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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실장의 월동

 


낙엽이 바람에 사락거리는 늦가을

공원 수풀 속에 감춰진 어느 들실장의 골판지 둥지

그 안에는 자실장 여덟 마리가 수북히 쌓여있는 누렇게 시든 잡초더미 둘레에 모여 앉아 있었다.

으구적으구적으구적

""테에... 테에에에...""

자실장들은 잡초를 세모입에 우겨넣어 씹고 또 씹었다, 얼굴에는 싫은 기색이 역력했다.

이 녀석들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먹어본 것이라곤 출산 직후 친실장이 잠깐 물려준 모유 몇 모금 외엔

잡초, 잡초, 잡초...

오로지 이 잡초 뿐

차가운 가을바람에 누렇게 시든 잡초는 맛은 고사하고 아무리 열심히 씹어도 삼키기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그렇게 간신히 우겨넣은 잡초가 순식간에 운치가 돼 분대를 가득 채우면 골판지 밖 화장실 구멍에 운치를 쏟아내고 다시 돌아와 잡초를 먹는다.

이것이 이 자실장들의 일과였다.

"테이... 테챠아아앗!!"

말없이 잡초를 씹던 한 녀석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여덟 마리 중 둘째였다.

"매일! 매일!! 매일!!! 이딴 운치같은 풀만 먹은 테챠-!!!"

차녀는 씹던 잡초를 바닥에 내던졌다.

"이딴건 하나도 아마아마하지 않은 테치!!
마마가 뱃속에서 들려준 노래와는 다른테치!!
인간 노예가 진상한다는 스테이크, 스시, 콘페이토는 어디간 테츄까?!
세상의 보배인 귀여운 와티시가 이딴 풀만 먹는건 이상한 테치, 언어도단인 테치! 직무유기인 테챠앗!"

참고 있던 화가 폭발했는지 차녀는 붉어진 얼굴을 씰룩거리며 고래고래 악을 썼다.
하지만 다른 녀석들은 그런 차녀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딱 한 마리, 차녀의 발광을 못마땅해하는 눈으로 쏘아보던 한 마리가 입을 열었다.

"닥치는 테치!"

평소에 차녀와 사이가 나쁜 육녀였다.

"시끄러운테치! 불만이 있으면 나가는테치!
마마의 말을 귓등으로 들은 테츄까? 착한 자는 봄에 인간노예를 메로메로 시켜 사육실장이 되는테치!
다메 분충은 절대 사육실장이 될 수 없는테치!
오마에는 빼도박도 못할 분충이니 사육실장이 되긴 틀린 테치, 평-생 여기서 운치같은 풀이나 먹으며 운치나 싸는테치! 치프프픗-!"

"빤쮸에 운치나 묻히고 다니는 육녀 주제에 건방진 테치, 와타시의 핵주먹 맛이 보고 싶은 테츄까?"

"핵주먹이고 지랄이고 오마에야 말로 허구언날 빤쮸에 운치를 지리는 못난이 분충 주제에 큰소리 치지 마는 테치!"

""치프프픗!""

육녀의 말에 듣고 있던 다른 녀석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닥치는테츄앗-!"

정곡을 찔렸는지 얼굴이 벌게진 차녀가 이를 들어내며 위협했다, 하지만 육녀는 오히려 그 반응을 즐기는 듯했다.

"치뿌뿌뿌픗! 싫다면 어쩌는 테츄? 또 빤쮸에 운치라도 지릴 셈인..."

"테챠아아아앗-!"

육녀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차녀가 육녀에게 달려들었다.

이에 질새라 육녀도 이를 들어내며 주먹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뒤엉킨 두 마리, 서로를 물어뜯고 토닥토닥 주먹을 날리며 골판지 바닥을 뒹굴었다.

잠시 후

"테븕-! 테히이이이-..."

파킨-!

처량한 단말마에 이어지는 맑은 파열음.
피투성이로 싸늘하게 식어비린 자실장은 백탁색으로 흐려진 눈을 허공을 향한채 혓바닥을 축 늘어뜨렸다.

