안으로 들어갔다. 
강변에 있던 마을이 처참하게 부숴지고 나서 살게 된, 강제 노동 수용소나 다름없는 곳이지 
만. 
“데스! 밥! 밥을 가져오는데스!” 
“배고픈테치! 배고픈테치!” 
“오늘의 밥은 무엇데스?” 
하루에 한번, 밥을 먹을수 있는 곳인 것이다. 
그 전날의 저녁시간에 먹은 이후로 아무것도 입에 넣지 못해 허기에 시달리던 독라들이 왁자 
지껄 시끄러워지고 그 중에는 허기와 기대감이 지나쳐 말투가 건방져지는 독라도 있었지만 그 
런 독라에겐 바로 감독 실장들이 날아들어 막대기를 내리쳤다. 
오늘의 밥은 무엇일까 기대하는 소리도 매일 나고는 있었지만 그건 허무한 질문에 불과했다. 
-철퍽 
지로가 밀고 온 외발 수레를 창고 구석에 엎자 안에선 수레 한 대 분량정도의 음식 쓰레기가 
나왔다. 
“데쟈아아아-!!!” 
“데스우우우-!!!”
그 순간 독라들은 모두 괴성을 지르며 음식 쓰레기의 더미로 달려들었다. 
“테치! 테치! 테치!” 
“비키는테치! 어른은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 있는 것 테....테챠악!” 
노인 여덟 가구밖에 없는 작은 마을에서 하루에 나오는 음식 쓰레기의 양이래봤자 얼마 되지 
않는다. 그것만으론 양이 턱도 없이 부족하니 독라 한 조는 산이나 강으로 내보내 먹을거리를 
구해 오게해 섞어 놓지만 모자란건 변함이 없다. 
그렇기에 미친것처럼 서로를 때리고 밀치며 바닥에 음식 쓰레기의 산에 얼굴을 처박고 입을 
움직이는 독라들 뒤에서 자실장들도 끼어들려 했지만 결국 튕겨나와 팔이나 다리가 이상한 방 
향으로 꺾인채 바닥에서 테치테치 울 뿐 이었다. 
그래도 반 수 정도의 독라는 역시 독라인 새끼를 끌어안고 음식쓰레기를 새끼를 안은 품에 퍼 
담아 어떻게든 밥을 먹이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이 몇 달 동안 자실장들은 이미 전멸했 
을 것이다. 
“테... 테치...” 
그렇지 않은 친실장은 둔, 뒤쪽으로 밀려나 음식 쓰레기 쟁탈전이 벌어진 곳을 원망스럽게 노 
려보던 독라 자실장 중 한 마리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알몸이지만 머리카락은 남아 있는, 감독 실장들이 모여서 실장푸드를 먹고 있었다. 
가축용의 싸구려 실장푸드지만 음식 쓰레기에 비할 바가 아니고 식사시간에 한정해서 원하는 
만큼 꺼내먹어도 좋았다. 소소한 특권을 주어 노예와 차별을 두어 감독 실장석들에게 동기부 
여를 하려는 지로의 의도였다. 
그래도 감독으로 뽑힐 정도의 영리함은 가지고 있는 감독 실장석답게 만복이 될 정도의 양만 
꺼내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실장푸드를 먹고 있는 그 모습은, 옷만 입고 있으면 
어딘가의 사육실장으로 보일 정도로 뒤에서 벌어지는 독라 노예들의 비참한 상황과는 천지차 
이였다. 
“테치...” 
“데....?” 
그 모습을 바라보던 독라 자실장은, 감독 실장들에게 다가갔다. 
“아줌마 와타치에게도 그 먹을 걸 주시는테치...” 
그 주제를 모르는 요구에 당장 일어나서 자실장을 후려칠것 같았던 감독 실장은 조용히 고개 
를 저을 뿐 이었다. 
“너는 바보데스? 그런 요구를 한 노예들이 와타시들에게 맞아 죽는걸 몇번이나 본 데스?” 
“배가 고파 죽을것 같은테치... 마마는 자기것만 챙기는테치. 와타치는 저 안에 끼어들 수도 
없는테치.” 
“다른 자실장들은 먹고 남은 찌꺼기라도 먹고 사는데스. 너도 좀 있다가 그걸 먹는데스.” 
“먹은테치! 먹은테치! 어제도 어제의 어제도 어제의 어제의 어제도 바닥에 밟혀 짓이겨져 있 
는 밥을 입으로 긁어먹은테치! 하지만 그것가지고는 모자란테치! 그 밥도 오는건 하루에 한번 
테치! 배고파 죽어버리는테치-!!!” 
“그렇게 소리지를 힘이 있으면 아직 괜찮은데스. 데프프프프....” 
“테.....” 
“어서 가는데스! 맞아죽느니 굶어죽는게 낫지않은데스? 와타시들을 번거롭게 하지 마는데스!” 
“테치....” 
독라자실장은 어깨를 늘어트리고 뒤돌아서서 걷기 시작했지만. 
-툭 
“테치?” 
갑자기 그 발 앞에 녹색의 실장 푸드 하나가 떨어져내렸다. 
급히 뒤돌아 본 독라의 눈에 둥글게 모여서 실장푸드를 먹는 감독 실장 중의 한 마리가 고개 
를 돌리는 모습이 보였다. 
“테...” 
바닥에 놓인 맛있는 냄새가 나는 커다란 초록색 실장푸드를 집어든 독라 자실장의 눈에, 적록 
색 눈물이 고였다. 
