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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킬러 토시아키 리턴즈 (Jubeat)

 

하늘 위에 떠 있던 드론이 고도를 유지한 채 제자리 비행을 한다. 네 개의 프로펠러로 몸체를 지탱하고 있는 정사각형의 드론.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것인지, 잠시간 가만히 서 있던 드론은 이내 급하강을 시작하며 주택가 밖 담벼락에 내려앉았다.




막대사탕을 입에 물고 우물거리던 청년이 드론을 받아들어 회수한다. 그 반대편 손에는 드론의 시선에서 내려다본 주택가 화면이 출력되고 있는 스마트폰이 있다. 토시아키는 스마트폰 화면을 조작해 사진 몇 장을 넘기더니 이내 어떤 사진을 바라본다.

지면에서 위로 22미터에서 내려다본 실장석들의 모습.

친실장 주위에 작은 실장 몇 마리가 돌아다니고 있는 사진을 신의 시점(실장석의 시선에선 가히 그러하리라)에서 촬영한 것이다.

"며칠 동안 살펴본 것과 머릿수가 일치하네요. 이 정도면 당장 오늘 밤에 작업 들어가도 될 거 같아요."
"그, 그래? 이렇게나 많았다니 처음 알았어......"


청년, 토시아키는 사진을 확대해 보여 주었다.

"보통 정원 어딘가에 사는 실장석은 똑똑하게 몸을 잘 숨기거나 일찌감치 발각되어 죽거나 둘 중 하나니까요. 누님도 조사하기 전까진 실장석이 살고 있다는 것도 모르셨잖아요?"
"그렇지......"


토시아키 앞에 서 있던 여성이 그렇게 말하면서 소름 끼쳐 했다.

며칠 전부터 집에 이상한 일이 벌어져 두렵다는 말을 듣고 누님의 동생은 그녀와 상담을 했다. 가재도구가 몇 개 사라져 있다거나, 물건의 배치가 이상하다거나. 현관문과 화장실에서 이상한 흔적도 보인다고.

학업 때문에 상경하여 일가 소유의 빈 집 중 한 곳에서 자취하게 된 누님은, 학기를 시작한지 며칠 되지도 않아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집에 들어오면 왠지 이상한 냄새도 나는 것 같고,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다거나 하는 시선을 받게 되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귀신 같은 오컬트 같은 것도 쉽게 믿는 유약한 성격의 누님이 너무 힘들어 하는 것 같아 시간을 내어 집을 둘러본 동생은 혹시 실장석의 소행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고, 잘 아는 지인인 토시아키에게 연락하여 집을 조사해 보게 했다.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사는 실장석이 대부분이다 보니 사람들이 잘 모릅니다만, 이렇게 정원이 딸린 주택가에서 몰래 숨어 사는 녀석들도 적지 않습니다. 아까 말했듯 사람 눈에 보이면 곧장 추적당해 끝나는 거지만, 영특한 개체들은 몇 대에 걸쳐 들키지 않게 숨어지내기도 하지요."

토시아키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집어 넣으면서, 누님에게 말했다.

"이틀 정도만 친구 집이나 다른 곳에서 계시다 오세요. 그 동안 끝내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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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틀인가 하면, 실장석 특유의 시간 감각을 혼란시키기 위해서이다.

실장석들에게 한 시간이나 몇 분 같은 상세한 시간 감각은 존재하지 않는다. 해가 지고 달이 뜨는 거대한 하루의 흐름을 토대로 날짜를 세는 것 정도가 고작. 기억력 자체도 좋은 편은 아니다.

평균적인 실장들이라면 그렇다.

그러나 일부 진짜 현명한 개체들은 조금 더 나아가 규칙적인 식사와 활동량 조절을 통해 배가 고파지는 순간을 토대로 시간을 셀 수 있다. 밤낮의 구분을 너머 계절의 흐름까지 계산할 수 있는 개체도 분명히 있다. 그 증거로 매년 겨울을 준비하고 봄이 될 때까지 살아남는 개체들이 존재하지 않는가.

