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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우지챠

 


공원 구석 수풀 속에 감춰진 어느 들실장 일가의 골판지 둥지

"""마마~! 오늘은 와타시타치와 놀아주시는테츄!"""

이 둥지의 일가, 자실장 세 자매는 오늘도 친실장의 치맛자락에 매달려 한목소리로 응석을 부리고 있었다.

"마마앙~ 와타시, 옛날이야기가 좋은 테츄~"
"아닌테치! 둥실 둥실~ 높이 높이~ 놀이를 해주시는 테치"
"테에에엥~ 와타치가 먼저 마마와 높이 높이~ 하는 테치잇!"

각자 기대감에 들떠 멋대로 떠들어대는 자실장들

하지만

"...안되는 데스!"

친실장은 단호한 표정으로 자신의 치맛자락을 붙잡은 자실장들의 손을 밀어냈다.

"마마는 밥구하기를 나가야 하는데스! 오마에타치, 오늘 저녁에 굶어도 좋은 데스까?" 

하며 친실장은 하우스 구석에 놓여있는 때 묻은 탁구공을 손으로 가르켰다.

"얌전히 하우스 안에서 저 공으로 놀고 있는 데스! 마마는 바쁜 데스야"

하지만 자실장들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테에엥~! 마마! 공씨로 노는 것은 이제 지겨운 테치! 다메인 테츄!"
"하우스 안은 너무 좁은 테치! 어두운 테치, 답답한 테치!"
"와타시타치도 마마와 함께 넓고 넓은 바깥 구경이 하고 싶은 테츄! 마마는 귀여운 와타시타치의 부탁을 들어주시는 테츄웅~☆"

"""테츄우우웅~☆"""

미리 준비라도 한 듯 동시에 오른손으로 입가를 짚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첨을 하는 세 마리
'이거라면 제 아무리 엄격한 마마도 귀여운 자신들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고는 못 배기리라'라고 녀석들은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런 녀석들에게 돌아온 것은 

콩!콩!콩!

"테엥!?"
"치에엣!?"
"테츙!?"

골통을 흔드는 칠실장의 따끔한 꿀밤 세례였다.

"안된다면 안되는 것인 데스!!"

"""테에에에에엥~?"""

"벌써 마마의 가르침을 잊은 데스까? 바깥에는 위험한 것들 투성이인데스! 마마의 허락없이 나가면 모두 '슬픈일'을 당하는데스. 허락없이 나가서 '슬픈일'을 당하는 분충은 마마의 자가 아닌데스!"

"""츄우우우..."""

친실장의 단호한 모습에 자들은 더 이상 보채지 못하고 그저 얼얼한 머리를 어루만지며 눈물을 글썽거릴 뿐이었다.

"명심하는 데스! 절대 마마가 올때까지 하우스 밖으로 나가선 안되는 데스!"

다시 한번 자들에게 신신당부한 친실장은 하우스를 나선 뒤 문을 빗장으로 단단히 걸어 잠갔다.

"...데스우우우~"

그리고 돌아선 친실장은 한숨을 푹 쉬었다.

앞에선 자들을 위해 엄하게 굴었지만 저리 풀죽은 자들 모습을 보는 친실장의 마음도 편치는 않았다.

생각해보면 친실장 자신 역시 철없던 자실장 시절 밥구하기를 나선 마마를 기다리는 그 시간이 얼마나 지루했던가?
그 때의 지긋지긋한 지루함과 둥지를 뛰쳐나가고 싶었던 충동을 친실장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마마 허락 없이 하우스 밖으로 뛰쳐나가 영영 돌아오지 못한 다른 오네챠들의 마지막 모습까지 친실장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친실장의 자, 세 마리는 이제 태어난 지 불과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어린 녀석들이었다.
이렇게 어린 녀석들이 친실장의 비호없이 외출을 하는 것은 곧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제 막 세상 빛을 본 한창 호기심이 왕성할 시기
좁고 어두운 골판지 하우스 안 갇힌 채 하루종일 친실장의 귀가만 기다리는 일은 어린 녀석들에게 어지간히 고되고 힘든 일일 것이다.

