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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실장 (ㅇㅇ(114.199))

 

공원의 먹이경쟁에서 탈락하는 쪽은 물론 힘이나 재주가 약한 쪽이다. 그래서 먹이를 구하러 나서는 것은 이미 성장을 마친 성체들 뿐이다.
그들이 밥을 구하러 가는곳은 파란 음식물쓰래기 수거함이다. 어찌저찌 수거함의 밑동을 후려치면 흘러넘치는 부분이나, 간혹 아래로 새는 쓰래기를 주섬주섬 봉투에 담는다.
경쟁자가 근처에 다가오면 소리지르며 밀치는 실장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고된 노동의 산물을 채가는 놈은 봐줄 수 없을 뿐더러, 남의 먹을것을 채가는 기쁨도 적지 않기 때문에.
망아의 상태가 되어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대는 늠름한 성체들. 그 사이로 그들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실장석 하나가 구렁이 담넘듯이 그들을 제친다.
두 성체실장이 놀랄새도 없이 그 노련한 실장석은 작고 검은 봉투에 바닥에 떨어진 음식물을 가득 채워넣곤 풀숲 속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뒤늦게나마 두 실장석이 알아챘을 때에는 노력해서 두들긴 수확물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한 눈 판 사이에 대담하게 먹을것을 노략하는 솜씨는 하루이틀 연습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이미 볼살이 축 처져 턱 근처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진 이 실장석은 결코 적지 않은 세월동안 이렇게 살아남는 방법을 연마해왔던 것이다.
공원에서 가장 눈에 띄지 않는 방아깨비서식지 구석에 마대자루를 덮어 위장한 골판지 하우스. 집주인인 노실장은 빈집털이 대비용 차단막을 조심스레 걷고는 빵빵한 비닐봉지를 끌고 안으로 들어간다.
늙은 실장석 한마리 밖에 살지 않는 아담한 집. 조금 둘러보면 바람빠진 고무공이나 자실장의 잠자리로 쓰인 물기없는 물티슈 조각이 널브러져 있는 것으로 보아 자들이 있었던 것은 맞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은 노실장 하나만이 사는 집인 것 처럼 보인다. 노실장은 비닐봉지 안의 내용물을 꺼내 식료품을 보관하는 작은 종이상자 안에 넣고, 아직 살코기가 남은 생선조림의 잔해를 쭙쭙 빨아먹는다.

조용한 식사가 끝나면 노실장의 일과는 절반이 마무리 된 것이다. 나머지 절반은 모아온 쓰래기나 주변의 잡초를 이용해서 잡다한 수제용품을 만드는데 모두 소비하는 것이다.
사연이 깊어보이는 흉터들이 우들두들 난 둥근 손으로 온갖 것들을 만든다. 분충 퇴치용 생선뼈트랩, 잡초로 엮어 만든 길찾기용 로프, 독거생활의 외로움을 달래는 정원용 삽...
노실장은 오늘 자실장이 갖고 놀 법한 작은 인형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풀잎을 엮어 기운 몸통에 휴지조각으로 속을 채우고 작은 꽃잎들로 마무리를 할 때까지는 하루를 꼬박 지새워야 했다.
자신이 쓸 것도 아닌 것에 큰 정성을 기울이는 이유는, 때때로 이런 것들이 유용하게 쓰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날 노실장은 밤이 되어 손조차 보이지 않을만큼 어두워질 때가 되서야 작업물을 내려놓았다.

문득 그 작은 인형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어릴 때의 자신이 생각난다.
그 늙은 실장석에게도 물론 어릴 때는 있었다.

맨 처음 기억나는 풍경은 어느 눈내리는 날의 강변으로, 아직 친실장의 품에 쏙 안길 수 있는 자실장이었을 적의 풍경이다.
따뜻한 추억거리는 아니었다. 본래 산에서 살던 산실장 일가였지만 큰 동물들에게 은신처가 발각된 탓에 도망치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안고 있던 친실장은 그대로 개울을 따라 자갈길을 해치며 멀리 떠나왔다. 같이 부락을 이루며 살던 자매들과는 그렇게 기약도 없이 결별하고말았다. 친실장은 품 안의 어린 자들을 꼭 껴안고 동상의 고통을 참으며 산을 내려왔다.
그 때 자신은 무서운 일을 당할 것이라 생각하여 겁에 질렸기 때문에 비명 한번 내지 못한 채 벌벌 떨었다. 풀잎으로 엮어 만든 이파리 인형을 꼭 안고. 그렇게 일가는 산 아래의 작은 공원에 정착하게 되었다.

