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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신공양

 

S시는 기후가 고르고 겨울이 되더라도 실장석이 얼어죽을만큼 춥지는 않다는 것에 착안하여 실장석의 생활을 일년 내내 볼수있다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생태공원인 A공원을 축조하였다. 그러나 S시가 워낙 외지에 위치한지라 방문객이 뜸해지면서 A 공원은 방치되고 말았고 공원의 실장석들은 외부와 고립되게 되었다.

공원 중앙은 사람들이 실장석의 생활을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열매를 맺는 나무가 다른곳에 비해 많이 식재되어 있었는데, 이로 인해 공원 중앙을 중심으로 하여 실장석들이 모여살기 시작하면서 독특한 행동양상을 가지게 되었다. 공원 외곽에 사는 실장석 커뮤니티들을 습격하여 그곳의 구성원들을 희생제의의 제물로 삼아 자신들 집단의 안녕을 기원하는 것이었다. 시작은 누구도 확실하게 알지 못했다. 혹자는 관찰파들이 지식을 전달해주고 실장석들의 행동을 관찰하기 위함이었다고도 하고, 다른이들은 누군가가 다큐멘터리를 본 사육실장을 장난으로 유기하였다고 추측하였다. 여러 의견이 분분하였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주변의 먹이환경이 풍족함에도 불구하고 공원 중앙 실장석들이 다분히 의도적으로 다른 실장석을 잡아먹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 전사들의 위풍당당한 모습과 저 포로들의 숫자들을 보는데스! 와타시다치의 신 데스우께서도 저번 제물에 만족하여 전사들에게 축복을 내려준것이 틀림없는데스!"

환호하는 실장석들 가운데 톡특한 차림새를 한 개체가 군중들에게 선언하고 있다. 그 실장은 빨간 실장복에 새의 깃털로 치장된 두건, 우지챠 두개골 귀걸이로 귀를 장식하고 있었다. 어찌보면 열매달린 나무처럼 보일 수도 있는 그 실장석은 제의를 주관하는 제사장이었다. 해씨가 8번을 지나는 시간이 흐른 후 수많은 포로를 이끌고 나타난 전사들을 보면서 기뻐하는 군중들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중앙공원의 실장석 전사들은 가슴께에는 실장석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턱받이가 아닌, 검은 눈물로 얼룩진 고통스러워하는 실장석의 머릿가죽이 매달려 있다. 가죽갑옷과 비슷한 방호력을 제공하면서, 전사들을 상대하는 자에게 공포를 주는 효과가 있었다. 무기로는 보통의 들실장들이 소중히 여기는 못 보검 보다는 날카롭게 간 돌칼을 묶어놓은 나무막대나 무거운 나뭇가지 몽둥이를 주로 장비하고 있었다. 이것은 상대 실장석을 죽이기보다는 불구로 만들어 제압하여 산채로 끌고오기 위함이었다.

포로들은 하나하나가 처참한 모습이었다. 성체 포로들은 모두 옷이 벗겨진채 앞머리만 남기고 뒷머리는 뽑혀있었다. 두 팔은 뒷짐을 진 모양으로 나뭇가지에 꿰어져 있거나, 아예 없거나, 덜렁거리며 달려있기만 하였다. 자실장 포로들은 성체와 달리 사지 모두 멀쩡했지만 모두 독라인채 목에 묶인 줄에 연결되어있다.

"수고가 많았던데스. 손상을 입은 자들은 없는데스?"
"데프픗! 분충들따위 와따시와 이 몽둥이 하나면 우지챠와 다름없는데스. 부하들도 훌륭히 제 역할을 수행한데스"
"휼륭한데스. 포로들을 제단으로 이끄는데스. 오늘은 오마에타치의 날인데스!"

중앙공원의 실장석들은 정기적으로 주변 집단을 침략하여 그곳의 거주민들을 포로로 끌고왔다. 말이 침략이지 이제껏 침략해온 기간과 무장의 상태를 고려하면 축사에 들어가 가축을 꺼내오는 형국이었다. 제사장 실장은 전사들에게 포로를 공원 중앙으로 인도할것을 명령하며 제단으로의 발걸음을 서둘렀다. 공원 중앙에는 성인 남성 허리수준의 높이인 피라미드가 설치되어 있었다. 실장석이 위로 올라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피라미드는 마야식으로 위쪽이 평평하고 네 방향의 빗면 가운데에 계단이 달려있었다. 제사장 실장은 피라미드 위에 올라 군중들을 향해 외쳤다.

