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손이 옆구리를 벅벅 문지른다. 너덜너덜한 초록색 소매끝에 뭉툭 튀어나온 둥그스름한 손으로 간질거리는 옆구리를 비벼보지만 아주 약간의 시원함이 비빌때 잠깐 거릴뿐 금새 가려움이 돋아났다.
“치이...”
깨어났을땐 이미 친실장은 먹이를 찾아서 나간상태.
오전 11:40분.
자실장의 집보기가 시작되었다.
들실장의 법칙
-1-
자실장의 집보기
날씨는 덥지도, 춥지도 않는 선선한 보통날씨. 습도는 짜증나지 않지만 땅밑에서 올라오는 축축함이 골판지바닥을 어둡게 만들었다. 바닥에 깐 낙엽과 신문지, 휴지로 만든 배딩은 간지 오래되어 습기를 처리할 능력을 거의 상실했다. 집이 응달에 위치해 한번 습기가 차면 잘 빠지지 않는다.
“테치?”
자실장은 등이 조금 축축해지자 엉금엉금 기어가 그나마 덜 축축한 곳에 털썩 누워 천장을 보았다. 물기가 말라붙은 얼룩이 움직이더니 친실장과 두달전 솎아져 죽어 고기밥이 되어버린 차녀의 얼굴로 변했다.
차녀는 멍청했지만 착했다. 늘 그렇듯 이렇게 혼자서 집을 볼때면 차녀가 그리웠다. 친실장이 한쪽팔을 댓가로 구해온 찌그러진 탁구공은 혼자서 놀기엔 너무나 재미없어진지 오래. 주고받을 상대도 없고 벽에 던지면 찌그러져 배딩위에서 잘 움직이지도 않았다.
“테에~”
역시 차녀가 보고싶다. 착해빠져서 점심밥도 자신에게 조금더 양보할 정도. 다만 멍청한게 심해서 친실장에게 버릇없이 굴거나 하지말라는걸 하거나 운치도 잘 가리지 못했다. 시선을 돌리면 차녀가 운치로 벽에 그렸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둥근건 콘페이토. 운치굴위에서 운치를 누다가 흘려버려 찾지못한 팬티와 구두 한짝.
자실장은 한동안 벽에 시선을 떼지못하다가 흥미를 잃어버려 다시 천장을 본다. 어느새 천장의 얼룩은 다시 원래 모양을 찾았다. 집에 있는건 재미가 없다. 심심했다. 혼잣말도 지친다. 상상하는 것은 생각보다 배가 많이 고파진다.
“테? 테치!”
자실장은 벌떡 일어나 점심밥에 시선을 둔채 고민을 한다. 먹고싶지만 지금 먹어버리면 더 긴 시간동안 배고픔에 시달린다. 사실 자실장도 그리 똑똑한 개체는 아니기에 최근에서야 점심밥을 이른시간에 먹지 않는 법을 깨우쳤다. 친실장이 오는 시간은 들쭉날쭉 하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밖에 어두워질때 온다는것.
“테에에~테에~테에에..치!”
자실장은 간신히 점심밥의 유혹에서 벗어나 자기 손보다 작은 구멍앞에 다가가 바깥세상을 구경한다. 평소엔 아무런 움직임도, 변화도 없는 구멍 넘어 세상이지만 오늘은 뭔가 특별한 일이 있을것만 같았다.
“테츄?”
하지만. 늘 그렇듯이 정적인 세상만이 보였다. 인내심도, 끈기도 부족해 몇분보다가 지쳐나가 떨어진 자실장은 구멍넘어 세상이 변하는 것을 그렇게 놓친다. 뭐, 자실장이 놓친게 사실은 다행이다. 조금만더 끈기를 가지고 봤다면 세상에 대한 동경이 가득한 자실장이 보는 것은 성체실장에게 붙잡혀 지독하게 쳐맞아 곤죽이된 들자실장이 잡아먹히는것일테니.
“......”
무료함이 밀려온다. 하지만 상관없다. 자실장은 이럴때 효과적인 방법을 알고있다. 그것은 바로 잠자는 것이다. 정오가 가까워지자 따스한 날씨가 습기를 조금이나마 없애준다. 적당히 자기에 최적의 날씨. 자실장은 눈을감고 잠을 청했다.
“...츄으...테...”
한시간정도 자고일어난 자실장은 몽롱한 눈으로 친실장이 마련해준 집안 끄트머리에 위치한 운치굴로 비척비척 걸어갔다. 잠이 덜깨 가다가 휘청이지만 절묘하게 균형을 잡고 운치굴에 가 뒷머리를 쏨씨좋게 앞으로 넘기고 무릎을 살짝 굽힌채 힘을 준다.
-브리릿 브릿 브짓!
“..테? 테챠아아!”
하지만 잠에 너무 취해 그만 팬티를 벗지 않아 균형이 무너져 운치굴에 떨어진다.
