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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과 라인

 

내 집에서는 자묘와 자실장을 기르고 있다.
일주일 전쯤을 전후로 우리 집 뜰에 헤메 들어와서 그대로 눌러앉아 버렸다.
자묘 쪽은 털이 길어서 사자 같기에 '라인', 자실장 쪽은 어느 유명 화가의 이름을 따서 '프론'이라 지었다.

흔히들 고양이는 실장석의 천적이라 하지만, 프론과 라인은 무척 사이가 좋다.
골판지 상자 안에서 두 마리가 붙어 자는 모습이 너무 흐뭇하다.
분명 두 마리는 영리한 고양이와 실장석일 것이다.

그런 두 마리가 오늘은 뭔가 상태가 이상하다.
라인은 자꾸만 뒷다리로 턱 밑을 긁거나 몸 곳곳을 깨물거나 한다.
프론은 자기 뒷머리나 등을 긁으려 하는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팔이 짧아서 닿지 않는다.

"테챠- 테챠챠-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결국 인간 아이가 투정을 부릴 때처럼 위를 보고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아무래도 모근이 가려운 것 같다. 빗으로 빗겨주니 빗살 틈에 깨알 같은 것이 끼어 있었다. 다음 순간 그 깨알은 튀어서 달아났다.

"벼룩!?"

그러고 보니 라인은 어제 밖에서 놀았지. 들고양이에게 옮기라도 한 건가....
앞으로 기후도 따뜻해질 것이다. 방치하면 온 집안이 벼룩 투성이다.

나는 근처의 애완동물 샵에 뛰어들어 점원이 추천하는, '카토키 하지메가 디자인한 관장약'처럼 생긴 용기에 담긴 벼룩 구제약을 사 왔다.



그 약은 점성 약한 기름 같은 느낌으로, 두세 방울 뒷덜미나 목덜미에 흘려 문질러주면 된다는 것 같다. 바로 프론과 라인의 목덜미에 문질렀다.




다음 날. 둘 다 가려움은 나은 것 같은데 프론의 상태가 어제보다 배로 이상하다.

"텟츄, 텟햐! 텟츄, 텟햐! 텟츄, 텟햐! 텟츄우---!"

콧김도 거칠고 온 방을 굴러다닌다. 아무튼 하이 텐션이다.

"텟츄, 텟햐텟츄, 텟햣호---------!!"

평소 두 마리가 장난칠 때는 라인이 걸고 프론이 받아주는 느낌인데,
오늘은 프론의 텐션이 높아서 라인도 쩔쩔맨다.

"텟츄폭폭, 텟츄폭폭, 텟츄폭폭, 텟츄----------------!!!"

이번에는 기차 흉내인가? 양손을 휘두르며 실장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속도로 뛰어다닌다.

너무 소란스러워서 불쌍해도 골판지 상자 안에 가둬놓기로 했다.
좀 더 상태를 보고 낫지 않으면 동물병원에서 진찰받자....





그날 저녁. 프론은 골판지 상자 안에서 차가워져 있었다.

"냥, 냥."

라인이 발톱 끝으로 프론을 찌르지만 경직된 몸이 인형처럼 흔들릴 뿐.

"냐아~앙?"

어떻게 이런 일이... 혹시... 나는 어제 산 벼룩 구제약의 설명서를 다시 읽었다.


"...주성분인 피프로닐은 벼룩이나 진드기의 신경세포에 있는 GABA 수용체 내에 단단히 결합, 염소 이온의 유입을 저해합니다.
 신경 접합부에서의 신경 정보 전달에서 염소 이온이 유입하여 막전위가 저하함으로써 흥분이 가라앉습니다.
 염소 이온의 유입을 저해하여 흥분 억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함으로써 해충을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개나 고양이, 인간 등의 포유동물은 GABA 수용체의 구조가 벼룩이나 진드기 등과 다르기에 염소 이온의 유입을 막지 않습니다...."


실장석... 아무리 영리한 개체여도 생물로서 '똥벌레'의 한계를 넘지는 못하는 건가... 합장.





1일1선

 

오전5시. 바깥에서 참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온다.

「벌써 이런 시간인가・・・정말이지, 토시아키와 전화하고 있다보니 어느새 이런 시간이네」
토시아키는 내 친구로, 어제 23시부터 계속 전화를 해버렸다.

바깥을 보니 아침해가 눈부시다.
「그러면, 기분전환으로 산책이라도 가볼까」

기분좋게 아침해를 받으며 근처의 공원으로 간다.
이 공원은 이 시에서도 상당히 큰 공원이다.
딱히 공원에 올 의미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언제나 오게된다.

공원의 벤치에서 쉬고있으니, 발 아래에 실장석 1마리가 다가왔다.
아무래도 먹을것을 내놓으라고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기분내키는 대로 산책하러 온 나에게 먹을것이 있을리가 없다.
그거 곤란하구만・・・

그런 내 마음도 모르고, 실장석은 먹을것을 조르고있다.

그때, 문득 토시아키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떠올렸다.

내용은 토시아키가 올해부터 뭔가 새로운 다짐을 하고싶은데 떠오르는게 없으니 같이 생각해달라, 라는 것이었다.
둘이서 상당한 양의 아이디어를 내놓았지만, 그때마다 반론에 부딛혀서 결국 정하지 못했다는, 그야말로, 시간낭비, 라는 내용이었다.

그 중에서 내가 제안한건지 토시아키가 제안한건지는 잊었지만,
「1일1선(一日一善: 하루에 한 가지는 착한 일을 하기)」이라는 것이 있었다.
사실 여기에서 실장석에게 먹을것을 준다면 최고의 1선이 되겠지만, 먹을것을 가지고있지 않으니 어쩔수 없다.
그러니까, 먹을것을 얻는 방법을 알려주기로 했다.

「미안, 나, 먹을거 없어.
 하지만 그 대신에, 먹을것을 얻는 방법을 알려줄게」

「쓸모없는 잉여닝겐인데스우 그래서, 먹을것을 얻는 방법이란게 뭐인데스?」

「있지, 인간에게 칭찬받거나 기쁘게 하면 키워주거나 먹을것을 주거나 하는건 알지?」

「와타시는 현명하니까, 그런것은 당연히 알고있는데스!」

「그러냐. 그런데, 인간의 세계에서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을 앞장서서 해라』라는 말이 있어.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을 하면, 그 사람에게 감사를 하면서 뭔가 줄게 분명해」

「그런것, 오마에가 말하지 않아도 현명한 와타시는 알고있는데스!!
 오마에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 시간낭비인데스! 당장 꺼지는데스!!」

・・・・왠지 화를 내고있는데.

어쩔수없으니 공원을 떠난다. 뒤에서는 알려준 실장석이 데프프 하고 웃고있다.
왠지 열 받으니까 집에 돌아가서 잠이나 자자.







오후1시. 바깥에서 자동차의 소음이 들려온다.

6시간 넘게 잤지만, 도통 졸음이 가시지 않으니 탄산음료라도 마시고 정신을 차리자.
그렇게 생각하고 근처의 편의점으로 나선다.
도중에 방금의 공원이 있었는데, 그 앞을 지나가다가 아까와는 다른 위화감이 느껴지기에 들어가본다.
그 위화감의 근원은 공원의 분수앞에 높이 쌓아올려져있었다.

「실장석이・・산더미・・・・?」

무심코 감탄을 해버릴 정도로 실장석의 사체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일단 옆에서 작업하고 있는 작업원에게 물어본다.
「저기ー, 이거, 어떻게 된건가요?」
「아아, 뭐라더라, 요 근방의 폭주족 대장이 애인이랑 걷고있었는데,
 갑자기 실장석이 똥을 던져서 그게 애인한테 명중.
 폭발한 대장이 똘마니들을 불러서 공원 안의 실장석을・・ 이 꼴이야」

라고 말하며 실장석 무더기를 턱으로 가리킨다.

「이상한 실장석도 있군요・・ 똥같은거 던져봤자, 자기 몸만 망칠뿐인데・・・」

「왠지 그 실장석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을 했다」면서 굉장히 기뻐했다는 모양이야.
 형씨도 똥 맞지않게 조심하슈(웃음」

나는 그저 웃음으로 받아넘길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웃고있었는지도 미묘했지만.





나중에, 실장석에 밝은 녀석에게서 들은 내용이지만, 그 날 아침 6시경부터 실장석들이 인근 가옥의 화단에 똥을 싸거나 차가 오면 똥을 던지거나 하면서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을 한 모양이다.
그 와중에, 운 나쁘게 폭주족 대장의 애인이 똥에 맞은것 같다.
보통이라면 들실장에게 먹이를 주고있던 인근의 주민이 도와주었겠지만, 그 전에 화단에 똥을 싸놓고 집에 똥을 던지고 했기에 도와주지 않았다고 한다.
뭐, 상대가 폭주족이라서 그랬다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실장석에게는 불행한 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실장석을 싫어하는 인근 주민에게는 1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경호원

 

"경호원"

언제부터인가 그 자리에 곤타로 불리는 실장석이 살았다.
이름은 근처 아이가 너무도 당당한 분위기를 보고 문득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마라가 달려 있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은 누구나 그렇게 부르고 있다.


공영 주택단지 뒤편에 작은 공원이 있고, 그 끝은 숲의 초입으로 이어지며, 거기에 참나무가 있었다.
곤타는 참나무 아래에 골판지 하우스를 만들고, 항상 그 앞에 서 있었다.


더운 날에도 추운 날에도 낮에는 골판지 하우스에 들어가지 않고 가만히 공원을 바라보고 있다.
그 모습이 왠지 쓸쓸해보여서 단지 사람들도 이 실장석에게는 왠지모르게 끌림을 느꼈다.
애호파야 그럴 만하지만 무관심파까지 그런 곤타에게 자주 먹이를 주곤 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실장석을 혐오하는 사람도 적지 않기 때문에 옹호파와 종종 충돌하고 있다.
혐오파는 실장석이라는 존재가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어느 날 혐오파 중 한명이 보건소 사람을 불러 곤타을 사로잡으려고 한 적이 있었다.
곤타는 보건소 사람을 재빨리 알아채고 숲 속으로 도망쳐 달아났다.
그 후에도 몇번이나 보건소 사람과 곤타의 술래잡기는 계속되었지만, 여러번 같은 짓을 반복하는 것에 보건소쪽이 포기하고 말았다.


곤타가 무사한 것을 확인하자 단지 주민들은 안심하여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 곤타지만 인간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곤타의 소문을 들은 애호파인 남자가 길러주려고 다가온 적이 있다.
데려가려고 내민 손을 뿌리치고 쏜살같이 숲 속으로 도망쳐버렸다.
남자의 손에는 실장용 육포가 쥐어져 있었는데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인간은 좋아하지만 길러지는 관계는 싫다고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곳에 사육실장이 되는 것보다 소중한 물건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공원 근처에 치요쨩이라는 소녀가 살고 있었다.
치요쨩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될 때쯤, 곤타를 자주 만나게 되었다.
집에서는 애완동물 금지라 치요쨩은 곤타에게 찾아와 먹이를 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곤타도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치요쨩이 하는 일에 어울려주는 듯하다.


그런 것도 있어 언제부터인가 곤타의 주위에는 아이들이 모이게 되었다.
치요쨩도 친구인 마이쨩을 데려와 함께 놀았다.
공영 단지는 애완동물 금지라서 외동딸인 마이쨩은 곤타가 좋아졌다.
매일 치요쨩과 점심을 먹고 남은 음식을 가져와서 곤타에게 주었다.
두 사람은 학교가 끝나면 곤타를 공원까지 데리고 가 공원에 오는 아이들과 함께 놀았다.


마이쨩은 공영 단지의 카미야씨네 외동딸이지만, 어머니인 카미야 씨는 혐오파였다.
둘이서 사는 편부모 가정이어서 실장석과 관계하는 마이쨩이 걱정이었다.
잔소리도 해보았지만 마이쨩은 들은 척하고 있을 뿐이었다.
단지에 돌아가도 어머니는 늦게 돌아오니 마이쨩은 외로웠던 것이다.



그런 마이쨩에게 요즘 고민이 있다.
등교길에 편부모 가정임을 안 상급생 남자 두명이 괴롭히는 것이다.
그래서 마이쨩은 등교 시간을 늦추거나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숨어서 기다리거나 해서 놀리는 것이다.



그런 것을 치요쨩과 이야기하고 있는데 곤타가 "데스데스!" 가슴을 두드리며 맡기라는 포즈를 취했다.

"곤타는 무리야."

치요쨩이 말했지만 곤타는 같은 포즈를 반복할 뿐이었다.

다음날 아침 학교에 가는 마이쨩 앞에 곤타의 모습이 있었다, 콧구멍을 '흥흥' 넓히며 어찐지 자랑스러운 듯하다.
실장석의 뒤를 걷는 마이쨩은 "슬슬" 작은 소리를 내고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항상 있던 장소에서 상급생 두 사람은 기다리고 있었다.


히죽히죽 다가온 상급생은 마이쨩 앞에서 두 주먹을 쥐고 있는 곤타를 발견하고 손가락질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와하하 이녀석 경호원인가봐, 웃기네!"
"야, 상대는 실장석이잖아, 죽여버리자구"

박장대소하는 상급생을 곁눈질하고 마이쨩은 "정말 죽을지도 몰라, 도망쳐" 곤타에게 말했다.

곤타는 고개를 젓고 조용히 자신의 팬티 속에 손을 넣었다.

"데샤아아"

소리를 지르며 팔을 치켜들어 반액체 상태인 대변을 있는 힘껏 던진 것이다.
한쪽 상급생에게 흩날리듯 "철퍽"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에에! 우..우에에에엑!"

"뭐하는거야 바보야! 상대는 실장석이라구!"

곤타는 이것을 예상하고 미리 팬티를 빵콘 상태로 만들었던 것이다.
차례차례 던져지는 액상의 똥, 상급생들은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며 그자리에서 도망쳤다.

주변이 똥투성이로 참담한 모습이지만, 곤타는 도망치는 상급생을 끝까지 노려보며 금강처럼 서 있었다.
그 손에 똥을 꽉 움켜쥐어 액체가 뚝뚝 방울져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날부터 매일 마이쨩은 곤타와 함께 학교에 가게 되었다.
상급생들은 실장석 따위에게 졌다는 것을 참을 수 없어서 그 후에도 몇 번이나 마이쨩을 노렸지만 그때마다 곤타에 의해 똥투성이가 되었다.


실장석의 배설물이 옷에 묻으면 그 얼룩과 냄새가 좀처럼 빠지지 않는다,
매일 똥을 씻으려고 집에 돌아갔다가 어머니에게 혼나고 학교에 지각했다.
점점 그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괴롭히는 것이 바보같아졌다.


그 결과 어느 날을 기점으로 상급생들이 마이쨩 앞에 나타나는 일이 없어졌다.
그것은 실장석 곤타가 인간 아이를 이긴 것을 의미했다.


마이쨩이 "이제 곤타는 따라오지 않아도 괜찮아" 라고 말하자, 이해했는지 그날 이후 보디가드로 붙는 일은 없어졌다.

그런 일이 있은 뒤 곤타의 명성은 혐오파인 사람에게도 조금이나마 인상이 바뀌어갔다.
곤타가 주변 주민들에게 해를 끼친 적도 없고, 떠도는 삶의 방식에도 호의를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평화로운 날들도 오래 가지 않았다, 곤타에게 갑작스레 불행이 덮쳤다.

"데쟈아아아!"
"데부우우! 데규우우!"

곤타의 비명이 주위에 울려퍼졌다. 목에 철사가 감겨 질질 끌려 트럭 화물칸에 던져졌다.
지금까지 잘 피해다닌 보건소 직원을 우연히 만나버려, 회포를 풀듯 잡혀버린 것이다.

주민들은 그것을 멀찌감치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보건소 직원은 원래 주민 신고로 돌아온 것이다.

모두가 "곤타가 불쌍해.." "누가 어떻게든 해줘" 말할 뿐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없었다.
보건소에 붙잡힌 실장석의 운명은 일주일의 유예가 있는 개나 고양이와 달리 유예가 그날 하루뿐이다.
즉 그날 안에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한 약에 의한 살처분이 기다리고 있다.

모르는 사이에 끌려간 치요쨩과 마이쨩의 낙담은 상당한 것이었다.
특히 마이쨩은 곤타에게 어떤 우정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곤란할 때 도움을 줬는데, 곤타의 생명이 위험할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저녁이 되어도 울기만 하는 마이쨩을 치요쨩이 달래고 있었다.

바로 그 때 "저거봐! 곤타야" 누군가가 말했다.
얼굴을 올리자 곤타가 마이쨩의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이리로 걸어온다.

"마이쨩 저기봐, 곤타야" 치요쨩이 기쁜 듯이 말했다.

마이쨩의 어머니는 곤타가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보건소에 가서 구해온 것이다.
혐오파인 어머니였지만 경호원 사건을 듣고난 이후 그 평가는 변하였다.