"테헥... 테헥... 테헥...."

간발의 차이로 승자는 차녀였다.
불과 몇 분 세상빛을 일찍 본 것이 승패를 갈랐다.

"또, 또-옹 분충 주제에... 까불지 말란 테치... 테헥... 테헥..."

식어버린 육녀에게 언니의 위용을 과시하듯, 차녀는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으며 애써 허새를 부렸다.

꾸르르르륵~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차녀의 분대가 요란하게 울었다
격렬한 싸움끝에 거의 탈진 상태에 이른 몸이 에너지를 원한다는 신호였다.

'...분충에게 벌을 줬더니 배가 고파진 테치'

그 순간 차녀의 시선이 마치 무엇인가에 이끌린 것처럼 식어버린 육녀를 향했다.

어느새 차녀의 입가에 침이 질질 흘러내렸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잡초 이외에는 입에 대지 못한 차녀였다.
그런 녀석이 체력을 극한으로 소모한 상태에서 피냄새까지 맡자 위석 깊은 곳에 잠들어있던, 동족식을 즐기는 실장석의 본성이 깨어난 것이다.

제 손에 맞아 죽은, 불과 몇 분전까지 자매였던 육녀가 차녀의 눈에는 자신을 위해 차려진 진수성찬으로 보였다.

"치프프프픗"

차녀의 눈이 한층 더 가늘어졌다.
되도 않는 우월감에 젖어있는 그 웃음은 영락없는 들분충의 그것이었다.

"똥육녀에게 고귀한 와타시의 피와 살이 되어 살아가는 영광을 허락하는 테치, 감사히 여기는 테치"

이제는 들을리 없는 육녀에게 마치 큰 선심을 쓰 듯 말한 차녀는 육녀의 팔뚝을 집어 천천히 입으로 가져갔다.

"....오마에?"

그 순간 등 뒤에서 차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식사를 방해받았다고 생각한 차녀는 돌아보며 이를 들어냈다.

"테챠아앗-! 시끄러운 테챠-! 고귀한 와티시는 지금 바쁘니 조용..."

쇳소리를 내며 위협을 가하던 차녀는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자 말문이 막혀버렸다.

목소리의 정체는 다름 아닌 친실장이었다.

"오마에, 대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데스까?"

"테에에에에에엥-!!!"

친실장은 얼음장 처럼 차가운 눈으로 차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놀란 차녀는 그 자리에서 주저 앉으며 빵콘하고 말았다.

"...오마에는 이모토챠를 잡아먹는 분충이었던데스?"

그 말을 들은 차녀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차녀는 그제서야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자신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친실장을 보며 차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리고 생각했다

"...테..."

이대로는 틀림없이 슬픈일을 당한다.

"...테츄우우우웅~☆"

막다른 골목에 몰린 차녀의 선택은... 아첨이었다.

피투성이, 멍투성이 얼굴로 활짝 미소를
자연스럽게 입가로 가져간 오른손에 고개는 살짝 갸우뚱, 거기에 잔뜩 코를 먹은 콧소리까지

언젠가 부릴 닝겐 노예를 메로메로 시키기 위해 남몰래 갈고 닦아온 비장의 아첨
마마도 틀림없이 화를 풀고 완전히 메로메로 될 것이라 차녀는 의심하지 않았다.

'이거라면 문제없는테치, 마마가 이렇게 귀여운 와티시에게 슬픈 일을 할리가 없는테치!'

차녀의 아첨에 다가오던 친실장의 걸음이 멈췄다
아첨이 통한다고 확신한 차녀는 한층 더 기교를 부리며 아첨을 이어갔다.

"테츄우웅~☆ 테츄우우우우~웅~★ 테츄... 테게븟-!?"

그 순간 차녀의 얼굴에 친실장의 주먹이 꽂혔다.

압도적인 체급차이에서 나오는 묵직한 한 방
차녀는 피와 잇조각을 뿌리며 골판지 반대편까지 날아가 벽에 쳐박혀버렸다.

