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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교육




“데스우~ 데스우~”
평범한 가정집의 거실에 놓인, 역시 평범한 수조.
그 안에서 한 실장석이 행복한 듯 울면서 갓 태어난 일곱마리의 새끼들을 안고 노래하고 있었
다.
그 모습을 차가운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주인을,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면서.
“와타시의 사랑스러운 아이들~ 배고픈데스?”
“마마 이건 무엇테치?”
친실장은, 자실장의 수대로 준비 된 작은 젖병을 자랑스럽게 내밀어 보였다.
“이건 분유라는 것 데스. 고귀한 사육실장으로 태어난 특별한 와타시의 아이들의 특권데스
우~”
- 먹거리 교육 -
자실장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먹을 것에 테치테치 대 흥분이다.
들실장이나 산실장의 경우 갓 태어난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는 경우도 있지만, 실장석의 젖은
새끼에게 포유를 하기 위한 것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영양분이 적다. 항상 굶주리기에
영양이 적은 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영양상태가 좋아져도 양이 늘 뿐이지 성분은 그다지 변함
이 없다.
모체가, 영양을 적게 나누기 위해 성분을 줄이는 거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이 자실장들은 사육실장인 친실장에게서 태어났다.
애완동물로서 한번 길러본 실장석이 어느새 멋대로 새끼를 가진 걸 탐탁지 않게 여긴 주인이
었지만, 일단 낳게는 해봤다.
그리고 실장석의 사육에 지나친 열의가 없던 점이, 새끼를 가진 사육실장은 쉽게 본성을 드러
낸다는 점을 모르게 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실장샵의 직원이 권하는 대로 자실장용의 분유
를 사 주게 한 것이다.
친실장의 모유보다 훨씬 영양이 풍부한 분유는 영양뿐만 아니라 맛도 약간 달콤하게 되어있어
자실장들에게 대 인기다. 자실장 때 홀로 팔려와 인간에게서 이 분유를 받아먹으며 자란 실장
석의 경우엔 성체가 되서도 분유를 계속 찾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테... 맛있는테챠아아아!”
“더 먹는테치! 더 먹는테치!”
그리고 이 자실장들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배운 먹을거리의 맛에 기뻐하고 있었다.
처음 입에 넣은 게 썩은 것도, 더러운 것도 아니라 달콤한 맛이 나는 것이란 게 얼마나 행복
한 것인지 알려고 하지도 않으며.
“테... 이것이 콘페이토테치!”
“달콤한테챠아아-!”
식후엔 하루에 한 개씩의 콘페이토가 주어진다.
실장석들에겐 전설의 먹을거리로 구전되어오고, 배우지 않아도 종으로서의 본능에 강하게 새
겨진 훌륭한 먹을 것. 그 달콤한 맛에 친실장이 예의범절이란 걸 전혀 가르쳐 지지 않아 본능
대로 팡콘을 해버린 자실장들은 팬티가 묵직해진 것도 상관없이 테치테챠 울음소리를 내며 우
적우적 콘페이토를 씹어 먹는다.
“테?! 벌써 없는테치! 더 주는테치! 더 가져오는테치!”
“.........”
어쩌다가 간신히 얻은 콘페이토가 아까워 쪼개서 조금 핥아 단맛에 황홀해하며 콘페이토 하나
를 한 달도 넘게 애지중지 하는 들실장들의 삶도 있다는 걸 모르는 자실장들은 허겁지겁 콘페
이토를 씹어 먹고 주인에게 당당히 손을 내밀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는 주인의 표정은, 갈수록 굳어간다.
그다지 비싸지 않은 공장제 콘페이토라도, 매일 하나가 소비 되던 게 단숨에 하루에 8개씩 줘
야 하는 것이다.
그다지 원하지도 않았던 저 새끼 실장석들 때문에.
2주 뒤.
“자. 오늘부턴 이걸 먹는데스.”
“테...?”
“분유가 아닌테치?”
“콘페이토는 어디테치!”