자들이 친실장에게 매달려 저렇게 놀아달라 보채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한 번쯤 밥구하기를 쉬고 제대로 된 바깥 구경을 시켜줄 필요가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 시기는 호기심 못지않게 식욕 역시 왕성한 시기, 이 시기의 영양 상태가 앞으로의 성장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 어느때보다 자들을 배불리 먹여야했다.

그러기 위해선 친실장이 하루종일 밥구하기를 다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착잡한 마음을 가슴 한 곁에 묻어두고 친실장은 먹이터를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신발 밑창이 닳도록 돌아다닌 끝에 밥가방에 자들을 위한 음식물쓰레기와 풀벌레, 잡목 열매 등을 어느 정도 모을 수 있었다.
이 정도라면 아슬아슬하지만 오늘 저녁도 자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무거워진 밥가방을 짊어지고 친실장은 터벅터벅 둥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슬슬 코끝에 둥지와 자들 그리운 냄새가 느껴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레훼에에에엥~ 레에에에엥~"

어디선가 저실장의 애처로운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친실장이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니 웬 성체 실장석 한 마리가 한 손에 구더기의 꼬리부터 거꾸로 잡은 채 지나가고 있었다.

꼬리를 잡혀 대롱대롱 매달린 구더기는 고통스러운 듯 울며 피눈물을 펑펑 쏟았다.

"레훼헤헹~ 오바상~ 우지쨔 꼬리가 아픈 레후~ 좀 더 부드럽게 안아주는 레후! 레훼엥~ 배씨가 꼬르륵꼬르륵 아픈 레후! 어서 프니프니를 해주는레후! 레훼에에엥~"
"시끄러운데스! 프니프니 따위는 오마에의 마마에게 시키는 데슷! 고기 주제에 누구 마음대로 프니프니인 데스까!"
"레훼에에엥~ 레에엥~ 마마! 마아아앙~! 레에에엥!"

보아하니 다른 녀석의 둥지에서 구더기 납치해오는 중인 모양이었다.

'우지챠 데스....'

오랜만에 구더기을 친실장의 머릿속에 옛추억이 새록새록 스쳐 지나갔다.

둥지 속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던 어느날, 친실장의 마마가 건내준 구더기 한 마리

약하디 약한, 자신의 힘으로는 스스로 운치 조차 누지 못하는 가엽고 하찮은 구더기

보통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운치굴 가축 취급만 받는 구더기였지만.... 외로웠던 그 시절 친실장에겐 구더기를 보살피는 것은 무료함 견디는데 큰 위안이 되어주었다.

그랬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 친실장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곧 구더기를 잡고있는 성체 실장석에게 다가갔다.

"어이...."

"데샤아아아앗!!"

친실장이 무어라 말을 붙이려 하기가 무섭게 성체 실장석이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질러댔다.

"와타시! ...와타시의 고기인 데스! 고기를 빼앗는 분충은 쳐죽이는데샤아앗-!"

들실장 치고도 어지간히 성질이 고약한 분충인지, 말을 붙이기가 무섭게 다짜고짜 목에 핏대를 세우며 언성을 높여댔다.

"...진정하는데스, 와타시는 그저 묻고 싶은게 있어서 그런 데스"

"데슷...데슷-! 뭐인 데스?! 할말이 있으면 빨리 하고 저리 꺼지는 데스!"

"그 구더기.... 어쩔 셈인데스까?"

"데에에에~엥? 그게 무슨 마라같은 소리인 데스? 오마에는 바보천치인 데스까??
당연히 운치굴에 던져버리는 데스, 그리고 살이 통통하게 오를때까지 운치를 잔뜩 먹이는 데스!
통통하게 살찐 구더기만큼 우마우마 한 것이 또 어디 있는 데스까? 데프프프프픗-!"

분충은 눈을 가늘게 뜨며 나지막하게 웃었다, 어느새 입가엔 침이 질질 흐르고 있었다.

"역시 그런 데스까, 이이데스."