이러한 실장들을 속이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응, 오늘부터 꽤 오래 나가야 할 거 같아. 1주일 정도? 응, 하하. 겨우 일곱 밤밖에 안 되는데 뭘."

그렇게 거의 하루 종일 누님은 거짓 통화를 꾸며내었다. 정원을 거닐면서, 거실에서 TV를 보면서, 안방에서, 심지어는 창고와 욕실에서까지.

이것은 실장석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이다. 지금부터 일곱 밤을 집 밖에서 보낼 것이라고.

머리 좋은 실장석은 이 말을 엿듣고 팽팽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일곱 밤, 밤낮이 일곱 번 반복되는 시간. 그 시간 사이 인간이 집을 나선다면, 음식물 쓰레기 통도 비울 수 있고 자식들에게 바깥 구경을 시켜줄 수도 있는 데다가 운이 좋다면 집안에도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의심한다.

이 좋은 기회가 함정이진 않을까?

자신은 언젠가 인간에게 한 번 들켰고, 인간이 자신을 잡으려고 꾀를 낸 것이 아닐까?

그렇게 긴장하면서 첫 날, 사람이 집 밖으로 나가며 대문을 걸어잠그는 것까지 확인하고도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 것도 듣지 못했다는 척 기척을 숨기면서, 집 주위를 누군가 떠돌고 있지 않을까를 계속 살핀다. 그렇게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다시피 한다. 이윽고 다음 날 아침이 밝고, 인간이 활동할 시간이 되었음에도 들어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다. 그렇게 저녁, 평시에 사람이 귀가할 시간을 훨씬 넘기는 걸 확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접근은 없다.

실장석은 비로소 확신한다. 인간의 장기 외출은 사실이었고, 지금 이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토시아키 또한 확신한다. 이 방법에서 살아나간 실장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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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과 상담을 하는 틈틈히, 토시아키는 카메라 몇 개를 담벼락과 집에 설치해 두었다. 쥐잡이 덫도 몇 개 준비했다. 실장석이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지 집 주위 담을 확인하며 무너진 곳이 있는지 확인했다. 자실장 정도라면 충분히 드나들 수 있는 크기의 구멍을 하나 발견하고는, 벽돌 조각을 가져다 끼우고 실리콘을 발라 완전히 봉쇄했다.

대문 밖에서 문을 열고 들어서면 실장석은 다시 숨어들 것이다. 토시아키는 정원을 거의 이잡듯 뒤졌지만 실장석을 찾아내지 못했다. 땅굴형은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집 안이나 집에 가까운 어떤 시설에 숨어 있다는 소리이다.

이틀째 밤이 시작되고, 실장석들의 움직임이 드론과 카메라에 포착되었다. 토시아키는 조용히 옷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실장석에게 들키지 않게 그는 거의 하루 반 이상을 박스가 가득한 창고방 안의 옷장에 숨어 있었다.

소리 없이 옷장 문이 닫힘과 동시에 사냥이 시작되었다.

어둠 속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조작하며 토시아키는 몇 번이고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개체 수를 파악했다. 한 마리라도 살아나가면 대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며칠에 이은 사전 조사, 최대한 많은 정보 수집을 위한 관측 도구의 설치, 감각을 속이게 설치된 함정과 각종 장비들을 활용해서. 반드시 몰살시켜야 한다.

반드시.

목표는 친실장 하나와 자실장 넷. 엄지와 저실장은 발견되지 않았다. 토시아키는 실장이 감지하기 힘들게 탈취제를 온 몸에 뿌렸다. 구취가 새어나가는 걸 막기 위해 마스크를 꼈다. 위아래 검은 옷을 입고 검은 장갑까지 꼈다. 평소에 자주 쓰던 소금 샷건이나 BB건, 유독 가스 같은 것들은 일체 사용할 수 없다.