산실장이 갑작스레 들실장으로서의 생활으로 돌아서는 것은 쉽지 않았다. 먹이를 구하는 방법부터 생소했을 뿐더러, 인근 들실장 무리의 텃세도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들실장에 비하면 체력과 정신력이 일반적으로 월등한 산실장의 신체조건덕분에 일가는 어찌저찌 자리를 잡아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친실장은 방해를 받으면 대담하게 부딪혔고, 배워야 할 게 있으면 모두 알아내서 자들에게 알려주었다.
다소 불행한 일로 인해 안락히 살고 있었던 부락은 분해되었지만, 새로운 출발을 앞둔 일가는 슬픔을 외면하고 강인하게 새로운 환경에 맞서는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들실장의 생태 역시 타의적으로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쉽게 깨질 수 있는 것이었다.
어느덧 성체의 절반까지 큰 자신은 독립해서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역경을 이겨내고 다급한 이주에 성공한 자신의 마마와 같은 성체실장이 되겠노라 다짐한 시기였다.
그 시기에, 유랑하는 독라 떼거리가 공원을 급습했다.
먹을것이 없어진 공원을 떠나 정처없이 떠도는 이 도적떼는 가까운 공원들을 습격해 먹을것을 빼앗고, 공원의 들실장들도 먹어치워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악랄함으로 이름이 높았다.
들실장들은 일제히 패닉에 빠져 망동하기 시작했다. 우왕좌왕하면서 시간을 다 보내다 독라 떼거리에게 붙들려 살을 파먹히는 경우는 예사였다. 숨어있던 골판지 째로 투석공격에 무너지는 일가가 있는가 하면, 자식들을 내던지고 제 혼자 살겠다는 친실장까지 다양한 광경이 펼쳐졌다.
기껏 이주해서 자리를 일가에게도 물론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하지만 본래 산실장으로서의 삶은 언제나 불의의 습격에 대비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친실장은 여느 들실장들과 다르게 침착하게 자신과 싸울수 있는 자들 모두 단단히 무장시켰다.

일가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처음엔 성공적이었다. 보이는 하우스마다 풍비박산을 내놓던 떼거리였지만 이 일가의 하우스만큼은 함락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떨쳐댄 악명답게 집요했던 떼거리는 다시 포악한 독라들을 소집해 일가를 향한 공격을 재개했다. 일가는 꼼짝없이 포위되어 실각될 위기에 처했다.
친실장은 모든 지혜를 짜내어 수적 열세를 극복하는 싸움을 계속했지만 결국 죽음을 맞았다. 곧 친실장의 육신은 증오에 찬 독라들의 음식이 되어 갈기갈기 찢겨갔다. 그 비통하고 고독한 죽음에는 아무런 명예도 뒤따르지 못했다.
그 죽음을 목도한 자신과 자매들은 큰 충격과 슬픔에 휩싸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이 넘쳤던 장녀 언니는 울분을 터뜨리며 시체를 씹던 독라들에게 달려들었다.
그 분노가 전염되어 자신을 포함한 자매들도 모두 뛰쳐나가 가지고 있던 온갖 무기를 동원해 친실장의 원수들을 도륙냈다.
일가의 분전으로 인해 떼거리는 이미 떼거리라 부를 수 없을만큼 숫자가 줄어있었기에, 자매들의 항전은 그야말로 결정타가 되었다. 분노의 총공격을 받은 잔당들은 고작 두어마리만 살아남아 혼비백산하여 도망친 것이다.
달아나는 뒷모습을 본 뒤에야 비로소 주저앉아 진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변에 자매들은 한 마리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 사실을 눈치챈 자신은 벌떡 일어나 울음을 터뜨리며 자매들을 찾아 주변을 서성였다.
모두 찾긴 했지만, 모두 시체가 된 뒤였다. 언니도 동생도 모두 죽고 자신만 살아남은 것이다. 이제 자신은 완전히 천애고아의 신세였다.