자실장들은 오늘도 당연히 준비 되어 있어야 할 맛있는 분유가 아니라 인간이 바친 작은 초록
색 덩어리들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이건 사육실장들만 항상 먹을 수 있는 실장푸드란 것 데스. 저 바깥의 천한 것들은 와타시가
이걸 바닥에 던질 때나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겨우 먹어 볼 수 있는 먹을 것 데스.”
“테! 특별한 음식테치?”
“와타치가 먼저 먹는테챠!”
서로를 밀치며 우글우글 몰려는 자실장들은 각자 실장푸드를 하나씩 집어 들고 입을 한껏 벌
려 물어뜯었다.
“테....?”
그리고는, 얼굴이 굳어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실장석에 대해 잘 아는 주인이라면 애초에 새끼를 낳는 걸 허락 하지 않았거나, 낳았어도 교
육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교육엔, 먹을 걸 가리는 것에 대한 벌도 당연히 포함 되지만 린갈조차 잘 쓰지 않
고 그저 먹이나 주고 가끔 들여다보는 정도로 기르던 주인은 그런 걸 해야만 실장석을 기를
수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테.... 이딴건 먹는 게 아닌테치! 분유 가져와라 테챠아아아-!!!”
“분유! 달콤한 거 가져오는테치이이-!!!”
“뭐하는 테치! 빨리 테치! 와타치의 말을 안 들으면 물어뜯어주는 테챠아!”
“.........”
그러나 그런 주인이라도, 실장푸드를 내던지더니 자신에게 이빨을 드러내고 얼굴을 일그러트
리며 위협, 이라고 스스로는 생각하는 걸 하는 자실장들의 행동은, 린갈 없이도 충분히 이해
가 갔다.
“데.....?”
그렇기에.
아침에 눈을 뜬 친실장은, 공원 한 구석에 덩그러니 놓인 골판지의 안에서 멍하니 주위를 둘
러보고 있었다.
“테...? 마마. 좋은 아침테치. 아침인데 인간이 늦는테치. 인간은 어디 간 테치?”
“어제는 분유 먹지 못한 테치! 배고픈테치이...”
그때야 눈을 뜬 자실장들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끝없이 이어진다.
“데... 다녀온데스.”
“늦은테치! 밥! 밥을 어서 주는테치!”
“오늘은 무엇테치?”
며칠 뒤.
기적적으로 공원에서 살아남은 친실장은 공원 구석의 골판지에 지친 몸을 질질 끌며 돌아왔
다.
이 친실장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엔 여러 가지 행운이 있었다.
우선 주인이었던 남자는 새끼가 태어나기 전에도 실장석에게 옷을 사주지 않았었다.
적당히 기르는 사육이었기에 구태여 그렇게 쓸데없는 지출을 하지 않으려는 생각이었지만 덕
분에 태어날 때 입고 나온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친실장은 좀 깨끗한 옷을 입은 들실장으로
보이기도 한 것이다.
게다가 슬슬 기온이 내려가는 늦가을이다. 들실장들은 월동준비에 여념이 없어서 원사육 티가
나지 않는 친실장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이 일가는 같이 버려진 골판지를 집으로 삼아 그냥저냥 살고 있었다.
물론, 처음엔 와타시를 잃어버린 인간에 대한 분노를 터트리며 새끼들을 줄줄이 데리고 집으
로 돌아가려 했지만 도로에서 두 마리의 새끼를 차가 깔아뭉개는 걸로 짧은 귀갓길은 바로 끝
났다.
그리고 어차피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모르기에 친실장은 어쩔 수 없이 공원에 정착한 것이다.
다행히도 이 공원은 애호파가 오지 않는 곳이라 실장석의 수가 늘지 않았다.
그렇기에 학대파에게도 별로 맘에 드는 사냥터는 아니고, 그 두 가지 이유의 절묘한 조화로
실장석의 수와 생활환경은 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들실장에게 적당한 수준이라는 건 음식 쓰레기와 잡초를 주식으로 삼으며, 아사를 면하
는 수준.
아무 능력도 없이 인간의 집에서 무위도식하던 일가에겐 먹을거리를 구하는 것 자체가 고생이
었다.
그리고, 구해와도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밥을 먹는데스.”
“테... 이건 무엇테치?”