“테게엑! 테웨엑! 테켁! 테겍!”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찌르자 머리가 어질어질 했다. 얼굴과 전신에 튄 점액질의 끈적끈적한, 발효중인 운치는 찝찝하다 못해 역겨웠다. 야무지게 다물어지지 않는 입안으로 몇방울 들어갔고 실장석의 본능상 입안으로 들어온 무언가를 생각도 않고 꿀떡 삼켜버렸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역한 맛이 분대를 진동시킨다. 당장이라도 분대에 찬 모든것을 게워내고 싶지만 실장석의 탐욕스런 성격 마냥 분대로 들어온 것은 강한 물리적 충격이나 화학적 충격이 아니고선 절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헛구역질을 수십번 한 끝에 침을 늘어뜨리고 흐리멍텅한 눈으로 까막득한 높이의 운치굴 밖을 본다. 슬쩍 두 팔을 벌려보지만 택도없다. 성체실장이 아니고서야 자력으로 탈출이 불가능한 것이 운치굴. 결국 자실장은 운치굴안에서 친실장이 올때까지 탈출이 불가능했다.
“테에에엥! 테에에엥! 에에에에엥!! 테켁! 테에에엑!”
이 더럽고 역한 공간에서 벗어날수 없다고 판단한 자실장은 목을 놓아 운다. 그 과정에서 앞머리카락을 따라 흐르는 운치가 입안으로 들어가 삼켰고 다시 헛구역질을 한다. 본의 아니게 또 운치를 먹은 자실장은 운다. 그리고 또 운치를 먹는다. 그렇게 십수번은 반복끝에 울면 운치를 먹는다는걸 몸으로 깨닫고 우는걸 멈추었다.
아직 친실장이 오기엔 너무 이른 시간. 올려면 적어도 5,6시간 이상은 남았다. 자실장은 일단 그나마 운치가 딱딱하게 굳은 곳으로 움직였다.
“테치?”
문득 움직이다 발에 무언가 걸리는것이 느껴져 더럽지만 운치속으로 손을 넣어 그것을 끄집어 냈다. 그것은 초록색으로 물든 삭아서 너덜거리는 팬티.
“테치이-“
차녀의 것이다. 차녀가 잃어버린 팬티였다. 팬티를 잃어버리고 얼마나 서럽게 울었던가. 친실장은 잃어버린 팬티를 찾아주지 않았다. 항상 옷과 팬티, 머리카락은 한번 잃어버리면 되돌릴수없으며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건 실장석의 수치라고 누누히 말했다. 그리고 잃어버리면 그 누구도 찾아주지 않는다고.
“...치이”
차녀가 보고싶다. 너덜한 팬티를 보니, 운치굴에 쳐박힌 자신의 신세를 생각하니 더욱더 차녀가 보고싶었다. 친실장이 오기까지 자신을 도와주는 것은 아무도 없다. 이 끔찍한 공간에 홀로 있다고 생각하면 울음이 나오지만 운치를 먹는건 더 싫기에 꾸욱 참는다.
자실장은 친실장이 돌아오면 자신을 꺼내주면 잔뜩 안기기로 다짐했다. 친실장의 포근따뜻한 품이 그립기에. 왠지 친실장이 안아준다면 지금 겪고 있는 끔찍한 느낌이 씻겨내려갈것 같았다.
딱딱하게 굳은 운치더미 위로 올라가 쭈구려 앉은 자실장은 고개를 위로 한채 멍하니 있다가 피곤함에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데스?”
친실장의 소리에 자실장은 두 눈을 끔뻑이며 정신을 차린다. 친실장의 목소리. 그토록 기다렸던 소리.
“테치! 테치이이이! 테챠아아! 테치! 테츄우웃!”
힘껏 소리를 지른다. 몸을 움직이자 튀어오른 운치가 입안으로 다시 몇방울 들어가지만 상관없었다. 친실장이 구해온 맛난 밥을 먹어서 이 더러운 경험을 씻어낼수 있다. 친실장의 포근따뜻한 품에 안겨서 옷안을 파고들어 전신에 느껴지는 이 기분나쁜 감촉을 벗어날수 있다.
운치굴 위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더니 커다란 얼굴이 불쑥 튀어나온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친실장의 얼굴! 자실장은 튀어나오는 소리를 숨기지 않은채 빽빽거리며 촐싹대기 시작했다. 팔다리를 휘저으며 점프를 하는 자실장을 보며 친실장은 고민이 가득한 표정이였다. 어린 자실장은 그런 친실장의 고민을 눈치챌 여력도, 생각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어떻게 해서든 빨리 이곳을 벗어나는게 다였다.
“테챠아! 테치이! 테츄우! 테지이~!”
“......”
자실장은 한참을 발광하자 힘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정신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나서야 친실장의 표정을 차근히 살필수가 있었다.
“테치?”
“데...스”
“테치이?”
“데스?”
“테치! 테치! 테치-!”
“데...데스. 데스. 데스?”