고개를 끄덕인 친실장은 매고 있던 밥가방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 앞으로 내밀었다.

"오마에, 와타시와 거래를 하는데스. 이 도토리 여섯 알을 줄 테니 구더기는 와타시가 데려가는 데스."

"데샤아아아앗-! 마라 같은 소리 하지 마는 데스! 그깟 도토리 따위와 고기를 바꾸는 병신이 어디있는 데스?
운치만 열심히 먹이면 고기를 잔~뜩 먹을 수 있는데 도토리 따위라니! 이까짓건 오마에나 많이 처먹는 데샷-!"

분충은 친실장이 도토리를 들고 있던 손을 찰싹 때렸다.
친실장이 손에 들려 있던 도토리가 데구르르르 땅에 떨어졌다

"똥멍청이는 쳐 죽이기 전에 저리 꺼지는 데샤아아앗~!"

순간 친실장의 입술이 씰룩거렸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 자리에서 이를 드러내고 맞붙어 싸움을 시작할 기세였다.

"...데스"

하지만 잠시 눈을 부라리던 친실장은 곧 말없이 떨어진 도토리를 줍기 시작했다

"데스우... 오마에의 말대로인 데스, 와타시가 셈이 어두웠던 데스. 사과하는 데스."

하며 친실장은 다시 옷소매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데헤에엣? 킁킁킁킁... 데헤에에에엣!?"

친실장이 꺼낸 것을 본 분충 깜짝 놀라며 연신 콧구멍을 벌름거렸다.

친실장이 꺼낸 것은

분홍색에

오돌토돌한 돌기가 잔뜩 나 있고

은은한 단내를 풍기는

작은 알갱이

그것은 다름 아닌 모든 실장석들이 꿈꾸는 양식 '콘페이토'였다.

콘페이토를 보자 분충의 입에서 침이 주르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전에 닝겐들이 옆 공원에 뿌린 것을 주워온데스, 이거라면 괜찮은 데스까?"

"데헥-! 데헥-! 얼른얼른... 얼른 그 분홍분홍한 것... 그것을 와타시에게 주는 데스! 콘페이토를 내놓은 데샤아아앗~!!"
"그럼 구더기는 와타시가 데려가도 좋은 데스까?"
"그딴건 아무래도 좋은 데슷! 콘페이토오~! 콘페이토오~ 데샷~!!!"

분충은 친실장의 품에 구더기를 거의 떠밀다시피 하고는 친실장의 손에서 콘페이토를 훽 채갔다
정작 친실장은 콘페이토에 별 미련이 없는지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품 속 구더기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데훼헤헤헤헤힛~! 웬 호구같은 똥멍청이 분충을 만난데스웅~ 뎃데로게~♪ 뎃데로게엣~♬"

이런 비웃음 소리를 남기고 분충은 잰걸음으로 멀리 사라져갔다.
분충이 지나간 자리에는 뚝뚝 흘러내린 침 자국들이 길게 늘어져있었다.

"데스..."

친실장은 말없이 멀어져가는 분충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친실장의 말엔 한점의 거짓도 없었다.

틀림없이 그 콘페이토는 닝겐들이 옆 공원에 뿌리고 간 것이었다.

단지 그 콘페이토를 뿌리던 닝겐들이 하나같이 '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날 이후로 옆 공원에서 실장석들의 울음소리가 확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분충에게는 굳이 이야기 해주고 싶지는 않았던 친실장이었다.

"레에에에에엥..."

낯선 성체들에 둘러싸이자 겁을 먹고 꼬리로 얼굴을 감싼 채 벌벌 떨고 있던 구더기는 주변이 조용해지자 슬금슬금 똬리를 풀고 친실장을 올려다보았다.

"레에에... 오바상은 누구인 레후? 오바상은 우지챠 프니프니 해주는 레후웅? 배씨가... 배씨가 꼬르륵꼬르륵 아픈 레후..."

안색이 창백하진 구더기는 절박한지 초면인 친실장에게 배를 보이며 프니프니를 졸라댔다.

"이이 데스요"

고개를 끄덕인 친실장은 벙어리 손으로 구더기의 배를 살살 위 아래로 쓰다듬어 주었다.