“이건 고기데스.”
“고기테치! 아는테치! 스테이크테치!”
“스테이크테치?! 와타치가 먹는테치! 비키는테치!”
인간의 집에서 길러지던 때, 친실장이 가르친 여러 가지 먹을거리들.
스테이크, 초밥, 케이크, 푸딩 등 사육실장이든 아니든 모든 실장석들이 애타게 간구하는 그
먹을거리들의 모습이 끝없이 나오는 TV의 앞에서 테치테치 난리를 치는 자실장들에게 친실장
이 이름을 가르친 것이다.
“테.....?”
그때 본 갈색으로 잘 익은 커다랗고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커다란 고깃덩이를 기대하고 자매
들을 밀친 자실장은, 희미하게 적색과 갈색의 찌꺼기가 붙은 뼈를 보고 발을 멈췄다.
“마마? 이건 스테이크가 아닌테치.”
“누가 스테이크라고 한 데스? 오늘은 이것밖에 없는데스.”
“테....”
고기-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찢고 친실장이 꺼내온 족발의 뼈를 본 자실장의 눈에 적록색의 눈
물이 그렁그렁 맺히다가 왈칵 눈물을 쏟았다.
“이건 쓰레기 테치이이이이-!!! 스테이크 가져오는테치! 가져오는테치아아악!!!”
바닥을 뒹굴며 팔다리를 버둥거리는 자실장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자실장들이 발악하듯이 울
기 시작했다.
“스테이크까지 바라지도 않는테치! 분유를 가져오는테치!”
“와타시는 초밥의 좋은테치! 아직 한번도 못 먹어본테치! 불행한 테치이이-!!!”
애초에 원사육인 친실장이 조금이라도 쓰레기를 구해오는 것 자체가 매우 대단한 일이라는 것
조차 모르는 자실장들은 그저 떼를 쓸 뿐이다.
“뎃챱뎃챱....”
그러거나 말거나 친실장은 뼈에 붙은 찌꺼기를 긁어먹고 있을 뿐이다.
일단은 사육실장으로서 팔리던 개체다. 인간에게 버려져 위기를 느끼고, 쓰레기를 구하러 다
니며 들실장의 가혹한 현실은 싫어도 배우게 된 친실장은 몰려오는 구토와 와타시가 이딴 쓰
레기를 먹어야 되는 불합리함에 대한 분노를 억누르며 꾸역꾸역 음식물 쓰레기를 삼켜갔다.
“콘페이토 가져와라테치이이이! 테치이이이이! 테치이이이이-!! ......테.”
“......테치...”
“테....”
계속 떼를 쓰던 자실장들도, 흘깃흘깃 곁눈으로 친실장의 눈치를 살피며 울기를 반복하다가
친실장이 비닐봉투에서 마지막 남은 뼈를 꺼내는걸 보자 안색을 바꾸며 달려왔다.
“마마! 와타치 아직 밥 못먹은테챠!”
“그건 와타시의 것 테치이!”
뼈 하나를 사방에서 붙잡고 머리로 서로를 밀쳐가며 말라붙은 살점을 뜯어먹는 아이들을 본
친실장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날부터, 자실장들은 경쟁적으로 음식 쓰레기를 먹기 시작했다.
“이건 무엇테치?”
“토할것 같은 냄새테치...”
“이건 생선데스”
“스시테치?!”
“그냥 생선머리데스.”
“야채가 있는테치.”
“TV에서 말 한 테치. 야채를 먹으면 아름다워 진다고 한 테치!”
“테! 그렇다면 와타치가 먹는테치! .....테오웨엑! 역겨운 맛 테치!”
생선의 머리, 야채를 다듬고 남은 끄트머리, 상해버린 고기, 쉰밥.
음식 쓰레기봉투에서 나오는 것 중에서 매운 걸 제외한 모든 걸 이 일가는 먹어치웠다.
매운 걸 구분 하는 법은 새빨간 볶음국수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진 도시락 팩), 그
리고 고추를 먹은 자실장들이 목을 쥐어뜯으며 괴로워 하다가 죽는걸 보고 빨간 것과 매운 냄
새가 나는 건 먹지 말아야 한다는 걸 배운 것이다.