공원과 달리 이곳은 집안이다. 이 안에서 그런 것들을 쓰면 집주인에게 큰 폐가 될 테니까. 게다가 그렇게 직접 살해에 나서면 위협을 감지하고 실장석이 다시 숨어버릴 수도 있다. 그들의 둥지를 찾아내지 못한 이상 토시아키라는 존재가 직접 발각되어서는 안 된다.

직접 나서서 일일히 살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들이 스스로 죽음 안으로 기어들어가게 해야 한다.

요지는, 설계다.

며칠 째 계속되는 무더위에 비 한 방울 오지 않아 정원의 잔디가 말라갈 정도의 건기다. 그 와중에 토시아키는 집 밖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통의 문을 열고 안에 소금을 조금 뿌려 두었다. 실장석들이 이 음식에 손을 대었다면 체내 염도가 높아져 있을 것이고 목이 마를 것이다.

물이 얼마나 비축되어 있을지는 모른다만 집 밖에 수도 시설이 없음을 확인했으니 비나 이슬을 받거나 집 안에 숨어들어와 물을 훔쳤을 것이다. 그말인즉슨 실장석은 목이 말라 집 안으로 들어오거란 뜻.

인간이 없는 걸 확인했으니 조심할 필요도 없겠다, 움직일 수 있는 모든 인원을 이끌고 올 것이다.

옷장 안에서 토시아키는 조용히 장비들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탁자 위에 올려둔 드론이 느리게 움직인다. 찬장 위에 설치해 둔 카메라가 풍경을 담기 시작한다. 제일 먼저 움직임이 포착된 곳은, 놀랍게도 토시아키가 숨어 있는 창고방 바로 옆의 거실이었다.

어디로 들어왔을까.

어둠 속에서 토시아키는 생각한다.

드론과 카메라에서 전송된 소리가 토시아키가 착용한 이어폰에서 재생된다.

[다들 조심하는데스. 인간이 돌아왔을 때 흔적을 발견하면 안 되는데스.]
[걱정마는테치. 물티슈로 전부 몸을 깨끗히 닦은테치. 발자국도 남지 않는테치.]
[어두워서 잘 안 보이는테치.....]


토시아키는 인상을 찌푸렸다.

어째서 자실장이 세 마리 뿐이지? 분명 사진에서는 네 마리였을 터인데.

[삼녀 오네챠가 아파서 안 된 테치...... 같이 왔다면 좋았을테치.]
[걱정마는데스. 삼녀 몫까지 챙겨서 돌아가는데스.]


그러나 곧 이어진 말에 토시아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뜩이나 염도 높은 음식물 쓰레기에 소금까지 뿌렸다. 특정 부분만 짜면 의심을 살테니 직접 장갑을 끼고 버무리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지 않은 소금덩어리가 있었을 텐데, 그걸 실수로 먹고 삼투압 기능이 고장난 모양이었다.

그들은 곧장 부엌으로 달려갔다. 목이 말랐을테니 물부터 마시고 싶을텐데 화장실 문은 굳게 닫혀 있으니 당연한 수순이다. 친실장은 작은 소형 냉장고 앞에 놓은 라면박스 위에 자실장들을 주워 올리고 자신도 뒤따라 올라가 자실장들을 다시 냉장고 위에 올렸다. 그런 식으로 고지대를 타오른 그들은 곧장 싱크대로 달려가 물을 틀기 시작했다.

쏴아아, 불 한 점 켜지지 않은 집안에서 들리는 물소리가 섬뜩하게 울린다.

자실장들은 미리 옷을 벗어둔 다음 물을 마셨다. 옷이 젖어 물자국이 생김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토시아키는 잠시 생각했다.