“아줌마 감사한테치.....” 
“.............” 
“.............” 
방금 독라 자실장에게 실장푸드 하나를 던져준 감독 실장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방금 자실 
장을 내쫓은 리더격의 감독 실장의 시선을 느끼곤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데프프프... 너도 참 악독한데스.” 
등 뒤에서 들리는, 순식간에 우글우글 달려든 독라떼에 둘러싸인 자실장이 지르는 비명을 들 
으면서 실쭉 비웃음을 짓고는 손에 들고 있던 남은 실장푸드를 입에 넣었다. 
잠시뒤. 
“어이, 거기 독라들. 먹었으면 뒷정리를 하는데스!” 
평소에 음식쓰레기가 놓였던 창고 구석을 수도 호스로 쓸어내는건 감독 실장들의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실장푸드를 감싸고 웅크렸다가 수많은 발에 차이고 짓밟혀 곤죽이 된 자실장의 시체 
를 치울 의무는 없었기에 독라들에게 시킨 감독 실장은 그 고기 조각들은 그러모으는 독라들
에게 덧붙였다. 
“먹는 녀석은 죽이는데스! 동족식은 금지데스!” 
그렇게 아비규환의 식사시간이 끝나면 독라들은 모두 창고 벽 아래로 갔다. 
그곳엔 비닐하우스에 쓰던 해진 비닐뭉치나 농가에서 임시 칸막이로 쓰는 긴 천이 뭉쳐져 있 
어서 독라들은 그 안으로 파고 들었다. 
그곳이 독라들의 잠자리였다. 독라긴 해도 아직 추운 날씨는 아니기에 비닐뭉치 사이에 비집 
고 들어가 눕거나 아직 모자의 정이 남은 독라 일가가 서로 끌어안고 있는 걸로 그나마 어느 
정도의 포근함을 느낄수 있었다. 
“데스....” 
“테... 테히....” 
그중 친실장이 두 마리의 독라 자실장을 데리고 있는 한 일가는 걱정 스럽게 자실장 한 마리 
를 살피고 있었다. 
“데스... 열이 나는데스...” 
“테... 마마 와타치 배가 아픈테치....!” 
“데스! 조금만 참는 데스!” 
뜨거운 햇볕에 일사병을 일으킨건지 아니면 다른 병인지 열을 내는 자실장을 살펴보던 친실장 
은 자실장의 말에 서둘러 자실장을 안고 창고 구석으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조그만 널판지를 밀자 재래식 변소처럼 텅 빈 공간이 나타났다. 얼마나 
깊은지는 몰라도 대변의 냄새가 코를 찌르는 그 어두운 구멍 위로 자실장을 들어 올려주자 자 
실장의 총 배설주에서 물같은 설사가 질질 새어 어두운 아래로 떨어져갔다. 
“테치....” 
공동으로 사용하는 잠자리에 아이가 대변을 흘리거나 하면 감독에게 혼날게 당연하기에 긴장 
했던 친실장은 자실장을 내려주었다. 
“조금 괜찮아진테치...” 
“다행인데스... 마마도 일을 보고 가는데스. 잠시 기다리는데스.” 
구멍의 가장자리에서 위태하게 엉덩이를 내밀고 대변을 본 친실장은 실장석 100마리분의 대 
변이 매일 쌓이는 화장실의 냄새에 얼굴을 찌푸리면서 널판지를 원래대로 돌려놨다. 
먹은게 적어 그나마 양이 적다고는 해도 그 악취는 두통이 일 정도 였고 아래가 어떤 모습일 
지는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로 끔직 할 것이다. 
조금 몸의 열이 내린 자실장을 안은 친실장은 낡은 비닐 뭉치 사이에서 잠을 청했다. 
어두운 창고 안 여기저기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이웃들의 한탄소리나 근육통과 화상을 입은 
피부의 아픔에 새어나오는 신음소리를 들으면서.
‘데....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데스... 이건 악몽인데스....? 악몽이면 제발 빨리 깨어주는데 
스....’ 
강변에 만든 마을에서 이웃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던 나날. 
인간상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되면서 더욱 풍족해진 마을. 
그 마을에 있더 와타시의 집에서 구더기짱을 프니프니 해주며 착하게 집지키기를 하던 엄지 
짱. 
그 모든게 아무 먼 옛날의 일처럼 느껴지며 지금의 가혹한 현실에 눈물을 흘리던 친실장의 머 
리엔 그 사이에 있었던 일, 이웃들 틈에 섞여 의기양양하게 끝이 뾰족한 나뭇가지를 인간에게 
들이대던 와타시의 모습은 없었다. 
그저 이 괴로운 현실에서 벗어나는 상상을 하면서, 많이 열이 내린 소중한 아이의 몸을 꼭 끌 
어안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아침이 되자 열이 났던 어제와는 달리 아주 차가워져 있던 자실장의 시체가 쓰레기 모으는 곳 
에 던져지는걸 보면서 남은 한 마리의 자실장을 꼭 끌어안고 오열했다. 
“치프프프....” 
죽은 독라 자실장을 버리고는 그날의 일을 하기 위해 각자의 조를 모아 나가려던 감독 실장 
중의 한 마리가 문득 위에서 들린 자실장의 웃음소리에 올려다 봤다. 
창고 안에 있는 낡은 철제 책상. 
와타시의 소중한 옷이 들어있는 그 책상의 위에는, 커다란 수조가 놓여있었다. 