그걸 배우기 위해 또다시 두 마리의 아이를 잃었지만 남은 세 마리는 그럭저럭 들실장으로서
의 삶에 적응해 가고 있었다.
원사육실장과 그 새끼들 치고는 성공적인 정착이다.
“데이......”
그러나 며칠 뒤.
친실장은 낙엽 아래를 뒤지며 실망한 듯 신음소리를 냈다.
겨울은 사람들에게 귀찮은 들실장을 줄일 수 있는 찬스.
월동 식량을 확보하지 못하게 하는 것만으로 그 다음 해의 들실장 증가속도가 확연히 다르기
에 평상시엔 느슨하게 지켜지던 음식물 쓰레기 배출 시간도 겨울이 시작 될 즈음 공지가 붙으
면서 엄격하게 지켜지고 마을 청년회에서 자원한 청년들이 음식물 쓰레기장을 교대로 지키는
것이다.
실장석 상대로는 과도할 정도의 태세지만, 청년들의 대부분이 히죽이면서 빠루를 메고 이제나
저제나 하며 실장석을 기다리는걸 보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인 듯하다.
그러나 실장석들에겐 전혀 좋지 않다.
평소대로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뒤지러 갔던 들실장들은 인간이 있는걸 보고 일단 전봇대 뒤나
주차된 차의 아래에 숨어 인간이 사라지기를 기다렸지만 인간이 떠나면 바로 또 다른 인간이
오며 인간이 없는 때가 없자 결국 참을성이 다해 인간이 있든 없든 와타시의 구역인 쓰레기장
으로 향한 몇 마리의 들실장이 휘둘러진 빠루에 산산 조각나는걸 보고 나머지 들실장들은 모
두 공원으로 도망쳐 왔다.
음식물 쓰레기를 구할 수 없다면 잡초나 나무열매를 더 준비해야한다.
인간의 쓰레기를 구할 수 없게 되자 들실장들은 혈안이 되어 잡초를 뽑아 말리고 작은 나무열
매를 주웠고 그 중에는 그 친실장의 모습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친실장은 애초에 월동준비라는 걸 모르고, 설령 알았다 해도 하루 먹을거리를 구하는
것도 역부족이다.
결국 남은 세 마리의 자실장을 데리고 나와서 낙엽 아래를 뒤적이게 되었다.
“테치... 여긴 있는테치? 없는테치...”
“테치! 찾은테치! 이건 와타치의 것 테챠! 손대지 마는테챠아!”
가혹한 현실과 공원에서 살아남은 세 아이 중 장녀는 집에서 떼를 쓰던 자실장들이라고는 생
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을 하고, 맛없는 쓰레기도 불평 없이 먹게 된지 오래다.
그러나 차녀와 막내는 여전히 쓰레기를 먹을 때 마다 불평을 하고 지금도 건성으로 낙엽을 뒤
적이다가 우연히 먹을 수 있는 걸 찾으면 모을 생각도 안하고 허겁지겁 자신의 입에 넣을 뿐
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친실장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네 마리의 실장석이 잡초로 배를 채우는 건 한계가 있다. 양은 어느 정도 확보가 되어도 전혀
영양이 없는 것이다. 열심히 다른 먹을거리를 찾아야 하지만 저 두 아이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테! 마마! 뭔가 또 찾은테치!”
친실장은 장녀의 울음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데?”
“뭔지 모르는 게 있는테치! 하지만 먹을 수 있을 거 같은테치...?”
“데... 데! 그건 먹을 수 있는 것 데스!”
장녀가 나무뿌리 근처의 커다란 낙엽을 들추자 드러난 뭔가를 본 친실장은 추억 속에 빠져 들
었다.
“자. 식었으니 한번 먹어봐라.”
데스우~ 데스우~
코다츠 위에서 끓는 냄비에서 주인님이 국자로 작은 접시에 퍼준 전골.
그때는 감사한줄 모르고 바보 같았던 와타시는 고기부터 먹어치우고 고기를 더 달라며 떼를
썼었지만 결국 접시에 남아있던 다른 것도 먹었었다.
