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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실장의 출산

 


겨울이 물러가고 새생명이 싹트는 봄이 찾아왔습니다.

따사로운 봄볕이 내리는 어느 공원

양 손에 비닐봉지를 든 성체 실장석 한 마리가 짧은 다리로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

녀석의 배는 잔뜩 부풀어 있고 두 눈이 모두 녹색입니다.

봄꽃으로 춘자를 임신한 친실장이군요.

친실장이 뒤뚱뒤뚱 걸음을 옮길 때 마다 녀석의 팬티에서 새어나온 암녹색 배설물이 땅에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임신한 실장석이 이렇게 배설물을 흘리는 경우는 딱 한 가지, 출산이 임박한 겁니다.

이미 진통이 시작됐는지 친실장 얼굴은 땀과 눈물로 엉망이 되어있습니다.

잠시 후

만삭의 친실장이 도착한 곳은 공원 외각에 위치한 공중화장실.

공중화장실이 공원에 서식하는 들실장들에게 중요한 장소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으며 사방을 튼튼한 벽이 보호해주는 공중화장실은 중요한 식수원임과 동시에 안전한 출산을 위한 최적의 장소입니다.

잠시 주변을 살피던 친실장은 곧 비어있는 변기칸 하나를 차지하고는 문을 걸어잠급니다. 그리고는 가지고 온 비닐봉지 속에 든 것을 양변기에 쏟아 붓습니다.

자갈과 모래입니다.

속이 얕은 화변기와는 달리 속이 깊은 양변기에서 그냥 출산했다간 새끼들이 변기 배수구에 빠져 익사할 위험이 있습니다.
자갈과 모래로 배수구를 막아 변기물의 수위를 올리고 새끼들이 배수구 깊숙히 빠지는 일을 방지합니다.
들실장들은 살아남기 나름대로 지혜를 발휘해 환경 변화에 적응한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최근 이 방법을 익힌 들실장들이 늘어나 공중화장실 변기가 망가지는 일이 잦아져 시설을 관리하는 지자체에서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자갈과 모래를 다 털어 넣은 친실장은 변기 위로 기어올라가기 시작합니다.
변기 정도의 높이에서도 떨어졌도 뱃속 새끼들에게 치명적 일 수 있기 때문에 친실장의 움직임은 무척 조심스럽습니다.

잠시 후 변기에 오른 친실장은 자세를 잡습니다.

무릎을 살짝 굽히고 엉덩이를 쭉 내밀어 총배설강을 최대한 물에 가깝게 붙인 뒤 자신의 양갈래 뒷머리털을 붙잡아 균형을 잡습니다.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일상적인 배설 자세와 별반차이는 없습니다.

그리고 화장실에는 잠시 정적이 흐릅니다.

「데기잇-!」

침묵을 깨는 기묘한 울음소리와 함께 총배설강이 벌어지고...

퐁-당

배설물과 반투명 점막에 쌓인 약 5cm 크기의 저실장이 변기물 위로 떨어집니다.

「텟테레~♪」

막태어난 저실장은 세상에 자신이 왔다고 알리듯 특유의 울음소리를 냅니다.

연구에 의하면 모든 실장석들은 태어날 때 같은 울음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이유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어푸-어푸-! 테치이잇! 테치이이잇!!!」

「데스!데스!데스웃!」

변기물에서 허우적 거리는 저실장을 친실장이 다급히 건져올립니다, 그리고 바로 저실장의 몸을 뒤덮은 점막을 부지런히 핥기 시작합니다.

「테츄우웅~♪ 테츄웅~♪」

어미의 손길이 닿자 저실장은 그제서야 안심했는지 생글생글 눈웃음을 지으며 어미에게 아첨을 합니다.

아첨은 갓태어난 저실장의 유일한 생존수단 입니다, 자칫 어미의 비위를 건드렸다간 영영 저실장으로 전락하거나 그 자리에서 솎아내기를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친실장이 점막을 핥자 점막 속에 묻혀있던 저실장의 손발과 머리카락이 쑥쑥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5cm에 불과 했던 몸집이 순식간에 8cm까지 자라납니다.

방금 전까지 저실장이었던 녀석은 이제 자실장이 됐습니다.
마침내 어엿한 장녀로 거듭난 것입니다.

장녀의 팔다리가 온전한지 이리저리 살핀 친실장은 장녀를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습니다.

「테에에에엥~? 테츄아앙~ 테치이이~! 테에에엥!!」

「데스우...」

어미에게서 떨어지기 싫은지 장녀는 막무가내로 칭얼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리 인내심이 있는 녀석은 아닌 듯 합니다.

「데기잇-!!!」

하지만 갈길이 바쁜 친실장에겐 장녀의 투정을 받아줄 여유가 없습니다, 아직도 어미의 뱃속엔 세상 빛을 기다리는 새끼들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또 다른 저실장이 변기물 위로 떨어지고 어미는 정성껏 점막을 핥아줍니다.

약 15분 동안 친실장은 아홉 마리의 건강한 자실장을 낳았습니다.

[[테츄웅~ 테츄우웅~♪ 테치! 테치! 테치!
테에에엥!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엥~!!]]

저마다 어미에게 자기주장을 하느라 바쁜 자실장들
화장실이 순식간에 떠들썩해집니다.

「...데샤아아앗-!!!」

[[테히이이이잇-!!]]

그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던 친실장이 자실장들에게 이를 들어내며 위협의 쇳소리를 냅니다.
어미의 갑작스러운 위협에 놀란 자실장들이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버립니다, 몇 마리는 총배설강에 힘이 풀렸는지 그 자리에서 묽은 운치를 지리고 맙니다..

「데스! 쉬잇-! 데스야! 쉬잇-!」

[[테츄아아.. 테츄웃...]]