감독 실장이 알지는 못하지만 요즘 나온 사육실장 용품 중 최고가이자 주인에게 이걸 선물 받 
지 못하면 사랑받는 게 아니라고 입에 거품을 물어가며 사육실장들이 요구하는 커다란 분홍색 
의 ‘고귀한 공주사마인 와타시의 테치테치 마법의 성’ 세트가 통째로 들어가고도 공간이 남을 
정도의 커다란 수조 안에는 그 외에도 분홍색의 푹신한 이불이나 장난감, 역시 성 모양인 자 
실장용 화장실이 가득 들이차 있었다. 
“뭐하고 있어. 어서 나가라.” 
“텟츄~.” 
매일 아침의 일과대로 그 너머에 놓인 분홍색 사육실장용 식기에 스테이크맛 고급 실장푸드를 
가득 부은 지로가 그 모습을 올려다 보는 감독 실장을 보고는 말했다. 
“데스...” 
“치프프프프....” 
“테프프프프... 천한 독라가 질투에 미치는테치.” 
“옷도 머리도 없는테치. 와타치의 이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보는 영광을 주는테치!” 
그 모습을 내려다보는 수조의 거주자. 
마리의 자실장 두마리가 분홍색 옷을 감싸고 테치테치 마법의 성 발코니에 있는, 천박하게 금 
색과 분홍색의 장식 덕지덕지 붙어있지만 사육실장의 취향엔 직격인 의자에 거만하게 앉아서 
감독 실장을 비웃고 있었다. 
자신들 딴에는 다리를 꼬고 앉아있을 생각이겠지만 물론 실장석의 땅딸막한 다리론 그게 될 
리가 없어서 그저 한쪽 다리를 올려놓는, 딱 봐도 허리에 안 좋아 보이는 불편한 자세를 쓸데 
없는 자존심으로 억지로 유지하던 마리의 자실장들은 의자에서 뛰어내려 테치테치 마법의 성 
안으로 들어갔다가 아래층의 입구에서 달려나왔다. 
“텟츙~. 주인님 너무 좋은테츙~.” 
“오늘도 맛있는 밥 감사한테츄~.”
“그래. 많이 먹어라.” 
옛날의 주인 아래선 불평불만을 투덜대가 어쩔수없다는듯 우겨넣었을 고급 실장 실장푸드 앞 
에서 손을 모으고 테츙테츙 아첨을 떨기까지는 매일 폭력처럼 보일 정도의 교육을 받았지만 
어느정도 익숙해지고 나선 마리의 자실장들에게 부족함이 없는 생활이 주어졌다. 
설령 속으론 불만이 있거나 더 고급인 생활이 곧 올거라 생각하더라도 일단 겉으로 보기엔, 
특히 원래 마을실장이었던 독라들과 감독실장들이 보기엔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데스....” 
그 모습을 응시하던 감독 실장은 조용하게 중얼거리곤 오늘의 일을 감독하기 위해 바깥으로 
나갔다. 
그런 단조롭고 고통스러운 나날이 지나던 중에 작은 사건이 생겼다. 
“데..! 데스! 곧 태어나는데스우-!” 
알몸인채로 바깥을 구르는 독라중에선 당연하게 임신을 한 개체가 많았다. 
물론. 
“데스! 와타시는 보호받아야 할 몸 데스! 소중한 아이들이 생긴데..... 데케엑!!!” 
양쪽이 녹색으로 변한 눈과 부푼 배를 들이대며 자랑스럽게 임신을 밝히고 노동의 열외를 요 
구하던 독라에게 돌아온 대답은 감독 실장의 막대기였다. 
마을실장들 사이에서 임신한 이웃은 먹이사냥 그리고 일에서 빠지는 게 당연했지만 그때와는 
자신들의 상황도 위치도 다르다는걸 독라의 노예들은 그제서야 깨달았다. 
딱히 독라들에게 임신이 금지 된 것도 아니고 몇 마리씩 죽어가는걸 생각하면 수가 늘어나는 
게 좋지만 임신을 휴식과 열외와 더 많은 밥과 특별대우를 받을 권리의 근거로 주장하는건 씨 
알도 먹히지 않았다. 
결국 배가 부풀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을 나가던 임신 실장들 중 한마리가 오늘 최초로 새 
끼를 낳기 시작한 것이다. 
“데... 데스우우우-!!!” 
다행히 일을 하는 중이 아니라 일이 끝나고 창고로 돌아오고 나서 출산을 시작한 독라의 다리 
사이에서 점막에 쌓인 구더기 모습이 실장석들이 샤워장에 감독들이 물을 틀어 만든 물 웅덩 
이에 첨벙첨벙 떨어졌다. 
“텟테레이~.” 
“데스우웅~.” 
괴로움만 가득한 노예 생활중에 태어난 새로운 생명. 
항상 서로 싸우고 아귀다툼을 벌이던 독라들고 그 순간 만큼은 감동을 느끼며 새로 태어난 생 
명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점막이 핥아진 새끼는 팔다리가 자라나고 크기가 커지며 곧 자실장의 모습이 되었다. 
“텟츄~! 마마 처음 뵙겠습니다테치!” 
“와타시의 사랑스러운 아이데스! 태어나서 기쁜데스!” 
총 5마리의 자실장과 두마리의 엄지, 한마리의 구더기를 낳은 독라는 그 모습을 보면서 기쁨 
에 잠겼다.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해 걱정했지만 들실장보다는 튼튼한 몸은 무리 없이 많은 
아이들을 낳는거셍 성공했다. 
“데스! 데스!” 
“그래... 태어난건가.”