"이번에도 우리 전사들이 데스우상의 축복을 받아 성공적으로 수확을 마친데스! 오늘은 축제인데스! 모두 마음껏 즐기는데스!"

제단 위에 도착한 제사장 실장은 피라미드 밑에 모인 군중들을 향해 신을 찬양하고 전사들을 치하하는 연설을 시작하자 피라미드 밑의 실장석들은 제사장을 올려보며 기쁨의 실장댄스를 추기 시작하였다. 피라미드 중간에서 제사장과 비슷한 빨간옷을 입은 실장석들이 포로들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북을 다리뼈로 만든 북채로 두들겨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북소리가 커지고 군중들의 춤사위가 격해지면서 점차 커져가며 광장을 뒤덮는 광란의 기운은 포로들을 압도하고도 충분하였다.

"모두 하늘을 보는데스! 아아! 해씨가 화가난데스! 우리가 데스우상만 사랑해서 질투가 난것이 틀림없는데스! 이러면 나무씨가 열매를 맺지못해 다들 굶게되는데스! 해씨가 빛나는 녹색 돌씨를 원하는데스! 나무씨가 더 많은 피를 원하는데스! 어서 노예들을 제단 위로 데려오는데스!"

그냥 해가 구름에 가린 것이었지만 제사장 실장은 현란한 말솜씨로 관중을 휘어잡으며 포로들을 요구하였다. 전사들이 성체 포로들을 이끌고 피라미드로 향한다. 포로들이 끌려가는동안 길 양옆에 늘어선 독라노예들이 이들의 몸에 초록색 운치를 묻혀 포로들의 몸을 녹색범벅으로 만든다. 앞머리만 남은 채 온몸에 녹색운치가 발린 포로들은 흡사 우지챠같은 모습이 되었는데, 이는 몸에 운치를 묻혀 포로들을 심리적으로 괴롭히는 한편 포로들을 우지챠와 같은 식용가축으로 대한다는 의미가 깔려있었다.

피라미드 정상까지 끌려온 포로들의 눈에 적녹으로 얼룩진 매끈한 직육면체의 돌이 보인다. 원래는 정상에 올라온 실장석들이 앉아 쉴 수 있도록 설치한 돌의자였지만 지금은 수많은 실장석들이 죽음을 맞이한 제단이었다. 대기하던 전사들이 포로의 팔에 꿰여있던 나뭇가지를 뽑고 사지를 붙잡아 제단에 고정시킨다.

"악마가 다가오는데스! 싫은데스! 죽기싫은데스! 살려주는데스우!!!"

제단 위에 붙잡힌 포로의 눈에 돌칼을 들고 다가오는 제사장 실장석의 모습이 들어온다. 얼굴에 붉은색으로 알수없는 문양을 그리고 오디로 이를 까맣게 물들인채 웃으며 다가오는 붉은옷의 실장석은 마마가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들은 어떤 괴물보다도 무서운 모습이었다. 포로는 죽을힘을 다해 발버둥쳤으나 그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끌려왔기에 자신을 붙잡은 이들을 떨쳐내기엔 한참 모자랐다. 날카롭게 갈아놓은 돌칼이 포로의 가슴을 가르고, 제사장 실장은 갈라진 틈으로 손을 집어넣어 잠시 뒤적거린 후 실장석에게 있어 유일하게 반짝이고 아름다운 부분인 위석을 꺼내들었다.

"이 찬란한 녹색을 보는데스! 이것을 바칠터이니 해씨는 어서 얼굴을 드러내 주시는데스!"
"데갸아아아아! 와따시의 돌! 와따시의 소중소중한 돌씨를 돌려주는데스!"
"더 크게 비명지르는데스! 해씨가 들을 수 있도록 비명지르는데스! 해씨를 불러오는데스!"

인간의 인신공양과 다른점이 있다면 사람은 심장을 뽑히면 죽지만 실장석은 위석을 뽑혀도 살아서 꿈틀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제사장 실장은 돌칼로 포로의 위석을 긁으며 최대한 비명지르게 만들다 위석이 빛을 잃어간다 싶을때 부숴버렸다. 제물의 죽음을 확인한 부제사장 실장이 제물의 목과 몸통을 분리하여 피라미드 밑으로 굴려 떨어뜨린다. 밑에있는 노예가 이를 수거하여 가공장으로 가져가면 가공담당 실장이 시체를 가공하여 고기를 분리하고 두개골은 그릇으로 뼈는 무기나 요리용 꼬치로 다듬을 것이다.