맛이 없다고 불평했던 그것의 맛을 떠올린 친실장은 기뻐하면서 장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
다.
“이건 버섯이라고 하는 것 데스! 먹을 수 있는데다가 맛도 좋은데스! 잘한데스!”
“테....”
“테치이....”
“데... 데데데...”
며칠이 지나고, 드디어 날씨가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시작했다.
며칠 전, 장녀가 찾았던 버섯을 옆에서 달려들어 자신의 입에 우겨넣은 차녀가 복통과 설사에
시달리다 결국 그날 밤 죽었기에 입이 또 하나 줄었지만, 세 마리가 된 일가가 겨울을 나기엔
모은 음식의 양은 터무니없이 적었다.
“테... 테치이....”
골판지의 구석에서 낡은 신문지를 두르고 덜덜 떠는 장녀를 보던 친실장은 천천히 일어섰다.
이대로라면 영리한 장녀는 추위와 굶주림에 얼마 버티지 못한다. 그렇다고 먹을 걸 찾으러 가
봤자 인간들의 먹을 건 봉투째로 얼어 꺼낼 수가 없고 공원 안의 잡초나 열매는 씨가 마른지
오래다.
“데...”
친실장은 일어서선 잠시 뭔가를 고민하며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때, 막내 자실장도 고개를 들었다.
“마마 먹을 거 찾으러 가는테치? 어서 빨리 나가는테치! 와타치 배고프다고 몇 번을 말한 테
챠아아아-!”
“...........”
“아캬아아아아아악-!!!”
“테?!”
차가운 골판지의 구석에서 꾸벅꾸벅 졸던 장녀는, 갑자기 들려온 귀를 찢을 듯 한 비명소리에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테치?! 막내쨩?! 무슨 일 테....”
그리고는, 마마의 품에 등을 보인 채 안겨 있는 막내 여동생과,
눈이 마주쳤다.
“......테에에에에!!!”
막내쨩의 목이 반대로 돌아가 있다, 라는 걸 깨닫고 비명을 지르는 장녀의 앞에 목이 뽑힌 막
내의 몸통이 털썩 떨어졌다.
“테... 마마...?!”
“먹는데스. 장녀.”
“테?! 무슨 말 테치! 이건 막내쨩테치! 어째서 막내쨩을 죽인테치?!”
“아닌데스.”
친실장은, 손에 든 자실장의 머리를 씹으며 말했다.
“이건 자실장이라는 먹을 것 데스.”
다시 며칠 뒤.
막내를 잡아먹고 약간 기력을 회복한 친실장은 다시 먹을 걸 구하러 나가 봤지만 겨울엔 역시
먹을 걸 구할 수 없었고, 오히려 얼어 죽을 뻔만 하고는 간신히 집으로 돌아왔다.
“테... 마마 괜찮은테치?”
“집에서 몸을 녹이면 괜찮을 것인데스. 너는 아무런 걱정 할 필요 없는데스...”
집이라고 해도 골판지의 안은 바깥보다 아주 약간 나은 정도.
차가운 골판지 바닥에 신문지를 덮고 누워 기절하듯 잠이 든 마마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장
녀도 신문지를 끌어안고 잠을 청했다.
잠이 들면 배고픔도 추위도 잊을 수 있다.
-부스럭.
“테...?”
그러나 어느새 잠이 들었던 장녀는 무슨 소리를 듣고 다시 심한 공복감이 느껴지는 가혹한 현
실로 돌아왔다.
골판지 안이 칠흑 같이 어두워서 어느새 한밤중이라는 걸 안 장녀는 소리가 난 쪽을 돌아봤
다.
“마마...?”
장녀의 옆에는, 친실장이 서서 말없이 장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마? 무슨 일테치?”
“.........”
“마마?”
“............”
친실장의 손에 들린 못이, 어두운 골판지 안에서도 희미하게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겨울이 지났다.
“데스우~ 겨우 봄이 온 데스! 따듯해진데스!”
골판지가 메워질 정도로 가득 채워둔 낙엽을 헤치고 바깥으로 나온 들실장 한마리가 기지개를
펴며 오랜만의 바깥 공기를 만끽했다.
