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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사는 실장석



"데에... 데에에에...!"


시간이 되어간다
해가 지고 매달 이 시간대가 되면 '그것'이 친실장의 집으로 찾아온다


[벌컥]

"데햐아아아아악...!!!"

"내놔"


...

친실장의 집에 방문한것은 사람
아니 정확하게는... 이 '집'의 주인이다


이 친실장이 주거하고 있는곳은 마당딸린 전원주택...
의 마당에 설치된 개집이다

이 개집은 한때 집주인의 집에서 키우던 개는 집주인의 개인사정으로 못키우게되어 한 노부부에게 분양을 보내고 남은것이었다

그리고 개가 떠나고 비게 된 지금 그곳에는 친실장과 장녀 차녀 삼녀 이렇게 넷이 생활하고있다
개집 입구에 간단한 개조로 열고닫기 쉬운 문을 달아놔서 보안과 보온을 동시에 가져오게 했으며
내부는 단열이 잘되는지 여름엔 비교적 시원하게
겨울에는 비교적 따듯하게 지낼 수 있는 들실장들에게 있어선 고-급 하우스로 바뀐것이다


"집주인사마아..."

"빨리 내놔 임마"


주인이 하우스(개집) 문을 열고 친실장에게 내놓으라 명령했다

친실장은 주인의 말을 듣고 하우스 구석에 있는 작은 플라스틱 통을 가져와 주인에게 건넸다


"어디보자... 하나 둘.."

[짤그랑 짤랑]


쇠로된 무언가가 플라스틱 통 안에서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통 밖을 빠져나와 친실장과 자실장들에게도 들려왔고
어느정도 수를 세어낸 주인이 내용물을 꺼내고 남은 플라스틱 통만을 친실장에게 되돌려 주었다


"3,700원 기록해두마"

"하, 하이데스 집주인사마..."


주인은 안에 든 동전을 짤그랑 거리며 다시 집으로 들어갔고 집주인이 떠난 하우스에서는 다시금 일가가 활기를 띄며 화기애애 떠들었다


"데휴우 오늘도 좋게 넘어간데스 다행인데스"

"마마 대단한테치!"

"배고파진테치"

"텟테로츄~ 텟테로체~"

"데프픗... 착한 자들인데스"


신기한 광경이다 실장석이 사람에게 돈을 지불한다니
하지만 이것은 친실장과 집주인이 합의하에 정한 내용이다
친실장은 매주 돈을 모아 집주인에게 지불하고 집주인은 돈의 양이 충분할 경우 계속해서 살것을 허락해주는 일종의 계약관계인것이다
딱히 계약서나 보증금같은것은 없지만...


집주인이 돈을 들고 떠나자 친실장은 한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하우스 밖 마당으로 나갔다
마당입구에 설치된 철문옆 작은 수거함이 있는데 그 수거함에는 집주인이 먹고 버린 음식물 쓰레기들이 쌓여있었다


"뎃..!! 이건 꼬꼬댁씨의 고기인데스!!!!"


그 와중 친실장의 눈을 휘둥그레 만든것은 남자가 먹고버린 치킨인데
거의 살은 다 발라먹고 한입정도 남은 퍼석퍼석한 닭가슴살 한덩이정도와 뼈에 조금 붙은 고깃덩이였지만 몸이 작은 실장석에겐 마치 진수성찬처럼 느껴지는 사이즈이다

친실장은 마음같아서는 흥얼흥얼 거리며 음식을 어서 자들에게 가져가고 싶었지만
음식물을 절대 흘리면 안되며 흥얼거려서 시끄럽게 만드는 일도 안되기에 그저 침묵을 유지하며 조심히 음식물을 비닐봉투에 담아갔다


'오늘은 포식인데스~ 신나는데스!'