"다음 제물을 데려오는데스! 해씨는 변덕스러워 언제 영영 숨을지 모르는데스!"
"데...."
"수줍어 하지 마는데스! 당당히 가슴을 펴고 해씨들 불러오는데스!"

다음 제물이 될 실장석은 아무 말도없이 멍한 눈으로 붙들려 나와 제단 위에 뉘워졌다. 야속하게도 이럴때만 위석은 파킨을 허락하지 않았다. 행복회로가 돌아간것이 아니라 공포에 먹혀 아무 생각을 할수 없었던 제물은 돌칼이 가슴을 가르는 동안에도 조용하였다. 다음 제물이 비명지르면 될일이었으므로 제사장 실장은 빠르게 위석을 꺼내 부수고 다음 포로의 처치를 시작했다.

"아아! 보는데스! 해씨가 다시 얼굴을 드러낸데스!"
"앞의 분충들이 해씨를 불러온데스! 와따시는 살려주는데샤! 독라달마 자판기라도 좋은데스! 살려만 주면 주인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살겠는데스!"
"다시 얼굴을 보인 해씨에게 감사하며 녹색 돌씨를 바치도록 하는데스! 해씨는 앞으로도 반짝반짝해주시는데스!"
"데갸아아아아아!"

태양이 구름을 뚫고 다시 나타났으나 공양은 멈추지 않았다. 포로가 모두 소진될때까지 계속된 실신공양은 피가 피라미드 밑을 적시다 못해 외곽의 배수로까지 닿고나서야 끝이났다.

"자실장 독라노예 하나에 구더기 3개랑 교환인데스! 나무열매도 받는데스! 갓 잡아와서 잡아먹어도 좋고, 운치굴에 넣어도 좋고, 집안청소를 시켜도 좋은데스!"
"테챠아아! 와따시 먹을거 아닌테치! 아픈테치! 이따이한테치! 손씨 발씨를 돌려주는테챠아!"
"데퍄퍄팟! 고놈 참 싱싱한데스! 여기 아마아마 열매인데스! 이거면 두마리는 가능하지 않은데스?"
"와따시가 밑지고 팔아주는데스! 다음에도 와주시면 감사하겠는데스!"

성체와 분리되어 끌려갔던 독라 자실장들은 피라미드 옆에 있는 공터에서 노예로 팔리고 있었다. 노예상 실장은 자실장을 그자리에서 해체하여 지나가는 성체들에게 고기를 권하기도 하고 나뭇가지로 자실장을 후려치며 구경꾼들을 폭소하게 하면서 판매에 열심이었다. 줄에 매인 자실장들은 옆에 묶여있던 자실장이 그자리서 해체되는것을 보면서 공포에 질려 운치조차 흘리지 못했다.

"테에에엥... 마마 구해주는테챠아..."
"데프픗. 걱정마는데스. 달씨가 뜰때쯤엔 오마에의 마마와 함께일것인데스 데프프"

노예상이 주인에게 자실장을 인계하는 동안 시체 하나가 근처로 굴러떨어졌다. 시체의 몸통부분에 난 상처를 본 자실장은 자신도 모르게 운치를 흘렸다. 마마가 자신을 노리는 실장을 막으려다 옆구리에 난 상처였다. 자신의 운명 또한 마마와 다르지 않을것이라 직감한 자실장은 바닥에 녹색 선을 그리며 주인에게 이끌려 사라졌다.

해씨가 두번을 지나간 후, 중앙공원의 전사들은 공원 동쪽의 집단에서 공물로 바쳐진 자실장들을 데려왔다. 제사장들은 공원 동쪽의 실장들에게 데스우가 변덕을 부려 이번에 자실장만을 원한다며 마을의 자실장을 모두 데려갔다. 이는 경쟁자의 미래 성장동력원을 제거함으로써 경쟁자들의 힘을 줄이려는 계략이 깔려있었다. 하지만 이번 자실장들은 줄에 묶여있지도 독라가 되지도 않은 채 제사장 실장에게 인계되었다.