△ △ △ △ △ △ 

"곤타! 밥 됐으니까 이리와"

단지 베란다에서 공원을 보고 있던 곤타가 마이쨩의 목소리에 뒤돌아보더니 "데슨" 한마디로 대답하고 방으로 돌아간다.
곤타는 그날부터 마이쨩의 집에서 길러지게 되었다, 반상회에서 특별히 곤타는 길러도 좋다고 의결된 것이다.
드디어 곤타도 길러지게 되었지만, 곤타 자신도 마이쨩이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지금은 마이쨩의 사육실장이 되어 밥과 잠자리를 함께한다.

그래도 곤타는 틈만 나면 베란다에 나가 아파트 5층에서 공원을 굽어보고 있다.
골판지에 있었을 때는 버려진 공원에 주인이 돌아와주길 꿈꾸고 있었다.

만약 원래 주인이 공원에 나타난다해도 마이쨩도 있고 이제 곤타는 전혀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온 것을 왠지 바꿀 수 없었다.











어느 갠 날

 

6월 초순, 전국에 장마예보가 내려지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데뎃, 오랫만에 햇님이 나온뎃ー승!」

마을에 떨어져서 덩그라니 남아있는 작은 숲 안의 구겨진 골판지하우스에서 성체실장석 한마리가 얼굴을 내밀며 기쁜듯한 목소리를 낸다.

「햇님인테치? 이젠 주룩주룩 안하는테치?」

그 옆에서 자실장이 한마리 얼굴을 내민다. 그리고 며칠만에 보는 눈부신 햇살에 얼굴을 찡그린다.

「텟츙ー☆ 햇님이 쨍쩅한테치! 마마, 밖에 나가도 되는테치!?」
「물론 괜찮은데스우. 오늘은 절호의 빨래날씨인데스ー♪」

말할 필요도 없이 이 두마리는 친자이다.

요 며칠간 비가 내리는 동안 골판지하우스에 틀어박혀 지낸 친자는 드디어 맑아진 날씨에 굳어진 몸을 충분히 풀었다.



【장마 스크・어느 갠 날】



「그러면 옷을 벗는데스. 지금은 햇님이 나와있는데스가 언제 또 비가 내릴지 알수없는데스우. 지금 동안에 확실하게 옷을 말려두는데스」
「테에에에? 또 주룩주룩 하는테치? 쭈욱 집 안에 있는거 이젠 싫은테치…」

이 자실장은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막 태어난 자이다.

원래는 친자 함께 근처의 공원에서 살고있었지만, 어느날 친실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굶주린 동족에게 둥지를 습격당했고, 우연히 데리고갔던 이 자실장을 제외한 나머지 자매들은 무참히 먹혀서 고깃조각이 되어버렸다.

여기에 있어서는 마지막 남은 자도 어찌될지 알수없다. 그렇게 생각한 친실장은 익숙한 공원을 떠나 자를 데리고 이 숲으로 옮겨온 것이다.

숲은 연못이나 화장실이 있는 공원과 달리 떨어져있는 논까지 가지않으면 물을 얻을수 없다든가 하는 불편한 점이 많지만, 그렇기때문에 동족이 적고 인간도 별로 다가오지 않는 비교적 안전한 장소라고도 할수있다.

「떼쓰면 안되는데스. 얼른 옷을 벗는데스」
「테치이…」

친실장은 버티는 자실장을 달래면서 옷과 두건, 속옷과 신발까지 벗기고 햇빛이 잘 드는 돌 위에 늘어놓았다.

축축한 날이 계속되었기에 자실장의 옷은 눅눅해져있었다.

젖은 옷을 입으면 기분만이 아니고 몸에도 안좋은 것은 인간이든 실장석이든 마찬가지인 것이다.

「마마는 빨래 안하는테치?」
「마마는 밥을 찾으러 다녀오는데스. 빨래는 돌아오고 나서 하는데스우」

며칠동안 하우스에 틀어박혀있으면서 친자는 비축한 식량을 조금씩 먹으며 지냈다.

친실장은 맑은 동안에 약간이라도 줄어든 식량을 보충하지 않으면 안되는것이다.

「테에!? 마마는 외출하는테치!? 그러면 와타치도 따라가는테치!」
「안되는데스. 바깥세상은 오마에에게는 아직 위험한뎃스!」

친실장이 나가있는 동안, 자는 언제나 하우스 안에 들어가서 뚜껑을 확실히 닫아두었다. 밖에 나가도 되는 것은 친실장이 돌아오고 나서, 그나마도 하우스 주변의 약간의 범위로 한정된다.

눈을 떼고있던 동안에 자를 먹혀버린 경험을 가진 친실장은 그 날 이후로 이 룰을 철저히 지켜왔다.

남겨진 자도 내키지않으면서도 납득은 했기에 지금까지 거기에 따라온것이지만…

「싫은테치! 싫은테치! 모처럼 주룩주룩도 끝나서 밖에도 나올수 있는데 또 집보기 하는건 싫은테치이이이이!!」

며칠이나 한발짝도 밖에 나가지 못한 자실장은 꽤 울분이 쌓여있는듯하다.

똥조차도 커다란 잎위에 싸서 그것을 친실장이 밖에 버리러 가곤했다.

모든것은 자를 젖지않게 하려는 부모마음에서 나온 것이지만, 한창 놀고싶은 자실장에게 있어서 좁은 하우스에 계속 갇혀있는것은 스트레스가 아닐수 없다.

친실장도 오랫만의 맑은 날씨에 밖으로 나와서 기쁜 것이다. 자실장이라면 오죽할까.

「데에… 알겠는데스. 오늘은 특별히 밖에서 놀아도 되는데스우」
「텟!? 정말인테치!? 정말로 밖에 있어도 되는테치!?」
「그런데스. 하지만 약속하는데스. 절대로 멀리 가면 안되는데스! 언제나처럼 집 근처를 떠나면 안되는뎃스!」
「좋은테치ー! 괜찮은테치! 말 잘 듣는 착한아이인텟츙☆」

그 후로도 몇번이나 반복해서 약속을 시킨 후, 친실장은 흘낏흘낏 뒤돌아보면서도 편의점봉투를 한손에 들고 식량을 모으러 나섰다.

「텟치ー♪ 텟츙♪ 텟칫치ー♪」

혼자 남겨진 자실장은 기분좋게 나뭇가지를 흔들면서 하우스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어쨌거나 혼자서 밖에 있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인 경험이다. 공포도 있지만 그 이상의 흥분이 자실장을 지배하고있다.

마침 알몸이기도 하니 얕은 웅덩이에 뛰어들어서 철벅철벅하고 진흙을 뭉쳐 경단을 만들거나, 빗물이 묻은 나뭇잎을 때려서 비산하는 물방울에 환성을 올린다.



그렇게 잠시 놀고있을때였다.

아무렇지도 않게 흔든 손이 나뭇가지 하나에 맞아 흔든 그 순간…

철벅
「테힛!?」

갑자기 자실장의 머리꼭대기에 뭔가 질척한 것이 떨어졌다.

갑작스런 자극에 펄쩍 뛰는 자실장. 필사적으로 머리를 흔들어보지만 떨어진 것은 붙은 채로 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꿈틀꿈틀하고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테햐아아아아!! 뭐인테치!? 뭐인테치!? 기분나쁜테치이이이이!!」

인간형 생물에 있어 머리 바로위는 사각이다. 게다가 실장석의 짧은 팔로는 머리까지 닿지않기 때문에 손으로 털어낼수도 없다.

머리에서 슬금슬금 꿈틀거리는 이물질에 자실장은 손 쓸 도리가 없었기에 혼비백산했다.



자실장의 머리에 떨어진 것. 그것은 민달팽이 한마리였다.

태양이 나오는 낮에는 잎 뒷면에 숨어서 쉬고있었지만, 자실장이 가지를 흔든 충격에 미끄러져 떨어진것이다.

자실장의 머리에 떨어진 민달팽이는 안전한 장소를 찾아서 움직이시 시작했다. 그 독특한 감촉이 자실장의 민감한 머리를 자극한다. 자실장은 반광란 상태가 되었다.

「테효오오오오!! 츄앗!! 테햐아아아아앙!!」

인간으로 보자면 겨드랑이나 발바닥을 간지럽히면서 그것을 멈출 방법이 없는 상태일 것이다.

자실장은 미친듯이 초목에 머리를 문지르지만 오히려 그것이 민달팽이를 몰아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한다.

「테햣! 사, 살려주는테치! 마마아! 살려주는테치이이이!!」

자신으로서는 어쩔수 없다는 것을 알아챈 자실장이 모친에게 도움을 구하기 시작했을 때, 근처의 수풀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마마! 마마아아앗!!」

그 소리를 들은 자실장은 모친이 돌아와주었다고 생각하고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달렸따.

마마라면 떼어줄것이다. 마마라면 이 기분나쁜 것을 없애줄것이다.

그런 일념으로 자극을 견디면서 자실장은 수풀에 들어갔다.

「마마! 떼어주는테치! 이거 떼어주는테치! 마마! 마……마……」
「깨액ー…」

하지만 수풀에서 모습을 보인것은 친실장이 아니었다.

튀어나온 눈알, 튀어나온 입, 커다란 몸. 굳이 말하자면 칙칙한 녹색이라는건 공통적이었지만.

그 크기를 제외하면 그것은 자실장도 잘 아는 생물이었다. 가끔 친실장이 잡아와서 먹는것과 똑같이 생겼다.

하지만 친실장이 잡아오는 것은 겨우 3cm 정도의 청개구리. 지금 자실장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은 20cm이나 되는 거대한 황소개구리이다. 가끔 쥐나 뱀까지 포식해버리는 사납고 탐욕스러운 개구리이다.

그 황소개구리는 눈 앞의 자실장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개구리는 움직이는 것을 먹이로 인식한다. 정확히는 움직이지 않는 것은 배경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움직이는 것이라면 그게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이라도 입에 넣는 성질을 가지고있다. 먹이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판단한다.

그렇기에 갑작스러운 전개에 굳어버린 자실장의 반응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정답이라고 할수있다. 괜히 도망치려고 하면 금방 삼켜져버릴 것이다.

그대로 황소개구리가 자실장에서 주의를 거두고 떠날때까지 가만히 있을수 있다면 살아돌아갈 가능성도 남아있다.

하지만…

슬슬슬…
「텟햐아아아아!!」

잠시 잊고있던 감각이 자실장을 덮치고, 반사적으로 양손을 휘두르고 발을 구르면서 비명을 지르게된다.

「테햐아아아아…뱟!?」





다음순간, 자실장의 몸 절반은 개구리의 입 안에 들어가있다.

크게 옆으로 찢어진 입에서 튀어나온 하반신. 그 발이 바둥바둥 하면서 하늘을 찬다.

10cm급의 자실장은 황소개구리에게도 저금 큰 사냥감이다. 개구리는 조금씩 입을 움직여 위치를 수정하고, 때로는 솜씨좋게 앞발을 이용해서 자실장을 서서히 삼켜간다.

이쯤 되면 자실장도 자신이 지금 먹히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텟챠아아아아아앗!? 그만두는테치! 먹으면 안되는테치! 와타치를 먹으면 안되는테치이이이이이!!」

좁은 입 안에서 자실장은 먹히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며 저항한다.

하지만 발톱도 없고 둥근 자실장의 손으로는 미끈거리는 점액에 덮인 개구리의 목에 브레이크를 걸 수 없었다. 팔을 찔러넣은채로 삼켜져가는 자실장.

「싫은테치! 죽고싶지않은테치이!! 마마! 마마아! 살려주는테치! 살려주는테치이이이이!!」

꿀꺽

그 절규를 마지막으로 자실장은 완전히 개구리의 입 안으로 사라졌다.

황소개구리는 몇번이고 눈을 감고 입 안을 압박해서 잡은 사냥감을 위장으로 밀어넣는다. 그렇게 삼켜진 자실장으로 인해 그 하얀 배가 크게 부풀었다.

「깨액ー…」

만족한듯한 울음소리를 올리는 황소개구리. 갑자기 그 배의 표면이 꿈틀꿈틀 움직인다.

먹혀버렸다고는 하지만 상처 없이 삼켜진 자실장은 개구리의 위장에서도 아직 살아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것이 살아날 방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탈출은 불가능. 남은 것은 이대로 천천히 소화되는것 뿐이다.

그나마 나은 것이라고 한다면 그 전에 질식해서 비교적 빠르게 의식을 놓아버리는 정도일까.

거기까지 수십초, 자실장은 저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채로 개구리 뱃속에서 울었다.

(테에에엥… 테에에엥… 움직일수없는테치, 괴로운테치… 이젠 떼쓰지 않는테치, 계속 집 안에 있어도 좋은테치… 그러니까 마마! 여기에서 꺼내주는테치이이이이!)

내부에서 울리는 통곡소리는 신경도 쓰지않고, 자실장을 먹은 황소개구리는 자신의 서식처인 논을 향해서 뛰어갔다.

그 도중에 한마리의 성체실장의 앞을 지나갔다.

「데뎃! 커다란 개굴개굴인데스우. 먹으면 양이 꽤 될것같은데스가… 개굴개굴은 빨라서 꽤 잡기 어려운데스. 그것보다 오늘은 갈색의 꿈틀꿈틀이 많이 잡힌데ー스! 이 정도 있으면 딸아이도 배부를것인뎃승! 빨리 집으로 “돌아가는”데스ー♪」

(역자주 : 일본어로 돌아가다와 개구리는 "카에루"로 발음이 같다)

방금까지 쾌청하다가 갑자기 구름이 끼기 시작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친실장은 자가 기다리는 하우스로 돌아가는 길을 서둘렀다.



END







어느 실장석의 우울



「닝겐. 배가 고픈데스」

링갈에는 그렇게 표시되겠지만, 사육주인 남자는 마침 링갈을 갖고있지 않았다.

「닝겐. 듣고있는데스」

남자는 컴퓨터를 마주하고는 묵묵히 키보드에 무언가를 치고있다.

「또 무시인데스. 오마에는 와타시를 귀여워한다고 약속했던데스」

데스데스 하면서 거실에서 짖는 실장석을 제쳐두고, 남자는 안경 너머로 컴퓨터를 바라볼 뿐이다.

「닝겐」

남자의 블라인드 타이핑의 속도가 한층 가속한다.

「이쪽 좀 보는데스」

실장석의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인지, 남자는 그저 키보드에 문자를 치는것을 계속했다.



「밥인데스? 기다렸던데스」

남자는 한숨 돌렸는지, 컴퓨터 앞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한다.

「와타시는 그게 좋은데스. 그거인데스」

기지개를 펴면서 커피를 끓인다. 남자가 마음에 들어하는 사이폰이다.

「그건 달콤한데스. 녹아내리는것처럼 달콤한데스」

남자의 발치에서 실장석이 뛰어 돌아다닌다. 커피의 향기가 남자의 코에 닿는다.

「그건 구린데스. 그게 아닌데스」

남자는 막 끓인 커피를 컵에 따르고, 가볍게 한숨을 돌린다.

「구린게 아닌데스. 달콤한 녀석인데스」

데스데스 하면서 발치에서 짖는 실장석을 제쳐두고, 남자는 커피를 들이켰다.

「데……」

그리고 남자는 또다시 거실로 돌아갔다. 부엌에 남겨진 실장석의 귀에, 또다시 키보드의 소리가 울릴 뿐이었다.



「이젠 나가는데스」

케로용의 파우치에 넣을수 있는 만큼의 나무블럭을 넣었다.
아쉽지만 그림책은 몇권인가 남겨둘수밖에 없었다.
그런 결의를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는 묵묵히 키보드를 두드릴 뿐이었다.

「더 행복한 사육주에게 주워지는데스」

현관에서 외출용 실장신발을 신으며 말한다.

「여기에는 좋은 추억이 없는데스」

뱉어내는것처럼 말한다.

「공원은 한 주에 한 번 밖에 데려가주지 않았던데스」

(그래도, 스폰지공으로 놀아준데스)

「장난감의 날은 3일에 하루라니 너무한데스」

(그래도, 새로운 그림책을 사준데스)

「옛날에는 목욕도 같이 해줬던데스. 그런데 지금은 혼자인데스」

(다시 같이 들어가고싶은데스)

신발을 신은 실장석은, 닿지 않는 현관문의 손잡이에 몇번이고 점프한다.

「……닿지않는데스」

현관 앞에서 뒤돌아보더니, 거실 쪽을 바라본다.

「……………」

그리고 또다시 현관문의 손잡이를 올려다본다.

「닿지않는데스」


「아〜… 끝났다」

남자의 직업은 프리랜서 프로그래머이다.
한 주에 한 번, 고객으로부터 사양서가 보내어진다.
상세설계까지 마친 요건을 그저 코딩하는것 뿐인 일거리이다.
확실히 말하자면, 프리랜서로 생계를 꾸릴 정도의 일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프리랜서인 이상, 일거리를 고를 입장인것도 아니다.
주어진 일거리를 납기 대로 완수한다. 지금은 신뢰를 쌓아나가는것 밖에 할수없는 것이다.

「뎃데로게〜♪ 뎃데로게〜♪」

거실의 소파 뒤에서, 남자의 실장석이 인형을 가지고 놀고있다.

