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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제 (QWER)

 

파킨-



"마마앗! 마마아악!"

"마마가 죽은테치! 도망가는테치!"

"학대파! 학대파가 나타난 데스요!"

"테챠아아아앗- 와타시의 푸드가- (으직) 테뵷-"

"장녀어어어! 푸드같은건 아무래도 좋으니 빨리 이쪽으로 오는데스우-!"

"데프픗, 저 자는 분충이라 죽은데스웅~" 퍽- "데샤뵷-!" 

공원의 광장을 가득 매우고 있던 실장석들이 벌레처럼 흩어진다.

테츠오(21세)는 쪼개던 얼굴 그대로 쪼개진 들친충의 잔해에서 두꺼운 전공서적을 집어들었다.
알테바움 교수가 저술한 실장각론 제4판에는 물론 실장석은 능히 부술 정도의 육중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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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아아... 쨔아아아아..."

조용해진 공원의 광장 한가운데, 독라엄지가 쓰러지듯 바닥에 엎드려 거뭇한 색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바닥에 내팽겨쳐진 어육소세지같은 그 모습에 테츠오의 눈가가 작게 경련했다. 

엄지다. 엄지가 있다.

딱히 테츠오는 실장석에 대해 애호파도 학대파도 아니었다.
진정으로 실장을 연구하려면 애호나 학대같은 저열한 분류에서 벗어나 중립적 시선을 견지해야한다는 것이 최근 학계의 주류였다.
일개 학부생에 불과한 테츠오가 별다른 저항없이 그에 편승한 것에 대해 딱히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지 오늘 실장각론의 중간고사가 있었고 시험 후 동기들과의 정답체크 중 큰 실수를 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화가 났던 것이다.

2번문항, 엄지실장의 분충성에 대한 학술적 논쟁의 서술에서 테츠오는 후천적분충설과 외재적한계설에 
중점을 두고 서술하였으나 담당교수는 알테바움 학파에 속한 태생분충설과 내재적한계설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것이다.
필시 수석의 좌는 교수의 입맛에 맞는 답안을 써낸 토시아키가 차지하리라.  

테츠오의 비바라기는 좌절되어 교수의 씨뿌리기의 희생자가 될 것임이 분명해보였다.

요컨데 테츠오에게는 화풀이 대상이 필요했을 뿐 딱히 들분충들이 테츠오에게 잘못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오늘의 분노와 관련이 있는 엄지를 보고 테츠오는 뭔가 따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되었다.

"넌 분충이냐?"

"레... 레챠아아아앗 닝겐! 닝겐인레치이이! 살해당하는 레치이이이-!"

"날때부터 분충이냐고."

"마마아! 마마아앗-!"

"작고 약하고 무능하고 심성조차 쓰래기같으니까 분충이 되는게 확정인거냐고!!!"

"찌이잇-! 쨔아아아아아앗-!"

술렁...술렁... 학대파... 술렁...추잡해...술렁... 죽어버렸으면...술렁

테츠오는 고개를 들어 몰려들기 시작한 구경꾼들을 바라보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자신이 흘린 눈물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엄지를 집어들어 거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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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이이익- 챠르르르륵-

자그마한 자취방에 은은한 온기와 달콤한 향기가 퍼진다.

꼬르르르륵-

엄지만한 벌레에게서 났다고 생각할 수 없는 큰 배곯이 소리가 울려퍼졌다.

"레에..."

"먹어."

"레챱... 레챱... (주륵) 그리운 맛인 레치... 이거 엄청 맛있는 레치! 아마아마하면서 슷파이하고 쥬시한 레치!"

"역시 탕수육은 볶먹이지."

"닌겐상! 아마아마한 음식을 주셔서 감사한 레치! 태어나서 아와아와도 처음해본 레치! 너무나 기쁜레치!"

탕수육을 기쁘게 먹는 엄지를 보며 미소짓던 테츠오는 오늘 있었던 중간고사에 대한 후회를 곱씹었다.