지금 옷장을 열고 나간 다음 실장석들을 모두 잡아 죽이는 것이 최고의 선택일까?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놈들의 둥지를 찾아내지 못했다. 잡아 고문하는 것 또한 하나의 선택지가 될 터이지만, 그것도 사양하고 싶다. 왜냐하면 토시아키가 지금 각종 카메라와 장비들로 집안을 관찰하고 있는 것을 의뢰주인 누님과 동생 또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누님은 자기 집에 몰래 살고 있던 이 발칙한 생물종들의 끝을 보기 위해서. 동생은 그것들을 녹화해 대학 과제에 활용하겠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들이 보고 있는 와중에 철사로 친실장의 몸을 꿰뚫고 비명을 끌어내는 광경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

토시아키는 조급해 하지 않기로 했다.

[배가 고픈테치.]
[저기서 달콤한 냄새가 나는테치!]


목을 축이고 생기를 되찾은 자실장 둘이, 거실의 TV 앞 탁자 위에 놓인 새알 초콜릿을 발견했다. 정확히는 토시아키가 누님에게 일부러 새 초콜릿을 뜯어서 올려놓으라고 지시했다(누님은 단 음식을 싫어한다고).

현명한 친실장이라면 존재의 유무를 인간에게 인지당하는 것의 위험성을 알고 있을 것이다. 가령, 누가 봐도 소중히 보관해 둔 것 같은 한 조각 뿐인 조각 케이크를 먹어치운다면, 집 주인이 곧 이 집에 자신도 모르는 제 3의 존재가 있음을 확신할 거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개수가 많아 하나쯤 없어져도 모를 것 같다면. 그마저 자실장들이 좋아할 달콤한 간식이라면? 일부러 토시아키가 초콜릿을, 그 중에서도 새알 초콜릿을 요구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하나하나의 크기가 작고 개수가 많아 총량을 얼버무리기 쉬운 데다가 한두 개 쯤 없어져도 인간이 착각한 것이라 여길만 한 것. 게다가 하나하나의 크기가 작아 가지고 가기에도 용이한 것.

[수가 많아 보이니...... 조금만 가져오는데스.]

그로 말미암아 친실장이 '가져가도 좋다'고 생각하게 할만한 물건.

허가가 떨어지자 자실장이 신나게 달려갔다. 그리고 곧장, 입구가 열린 초콜릿 봉투 안에 몸을 집어던진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친실장에 그토록 강조했을 1원칙,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대명제조차 잊어버리게 만들 강렬한 달콤함의 향기. 그것에 도취되었을까? 조명 하나 없는 밤의 어둠에 봉지 안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걸까? 그런 건 어찌되든 좋은 일이다.

잠시 딱, 하는 소리가 한 번 울리더니 정적이 일었다.

토시아키는 냉정히 생각했다.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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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덫이라고 하는 장치가 실장석을 잡는 장치로 고안된 것은 자명한 일이다. 자실장을 잡아죽이기 위해 크기를 줄이고, 과자봉지 등 안에 숨겨놓기에 적합하게 여러 색깔을 구비하고 있다.





그리고 개중에서는, 살상이 아닌 포획을 위해 절묘하게 조절된 장치도 있다.

[마마, 마마아! 잡힌 테치! 아픈 테치이!]
[기, 기다리는데스!]


친실장이 곧장 달려가 탁자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는 작동된 덫 째로 자실장을 꺼내고는, 실장석치고는 상당한 힘으로 덫을 들어올렸다. 자실장이 엉금엉금 기어나오자마자 딱, 하고 다시 덫이 닫혔다.

[위, 위험했던테치......]

친실장의 머리는 쌩쌩히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왜 이런 장치가 음식 봉지 안에 들어가 있지? 인간이 자기 손을 다치게 하려고 저런 걸 집어넣지는 않았을테니 분명히 이것으로 잡으려 한 무엇인가가 있었을 것이다. 그게 무엇일까. 쥐? 벌레?

