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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와 구더기 x 2



구더기와 엄지를 통에 넣고 집에 가는데 통 속이 소란스럽다.

하지만 엄지와 구더기의 목청은 뚜껑 부분에 칼집만 나있는 작은 틈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한채 통 안속을 맴돌고 있다.

엄지와 구더기가 색눈물을 흘리며 울면서 잔뜩 빵콘한 채로 얼기설기 엮여 있다.

추한 얼굴을 잔뜩 일그리며 계속 무언가를 외치고 있는게 보인다.

자세히 보기 위해서 통을 얼굴 높이로 올려서 눈을 마주쳐보니 흔들리는 와중에 맞은편 벽에 와서 통통 벽을 두들기는 엄지가 보인다.

그 모습은 마치 진흙 속을 나뒹구는 애벌레가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듯 보이기도 했고, 의지할 곳이 없이 표류하는 여행자를 보는 듯 하기도 했다.

빵콘한 팬티를 입고 있는 엄지는 중력과 흔들림에 이기지 못해 통 속에서 여기저기 치였는지 통 밑바닥과 옆면에는 녹색빛이 맴돌고 있었다.

그런 추하고 더러운 모습을 보니 거리가 있지만 역겨운 운치 냄새가 느껴지는 듯 했다.

보기는 싫었지만 자꾸 절규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궁금증에 앞에 보인 벤치에 가서 앉아 뚜껑을 열고 링갈 어플을 작동시켰다.

"도와주시는레츄!!! 큰일난레츄!!!"

계속 소리를 질렀던 건지 아까와는 달리 막혀있는 듯한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8녀 우지가 움직이지 않는레치! 도와주는레츄! 닝겐상!!"

다급했던 모습에 궁금했지만 고작 구더기가 움직이지 않았을 뿐이 아닌가.

다른 실장석들이라면 보존식이나 간식거리로 사용되겠지만 아무래도 이 일가는 구더기에게도 필요 이상의 애정을 주는게 확실해졌다.

친실장의 반응에서도 알 수 있었지만 과연 엄지라서 구더기에 대한 애정이 더욱 크다는게 느껴진다.

엄지의 말을 듣고 통 속을 바라보니 구더기 한마리가 배부분을 깔렸는지 가운데가 움푹 파여있다.

구더기의 작은 입밖으로 꾸역꾸역 내장이 밀려나와 있고 아래로는 운치가 흘러내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자기가 밟아서 그렇게 만들었는지 엄지 한마리는 덜덜 떨면서 구더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구더기는 아는지 모르는지 구더기에게서 내보내진 운치를 레챱하며 먹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핀치인레후? 오네챠의 운치는 맛이 좋은레후! 평소보다 맛이 진한레후~"

구더기는 그저 좋다며 운치를 먹고 있었다.

"렛...아타치가 해버린레치? 어째서인레치? 왜 이렇게 된 레치? 말도 안되는레치!"

구더기 옆에서 떨고 있는 엄지는 패닉인건지 혼잣말을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도와주시는레치! 닝겐상! 닝겐상이라면 구더기를 살려주실 수 있는레치! 분명한레치!"

맹목적인 믿음을 보내는 엄지는 계속 살려달라고 빌고 있었다.

"구더기를 한번 힘껏 걷어차볼래? 그럼 살릴 수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말을 하니 엄지가 바로 달려가서 구더기를 싸커킥 자세로 걷어찬다.

"렜쀼.."

걷어차인 구더기는 살아있는지 힘없는 소리를 내며 차인 방향으로 굴러갔다.

"흠.."

솔직히 구더기 하나를 살리기 위해서 편의점까지 가는 건 굉장히 귀찮지만 대충 보관한 것은 나이기에 책임을 지고자 편의점에 가서 적당한 에너지 드링크를 구입했다.

겸사겸사 쁘띠첼도 사고자 하는 욕망이 들끓었지만 편의점에서 사는 것은 생각보다 비싸기에 마음을 접고 바로 편의점을 나왔다.

그리고 다시 벤치에 앉아 에너지 드링크를 옆으로 살살 부어주면서 엄지에게 말했다.

