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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석의 풍경



출산석이라는 것이 있다.
관계자, 혹은 그녀 자신에게 물어보면 거의 틀림없이 생물이 아니라
"상품"이라고 답할 것이다.


이 공장에는 2000마리의 실장석이 있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이 공장에 울리는 소리라고는 땅울림과도 같은 기계의 작동 소리와 
인간 직원 대신 분류석이 화물을 누르는 소리, 혹은 갓 태어난 자실장이 지르는 울음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실장 축산 시설 치고는 매우 조용하다고 할 수 있다.
이곳은 식육업체나 실장 레저 시설에 도매하기 위한 자실장을 생산하는 출산석을 가진 공장이다. 
시설의 사이즈에 비해 인간의 직원은 극단적으로 적다.
이는 기계화에 의한 자동화와 똑똑한 실장석을 훈련시킨 분류석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의 일부를 보자.


공장 내에는 몸이 고정되어 입과 총배설구에 튜브가 꽂혀있고 팔에는 링거를 꽂은
독라 실장석이 즐비하다.
이것이 출산석이다.
독라인 것은 위생 면에서 본 문제로 초기 시설에서는 이들을 제거하지 않아서
공장 내에 이가 생기거나, 지독한 악취에서 태어난 직후의 자실장이 즉사하기도 했다.
이것을 해소하기 위한 독라이다.
세제 섞인 물을 뿌리기만 하면 되는 세척만 하면 되니 이쪽이 편리하다.
또 일반적으로는 엎드려 있는 자세, 즉 엎드려 고정돼 있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실제로는 위를 향해 인간의 산모가 분만대에 고정되듯이 해두고 있다. 
반듯하게 누워 있으면 임신시에 부풀어 오른 배가 압박되어 태어난 새끼에게 이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입에 넣은 튜브에서는 먹이가 들어가고 총배설구에 박힌 튜브에서는 똥이 나오는 것은 상상하는 바와 같다.
당연히 출산할 때 튜브를 끼고 있으면 문제가 되지만 태아가 완전히 자란 뒤에
붉은 염료(고추 등이 아닌 자극이 적은 것)를 점안하는 강제 출산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분류석이 그 때 튜브를 빼도록 하고 있다.
입 튜브로 들어가는 먹이이지만 사실 이것은 의외로 맛이 좋다.
유동식이라 씹는 기쁨은 없지만 콘페이토 만큼은 아니더라도 시판되는 실장푸드보다 더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감각이 출산석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이다.


태아가 완전히 성장해서 강제 출산을 해도 문제 없을 경우 출산석의 고정대에서 신호가 나온다. 
그에 따른 화물을 눌러 그 출산석이 있는 곳까지 분류석이 온다.
분류석도 위생 문제로 대머리이다.
일단 옷은 입고 있지만 원래 실장복이 아니라 공장에서 규정된 흰색 작업복과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 흰옷 덕분에, 내벽의 흰 공장이 더 하얗게 보이는 것이다.
분류석이 도착하면 우선 분류석이 출산석의 총배설구에 들어간 튜브를 빼고
고정대에 몇가지 버튼 중 녹색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고정대에서 출산석 왼쪽 눈에 홍색 식용 물감이 흘러 강제 출산이 시작된다.

태어날 자실장은 고정대 아래에 약간의 물이 담긴 수조에 굴러 떨어진다. 
분류석은 재빨리 자실장의 점막을 핥아, 카고 속의 우리에 1마리씩 넣어 간다.
카고는 자실장 한마리가 들어가는 크기의 우리가 15개 정도 채워져 있다.
한 우리에 1마리씩 넣는 것은 태어난 직후라 하더라도 자매끼리 싸우거나 동족식의 발생을 막기 위해서다.
모처럼의 상품을 손상시킬 수는 없다.

이렇게 출산석은 태어난 아이를 건드리지도 말을 걸지도 못하고 한번의 출산을 마치는 것이다.
참고로, 태어난 자실장에 손을 댄 분류석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불순한 녀석은 공장 직원으로 고용되어 있는 학대파의 무시무시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 
설령 살아난다고 해도 기다리는 건 다진 고기가 되어 출산석의 먹이의 보탬이 된다는 운명뿐이다.
이는 모든 분류석을 정렬시켜 행하여지며 규칙을 지키지 못하면 이렇게 된다는 본보기로 삼는다.