「무슨일이야, 아리사. 나들이용 파우치 메고서」

「데데엣!? 데스아!! 데스아!!」

「아아, 알았어. 알았어. 밥 먹자」

「데갸아ー스!! 데스데슷!! 데스아아앗!!」

「그래그래. 달콤한 녀석이지. 밥 다 먹고 나서」

남자는 발에 엉겨붙는 실장석을 피하면서, 늦은 점심식사의 준비에 착수했다.



(끝)






실장동화

 

어느 공원에 약간 활기차고 말괄량이인 자실장이 있었습니다.
이름은 코지.
따쓰한 봄의 햇살 아래에서, 커다란 골판지의 집에 삽니다.
처음으로 태어났기에, 다른 자매들보다 마마의 애정을 듬뿍 받으며 쑥쑥 크고 있습니다.

  어느날, 먹이를 찾으러 간 마마가 평소라면 돌아올터인데, 도무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해가 완전히 떠올라도 아직도 돌아오지않았고, 해가 질 즈음에 이웃에 있는 나무상자에 사는 실장석이 찾아왔습니다.
근처에 살고있는 실장석은 마마와는 자매이고, 이모에 해당하는 관계라 평소에도 서로 의지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마마와 함께 먹이를 가지러 갔었기에, 신경이 쓰인 코지는 마마가 어떻게되었냐고 아줌마에게 물었습니다.

「오바상, 마마는 언제 돌아오는테스까?」
「마마는 말이지, 닝겐이 데려간데스」
「닝겐?」
「닝겐은 말이지, 이 골판지보다 훨씬 커다란 집에 살고,
 달ー콤한 것과 맛있는 것을 잔뜩 갖고있는데스」
코지와 여동생들은 침을 흘리며 상상합니다.
가끔씩 먹을수있던 콘페이토의 산, 맛있는 고기, 무척 크고 밝은 골판지의 집.
「굉장한테스!」
「그렇지・・・」
아줌마의 표정이 약간 무서워져갑니다.
「하지만, 너희들이 가는 곳은 따로 있는데스」
놀란 코지는 되물었습니다.
「어디인테스?」

「와타시의 입 안인데스!」
갑자기 소리지른 아줌마는 가까이 있던 여동생을 집어들어 물어뜯었습니다.
「「「지에에에에에에에에!?!?!?!」」」
그렇게나 상냥하던 아줌마가 돌변하자 코지와 여동생들은 기겁합니다.
자매를 먹는 아줌마를 때리는 녀석, 그 자리에서 속옷을 불룩하게 하는 녀석, 울며 외치는 녀석.
그런 가운데, 코지와 가까이에 있던 여동생들은 일제히 정든 골판지의 집에서 도망쳐나왔습니다.
달리고, 달리고, 뒤돌아보고싶어도 무서워서 달리고・・・
엄라나 달렸을까, 문득 주위를 보니 공원의 입구였습니다.
잠시 쉬고있다보니 여동생들도 허겁지겁 달려옵니다.
1, 2, 3・・・ 살아남은 여동생은 3마리인 모양입니다.


 살아남은 여동생들은 코지에게 의지했습니다.
「오네쨩, 어떡하지?」
「오네쨩, 배고파」
「달콤한거 먹고싶은테치! 빨리 먹고싶은테치!」
코지는 점점 곤란해하고있습니다.
문득 코지는 그 아줌마의 말을 떠올렸습니다.
「마마는 말이지, 닝겐이 데려간데스」
「닝겐은 말이지, 이 골판지보다 훨씬 커다란 집에 살고,
 달ー콤한 것과 맛있는 것을 잔뜩 갖고있는데스」
닝겐이 있는곳에 가면 마마도 맛있는것도 달콤한것도 있다.
코지는 여동생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닝겐이 있는 곳에 마마가 있는테스」
「닝겐이 있는 곳에는 맛있는 것과 달콤한 것도 있는테스」
「우선 닝겐이 있는곳으로 가는테스」
위쪽의 두 여동생은 코지의 말에 기뻐했습니다.
「이걸로 살아난테치!」
「빨리 가는테치!」
흥분하는 코지와 위쪽 여동생 옆에서, 가장 아래 여동생이 삐쳐있습니다.
코지가 말을 건네려고 둘러보려고 한 순간

파다닥

검은 그림자가 코지 일행을 덮쳤습니다. 까마귀입니다.
소란스러운 울음소리와 날카로운 부리의 폭풍에 코지 일행은 도망쳤습니다.
얼마간의 폭풍이 지나가고 까마귀가 떠나가자 정적이 돌아옵니다.
코지는 여동생들을 모아서 공원을 나서려고 하지만 1마리가 부족합니다・・・
아무래도 까마귀가 채어간 모양입니다.
여동생들은 채여간 1마리를 비웃습니다.
「그렇게나 떠들어댔으니 당연한테치」
「꼴ー 좋은테치」
여동생들의 인정머리없는 말에 약간 화가 났지만, 마마를 찾아 출발합니다.

희미하게 감지되는 마마의 냄새. 이것을 따라가면 언젠가는 분명히・・・
그렇게 기대하며 코지는 공원을 등졌습니다.


 코지 일행은 남아있는 냄새를 따라 마을 가운데를 걸어갑니다.
하지만 코지 일행은 그 자리에 멈춰서버렸습니다.
드문드문 다가오는 굉음과 땅울림. 마마는 횡단보도를 걸어서 지나간 모양입니다.
굉음과 땅울림의 근원, 자동차에 치이면 남아나는게 없습니다.
용기를 쥐어짠 코지는 자동차가 없는 틈을 노려 뛰어듭니다.
갑작스러운 일에 여동생들은 놀랐지만, 코지가 아직 괜찮은 것을 보고는
「와타치도」라면서 뛰어듭니다.
코지가 절반 정도 왔을때, 가장 뒤에 있던 여동생이 돌부리에 채어 넘어져버렸습니다.
「아픈테치〜」
그 목소리를 듣고 황급히 달려가려고 한 그 때,

부르르르르르르르르릉

자동차가 눈 앞을 가로질렀습니다.
그리고 코지의 앞에 있었던게 분명한 여동생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습니다・・・
대신 하얀 횡단보도에 녹색 얼룩이 생겨있었습니다.
코지는 소리높여 여동생을 부릅니다
「어디에 가버린테스〜?」

해가 떨어지자 주변이 깜깜해져 갑니다.
코지는 포기하지 않고 외치지만 무사했던 여동생이 코지에게 말합니다.
「분명히 자동차에 끌려간테치・・・ 이젠 틀린테치・・・」
코지는 다시 소리를 지릅니다.
「그보다 배가 고파진테치・・・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못한테치」
코지는 이제서야 배가 고파 휘청거리는 자신을 알아챘습니다.
그리고 이젠 아까 넘어진 여동생이 끝장났다는 것도・・・

「닝겐의 집은 분명히 얼마 안 남은테스 거기까지 힘내는테스」
그렇게 여동생과 자신에게 들려주면서 남은 냄새를 좇아 걸어갑니다.


 남은 냄새를 따라가다보니, 무척 맛있어보이는 냄새를 맡았습니다.
둘이서 휘청거리며 맛있는 냄새에 낚여 가보니 대량의 음식물쓰레기가 있었습니다.
「굉장한테스! 진수성찬이 가득한테스!」
「밥인테치! 밥인테치!」
두 마리는 전력질주로 음식물쓰레기에 달려갑니다.
굴러다니는 토마토와 감귤을 씹어 위장에 채워넣어갑니다.
배도 불렀겠다, 서로 등을 맞대며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닝겐의 집에는 더 맛있는 것이 있는테치?」
닝겐에의 기대를 부풀리면서 상상하는 여동생. 거기에 대답을 하려고 한 그 순간,

냐아옹〜〜〜

갑자기 노란색의 커다란 몸이 두 마리를 덮칩니다. 고양이입니다.
코지는 벌떡 일어납니다.
「도망치지 않으면・・・」
그렇게 생각하고는 오른손으로 여동생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손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오른손을 보니, 어께죽지부터 팔이 뜯겨나가 있습니다.
「테에에에에에!?」
몸을 덮치는 공포. 잡아먹힌다・・・ 그 공포의 원흉에 눈길을 주니
옆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 앞에는 왼손과 얼굴 왼쪽이 없어져 공황에 빠져 헤메는 여동생이 있었습니다.
「미안!」
코지는 다시 달렸습니다. 오른어께를 누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저 저 무서운 소리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어디를 어떻게 도망쳤는지, 달리다 지쳐 주저않아있으니 문득 그리운 냄새가 났습니다.
「마마의 냄새인테스」
그것은 길거리의 너머로부터, 남은 냄새가 아니라 선명하게, 닝겐에게 안긴 채로 다가왔습니다.
옷은 갈아입혀져있지만, 머리에는 리본이 달려있지만, 약간 다른 냄새도 나지만.
「마마!」
피로도 잊고, 마마를 부르며 달려갑니다.

닝겐이 내려준 마마.
「마마, 마마!」
「코지, 어째서・・・」
「오바상에게 공격당하곤 무서워서 마마를 찾은테스!」
눈물을 흘리며 감동의 재회를 했습니다.
끌어안는 마마.
어제도 맡은 냄새였는데도 무척 그리웠습니다.


문득, 닝겐이 무언가 말합니다.
『이봐이봐, 두 마리나 키울수는 없다고, 우리집・・・』

코지는 닝겐의 말을 알지못했습니다.
코지가 이해한 것은 닝겐이 말한 「2」, 상냥했던 얼굴이 곤혹스러워 하는 표정으로 변하고, 점점 험악해지는 마마・・・
그리고 위험.

으적

그리고 코지는 마마에게 집어삼켜졌습니다.

−−−−−−−−−−−−−−−−−−−−−−−−−−

일요일 아침, 똑똑한 실장석을 발견했다. 속옷도 하얗고 몸가짐도 바르다.
마음에 들길래 권해보았더니 조금 머뭇거리면서도 OK.
보건소에서 예방접종과 목걸이 등록을 마치고 펫숍에 들른 후 집으로 돌아간다.
거리를 걷고있으니 외팔이 자실장이 달려들었다.
안고있던 실장석이 몸부림을 치길래 내려주고 링갈로 대화를 들어보니 친자・・・

똑똑한 어미의 아이가 똑똑한 아이라고는 단정지을수 없다.
고민을 하고있다보니 문득 어두운 생각이 떠오른다.
『이봐이봐, 두 마리나 키울수는 없다고, 우리집・・・』
「데엣!?」
예상대로 당황하며 고민하는 친실장.
이쪽을 향하던 눈이 천천히 자실장을 향한다.
그리고 입을 벌려서・・・

내쫓긴다고 생각하고는 으적으적 씹어먹길래 기분이 나빠져 어미도 같이 저승으로 보내주었다.

역시 쓸만한 들실장이란 없는 걸지도・・・







중국산 링걸

 

새삼 실장석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길러보기로 했다.
하지만 별로 돈에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중고품 수조, 100엔짜리 장난감, 낡은 수건으로 만든 이불
그리고 주워들은 지식들을 가지고 환경을 조성했다.

아차,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
실장 링걸이다.
나는 초보자니까 실장석의 감정이나 패턴을 추측하는 건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링걸은 돈을 엄청나게 잡아먹는다.
저렴한 걸 사고 싶으니까, 조금 귀찮지만 전자상가까지 계속 걸어가보자.

괜찮은 링걸을 찾지 못하고 뒷골목을 방황하려니, 외국인이 하는 노점상이 있었다.
뭐야, "실장 링걸 1개 500엔" ?
칙칙한 플라스틱에 새겨진 "made in china" 라는 문자를 손가락으로 더듬는다.
구조는 별 차이 없을 것이다. 불필요한 기능도 없고 마음에 들었다.
링걸은 이걸 쓰기로 한다.

문제의 실장석은 친구 토시아키에게서 양도받았다.
토시아키는 실장석 육성에 능숙해서 즉시 적절한 자실장석을 가져와줬다.
그리고 말하길 "엄청나게 조교했으니까 건강해. 훈육도 필요 없으니까, 그냥 재미있게 즐겨줘."
잘 모르겠지만 건강한 아이를 양도받은 것 같다.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봐야지.

집으로 와 상자에서 꺼낸 실장석을 수조로 옮긴다.
이름은... 모스(モス)로 할까.

************************************

[먹이는 스테이크(ステーキ, 스테이키)만 인정하는테츄]

실장 푸드를 먹이통에 넣고 수조를 보니 모스가 뭐라고 말하고있다.
링걸을 가동시켜봤다.

"그런건 먹고싶지 않은테츄. 먹이는 버려 유기(捨て遺棄, 스테 이키)만 인정하는테츄."

버리라니... 내버려둘 수가 없는데.
먹이를 먹을 수 없는건지, 그래서 버리라는 걸까.
어쩔 수 없이 먹이통의 내용물은 전부 쓰레기통에 버린다.

아, 이런저런 일때문에 내 밥을 잊었다.
간단하게 고기덩어리를 구워 저녁밥을 준비한다. 나는 이래뵈도 요리를 꽤 잘한다.
단순한 구운 고기도 내가 손댄것만으로 상당히 달라진다.
고기 굽는 냄새가 방 안에 가득 찬다.

"테에? 테에에에 테츄테츄 테츄!"

모스가 떠들기 시작한다. 지금은 손을 뗄 수 없으니 나중에 봐야지.
혹시 고기 굽는 냄새로 식욕이 생긴 건가?
구워진 고기를 수조 앞까지 갖다놓고 모스의 모습을 본다.
테에테에 울면서 수조를 두드리고있다.
링걸을 본다.

"버려 유기 버려 유기 버려 유기테츄-!"

안 되겠네, 고기 냄새를 맡으면 생각이 변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모스의 식욕을 자극하도록 앞에서 맛있게 고기를 먹어봤지만, 말하는 건 변함없다.

"테에에엥 테에에엥 테에에엥"

울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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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あたたかい, 아타타카이) 잠자리를 요구하는테츄]

슬슬 날이 저문다.
그러고보니 모스의 잠자리를 수조에 넣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났다.
헌 수건과 빈 상자로 만든 침상을 가지고 수조에 다가갔다.
아까까지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던 모스가 사납게 소리지른다.

"뭐하고 있는테츄 때려부숴(叩壊, 타타쿠카이) 잠자리를 요구하는테츄 빨리하는테츄 완전 쓸모없는 인간인테츄."

때려부수라고? 잠자리를?
손 안의 수제 침대를 내려다 보았다.
그런가. 불필요한 것 없이 자연의 상태 그대로 자는게 좋구나.
부끄럽다. 뭐든지 인간의 척도로 보고있으니까 실수한 거다.
빈 상자를 꾸깃꾸깃 뭉치고 수건도 함께 쓰레기통에 던진다.

"테!? 테챠아아아아!?"

이걸로 만족했지?
안심하라고. 이제 밤에는 방에 안 들어올테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수조가 있는 방 불을 끄고 난 침실로 돌아왔다.

************************************

[똥을 치우는(片付ける, 카타즈케루)테츄 청결(清潔, 세이케츠)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테츄]

모스가 집에 오고 2일이 지났다.
사 놓은 고기 말고 맛없는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모스의 수조에서 악취가 풍기는걸 깨달았다.
아이고, 그러고 보니 화장실이라던지 준비하지 않았구나. 모습을 볼까?
우와, 수조의 절반이 똥투성이다. 남은 공간에서만 모스가 생활하고 있다.

"인간 빨리 똥을 때려 붙이는(叩付ける, 타타키츠케루) 테츄 솟아오른 엉덩이(盛ケツ, 세이케츠) 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테츄."

모스가 맹렬하게 소리지른다.
우우... 이 참상을 이대로 두는건 참기 힘든데, 그래도 만족한다면 할 수 없다.
구석에 쌓인 똥을 편의점에서 사온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퍼서 모스를 향해 던진다.

"테쟈아!?"

부족한건가. 더 던진다.

"테보오아 테에 부바아!?"

얼굴과 옷에 점점 똥이 묻어간다. 대단한 광경이다.
"게보오 부파아 테에에에에..." 뿌직뿌직뿌직뿌직

결국 모스는 쭈그리고 앉아 팬티에 똥을 싸고말았다.
아 이것이 바로 '솟아오른 엉덩이'... 빵콘이라는 건가.
이런 걸 요구하다니 실장석은 정말 이상한 생물이다.
어쨌건 냄새가 지독하기 때문에 수조의 뚜껑을 닫기로 했다.

************************************

[머리를 빗질하는(梳かす, 토카스)테츄 옷도 빨리 깨끗(キレイ, 키레이)하게테츄]

똥을 붙이라는 요청을 한 다음날.
모스의 모습을 보니 전신이 똥투성이로 수조 구석에 쓰러져있었다.
반응도 "테에에..." 하는 약한 목소리.
살아있는 것 같지만, 이건 더이상 생물이라고 할 수도 없다.
목욕탕에서 씻어주기로 했다.

샤워로 대강 씻어낸다음, 가볍게 비누로 문지른다. 가볍게 해도 똥투성이라 큰일이다.
그 후, 물을 세면기에 받고 모스를 넣는다.

"테치이이이이♪"

이제야 겨우 생물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손이 많이 가는 생물이구나.
음? 또 뭐라고 이쪽으로 테치테치 말하고 있다. 링걸을 보니...

...에? 너 무슨소릴 하는거야?