"이걸 구더기 입안에 넣어주고 고여있는 곳에 구더기를 넣어둬"

위석처리까지 해가며서 살려주는것은 귀찮았기에 응급처지하는 식으로 통을 기울여서 거기 에너지 드링크를 부어주고 구더기를 넣게 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건지 다른 엄지도 엄지를 도와 구더기를 살리는 행위에 동참하고 있었고, 또 다른 구더기는 그저 멍청하게 레챱거리며 에너지 드링크를 핥고 있었다.

통을 기울인채로 몇분이 지나자 조금씩 생기가 돋는 구더기가 보였다.

정말 효율좋은 생물이다.

"이제 됐니?"

"그런레츄! 고마운레츄!"

"정말 감사한레치! 닝겐상! 닝겐상은 은인인레츄!"

도움을 빌던 엄지도 패닉에 빠져있던 엄지도 기분이 좋은 듯 웃은채로 나를 쳐다보면서 말한다.

"세레브한 아타치의 부탁에 메로메로해진 닝겐상이 도와준거니 이모토챠는 좀더 아타치에게 감사하는레치!"

"레츄~ 오네쨩 정말 좋은레츄~아타치 머리속에 아무런 생각도 안나버린레치!"

아까 울면서 빵콘하던 모습은 잊은건지 볼록해진 팬티를 입은 채로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말하는 엄지를 보며 조금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저런 모습으로 저런 당당한 모습과 자신감은 인간은 도저히 흉내낼 수 없다.

"참고로 그 액체는 먹어도 되는거니까."

그렇게 말하고 다시 통을 닫고 집으로 향한다.

통 안에 사이좋게 4마리가 움직이며 바닥을 일사분란하게 핥는 모습이 보인다.




※§※




집에 도착하자마자 어제와 마찬가지로 화장실로 가서 엄지와 구더기를 꺼내줬다.

오늘은 4마리나 있으니 일단 실장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경고를 하고, 운반용으로 사용한 속이 운치범벅이 된 통을 물로 헹구고 그 물을 변기에 버리며 통을 먼저 씻었다.

그리고 먼저 샤워기로 약하게 물을 뿌려주며 실장석들이 옷을 벗고 씻게 몸에 운치를 씻게 할겸 엄지에게는 구더기 프니프니를 시켰다.

"레츄~ 기분좋은레치?"

"레치! 우지쨩 멀쩡해서 오네챠는 기쁜레츄~"

엄지는 기분좋게 구더기를 프니프니 해주고 있었고,

"레훙~ 죽다 살아난레후~ 프니프니받아도 아무것도 안나오는레후~"

"레후~ 프니프니후~ 기분좋은레후~"

구더기는 각자 다른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죽다 살아난 구더기도 그렇고 계속 태연하게 있던 구더기도 그렇고 어제 있던 구더기도 그렇고 결국은 프니프니밖에 생각하지 않는 모습은 조금 부럽다고도 생각했다.

대충 몸을 씻게 해준 뒤에 운치 범벅인 옷을 직접 빨게끔 시켰다.

그리곤 옷을 벗자마자 동생 엄지가 나를 보고 말했다.

"레츄.. 빨래는 마마가 하는레츄.. 사육엄지가 된 아타치는 그런거 못하는레챳!"

실컷 목욕을 시켜줬더니 동생 엄지가 분충도를 마음껏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래? 그럼 내가 해줘야겠네?"

그렇게 말하니 동생 엄지는 초승달 모양의 눈으로 나를 치켜보며 애교를 떨고 있었다.

"그런레츄! 닝겐상은 현명한레치! 아타치가 어쩌면 닝겐상을 남편상으로 시켜줘도 괜찮은레치!"

"그래? 정말 내가 해도 괜찮니?"

그렇게 말하고 다시 한번 엄지에게 확인을 한다.

불온한 기색을 느꼈는지 또 다른 엄지는 열심히 자기 옷뿐만 아니라 구더기들의 옷도 빨고 있었다.

"당연한레츄! 아타치의 고귀한 손에 물을 묻힐 생각인레치? 아까는 놀랐지만 이제 아타치는 사육엄지로서 사명을 다해야하는레츄!"