그때 감독 실장을 따라 들어온 지로의 모습을 보고 친실장의 얼굴이 굳어졌지만 곧 기대가 섞 
인 표정으로 장녀를 안아들어 내밀었다. 
“보는데스! 인간님. 와타시의 귀여운 아이들이 태어난데스!” 
와타시는 독라 노예의 신분이지만 귀여운 이 아이들에겐 인간이 무슨 짓을 할 리가 없다. 
그리고 와타시의 아이들을 사육실장으로 기르겠다고 이야기하면서 혹시 어쩌면 와타시도 길러 
줄 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는 독라가 내민 장녀와 지로가 눈을 마주쳤다. 
“내가 누군지 알까?” 
“테....? 인간테치!” 
“인간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나?” 
“무서운 테치! 와타치들을 아프게 하는 나쁜 악마라고 한테치!”
“흠.... 그 인간이 너의 옷을 벗어서 바치라고 하면?” 
“테....” 
순간 얼굴이 창백해 졌던 자실장은, 바로 얼굴을 쭈글쭈글하게 일그러트리더니 난지 얼마 되 
지도 않은 작은 이빨을 드러냈다. 
“테샤아아! 무슨 말을 하는테치! 와타시의 소중한 옷에 손 대면 물어 죽여주는테샤아아아!” 
“그래, 병신아.” 
-팍! 
“테쟈!!!” 
독라가 들어올리고 있던 자실장을 손바닥으로 옆으로 쳐 날린 지로는 다른 자실장들을 돌아봤 
다. 
“너희들 모두 스스로 옷을 벗어서 바쳐라.” 
“데....!” 
그 말에 옛날에 있던 일을 떠올린 독라 친실장은 아이들에게 외치려했다. 
“너희들 어서 데퍅!” 
쓸데없는 참견을 막으려 지로가 독라의 입을 손가락으로 튕겨 이빨이 부러지고 피가 철철 흘 
러나오는 모습을 본 새끼들은 일제히 팡콘을 하거나 장녀와의 대화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 
고 네발로 엎드려 위협을 하기 시작했지만 단 한마리의 자실장만이 서둘러 옷을 벗었다. 
“테치....”
그리고 조심스럽게 지로에게 내밀었다. 
“........그래. 너뿐인가.” 
옷을 받아든 지로는 그 자실장을 집어 들어 뒤에 서서 기다리던 감독 실장에게 안겼다. 
“너는 B조의 감독 중 하나였지. B조의 목걸이를 채워주고 너의 새끼로 교육해라. 다음 감독 
후보다.” 
“알겠는데스!” 
“테....?” 
“데! 와다지의 아이데즈! 어디로 데려가는데즈! 돌려주는데헤자!” 
고개를 갸웃거리는 영리한 자실장을 안고 멀어지는 감독을 보던 독라가 아직 뭉개진 입에서 
발음이 새는 울음소리로 외쳤지만 지로의 눈짓에 다른 감독들이 달려들었다. 
“테샤아아-!!! 저리 가는 테헤벡!!!” 
“그만두는테치! 옷은 안 되는테... 테챠아아! 머리카락도 사라진 테챠아아아-!!!” 
감독 실장들이 위협하는 자실장의 얼굴을 때려 쓰러트린 채 옷을 찢거나 도망치는 자실장의 
뒷머리를 잡아 뽑으며 순식간에 독라가 된 자실장 4마리를 보면서 지로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 녀석들의 위석을 뽑고 머리에 인두로 번호를 지지는 게 귀찮지만 이건 감독 실장들에게 시 
킬 수는 없는 것이다. 
“아. 그전에....” 
“레치?!” 
“레뺘!”
“데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커터칼과 인두를 준비하려던 지로는 쓸모없는 구더기 실장과 엄지실장들을 한번에 잡아 꽉 켜 
쥐었다가 쓰레기 장으로 던졌다. 
공중에 길게 흩어져가는 와타시의 소중한 아이들의 적록색 피보라와 조각난 몸을 보면서 독라 
실장은 끝나지 않을듯 한 절규를 지르다가, 시끄러운 소리에 얼굴을 찌푸린 감독 실장에게 맞 
아 얼굴을 시멘트 바닥에 처박았다. 
그 일이 있은지 다음날. 
임신한 채인 독라들의 얼굴이 어두운 것만 빼고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듯이 시작된 밭일을 
하고 있는 독라들 중에서 한 독라가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감독 실장이 다른곳을 보고 있거나 다른 독라를 때리며 와타시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 
걸 확인하곤 감자 잎사귀 안을 들여다 봤다. 
“테치....” 
“알겠는데스? 여기서 도망가는데스!” 
“테....” 
그 독라는 일사병으로 자실장 한 마리를 잃은 그 친실장이었다. 
그 이후 남아있는 아이를 돌보려는 일념 하나로 버텨왔지만 어제 새로 태어난 아이들도 모두 
죽거나 비참한 독라의 길을 걷는걸 보고 어떻게든 마지막 아이만은 살리려는 것이다. 
그 아이들중 한 마리는 그나마 나은 감독 실장으로서 키워지게 되었지만 이미 독라가 된 와타 
시의 아이에겐 그것도 불가능하다. 
애초에 감독 실장으로 키워지던 자실장들, 그리고 감독 실장 중에서도 인간에게 거스르는 순 
간 바로 머리를 잡아 뜯기고 머리를 아프고 뜨거운것으로 지져진 후에 독라 노예들 사이에 내
던져졌다. 
