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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충이란 이름의 폭탄


이 개체는 독립하여 산실장이 된지 2주일 정도가 지났다.
일가실각에서 자매 중 혼자 살아남아 동네 뒷산에 정착한 것이다.
처음에는 주변을 탐색하고 생존에 필요한 집과 도구들을 마련한다고 바쁘게 지냈지만
열흘 정도가 지나니 생활이 안정되고 여유가 생겼다.
또한 실장석의 본능인 자를 낳고싶다는 욕망도 싹트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봄 중순, 정석적인 시기에 이름모를 꽃으로 임신하여 예비 친실장이 되었다.
주변에 다른 실장석 무리가 없어서 완전히 혼자 살고있던 실장석은
어서 자들을 낳아 이 외로움을 씻어내고 화목한 일가를 만들 미래를 꿈꾸며 열심히 태교를 했다.





약간의 물이 흐르는 개울에서 출산한 결과 자실장 셋, 엄지 하나, 우지챠 셋이 태어났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문제다. 왔던길로 되돌아가기엔 길이 험해 자들이 따라오기 힘들다.
반면, 다른 길은 평탄한 산책로이지만 인간들이 자주 다녀 마주치면 위험할 수 있다.
친실장은 고민 끝에 산책로를 통해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어쩔 수 없는데스. 자들은 최대한 빨리 뛰어오는데스!"
친실장은 엄지와 우지챠를 품고 집으로 가는 걸음을 재촉했으나
이제 막 태어나 온 세상이 신기하게 느껴지는 자실장들은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옆길로 새려했다.
그러다 결국,
"쭈쭈쭈쭈 참피야 이리온~"
"뎃?!"
지나가던 한 명의 중학생과 마주치고 말았다.











다른 자실장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인간을 경계하는데 차녀만이 겁도 없이 시비를 걸었다.
"와타시는 지금 너무 많이 걸어서 다리가 아프니 똥닌겐은 당장 와타시를 업고 하우스까지 데려다주는 테츄웅~"
태어난지 얼마나됐다고 벌써부터 분충인 티를 내는 차녀.
놀란 친실장은 급히 제지했다
"닝겐상 죄송한데스. 자가 방금 태어나서 아무것도 모르는데스. 너그럽게 용서해주길 바라는데스우"
"아니 그정도야 뭐... 데려다 줄게. 집이 어딘데?"
"괜찮은데스. 닝겐상도 바쁘실텐데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데스. 자들은 와타시가 알아서 데리고 가겠는데스."
친실장은 위험할지도 모르는 존재에게 하우스의 위치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찾아와 일가를 실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이였기에.
"나 시간 많아. 오랜만에 실장석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똥마마는 닝겐이 데려다 주겠다고 하는데도 왜 거절하는테치? 와타시를 힘들게 하고싶어 안달난 테치?"
하지만 차녀는 계속 떼를 썼고 장녀와 삼녀도 그 주장에 슬슬 동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친실장이 보기에도 인간이 음흉한 속셈을 감추고 있는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신세 좀 지겠는 데스우"
친실장이 앞장섰고 인간은 자실장들을 들고 그 뒤를 따라갔다.