"...허튼짓을 하는 분충인데스."

"테히...테에에에에에에엥-!!"

"분충은 벌을 주는데스."

친실장은 굵은 다리로 쓰러져있는 차녀의 머리를 짓밟았다.
차녀의 팬티가 빵콘한 운치로 부풀어 올랐다.

"테에에에엥-!! 마마!! 전부, 전부 저 분충 잘못인테치!! 세상에서 귀여운 와티시는 아무 잘못 없는테치!!
독라는 다메인테치!! 와티시의 은하수 같은 머리카락이 없는 이 세상은 이야인테치, 온세상에 손해인 테치!!
와타시는 마마의 가장 귀여운 차녀인테치! 귀엽고 똑똑한 와타시가 마마에게 행복을 나눠주는 테치! 테에에에에엥-!!!"


"...오마에의 더러운 옷..."

친실장은 차녀를 밟고 있는 다리에 천천히 체중을 실었다.

"구린내 나는 머리카락 따위는 필요없는 데스."

뿌직뿌직

"테츄아아아아아악~!!"

자실장의 연약한 두개골이 빠게지는 불쾌한 소리가 났다.

"이딴건 이딴건 이상한 테치! 이 와타시, 와타시가 죽을리가 없는 테치!!
망할 똥마마! 당장 이 족발을 치우는테치! 와타시의 핵주먹이... 테고오오오록... 테이이이..."


퍼석

파킨-!

썩은 감 터지는 소리와 함께 최후의 순간까지 행복회로를 돌리던 차녀의 작은 머리가 그 자리에서 터져버렸다.

""치프프프픗!""

골판지 한켠에서 차녀의 최후를 지켜보던 다른 녀석들은 그 모습이 재미있는지 소리 죽여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친실장은 속으로 혀를 찼다

'역시 하나같이 답이 없는 분충들인데스.'

하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이 골판지 속 자실장들은 모두 친실장이 이번 가을에 낳은 추자들이다.
정성 들여 키운 소중한 춘자들은 가을이 되기 전 장성해 집을 떠났고 이 공원 반대편 먼 곳에 자리를 잡았다.

추자들은 월동 준비를 위해 키우는 가축, 친실장은 단 한순가도 녀석들을 자식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따라서 훈육은 전혀 이루어 지지 않았다, 그저 위계질서를 잡기위한 가혹한 체벌만 존재할 뿐
자연히 추자들은 자매간의 우애고 뭐고 없는 되먹지않은 분충이 됐다, 그렇게 키워진 녀석들인 것이다.

친실장은 사이좋게 시체가 된 차녀와 육녀를 밥구하기용 봉지에 담았다.

좀 더 운치를 만들어야 했을 녀석들인데 뜻밖의 일로 계획이 어긋나고 말았다.

친은 남아있는 여섯 추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오마에들도 나쁜 자가 되면 이렇게 슬픈일을 당하는데스, 곧 겨울이 되는데스요.
어서 이 풀로 운치를 잔뜩잔뜩 만다는데스, 운치굴을 운치로 가득가득 채우는데스"

"테에에에엥~ 마마!"
"풀로 운치 만들기는 이제 다메인테치"
"스시 스테이크 콘페이토는 어디있는 테츄?"
"마마가 뱃속에서 해준 노래와는 다른 테치, 테에에엥~"
"제발 귀여운 와타시에게 좀더 맛나맛나한 밥을 주는 테치, 부탁하는 테츄~웅~♡"
"테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엥-!!"


한 마리를 시작으로 마치 봇물 터지듯 추자들은 울고불며 골판지가 떠나가라 투정을 부렸다.
하지만 친실장은 눈도 꿈쩍하지 않았다.

"...겨울에 독라가 되서 쫓겨나고 싶은 분충은 계속 투정 부려보는 데스."

