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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실장은 밤길을 달렸다. 짦은 다리에 군살이 출렁거리는 몸으로 가장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좀만 달리면 넘어졌고 돌바닥이라면 옷도 살짝 찢겨나갔지만 친실장은 자신은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듯 달렸다.

소중한 자가 납치되었다. 해가 질 때면 공원에 인적이 드물어지고 먹이를 모은 실장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여서 친실장은 이때만큼은 자들이 뛰놀 수 있게 하였다. 하루에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세상 모든 걸 가진 듯 뛰어노는 자들을 보며 친실장은 자 키우는 보람을 느꼈다. 그만큼 사랑하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가 납치되었다.

납치는 순식간에 벌어졌다. 갑자기 그림자가 드리워 뒤돌으니 닝겐이 자들을 보며 웃더니 냅다 장녀를 낚아채고 사라졌다.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친실장은 한동안 상황 파악이 안 되었고 자들은 오네챠 어디 간 테치하며 고개를 갸우뚱댔다. 머리를 정리한 친실장과 그제야 장녀가 납치되었음을 깨닫고 자들을 집으로 들여보냈다.

"오네챠 다시 볼 수 있는 테치? 오네챠가 죽는 건 싫은 테챠아!"
"걱정 마는 데스우. 마마가 꼭 데려올 테니 꼼짝 말고 있는 데스우."

평범한 실장이었다면 졸지에 사육실장이 되었다고 행복회로를 돌리며 자들을 데리고 갔을 것이다. 하지만 친실장은 어릴 적 원사육실장이었던 마마의 교육으로 행복회로가 말끔하게 사라져 있다. 게다가 모성애가 강한 개체여서 친실장은 지금 자신이 납치된 듯한 고통을 느끼고 있다.

"장녀는 좀만 기다리는 데스우. 마마가 달려가는 데스우."

단서는 하나도 없었고 오직 자의 냄새만 맡으며 길을 찾은 친실장은 냄새의 끝에서 그만 멈춰섰다. 냄새는 아파트 단지까지 이어졌고 냄새는 현관에 있는 스크린도어에서 끊겼다. 분명 이 안으로 장녀가 들어간 데스우. 하지만 투명한 문은 두드리고 발로 차고 보검으로 마구 찔러도 끄떡도 하지 않았다. 지칠대로 지친 친실장은 결국 어릴 때부터 분충이나 하는 짓이라고 배워온 짓을 하기로 했다. 친실장은 숨을 크게 들이키더니 폴짝 뛰며 왼다리를 살짝 들고 오른손을 뺨에 대며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였다.

"데스웅~ 와타시는 장녀를 찾아야 하니 문씨는 어서 열리는 데스웅~"

자존심까지 버려가며 한 아첨이었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언제나 강한 모습만 보여주려고 했는데 친실장은 이제 모든 것을 잃은 듯 무너졌다. 피눈물이 멈추지 않았지만 어찌 할 도리도 없어 오로롱거리며 울기만 하던 그 때 문이 열리며 닝겐이 나타났다. 옷은 달라졌지만 잠깐이었지만 얼굴을 보니 틀림없었다. 이까 자를 납치한 닝겐이었다.

"데샤아아앗! 장녀를 내놓는 데샤악!"

친실장은 보검을 꺼내고 번개처럼 달려들었지만 남자는 바로 친실장의 머리를 붙잡고 들었다. 남자는 친실장이 올 줄 알았다는 듯 비닐 장갑까지 끼고 있었다. 친실장은 겁먹지 않고 보검을 휘둘렀지만 친실장의 보검은 남자의 옷에도 닿지 않았다.

"데엑! 이거 놓는 데샤악! 장녀를 돌려주지 않는다면 뜨거운 맛을 보여주는 데샷!"
"오 당연히 사육실장 운운할 줄 알았는데 아니네. 교육을 잘 받았나?"
"와타시는 사육실장 같은 거짓말에 속지 않는 데스우! 빨리 자를 내놓는 데샷!"