정신을 잃을만큼 울고, 정신을 차린 다음 다시 울기를 반복하다 어느새 밤이 되었다.
독라 떼거리의 약탈이 끝났다는것을 뒤늦게 눈치챈 들실장들이 슬금슬금, 공원을 살피러 은신처 밖으로 하나둘씩 나왔다.
놀랍게도 떼거리는 흔적만 남긴채 모두 사라져 있었다. 그것도 시체들만 남긴채. 들실장들은 몹시 기뻐했다. 약탈자의 죽음으로써 더욱 안전해진 것도 있었지만, 여하튼 동족의 시체란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덩치 큰 실장석들은 울고 있는 자신을 제치고 널브러진 동족의 시체들을 주워가기 시작했다. 자신은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그들은 독라 떼거리의 시체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들의 시체까지 주워가고 있었다.
낮에 그랬던 것처럼 눈이 뒤집어질만큼 분노하며 그들에게 항의했다. 그들은 잠시 멈칫했지만 아랑곳 않고 고기를 다시 챙겼다. 그 작태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자신은 그들에게 달려들어 폭력을 휘둘렀다.
별안간 날뛰는 중실장의 주먹에 몇몇 들실장의 코가 깨지고 발라당 뒤집어지기까지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낮과는 달리 자매들도 없이 혼자 공격했기 때문에 수적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은 하나도 없었다.
곧 집단구타에 정신을 잃을만큼 두들겨맞아 제압되었다. 의식이 회복되었을 때에는 여전히 시체를 챙기는 성체들이 근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었으나, 이미 상당수가 없어져 있었다.
친실장과 자매들의 시체는 이미 흔적도 없었다. 욱신거리는  몸을 비척대보려 하지만 조금도 움직여지지 않았다. 피눈물만이 흘러내린다. 비명만이 얇게 터져나온다.

그만둬. 먹지마. 우리가 너희들을 지켰어. 우리가 너희들을 대신해서 싸웠어. 그런데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어?
새된 비명같은 항의를 들은 몇 성체실장은 의식을 회복한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그들 중 몇몇이 코웃음치며 말했다.
우리가 언제 부탁이라도 했나? 멋대로 죽어놓고 은혜를 씌운 체 하지 말아라.

...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집이 있었던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하루 내내 나가서 싸웠기 때문에 구더기 몇마리에 엄지 한 마리가 지키고 있었다. 그건 사실상 하루 내내 빈 집인 상태였음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건 누군가에게는 식량과 주거지를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엄지가 갖고 놀던 작은 이파리 인형 하나가 찢겨진채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이미 피눈물이 흐르다 못해 피부에 쩍쩍 말라붙은 자신의 눈에는 더 이상 흘러내릴 슬픔이 없었다. 한참을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던 자신은 곧 몸을 비척비척 움직였다.
집을 구하자.
집이 될만한 골판지를 찾아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을 곳에서 살자.
그 뒤엔, 먹을 것을 찾자.
그렇게 집이 있었던 곳을 떠나 꽤 거리가 있는 폐지장까지 자신은 걸어갔다. 슬퍼하는 일에 단 1초도 할애하지 않은 채 그저 걷기만 했다. 두번다시 뒤를 돌아보지 않겠다는 듯이 고개를 빳빳이 한 채.



그런 일이 있었던 뒤로 며칠이 지났는지를 가늠하기 힘들만큼 긴 세월이 흘러, 자신은 노실장이 될 때까지 이 공원에서 살아있다.
완성된 인형을 만지작거리는 노실장의 얼굴에 이제껏 있었던 일들이 스쳐지나간다.
공원의 어떤 들실장들과도 관계하지 않고 살아가겠다는 일념으로, 조용히 자들을 키워 하나 둘씩 독립시켜나갔다.
극단적으로 교류를 차단한 삶은 비록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었지만 더없이 안전한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노실장은 상당히 많은 수의 자를 독립시킬 수 있었다.
이제는 출산적령기도 끝나 완전히 혼자가 된 노실장은 온전히 자신만을 책임지며 삶을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다만 한 가지, 미련이 남는 일 하나를 마무리할 필요가 있었다.
노실장은 쓰다듬던 인형을 머리맡에 놔두고 잠에 들었다.






