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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생



"안녕한데스까?"

실장석이 말을 걸어왔다.

사육 실장이였는지 목에는 링갈같아 보이는 장치가 부착되어 있었고, 평소에 보이는 들실장들보다 옷차림새가 깔끔했다.

"안녕?"

남자가 인사를 돌려주자 실장석의 반응이 거세진다.

"드디어 와타시의 말을 들어주는 닝겐상을 만난데스! 기쁜데스~"

라고 말하며 팔을 어영부영 흔들며 제딴에는 춤을 추기 시작한다.

"보는데스~ 닝겐상~ 와타시는 세레브한데스~ 와타시의 주인사마가 와타시를 데리러 오지 않으면 특별힌 닝겐사마한테 가주는데스~"

빙빙 돌며 팔을 흔들며 아양을 떠는 모습을 보며 남자는 굉장히 아니꼬와진다.

도대체 왜 실장석들은 자기들을 인간보다 위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남자는 이해를 하지 못한다.

"어째서 내가 그렇게 해야 하니?"

"당연한 일인데스~ 와타시는 세레브한 사육실장이니 당연한데스~"

"지랄하지좀마"

헛소리를 하는 실장석에게 남자가 단언했다.

"뎃? 잘못들은데스~ 다시 말해주시는데스 닝겐상~"

아까보다 춤을 추는 몸짓이 더욱 커지고 필사적으로 변해간다.

"지랄하지 말라고 망할 똥벌레새끼야"

"데프픗.. 닝겐상이 당황하신데스~ 그렇게 부끄럼을 감추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은데스~ 참! 주인사마가 놓고 갔던 선물이 있는데스~ 오지 않으면 지나가는 닝겐상에게 보여주라고 한데스~"

분위기가 바뀐걸 느꼈는지 말을 돌리고 구석에 숨겨져 있는 골판지 상자로 남자를 안내한다.

남자는 작게 욕설을 읊조리면서도 실장석을 따라간다.

"보시는데스~ 닝겐상이라면 분명 이걸보고 와타시의 세레브함을 느낄 것인데스~"

그렇게 골판지 상자에 도착해서 두툼한 편지봉투를 잡고 들어서 남자에게 보여준다.

"보시는데스~ 이걸 보고 와타시에게 사과하는데스~"

"이야, 굉장한걸! 5만원권이 수십장이 있잖아!"

남자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화색이 일다가 일그러졌다.

-실장은행- 5만원권

그리고 편지가 한 장 들어있었다.

죄송해요.
이 편지를 보신다는 건 아마 피치에게 안내 받으신거겠죠?
피치는 제가 키우던 실장석인데 제가 남편과 일을 치를 때마다 와서 방해를 하곤해요.
처음에는 저도 남편도 소중하게 기르고 있었는데 점점 남편에게 이상한 말을 하고 욕망을 분출하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오래 키운 녀석이라 소중하게 길렀는데 남편이 저딴 똥벌레랑 같이 있기 싫다고 해서 보건소에 맡기려던걸 여기에 둡니다.
그래도 남편이 약간의 성의를 담아준다고 했으니 부디 피치를 잘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분충도가 눈에 띄는 실장석을 못 참고 방생해버릴거 같다.

"데스웅~ 닝겐상 뭐라고 써있는데스?"

"아.. 굉장히 좋은 얘기지만 네 주인의 남편이 널 내다버렸어"

"뎃? 개소리 하지 말라는데샷!!! 오마에는 똥닝겐인데스!!!!!!! 와타시의 남편상이 와타시를 내쫓을 일은 절대 없는데샤!!!!!"

아무래도 실장석의 세계에서는 인간 남성과 결혼한 것으로 세계가 완결난 것 같다.

"그렇다면 너의 주인은 어떻게 된거니?"

"데프픗.. 당연한데스.. 그딴 인분충은 그저 남편상의 러브돌일 뿐인데스. 와타시의 몸이 아직 작아서 남편상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남편상이 성욕을 못참고 폭주할걸 대비해서 준비해놓은 처리도구에 불과한데스"

남자는 전에 이 분충을 기르던 사육주가 굉장히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애정을 주고 길러도 은혜도 모르는 실장석들의 세계에서는 이미 먹이를 주고 어릴때 보호해준 일은 잊혀지고 그저 흑발의 자만 바랄 뿐인 탐욕스럽고 역겨운 존재에 불과했다.

"좋아. 내가 길러줄게"

"데스웅? 와타시의 세레브함에 반한데스? 오마에도 처리도구가 필요한데스? 곤란한데스네~ 어쩔 수 없는데스. 흑발의 자를 낳아주겠는데스. 그리고 그 흑발의 자를 통해서 똥닝겐을 노예로 삼아 그 노예를 닝겐상에게 주는데스. 데프픗~ 고마운데스까?"

"고맙네"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숨을 들이마쉬고 내쉬었다.

"그래도 말이야 너가 어떻게 흑발의 자를 낳는다는 소리를 하는걸까? 나말고 다른 사람에게서 낳는다는 걸까? 난 너와 그딴 행위를 할 생각은 죽어도 없는데? 너같은 똥벌레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난 지금 손이 벌벌 떨려. 보이니? 내 손이 떨리는게? 이 손으로 당장 널 으깨버리고 싶지만 그것도 더러워서 못하겠는걸?"

그리고 남자는 공원에서 크게 외쳤다.

"나는 흑발의 자를 낳아줄 세레브한 실장석을 원하는데스! 와타시의 자를 낳아줄 실장석들은 빨리 와주는데스!"

앞에 있던 전 사육실장은 당황했다.

"뎃..? 뭐하는데스? 그딴 똥분충들을 부르면 어떡하냔말인데스!! 와타시가 낳아주겠는데스!!!"

"데스..데스.. 데스웅~"

하며 총구에서 운치를 질질흘리며 독라에서부터 들실장까지 남자의 목소리가 닿는 범위에 있는 실장석들은 모두 튀어나온 듯 보였다.

"흠.. 너무 많은걸? 저 전 사육분충을 가장 먼저 죽인 세레브한 실장석과 직스를 통해서 흑발의 자를 낳고 싶네?"

"데스웅! 데샷!!!!"

모인 실장석들이 전 사육실장에게 달려간다.

"뭐인데스! 다 꺼지는데스! 똥분충들!! 남편상! 얼른 오는데스! 와타시가 핀치인데스!"

"뭐, 힘내라고 피치쨩?"

"데샷!! 오마에 저주하는데스! 남편상에게 다 말해주는데스!"

이윽고 분충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남아 있던 실장석들은 각자가 사육실장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돌아다니다가 실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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