이러면 더 재밌겠다. 남자는 혼자 중얼거리더니 머리를 집은 상태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들어갔다. 발로 걷어차일 각오는 하고 왔는데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니 친실장은 닝겐이 학대파라 확신하기에 이르렀다. 생각해 보면 학대파가 아닌 이상 굳이 자를 납치할 일이 없었다. 이미 친실장의 머릿속에서 자는 닝겐의 학대의 희생양이 되어 죽지 못하고 질긴 목숨을 이어가고 있었다. 피눈물을 흘리며 마마를 찾는다 생각하니 친실장은 눈물이 앞을 가렸다.

집에 들어온 남자는 친실장을 신발장 쪽에 내려놓았다. 친실장이 다시 달려들지 남자는 구두주걱으로 뺨을 후려쳤다. 남자가 힘조절을 해 친실장은 목이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날아가 신발장에 부딪쳤다.

"가만히 있어. 내 말만 들으면 자를 돌려줄게."

친실장 눈에서 독기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남자가 다시 구두주걱을 휘두르는 시늉을 하자 친실장은 움츠러들었다. 친실장도 잘 알고 있었다. 닝겐은 힘으로 이기지 못한다. 보검을 꺼내든 건 순간의 감정에 휘둘렸기 때문이지만 한 대 맞고 냉정해진 친실장은 보검을 품에 넣었다.

"정말인 데스우? 닝겐은 학대파가 아닌 데스우?"
"학대파였으면 내가 니랑 말하고 있었겠어? 난 거짓말 안 해. 내가 내는 문제 하나만 맞추면 내가 손수 자랑 함께 에스코트해서 돌려보내줄게. 거기에 이것까지 주지."

남자는 콘페이토가 한 줌 담긴 지퍼백을 보여주었다. 친실장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콘페이토에 눈이 휘둥그레져 저도 모르게 침을 줄줄 흘렸다.

'뎃. 정신 차리는 데스우. 콘페이토에 정신 팔리면 안 되는 데스우. 콘페이토는 장녀를 되찾고 실컷 구경해도 늦지 않는 데스우.'
"알겠는 데스우. 빨리 문제를 내는 데스우. 가볍게 맞추고 장녀와 함께 돌아가는 데스우."
"그래. 이렇게 고분고분한 건 네가 처음이다.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 문제를 가지고 올게."

남자는 콘페이토를 한 알 꺼내 친실장한테 던져주었다. 살면서 두번째로 보는 콘페이토는 천장에 있는 빛을 받아 탐스럽게 빛났다.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워 친실장은 넋 놓고 보다가 정신 없이 핥았다. 콘페이토는 친실장이 맛을 즐기기에는 너무 작았다. 콘페이토를 다 먹은 친실장은 아쉬운 마음에 손을 핥았다.

"데...콘페이토가 벌써 사라진 데스우. 문제를 맞추고 콘페이토를 더 얻는 데스우. 뎃 이게 아닌 데스우! 콘페이토는 필요 없으니 장녀라도 돌려받는 데스우!"

친실장은 힘겹게 자를 되찾겠다는 목표를 잊지 않았다. 친실장은 남자가 의도한 함정을 벗어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는 양손에 무언가를 들고 와 친실장이 닿지 않을 거리에 내려놓았다. 친실장은 보더니 반갑게 장녀를 부르려다 멈칫했다. 친실장의 눈앞에 놓인 두 자실장은 서로가 너무나 똑같아 마치 쌍둥이 같았다.

"자 문제야. 여기 두 자실장이 있어. 누가 네 자인지 알아맞추면 네가 이겨. 뭘해도 좋지만 거기서 벗어나면 안돼. 시작."
"뎃...이게 문제인 데스우? 데..."

친실장은 다시 두 자실장을 보았다. 두 자실장은 눈을 감은 채 자고 있었다. 처음에는 죽은 줄 알았지만 코츄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친실장은 문제만 듣고 생각보다 쉬워 다행이라 생각했다. 외국인이 다 거기서 거기로 보이는 것처럼 사람이나 실장석이 거기서 거기지 실장석끼리는 서로를 구별할 수 있다. 하물며 제 배에서 낳은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너무나 어려운 문제였다.

