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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로리 - (1) 메로리가 있는 세계

 

로젠 사와 메이든 사를 인수합병하고 급속도로 성장한 CP 테크놀러지.
실장 3D 프린터, 위석 2.0, 일제 구제 음파병기 등을 개발하며 업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회사의 상승기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고위층 애호파들의 시장 규제.
산업 스파이들의 기술 유출.
가격으로 압도하는 중국 신생 회사들.
악재가 계속되었다.

...그렇게 CP 테크놀러지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지면에 충돌하기 직전의 회사를 구해낸 것은, 획기적인 개념의 신상품.

메로리.

201X년 등장한 이 상품은 회사의 운명, 넓게는 실장석 업계를 바꿔 놓았다.
아니... 실장석들이란 존재 자체의 운명을 영원히 뒤바꾸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겉보기에 이 제품은 다른 콘페이토 계열 제품과 다를 바 없다.
인간이 맛보더라도 ‘뭐야, 그냥 싸구려 콘페이토잖아’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메로리의 진가는 실장석의 입 안에 들어가는 순간 발휘된다.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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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회로에서 추출된 성분을 발효/건조시켜 만들어낸 화학 성분이 실장석의 뇌에 침투,
행복하다는 생각만을 하게 만든다.
이 ‘행복해’ 상태는 투약량에 따라 담배를 피는 시간만큼 짧을수도 있고,
하루 종일 계속될 수도 있다.
행복 환각의 강도 역시 제품을 따라 조종할 수 있다.
즉효성을 사용하면 한번에 자위 중 절정과 동급의 쾌감을 느끼게 된다.
지속성을 사용할 경우엔 적당한 행복감을 느끼며 무념무상 상태가 된다.

그렇다.
메로리란 것은, 인간으로 치면 마약에 불과하다.
당연히 애호파들은 이런 물건에 반대하겠지?
-그럴 리가 있나. 당신은 애호파들을 너무 좋게 보고 있다.
태생부터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기생충에 불과한 실장석.
그 유일한 방어기재인 ‘아첨’에 걸려든 게 애호파다.
어떻게든 실장석에게만 이득인 일방적 관계였지만... 
메로리의 등장은 판을 바꾸었다.
애호파는 자신이 원하는 실장석의 모습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실장석의 몸과 마음의 자유를 대가로.
여기 이 가정을 보자.

평범한 애호파 독신남이 사는 집.

“데에.....”
“테..... 테치? 테츄우.....”

사육용 수조 안엔 성체 실장과 자실장 두 마리가 들어 있다.
조용하다.
실장석답지 않게.

보통 일가는 테치테치 데스데스 시끄럽다. 대낮인 지금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행복이니 산책이니 사육실장의 일이니 하고 떠들어야 한다.
하지만 왜 이들은 침묵하는가...

“데.....스?”
“테휴.....”

실장석들은 현관문만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동공이 풀리고, 빛이 바랜, 영원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눈으로.
그 어떤 의미 있는 움직임이나 감정 표현도 없이.
마치 인형처럼.

철컥.

“아~ 끝났다. 끔찍한 금요일이 끝났어!”

사육주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실장석들은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데스우, 데스데스! 데뎃데 데스데스!”
“테치, 테치테치! 테츄아! 테에에에엥!”
“테에엥, 테치테치! 테-에-치!”

주인은 수조 쪽을 살펴본 뒤 말한다.

“아~ 그래, 그래. 조금만 기다려.”

-주인은 노 링갈 애호파이기에 알지 못했다. 
초짜 브리더라도 읽을 수 있는, 실장석들의 분위기를.
수조를 퉁탕퉁탕 때리는 손, 
협박이나 애교가 따르지 않는 순수한 요구,
질투나 분노의 상황에서만 볼 수 있는 눈가의 떨림.
...그 실장석들은 뭔가를 애원하고 있었다.
절박하게.

“주인니이이임!!! 부탁드리는 데스우!!!
아마아마를, 아마아마를 주시는 데샤아아!!!”
“테에에엥! 주인님 이제 와타치들을 버리지 마는 테치!
좋은 아이가 될게요 테치!”
“테히잉! 아마아마 쭈세요, 아마아마!”

주인은 뭔가가 담긴 밥그릇을 가지고 나타났다.

“그래, 그래, 밥 줄게. 가만히 있어.”

밥그릇을 수조 안에 내려놓자마자, 실장 일가는 그릇에 달려든다.

“데샤아아아아!”
“”테챠아아아!! 테쥬아아!!””

데챱데챱테챱테챱쩝쩝우걱우걱.
먹어치우는 꼴이, 며칠 굶긴 꼴이다.
-하지만 실장 일가는 늘 제대로 밥을 먹었다.
그렇다면 그릇 안의 음식이 맛있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었다. 그릇 안에 든 것은 평범한 실장 푸드.
아니, 싸구려중에 싸구려인 중국산 실장 푸드였다.
죽은 들실장의 시체에 운치, 톱밥까지 섞어 만든다는 쓰레기였다.
어째서 실장 일가는 이 싸구려 푸드에 이렇게나 환장하는 것일까?