...빨리 하라고? 그렇게까지 말하면 할 수 없다.
욕실 구석에 있던 강력세제를 가볍게 브러시에 묻히고, 이제야 원래 모습을 되찾은 긴 황갈색 머리카락에 문지른다.
퐁퐁퐁 하고 작은 거품이 터지는 소리가 나며, 뒷머리와 앞머리가 사라져간다.
과연 강력 세제. 단백질에 대해 발군의 파괴력. 피부까지 미치지 않도록 살짝 헹군다.

"테치이이! 테샤테샤!"

갑자기 물로 헹궈서 놀란 것 같다.

그럼, 다음 요구도 하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모스의 얼룩이 빠지지 않는 더러운 팬티를 물 속에서 벗긴다.
이대로 작업하려면 너무 더럽기때문에 조심스럽게 비누로 옷을 깨끗이 세탁한다.
모스는 그것을 만족스럽게 보고있다.

다른 상자에 옮겨 둔 모스를 세척된 수조에 다시 넣는다.
그 무렵에는 옷도 완전히 말라 있었다. 딱 알맞다.
깨끗해진 수조에서 소란을 피우는 모스의 앞에 녹색 천 조각을 놓았다.
모스가 신기하다는 듯 들어올리자 사각형으로 작게 조각난 실장옷이 나풀거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테? 테테!?"

해달라는대로 해줬는데도 모스의 모습을 보니 왠지 불안하다.
목욕탕에서 본 실장 링걸을 확인한다.

"머리를 녹이는(溶かす, 토카스)테츄 옷도 빨리 잘라(キレ, 키레)내게테츄."

음, 틀리지 않았는데. 너무 작게 자른건가.
그렇다면 나쁜 일을 했군...

"테갸!? 테쟈아아아아아아아아!? 테에에에에엥!!"

그 무렵 모스는 반짝이는 수조 벽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더욱 충격을 받고있는 것 같았다.
머리만 녹였다구. 괜찮아. 피부염에 걸리진 않을거야.

 ************************************

[물을 내놓는(よこす, 요코스)테츄]

목욕탕 사건 이후 완전히 생기를 잃은 모스.
수조 한구석에서 가끔 잊은 듯 똥을 싸고는 그대로 쓰러져 잔다.
머리를 잃고 옷을 잃으니 작은 몸이 더 작아 보인다.
먹이는 안 먹어도 좋지만, 적당히 물을 마시지 않으면 죽을 것이다.
물 그릇을 가져가니, 또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한다.

"빨리 그 물을 더럽히는(汚す, 요고스)테츄 목 말라 죽는테츄..."

맑은 물은 못 마시는건가? 어쩔 수 없이 수조에 떨어진 모스의 똥을 물에 녹여서 풀고, 수조를 청소한 세제를 조금 떨어뜨렸다.
멋진 오염수 완성이다.
수조에 두니 모스는 허겁지겁 그 오염수를 마시고는

"테부베에에에" 뿌지직

입과 엉덩이에서 이것저것을 분출하며 기절했다.
마조히스트 기질... 인가? 알 수 없는 생물이다.








안개꽃

 

최근들어 주인님의 태도가 갑자기 차가워졌다고,
「카스미かすみ」라고 이름지어진 실장석은 느끼고 있었다.
무엇을 해도 무시당한다고.

의심가는 구석은 있다.
자신에게 아이가 태어난것이다.

「물론 자들은 작고 귀여운데스. 하지만……」

그렇다고 애정이 머리수대로 나뉘어버린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이럴거였다면 아예 처음부터──
머리를 흔들어, 무서운 생각을 뇌리에서 떨쳐낸다.



                 ※



카스미가 이 세상에 삶을 받은 것은, 봄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쌀쌀한, 3월의 초엽이었다.
공원의 화식 변기의 차가운 물로 심장이 오그라드는것 같다고 생각한 직후, 
친실장의 냄새나는 혀가 점막을 핥아내었다.
그때에 느낀 체온이, 모친에게서 주어진 처음이자 마지막 온기였다.

마라실장에게 겁탈당한 결과인 원치않는 임신이었기 때문인지,
친실장은 자실장에게 거의 애정을 주지 않았다.

대신해서 동생들을 돌본 것이 네 자매의 장녀였던, 카스미였다.
집 주위에서 곤충을 잡아 그것을 먹이로 삼았다.
인간과 다른 들실장에게 들키지 않도록, 쓸데없이 짖지 않도록 하고,
같은 이유로 배변도 정해진 장소에서 하도록 가르쳤다.
이것들은 친실장에게 가르침 받은것이 아니었고, 본능이 자신에게 알려주는 행위를,
언니의 위엄으로 동생들에게 흉내내게 하는것 뿐인 일이었다.

걸핏하면 절망의 심연에 가라앉아 버릴것 같은 동생들을, 카스미는 달래었다.

동생들을 천천히, 팽이처럼 뱅글뱅글 돌리며 놀았다.
눈이 빙빙 돌게 되는 것이 재미있는지, 동생들은 웃으며 굴렀다.
카스미는, 이것이 특기였다.
발레리나처럼, 발끝으로 몇 회전이고 빙글빙글 돈다.
원심력으로, 치마자락이 펄럭 들려오른다.
그것을 보고, 동생들은 감탄의 소리를 높였다.

자연스럽게, 카스미는 동생들의 존경을 얻었다.
그것이 친실장에게는 괘씸했다.
모성의 발로때문이 아니라, 그저 카스미를 향한 시비거리로,
친실장은 먹이를 가지고 돌아오게 되었다.
「오마에는 오네쨩이니까 참는데스」라며,
싹트기 시작한 카스미의 모성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먹이는 동생들에게만 주어졌다.
동생들은 계획대로,
「이런 맛있는 것을 먹지 못하다니 불행한테치」라고,
지금까지 고생해서 돌봐주었던 카스미를 조롱했다.

이것으로, 이 집의 역학관계가 정해졌다.
즉, 친실장은 카스미더러 보란듯이 동생들을 무턱대고 사랑하고,
동생들은 친실장에게 무시받는 카스미를 가볍게 여긴다.
자매간에 밝은 웃음은 사라지고, 그 대신 비웃음이 만연했다.
카스미가 빙글빙글 돌아보아도, 심지어 욕설이 날아들 뿐이었다

카스미는, 똑똑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슬픔을 웃으며 잊어버릴 수 있었다.
먹이를 가져오지 못했다며 친실장에게 맞아도,
오늘은 인간에게 내쫓겼다고 친실장에게 걷어차여도,
카스미는 웃으며 그 아픔을 넘겼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이라면서.

중실장 정도의 크기가 되자, 어미를 대신해서 카스미가 먹이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인님」을 만났다.



                 ※



그 남자는, 한가해지면 공원에 찾아왔다.
먹이를 뿌리고, 들실장이 모여드는 것을 바라본다.
먹이를 가지고 있는 한, 이라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들실장 상대라 하더라도,
자신이라는 존재가 필요되어진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기뻤다.
그럴 정도로, 얄팍한 인간관계밖에 가지지 못했던 것이다.

언제나 무리에서 멀찌감치 있는, 먹이에 달려들지 않는 중실장의 존재를,
남자는 눈치채고 있었다.
무엇이고 간에 탐욕스러운 주위의 인간들에게서 동떨어진, 자신을 비추는 거울같이 느껴졌다.
남을 밀칠 정도의 기개가 있었다면, 편하게 지냈을 것을.
중실장을 향한 것인지, 자신을 향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먹이를 먹어치운 들실장들은, 감사를 표하지도 않고,
어디론가 떠나가버린다.
그 후에 중실장이 다가와, 남은 부스러기가 없는지 살펴본다.
그것이 안쓰럽다고 생각한 남자는, 매점에서 팝콘을 사서 주었다.
중실장은 기뻐하며, 빙글빙글 돌아보였다.

그런 일이 몇 번인가 계속된 어느 일요일, 그 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이래서야 실장석은 없지않을까,
방 안에서 우울한 하루를 보내기는 싫다면서, 남자는 비안개가 피어나는 공원을 걸었다.
물웅덩이에 한 마리의 중실장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중실장이었다.

남자는 알 도리도 없었겠지만, 그날도 친실장은 카스미에게 먹이를 모아오라고 명령했었다.
아침부터 비를 맞았기에, 카스미는 체온을 한참 빼앗겨있었다.
고열로 휘청휘청거리다가, 길가에서 쓰러져버렸다.
그랬던 것을, 남자가 발견한 것이다.

돌봐주지 않으면 안된다.
남자는 나중 일은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운동복이 더러워지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식어버린 중실장의 빼빼한 몸을 안아들었다.



                 ※



하지만 남자와 중실장의 생활은, 순풍에 돛 단 뱃길처럼 되지는 않았다.

우선, 눈을 뜬 중실장이 공황을 일으켰다.
친실장이 해야할 교육을 했더라면,
실장석에 있어 인간에게 주워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중실장이 알고있었을 것이다.
그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에 당황하고, 추태를 보였다.
침대에서 일어나서는 「테에ー엥, 테에ー엥」하며 쓸데없이 짖고,
장소를 가리지 않고 똥을 흘린다.

그러자 남자는 화냈다.
일단은 고함을 치고, 그래도 진정되지 않으면 따귀를 때린다.
중실장은 한층 더 겁먹고 지려버린다.
그것은 그저 남자의 화를 북돋을 뿐이었고, 결국은 「지지기」를 당했다.
뜨거움과 아픔에, 중실장은 기절했다.

이 시련을 이겨내고서,
중실장은 간신히 여기가 자신의 새로운 생활공간이라는 것을 인식했고,
남자를 새로운 가족, 자신이 섬길 주인이라고 이해했다.

그리고 「카스미」라는 이름을 부여받았다.

남자쪽은 어떤가 하면, 꽤나 귀찮은 일이었기에, 도중에 카스미를 공원에 돌려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번 곁에 실장석을 두고나니, 도무지 떠나보낼수가 없었다.
아무리 바보같은 들실장이라 해도, 집 안에 누군가가 있어준다는것 만으로도,
이상하게도 기분이 진정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스미는 이해력이 나빴다.
똥을 지리는 일은 없어졌지만, 몇 번이나 가르쳐도 뒷정리를 하지못했고,
빨래의 방법도 익히지 못했다.
목욕을 할때마다, 비누와 샴푸의 사용법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안되었다.

경이적인 재생능력을 가진 실장석을, 폭력으로 훈육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남자도 때리고, 차고, 카스미를 훈육했다.

일상적인 폭력은, 남자의 가학성을 부채질하고, 자제심을 마비시켰다.
언젠가부터는, 훈육을 위한 폭력이, 폭력을 위한 폭력으로 변화했다.
일거리가 잘 되지않으면 때리고,
인간관계에 지치면 걷어찼다.

카스미는, 그것을 견디었다.
자신이 고통을 견디기만 한다면, 지금의 관계가 유지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고통을 필사적으로 참아내는 카스미를 보고, 남자의 안에 의구심이 솟아났다.
자신은 어째서 카스미를 주워왔는가, 하고.
실장석을 학대하고 싶었기 때문인가? 아니다.
스트레스 발산의 도구가 필요했는가? 아니다.
비를 맞고있는게 불쌍해서였는가? 그것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남자는 일찍 양친을 여의고,
의무교육을 마칠때까지는 친척들 사이를 전전하며 지냈다.
얄팍한 혈연관계는, 희미하게나마 기대를 품게만들었기에,
때로는 생판 남보다도 잔혹했다.
자신에게는 아무도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카스미에게 폭력을 휘두르고있다.
무리였다.
가족의 애정을 알지도 못하고 자란 자신이, 누군가와 함께 지낸다니,
처음부터, 무리한 일이었다.

남자는 카스미와 함께, 그 공원으로 나갔다.
힘닿는 범위에서, 최대한으로 단장을 해주었다.
익숙치도 않은 손재주로, 뒷머리에 각각 리본을 매어주었다.
100엔숍에서 산 어린이용 파우치를 어께에 걸어주었다.
그 안에 카스미가 좋아하는 카린토를 담아서.
(* 역자주: 카린토- 맛동산 비슷한 일본과자)

카스미는 크게 기뻐하며 빙글빙글 돌았다.
처음에는 자신의 뒷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다음으로는 남자에게 기쁨을 전하기 위해.
치마자락이 핑그르르 들려올랐다.

잔디밭 옆에서 공놀이를 하고, 모래밭에서 놀았다.
산을 만들고, 굴을 파는데에 열중해있는 카스미를 놔두고,
남자는 혼자서, 공원을 떠나려고 했다.

이러는게 낫다.
자신과 함께 있어봤자, 카스미는 불행해진다.

하지만, 미련은 있었다.
결고 뒤돌아보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무심코 뒤를 돌아보게 되어버린다.

눈물을 흘리고, 콧물을 흘리며, 전력으로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카스미가 있었다.
그 모양으로 보아서, 똥도 지린 모양이다.
남자의 발에 매달려서, 절대로 놓지않겠다며, 카스미는 힘을 주었다.
눈물과 콧물과, 그 외의 체액으로, 청바지 자락은 질척질척 해졌다.

「돌아가서, 같이 빨아야겠군」

남자도 또한, 시련을 이겨낸 것이다.



                 ※



「그랬는데도, 주인사마는 너무하는뎃승」

자신의 아이들을 어르는 남자를,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카스미.
남자는 익숙치 않은 손놀림으로, 네 마리의 자실장의 기저귀를 갈았다.

「아아ー, 정말이지, 너희들은, 부욱부욱 하면서 말이야.
 조금도 자제라는 걸 모르는걸까. 참말로, 제 어미 닮았단 말이지」

남자의 말이 푹 하고 찔러들어온다.
분명히 자신은 헐렁한 편이었지만, 그날 이후로는 똥을 지리지 않았을 터이다.

「와타시는 화장실은 금방 익혔던데스」

그렇게 말하는데도, 그냥 무시한다.
자실장을 돌보는데 정신이 없다.

기저귀를 간 자실장은, 차례대로 일어나고,
테챠테챠 짖으면서 방 안을 걸어다닌다.
자신이 이 집에 왔을때에 이렇게 떠들었으면, 맞아서 날아가버렸을 터이다.

「오마에들, 좀 조용히 하는데스. 이웃집에 폐가 되는데스」

자실장은 도무지 말귀를 들어먹질 않는다.
그러자 남자는, 풀백식 태엽으로 달리는 미니카를 꺼내들었다.
찌르륵 하는 소리를 내며 뒤로 당기고, 손을 놓는다.
미니카가 달려나간다.
자실장들이 그것을 좇아 달린다.

「테챠ー!」

벽에 부딛히는 미니카.
한 마리의 자실장도 달리던 기세를 못이겨, 벽에 머리를 찧어버린다.

「이런이런, 이녀석」

카스미보다도 먼저, 남자가 자실장을 안아들어 달랜다.
그 모습은 마치, 젊은 아빠와 같은 것이었다.
카스미는 슬픈듯이, 내밀었던 손을 아래로 내렸다.

장녀가, 카스미 쪽을 보며, 「테챠아」하고 웃는다.
웃으면서, 다가온다.

「음, 무슨일이니?」

남자가 장녀쪽을 본다.
장녀는 카스미를 가리키며, 「텟챠아」하고 짖는다.

「너희는 정말로 신기하구나」

남자는 말했다.

「가끔씩 아무것도 없는 벽을 빤히 바라보고 말이지.
 아니면 너희들 실장석들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보이는걸까?」
「데에엣!?」

남자의 말에, 카스미는 기겁했다.
남자의 눈에, 자신이 비치지 않아?

확실히 이상했다.
어느샌가, 남자의 말이 이해되게 되어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아아, 그랬던데스.
와타시는 정말로 이해력이 나빠서 곤란한데스.

「와타시는 죽임당했던데스」



                 ※



두 눈이 녹색이 되어, 카스미는 임신의 조후를 나타내고 있었다.
남자는, 솔직하게 기뻐했다.
살림살이를 생각하면, 이 이상 부양가족을 늘리는 것은 빡빡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가족이 늘어난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남자가 자신의 임신을 기뻐하고 있다는 것이 전해진다.

카스미는 남자에게 공원에 가자고 졸랐다.
모친에게, 자신도 모친이 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이다.

남자의 방을 자신의 집이라고 느끼게 되고 나서도,
친모와 동생들을 잊지는 않았다.
오히려, 만나지 못하는 시간에 비례해서, 그리움이 커져갔다.
아무리 싫었던 일을 잊어버린다고 해도,
가족과 함께 지낸 시간이 불행했다는 기억은 남아있다.
그럼에도, 피를 나눈 육친이다.
얼굴이라도 한 번 봐두고 싶었다.

이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도,
친실장의 교육이 불충분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들생활을 지내는 실장석에 있어서는 「어리광」에 다름 아니었다.

카스미에게 안내받으면서, 남자는 공원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
만삭이 된 배는 터질 것처럼 커다랗다.