아니다, 자신이다. 이 장치는 실장석을 잡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친실장이 그런 결론에 머지 않아 도달할 것이라는 것 또한 토시아키는 계산하고 있었다.

'하, 함정인데스!'

친실장은 과격한 결론을 내렸다.

[물통에 물을 잔뜩 받고 곧장 돌아가는데스!]
[테에엥?]
[마마, 인간이 없는테치. 절호의 기회인테치!]


자식들이 반발했으나 친실장은 고개를 저었다. 의심뿐만 아니더라도, 자식이 다쳤으니까.

일시적으로 퇴각을 유도해 낸다면 둥지를 찾아낼 수 있다. 둥지를 찾아내면, 게임은 끝이다. 토시아키로서는 저들이 집에 돌아가는 광경만 눈에 담으면 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자실장 중 하나만 부상을 입히면 된다. 그러려면 자실장을 꾀어낼 미끼와 함정이 필요하고.

결국은 원하는대로 되었다. 친실장은 놀랍도록 정확하게 토시아키가 바란대로 퇴각을 주장했다.

[인간이 이런 장치를 구태여 봉지 안에 넣어둔 건 틀림없이 우리를 노린 것인데스. 어쩌면 지금도 이 상황을 어디서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르는데스!]

그것은 자식들을 겁주어 퇴각을 합리화하기 위한 거짓말이었으나, 놀랍게도 진실에 도달해 있어 그 모습을 지켜보던 토시아키의 머리카락을 삐죽 서게 만들었다.

[물만 챙겨 떠나고 다른 걸 건드리지 않으면 인간도 장치의 오작동으로 생각하고 의심을 거두는데스......!]

곧장 실장석들은 싱크대에서 물을 받았다. 놀랍게도 이들은 깨끗하게 관리된 페트병을 밖에서 하나 가져왔던 모양이었다.

그들은 곧 어디론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토시아키라도 자금에 한계가 있어 집 안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하지는 못했다. 실장석이라면 반드시 들릴 수밖에 없을 포인트를 몇 군데에 준비해 두고 그 포인트를 촬영할 수 있는 곳에 두어 대 카메라를 달았을 뿐이다. 이들이 '어디서 들어왔는지'를 특정할 수 없었던 이유다.

그러나 일단 그들을 포착한 이상, '어디로 나가는지'는 추적할 수 있다.





토시아키는 곧장 드론을 활성화시켰다. 작동 대기 중이던 소형 드론이 우웅, 소리를 내며 탁자 위에서 떨어져, 미리 깔아둔 방석 위로 소리 없이 착지한다. 쌔애액, 빠른 속도로 드론이 움직이며 실장석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심야의 추적을 위해 토시아키는 영상 송출 장치 대신 열화상 판독기를 드론에 달아두었었다.

이내 드론이 실장들을 포착하고, 토시아키는 그들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필요한 것은 입구다. 둥지와 집을 잇는 입구.

놀랍게도 그들은 세탁실로 들어갔다. 이 집은 화장실과 욕실이 분리되어 있는데 욕실은 세탁실 안쪽에 있다. 어째서 여기로 가는 걸까? 토시아키는 드론으로 열심히 뒤를 쫓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알았다.

'세탁기 배수관......'

세탁기에는 배수를 위한 배수관이 있다. 욕실 내부라면 그냥 배수관을 욕실 바닥 쪽으로 향하게 할 테지만, 많은 경우 벽 하단에 구멍을 뚫고 그쪽으로 배수관을 꺼내 밖으로 꺼내 둔다.

배수관을 빼놓기 위한 그 구멍은, 노후화와 관리 소홀로 인해 여기저기 부서지고 크기가 넓혀져 있었다. 토시아키는 집 평면도를 익혀 두었고, 이 밖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로 드론이 들어가자 실장석의 둥지가 눈에 들어왔다.

기름보일러 실이다. 토시아키는 그제서야 전말을 알 것 같았다.