그 인형은 다음날 아침, 공원의 어느 일가의 집 앞에 놓여 있었다.
아침 배변활동을 위해 집 밖을 나서자마자 인형을 발견한 자실장 하나가 똥이 흐르는 것도 잊은 채 인형에 달려들었다. 흥미가 완전히 꽂혔다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인형을 주무르고 눌러보았다.
인형을 갖고 노는데 정신이 팔려 풀숲에서 마냥 뒹구는 자실장의 뒤에, 노실장이 미소를 지으며 서 있다.
친실장이 따라나왔나 싶어 뒤를 돌아본 자실장은 낯선 어른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테? 아줌마 누구?\"
노실장은 자실장이 소중하게 껴안고 있던 인형을 잡아 홱 낚아챈다. 자실장은 한동안 어안이 벙벙해 안고있던 자세 그대로 가만히 있다가, 곧 빼앗긴 인형을 향해 소리지른다.
\"테챠아아아 돌려줘테치이이\"
이미 완전히 자신의 것이라 생각한 인형을 돌려내라며 노실장의 발치에 다가가는 자실장. 원망스런 눈을 하며 짧은 팔을 휘둘러 다리에 툭툭 공격을 해댄다.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던 노실장은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그 사이, 한 무리의 성체들이 골판지의 문이 열린 것을 틈타 자실장의 가족들을 유린한다.
\"데? 너희들은 뭐인데...데갸아아아!!\"
\"마마. 시끄러운테... 테챠아아아!!\"
\"여긴 우리집인 테치! 나가 테치! 테..? 치벳!!\"
자실장이 밖에 나간 사이에, 문의 걸쇠나 비상알림줄같은 안전장치를 무시한 채 성체실장들이 들어가 난장을 쳤다. 골판지 안은 순식간에 안락한 꿈동산에서 수라장이 되었다.
인형이 자실장의 관심을 완전히 유인한 것 덕분에, 집의 안전장치가 단 하나도 유효하게 작동하지 못했던 것이다.
\"와타시의 자들을 건드리지 마는데샤!!\"
\"시끄러운데스 분충! 다른데 신경 쓸 때가 아닌데스!\"
\"데, 데복! 때리지 마는데스! 오로롱!!\"
\"치에에엥! 마마앗!! 구해줘테챠아앗!\"

그제서야 집 밖으로 나와있던 자실장도 노실장을 때리던 것을 멈추고 집을 돌아보았다.
방금 전 까지만해도 자기가 누워있던 집이었는데 지금은 폭력이 난무하는 수라장이 되었다. 이 사실을 자실장의 작은 뇌가 이해하는 데 까지는 몇 초가 걸렸다.
자실장은 \"테치이이이이\" 하고 비명을 지르며 성대하게 빵콘해버렸다.
\"마마! 언니! 테에에에에엥!!\"
노실장의 앞에서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차마 저 폭력의 현장에 휘말릴 순 없는 것을 알기에 섣불리 다가가진 못했다.
자실장은 그 자리에 앉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우람한 성체들이 자매들을 짓밟아 허리를 끊어버리고, 도망치려는 것을 잡아 독라로 만들고, 자랑스러웠던 마마를 꽁꽁 붙잡아 먼지털듯이 패고 있는 광경을.

자실장은 근처에 있던 노실장을 다시 올려다본다. 노실장도 자신의 집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아주 흐뭇한 표정으로.
자실장은 방금전까지 인형을 달라며 두들겼던 것을 새까맣게 잊었는지 노실장에게 부탁하기 시작했다.
\"아줌마! 보고만 있지말고 도와줘테치! 제발테치이!!\"
절박한 얼굴로 양손을 파닥거리며 도움을 청한다. 이것이 자실장의 최선이었다. 이렇게까지 부탁했는데 거절당했던 적은 없었다.
노실장은 자실장을 향해 미소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보고만 있지 말고 오마에가 하는데스.\"

노실장은 자실장의 뒷머리를 잡아 도살장이 된 골판지 속으로 냅다 던졌다.
영문도 모른채 던져진 자실장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웃음짓는 성체들 앞에서 상황을 파악한 자실장은, 생애의 최후에 아첨을 지어보였다.




적록의 체액이 난자해져 빈터가 된 골판지.
돌망치로 난타하여 그마저도 완전히 분쇄해버린 성체들은 이곳에 집이 있었다는 사실 그 자체를 지우려는듯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시체는 그 자리에서 먹거나 가지고 온 봉투에 나누어담았다. 맨 마지막에 목을 꺾어 죽인 자실장도 사지와 목을 분리하여 균등하게 나누었다.
성체실장 하나가 고기로 불룩해진 봉투 하나를 들고 그 앞에서 구경하던 노실장에게 다가가 건넸다.

\"마마. 오래 기다리셨던데스.\"

조용히 봉투를 받아든 노실장은 눈 앞에 있는 자랑스러운 자들을 바라본다.
이 성체실장들은 모두 노실장의 자들이었다. 모두 노실장이 손수 만든 무기들로 무장해 그야말로 무력집단이었다.
언젠가 이 날이 올거라며 가르쳤던 자들은 비록 독립했지만 마마의 부름에 아침 일찍부터 모여 거사를 치루었다. 노실장의 지혜가 제대로 먹혀들어간 덕에 모두가 한껏 의기양양해졌다.
노실장은 흐뭇하게 웃으며 인형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자들에게 말했다.

\"다음 골판지로 가는데스.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데스.\"
\"데스우.\"

노실장과 그녀의 자들은 일제히 다음 골판지가 있는 곳을 향해 우르르 몰려갔다.
아직 이슬도 안 마른 아침. 오늘 그들은 모든 들분충들을 죽일 때 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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