덤불 안에 골판지상자, 그리고 그 안에 지저분한 친실장이 있었다.
충분한 거리를 두고있는데도, 악취가 닥쳐온다.
골판지상자 바닥에 들러붙어있는 머리털과 작은 뼈다귀를 알아챘더라면,
이후의 참극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남자는, 친자의 대면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에, 카스미의 손을 놓았다.
카스미는 혼자서 골판지상자에 다가간다.
「마마」라고 부르자, 등을 돌리고있던 친실장이 돌아본다.
헤어지고 몇 개월밖에 안되었는데도, 친실장은 확연히 늙어있었다.

「오마에, 이제와서 뭐하러 돌아온데스?」
「이모토들은? 밥 찾으러 나간데스?」
「그 차림새는!」

친실장은, 카스미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말했다.

「흥, 주워져서 사육실장이 된데스?
 그래서 와타시들을 비웃으러 온데스?」
「그런거 아닌데스으!」
「오마에가 없어지고나서 먹이를 얻지못해서, 이모토들은 죽은데스」

자신이 잡아먹었다, 라고는 말하지않는다.
카스미는 충격을 받았다.
자신때문에, 동생들이 죽었다고?

「그런데스, 오마에가 이모토들을 죽인데스!」

친실장은 골판지상자에서 나와, 카스미 앞에 섰다.
남자에게는 감동의 친자 대면으로 보였다.
하지만, 직후의 순간에 비극이 찾아왔다.

「그러니까 언니인 오마에도 와타시에게 먹히는데스!」

넋을 잃고 서있던 카스미를, 친실장이 머리부터 물어뜯었다.
자신의 새끼들을 비롯하여, 동족을 죽인 경험이 풍부한 친실장은,
일격으로 카스미의 위석을 물어 부쉈다.

남자는 한순간,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득달같이 달려가서, 두 손으로 카스미를 집어들고, 친실장을 걷어찼다.
이녀석을 죽이는 것은 언제라도 할 수 있다, 지금은 어서 병원에 데려가야한다.

하지만, 위석이 부서진 카스미의 호흡은 돌아오지 않았다.
수의사는 「뱃속의 새끼들은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었다.
보아하니 들실장이고, 어미도 없이 키우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처분하는 것도 선택지의 하나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지금의 남자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



「잠깐 기다려라, 금방 밥을 줄테니까」

「테챠ー」「테에ー엥」하며, 배고픔을 호소하는 자실장들에게 남자가 대답한다.
따뜻하게 데운 우유에 적신 식빵 모서리를, 이유식 대신으로 준다.
「테츄ー웅」하며, 기쁨의 소리를 지른다.

남자가 확실하게 모친 역할을 해내는 것에, 카스미는 안도했다.
그와 동시에, 이것은 자신이 죽어버렸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인식하게 된다.
그래, 와타시는 죽은데스.

「와타시는 바보같은 실장석이었지만,
 죽으면 이 세상에 있을수 없다는 정도는 알고있는데스.
 차라리 죽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으면 좋았을뻔한데스」

하지만,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잊고있었다고 알기라도 한다면
분명히 주인사마가 놀릴것인데스.
이젠 마마가 됐으니까, 언제까지고 바보인 채로 있으면 안되는데스.
모순되는 마음에, 카스미는 갈등했다.

카스미의 모습이 사라지려고 하고있지만, 장녀에게는 아직도, 모친의 모습이 보였다.
「테치ー」하고 짖으며 다가온다.
「그런데스!」하며, 카스미는 마지막으로 떠올렸다.
장녀를 똑바로 세우고,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렸다.

「텟츄ー」하며 크게 기뻐하는 장녀.
균형을 무너뜨리지도 않고, 발끝으로 빙글빙글 돈다.
치마가 펄럭 떠오르고, 그 아래의 기저귀가 보인다.

「너, 너……」

남자는 그것을 보고, 먹고있던 빵을 떨어뜨렸다.
마치 카스미가 살아돌아온것 같지않은가.

「그런데스, 그런데스」

현세에서 사라지려고 하는, 카스미가 주억거린다.
와타시는 이대로 사라져버리는데스.
그래도 와타시를 언제까지나 잊지 말아주길 바라는데스.
그러니까, 이 자의 이름은……

「네 마마는 말이지, 만났을 때에는 중실장이었으니까, 봄 즈음에 태어났을거야.
 그래서, 봄의 꽃인 안개꽃에 맞추어『카스미』라고 이름붙였지」

남자가 꽃에 해박한 것은, 모친에게 물려받은 것이었다.
전해지지 않을것을 알면서도, 남자는 장녀에게 말을 걸었다.
카스미의 일을 떠올려버렸기에,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고서는 있을수 없었다.

「안개꽃의 꽃말은, 『깨끗한 마음씨』.
 네 마마는 바보였지만, 마음씨가 맑았다고 생각해, 아마도.
 그래서, 그런 일을 당한것이지만」

응응, 그러니까 그 자의 이름은……。

「그러니까, 『카스미』라는 이름은 팔자가 사납다는게지」

그럴수가, 말씀이 너무 심한데스우.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으니, 지금 이름을 정해버리자.
남자는 어머니의 유품인 『꽃 도감』을 팔락팔락 넘기며, 이름을 찾는다.
꽃가루로 아이를 만드는 실장석에게는, 꽃의 이름이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버베나, 일본명 하나테마리──좋아, 너는 『마리』다.
 꽃말은……」
「데에, 거기까지는 듣고나서 가고 싶은데스우」

카스미의 소망도 헛되이, 의식이 사라졌다.
현세와 완전한 이별을 고했다.

「꽃말은 『가족의 화합』. 응, 내가 지었지만 좋은 센스네.
 너는 언니니까, 확실히 해주렴.
 실업보험이 끊길때 까지는,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마리라고 이름지어진 자실장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텟치ー」하면서, 무슨 말이었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마리는 두 손을 들어올리며 대답했다.

자신의 식사는 뒷전으로 남은 세 마리의 이름을 고민하는 남자에게,
옷장 위에 놓인 사진 속의 카스미가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것은, 떠나보낼 각오를 했던 날에 찍은 사진이었다.

그 사진액자에는, 리본이 매어져있다.
그 때와 마찬가지로, 비뚤비뚤한 모양으로.



【끝】




2년 전의 크리스마스

 

「메리ー크리스마ー스!」

「테에・・・?」

「메리ー크리스마ー스!」

「바보닝겐이 굉장한 바보닝겐이 되어버린테치」

「어라어라? 크리스마스인데 텐션이 낮은 너는 대체 어떻게된거지?」

「이젠 죽고싶은테치」

「아뿔사! 이 자실장은 학대가 심해서 살아갈 희망을 잃어버렸구나!」

「오마에 때문인테치」

「그래도 그런 자실장에게도, 크리스마스가 찾아왔습니다!」

「・・・테에?」

「오늘은 산타가 되어서, 불쌍한 너에게 선물을 가져왔단다」

「뭐, 뭔가 주는테치이?」

「그래, 오늘의 나는 산타클로스니까」

「쭈욱 아무것도 먹지 못한테치・・・먹을것이 필요한테치!」

「이런걸 준비했단다」

「이・・・이것은테치!」

「너같은 굶주린 자실장은 본적도 들은적도 없겠지만, 이 음식은 무척 달콤하고 맛있」

「말하지않아도 와타치 알고있는테치!」

「・・・」

「이 크고 포근포근하고 먹으면 달콤한・・・이것이 콘페이토・・・」

「케이크야」

「케이크인테치ー!!」

「이이런, 잠깐 기다려」

「방해하지마는테치! 빨리 먹게하는테치!」

「먹기 전에 촛불을 끄지않으면 데인다구〜♪」

「그, 그런테치. 위험했던테치. 닝겐 센스가 있는테치」

「그럼一 숨을 불어주세요ー」

「테・・・후우ー・・・」

「네 잘했습니다」

「머, 먹어도 되는테치?」

「그럼그럼」

「텟츄〜웅♪」

「맛은 어떻습니까?」

「이・・・입에 들어가니 살짝 씁쓸하고・・・냄새나고 토악질이 나는 이것은・・・마치 운・・・」

「운치야」

「운치인테치ー!!」

「・・・」

「・・・?」

「・・・」

「・・・테!」

「・・・부홋」

「어째서 케이크에서 운치맛이 나는테치ー!」

「틀렸어・・・이건 운치맛 케이크가 아니라 운치로 만든 케이크야」

「이거 전부 운치인테치!?」

「난 말이지, 먹을거 함부로하면 안된다고 확실히 배웠거든・・・ 그러니까 이 케이크는 네 운치로 만들었어」



「배가 꼬륵꼬륵인테치! 지랄하지마는테치!」

「실장석에게 진짜 케이크를 먹이다니, 음식에 대한 모독 아니냐? 난 그런짓은 할수없어!!」

「와타치의 운치로 놀지마는테치 이 항문기 닝겐!」

「Oh・・・ 케이크가 마음에 들지않으신가요?」

「당연한테치」

「그거 유감입니다, 다음은 자실장쨩에게 선물이 있습니다」

「선물이 뭐인테치?」

「받으면 해피ー하게 되는거야」

「정말인테치? 좀 더 제대로 된 것을 내놓는테치」

「해피ー한 선물이란・・・이것입니다!」

「커다란 하얀 봉지인테치」

「내용물은 무엇일까〜? 끈을 당겨서 봉지를 열어보세요〜」

「이, 이렇게인테치?」

「아, 틀려틀려. 이렇게야・・・이렇게해서・・・」

「이제 된 테치 와타치가 직접 여는테치!・・・테!?」

「데스ー」

「이것은・・・테치」

「네 마마야」

「데스ー?」

「마마・・・테치?」

「여기는 어디인데스우?」

「정말로・・・마・・・마?」

「내가 일부러, 일부러 찾아왔단다・・・널 깜짝 놀라게 해줘야지 싶어서」

「데! 와타시를 산 닝겐인데스・・・ 이 꼬맹이는 뭐인데스?」

「이건 네가 낳은 새끼야」

「마마ー! 만나고싶었던테치ー!」

「와타시의 자인데스・・・?」

「자신이 낳은 새끼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싶었지?」

「그런데스・・・ 계속 알고싶었던데스・・・닝겐 센스가 있는데스」

「계속 함께인테츄〜웅!」

「감동의 재회구나」

「데ー? 썰렁한 방인데스우・・・ 게다가 궁상스런 자인데스・・・어이 닝겐」

「응?」

「안아주는테치! 잔뜩 쓰담쓰담하는테치!」

「여기는 이젠 된 데스, 다음 자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는데스」

「아? 무슨 말이야?」

「마마아!?」

「데프프프・・・잔뜩 낳았던데스, 부자집에 팔려간 자도 있을터인데스. 와타시는 거기에 가서 즐겁게 지내는데스」

「마마〜!?」

「저기로 꺼지는데스, 들러붙지마는데스! 자아 닝겐, 데려가는데스!」

「두고가면 싫은테치이이이이이!」

「없어」

「데에?」

「넌 식용실장석의 생산라인에 있었거든, 전부 먹혔어」

「데? 먹힌・・・데스?」

「그래・・・네 새끼는 거기 한 마리밖에 살아있지 않을거야」

「그런테치! 와타치뿐인테치! 그러니까 와타치만 예뻐하면 되는테치!」

「데・・・잔뜩・・・잔뜩 낳았던데스・・・다들 행복하게・・・행복하게 되어있을터인데」


 파키인


「테!? 마마? 마마!?」

「아ー아・・・죽어버렸네, 이미 위석이 한계였던거구만」

「마마 일어나는테치이!」

「깜짝선물로 놀라게 해주려고 생각했는데・・・이 무슨 서프라이즈 프레젠트가 되어버렸구만!」

「이 똥닝겐! 오마에때문에 천애고아 신세가 되어버린테치이!」

「어쩔수없지・・・ 즐거운 크리스마스 파티는 끝내도록할까」

「테!?」

「이제부터는 어른의 시간이야. 슬슬 잠잘 시간이다」

「싫은테치ー! 아픈건 싫어ー테치ー!」

「자아 자실장쨩 죽ー자ー♪」

「・・・」

「어? 무슨일이야・・・더 울고불고 하라구」

「와타치 좋은 생각이 떠오른테치」

「응?」

「마마따위 받아도 아무도 기뻐지지 않는테치!」

「뭐어라고? 사람이 얼마나 고생을 해서・・」

「귀여운 와타치를 선물하면 되는테치! 와타치라면 누가 받아도 기뻐할게 틀림없는테치! 이러면 모두가 행복한 해피ー크리스마스인테치!!」

「과연」

「커다란 집의 자가 되고싶은테치!」

「흐음」

「삼시세끼에 낮잠 제공인테치!」

「그런가」

「그리고 잔뜩 아이를 낳는테치!! 낳은 자와 행복해지는텟츄ー웅♪」

「그러면 할까?」

「하는테치!!」

「해버리자!」

「해버리는테치이이이!!」



「라는 것이었던데스우」

「그런데스・・・옆자리도 고생인데스」

「그 악마는 와타시의 가치를 몰라본 쓰레기닝겐이었던데스・・그래도 지금은 행복한데스」

「행복? 어째서 행복한데스?」

「커다란 집에서 삼시세끼 낮잠으로 호사스럽게 지내는데스」

「데?」

「게다가 자도 잔뜩 낳은데스! 혼자 있던 와타시도 가족이 생긴데스, 언젠가 함께 지내는데스!」

「데데?」

「다만 언제나 알몸인게 옥의 티인데스, 그 바보닝겐에게 옷도 이야기해두었으면 좋았을것을 그런데스・・센스가 없는 닝겐인데스」

「오마에 무슨말인데스?」

「데에?」

「여기는 오마에의 마마가 있던 식용실장석 생산라인인데스」

「・・・」

「무슨일인데스? 얼굴이 새파란데스」

「거짓말인데스・・」

「어이 닝겐!옆자리가 큰일인데스!」

「거짓말인데스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파키인


「데? 죽어버린데스? 어이 닝겐 옆자리가 뒈져버린데스」

「데? 아닌데스, 와타시는 아무것도 하지않은데스」

「데! 아닌데스! 분명히 위석이 한계였던데스우! 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젠 낳고싶지않은데스!!」









실장석 전문 양복점

 

여기는 사육실장 전문의 양복점.
줄곧 NEET였던 나를 구해준 멋진 가게이다.
면접에서 정직하게 「학대파입니다」라고 대답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여기 점장님도 또한 학대파였던 것이다

실장석의 사육주는 대부분이 아이들이 독립해 나간 중년의 부자들이기에, 자신의 실장석에 상당한 돈을 들인다.
덕분에 오늘도 가게는 번성하고있다


내 업무는 주로 접객. 와주신 단골분들의 상대를 한다.
최근의 유행과 새로 들어온 옷을 소개하고, 단골분들의 자실장의 자랑을 들으며 추켜올려준다.
이것도 업무에 들어간다.
발치에는 고객의 발에 뺨을 부비면서 「테치레츄, 테헷♪」하며 옷을 한손에 들고 아첨하는 자실장.
나는 곧바로 「륜쨩은 계속해서 귀여워지는군요」하며 칭찬한다.
대부분의 돈많은 애호파에 있어, 실장석은 자신에 의존하여 자신 없이는 살아가지 못하는 인형임과 동시에, 다른 애호파의 실장석과 귀여움을 경쟁하는 작품과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애호파는 자신의 실장석에 대한 칭찬과 최근유행에 극단적으로 약한다.
결국 이 날, 단골손님은 5벌의 옷과 8개의 리본을 사서 가게 되었다.

단골손님이 돌아가게 되어, 한숨 돌리고 있으니,
꽤나 지저분한 실장석 친자가 내 발치에서 뭔가 말하고있다.

이런이런, 또인가.

공원 등지에 살고있는 들실장이 보기에, 여기는 그야말로 보물창고.
일단 가게의 문에는 강화유리를 쓰고있는 등, 들실장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장치는 되어있지만,
손님이 드나들때 끼어서 들어와버리면 방법이 없다.
꼬라지를 보면 사육실장인지 들실장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는게 불행중의 다행이다.

실장링갈을 ON으로 한다.
「데스데엣수, 데스데스우〜웅♪」(하늘하늘한거 달리고 커다란 리본 붙은 녀석을 주는데스♪)
「그쪽이라면, 이쪽 코너가 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화장실 옆의 별실로 안내한다.
그곳은 도둑실장석 전용의 「징벌방」이다.
다만 생각없이 폭력을 휘둘렀다간 이놈들이 분변을 싸질러서 청소가 무척 힘들어지기 때문에, 폭력은 엄히 금지되어있다.