그 말을 신호로 엄지의 옷을 가져가서 직접 빨아준다.

하지만

엄지의 옷의 약한 내구도는 사람이 힘을 주면 쉽게 찢어지게 되어있다.

물을 묻히고 바닥에 빙글빙글 돌리던 옷은 순식간에 헤져버렸고, 그 상태로 물을 짜기 위해서 꾸욱 쥐었더니 순식간에 꼬질꼬질해졌다.

"렛?"

상황을 뒤늦게 이해한건지 놀란 눈으로 자신의 옷을 바라보고 내 얼굴을 쳐다본다.

"아이구, 이렇게 될까봐 물어본건데 니가 괜찮다고 했지?"

그렇게 말하고 너덜너덜해진 옷을 엄지위로 떨어뜨린다.

물에 젖어서 그대로 곤두박질 쳐지는 모습을 하염없이 쳐다보던 엄지는 그게 자신의 앞에 툭 하고 떨어지자 정신을 놔 버린 듯 울어재끼고 있었다.

"레챠!!!!!!!!!!!!!!!!!!!!! 이게 무슨 횡포인레치!!!!!!!!!!!!!!!!!!!!! 말도 안되는레치! 오마에는 분충인레치카? 이딴건 말도 안되는레츄! 이딴게 아타치의 옷일 수 없는레치! 당장 아타치의 옷을 가져오는레치! 레챠아아아아!!!!!!!!!!!!!!!!!!!"

라고 엄지주제에 조금 큰 소리로 외치고 있지만 아무런 감흥도 들지 않는다.

"너희도 내가 빨아줄까?"

"괜찮은레치.. 마음만 받는레치.. 고마운레츄.."

울고 불며 자기 옷을 만지다가 이윽고 이성을 잃었는지 이미 헤질대로 헤져버린 옷을 마구잡이로 잡아뜯고 있는 엄지가 보인다.

"이딴건 아타치의 옷이 아닌레치! 분명 분명 똥오네챠가 바꿔치기한게 분명한레치!!! 당장 내놓는레치!"

타켓을 자기 언니에게로 옮겼다.

옷을 벗자마자 내가 가져간게 분명한데 여기까지 해버릴 정도면 되려 뻔뻔해서 생각도 나지 않는다.

"오마에! 오네챠한테 그게 무슨말인레치! 건방진 오마에는 이렇게 해주는레치!"

언니 엄지가 바로 동생 엄지에게 가서 앞머리를 잡아뜯는다.

가족끼리 있을땐 모두 모여서 화목하게 지내고, 통 속에서도 얼기설기 모여서 함께 고난을 극복했을 녀석들이 사육엄지가 되었다는 상상 하나만으로 이토록 추잡하게 싸우다니, 실장석들의 행동은 정말 경이롭다.

독라가 되어버린 엄지는 마구 울면서 팔을 엄지에게 휘두르고 있었다.

"렛! 오네챠들 싸움은 안되는레후! 그만두는레후!"

"맞는건 아야아야인레후! 아야아야하면 눈물이 나는레후!"

구더기들은 그런 말을 하며 엄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네챠따위는 필요 없는레치! 옷이나 내놓는레치!"

"닥치는레츄! 오마에같은 똥이모토챠는 둔적이 없는레치!"

그렇게 말하며 독라가 되어버린 동생 엄지를 밀치고 마운트 자세로 마구 내려친다.

"렛.. 레뺫!.. 레칫..."

톡, 톡, 톡

실장석의 주먹이 휘둘러질 때마다 톡 하는 소리와 함께 엄지의 입에서 고통섞인 신음이 새어나온다.

더 이상 방관하는건 좋지 않겠지.

"싸움은 그만."

그렇게 말하고 둘 사이를 손으로 가른다.

"닝겐상! 왜 보고만 있는레치? 아타치가 독라가 되어가는데 왜 방치하는레치? 남편상으로 삼아준다고 했는레치! 왜 배신하는레치!!!!! 오마에 죽고싶은레치카!!!!!!"

방금까지 마구잡이로 두들겨 맞았다는 사실은 벌써 머릿속에서 잊혀진건지 되려 나에게 화를 내고 있다.