이유는 단순했다.
싸구려 푸드 사이에 사육주가 갈아넣은 저강도 메로리.
사육주에 의해 메로리 의존증에 걸린 실장 일가,
그들은 ‘메로리’를 어떤 형태로건 먹어야만 만족하는 중독자가 된 것이다.

사육주에게 메로리를 활용한 사육은 큰 이득이었다.
비싼 푸드를 사다 줄 필요도 없다.
콘페이토 같은 간식을 준비할 필요 역시 없다.
새로운 가구나 장난감? 그런게 필요할 리가. 당사자인 실장석들이 바라지도 않는다.
한번 메로리에 맛들인 실장석에겐 의식주 외에 다른 것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
지속성에 오래 노출된 실장석은 다른 걸 잊고 오직 메로리만을 찾는 것이다.
메로리만 규칙적으로 주면 된다. 주지 않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니까.

돈을 아끼는 건 확실한 이득이다.
그러나 제일 큰 이득은... 따로 있었다.

“뎃데로데~ 데스우세~ 와타시 행복해서 절로 춤이 나오는 데스~”
“텟케로체체, 테로체체, 테츄아차와.”
“테프프, 이 공은 때리면 재밌는 테치? 테챠아!! 맞아서 아파한테치! 미안한테치!
와타치가 고무우지챠의 오네챠가 되는 테치? 테엥? 테에엥!”

메로리에 취한 실장석들은 환각 상태에 빠졌다.
괴상한 춤을 추고, 해괴한 노래를 부르고, 고무공 따위와 말을 하며 놀고 있다.

“하하, 기분 좋은가 보구나. 귀여운 녀석들.”

주인이 먹인 메로리는 애호파용 메로리 중에서도 제일 싼 것.
실장석들은 앞으로 12시간쯤은 환각에 빠져 헤롱대면서 주인을 즐겁게 할 것이다.
그 다음의 12시간 동안은 공허한 눈으로 현관이나 주인만을 쳐다볼 것이다.
훈육도 솎아내기도 필요 없다. 자를 가진다고 친이 난리죽일 일도 없다.
메로리를 끊는다는 한 마디면, 임신한 친도 스스로 낙태할 것이다.

“메로리라는 건 정말 편하단 말야...”

약에 취한 인면충들이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르고 헤롱대는 모습.
사육주는 그 ‘귀여운 일가의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자유로운 실장석들이 진심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진심으로 주인에게 귀여움을 부리는 쪽이 낫지 않냐고?
그딴 게 가능하다고 보는가?
애초에 실장석의 친화력과 외모는, 생존용 위장에 불과하다.
[ 인간 ] 이라는 기생 대상에게 달라붙기 위한 [ 껍데기 ] 에 불과하다.
인간은 적응하는 생물답게 [ 껍데기 ] 만 취하고, 
[ 내용물 ] 은 찢어발기는 방법을 찾아내고야 만 것이다.

그렇다. 남자의 실장석 일가는 정신적으론 죽어 있는 상태였다.
무엇이 행복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거지반 잊어버린 상태.
남자가 메로리를 조건으로 걸어놓은 규칙들을 빼면, 
머리에 남은 것은 하나뿐이었다.
메로리에 대한 욕망.

고급 메로리를 썼다면 상황이 달랐을지도 모른다.
부유한 애호파가 쓰는 고급 메로리는, 효과가 짧고 굵다.
실장석은 환각에 빠지지 않는 대신, 가벼운 의존증에 걸린다. 
제정신 상태에서 메로리의 욕망을 항상 지고 가게 된다.
메로리를 조건으로 건 훈육은 폭력 훈육보다 성공률이 높다고 한다. 
오지에 떨어진 흡연자를 담배를 이용해 설득하는 것과 같다.
‘난 실장석들을 통제하고 싶지만, 실장 쨩들이 헤롱대는 꼴은 볼 수 없다’는
근거없는 도덕적 우월감이 넘치는 애호파들의 조건을 만족한다.
결국 실장석이 약 때문에 주인에게 매달리게 되는 데선 다를게 하나도 없지만.

...하지만 애호파들도 어쩔 수 없다.
키워주다 보면 어떻게든 분충화해버리는 것이 똥벌레이다.
[ 개념 ] 개체도 상황에 따라선 멍청한 판단을 하거나 치명적 실수를 한다.
주인의 기대를 배신하고 만다.
마약을 통한 훈육... 그러나 방치나 학대보단 자비롭다... 고. 애호파들은 믿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마약을 통해 이루어진 사육실장 완전 통제의 세계.
거짓 행복, 거짓 충성, 거짓 자비.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가?
해충인 실장석을 끝끝내 키우겠다고 집착하는 애호파가 잘못한 것인가?
아니면 이렇게까지 비틀어 놓아야만 인간과 어울릴 수 있는 실장석이 잘못된 것인가?
답해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답을 찾는 사람도 없었다.
누군가는 행복을 느끼고, 누군가는 돈을 벌기에, 수많은 세상의 뒤틀린 톱니바퀴들처럼,
메로리가 있는 실장석 세계는 굴러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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