먼저 친실장은 옷으로 알아보기로 했다. 장녀는 놀다가 나뭇가지에 두건이 걸린 적이 있어 왼쪽 귀쪽 두건이 살짝 찢어져 있었다. 하지만 두 자실장의 두건은 말끔했다. 옷도 마찬가지로 방금 태어난 자처럼 깔끔했다.

"옷은 내가 갈아 입혀줬어. 너무 더러워서 불쌍하더라고. 잘했지?"

전혀 잘하지 않았다. 장녀를 구별할 수 있는 첫 번째 단서가 사라졌다. 두 번째는 목소리였다. 친실장은 구슬픈 목소리로 장녀를 불렀다.

"장녀차! 마마가 온 데스우! 빨리 눈 뜨는 데스우! 마마랑 집으로 돌아가는 데스우!"

하지만 두 자실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너무 피곤해보여서 네무리로 곤히 재웠어. 잠든 모습이 참 귀엽지 않아?"

닝겐이 맞는 말을 하는 데스우. 와타시의 자가 자는 모습은 감히 선녀도 비할 바가 못 되는 데스우. 뎃 이게 아닌 데스우! 목소리로도 구별하지 못하는 데스우!

다음은 크기였다. 자실장은 하루가 다르게 크기 때문에 사람 눈에는 거기서 거기인 크기라도 실장석끼리는 모두 구별할 수 있다.

"닝겐. 자들을 세워 줄 수 있는 데스우?"
"물론 물론. 잘 보여?"

자들이 서서 크기를 구별할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너무나 똑같았다. 팔 길이 다리 길이 머리 크기 몸집 모든 게 똑같았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남들보다 살짝 작은 윗니마저 똑같았다. 애써 힘을 내며 친실장은 마지막 희망인 냄새를 맡기로 했다. 친실장은 얼굴을 내밀고 킁킁거렸지만 장녀의 냄새는 나지 않았고 오직 향긋한 냄새만 났다.

"옷을 갈아 입히는데 몸이 더러우면 쓰나. 향균 비누로 말끔하게 씻겨줬지. 자가 참 좋아하더랴."

이 문제는 풀 수 없다. 남자는 실장석끼리 서로를 구별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엇고 그 방법을 쓰지 못하게 미리 손을 썼다. 친실장이 애타게 장녀를 불렀지만 두 자는 깨어나지 않았다.

"이 문제는 무효인 데스우! 역시 만지지 않는다면 맞추지 못하는 데스우!"

친실장이 신발장에서 올라오려 하자 나자는 구두주걱을 다시 들었다.

"신발장에서 벗어나면 무효라고 했을 텐데. 또 맞고 싶어?"

친실장은 조용히 신발장으로 돌아갔다. 친실장은 피눈물을 흘리며 두 자를 쳐다보았다. 만지면 알 수 있을 텐데. 밤마다 잠들기 전 자들을 쓰다듬으며 옛날 이야기를 하던 그떄가 떠올랐다. 그때 쓰다듬던 자들은 참으로 부드러웠다. 단 한 번만 만질 수 있다면. 만질 수 없다면 눈에라도 넣어 본다면. 아프지 않은 눈으로 자를 되찾을 수 있다면 두 눈을 잃어도 상관없었다. 친실장은 감을 곤두세웠다. 눈이 빠져나올 만큼 부릅떴고 머리는 이미 실장석의 한계를 넘어설 만큼 돌아가 활활 타올랐다.

"못 맞추겠어? 난 휴대폰 할 테니까 알겠다 싶으면 불러."

남자가 휴대폰을 꺼내려고 다시 두 자를 눕힐 때 친실장은 보았다. 오른쪽에 있는 자의 손이 빛났다. 깨끗해서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정말로 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이상함을 느낀 친실장은 오른쪽 자를 자세히 보았다. 자를 눕히는 것까지 본 친실장은 눈물을 멈추었다. 자를 알아냈다.

"안 데스우. 와타시가 보는 데서 왼쪽에 있는 자가 진짜인 데스우."