친실장은 음식물을 충분히 빼낸 후 비닐봉투를 든채 하우스로 되돌아갔다

친실장이 도착하자 밥을 반기는 자들이 방방 뛰며 음식물을 각자의 몫에 나누는 동안에도 쉴새없이 뛰어다녔다

공원에 사는 들실장이라면 또 모를까 이 자실장들은 상하지 않은, 양질의 음식물 쓰레기를 충분히 섭취하기에 이렇게 에너지가 남아도는것이다


"다들 밥먹는데스우!"

"""하이테치!"""


각자 몫의 분할이 동그란 플라스틱 조각에 담겨졌고
자실장들은 하나같이 식욕을 주체하지 못한채 얼굴을 플라스틱에 파묻고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어치워갔다


"테챱 테챱"

"우마텝! 텝츄아!"

"맛있테챱테챱"


조금 더러운 광경이지만 자를 가진 부모여서일까
친실장은 그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그러면서도 친실장 자신 또한 음식물을 쉴새없이 먹어치웠다


.....


밥을 다 해치우고 만복감에 자실장들은 모두 쓰러져서 잠들었다

하지만 친실장은 잠든 자들을 소중히 들어 한곳에 모아 걸레를 이불처럼 덮어서 따듯하게 해준 뒤 하우스를 나왔다


친실장이 하우스 밖에나와 자들의 손에 닿지 않는 하우스 윗쪽에 손을뻗자 거기선 성체실장이 사용할수 있을만한 사이즈의 작은 빗자루가 나왔고
친실장은 그 빗자루를 들고 마당으로 나가 풀이없는 돌과 벽돌이 깔린곳을 꼼꼼히 쓸어나갔다

이것 또한 친실장과 집주인이 계약한 내용이다
마당을 깨끗이 관리하고 더럽히지 않는것이다


[싸악 싸악]


여러가지 벌레시체나 낙엽 풀조각 등이 쌓여있던 돌 위가 서서히 친실장의 빗자루질에 쓸려나가며 깨끗해졌고 눈에 진전이 보이자 친실장의 표정 또한 점점 밝아졌다


"오늘 일과도 끝나가는데스!"


저녁먹고 마당을 다 쓸자 해는 벌써 뉘엿뉘엿 져가기 시작했고 하늘 또한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친실장은 날이 어두워지자 밤이 올것을 알기에 하우스로 되돌아갔고 하우스에서는 푹 자다가 잠이 깬 자실장들이 셋이서 사이좋게 뛰놀고 있었다

일가는 그렇게 조금 더 같이 놀다 사이좋게 잠들었다



.
.
.
.
.


이른 아침
참새가 짹짹이는 소리가 들려오자 친실장은 무거운 눈꺼풀을 애써 열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아직 자실장들 셋은 코츙코츙 하며 꿈나라에 빠져있었다


"다들 귀여운데스우~"


친실장은 자고있는 자실장들의 머리를 한번씩 쓰다듬고는 이불을 다시 걸쳐준 뒤 실장가방을 등에 맨 뒤 하우스를 나섰다


"데히... 점점 쌀쌀해지는데스 서둘러야겠는데스"


새벽바람이 차갑게 친실장의 몸을 타며 추위를 불러왔고
친실장은 몸을 살짝 부르르 떤 뒤 마당의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가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에 도착한 친실장은 채집을 시작했다
여느 들실장들이 그러하듯 생활에 필요한것은 다 공원내 풀숲에서 벌레나 열매 풀을 채집하는데
이 친실장의 경우 다른 들실장들과 채집하는 위치부터 남다르다

친실장의 주요 채집장소는 음료자판기와 벤치주변
그 주변에서 몸을 낮게 깔아 자판기 아래와 벤치 아래를 샅샅히 뒤져간다

한참을 돌아다니며 자판기 밑을 뒤졌을까 친실장이 뎃, 하고 소리를 내며 무언가를 자판기 아래에서 꺼냈다


"해넨데스! 큰씨인데스!!!"