어떻게 하든 인간의 아래에선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가질 수가 없었다. 
“마을을 기억 하는데스? 그곳으로 도망가는데스. 마을은 인간들이 부쉈지만 강에 보면 와타시 
들이 숨겨놓은 배가 있는데스.” 
강변에 사는 실장석들이 자주 보이는 행동으로, 스티로폼등을 숨겨놨다가 둥지가 습격 당했을 
경우 도망치기 위해 몸을 싣고 떠내려가는 경우가 있다. 
물론 뒤집혀 익사하거나 어딘가에 걸려 오도가도 못하게 되었다가 굶어 죽는 경우가 압도적으 
로 많지만. 
인간들을 쳐부숴 줄 생각에 빠져 패배와 탈출이란건 떠올리지도 못했기에 그 배를 사용 할 틈 
도 없이 잡혀왔지만 지금은 그것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걸 타고 멀리멀리 가는데스... 인간의 손도 닿지 않는 먼 곳에서 아이를 낳고, 다시 커다란 
마을을 만들어서 행복해지는데스....”
“하지만 독라테치... 독라는 살아 갈 수 없는테치.” 
“괜찮은데스. 다른 이웃들도 모두 잡혀온 테치. 바깥은 너만의 세상데스.” 
“마마는 어떻하는테치.....?” 
“마마는 걱정마는데스....” 
다시 주위를 둘러본 친실장은 감자 줄기 아래가 아닌 밭 가장자리를 파서 자실장이 들어갈 만 
한 구멍을 만들어선 자실장을 안에 넣었다. 
“마마!” 
“조용히 여기에 있다가 도망가는데스. 소리를 내면 안되는데스...” 
“테치....” 
“작별데스. 사랑하는 와타시의 아이.... 무슨 일이 있어도 너는 행복해져야만 하는데스!” 
커다란 잎사귀를 구멍 위에 덮기 전, 마지막으로 자실장의 동그란 눈과 눈을 마주쳤던 독라는 
허둥지둥 잎사귀 위에 나뭇가지를 덮었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감독 실장에게 이끌린 독라가 자실장을 숨긴 쪽을 한번 돌아보곤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해가 져서 어둠이 내려앉자 그때서야 나뭇가지 아래의 잎사귀가 들썩이다 독 
라 자실장이 고개를 내밀었다. 
“테치...” 
항상 다른 독라들의 울음소리나 감독들의 고함소리로 시끄럽다가 아주 오랜만에 조용한 주위 
를 둘러보던 자실장은 재빨리 구멍에서 기어나와 창고가 있는 마을을 바라봤다. 
“와타치 이제 자유테치....? 마마 고마워요테치....” 
천천히 고개를 돌린 자실장은 강변을 향해서 혼자 달려가기 시작했다.
“강변으로 가는테치! 마마가 말 한대로 멀리 가서 아이를 낳고 행복해지는 테푸웨에에엑 
-!!!!!!” 
달리던 독라 자실장의 입에서 분수처럼 적록색 피가 솟구치더니, 달려가던 기세 그대로 바닥 
에 뒹굴었다. 
“데에에에.... 데스우우우......” 
같은 시간. 
독라 자실장을 도망 보낸 친실장은 두 팔이 모두 뜯겨 나간 자리에서 줄줄 적록색 액체를 흘 
리며, 아이의 위석을 씹은 순간 너무 간단히 부서진 그 감촉을 느끼며 울고 있었다. 
“그래... 그래도 살고 싶었다 이거지. 그러면 처음부터 쓸데없는 짓을 하지를 말던가...” 
-퍽! 
“데쟈아....!” 
지로는 창고 앞의 점호에서 자실장이 한마리 없는 걸 알아차린 감독 실장의 보고를 받고 나서 
야 자실장 한 마리가 탈주한걸 알았지만 처벌을 하는건 영양제가 담긴 수조에서 그 자실장의 
번호가 쓰인 망을 꺼내는것 만으로 간단했다. 
그 위석을 부수라는 명령을 거부하던 친실장은 결국 두개째의 팔을 뜯는 순간 울며불며 고개 
를 끄덕였다. 
조금 더 벼텼으면 다리도 뜯어내고, 결국엔 목이 뜯겨 나갔을걸 생각해보면 그래도 빠르게 현 
명한 선택을 한 것이다.
입에서 위석 조각을 뱉어내며 적록색 눈물을 흘리는 독라 실장석을 보던 지로는 혀를 차고는 
한번 더 걷어찼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고 주말이 왔다. 
물론 주말이라고 휴일인건 아니기에 독라들은 지친 몸을 끌고 일을 나가고 그 날도 수조 안에 
있는 마리의 자실장들은 그 모습을 보고 치프프프 거리며 비웃기 바빴다. 
"데스..." 
감독 실장들은 그런 마리의 자실장들을 한번씩 노려보고는 일을 나섰다. 
그리고 일이 끝나자. 
"자, 이번주도 수고했다." 
물론 독라들에게 건넨 말은 아니고 감독 실장들에게 건넨 말이다. 
손에 든 종이를 보던 지로가 말했다. 
"이번주의 1위는... B조로군." 
"데스!" 
"해낸데스!" 
지로의 말에 B라고 쓰인 목걸이를 걸고 있는 감독 실장들이 기뻐했다. 
해냈다는것이 가혹하게 이웃이었던 독라들을 성공적으로 짓밟고 혹사시키킨 것 이란 생각은 
이미 어떤 감독 실장도 하지 않았다. 
"데이...2위데스?" 