「데스데스우?」(뭐인데스? 옷은 어디인데스?)
「실례입니다만 손님, 계산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데후후후후, 데엣숭!」(흐흥, 이것으로 어떤데스?)
그러면서 자신의 자실장을 들어올리는 친실장.
「데스데스우, 데스웅♪」(와타시의 자인데스우, 귀여운데스우♪)
자실장은 영문도 모르고 「테치테치」하고 짖고있다.
나는 짜증을 억누르며
「데스우데엣수우웅, 데엣승데엣승!」(뭐하는데스우?, 자실장 한 마리로 옷 세벌인데스우! 3마리 있으니까 이 가게의 옷 전부 와타시의 것인데스우!)
어떻게 계산을 하는거지, 이녀석은.
나는 그 자실장을 손가락으로 들어올려 빤히 쳐다본 후, 친실장에게 돌려주고 극히 직설적으로 사실을 서술해준다.
「귀엽지 않습니다」라고.
「데데에!? 데데엣수데스우」(에엥!? 무슨말인데스우, 머리가 돌아버린데스우, 귀여운 와타시의 자가 귀엽지 않을리가 없는데스우)
「아아뇨, 애초에 당신도 못생겼습니다」
「데・・데데에엣스, 데스데스데스우!!」(잠깐・・까불지마는데스우! 안경이나 바꿔오는데스우!!)
「그러면 어느 부분이 귀여운지, 설명할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라커에서 커다란 거울을 꺼내든다.
거울이 자신이 비춰주는 것이라고 이해한 실장석은, 바로 기분이 좋아졌다.
「데스데스우〜, 데스우 (어쩔수없는데스우, 한 번밖에 말 안하니까 똑바로 듣는데스우)
 데스, 데데엣」 (우선은 이 아름다운 눈동자인데스우! 보석같은데스우♪)
「굳이 말하자면, 파충류의 그것과 닮았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휴대전화로 개구리의 화상을 보여준다.
「데!?・・・」하고는 뭔가 반론하려 하지만, 거울 속의 자신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닮아있기에, 입을 다문다.

「데엣데스우・・・데스데스데스데스우!!(아, 아직도 있는데스우, 이 아름다운 아마색 머리털을 보는데스우!)
 데스데스우?・・・・데스데스데스우♪」(아름다운데스우?, 최고인데스우♪)

나는 말없이 TV의 샴푸 광고를 틀어준다.
바람을 받아 부드럽게 흩날리고, 바람이 잦아들자 사뿐히 가라앉는 머리털을 본 실장석은 「데ー—」하면서 넋을 잃고 쳐다본다.
내가 실장석의 머리털에 부채질을 하니, 꼴사납게 날리는 더러운 머리털. 바람이 멈추어도 한 방향으로 가라앉지 않고, 끈적끈적하고 엉망진창이다.
「꽤나・・・푸풋・・멋진 머리털을 가지고있으신・・」
역시 비아냥이라고 알아챘는지, 데스데스 격분하는 친실장.
「데치치치」「테칫칫칫치」「테후테후테후」 자실장들까지 웃고있다.

「데스우!?데엣스데데에!」(시끄러운데스우!, 이 춤을 보는데스우!!)
그렇게 말하고는 다리를 벌리면서 꿈틀꿈틀 움직이는 친실장.
「데엣수〜웅, 데데엣수〜웅♪」(어떤 닝겐이라도 이것을 보면 한방인데스우♪)

나와 자실장은 아무말도 없이, 싸늘한 눈으로 그것을 그저 빤ー히 바라보았다.







10분 후.
「데・・데스데스우!」(뭐, 뭐라고 말 좀 해보는데스우!?)



「뭐랄까ー・・・・ 필사적이군요」
「데치이・・・・」(저렇게는 되고싶지 않은데치이・・・・)
「데추우・・・」(망가질 때에는 빠른데추우・・・)
「테후우・・・・」(・・・・애처로운테후우)

「데, 데스데스우————데스우, 데스데스우, 데스데스데엣스스ー, 데스우, 데즈즈웃데즈우!!」
(시, 시끄러운데스우, 와타시는 귀여운데스우, 귀여운데스우!! 녹색의 옷도 커다란 귀도 작은 코도, 동그란 얼굴도 모두 모두 귀여운데스우!!)

이제 슬슬・・・・ 나는 테이블 아래에 있는 버튼을 누른다.
방의 벽 모두에 사람의 모습이 비추면서——친실장——정확히는 방 중앙을 가리키며 일제히 웃음을 터트린다.
「데, 데스우!」(그만둬! 웃지마는데스우)
귀를 막으며 주저앉는다.

그 틈에 나는 자실장들을 데리고 살며시 방 밖으로 나온다.
「데치이, 데치데치이♪」
뭔가 착각을 하는 것인지, 자실장들이 기쁜 목소리를 지른다.
나는 자실장들의 옷을 벗겨내고, 세심하게 골판지에 담는다.
자실장 본체에는 용무가 없으니,뒷문에서 휙 던져버린다.
「데치이!데에치잇치이!」(뭐하는데치이! 와타치가 귀엽지 않은데치이!?)
역시 콩 심은데에는 콩이 나게 마련인가.
자실장들의 옷은 공장에 전달되어 확실한 세정살균을 받은 후, 새로운 실장복의 원료가 되는 것이다.



내가 방에 돌아와보니, 친실장은 여전히 방 가운데에서 귀를 틀어막고 웅크리고있다.
슬슬 마무리를 지어볼까.
나는 방의 음성을 낮추고, 친실장의 귀에다 대고 한마디,
「못생겼어」라고 속삭인다.
그 순간,
「데・・・데즈우! 데엣즈우우우우데데엣즈우즈우데엣・・・데엣데에・・・데야아아아!!」
발광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실장석의 스트레스 사망이다.

이녀석의 옷은 더러움이 심해서, 재이용은 불가능하리라.
어지간히 이용가치가 없는 생물이구나, 너는.








두번 다시 가고싶지 않아

 

「으음? 두번 다시 가고싶지 않은 장소?」

남자는 음〜하면서 골똘히 생각했다.

질문한 남자는 동종업자. 카운터 자리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것을 인연으로 몇시간이나 서로의 무용담을 술안주로 삼아 즐겁게 취하고있다.

「그래. 당신 정도의 사람이라면 하나 둘 정도는 있겠지?」
「아아, 있지. 다른데에 비해서도 거기가 심했어. 두번 다시 가고싶지 않아」

벌레 씹는듯한 얼굴인 채로, 그 장소에 대해 이야기했다.




 ■두번 다시 가고싶지 않아■




『자아, 아침인데스. 일어나는데스!』

・・・・・・기상의 신호이다. 다다미 위의 얄팍한 이불에서 주섬주섬 일어나서 복도로 나선다.

나는 졸린 눈으로 같은 방의 동료와 똑같이 늘어서서 기다린다. 직립부동으로.

복도 안쪽에서 한명의 인간과 함께 녹색의 작은 물체가 수십마리 우글우글 줄서서 걸어온다. 실로 시끄럽다. 단번에 머리가 식는다.

「35호실, 와타시는 여기인데스?」
「아아, 그래. 너는 거기다」

남자는 그 녹색의 물체 중 하나에게 대답을 했다.

그리고 이쪽을 향하여 사람수를 확인하기 위해 점호를 지시했다

「1!」
「2!」
「3!」
「4!」
「5!」

전원이 큰 소리로 숫자를 부르고, 마지막으로 이 방의 방장이 「이상 35호실 5명 이상 없음!」하고 남자를 향해 말한다.

「알았다」

남자는 손에 쥔 보드에 뭔가를 쓰고는 옆 방 앞에 왔을때와 마찬가지로 녹색의 물체를 데리고 가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난 후 35호실의 동료들과 방으로 돌아와서 담요를 정리하고 청소를 한다.

15분정도 청소에 전념한 후 8시부터 아침식사. 아차, 10분남았다. 얼른 도구를 정리하고 식당으로 이동하려고 문까지 걸어가서 녹색의 물체를 다시 인식한다.

「데! 늦은데스, 뭘 느지락거리고있는데스!!」
「죄송합니다!」

방장은 그 녹색에 사과한다.

나는 그 녹색이 실장석이라는 것을 여기에 와서야 알았다.

어째서 여기에, 저런 생물이 있는거지? 그렇게 생각한것도 첫날 뿐.

「빨리 데려가는데스! 배고픈데스! 밥인데스!」
「네, 네. 당장 가겠습니다. 야, 오늘 당번 너 아니었냐?」

방장이 말하고나서야 떠올렸다. 오늘 나였던가.

「・・・하아」
「서두르라고」
「네에」

나는 실장석을 옆에 안고 빠른 걸음으로 식당으로 향한다.

그리고 실장석을 지정된 의자에 앉히고, 준비된 스푼을 이용해서 먹이를 먹인다.

「데! 아픈데스! 이빨에 스푼이 부딛힌데스!」
「죄소오옹합니다」
「성의가 부족한데스! 좀 더 진정으로 사과하는데스!」

꾹 하고 주먹을 쥐며, 굴욕을 참는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정말로 죄송합니다」하고 말하면서 눈을 부라린다.

잘 보면 어느 테이블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보인다.

「참자. 참아」
「데프프프・・・  상쾌한 기분인데스」
「이, 이새끼・・・」
「어이쿠, 그런 태도로 괜찮은데스, 닝겐? 와타시에게 대드는데스?」
「・・・아뇨」

터져버릴것 같은 자신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면서, 이 실장석에의 봉사를 계속한다.

잠시 후에 나는 드디어 자신의 밥을 받았다.

5일 순번으로 돌아가는 실장의 당번일.

이 다음을 생각하면 우울해진다. 오늘의 담당실장석이 제대로된 성격이기를 하느님에게 빌어본다.

 ●

「데데데데! 좀 더 부드럽게 하지않으면 빠지는데스! 이 바보닝겐!」

실장석의 뒷머리를 빗으로 빗는다. 이것도 당번의 할 일이다.

시끄럽고, 요구도 많아서 스트레스가 쌓이기만 하는 일이다.

그렇다고해서 내던질수도 없다. 그렇게 되어있으니까.

「뎃, 집어치우는데스, 이 멍청이. 오마에가 하면 아프기만한데스!」
「・・・죄송합니다」

칫. 정말이지 돌아버릴거같다.

 ●

오후의 점심식사도 아침과 마찬가지로 심한 모양새다. 일부러 먹이기 힘든 것을 골라서 조리한거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지 않을수가 없다.

즐거워야 할 식사시간이 지옥같이 느껴진다.



「데푸」하고 트림하고 배를 문지르며, 실장석은 어느 방을 향해서 걸어간다.

난 뒤따르면서 방의 문을 열어주었다.

이 방은 실장석의 낮잠방.

이제부터 3시간, 나는 실장석에서 해방된다.

뭐, 그 동안에도 이쪽은 할 일이 있지만.



실장당번은 실장준비로 그 날을 보낸다. 그렇기에 자신의 휴식시간이 줄어드는것도 당연하다.

실장이 말하면 따른다. 그러지 않을수 없다.

틀렸다. 기도가 통하지않았어. 이 개체, 지난번에 걸린 녀석보다도 분충이야!

 ●

「자아, 깨끗하게 하는테츙〜♪」

목욕탕에 들어가서 깨끗하게 하는것이 할 일이다.

앞머리를 정중하게 씻고, 다음으로 뒷머리를 씻는다. ・・・윗머리는 대머리인 주제에 이래라저래라 시끄러운 녀석이다.

몸을 씻을때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상처를 입혀버린다.

「가만히, 있어주시지 않겠습니까?」
「테츙〜 기분이 좋아서 그럴수가 없는뎃승〜♪」

널 위해서 한 말인데, 어찌되도 모른다?

아, 보라구. 팔 부러졌잖아! 어쩔꺼야・・・ 벌점 받잖아!

「35호실, 감점10」
「젠장!」

받아버렸다〜 앞으로 30점만 더 까이면 내일은 독방행인데・・・・・・

참아라, 참는거다. 이제는 자는것 뿐이다. 오늘이 끝나면 내일부터 5일만은 평온하게 지낼수 있다, 지금만 참자 지금만.

아는 자신에게 들려주는 주문처럼 「인내, 인내」하고 되뇌었다.

 ●

2010년

늘어나는 범죄, 수감자에 비해서 형무소의 수용인원은 한계에 이르렀고, 행정개혁의 일환으로 형무소의 민영화가 모색되었다.

그리고 테스트로 이 형무소 보조시설이 개소되었다.



사회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것은 출소자의 재범.

이 테스트시설은 재범방지의 전문시설이라는 위치에 있다.

재범에 대한 현재의 교정프로그램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의견도 많다.

그렇기때문에 여러가지 방안이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반복했지만, 어느 인물의 제안이 이번에 시험적으로 실행으로 옮겨진 것이다.



말하자면, 동물을 이용한 치유에 의한 재범방지 프로그램이다.

마음을 갱생시키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것이라는, 낙관적인 것이다.

지금까지는 개・고양이나 원숭이, 파충류같은 것들도 시험해봤지만, 가장 효과가 좋았던것이 실장석이었다고 한다.

인간에 가까운 실장석과의 접촉으로 상냥한 마음씨를 회복한다는 생각으로, 후보에 넣었던 것이다.

하지만 선행시험에서 1년이 지나자 정반대의 방법이 가장 효과가 좋았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세간에서는 분충이라고 불리는 개체에의 『봉사』이다.



테스트에 뽑힌 피험자로부터 「그런 험한꼴은 겪고싶지않다」「그렇게 기분나쁜 일을 당할거라면 두번다시 범죄따위는 일으키지 않을거다」 등.

「두번다시 실장석따위 보고싶지 않다. 관계되고싶지 않다」하고 감상을 남긴 사람도 있다.

이것을 본 정부고관들의 한마디에, 실장석에 의한 재범방지프로그램이 스타트한 것이다.


「그래서, 출소했지. 거기를. 돌아버릴거같다고 생각했는데, 5년 버텨냈구먼」
「・・・・・・당신 대단하네. 나라면 절대로 못할거같은데?」
「하하하. 그래도말이지, 출소할때 깜짝선물도 있었다구?」
「깜짝선물? 어, 그 병. 그건 뭔가?」

남자는 품에서 작은 병을 꺼내서 통 하고 테이블에 얹었다.

손으로 쥐고 자세히 보려고 했지만, 금방 다시 품으로 넣어버렸다.

잘 보지는 못했지만・・・・・・ 병에는 액체가 차있었고, 뭔가 녹색의 돌이 들어있었던것처럼 보였다.

「흐흐. 나올 때에 형무소에서 신세를 졌던 실장석을, 한마리 데려가도 된다고 하더라구」

딸랑 하고 글라스 안의 얼음이 울었다.


−끝-





횡혈주거의 실장석

 