이어폰을 꽂으려던 남자는 이어폰을 내려놓고 친실장을 보았다.

"얘가 가짜라고? 왜? 자의 목숨이 달려있는데 그냥 찍지는 않았겠지?"
"닝겐이 오른쪽 자를 눕힐 때 손이 빛나는 걸 본 데스우. 그 빛은 깨끗해서 나는 빛이 아닌 데스우. 와타시는 방금 비슷한 빛을 본 데스우. 콘페이토에서 나던 빛과 자의 손에서 난 빛은 똑같았던 데스우!"
"오호라."
"와타시는 곧 닝겐이 자를 내려놓을 때 본 데스우. 왼쪽 자는 부드럽게 흘러가듯 내려갔지만 오른쪽 자는 손에서 미끄러지듯 내려간 데스우. 와타시는 좀 더 오른쪽 자를 자세히 본 데스우. 그러자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게 보인 데스우. 오른쪽 자의 손과 다리는 콘페이토 겉처럼 반짝이는 데스우! 와타시의 자는 이렇게 반짝이지 않는 데스우. 따라서 왼쪽에 있는 자가 장녀인 데스우!"

결정타. 친실장은 의기양양했고 긴장이 풀려 숨을 헐떡거렸다. 남자는 진심으로 놀란 눈빛을 띄었다. 남자는 박수를 쳤다.

"대단해. 너처럼 똑똑한 녀석은 처음이야. 감으로 찍지도 않고 생각을 하고 답을 이끌어내다니. 너 정말 실장석 맞아? 맞아 왼쪽이 네 자야. 축하해."

남자는 오른쪽 자를 들더니 바닥에 아무렇게나 떨구었다. 오른쪽 자는 죽지 않고 돌덩이가 떨어지는 것처럼 텅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오른쪽은 3D프린터로 네 자를 똑같이 복사해서 만든 인형이고. 알아차릴 줄 몰랐는데 진짜 대단해.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친실장은 잘 몰랐지만 어쨌든 친실장이 이겼다. 친실장은 기쁨의 피눈물을 흘렸다. 마침내 길고 외로운 싸움에서 이긴 것이다. 친실장은 당장이라도 자한테 달려가 끌어안고 싶었지만 구두주걱이 무서워 참았다.

"자. 자를 돌려주는 데스우!"
"그래 돌려줄게."

남자는 자를 들고 다가가다가 갑자기 멈췄다.

"그런데 네 자한테 물어봤어? 돌아가기 싫어할 수도 있잖아."
"뎃? 갑자기 무슨 말인 데스우? 당연히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겠는 데스우?"
"그래? 한 번 물어볼까?"

남자는 주머니에서 스프레이를 자한테 뿌렸다. 곧 장녀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테...여긴 어디인 테치?"
"장녀챠! 괜찮은 테치? 마마가 온 테치!"

친실장은 반가운 얼굴로 달려가려 했으나 신발장을 막 벗어나려고 할 때 제자리에서 굳었다. 이상한 데스우. 장녀는 누구보다 마음씨가 곱고 마마를 잘 따르는 자였는데 지금 장녀의 얼굴은 탐욕과 허영으로 얼룩진 모습이었다. 장녀는 친실장을 보고 그리움에 울거나 반가워하지 않고 입을 가리며 테프픗 웃었다.

"초록아. 네 엄마가 널 찾으러 왔대. 이제 돌아가도 돼."
"텟? 싫은 테챠아아! 아타치는 저런 더러운 오바상 모르는 테치! 아타치는 이미 오마에의 사육실장인 테치! 사육실장한테 들실장 마마가 어디 있는 테챠앗!"
"장녀챠! 마마한테 무슨 말버릇인 데스! 마마가 오마에를 구하려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는 데스! 빨리 돌아가는 데샷!"

친실장이 억지로라도 장녀를 데려가려고 신발장 위로 올라오니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 시원하게 구두주걱을 휘둘렀다. 친실장은 뒤로 날아가 문에 부딪쳤다. 친실장은 온몸이 아프고 쑤셨지만 장녀 생각에 벌떡 일어섰다. 하지만 장녀를 본 친실장은 주저앉았다. 친실장이 맞았으니 당연히 괜찮냐고 울 줄 알았는데 장녀의 비웃음은 더욱 커졌다. 이제는 입을 숨기려 하지도 않았고 대놓고 손가락질까지 했다.