수확량, 독라들의 반항 횟수, 일에 대한 평가 등으로 매주 매겨지는 평가에서 아쉽게 2위를 
한 A조의 감독들이 아쉬워했지만. 
"하지만, 어제 자실장이 한 마리 탈주한 사건이 있었으니 B조는 상을 받지 못한다." 
"데!" 
"그러므로 이번 주의 상은 A조가 받는다." 
"데스....? 데스! 와타시들데스!" 
"B조의 동료들에겐 미안한데스... 하지만 와타시들도 열심히 한 데스!" 
"데... 데샤아아아-!!!" 
코 앞에서 주말의 즐거움을 놓친 B조 감독들의 눈길이 일제히 한 독라 실장에게 향했다. 
"데스....." 
가능한 독라 무리의 구석에서 몸을 웅크려 눈에 띄지 않게 하려던 독라 실장석, 도망친 자실 
장의 친실장이 그 사나운 시선에 몸을 떨었다. 
"데... 인간님... 하다못해 저 녀석을 죽이게 해 주시는데스!" 
"뭐... 맘대로 해라. 그정도야 너희 맘 대로 해도 된다." 
"데쟈아아아-!!!"
"너 때문에 와타시들이 1위를 놓친데스! 죽여버리는데스우우우-!!!" 
지로의 말이 끝나자마자 B조의 감독들은 일제히 친실장에게 달려들었다. 
"데... 데... 데갸아아아-!!!" 
오늘 아침 간신히 재생했던 팔 뿐만 아니라 다리도 순식간에 당겨 뜯겨지고 내리쳐지는 막대 
기들에 맞아 산채로 찌그러져가는 친실장의 절규를 귓등으로 흘리며서 지로는 A조의 감독들 
을 불러모았다. 
그리고. 
"자, 상이다." 
"테치?!" 
"테챠!" 
수조 안의 테치테치 마법의 성 앞에서 공을 굴리면서 놀던 마리의 자실장 둘을 집어다 A조 
감독들의 앞에 내팽개쳤다. 
"테... 테... 테치....?" 
매일 비웃던 험악한 눈길의 알몸 실장석 들에게 둘러쌓인 분홍색 옷을 입은 자실장들은 그제 
서야 위기를 느끼고 황급히 와타치들의 보호자, 인간을 돌아봤다. 
"테치! 주인님 구해주는테치! 뭔가 위험한 기분이 드는테치...!" 
"주인님의 귀여운 사육실장의 위기테치!"
그 말을 들은 지로는, 매 주말마다 내쉬는 한숨을 이번에도 내쉬었다. 
"매주 똑같은 대사 반복하기도 질리지 않냐. 평일동안에 싹 까먹는게 더 용하지만... 머리가 
나쁜건지 행복회로라는건지." 
"테... 테... 테챠아아-!!!" 
"테치아악-!!!" 
다음 순간 자실장들은 사방에서 뻗어온 손에 머리칼과 옷을 잡아 뜯기며 비명을 질렀다. 
"테! 안되는테치! 사육실장의 고귀한 분홍색옷 테... 테챠!" 
"머리카락 빠지는테치! 안되는테치이-!!!" 
분홍색 옷이라도 매주 두벌씩 찢겨나가는 소모품이기에 사육실장용의 고급품은 아니고 초등학 
교 앞에서 노점상이 파는 컬러실장 처럼 평범한 자실장의 옷에 물을 들인것 뿐이고, 머리카락 
도 본드로 뒤통수와 앞에 붙여놓은것 뿐이지만 잘 떨어지지 않기에 잡아당기면 두피째 뜯기기 
도 해 고통만 늘어나 뿐이다. 
순식간에, 일주일 만에 다시 독라가 되어 바닥에 쓰러져 적새과 녹색의 눈믈을 주륵주륵 흘리 
는 마리의 자실장들에게 다음으로 감독 실장들의 발과 손이 마구 쏟아져 내렸다. 
-퍽! 퍽!
"테챠아아아-!!! 테치아아아-!" 
바닥을 뒹굴면서 주먹과 발길질을 피하려 하는 자실장이 아무리 애걸복걸해도 감독들의 분노 
와 스트레스 풀이는 멈추지 않았다. 
자신들도 나중엔 적극적으로 가담한건 머리속 한 구석으로 치워놓은 감독실장들에겐 이 자실 
장들은 그 증오스러운 원 사육실장의 새끼인데다가 마을의 다음 희망이었던 장로의 영리한 아 
이를 타고 업신여기던 건방진 녀석들이었다. 
그 영리한 자실장은 비록 장로는 죽었지만 자실장이면서도 훌륭하게 감독 실장이 되어서 지금 
도 같이 마리의 자실장들을 짓밟고 있었다. 
"그만하는테치! 와타치 죽어버리는테챠아아-!" 
"데? 걱정마는데스. 너의 돌도 어차피 저 수조에 있는데스. 그리고 인간님이 명령하신데스. 너 
희들을 죽이진 말라고 하신데스."
"테...? 테프프프프... 그렇다면 당장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테치! 너같은 천한 알몸이 와타시를 
죽일수 있을리가 없었던테치!" 
그 말을 듣자 순식간에 기세가 등등해져 당당하게 사과를 요구한 자실장의 주둥이에 막대기가 
후려쳐지며 이빨 조각과 함께 적록색 피가 튀었다. 
"테벡-!!!!" 