"레훗! 레후후훗~!!"

브릿! 브리리릿~!

꽤 오랫동안 쌓여있었는지 친실장이 프니프니를 해주기가 무섭게 구더기의 총구에서 찐득한 물똥이 잔뜩 뿜어져 나왔다.

마침내 그토록 원하던 프니프니를 받자 창백해졌던 구더기의 얼굴엔 금방 혈색이 돌아왔다
속을 비워내고 개운해진 구더기는 친실장을 향해 방긋방긋 웃으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구더기를 보며 친실장은 말했다.

"오늘부터 와타시가 오마에의 '마마'인 데스"
"레후? 오바상이 우지챠 마마인 레후?"

구더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레에... 오바상은 우지챠의 마마가 아닌 레후, 하지만 마마인 레후? 아파아파하던 우지챠에게 프니프니를 해준 레후! ...마마인레후! 우지차 어려운 건 하나도 모르겠지만 마마 오바상인 레후! 아무튼 기쁜 레후! 그러니 좀 더 프니프니를 해주는 레후~!"
"하우스에 오마에의 오네챠들이 있는 데스, 오네챠들이 프니프니를 잔뜩 해주는 데스요."
"레후 오네챠 레후?"

친실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구더기와 말을 주고 받는 동안 친실장은 둥지에 도착했다.

끼이익-

"다녀온 데스"

"""다녀오신 테츄"""

"오늘은... 선물이 있는데스!"

친실장은 품에 안고 있던 구더기를 자들 앞에 내밀었다.

"오늘부터 오마에타치의 새 이모토챠인데스"

"레에에엥..."

갑작스래 낯선 자실장들을 만나자 겁을 먹었는지 구더기는 꼬리로 얼굴을 가리며 똬리를 틀었다.

"""테챠아아아아~!"""

"레히이이~잇!?"

구더기를 본 세 자매는 너 나 할 것 없이 달라붙어 구더기의 뺨에 얼굴을 부비기 시작했다.

"테챠~ 새 이모토챠인 테츄웅~♪"
"작은 테츄! 귀여운 테츄!"
"꼭 아가같은 테츄!"

"레에에~ 레프프프픗! 우지챠 간지러운 레후~"

세 자매의 호의적인 반응에 겁먹었던 우지챠인 그제야 안심했는지 그제서야 방긋방긋 웃기 시작했다.

그런 자들을 향해 친실장이 말했다.

"오늘부터 우지챠는 오마에들의 막내 이모토챠인데스, 마마가 없는 동안 우지챠를 잘 돌봐줘야 하는 데스요."

"""하이테츄~!"""

"레후우우웅~♬"

이렇게 세 자매와 막내 우지챠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우지챠의 등장으로 지루하기만 하던 세 자매의 생활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자기보다 작고 연약한 막냇동생을 돌보기 위해 자실장들은 종일 바쁜 하루를 보내야 했다.

이가 약한 우지챠를 위해 꼭꼭 씹은 먹이를 손수 입에 넣어주고

"우지챠 이렇게 맛나맛나한 것은 처음 먹어보는 레후우웅~"

배 불리 먹은 우지챠의 소화를 돕기 위해 프니프니를 해주고

"레뺘아아앗~!! 극상의 프니프니인 레후우웃! 오네챠 프니프니 박사인 레후? 우지챠, 오네챠의 프니프니로 둥실둥실 해진 레후~♬"

실컷 프니프니를 받은 우지챠가 흘린 물똥을 닦아 주고

"레에에에... 우지챠 운치 잔뜩 지린 레후웅~"

우지챠와 함께 공놀이를 하고

"우지챠 공씨가 좋은 레후! 이렇게 즐거운 일은 처음인 레후~!"

그러다 지치면 함께 낮잠을 자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레에에에... 코츄~ 코츄~ 코츄~~"

생애 처음 맛보는 가족의 온기와 사랑

생채 처음 그 행복을 맛본 우지챠의 얼굴에선 언제나 방긋방긋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귀여운 막내 이모토챠, 우지챠의 등장으로 친실장이 없는 동안에도 둥지에서는 자실장 세 자매의 웃음소리와 환희에 찬 구더기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자들이 친실장에게 놀아달라 응석을 부리는 일도 사라졌다.