"치프프픗! 들실장 따위가 세레브한 아타치한테 다가오려고 하니 이 꼴이 된 테츄. 아타치한테 똥마마는 필요 없으니 돌아가서 운치나 퍼먹는 테치!"

이럴 리 없는 데스우. 이건 악몽인 데스우. 친실장은 볼을 꼬집었다. 아픔이 밀려왔지만 장녀의 비웃음은 사라지지 않았고 귓가를 맴돌며 집안을 가득 채웠다.

"미도리는 돌아가기 싫나 본데. 혼자 돌아가야겠네. 약속했으니까 콘페이토는 줄게."

남자는 문을 열고 콘페이토가 든 지퍼백을 쥐어주고 친실장을 등 떠밀어 내보냈다. 친실장의 눈은 이미 모든 걸 잃어버린 눈이었다. 콘페이토 따위로는 지금 친실장이 느끼는 공허함을 채우지 못했다. 친실장은 문밖에 나와서 보검을 꺼내들고 남자한테 달려들지 않았음을 후회했다. 실력행사를 해서라도 장녀를 데려갔어야 했다. 장녀의 비웃음에 순간 마음이 약해졌다. 친실장은 다른 자들한테 장녀를 데리고 오겠다 약속했고 콘페이토가 눈앞에 있음에도 장녀를 먼저 생각했다.

와타시의 노력은 무엇이었던 데스우. 처음 태어나자마자 제 말을 듣고 이모토챠를 핥던 장녀, 늘 마마를 돕고 싶다고 조그만 일도 배우려고 했던 장녀, 누구보다 말을 잘 듣고 영특했던 장녀는 사라지고 녹돼지 분충만 남았다. 지금이라도 되돌리기에 늦지 않았다 생각하며 문을 두드리고 다시 장녀를 부르고 싶었지만 이미 발걸음은 집을 향하고 있었다. 마음 한구석으로는 장녀를 포기한 친실장이었다.

"그런 데스우. 남아 있는 자도 생각해야 하는 데스우. 장녀는 닝겐 집에서 우마우마한 콘페이토를 즐기며 아와아와한 거품목욕을 즐길 테니 오히려 잘 된 데스우. 입도 줄어들었으니 남은 자들한테 돌아갈 밥도 많아진 데스우. 돌봐야 할 자가 하나 줄었으니 와타시도 이득인 데스우. 뎃데로게~ 모두한테 좋은 데스우~ 모두한테 좋은 세레브 엔딩인 데스우~"

달빛을 등지며 걷는 친실장의 눈에 맺힌 피눈물과 경쟁하려는 듯 알록달록한 콘페이토는 달빛을 받아 더욱 아름답고 밝게 빛났다.





"테프픗! 똥마마도 갔으니 밥을 대령하는 테치! 아타치는 지금 채끝살 스테이크가 땡기는 테치! 3분 줄 테니 빠르게 가져오는 테치!"
"역시 부모랑 자식이 닮는다는 말은 거짓말이야. 어떻게 저런 부모한테서 너 같은 놈이 나오냐."
"방금 놈이라 한 테치? 세레브한 아타치한테 무슨 말버릇인 테치! 불쌍해서 때리지 않았더니 아주 그냥 기어오르는 테치! 머리 딱 갖다대는 테치! 오마에는 고속도로형인 테치!"

웃기고 있네. 남자는 자실장이 죽지 않을 만큼 힘조절을 해서 바닥에 내던졌다. 자실장은 사경을 헤매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려 했지만 자실장의 머리로는 도저히 남자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잠깐이지만 즐거웠지? 네가 즐긴 만큼 나는 배로 즐겨야겠다."

정신이 아득히 멀어져가는 자실장의 눈에 마지막으로 보인 것은 스테이크를 썰 때보다 가늘고 날카로운 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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