"테에에엥~!! 테끕테끕"

친실장의 한 마디에 투정을 부리던 여섯 마리는 다물 수 밖에 없었다.
행복회로가 일상인 분충들이었지만 친실장의 싸늘한 눈에서 그 말이 단순한 으름장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잠시동안 벌벌 떨고있는 추자들을 노려보던 친실장은 추자들을 손짓으로 곁에 불렀다.
추자들이 쭈뼛거리며 어렵사리 다가오자 친실장은 한 마리씩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마마가 말했던데스요, 착한자들은 마마와 겨울을 나고 봄에 닝겐노예를 메로메로 시켜 세레브한 사육실장이 되는데스."

오랜만에 듣는 마마의 상냥한 목소리, 오랫동안 바래왔던 다정한 손길.

그리고...

사육실장

듣는 것만으로도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는, 이 얼마나 세레브한 말인가?
지금까지의 고난에 대한 실로 합당한 보상이 아닌가?

언제 겁에 질렸었냐는 듯 추자들이 눈이 빛났다.

"테츙~☆ 와타시는 마마의 말을 잘듣는 착한 자인테충~☆"
"차녀는 분충이니까 마마에게 솎아진 테치, 당연한 일인 테치!"

"와타시는 다른테치! 착한 자이니 봄에 닝겐 노예를 메로메로 시킬게 분명한테츄!"
"와타시는 닝겐 노예를 둘, 아니 셋 아니 넷 아니 넷... 아무튼 닝겐 노예들에게 우마우마한 것을 잔뜩 진상킬 것인 테츄"
"와타시를 닮은 자들로 세상을 가득가득 채우는 테츙, 치프프프픗"


""치프프프픗""

"....꼭 그렇게 하는데스, 그러니 어서 이 풀들을 전부 운치로 만드는데스요. 곧 겨울인데스"

""하이 테츄!""

말을 마친 친실장은 돌아서 나와 골판지 입구를 닫았다.

'역시 분충들이라 속이기도 쉬운 데스, 데프프픗.."

추자들의 헛소리를 듣는 동안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느라 고역이었던 친실장은 그 자리에서 소리없이 웃었다.

매년 이런 식이었다.

사육실장

분충치고 이 말에 넘어가지 않는 녀석들은 없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슬슬 때가 된 데스.'

화장실 구멍에 나뭇가지를 찔러넣어 운치의 양을 가늠한 친실장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내 운치굴에 충분한 양의 운치가 모였다.

월동 준비를 마칠 시간이 온 것이다.



"이제 그만하는 데스."

그만이라는 친실장의 말에 잡초를 씹고 있던 추자들의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텟?""

"오마에들 지금까지 고생이 많았던데스, 운치굴에 운치가 가득가득인 데스."
"테... 마마, 그럼 이제 잡초는 그만인테츄?"
"그만인데스"


""테치테치테치테치!""

지옥같은 잡초 먹기가 끝났다는 말에 추자들은 환호했다.
추자들 중 한 마리가 생글생글 웃으며 다가와 친실장의 다리에 얼굴을 부볐다.

"마마, 대견한 장녀인 와타시를 칭찬해주는 테치~☆ 와타시가 아니었다면 똥이모토챠들은 진작에 도망가버렸을 테츄요"
"...오마에가 장녀였던 데스까?"
"텟? 마마,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테츄? 와타시가 장녀인데 당연한 테치"
"아닌데스, 신경쓸것 없는 데스"

친실장은 장녀를 두 손으로 높이 안아들었다.

"그동안 이모토챠들과 고생이 많았던데스, 오마에는 착한자인데스"
"테츄우웅~ 마마~♡"


"그러니..."

친실장은 장녀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그러니 이제 다시 마마에게 돌아오는데스"
"...테츙?"

콰직

장녀는 이상함을 느꼈다.
분명 방금전까지 마마에게 안겨 있었는데 어느새 눈앞에는 분충 이모토챠들이 창백해진 얼굴로 천장에 거꾸로 메달려 있었다.

왜일까?

곧 장녀는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친실장은 억센 손으로 장녀의 머리를 밀어 그대로 뒤로 젖혀버렸다.
젖혀져서는 안될 정도로 젖혀진 뒷통수가  등뒤에 박혀버릴 정도였다.