너무할 정도로 시원스러운 모습이다.

"레프픗.. 오마에는 생각이 짧은레치.. 닝겐상은 아타치를 더 좋아하는레치"

이 녀석도 똑같았다.

"레후! 우치챠도 남편상이 갖고 싶은레후~"

"레후~ 우지챠가 공유해주는레후~"

어제 데려왔던 녀석보다 굉장한 분충력이다.

이렇게 되버린데는 에너지 드링크밖에 예상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자 가로막은 손을 사이로 두고 엄지들이 말싸움을 하다가 내 손을 치기 시작한다.

순간적으로 기분이 나빠져서 손을 앞뒤로 살짝 흔드니 앞 뒤에 엄지들이 레뱟! 하며 서로 반대쪽으로 데굴 구른다.

그리고 계속 냅두면 또 싸울 것 같아서 독라와 3마리를 따로 둬서 비누거품을 낸 통에 넣어줬다.

독라는 어제 구더기가 쓴 쁘띠첼의 통

"렛.. 역시 아타치가 신부인레치.. 아와아와 기분좋은레치~"

나머지는 내가 방금 씻은 믹스파티 통

"레프픗.. 오마에는 그런 작은 통인레치카? 아타치타치는 이곳인레치~"

"레후~ 신기한레후~"

"레후레후~ 기분좋은레후~"

그리고 씻게 냅두고 쁘띠첼을 먹을겸 냉장고에서 쁘띠첼을 두개 꺼내서 화장실로 간다.

그리고 어제처럼 포장을 뜯고 뚜껑을 바닥에 두개 냅둔다.

"렛? 뭐인레츄? 왜 남편상만 혼자서 먹는레치카! 아타치도 먹고 싶은레츄!"

독라가 그렇게 외치며 통을 나오려고 힘쓰다가 그대로 통이 뒤집혀서 갇혀버렸다.

그렇지만 뒤집힌 채로 조금씩 통채로 끌면서 다가오고 있다.

"독라가 된 것도 불쌍하니 특별히 한입 줄게"

그렇게 말하곤 손톱으로 살짝 긁어내서 아래로 떨어뜨리고 통을 벗겨준다.

"렛! 극상의 아마아마인레치? 뭐인레치? 달콤한데 맛있는레츄! 더주시는레츄! 남편상!"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환호하고 있다.

그 모습에 독라인 엄지가 한층 더 흉측해보인다.

"미안하지만 이게 끝이야."

그렇게 말하고 한마디 덧붙인다.

"가족과 싸우는 분충은 그게 다야."

그리고 4분의 1정도 남은 쁘띠첼을 그대로 믹스파티 통에 있는 애들에게 넣어줬다.

"방금 들었지? 가족끼리 싸우면 너희도 그걸 뺏을거야, 사이좋게 나눠먹어"

"렛! 알겠는레츄! 막내먼저 먹는레츄!"

연기인건지 아니면 애초에 개념이 있는건지 엄지가 구더기들을 조절하며 쁘띠첼을 나눠먹고 있었다.

"오네챠! 뭐하는레치! 아타치한테도 주는레치! 빨리 내놓는레치!"

횡폭하게 3마리가 들어간 통을 두드리며 쏘아붙이며 말하지만 안쪽에는 아무런 효과도 없다.

"이모토타치 잘 보는레츄. 저건 오네챠의 옷을 뺏으려던 분탕인레치. 굉장히 흉측한레츄. 우지챠들도 저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이좋게 지내야하는레츄!"

"레후~ 독라는 흉한레후~"

"레후~ 독라보다는 아마아마인레후~"

"레챠!!!!!!!!!!!!!!!!!!!!!!!!!!!!!!!!!!! 오마에라!!!!!!!!! 복수하는레치! 다들 독라 달마로 만들어주는레챠앗!!!!!!!!!!!!"

외면받은 엄지는 그렇게 소리지르고 있었다.

통 속에서 사이좋게 끌어안고 오며 트러블이 일어나도 모두 포용하고 일으켜주던 엄지에게 버림받은 엄지를 보고 역시 실장석과 노는 것은 즐겁다고 생각했다.

시간은 이제 점심이 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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