"죽지만 않으면 되는데스! 아니, 너희들은 죽으면 안되는데스! 다음 주말까지 와타시들은 열심 
히 일해서 또 너희들을 패주는데스! 다음 주도 그 다음주도 그 다음주도데스!" 
"테...." 
절망의 적록색 눈물을 흘리던 자실장의 적색과 녹색의 안구는, 다음 순간 뒤통수를 후려친 막 
대기의 충격에 비명과 함께 시신경을 끌고 얼굴에서 튀어나왔다. 
"데스우~." 
"데프프... 속이 시원한데스. 모두 다음주도 힘내는데스! 저 건방진 애새끼들을 또 패주는데 
스!" 
"데스! 데스!" 
"데... 와타시들도 지지 않는데스!" 
가열찬 폭력은, 감독실장들이 지치고 나서야 끝났다. 
상을 다 받을건 확인한 지로는 바닥에서 신음소리조차 못 내고 경련하고 있는 적록색 덩어리 
를 집어들어 머리에 다시 본드를 덕지덕지 발라 머리카락을 붙이곤 새 분홍색 염색옷을 덮어 
씌워 테치테치 마법의 성에 던져넣었다. 
저렇게 나두면 월요일은 테치테치 마법의 성에 틀어박혀 덜덜 떨고 있다가 화요일엔 고개를 
내밀고, 남은 주중 동안 다시 기세등등해져 있을것이다. 
그리고 또 주말이 올 것도 잊은 채. 
주말에 감독들에게 주어지는 상은 마리의 자실장들 뿐 만이 아니었다. 
순위에 상관없이, 주말동안은 옷이 돌려주어지는것이다. 
"데스! 와타시의 옷 데스!" 
수십벌의 실장옷 뭉치를 책상 서랍에서 꺼낸 지로가 그대로 바닥에 내려놨지만 감독 실장석들 
은 실장석의 본능대로 그 안에서 정확히 와타시의 옷을 찾아내 기뻐하며 입었다. 
"데스우...." 
머리카락이 있고 옷도 돌려받아 완전한 실장석의 그 모습으로 돌아온 감독 실장들의 모습을 
독라들은 질투와 증오, 그리고 두려움이 섞인 눈으로 쳐다보며 모여있을 뿐 이었다. 
그리고 임신을 하고 있던 한 독라가 태교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뎃데로게! 와타시의 자들 영리하게 태어나는데스~! 젯데로게에~! 인간님의 말엔 무조건 복종 
데스~. 인간님의 말이라면 이웃도 때려 죽이는데스~. 그래야만 무서운 독라 신세가 되지 않는 
데스 뎃데로게에~." 
원망스러운 마리의 새끼들을 독라로 만들고 흠씬 패준데다가 옷까지 입은 만족감에 뒹굴거리 
던 감독 실장 중 한 마리가 변의를 느끼곤 일어났다. 
인간님에게 반항을 하거나 독라들을 관리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보이는거 이외에도, 화장실을 
못 가리는 것도 자칫하면 감독 실장의 지위에서 독라로 떨어질 수 있는 빌미가 되는 것이다. 
-덜컹. 
창고 구석의 널판지를 치운 감독 실장은 문득 아래를 들여다봤다. 
끝없이 깊어 보이는 어두운 공간에서. 
"데... 데에에에..." 
적색과 녹색의 무언가가 잠깐 반짝였다. 
"데프프프...."
그걸 보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은 감독 실장은 엉덩이를 내밀고 마음껏 대변을 내뿜었다. 
"데에에.... 데갸아아아아아........!" 
그러자 아래서 들리던 신음소리가 한층 더 비참한 목소리로 바뀌었지만 아랑곳 않고 일을 마 
친 감독 실장이 다시 한번 아래를 내려다보곤, 
"펙!" 
아래로 침을 뱉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났다. 
그 앞에선 감독 실장이 화장실을 비우기를 기다리면서, 수십마리의 독라들이 줄을 서 있었다. 
"...................." 
그렇게 실장석에게 애정을 주었던 마을이, 실장석에게 어울리는 형태로 모든 일이 정리 되고 
나서의 어느날. 
지로는 마을 입구의 낮은 언덕에 올라서서 담배를 빼물었다. 
낮은 언덕이라고 해도 둘러보면 마을의 전경과 밭들, 멀리에 강변도 숲에 살짝 가린채 보인 
다. 
조용히 마을을 응시하던 지로의 뒤에, 검은색 차가 한대 나타나선 멈춰섰다. 
"텟치! 텟치텟치!" 
문이 열리고 나타난건 자실장을 안은 여성이었다. 
딱 봐도 애호파에게 애지중지 길러지는 사육실장이라고 써 붙인듯이 분홍색 고급옷에 몸을 감 
싸고 어깨에 걸고 있는 실장석용 파우치에 녹은 설탕으로 끈적거리는 손을 넣어 끝없이 콘페
이토를 꺼내 우적우적 씹어먹는 그 자실장의 모습에 지로가 눈살을 찌푸렸다. 
여성도 칭얼대는 자실장을 달래려 했지만 결국 포기하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시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차 안에 놓인 사육실장용 시트에 자실장을 내려줬다. 
그리고나서 지로의 옆에 나란히 선 여성은 지로의 시선을 따라 마을을 응시했다. 
"좋은 곳이네요." 
"그래..."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 할 게요. 돌아와 주세요." 
"........." 
여성의 말에 지로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이미 떠난 몸이야." 
"당신이 떠나고 나서 더욱 엉망이 되어가고 있어요." 
"........" 