-쿠르르르
“데... 배가 고픈데스...”
춘자를 다 독립시키고, 추자를 낳지 않은 이 들실장은 혼자 월동을 해서 준비가 그나마 좀 편
했지만 생각보다 추운 날이 더 길어서 마지막 즈음엔 먹을 걸 아껴 먹다가 결국 며칠을 굶었
다.
“데스! 저기 바로 골판지가 있는데스!”
적당한 온도가 되면 들실장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거의 같은 날에 사방에서 기어 나온다.
그렇기에, 아직까지도 조용한 저런 골판지는, 월동에 실패한 것이라고 봐도 된다.
물론 먹을 건 남아있지 않겠지만, 안에는 추운 날씨에 썩지 않은 동족의 시체가 최소한 하나
는 남아있을 것이다. 막 월동을 끝낸 들실장에겐 귀중한 먹을거리다.
“데스우... 데?”
“테... 테치...”
그러나, 골판지를 들여다본 들실장의 눈엔 예상과 좀 다른 광경이 들어왔다.
우선 자실장의 두개골 하나. 이건 작년에도 본 모습이다.
그러나.
“테치이...”
그 옆엔 자실장의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커다란 두개골과 뼈 무더기가 있었다.
성체의 뼈다.
“데....?”
물론 자는 사이에 못 같은걸 들고 찌르면 자실장이라도 성체를 죽일 수 있다. 겨울의 동족상
잔 중엔 가끔씩 그렇게 자실장이 친실장을 죽이고 먹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이 자실장은 바싹 마르긴 했어도 옷이 찢기지 않았다.
자실장의 힘으론 위석까지 못을 찔러 일격에 죽이기는 힘들기에 우선 눈을 찌르고, 깨어난 친
실장이 비명을 지르며 뒹구는 동안 몇 번이고 못을 찔러 운 좋게 이기는 게 자실장이 친실장
을 죽일 수 있는 경우다.
그렇다고는 해도 보통은 친실장이 마구 휘두르는 손에 맞아 죽거나, 살아도 팔다리 하나 정도
는 떨어져 나가기에 그렇게 살아남은 자실장은 옷에 팔 부분이 없거나 찢긴다.
“데.....”
잠시 생각하던 들실장은, 자실장을 조심스럽게 안아들었다.
“테... 테치...”
“정신을 차리는데스!”
“테... 아줌마는 누구테치?”
“정신이 든 데스? 이게 어떻게 된 것 데스? 네 마마를 어떻게 죽인데스?”
“테... 마마...?”
그 말을 듣자, 수분이 남아있었는지도 의심스러운 자실장의 두 눈에서 적록색 눈물이 조금 흘
렀다.
“마마... 마마가 말한 테치... 마마를.... 마마를 먹고 살아남으라고...”
“데스우...”
그날.
깨어난 장녀의 앞에서, 친실장은 그 말만을 남기고,
스스로 위석에 못을 찔렀다.
울고 울던 장녀는, 마마의 마지막 말을 떠올리고 겨울 내내 조금씩 친실장의 고기를 먹으며
결국 살아남은 것이다.
철없던 사육실장이었다고는 생각 할 수 없는, 실장석의 자기희생.
“너의 마마가 그런 일을 한 데스?”
“그런테치... 마마... 마마아....”
그 희생의 결과로, 지금 와타시의 품에 안겨있는 자실장이 살아있다는 걸 깨달은 들실장은,
중얼거리듯 말했다.
“데...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드는데스...”
“테치....?”
-으적
멍하니 와타시를 올려다보는 자실장의 얼굴을 물어뜯은 들실장은, 천천히 자실장을 씹어 먹기
시작했다.
월동에 성공했어도 약해진 동족은, 얼어 죽은 고기보다 훨씬 먹기 좋은 먹을거리인 것이다.
친실장이 마지막으로 가르쳐준 먹을거리, 마마의 고기는.
들실장에게 얼은 사체 대신 아직 살아서 부드러운 자실장의 고기를 먹을 수 있게 하는 결과로
끝났을 뿐 이었던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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