친실장이 환호하며 치켜든것은 학이 그려져있는 500원짜리 동전
돈을 쓸줄도 모르는 실장석이 이렇게 식량수집도 게을리 하며 동전을 줍는것을 보고 사람들이 의아해 하겠지만
이 실장석이 이렇게 동전을 모으는데는 이유가 있다

이 실장석은 돈을 '수집' 하여 집주인에게 매주 번돈의 전부를 바치는 이른바 월세가 아닌 주세를 살고 있는것이다

집주인은 이 친실장이 돈만 꾸준히 낸다면 살게 해주기로 약속하였고
어차피 버릴 음식물쓰레기를 녀석들에게 먹게 해줌으로써 굳이 식량을 구하지 않아도 되게 된것이다


"하나데스~ 둘데스~ 하나데스~ 둘데스~"

가방에 하나하나 동전을 담으며 세고 있는 친실장
이 가방도 집주인이 동전을 담기 편하라고 친실장에게 건네준 장비이다

그리고 혹시모를 사태를 방지하기 위하여 친실장의 목에는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미니 군번줄이 달랑거리고 있다
피치못하게 인간에게 습격당할경우 이 인식표를 내밀면 주인이 있는 실장석이란것을 안 인간들이 피해갔기 때문에 죽지 말라고 달아준것이다

거기다 외향도 딱히 이쁘지않은 족쇄같이 생긴 모양이기에 들실장들 또한 친실장을 습격하지 않게 만드는데 또 도움을 준다


"오늘은 가방씨가 꽉찬데스! 하우스로 돌아가는데스!"


새벽 아침부터 저녁까지 빼곡히 공원을 돌아다닌 녀석의 가방이 빵빵하게 차올랐고 무게도 무겁기에 발걸음을 하우스로 향했다


"뎃데로게~ 빵빵데스~"


집주인의 집에 도착한 친실장은 제일 먼저 마당 구석에 위치한 수도꼭지로 향했다

수도꼭지를 돌려 물을 틀고 아랫쪽엔 조그마한 대야를 받쳐놓자 대야 속에 물이 점점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친실장은 가방을 열어 동전을 차르륵 쏟아부었고 물 속에 들어간 동전에 의해서 물이 금새 탁해졌다


겉에 더러운게 묻은 동전들을 이렇게 한번, 두번 정도 씻어낸 뒤 깨끗해진 동전들을 다시금 수돗가 옆에 고정해둔 걸레로 물기를 말끔히 닦아냈다

그리곤 대야에 담긴 더러운 물을 대야를 기울여 다 버렸고 깨끗해진 동전들을 다시금 가방에 담아 하우스로 향했다


"마마가 다녀온데스!"

"""어서오시는테치!!"""


하루종일 집안에 갇혀 뛰어놀거나 공놀이를 한 자실장들은 친실장이 오자 신나서 미소를 지으며 친실장에게 안겨왔다

친실장이 반가운것도 있지만 친실장이 오면 맛있는 밥도 먹고 하우스 밖에나가 놀거나 가끔씩은 아와아와도 할수 있기에 자실장들은 친실장을 엄청 따르고 필요로 했다


"마마 배고픈테치!"

"배씨가 꼬르륵하는테치잇"

"데프픗 기다리는데스요~"


친실장은 동전을 하우스구석의 플라스틱통에 좌르륵 쏟아부엇고 다시 비닐봉지를 들어 하우스 밖 음식물수거함으로 향했다

그렇게 나가는 친실장의 뒤를 자실장들이 따라서 토테토테 뛰쳐나갔고
하우스 밖 풀밭에서 지금까지 갇혀있던 울분을 풀듯 친실장 주변을 맴돌며 장난을 쳐댔다


"밖이 최고인테치!"

"답답했던테치"

"어쩔수 없는데스요 이게 다 오마에들을 위해서인데스! 밖은 마마없이 나오면 너무나도 위험한데스"

"하이테치..."