닥터 프로페서 알테바움은 자신의 저서 '실장각론의 제4장 엄지벌레'항목에서
'엄지는 작고 약하고 무능하며 심성조차 고약하게 태어나는 '태생적분충'이며 그 내재적한계(저능함)로 인해 
드물게 분충성을 보이지 않는 듯한 개체도 교활하게 숨겨온 태생적분충성을 드러내고 마는 오로지 평생 똥을 먹이는    것으로 교정되야할 추잡하고 가엾은 흉물'이라고 단호하게 서술하고 있었다.

엄지 역시 후천적으로 외부의 고된 환경에 의한 절망으로 인해 생존을 위해 삐뚤어진다는 후천적분충설,
외재적한계설을 자신있게 역설하던 테츠오는 자신의 답안에 도취된 나머지 들실장일가에서 나타나는 엄지의 정기능과
그 유용성에 대해서까지 서술하였던 것이다. 교수가 정말로 알테바움의 추종자라면 이번 시험은 망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 그런데 넌 왜 거기서 그러고 있었던거냐?"

"레에... 와타치 필요없는 아이인 레치... 마마의 자도, 운치굴 노예도, 비상식도 될 수 없었던 레치..."

엄지는 오늘 공원의 화장실에서 태어난 것
동족식장들을 따돌리는 미끼의 역할을 수행하면 운치굴 노예로라도 삼아주기로 친충으로부터 약속받은 것
독라가 된 것에 슬퍼 울다가 운치굴 노예도 못돼고 쫓겨난 것
비상식량으로나마 필요로 해주기를 바랬으나 우마우마한 푸드에게 밀려 거부당한 것 그 모든 것을 테츠오에게 말하였다.

일그러지고 찌그러져 죽어가던 테츠오의 마음에 잔불이 일었다.

증거는 여기에 있다!
눈이 있는 자는 보아라! 이 엄지는 분충이 아니다!
설령 이 엄지가 분충이 되더라도 그건 외부적 요인과 그 경험으로 인한 후천적인 변화일 뿐이다!
처음부터 분충이었는데 분충성을 숨겼다거나 그런것은 억지다!
감자나 먹어라 알테바움! 내 족이나 빨아라 토시아키! 나는 틀리지 않았어!

"너... 누군가에게 필요해지고 싶은거냐?"

"레렛..! 와타치 닌겐상에게 필요한 레치? 이제 필요없는 아이 아닌레치?"

"그래! 너와 내가 증명하는거야! 미도리... 엄지실장은 분충이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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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수업이 끝나고 테츠오는 미도리(라 이름붙인) 엄지실장을 대리고 603호실로 향했다.

똑똑- "약속을 잡은 테츠오입니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자 낡은 종이와 잉크의 냄새, 그리고 은은한 실장취가 테츠오의 코를 간질였다.

"앉으시게"

A교수. 
내년 정년퇴직을 앞둔 이 왜소한 노인이야말로 많은 학술적 성과를 달성한 알테바움 학파의 큰 기둥 중 한명이며...
테츠오가 수강하는 실장각론을 담당하는... 즉 테츠오의 명줄을 쥐고 있는 자다. 

"테츠오군. 시험이 끝난 직후 나를 방문한 자네의 학구열은 감명깊지만... 정직히 말해 예상 밖의 방문이로군."

"교수님, 오늘 제가 방문한 것은 이 아이를 교수님께 보여드리고자 해서입니다."

테츠오는 소리가 날라 책상 위에 보급형 케이지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호오... 그것은... 실장종인가? 실홍석? 실금석? 아니야. 케이지의 크기로 보아 실등석이 틀림 없군."

진귀한 아종인 실등석의 실물을 볼 기회를 얻었다고 착각한 A교수의 목소리는 기대로 들떴다.

"아닙니다 교수님. 오늘 제가 가져온 것은 '개념엄지'입니다. 나오렴 미도리."