덕분에 친실장은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먹이를 구해 자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었다.

그렇게 꿈만 같은 몇 주가 지나갔다.

언제나 처럼 밥구하기를 마치고 돌아온 친실장
그런 친실장을 맞이하는 자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있었다.
가장 앞서 울고 있는 장녀의 품에는 우지챠가 안겨있었다.

"테흡, 테끕.. 마마, 마마아~! 우지... 우지쨩이 움직이지 않은테치! 테에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엥~~ 우지쨔아아앙~~! 테에에에에엥~~""

골판지 둥지안은 순식간에 적록색 눈물바다가 되었다.

친실장은 장녀에게서 구더기의 건네받았다.

구더기의 몸은 딱딱하고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구더기는 죽어있었다.

평소 낮잠을 자던 모습 그대로, 편하게 똬리를 틀고 살짝 혓바닥을 내민 아주 평온한 얼굴로 말이다.
아마도 평소와 같이 낮잠을 자던 중에 그대로 숨이 끊어진 모양이다.

눈물, 콧물을 쏟아내는 자들과 달리 친실장은 살짝 씁쓸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마치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아마도

구더기는 점막과 상관없이 처음부터 미숙아로 태어나 어미의 손에 운치굴에 던져진 녀석이었을 것이다.

조금만 더 버텼더라면 아주 희박한 확률이지만 고치를 치고 엄지로 우화했을지도 모르는 일이건만
미숙하게 태어난 구더기의 수명은 그 잠깐의 시간을 버티지 못할 정도로 덧없이 짧았다.

구더기들이란... 그렇게 서글픈 존재들이었다.

"와타치가 나쁜오네챠라 우지쨩이 죽어버린 테치... 우지짜아아앙~! 테에에에엥!"
"우지쨔아아아앙! 미안한 테치!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엥, 테끕! 테에에에에엥~! 우지챠아아앙~!"

친실장은 울고 있는 세 자들을 양 손으로 꼬옥 끌어안아 주었다.

"오마에들의 잘못이 아닌 데스, 오마에들은 세상에서 가장 상냥한 오네챠들이었던 데스요."

친실장은 손으로 자들의 엉망이 된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우지챠는... 우지챠는 오마에들과 조금 다르게 태어난 데스, 그래서... 착한 우지챠는 하늘에서 일찍 부르는 데스."
"테에에... 그럼 우지챠는 하늘로 간 것인테치?"
"그런 데스, 언젠가... 모두 하늘나라로 가면 그때 우지챠도 다시 만나게 되는 데스."

"""테에에에..."""

친실장의 말에 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린 이 녀석들에게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 조금 어려운 이야기였을 것이다.

이처럼 소수의 현명한 친실장들은 모두 하찮게 여기는 구더기를 통해 자들의 정서교육과 스트레스 해소

그리고 죽음에 대한 교육을 도모하기도 했다.

잠시 뒤

자들에게 '우지챠를 숲에 묻어주고 오겠다'고 말한 친실장은 싸늘하게 식은 구더기를 안고 숲으로 향했다.

숲에 도착한 친실장은 싸늘하게 식은 구더기를 넓쩍한 돌 위에 내려놓았다.


"오마에는 충분히 오마에의 몫을 해낸데스, 오마에는... 참으로 기특한 막내였던 데스."

친실장은 이미 식어버린 구더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친실장은 양손으로 돌멩이를 집어 들었다.

"그러니... 이제 가족과 함께 영원히 살아가는 데스."


딱!딱!딱!딱!딱!


돌부딪치는 소리가 숲 속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식사시간


울다 지친 자들에게 친실장은 평소에 먹던 먹이와 함께 웬 고기 경단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낯설지만... 왠지 그리운 맛이 나는 그 고기 경단을... 세자매는 꼭꼭 씹어먹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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