※ 횡혈주거横穴住居 : 횡혈, 즉 옆으로 판 구멍에 산다는 뜻


장마의 시기라 매일 비가 쏟아지는 덕분에, 대낮인데도 매일 공원안에 넘쳐나던 실장석들도 태반이 집에 틀어박혀있다. 동족이 적은 이때다 싶어 목욕을 하는 녀석과 쓰레기를 뒤지러 나서는 녀석이 소수 보일 뿐이다.
「데ー. 이 시기는 매일 비가와서 동족도 틀어박히는 덕분에 먹이찾기가 편한데스♪ 자들에게 배부르게 밥을 먹일수 있는데스♪」
빗속에서 먹이찾기에 나선 실장석 한 마리가 비옷 대신으로 자주 사용하는 비닐봉지에 고인 물방울을 손으로 털어내며, 그칠줄을 모르는 비를 올려다보기도 하고 주변을 경계하기도 하면서 인간도 동족도 거의 오지않는 공원 안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입구를 가리는 것처럼 자라있는 풀을 치우고는 언덕에 파인 횡혈 둥지 안으로 몸을 구부리고 들어간다.
이 실장석은 들실장석의 상징이라 할수있는 골판지하우스에 살지않고, 언덕에 성체실장도 편히 지낼 정도의 횡혈을 파서 지내는 드문 실장석이었다.
「오마에들 제대로 집 보고 있었던데스까?」
「마마 어서오시는테치ー」
「오네챠랑 같이 조용히 기다리고있었던테츄」
친실장이 둥지에 돌아오니 들 치고는 몸가짐이 깨끗한 자실장 두 마리가 기쁜듯이 친실장에게 달려와 품에 달려든다.
친실장은 그런 새끼들에게 미소지으며 한 마리 한 마리 꼼꼼히 쓰다듬어주고는 어두컴컴한 집 안을 둘러보아 새끼들이 실수를 하지 않았는가 확인한다.
『오늘도 이 자들은 제대로 얌전히 집을 보고있었던데스. 역시 와타시의 자랑스러운 자인데스. 태어나서 바로 솎아낸 세 마리와는 전혀 다른데스. 이정도라면 앞으로는 밥을 찾는 법과 둥지를 만드는 법도 가르치면서 뜨거운 계절을 넘기면, 밥을 잔뜩 찾을수 있는 시기에는 훌륭히 독립시킬수 있는데스』
친실장은 미소지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자아, 얌전히 집을 보고있던 오마에들에게 하느님이 선물을 주셨는지, 오늘은 밥을 가득 가져온데스. 어서 밥 먹을테니 준비를 하는데스」
어미가 밥이라고 말하니 자실장들은 둥지 한 켠에 놓아두었던 접시와 빈 상자를 들고와서는 똑바로 앉아 어미가 밥을 꺼내는 것을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있다.
「테ー! 오늘의 밥은 굉장한테치ー! 아직 파란 부분이 적은 빵이 잔뜩인테치ー!」
「이모토챠! 아직 살이 많이 붙어있는 사과심도 있는테치! 마마 굉장한테치ー!」
빈 상자에 차려진 다양한 먹이에 새끼들은 눈을 빛내며 기뻐한다. 어미가 먹어도 된다고 말하자 두 마리는 예의바르게 사이좋게 눈 앞의 호화로운 먹이를 먹어간다.
기쁜듯이 밥을 먹는 두 마리를 바라보며, 어미는 둥지 입구에 시선을 돌린다.
『요 며칠 계속된 비로 동족들이 둥지에 틀어박혀있으니 밥 찾기가 편한데스가, 오늘의 비는 너무 쎘던데스. 오늘은 어떻게든 밥을 찾으러 나갔던데스가, 내일도 이러면 역시 무리인데스』
「테ー? 마마 무슨일인테치? 밥 안먹는테치?」
「데!? 아무것도 아닌데스ー. 자아, 마마도 밥 먹는데스. 배가 꼬르륵 하는데스ー」
불안하게 밖을 바라보던 어미에게 말을 거는 새끼에게, 친실장은 웃으면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하고는 함께 먹이를 먹기 시작했다.
『괜한 생각인데스. 내일도 오늘과 같은 세기의 비라고해도, 요 며칠간의 비로 동족에게 방해받지않고 밥을 잔뜩 가져왔고, 무엇보다 보존식도 가득 있는데스. 게다가 이 집은 아무리 거센 비가 내려도, 거센 바람이 불어도 괜찮은데스ー. 지금까지 동족에게도 닝겐에게도 발견된 적 없는 안전하우스인데스』
친실장은 불안을 떨쳐내며, 새끼들과 즐거운 저녁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친 어미는 두 새끼에게 오늘도 여러가지를 가르친다.
「알겠는데스? 오마에들이 독립해서 처음으로 할 일은 집을 만드는 것인데스. 집의 장소는 동족도 닝겐도 발을 들이지 않는 공원 안쪽으로 하는데스. 그리고 언덕이 있는 장소를 골라, 이 집처럼 구멍을 파서 집으로 하는데스ー」
「알겠는테치」
「마마, 어째서 구멍을 파서 만든 집이 아니면 안되는테츄? 남들처럼 골판지집이면 안되는테츄?」
「골판지집은 안되는데스. 구멍을 파서 집을 만드는 것은 중노동이고, 낮에도 어두워서 불편한데스. 하지만 골판지집은 아무리 잘 숨겨도 동족은 속여도 닝겐의 눈은 못 속이는데스. 위험한 닝겐에 들키면 와타시들이 아무런 나쁜 짓을 하지 않아도 아픈 짓을 잔뜩 당하고는 죽임당하는데스」
「테에에에. 와타치 죽고싶지않은테츄ー」
「이모토챠, 울면 안되는테치」
죽임당한다는 말에 반응했는지 동생이 울음을 터트리자, 자신도 울고싶은 것을 참고 여동생을 달래는 언니. 나는 똑똑하고 착한 아이를 가져서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 두 마리를 안아 안심시켜준다.
「그리고 골판지하우스라면 오늘같은 비오는 날에 집이 무너지는데스. 마마는 오늘도 밥을 찾으러 다녀오면서 비로 집이 무너져 지낼곳이 없어진 동족을 잔뜩 본데스. 그래도 구멍을 파서 만든 집은 아무리 거센 비에도 끄떡없는데스. 만드는 것은 힘들지만 뜨거뜨거의 시기에는 흙 안이라 시원하고, 꽁꽁의 시기에도 마른잎을 꽉꽉 채워두면 따끈따끈한데스. 이것은 와타시가 와타시의 마마에게 가르침받은 살아남기 위한 지혜인데스」
어미의 이야기를 놓지지 않겠다는듯, 필사적으로 기억하려하는 두 마리. 와타시도 이 자들처럼 필사적으로 기억했던데스, 하면서 올 봄에 독립했던 어미는 감탄하고 오늘의 공부를 마쳤다.
「마마, 와타치도 앞으로 마마에게 뒤지지않는 멋진 집을 파는테치ー!」
「와타치도 파는테츄ー!」
「현명한 오마에들이라면 마마보다도 훌륭한 집을 만들수 있는데스ー. 마마도 안심인데스. 자, 오늘은 조금 놀고나서 자는데스ー」
「「좋은테치ー・테츄ー♪」」
화기애애한 횡혈실장 일가와는 상관없이, 비는 점점 강해져갔다.
「자아, 오늘은 이젠 자는데스요」
「알겠는테치ー. 마마 오늘 즐거웠던테치ー」
「마마, 오네챠, 안녕히 주무시는테츄ー♪」
횡혈실장 일가가 잠들고 얼마 후, 뭔가 커다란 소리가 나자 친실장이 벌떡 일어났다.
「데!? 뭐인데스ー?」
「마마, 무슨일인테치ー? 무서운테치ー」
「테에에엥, 테에에에엥」
「괜찮은데엣스! 이 집에 있으면 안전한데스! 마마는 잠시 상황을 볼테니까 거기서 가만히 있는데스!」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만, 입구가 막혀있다.
「데에에에!! 어째서 입구가 막힌데엣스!! 이러면 밖으로 나갈수가 없는데스ー!!」
「테에에에에! 밖에 나갈수 없어진테치ー!」
「테에에엥! 와타치들 갇혀버린테츄ー!」
「마마가 어떻게든 할테니 괜찮은데스! 오네쨩은 이모토쨩을 지켜주는데엣스!」
친실장이 서둘러 입구를 막고있는 흙을 파낸다. 침착하게 생각해보면 입구가 막힌것 뿐이라 물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니 아직 괜찮을텐데도, 갑작스런 불운에 혼란스러워하는 친실장은 냉정한 대처를 할 수 없었다. 그저 밖에 나가고싶다고 마구잡이로 흙을 파내고있다.
「괜찮은데엣스! 현명한 와타시라면 이런 위기도 뛰어넘을데갸아아아아!!!!」
흙을 파내던 친실장 옆에서 다시 붕괴가 일어났고, 이번에는 천정의 일부가 무너져내려 친실장은 얼굴만 남기고 파묻혀버렸다.
「데보데보옷! 뭐인데스ー 뭐가 일어……데데엣! 묻혀버린데스ー! 게다가 뚫린 구멍에서 물이 잔뜩 들어오는데스ー!!」
「테챠아아아! 마마! 물이, 물이 들어오는테치!」
「이젠 끝인테츄ー! 와타치 죽어버리는테츄ー!」
「괜찮은데엣스!! 마마가 오마에들을 지키는 데엣스!」
친실장은 어떻게든 흙에서 빠져나오려고 하지만 흙은 꿈쩍도 하지않는다. 물을 머금어서 무거워진 것이다. 친실장이 몸부림치는 도중에도 비는 둥지 안으로 흘러들어온다.
「마마ー! 벌써 물이 가슴까지 차오른테치ー!」
「어푸어푸! 빠, 빠져죽는테츄ー! 마마ー 살려주는테츄ー!」
「데에에에!? 오마에들 빨리 이 뚫린 구멍으로 밖에 나가는데에엣스! 오마에들이라면 빠져나갈 크기인데스ー!」
새끼들의 비명을 듣고 달려가고싶지만, 목까지 파묻혀 새끼쪽을 돌아보지도 못하기에 친실장은 큰 소리로 새끼들에게 도망치라고 지시를 내린다. 하지만 공포에 떠는 새끼들은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그저 마마, 마마 하고 울기만 할 뿐이었다.
「어푸어푸, 마, 마마…살려……」 파킨
「테엣!? 이모토챠ー! 마마ー! 이모토챠가 죽어버린테치ー! 이젠 끝장인테치」 파킨
여동생실장은 힘이 다하여 익사하면서 위석이 깨졌다. 언니실장도 여동생의 죽음과 밀려오는 물에 절망하여 위석을 자괴시켰다.
「데엣!? 오마에들 어떻게된데스? 대답하는데스ー!」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었기에, 실장석은 방금의 소리는 역시 아이들의 위석이 깨지는 소리였다고 이해했다.
「오로로ー롱! 오로로ー롱! 아이들이 죽어버린데스ー. 어째서인데스ー. 와타시와 아이들은 아무것도 나쁜짓 하지 않은데스ー! 마마의 분부대로 힘들었지만 제대로 구멍을 파서 둥지를 만든데스ー. 마마가 흙을 파서 둥지를 만들면 안전한 집이라고 했던건 거짓말이었던데스까! 뭐가 안전인데스! 마마는 거짓말쟁이인데스ー!」
목까지 흙에 파묻혀있었기에 새끼의 마지막도 지켜보지 못하고, 눈동자와 같은 색의 눈물을 흘리며, 내리는 비 속에서 자신의 어미에 책임전가를 하며 원망을 계속한다.
이 친실장의 어미는 거짓말을 한 것인가. 그저 이 실장석이 어미의 분부를 지키지 않은것 뿐이었다. 어미는 아이들에게 『구멍을 판 후에 골판지를 주워와서 입구 주변을 보강하는데스ー. 이게 가장 중요한데스. 그렇지않으면 비가 계속 내리는 시기에 흙이 약해져서 입구가 파묻혀버리면 고생하는데스요』라고, 똑바로 가르쳤던 것이다. 이 실장석은 그것을 태만히하고 비를 얕보았기에, 이런 사태에 처한 것이었다.
하룻밤이 지나자 어제까지의 비가 거짓말이었다는 것처럼 비가 멎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잠들어있는 새벽, 한 남자가 공원에 발을 들이더니, 한 손에 든 센서를 들고 횡혈실장 일가의 둥지였던 장소까지 걸어온다.
「아, 여기는 실패였나. 이녀석은 어미의 분부를 제대로 듣지 않았구만」
목 아래가 파묻혀 원망하는듯한 얼굴로 절명해있는 실장석을 보고 중얼거리더니, 남자는 죽은 실장석은 무시하고 둥지 안과 입구가 비치도록 세팅해둔 감시카메라를 회수하고 둥지를 부순 후 떠났다.
이 남자는 1년 전에 현명한 자실장석을 주워 횡혈식 주거를 만드는 방법 등을 가르친 후, 성체가 될때에 센서를 심어서 공원에 풀어주고 관찰해왔다.
어째서 이런 일을 했는가 하면, 들실장의 둥지라 하면 골판지하우스 정도였기에 횡혈식 주거를 만들고 사는 방법을 1세대째에 가르치면 다음 세대에도 전수되지 않을까 해서 관찰해온 것이다.
결과는 남자가 주워온 실장은 성공이었다. 그리고 새끼가 7마리 태어나 솎아내어졌고 올해 봄에 세 마리의 독립이 가까워지자 1세대 실장의 둥지에 수면스프레이를 뿌리고 잠들어있는 세 마리의 2세대째에도 센서를 심었다. 2세대째가 둥지를 만들면 다시 수면스프레이로 재우고 둥지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남자가 찍은 영상은 그의 블로그에 공개되었고, 나름대로 팬도 있다. 덧붙이자면 2세대째 세 마리 중 성공한 것은 1마리 뿐이고, 나머지 두 마리는 이번 비에 둥지가 무너져 사망했다.
또한 남자의 횡혈주거관찰은 겨울에 끝을 맞았다. 살아남은 2세대째 마지막 한 마리는 겨울준비에 실패하여 일가 전멸. 남자가 횡혈주거생활을 가르쳤던 1세대째 실장석은 여름에 먹이를 찾다가 학대파에 들켜서 학대사. 둥지에 남겨져있던 자실장도 어미가 둥지에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다 굶어죽었다. 결국 남자가 가르친 횡혈주거에 사는 실장석은 2년만에 종언을 고했고, 횡혈주거가 실장석 사회에 퍼져나가는 일은 없었다.


END





사죄의 마음

 

「데스우・・・데스웃」
그 실장석은 두 눈에 눈물을 채우고 벌벌 떨면서 사과하고 있었다.
반복해서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고있다.
「・・・됐어. 저기로 가버려」
손을 들어올리고 화를 내려던 여성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저리 가라는 손짓을 한다.
「데스우? 데스우데스우」
몇번이고 몇번이고 고개를 숙이면서, 실장석은 그 여성의 앞에서 떠나갔다.

그 모습을, 벤치에서 한 남자가 보고있었다.
저 실장석, 어제 도시락을 훔치려고 한 녀석이 아닌가?
울면서 사과하길래 봐주었는데・・・
남자가 생각하고 있으니, 예의 실장석이 타박타박 걸어왔다.
최근들어 지참하고 있는 목캔디가 남자 옆에 놓여있는 것을 보더니, 슬며시 손을 내뻗는 실장석. 그 동작은 익숙한 것이었다.
바스락 하는 소리에 남자가 정신을 차린 것은, 실장석이 사탕봉지에 손을 집어넣은 순간.
실장석과 남자의 눈이 마주친다. 갑자기 실장석이 겁먹은듯이 벌벌 떨면서
「데스우・・・데스웃」하며 두 눈에 눈물을 채우며 머리를 숙이기 시작한다.
틀림없어・・・어제와 똑같다. 남자는 조금 냉정하게, 아니 냉혹하게 되었다.
어제의 자신이 베푼 자비가, 실장석의 속셈대로 놀아난 것이었다는 것을 알아채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떨면서 우는 실장석의 앞에 슬쩍 알사탕을 내민다.
순간, 실장석은 낯을 바꾸더니 사탕에 손을 뻗었다.
빠악! 힘껏 얼굴을 얻어맞는 실장석.
「데스우・・・데스웃」
두 눈에 눈물을 채우더니 몸을 떤다.
남자가 주간지를 펼치며 주의를 돌리는 척을 하니, 살그머니 사탕에 손을 뻗으려한다.
그때 갑자기 실장석 쪽을 바라보니, 또다시
「데스우・・・데스웃」
두 눈에 눈물을 띄우며 작게 떨었다.

역시 그런가・・・
남자는 억측이 확신으로 바뀌면서 혼잣말을 했다.
방금의 여성은 『반성하고 있는 모양이니 이젠 봐주자』라고 생각한 것이겠지.
어제의 자신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이 실장석은 겁먹고 사과하는 모습이라는 일련의 행동을, 위험회피의 수단으로 익혀서 활용하는것 뿐.
처음부터 어째서 화를 내게되었는지의 이유도, 다음에는 그러지 않기위한 학습도 할 생각이 없다.
그러니까 몰래 사탕을 훔치려고 하다가 들키면 겁먹어 떠는 모습으로 용서를 받고,
이번에는 들키지 않고 잘 훔치려고 하고, 또 들켜서 겁먹는척을 해서 용서받고, 다음에야말로 들키지않게 또・・・
자주 들리는 말로 실장석의 모든 행동은 아첨을 원천으로 하고있다고 하지만, 눈 앞에서 그걸 보는 것은 역시 불쾌함 이외의 어떤것도 아니다.
남자는 실장석이 노리고있던 사탕을 손에 쥐고 입에 넣어주었다.
「데스우♪ 뎃스웅〜」
좋은데 데려가주지. 남자는 그렇게 말하더니 실장석을 집어들었다.

실장석을 데리고 갔다. 사탕을 주었기에 어떠한 의심도 하지 않는 모양이다.
「데스데스♪」
실장석을 인기척이 없는 작은 공터에 데려갔다.
실장석을 조심스럽게 내려주니
「데스우〜 데스우〜」하면서 아양을・・・아니, 아첨을 했다.
(따뜻한 잠자리를 주는데스우? 맛있는 것을 주는데스우?)
남자는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더니 공터 안에 휙 던졌다.
「데스웅♪」
바로 달려들어 사탕을 핥는 실장석.
거기에는 약간의 장치가 있었다.
사탕을 다 핥은 실장석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어째서인지 놓여있는 맛있어보이는 과자.
(과자 주위에 뭐가 있긴 하지만, 먹을수있는 것도 아니니 상관없는데스우)

「데스우♪」
실장석은 기쁜듯이 손을 뻗는다.
철컥! 순간, 용수철이 힘차게 튕기며 실장석의 팔이 끼었다.
고전적인 쥐덫이다.
「데스웃!? 데에에! 데에스!」
놀라는 실장석. 쥐덫은 4개의 못으로 지면에 고정되어 있기에 꿈쩍도 하지않는다.
끼어버린 손이 점점 아파온다.
「데스우・・・데스우」(아픈데스우 용서해주시는데스우)
눈물을 흘리며 떠는 실장석. 하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남자는 어느틈에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손이 물려있는 쥐덫에는 아첨이 통하지 않으니까 아무런 해결도 되지않는다.
속수무책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몇 마리의 까마귀가 날아왔다. 여기는 저녁에는 까마귀의 집합장소가 되는 장소이다. 당연히 남자도 그것을 알고 데려온것이지만.
「데스우・・・데스우」(살려주시는데스우 와타시는 잘못한거 없는데스우)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까마귀를 보며 연기를 시작하는 실장석.
「까아악 까아악」 「데스웅・・・데스우우우」
점점 눈에 눈물을 고이게하며(거짓울음) 실장석은 생각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같은 눈. 지금까지와 그래왔듯이, 이거라면 어떤 상대라도 마음대로인데스우)
까마귀는 실장석의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역시 와타시의 눈에 정신이 없는데스우. 이거라면 살아나는데스우 약간만 더, 조금만 아양을 떨면・・・)

「데스우・・・데엣!?・・・데갸아아아」
눈물을 흘리며 도움을 구하는 실장석의 눈에 까마귀는 억지로 부리를 박고, 도려내었다.
까마귀는 유리구슬처럼 빛나는 것을 모으는 습성이 있다고하는데・・・실장석의 눈알도 그렇게 보인것일까. 벌써 다른 까마귀가 또 하나의 눈을 뽑아내었다.
「데갸아아아! 데즈아아아아아!?」
(어째서? 와타시의 매력을 이해못해? 이 와타시를 보고, 어째서 아픈짓을 하지!?)
두 눈이 뽑혀나간 아픔과 풀지못한 의문에, 짜증이라도 나는것처럼 고함을 지르며 날뛰는 실장석.
우연히, 그야말로 우연히 물려있지 않아 휘둘러지던 손에 한 마리의 까마귀가 맞았다.
까아악 하는 비명을 지르며, 까마귀가 땅에 떨어졌다.