친실장은 손을 입가에 가져가는 시늉을 하며 자들에게 조용히 하라며 주의를 줍니다.

새끼들이 조용해지자 친실장은 자갈과 모래를 담았던 비닐봉지에 새끼들을 넣습니다.

자들과 무사히 둥지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출산은 끝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이 친실장은 잘 알고 있는 듯 합니다.

출산을 마친 들실장은 많은 동물들의 표적이 됩니다.

그 중 최악의 천적은... 바로 같은 들실장들입니다.

혹독한 겨울을 나고 영양결핍 상태인 들실장에게 갓태어나 굼뜨고 약한 자실장은 더할나위 없이 매력적인 사냥감입니다.
운이 좋다면 출산으로 약해진 친실장까지 가축으로 삼을 수 있어 일석이조입니다.

때문에 시끄러운 울음소리로 동족들의 이목을 끌어서는 좋을 것이 없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새끼들의 울음소리가 자칫 일가실각의 단초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군요, 친실장의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

화장실 앞에는 어느새 나타난 성체 들실장 몇 마리가 서성거리고 있습니다.
친실장이 흘린 배설물 냄새로 근처에 출산하는 녀석이 있다는걸 알아차린 모양입니다, 다행히 아직 화장실에서 나는 소리는 듣지 못한 것 같군요.

서성거리는 녀석들 모두 하나 같이 겨우내 잔뜩 굶주렸는지 피골이 상접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움푹 들어간 눈만은 살기로 묘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저마다 손에는 무기로 쓸 대못과 유리조각, 나무가지 따위를 들고 있습니다.

위험한 상황입니다.

이대로 화장실 밖에 나갔다간 친실장과 새끼들은 굶주린 동족들에게 습격 딩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입니다.

잠시 고민하던 친실장은 이내 결단을 무언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친실장은 봉지 속 새끼들 중 한 마리를 꺼내듭니다.
가장 늦게 태어난 막내 자실장입니다.

「테츙? 테츄우웅♥」

「데스...」

긴박한 상황을 모르는 천진난만한 막내는 어미의 손길이 닿자 그게 그저 좋은지 아양을 떱니다.

친실장은 손의 막내와 잠시동안 가만히 눈을 맞춥니다.

「테에?」

그리고는 막내를 있는 힘껏 습격자들을 향해 던집니다.

큰 호를 그리며 날아간 막내는...

철퍽!

배회하던 습격자들 한복판에 떨어졌습니다.

「테츄아아아아아아악-!!」

아직 숨이 붙어있는 막내의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울려퍼집니다.
떨어질 때의 충격으로 녀석의 몸은 거의 으스러져 피투성이가 됐습니다.

녀석은 아직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듯 합니다.

「테츄아아아악!!! 테츄아아아악!!! 테에에에에엥!!!」

고개질을 하며 애타게 친실장을 불러보지만 어디에서도 친실장은 찾을 수 없습니다.
주위에는 낯선 들실장들의 흉흉한 눈빛만 반짝일 뿐...

[[데갸아아앗-!!
데샤아아앗-!!
데스앗!! 데스데스!!!]]

굶주린 들실장들이 일제히 신선한 고기를 향해 달려듭니다, 그리고 피냄새에 흥분한 들실장들 간에 피비린내나는 난투극이 벌어집니다

방금 세상 빛을 본 막내 자실장은 짧은 생을 그렇게 마감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 사이 친실자은 남은 여덟 마리가 든 비닐봉지를 들쳐매고 황급히 그 자리를 빠져나갑니다.

친실장은 비정하게도 막내 자실장과 일가의 안전을 바꾼겁니다.
막내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는지 어미와 다른 자매들은 무사히 습격자들을 피해 빠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습격자들을 따돌린 친실장은 자신이 흘린 배설물 자국을 따라 둥지를 향합니다.
도착한 곳은 공원 반대편 수풀 속, 땅에 반쯤 묻힌 가전제품용 골판지에 시트비닐과 낙엽을 덮어 만든 둥지입니다.

친실장은 골판지 집에 들어가 나뭇가지로 입구에 빗장을 걸어 잠급니다.

마침내 친실장의 출산을 위한 짧으면서도 긴 여정이 끝났습니다

긴장으로 굳어있던 친실장의 얼굴에 이제서야 안도의 빛이 돕니다.
친실장은 봉투 속 새끼들을 일일히 안아주며 핥아주고는 차례차례 젖을 물려줍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맛보는 어미의 사랑에 자실장들은 정신없이 어미의 젖을 탐합니다.
마지막 여덟 번째 새끼에게 젖을 물리고 내려주던 친실장의 눈에 눈물이 흐릅니다.

「오로로롱~ 오로로롱~ 오로로로롱~」

친실장의 탁한 울음소리가 골판지 속에 울려퍼집니다.
새끼들과 무사히 둥지에 돌아왔다는 사실에 감정이 격해진 걸까요?
어쩌면 제 손으로 습격자들에게 던져버린 막내가 생각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친실장이 눈물을 훔치는 사이 자실장들은 피로와 만복감으로 순식간에 깊은잠에 빠졌습니다.
친실장은 넝마조각을 꺼내 잚든 새끼들에게 덮어주고는 그 곁에 누워 체온을 나눠줍니다.

오늘 탄생한 일가의 고단한 하루가 그렇게 끝나갑니다.

이 어린 자실장은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 배울 것이 많습니다.
먹이구하기, 천적피하기, 집짓기 그리고 실장석의 목숨을 위협하는 본성을 억누르는 법까지...

연구에 의하면 공원에서 태어난 들자실장들이 성체가 되어 독립할 확률은 약 7%안밖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과연 일가실각을 피해 내년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시간만이 알고 있을 겁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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