"미나쿠모가 다음 회장 자리르 노리고 이런저런 수작을 부리고 있어요... 거기엔 나에게 청혼 
을 한 것도 포함되죠." 
눈살을 찌푸리며 머리를 쓸어올리는 여성의 옷 소매가 미끄러져 내리면서, 그곳에 새겨진 용 
의 문신이 살짝 드러난걸 지로의 시선이 쫓았다. 
"아버지의 유일한 상속인이 나니까 그렇겠지요." 
"....어차피 그런 바닥이지않나." 
".........."
"나는 실장석이란게 아주 싫어. 멍청하고 자기밖에 모르고 건방지고 그럼녀서도 자기가 뭘 잘 
못하고 있는지조차 모른채 세상의 미움받을 짓은 다 골라서 하지." 
잠시 말을 멈췄던 지로는 무의식중에 허리로 손을 가져갔다. 
"언제더라... 나와바리 싸움에서 허리를 찔리고 뒷골목으로 간신히 도망가 쓰러져 있을때... 골 
목 바깥에선 아직도 싸우는 소리가 들리고 난리인데 골목 안에선 또다른 싸움이 벌어져 있었 
어. 실장석 두마리가 취객이 토해놓은 토사물을 두고 서로 머리채를 부여잡고 추하게 싸우고 
있더군... 하하,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지금 내 모습도 저럴까 싶었지." 
"실장석..." 
그 단어를 되뇌인 여성은, 미소를 지었다. 
"네, 추하죠. 천하디 천한 생물 주제에 스스로가 세상 제일이라고 우쭐대는 그 꼴이 우습고 우 
스워서 견딜수가 없을정도에요. 지금 기르는 저 자실장도 바닥을 꾸물꾸물 기어다니는 구더기 
였던 주제에 지금은 와타치는 모든 세계가 무름 꿇은 공주사마테치, 라더군요. 아하하..." 
"어차피 크루미겠지?" 
"네. 이번 이름도 크루미에요. 매번 이름 짓기도 귀찮으니... 하지만 이제 슬슬 질렸어요. 저 
자실장도 뭔가 색다르게 처분을 하고 싶지만... 이야기가 어쩌다 여기로 갔을까요?" 
"말 돌리지마. 실장석이나... 우리 야쿠자나 결국 같은 녀석일 뿐이란 소리야!" 
지로의 고함소리에도 여성은 동요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아뇨. 달라요." 
".........." 
"실장석은 결국 끝까지 자신의 추함을 모르죠.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잘못을 알면, 그 잘못을 
고치려 노력해요. 그것이 둘 사이의 절대적인 차이에요." 
"회장님은 좋으신 분이고... 우리 애들도 머리는 비었어도 착한 애들이야. 하지만 야쿠자가 착 
하다고 해도 바로 쑤시냐 한번 망설이고 쑤시냐의 차이... 결국 세상의 그늘 속에서 살아가야 
되잖아?" 
"그늘에서 나올겁니다. 햇볕이 드는 양지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게... 저는 더이상 그늘에 
있기 싫어요. 삼촌이나 다름없는 우리 조직원들이 손가락질 당하는것도 싫어요..." 
".........." 
"조직을... 정리하겠습니다. 지금 표면적으로 운영하는 건축회사들에 조직원들을 거두고 제대 
로 된 회사로 만들어 뒷세계에선 손을 뗄 거에요." 
"그게 가능할 리가 없어... 전쟁 이후부터 쭉 내려온 조직이야. 아무리 회장의 직계라도 이미 
한 사람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야. 반발은 물론... 내부 항쟁까지 일어날거야." 
"그래서... 당신이 필요한 거에요. 단도직입적으론 돌아와 달라, 라고 했죠. 하지만 솔직하게 
이야기 하면..." 
여성은 처음으로 지로를 돌아보면서, 눈을 마주쳤다. 
강인한 목소리와 달리 그 눈은 당장이라도 울 것처럼 힘들어 보인다는걸 그때서야 깨달은 지 
로가 입을 다물었다. 
"...도와주세요." 
"..............." 
지로는. 
마을을 돌아봤다. 
실장석들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지로가 상상도 못 했던 모습을 보여주었던 마을. 
그러나 결국 그 결말은, 지로가 처음에 계획했던 '실장석을 노동에 쓰는 방안'과 똑같은 모습 
이 되었던 것이다. 
실장석은 결국 실장석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실장석과는 다르다... 죄를 씻고 바뀔 수 있다, 인가." 
중얼거린 지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래. 알겠어... 내가 조직을 박살내 주겠어. 한번 부숴서... 새로 만들자. 햇볕이 잘 드는곳 
에, 누가 봐도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 
결국 눈물을 흘리며 지로의 품에 와락 안긴 여성을 끌어 안아주면서 지로의 눈길이 마을을 향 
했다. 
아마 돌아가면 힘든 나날이 될 것이다. 자신들의 죄를 씻고 양지로 나가는게 쉬울 리가 없다. 
그렇지만 언젠간, 부드러운 저녁 노을에 감싸인 저 마을처럼 세상에서 제대로 있을 곳을 만들 
수 있을것이다. 
실장석들이 계속 죄의 대가를 치르면서 고통을 받을 마을. 
하지만 인간인 자신이 인간 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마찬가지로 고난을 겪어 도달할 '마을' 의 
풍경은 다를것이다. 
그렇기에 마지막으로 지로는 짧은 기간이나마 정이 든 마을의 풍경을 눈에 새겼다. 
강가의 마을에 실장석이 있는 풍경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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