인간이라면 단숨에 즉사했겠지만 질기디 질긴 생명의 실장석.
그대로 죽지도 못한 채 고통에 찬 얼굴로 피눈물을 질질 흘리며 몸을 파르르 떨었다.

장녀에게 벌어진 참극을 본 다른 녀석들은 그 자리에서 빵콘하고 말았다.

"테갸아아아아앗-!"
"드디어 똥마마가 미쳐버린테치!"
"똥마마, 거짓말인테치? 사육실장이 된다고 하지 않은 테치까"
"도망가는테치!! 세상의 보배인, 고귀한 와타시가 이딴 식으로 죽을 순 없는테챠!!"
"테에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엥!"
"테...테.... 테츙~ 마마는 귀여운 와타시는 살려주는게 분명한 테츄, 안그런 테츄? 테츙~"


도망가려는 자, 저주를 퍼붓는 자, 끝까지 살아보겠다고 아첨하는 자

골판지 안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었다.

골판지 문은 친실장이 들어오면서 빗장을 단단히 걸어버린지 오래

자실장, 그것도 골판지 속에 처박혀 잡초만 먹어온 녀석들의 빈약한 체력과 작은 두뇌로는 그 빗장을 열 길이 없었다.

단 한마리도 친실장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친실장은 한 마리 한 마리 씩, 그 자리에서 모가지를 꺽어버렸다.
마마라고 불렀던 녀석들임에도 친실장의 손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들에서 잡은 먹이들을 손질하는 것과 다를 것 없이 익숙하고 군더더기 없는 솜씨였다.

한편

가장 먼져 목이 꺽여 널브러진 장녀는 의식이 흐려져가는 와중에 한 가지를 떠올렸다.

친실장이 한번도 자신과 다른 녀석들을 한 번도순서에 맞게 불러준 적이 없다는 사실을
이름이 없는 실장석들에겐 장녀, 차녀, 삼녀하는 순서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자신은 단 한번도 마마에게는 그리 불린 적이 없는 것이다.
만약 영리한 녀석들이었다면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마마는 한번도 자신들의 마마였던 적이 없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런 생각은 이 녀석들에겐 무리던 것이다

"테츄아아아앗-!!"

뿌직

눈물 콧물을 쏟으며 최후까지 아첨하던 마지막 추자의 목을 꺽어버린 친실장은 본격적인 손질을 시작했다.
친실장이 자랑하는 보검(깨진 유리병 조각)으로 배를 가르고 썩기 쉬운 내장들은 훑어내 그 자리에서 먹어치웠다.
속이 비어버린 추자들의 속을 활짝 열 나뭇가지에 꿰고 덕장에 동태를 널 듯 골판지 안 건조대에 차곡 차곡 메달았다.
추자들의 내장을 뺄때 소중한 돌은 남겨추자들의 입에 물렸다, 덕분에 추자들은 이 꼴이 되고도 숨이 붙어 있었다.
산송장으로 아슬아슬하게 숨만 붙은 상태로 건조시킨 보존식은 부패할 위험은 적고 말리기 편하면서 육질도 한결 났다는 사실을 이 친실장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얼마 안되는 짧은 실장생을, 운치까지 착취당하다 내장이 털린채 나뭇가지의 꿰인 추자들

원망에 찬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차가운 바람에 맛있게 말라갈 것이다.

보존식 작업을 마친 친실장은 화장실 구멍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쌓여있는 운치 더미 위에는 태어나자 마자 운치굴에 던져진 엄지와 구더기들이 꼬물거리고 있었다.

"마마-!"

오랜만에 얼굴을 보인 친실장을 알아본 엄지들이 레치레치 소란을 피윘다.

"마마, 이제 운치굴은 싫은 레치!"
"구더기챠들이 이만큼 커질때까지 잘돌본레치!"
"옷을 돌려주는 레치 꺼내주는레치! 꺼내주는레치!!"
"엄지는 착한자인 레치! 레에에에엥~"
"이제 운치는 싫은레, 마마의 밀크! 마마의 밀크가 마시고 싶은 레치!"