자실장은 믿을수 없다는듯 새하얗게 안색이 변한채 경악을 하였다. 친실장의 대답이 믿을수가 없었다. 차녀의 팬티를 포기하듯 자신을 포기하다니. 있을수 없는 사태에 자실장은 넋이 나가 친실장이 사라져 구해온 밥을 혼자 우적우적 먹는것 조차 인지할수가 없었다.
친실장이 버렸다.
친실장이 자신을 버렸다.
친실장이 자신을 포기한 것이다.
차녀의 팬티를 포기하듯 자신을 운치굴에 꺼내주는걸 포기한 것이다!
자실장은 어질어질거리는 머리를 뒤로하고 소리를 질렀다. 작은 몸에 어떻게 이런 소리를 내는지 의아할 정도로 쩌렁쩌렁한 소리. 하지만 친실장은 대답도 없다. 목이 쉬어 켁켁거릴때쯤 친실장의 얼굴이 운치굴 위로 나타났다. 평소의 친실장 표정이 아니였다. 차디찬 냉기가 줄줄흐르는 친실장의 표정.
“데스”
운치굴에 떨어지는 자는 자신의 자가 아니다.
“테치!”
아니다. 자기는 친실장의 총구에서 태어난 장녀다.
“데스?”
그럴리 없다. 자신의 자는 운치굴에 떨어질 정도로 멍청한 바보는 아니다.
“테치잇!”
실수다. 이건 실수다. 자신은 친실장의 자가 분명하다. 친실장이면 친실장답게 자신을 보살펴야한다. 그러니 어서 빨리 자신을 꺼내서 품에 안아라. 운치도 찝찝하니 목욕도 준비해라.
“데샤-! 데스으! 데샤아아아-!!”
닥쳐라! 너같은 멍청이가 어떻게 자신의 자인가. 운치굴에 떨어지는 것은 노예밖에 없다. 운치를 뒤집어 쓰면 그저 한낱 노예일 뿐이다. 그러니 너는 그냥 노예다! 평생 운치굴에서 운치만 먹다가 죽을 운명의 노예다!
“테...? 테챠아아! 테갸아아아! 테샤아아아아아!!”
웃기는 소리하지 말아라! 나도 친실장의 자다! 낳았으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키워야하는게 친실장의 의무다! 친실장에게 보살핌을 받는게 나의 권리다! 당장 나를 꺼내고 대가리를 조아려 보상을 해라!
“데픕! 데프프프~.”
차녀도 포기했는데 너따위가 뭐라고 구해줘야 하냐. 노예는 노예답게 운치나 맞으며 쳐먹어라. 살이 오르면 잡아먹을때 꺼내줄것이다.
자실장은 이제껏 본적없는 친실장의 비열하고 저열한 표정에 넋이 나가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재만 해도 따스한 얼굴로 자신을 보던 친실장이 맞는지 의아할 정도. 자실장은 분개해서 미친듯이 성을 내며 소리를 지르고, 날뛰었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고 오히려 힘만 낭비해 지쳐나가 떨어졌다. 후득후득 운치굴 위에서 떨어지는 운치를 맞으며 자실장은 믿기힘든 현실을 도피하듯 기절하였다.
시간은 흐르고 일주일이 지나자 배고픔에 정신을 놓은 자실장은 운치를 퍼먹었다. 처음엔 역겹다 못해 죽을것 같던 운치도 배고픔에 정신을 놓을정도가 되자 아무렇지도 않았다.
“테끄윽~! 텟?! 테챠아아! 테챠아! 테웩! 테웨에에엑!”
미친듯이 운치를 퍼먹고 배부름에 트름을 한 자실장은 정신을 차리고 깜짝 놀라 자신의 배를 마구 두드렸다. 분대가 충격으로 먹었던 운치를 게워내자 자실장은 통한의 눈물을 줄줄흘렸다. 결국 먹어버렸다. 차라리 굶어죽을지언정 먹지않겠다고 수백번 다짐을 한 지조는 배고픔에 못이겨 휴지보다 못한채 갈갈히 찢겨나갔다. 하지만 그 모든것 보다 더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위에서 비웃으며 조롱을 하는 친실장이였다.
“데퍄퍄퍄퍄퍄! 데퍄퍄퍄퍗!”
자실장은 친실장의 비웃음과 조롱을 들으며 결국 모든걸 포기하였다.
“테...프..! 테프프프! 테프프픕!”
결국 행복회로로 도피를 한 자실장은 미친듯이 운치를 퍼먹으며 마치 진귀한 음식마냥 배를 채웠다. 태어나 처음으로 운치지만 만복감이라는 것을 누린 자실장의 표정은 행복과 만족이 흘러넘쳤다.
한달의 시간이 지나자 운치로 인해 옷이 삭아 없어지고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져 운치굴엔 독라노예 한마리만이 존재했다. 기계적으로 멍한 표정으로 운치를 푹 떠서 입안으로 넣는 자실장은 무엇을 상상하는지 이따금 행복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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