"와타치가 이곳으로 옮겨진 지 얼마나 됐을까.
마마와 와타치를 잇는 마지막 인연인, 머리와 옷을 빼앗겨 독라가 되고 몸은 이상한 기계에 끌려 입과 엉덩이에 튜브를 밀어넣은 채 계속 살아왔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대부분 아무 변화 없는 생활.
임신하고 아기를 낳는 것 이외는, 와타치는 할 일이 없다. 할 수가 없다.
지금도 다시 부풀어 오른 배가 다음의 이별을 예고하고 있다.
...와타치는 왜 태어났을까?"

이 자문자답을 하는 실장석은 0317.
지금의 고정대에 묶였을 때 주어진 이름이랄까 번호다.
이곳에 끌려온 지 나름대로 시간이 지났지만 낮밤 없이 공장 일, 구체적인 일수는 전혀 알 수 없다. 
실장석에게 날짜 개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희미하게 "텟테레? ♪" 라는 울음 소리가 들렸을 때 입의 튜브에서 먹이가 흘러나왔다. 
달콤하고 맛있는 이곳에서의 유일한 즐거움이다.
이런 즐거움이라도 없다면 끔찍할 것이다.
그녀들이 눈치채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먹이를 비롯한 갖가지
스트레스 개선책들은 그녀들의 출산 횟수를 조금이라도 더 늘리기 위한 고안이다.

학대 목적이라면 얼마나 형편없는 먹이를 주는지를 신경쓰겠지만
여기는 한 기업의 공장이다.
스트레스를 경감시키고, 주어진 『 비품 출산석 』을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제였다.
문득 그녀가 천장 주위를 올려다보니 바깥 창문을 통해 누군가가 들여다보는 것이 보였다.
여러 명의 닝겐과 한 사람의 닝겐에게 안긴 실장석. 
닝겐의 구별은 되지 않았지만 실장석만은 유난히 뚜렷이 보였다. 

예쁜 옷과 리본을 단, 옷차림이 좋은 실장석.
닝겐이 무엇인가 말할 때마다 입가에 손이 올려졌고, 실장석 특유의 비웃음을 짓고 있다.
깔보이면 무조건 잔뜩 화나는 것이 실장석이다. 
실제로 몇몇 고정대에서 덜컹덜컹 몸을 흔드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그것은 2000마리 중 얼마 되지 않는다.

이곳에 와서 10번쯤 출산할 무렵에는 이미 그녀들은 돌이킬 수 없는 곳에 와 버렸다는 것을 깨닫는다.
애호든 학대든 누군가에게 상대를 받는다면 반응의 여지가 있지만
자실장을 낳기 위한 기계로 취급되다 보면 마음도 없어져 가는 것이다.
실장석의 본능을 덮어씌울 정도로 이 공장의 출산석에 드리운 먹구름과도 같은 체념은 무겁다. 
다만 부딪치는 비웃음은 눈동자의 빛깔을 거무스름하게 만들 뿐이다.

문득 어느새 0317 앞에 흰 옷이 우리가 쌓인 카고를 밀고 왔다.
또?... 0317이 그렇게 생각했을 때 왼쪽 눈에 붉은 액체가 흘린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
분류석은 놀랐다. 0317의 총배설구에서 나온 것은 기형으로도 구더기쨩도 아닌 그냥 고깃덩어리였다.
뚝뚝하고 8마리 분량 정도가 떨어져 나왔지만 어느 것 하나도 살아 있지 않았다.
0317은 최근 상태가 나빴지만, 이 지경이 되면 회복될 가망은 없다.  결국 폐기되는 것이다.
분류석은 고정대의 빨간 버튼을 누른다. 

그러자 천장에 달린 크레인이 0317을 고정대째 실어 나른다.
운반된 방도 역시 하얗다. 
중앙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 이외, 다른 점은 없다.
거기에서 0317은 분류석들에 의해 벨트가 풀리고 살아서 처음으로 자유롭게 됐다.

"후에햐아아아아. 태희, 티,~~~"

항상 튜브를 넣던 입에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0317은 자유로워진 기쁨을 되새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 직후 분류석에 뒤에서 걷어차인다.
그 앞에는 방의 구멍이.
0317은 목소리를 높인 뒤 구멍 속의 대형 믹서로 다진 고기가 되었다.


상품으로서 태어난 0317은 상품으로서 죽었다. 거기서 비로소 자유로워졌다.
아마 지옥인지 천국인지는 모르지만 태어난 새끼들과 함께 살 것이다.
출산석이 낳은 자실장들은 애완용으로 키워지는 것은 없다.
식용이나 레저 시설에서 소모되어 아무리 길어도 4개월 이상 살지 못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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