"구더기 곧 고치가 나올 것 같은레후~ 대견한 구더기에게 상으로 프니프니를 요구하는레훙~"
"이제 구더기 어른인레후~ 똥엄지챠의 빈약한 프니프니로는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된레후~"



운치굴 생활이 고역이었는지 필사적으로 어미에게 호소하며 매달리는 엄지들과 가득 쌓여있는 운치를 잔뜩먹어 살이 빵빵해진 구더기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친실장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데프프픗,이쯤하면 된 데스. 와깟따요! 오마에들 모두 꺼내주는데스. 와타시의 자비에 감사해하는데스"

"레에에엥~ 마마 너무 좋은레치"
"역시 마마는 귀여운 와타시를 버리지 않은 레치"


"구더기 이제 나가는레후? 나가면 고치를 만드는레후, 손발이 쑥쑥인 레후~ 국보급 와타시의 세상 데뷔인 레후~ 뎃데레~"
"레훙~ 이제 똥엄지챠의 빈약한 프니프니는 졸업인레후? 신나는레후~ 마마의 익사이팅한 어른의 프니프니를 받는레후"



잠시 후

""레치이이이잇-!""
""레삐이이이잇-!""


골판지에서 엄지, 구더기들의 작은 단말마가 울렸다.

운치굴에서 꺼내진 녀석들은 모두 제 언니들과 함께 건조대에 걸리는 신세가 되었다.

마침내 운치만 남은 운치굴을 친실장은 흡족한 표정으로 바라 보았다.

고약한 냄새가 나는 실장석의 배설물, 운치
친실장이 추자들에게 잡초를 모아다주는 수고를 하며 운치를 싸게 한건 이유가 있었다.
구더기, 엄지 노예들을 먹이는데 쓰이는게 고작인 운치도 겨울을 준비하는 들실장들에겐 소중한 자원, 잘만 모은다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다.


농가에서 발효 퇴비를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였다.
운치굴을 하우스 아래 위치하도록, 무너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파낸 뒤 그 속에 충분한 양의 운치를 모은다.
우마우마한 밥(음식물 쓰레기, 곤충의 사체등)과 낙엽, 나무껍질 등을 아낌없이 운치굴에 넣고 나뭇가지로 휘져어 골고루 잘섞어 준다.
시간이 자나면 음식물 쓰레기와 낙엽등에 붙어있던 박테리아가 운치를 분해한다.
운치가 부패하는 과정에서 이산화산소, 질소, 매탄가스등과 함께 부패열이 발생하는데 그 열이 최대 60도에 육박했다.
운치가 완전 분해되는 최대 약 한달간 체온 유지에 소모할 체력을 대폭 아낄 수 있다.
보온재와 골판지 외 이렇다 할 난방기구 없이 겨울을 버이는 들실장에게 더할나위 없이 요긴하다.

충분한 양의 운치와 식량이 모이면 추자들을 보존식으로 만들고 동면에 들어간다.

어떻게 터득했는지는 알 수 없는, 이 공원 지혜로운 들실장에게 대대로 내려진 겨울을 넘기는 방법이었다.

추자 손질을 모두 끝낸 친실장은 또 다른 굴에서 비닐봉지를 꺼냈다, 추자들이 손대지 못하도록 숨겨놓은 밥가방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한 데스.'

마침내 홀몸이 된 前 친실장은 골판지 하우스문을 대못을 빗장삼아 걸어잠궜다.

홀로 따뜻한 둥지에 대자로 누워 녀석은 생각했다.

봄이 오면 어떤 봄꽃으로 춘자들을 가질까, 민들레? 개나리?

"데프프프픗"

녀석은 내년 봄에 태어날 자신처럼 똑똑하고 귀여운 자들과 함깨 할 날을 꿈꾸며 잠들었다.

어느 늦가을, 바람이 차가운 날이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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