그렇게 자실장들에게 살짝 호통을 낸 친실장은 다시금 비닐봉지를 들어올려 음식물 수거함의 음식을 하나둘씩 꺼내어갔다


"자들이~ 좋아하고~ 자들이~ 맛있어하는 밥데스요~"


주린배를 채울 생각에 친실장 또한 들떠서 전혀 맞지않는 박자로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눈이 있었으니


"흐음... 제법 잘 살잖아?"


그것은 관찰파인 집주인이었다
친실장이 이곳에 처음 왔을때...
아니 정확하겐 자들을 지키느라 집을 잃고 보존식과 도구들을 모두 잃고 자들과 몸뚱이만 남아 늦은 저녁까지 갈곳없이 공원을 떠돌았을때

친실장은 마침 지나가던 집주인에게 간청하였다

'부탁드리는데스 닝겐사마!! 오늘밤만이라도 하루라도 좋은데스 부탁드리는데스 와타시타치를 집씨에서 자게해주시는데스!'

하지만 상식적으로 집주인이 더러운 들실장을 집에 들여놓을 이유는 없다
그렇기에 집주인은 거절하였다

'안돼 너희가 대가를 지불하는거라면 모를까'

어느정도는 예상한 얘기인지 친실장은 충격받는 모습보다는 자신의 두건을 뒤집어서 그곳에서 꼬깃꼬깃한 종이조각을 꺼내어 두손으로 집주인에게 내밀었다

'부탁드리는데스 닝겐사마! 와타시가 가진건 없는데스가...'

친실장이 건넨것은 천원짜리
실장석이 돈을? 아니 화폐라는 개념을 이해한다는 것인가?

'하이데스 닝겐타치들이 음식창고(편의점)에서 이렇게 생긴 종이씨나 동그라미씨를 주고받으며 푸드를 얻는것을 본데스... 와타시들 짓소우들은 이걸 쓸수없는데스가 닝겐사마는 쓰실수 있다고 생각해서 부탁드리는데스...'

고작 그것만 보고 주고받는 이른바 화폐를 이해하다니...
이러한 친실장의 의견은 관찰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하였고 남자는 이 순간 정하였다 이녀석들을 마당에 키우며 《관찰》 해보자고

'...좋다 따라와라'
'하이데스!!'

그리고 다음날 날이 밝자 일가가 약속한대로 집을 나서려던 찰나 집주인이 아주 솔깃한 제안을 한것이다

'내집 마당에 살면서 계속해서 이 돈을 바쳐라 그럼 계속해서 이곳에서 살게 해주마 대신 이건 사육이 아니다 너희를 이 마당에서 살게만 해주는것이다'

이것은 사육실장이 되는것은 아니지만 실장석이 인간의 비호아래 들어간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적어도 들실장과는 차원이 다른 대접을 받는다는것을 빠르게 이해한 친실장은 대답했다

'하이데스! 집주인사마!!'

그리고 그날부터 몇개월
집주인의 공책에는 작은 메모가 적혀있다


X월X1일 2700원
X월X8일 3800원
X월X5일 2100원

.
.
.


합계 - 59700원


"아직 멀긴 했다마는... 기대하마 친실장아"


남자와 친실장이 약속한 또 하나의 거래
그것은 10만원을 채우면 겨울동안에도 집안 창고에서 자게 해준다는 약속이다

친실장이 매일 동전을 주으러 다니느라 보존식을 구할수 없는 처지이기에 겨울대비가 불가능했다
이대로 간다면 겨울에 아무 대비도 되지않아 그대로 얼어죽을게 뻔하기에
집주인 또한 이런 귀중한 관찰대상을 잃을수는 없기에

[돈 10만원을 모으면 너희 일가를 그나마 덜추운 집안쪽 창고에서 머물수 있게 해주마]

이해가 빠른 친실장은 즉답했다

'당연히 하는데스 힘내는데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친실장은 열심히 월세, 아니 주세를 낼것이다
미래와 자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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