이 집은 본래 낡은 기름보일러를 사용했다. 그러나 기름을 매번 급유하는 과정은 번거로운데다가, 관리와 조작이 간편하고 비용도 저렴한 전기보일러를 도입하려 집에 새로 공사를 했을 것이다. 며칠 동안 공사는 진행되었고 지나가던 실장석 하나가 그 광경을 보았다. 

공사가 완료된 이후 기름보일러실은 장치가 있는 곳에 칸막이를 치고 폐쇄한 다음 창고로 활용했을 것이다. 그 사이 어떤 시점에 실장석은 이 안에 숨어드는 데에 성공했다. 사람은 창고엔 들어설지언정 기름보일러 장치가 있는 칸막이 안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신경 쓸 이유도 없는 낡은 장치가 전부인데다가.

이 안에 누군가 숨어 지낼 것이라고 그 누가 생각할 수 있겠는가.

토시아키는 옷장 문을 열고 나섰다. 세탁실로 빠르게 뛰어가 세탁기를 벽 쪽으로 힘껏 밀자, 높은 중량의 장치가 가볍게 밀려났다. 세탁기와 벽이 완전히 일치되면서 그 무엇도 이제 세탁실로 침입할 수 없게 되었다.

스마트폰 화면으로 실장석들의 위치를 주시하면서 현관을 나선다. 신발을 갈아신고 정원을 빙 돌아 집 뒤편으로 향한다. 창고 문엔 비밀번호가 걸려 있었다.

토시아키는 잠시 뒤 누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황을 보고 있었던 듯, 누님은 경직된 목소리로 곧장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번호를 입력하고 창고 문을 연다. 인기척에 실장석들이 동요하는 게 드론을 통해 중계되어 스마트폰 화면에 전달된다. 화질은 열악하겠지만 누님도, 동생도 다 보고 있을 것이다. 토시아키는 무감정한 표정으로 다가갔다.

토시아키는 그들의 위치를 가늠하고 쌓여 있는 박스와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자 먼지가 쌓인 나무 판자가 눈에 들어왔다. 못질이 되어 있지만 낡아서 떼어낼 수 있을 것 같다.

토시아키는 빠루를 집어들고 세게 판자를 때렸다. 벌려진 틈 사이로 빠루를 집어넣고, 밀고 당겨 못을 뽑아내었다.

해체된 칸막이 너머에 붉고 푸른 눈동자가 비친다.

[데, 데에......?]
[테치.....?]


토시아키는 조용히 바닥에 놓인 드론을 집어든 다음 중얼거렸다.

"작업 끝났습니다."

꾸욱 버튼을 눌러 전원을 끈다. 이 이후의 과정을 심약한 누님에게 보여줄 필요는 없다. 괜히 동생 쪽의 희열을 챙겨줄 이유, 또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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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끝나고 토시아키는 자실장을 유인했던 초콜릿들을 가져가 써도 되느냐고 물었다. 누님은 어차피 초콜릿은 먹지 않는 파인 데다가, 실장석이 손을 댔던 것이라 찝찝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한편 왜 가져가려 하느냐를 묻자, 토시아키는 대답했다.

'녀석들이 봉지 안에 들어오지 않고 봉지 밖의 몇 알만 가져갈까봐, 주사기로 코로리를 주사해 두었습니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얌전히 한 알만 가져갔다 해도, 둥지로 가져간 이상 놈들은 다 죽었겠지요.

무감정하게 이어진 그 말에 누님은 문득 눈앞의 청년이 두려워졌다.

그때의 풍경이 문득 생각나, 누님은 어느 날 동생에게 물었다.

"그 아이는 어떻게 그 일을 시작하게 되었대?"

그날의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고 있던 누님의 동생은. 어깨를 으쓱해 보일 따름이었다.

"몰라, 2년 전에 자위대에서 갑자기 은퇴하더니, 이 일에 미쳤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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