"레에... 레... 레칫... 레칫..."

케이지의 문이 열리고 실장취가 번지자 A교수의 눈에 노골적인 실망이 스쳐지나갔다.
어두운 케이지 속에서 걸어 나온 것은 독라의 엄지벌레였다. 
그 두 눈에는... 실장석의 깊은 절망과 슬픔을 상징하는 거뭇한 색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잠시 이어지던 적막을 먼저 깬 것은 조금 당황한 듯한 A교수였다.  

"테츠오군... 자네 이 아이를... 학대한건가?"

테츠오는 몹시 당황했다.

"미도리?! 미도리?! 왜 우는 거니? 단지 나는 네가 교수님앞에서 네가 얼마나 착한..."

"불쌍한레치... 닝겐상 불쌍한 레치... 머리카락 없어없어레치... 늙은 닝겐상 불쌍한레치요..."

603호실이 다시 한번 적막으로 가득찼다. 미도리의 훌쩍임만이 간헐적으로 계속되었다.

"닝겐상! 포기하면안돼레치! 늙고 쭈글쭈글하고 머리카락없어없어 반독라 닌겐이지만 미도리는 그런 닌겐상도 응원하는 레치요!"

실장의 운치보다 푸르죽죽하게 변한 테츠오의 얼굴에서 땀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지지 않는레치요! 싸우는레치요 닌겐상!")"테츠오군..."

("누군가는 그런 닌겐상도 필요로 해줄것인 레치! 미도리가 보증하는 레치!")"겨스님 재성합니다아앗! 저는 단지...!" 쾅! 지벳-

미도리를 적록의 얼룩으로 만든 A교수의 주먹은 작게 떨리며 책상에 더러운 얼룩을 번지게 하고 있었다.

"테츠오군. 대충... 자네가 무엇을 생각하고 왜 이 자리에 왔는지 알겠네."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테츠오의 정신을 깨운 A교수의 목소리는 의외로 차분하고, 자애로웠다.

"겨스님 재성하빈다...! 쩨발 낙제점만은-!"

A교수는 미소지으며 작게 머리를 가로져었다.

"테츠오군. 분명 나는 알테바움 학회에 속해있지만... 나는 가르치는 사람이지 내 의견을 주입하며 억압하는 사람이 아닐세. 
확정된 사실이 아니기에 논쟁이 있고 더욱 더 연구하는 것이야. 분명 2문항은 '논쟁'에 관한 것이었고 명확한 진리는 없네.
거기에 자네의 학술적 신념과 그것을 지지해주는 논리적 전개가 명확하다면 그것으로 좋은것일세."

테츠오의 얼굴이 창피함으로 붉게 물들었다.

"재성하빈다... 제가... 제가 멋대로 속단해서 이런 무례를..."

"그러니까... 나의 눈치를 보고 내 학술적 신념을 흉내내며 타협할 필요는 없는것일세." 

어깨를 들썩이며 훌쩍이던 테츠오는 A교수가 내민 커피를 마시며 비로소 진정할 수 있었다.

연구실을 나서기 전 테츠오는 A교수에게 마지막으로 질문하였다.

"그런데 교수님... 정직히 저는 여전히 모든 엄지가 타고난 분충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교수님은 어떠신지요?"

"테츠오군... 분명 현 학회의 흐름은 태생적분충설/내재적한계설과 후천적분충설/외재적한계설로 이분화 되어있는 경향이 있지.
하지만 나는 생각하는 걸세. 생각해버리고 마는거야. 인정받지 못할 나만의 소수설을."

테츠오는 A교수의 답을 기다리며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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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을 나서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던 테츠오는 A교수의 말을 곱씹으며 작게 소리내어 웃었다.

'모든실장은 죽여야 할 분충임으로 엄지의 분충성에 대해 굳이 논할 실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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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단풍이 지고 낙엽은 떨어져 2학기가 종료되었다.

테츠오의 학점은 C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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