실장석을 둘러싼 까마귀들의 움직임이 뚝 멈추었다.
「데스웃!? 데스우〜웅 데스우〜웅 데・・・데에에에에!!!」
반응이 있어! 라고 생각하고 다시 아첨하는 실장석.
하지만 그것은 역효과였다. 동료가 공격당한 까마귀들이 완전히 적으로 인식해버렸다.
실장석은 경악의 소리를 지른다. 주위의 모든 전신주를 메울 정도로 많은 까마귀들이 이쪽을 보고있었다.
「까아아악!」한 마리가 소리를 지르는 것을 신호로, 까마귀들이 일제히 움직이지 못하는 실장석에게 달려든다.
「데스우우우 데스스우우・・・데스〜웅♪・・・데갸・・・・데゛・・・우・・・・」
(아픈데스우 와타시는 잘못한거 없는데스우 이젠 용서해주는데스우 이렇게 귀여우니까 봐주는데스우 아파 그만둬 배가, 귀가・・・그만・・・)
   
바보같은 실장석. 교활하게 상대에 의존하며 살아온 네가, 야생동물을 상대로 무엇을 할수있을까?
「잘가라, 실장석. 만약 네가 약간이라도 울면서 사과한다는 행위의 의미를 이해했다면, 이틀 연속으로 내 먹을것을 훔치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렇게 될 일도 없었을것을・・・」
약간 떨어진 장소에서 상황을 보고있던 남자는 그 자리를 떠났다.


며칠 후.
놀랍게도 그 실장석은 재생을 반복했고, 까마귀에게 계속 공격당하고 있었다.
「데갸아아아! 데즈아아아아!」
까마귀들은 익숙해진것처럼, 휘둘러지는 실장석의 손발을 휙휙 피하면서 부리로 살을 쪼아버린다.
한번 죽을뻔한 것으로 몸을 구속하고 있던 쥐덫에서는 빠져나왔지만, 발이 재생하면 머리를, 머리가 재생하면 발을 쪼아먹혔기에 도망치지도 못하고 까마귀들의 마음대로 당하고있었다.
웃기는 것은 머리가 재생했을 때는 변함없이 까마귀에게 필사적으로 아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눈알이 재생하면 맨처음으로 까마귀에게 뽑혀나가기에, 그녀가 자랑하는 『촉촉한 눈동자』를 쓰는 일은 두번 다시 없었다.
재생의 속도가 떨어지고 있는지, 오늘 남아있는 몸의 부분은 꽤나 조각조각의 크기가 되어있었다.
진짜 의미로 죽을때까지, 그 실장석은 까마귀들의 먹이가 될것이다.


〜에필로그〜
그 후, 까마귀들이 야생의 실장석을 공격해서 눈알을 뽑아낸다는 것이 사소한 뉴스가 되었다. 
여러가지 논의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인간이 까마귀에게 금속류 등을 도둑맞는 피해가 줄었다는 것이 지적되었고, 오히려 좋은 일이 아니냐는 말로 끝맺음을 지었다.
그 실장석은 아무래도 최종적으로는 도움이 된 모양이다.





버리는 신이 있으면

 

※ 버리는 신이 있으면 줍는 신도 있다(捨てる神あれば拾う神あり) : 
   버림받아 난감한 상황이 되더라도 도움을 받게되는 일도 있게 마련이라는 일본속담.


휭 하니 부는 바람이 평소보다도 차게 느껴진다.
크리스마스로 떠들썩한 마을에서 약간 떨어진 공원의 벤치에 걸터앉아, 남자는 나른하게 밤하늘을 올려다보고있다
「하아아아아〜・・・」
맥빠지는 한숨을 내쉬며, 문득 발치를 보니 어느샌가 실장석 한 마리가 남자를 보고있다
「데스ー. 데데스우?」
들실장의 구걸인가, 하고 잠깐은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어두워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몸가짐이 깔끔하다
남자는 상의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간이링갈기능을 켰다
「무슨일이냐? 먹을거라면 없어」
「데에・・・. 유감인데스우・・・」
실장석은 어께를 수그리면서, 주린 배를 달래는듯이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구걸은 틀림없었지만, 쓸쓸했기에 남자는 이 실장석과 조금 더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너, 들인데도 꽤 깔끔하네」
「와타시는 오늘 낮에 이 공원에 버려진지 얼마 안되는데스. 주인은 와타시를 키울 여유가 없다고 말한데스・・・」
남자는 허리를 숙이면서, 후우 하고 숨을 내뱉었다
「너도 나와 똑같다, ・・・라는건가」
「데에・・・?」
남자의 말에 이상하다는 얼굴을 하는 실장석
어께를 늘어뜨린 채 쓸쓸한 웃음을 띄우는 남자는 말을 이었다.
「나도 말이지ー, 일하던 회사에서 갑자기 쫓겨났어. 숙소제공이었던 데라 잠 잘 데도 없고. 덕분에 오늘밤은 노숙이야」
그렇게 말한 남자는 옆에 놓인 커다란 스포츠백을 탁 두드렸다
남자는 벤치의 등받이에 팔꿈치를 얹고, 다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골에나 돌아갈까・・・. 너도 같이 갈래?」
「데에? 그래도 되는데스・・・?」
생각치도 않은 남자의 제안에 실장석은 기뻐했다
「지금이라면 아슬아슬하게 야행열차시간에 맞출수 있을거야. 좋아, 쇠뿔도 단김에 뺀다, 라는거지!」
간신히 야행열차에 올라탄 일행은, 다음날 아침, 옅은 안개가 낀 산간의 시골마을을 걷고있다
「데에・・・, 졸린데스우・・・」
「그러니까 도착할때까지 자두라고 했잖냐.・・・오, 저기 보인다」
그러면서 남자가 가리킨 방향에는 낡은 집 한채가 보였다
집 너머에는 더욱 큰 건물이 보인다
그 건물로부터일까, 집에 다가감에 따라
<데스ー데스ー><데에에ー>
하는 다수의 실장석 짖는소리가 들려온다
「저건 뭐인데스?」
「아아, 말 안했던가. 우리집 실장축산농가야. 실장석에게 아이를 낳게해서 파는 일. 닭처럼」
「데에?」
거기까지 들은 실장석은 자신의 뺨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남자는 가볍게 말을 하면서 실장석을 천천히 안아올렸다
「뭐ー, 큰 돈 만지는 일은 아니라서 집을 뛰쳐나와 도시로 간거였는데・・・. 선물도 들고왔으니 용서해주시겠지?」
남자에 안겨 바들바들 떠는 목소리로, 실장석이 묻는다
「서, 설마・・・, 와, 와타시도・・・?」
「말했잖아? 일하지 않는자 먹지도 마라, 라고」






보통 사람

 

오늘도 일곱시에 눈을 떴다.
야근이 이어지고 있기에 집에 돌아오면 자기 바쁘다.
일터와 집을 왕복하며, 가끔 있는 휴일은 잠만 잘 뿐.
샐러리맨이라면 드물지 않은 생태이다.
옷차림을 정돈하고, 냉동식품인 아침식사와 음료수를 마시고 출발.
하아・・・・지친다.

회사로 가는 길에 실장석이 다가온다.
인간을 우습게보고 먹이를 구걸할 생각이리라.
나는 걸음걸이를 멈추지 않은 채 품에서 스프레이를 꺼내서 쉬익ーーーー하고 뿌렸다.
데갸아!
데!
테챠아!
움찔 하더니 몸을 경직시키고 경련하며 눈물을 흘린다.
편의점에서 파는 실장살충 스프레이.
몸을 경직시켜서 똥을 지리게하지않고, 최종적으로는 위석을 파괴한다든가 뭐라든가 하는 스프레이다.
주위에서 종종 들려오는 쉬익ー하는 소리는 이 스프레이의 소리이겠지.
도회지의 숙명이라고는 하지만 실장석은 정말이지 귀찮다.
그러고보면 옆집에서 테에ー라든가 테치ー라든가 하는 소리가 밤에 들려왔었지.
또 실장석을 사온건가?
공동주택에서・・・・・・・
요 전에 집주인에게 애걸복걸해서 겨우 쫓겨나지 않고 위약금까지 물었으면서・・・・・
PIPIPI・・・・・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역시 말씀하신 대로였습니다. 네에・・・・또 사온 모양입니다」
일단 세입자로서 집주인에게 연락을 해둔다.
착한 어른이 계약을 깬다는건 역시 좋지않지.
이래저래 하는 동안에 역에 도달했다.


오늘도 언제나의 만원전철.
이런이런・・・・정말이지 이 만원전철에는 익숙해지질 않는다.
그야말로 불쾌・・・・・뭐냐 이 냄새는!
차내에 비릿하기 그지없는 비위생적인 냄새가 충만해온다.
냄새의 근원을 보니・・・・・! 어째서 실장석?
어째서인지 차내에 실장석이 있었다.
쓸려들어온건가?
「이봐, 누가 스프레이 가진사람 없소?」
「냄새나!」
「싫어! 이 구두 명품이라고! 여기 오지마!」
다른 사람들도 눈치를 챘는지 차내가 소란스러워진다.
「기다려요! 귀여운 실장쨩을 죽일 생각이야!」
차내의 시선이 한 점을 향한다.
정말로 히스테릭하게 생긴 아줌마가 소리를 지르고있다.
애호파인가 하는 종자인가・・・・・・・
실장석을 감싸면서 애호활동을 강행하는 미친놈들.
「애호파가・・・・」
「시민운동가 납셨네・・・」
「아침부터 작작 좀 하지그래」
「업무 전인데・・・・・」
「똥벌레에 얽히는 녀석들은 역시 닮아가는건가」
차내의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진짜 드물게 이런 일도 있다.
「아, 죄송합니다, 내립니다. 비켜주세요」
결과를 보기도 전에 역에 도착했다.
여기에서 직장은 바로 코앞이다.

푸슉

공기가 빠지는 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리고, 나를 포함한 몇 명의 사람이 내린다.
그리고 뒤에서・・・・・
「데챠아!」
아무래도 들어가는 인간에게 밟혀 죽은 모양이다.
만원전철이니까 당연하다.
「꺄아아아악! 실장쨩! 이 악마! 사람도 아냐!」
애호 아줌마의 노성이 울린다.
「요 전의 사건처럼 집단폭행 사태는 되지 않기를」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혼잣말을 했다.

직장이 있는 오피스거리에 이르렀다.
역시 아침의 오피스거리.
대량의 사람과 실장석의 것으로 생각되는 사체.
아침의 러쉬아워에 밟힌것이리라.
「언제나 있는 일이지만」
각 오피스빌딩의 청소부들이 빌딩 주위의 더러움을 치워간다.
그 중에는 경비원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도 있다.

회사에 들어가면 일거리.
딱히 특별한 일은 없다.
굳이 말하자면, 점심때에 공원에서 실장석에 먹이를 주던 OL이 엄중한 주의를 받았다.
이 회사를 포함해서 이 건물에 들어와있는 회사들은 건물관리회사에 실장석대책의 돈을 내고있다.
그런 와중에 애호파(이 경우에는 지나치게 에둘러 하는 말이다)가 회사에 있다고하면 평판에 안좋겠지.
뭐, 남의 일은 아무래도 상관없고.
내 일거리 만으로도 정신없는 것이다.
바보에 어울려줄 필요는 없다.


PS・역시 야근이었다.


일이 끝나고 귀가길을 나선다.
야근 다음이기에 아무도 술마시러 가는 사람은 없다.
손님도 뜸해진 전철에서 흔들거리며 자신의 집이 있는 역으로.
어두운 밤길에 있는 것은 청소되지 않은 실장석의 사체.
TV에 따르면 고양이나 까마귀 이상으로 동족에게 당하는 놈이 많은 모양이다.
「싫구만・・・・ 분명히 구제・청소로 들어가는 세금이 상당할텐데」
보건소도 이렇게나 있으니 대처할수도 없고, 실제는 지역주민이 스스로 처리하고있다.
「요 전의 휴일에도 “청소”에 동원됐었고・・・・・그렇구만・・똥벌레라니 이름 한번 잘 지었어」
품에서 얼마 안 남은 스프레이를 꺼내들어, 그늘에서 이쪽을 보고있던 기분나쁜 실장석 친자에게 분사한다.
가벼운 분풀이이다.
데!
데지!
테!
테챠아!
레삐!
「거의 떨어졌구만. 사서 가야지」
돌아가는 길에 있는 편의점에서 스프레이와 맥주와 안주를 산다.
계산하면서
「봉투 묶어드릴까요?」
나는「그렇게 해주세요」라고 대답한다.
알고있는가?
실장석은 탁아라고 불리는 행위를 한다.
무려 이런 쇼핑봉지에 새끼를 던져넣는 것이다.
그리고 뻐꾸기처럼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게다가 놀랄 일은 그것만이 아니다.
새끼의 냄새를 맡고 다른 가족도 따라오게 된다.
처음 경험했을 때에는 많이 놀랐다.
귀가길 도중에 위화감을 느껴 봉지를 들여다보니 빵이 먹히고있었다.
그 때에는 봉지를 묶어서, 근처의 쓰레기집하장에 던져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니 완전히 비매너였군.
그러니까 뒤에서 데스ー하면서 어미라고 생각되는 실장석과 그 가족이 나타나 데스데스 하면서 뭔가 외치고있었다.
근처에 민폐니까 스프레이를 뿌려서 처리했지만・・・・・・・・・
그 이후에는 언제나 봉지 입구를 묶도록 하고있다.

가게를 나선 순간.
손에 뭔가가 부딛힌다.
보니까 쓰레기통 그늘에서 실장석이 두 손을 들고 이쪽을 보고있다.
발치를 보니 실장석의 새끼였던 것이 지면의 얼룩이 되어있다.
데・・・데스우・・・
고개를 기울이며 한 손을 뺨에 갖다댄다.
TV에서 보는것같은 데포르메된 실장석이라면 귀여울만도 하지만, 진짜 실장석이 하면 참을수 없이 기분나쁘다.
나는 스프레이의 포장을 하나만 뜯어서 뿌렸다.
신규 메이커의 물건인듯 한데, 이게 꽝이었다.
똥을 지리며 눈알에서 액체를 흘리면서 데히데히 괴로워하고있다.
「불량품인가, 전혀 죽지않잖아! 메이커는 메이든사?・・・・이젠 여기 물건 안 사야겠어!」
이래서야 살충제도 아니라 고문용 약물이잖은가.
고통스러움에 몸부림치는 실장석을 내버려두고, 나는 떠나갔다.


공원에 이르렀다.
왠지 공원에 오고싶어졌다.
사실, 이 공원은 요 전의 지역청소로 실장석을 구제한 공원이다.
물론 나도 참가했었고・・・・(의역, 강제참가)
「불결한 실장석도 없으니, 이렇게 술도 마실수있고 좋구만」
봉투를 열고 술과 안주를 꺼낸다.
「뭐・・・・맥주도 아니고 발포주지만・・・・」
안주를 씹고 그것을 발포주로 흘려넣는다.
「마시는 방법은 반대이지만 그만둘수가 없지」
이 순서가 거꾸로된 마시는 방법이 좋은것이다.
「이상한걸까, 이렇게 마시면」
데갸아!
데쟈아!
데챠아!
테치ー테치ー!
보니까 안쪽에서 누군가가 실장석을 죽이고있는 모양이다.
「이런 오밤중에? 학대파인가 하는 녀석인가?」
실장석을 학대하는 일에 집념을 불태우는 자들.
애호파의 대척점에 있는 존재.
라고・・・・본인들은 말하고있지만, 내가 보기엔 다 똑같은 놈들이다.
실장학대라고 지껄이면서, 빠루같은 것을 보이게 들고다니는 양아치들.
애초에 실장석같이 불결한 생물을 대면하고 싶어한다는 시점에서 명백하게 미친놈이다.
그렇게 힘이 남아돌면 청소 봉사활동이라도 해보지 그래.
구태여 몇 마리씩 집 안에 들고가서는 학대한다니, 무익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나도 어릴때에는 벌레를 괴롭히거나 했었지만, 어린이라면 몰라도 다 큰 어른이 그러고있다니, 유치하지않은가.

「기분 잡쳤어」
남은 발포주를 들이키고 집으로 돌아간다.
내일도 일이다.
「얼른 자자」


이것은 극히 평범한 보통사람의 하루.
실장석따위와는 얽히려 들지 않는, 보통 어른의 언제나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