집에 도착한 친실장은 인간에게 거듭하여 감사를 표했다.
"감사한데스 닝겐상. 덕분에 편하게 도착할 수 있었는데스."
그런데 인간은 그 말을 듣고 친실장에게 별난 부탁 하나를 했다.
"친실장아, 나 자실장을 한 마리 키우고 싶은데 이 차녀를 내게 줄 수 없을까?"
딱 봐도 분충의 기질을 뿜어내고있는 차녀를 사육실장으로 받아들이겠다니, 친실장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분충인 자를 자연스럽게 일가에서 배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차녀도 사육실장이 되길 원한다면 안 될 이유가 없는데스"
"테프프.. 와타시는 세레브해서 태어나자마자 노예를 얻은테치?
하지만 똥닌겐이 와타시의 시중을 잘 들수 있을지가 걱정되는테치."
친실장은 소리내서 말하진 않았지만 마음 속으로 고함을 쳤다.
'차녀는 제발 그 입 좀 닥치는데스! 그러다가 닝겐상의 마음이 바뀌기라도 하면..!'
하지만 차녀의 그런 깝죽거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렇게 차녀는 인간에게 입양되어 일가에는 자실장 둘, 엄지 하나, 우지챠 셋이 남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친실장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인간이 차녀를 이용하여 일가에 어떤 시련을 가져다 줄지...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났다
계절은 어느덧 여름이 되었고 일가는 무난한 일상을 즐기고 있었다.
자실장들은 친실장에게 생존에 필요한 규칙과 지혜를 전수받으며 성장해갔다
자들의 몸집이 커져서 나무 뿌리 아래에 판 굴은 약간 좁은 느낌은 있었지만 혼자서 외롭게 살던 시절보다 100배는 낫다고 친실장은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친실장과 자실장은 집 밖에서 테치테치거리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
"("...꺼져버리는 테치! 똥닝겐과 함께한 시간은 끔찍했던테치!!")"
무슨말인지 정확히 들리진 않았지만 실장석의 목소리임은 분명했다.
"마마, 밖이 시끄러운테치."
"데.. 이 근처에 다른 실장석은 살고있지 않는데스..."
"그렇다면 새 이웃이 이사온 테치?"
그 정체를 확인하러 조심스래 집 밖으로 나온 친실장은 깜짝 놀랐다. 처음보는 골판지 상자 하나가 집 바로 앞에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3개월 전에 인간에게 입양됐던 차녀가 들어있었다.
차녀의 모습은 몰라보게 달라져있었다.
사육실장의 전유물인 분홍색 옷을 입고있었고
생후 3개월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튼실한 발육상태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중실장이라고 착각할  수준이였다.
그리고 상자 안쪽 구석에는 고급 실장푸드 한 줌이 놓여있었다
"차녀.. 이게 어떻게 된 일인데스..?"
"노예닝겐이 와타시를 불행하게 만들어 도저히 못참고 뛰쳐나온테치!"
차녀는 성을 내며 소리쳤다.










"닝겐상이 차녀를 학대한 데스?"
딱 봐도 학대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극진한 대접을 받고 살아왔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차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테치. 와규 스테이크를 일주일에 한번만 대접하는 똥닝겐에게 와타시는 너무나도 과분한 존재인테치.
와타시를 키우는건 충분한 자격이 있는 노예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 테치.
그 동안 너무나도 불행한 나날을 보낸테츄!"
친실장은 이제야 상황이 이해가 갔다. 차녀는 자신이 뛰쳐나왔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상자에 담겨 버려진것이다.
상자를 놓고 떠난 인간을 찾아 주변을 둘러봤지만 이미 어딘가로 가버린 후 였다.
"화를 냈더니 더워진 테치. 마마는 어서 에어컨을 틀어주는테치. 와타시는 시원한 바람씨를 맞으며 열을 식혀야겠는테치."
"에어컨이 뭐인데스..? 뭔진 몰라도 그런건 없는데스. 그늘에서 기다리면 시원한 바람씨가 가끔 찾아오는데스."
"테엑?! 그럼 이 더위를 어떻게 견디는테치? 이건 말도 안되는 횡포인테치!"
사실 이것은 인간이 실장석 일가에게 계획적으로 선물한 재앙이였다.
...먼저 분충의 성향을 갖춘 자실장을 데려간다.
그리고 그 추악함을 말도 안되는 수준까지 끌어올린다.
최악의 분충이 완성되면, 다시 일가에 돌려보낸다... 그야말로 폭탄을 떨구는 것이다.
친실장은 이 모든것이 인간의 계략임을 간파하지는 못했다.
그저 이 분충이란 이름의 폭탄과 함께할 앞으로의 생활이 걱정될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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