"데프픗. 어서오는데스 자실장타치. 오마에들은 데스우상께 선택받은 아이들인데스. 데스우상을 만나려면 깨끗깨끗해야하는 법이니 목욕부터 하는데스! 목욕이 끝나면 맛나맛나도 먹도록 하는데스!"
"테챠아! 최고인테치! 똥마마는 놀지도 못하게하고 맛도없는 벌레쪼가리나 줬던테치!"
"데스우상께 선택받은 자들은 이제 그런건 신경쓰지 않아도 좋은데스. 마음껏 즐기도록 하는데스."
"물이 따뜻한테치! 아마아마한 향기가 나는테치!"
"데프프픗. 좋은데스까? 여기 새 옷도있으니 목욕이 끝나거든 입도록 하는데스."

제사장은 자실장들을 한 웅덩이로 이끌었다. 한낮의 태양빛을 받아 적당히 따듯해진 물은 자실장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으며 과즙이라도 넣었는지 달달한 향이 나기에 자신들이 씻고있는 물이라는것을 잊은채 물을 마시는 자실장도 있었다. 다만 조만간 중실장이 될것같은 크기의 자실장 하나만이 들뜨지 않은 채 구석에 앉아 씻고있었다. 그 자실장의 얼굴을 본 제사장이 그녀를 따로 불러내 이야기한다.

"데프픗. 오마에는 대충 무슨일로 온건지 아는모양인데스?"
"......"
"데프프프. 맞는모양인데스. 너무 겁먹지 마는데스. 와따시는 똑똑한자를 좋아하기때문에 기회를 주고자하는것인데스. 같이온 녀석들이 딴생각하지 못하게 먹고놀게만 유지하면 오마에를 와따시의 시종으로 삼아주는데스."
"......"
"침묵은 동의로 받아들여도 되는데스? 그럼 나중에 보도록 하는데스."

해씨가 세번을 지나는 동안 자실장들은 일반 공원의 들실장들은 상상도 할수없는 호사를 누렸다. 아마아마한 물로 목욕을 하고, 맛나는 음식을 먹고, 향기나는 풀로 만들어진 옷을 입고 하루종일 놀았다. 다만 오늘 밤음식을 먹고나니 변의가 밀려와 자실장들은 화장실에서 뱃속의 모든 운치를 씻어내듯 배를 비우게 되어 배가 다시 고파졌지만 다음날의 맛나맛나를 기대하며 잠들었다.

"테챠앗! 여긴 어디인테치! 와따시 어제 폭신폭신 나뭇잎침대 위에 있었던테치!"
"움직일수가 없는테치! 손씨 발씨는 어디간테치! 와따시 우지챠처럼 되어버린테챠아!"
"배고픈테챠! 와따시타치는 선택받은 자실장들인테치! 노예들은 어서 먹을것을 가져오는테챠!"

다음날 자실장이 눈을 떴을때 세상이 어둠에 삼켜져 있었다. 상황을 파악하기위해 일어서고자 하였지만 손발이 없어졌기에 구더기처럼 누운자리에서 버둥거리는 것만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어제 배를 모두 비운 자실장들은 오지않을 맛나맛나를 요구하며 아우성쳤다. 이는 '데스우의 선택받은자'라는 희생제이자 요리였다. 잘 먹이고 씻긴 자실장들을 좁고 어두운 공간에 가둬 데스우의 제물로 바친다. 자실장이 쓸데없이 돌아다니거나 서로 잡아먹는것을 막기위해 팔다리는 미리 잘라 지하감옥 한켠에 매달아두었다. 아마아마한 물로 씻겨 은은한 단맛을 내는 피부와 올렸다 내려지며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감칠맛이 농축된 살코기를 가진 말린 자실장은 제사장급의 고위층만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요리였다.

"올해도 아마아마한 자실장들을 바치는데스 데스우상. 다음에도 와따시타치를 굽어살피시고 풍족한 수확을 거둘 수 있도록 해주시는데스."

밖에서 지하 굴 입구를 큰 돌로 막으며 제사장 실장이 축성을 진행중이었다. 옆에는 붉은옷을 입고 뒷머리를 짧게 자른 중실장이 제사장의 단검을 들고있었다. 그녀가 단검을 제사장에게 넘기자 제사장은 자신의 손을 얇게 그어 낸 피를 돌에 바르는 것으로 축성을 마쳤다. 제사장들이 떠난 자리에는 자실장들의 비명이 간간이 작게 새어나오는 바위뚜껑만이 남았다.

"어두운테치! 누군가 없는테치? 꺼내주는테챠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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