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겨울 사냥

 

겨울의 골판지 하우스 안에서 성체 하나가 식사중이다. 오늘의 식사는 실장푸드 한움큼과 우지챠 네마리. 겨울의 실장석에겐 우지챠 하나라도 덜덜 떨면서 먹기 마련이지만 이 실장석은 걱정하는 기색 하나없이 먹이를 먹어치운다.

이 실장석의 마마는 다른 실장석들과는 다른 접근방법으로 겨울을 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가을내내 월동준비를 해봤자 성체가 자기한몸 펴지 못하는 작은 상자조차 채울 수 없는법이다. 결국 상자안에서 아사하거나 비실대는 몸으로 기어나와 동사하는 결말이므로 얼마안되는 식량을 아껴먹기보다는 충분히 먹어 체력을 비축하고 다른 실장석의 하우스를 약탈하는 것이었다.

물론 적게먹느라 쇠약해진 녀석들을 노려야 하기때문에 약탈을 성공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보존식은 적었지만 공원에 널린게 실장석이고 하우스였다. 보존식이 없으면 사냥한 실장석을 먹으면 되었기에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실제로 마마는 겨우내 자신들을 부족하지 않게 먹였고 봄에 독립겸 사냥연습을 시킬 요량으로 지금 살고있는 집을 얻어주었다. 전 주인은 봄동안 우마우마한 우지챠를 많이 낳아주었다.

마지막 우지챠를 입에 넣은 실장석은 운치굴에 운치를 싼 후 집을 나섰다. 오늘도 부지런히 움직여야 독라노예들을 위한 운치를 마련할 수 있다. 아직 노예들을 잡아먹기엔 겨울이 많이 남아있다. 사전에 탐색해놓은 오늘의 목표가 눈에 들어온다. 숨긴다고 낙엽을 붙이는 노력을 했지만 겨울이 되며 말라 떨어져 골판지가 그대로 드러난, 평범한 지혜를 가진 실장석의 집이다.

혹시나 발소리가 날까 주의하며 하우스에 다가가니 테스, 테치하는 소리 여럿과 조그만 데스 소리가 들려온다. 동족들이 돌아다니지 못하는 겨울이어도 집에선 조용하게 있어야 하는법이건만 친실장이 자들을 제대로 통제못하는것은 친실장이 제대로 못먹고 있다는 증거였다. 며칠 내버려두면 더 안전하게 사냥 가능하겠지만 자들의 분충성을 볼때 반란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었으므로 사냥실장은 지금 약탈하기로 마음먹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자 일가는 쥐죽은듯 조용해졌다. 집을 두드리는 소리는 언제나 좋은 징조가 아니다. 중실장인 장녀가 문에 조그맣게 나있는 구멍을 통해 밖을 내다보자 먹음직스러운 콘페이토가 놓여있다. 성체가 보았다면 실장석의 상식으로도 말도안되는 이 상황을 파악하고 손도 대지 않았겠지만 그간 제한된 식사만을 해왔던 자들에게 있어선 물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자들을 우선 먹이느라 힘이 부족한 친실장이 말릴 새 없이 장녀는 빗장을 열고 나가 콘페이토를 들고 하우스로 들어온다. 친실장이 타박하지만 장녀는 시근퉁하게 대꾸하며 콘페이토를 섭취하고 장녀가 콘페이토를 먹은지 얼마되지않아 몸이 붕 뜰정도의 운치를 뿜으면서 집안은 엉망진창이 된다. 그 혼란을 틈타 사냥실장이 하우스에 침입하여 친실장의 숨통을 끊는다.

오늘은 수확이 좋다. 도돈파를 쓰는바람에 좀 지저분해졌지만 수건을 손에 넣을 수 있었고, 남아있는 식량도 적지않았다. 자실장 이하는 독라로 만들어 봉투에 넣고 중실장은 끌고가서 먹을 요량으로 팔을 떼어놓은 채 끌고가기 좋도록 뒷머리를 앞으로 메어놓는다. 독라가 된 자실장들은 봉투안에서 울부짖으며 제 어미를 찾지만 머리에 대못이 꽃힌 친실장은 미동조차 없다.

이걸로 한동안 밥걱정은 없겠다 생각하며 하우스를 나서던 사냥실장은 이제까지의 행운이 무색하게도 인간과 눈이 마주쳤다. 인간은 사냥실장과 사냥실장이 들고있는 요동치는 봉투, 두 팔이 사라진 채 피눈물을 흘리는 중실장을 훝어보고는 말을 건낸다.

"이야 선객이 계셨네. 어째 오늘 장사는 괜찮으십니까?"

사냥실장은 일전에도 사냥을 끝내고 나서 인간과 마주친 경험이 있었다. 자신이 위협을 가하자 인간이 돌아섰었다는데 기억이 미치자 사냥실장은 자세를 낮춰 위협을 시작한다. 문제가 있다면 그 때 마주친 사람은 무관심파로 피칠갑을 한 실장석과 관계되기 싫어 자리를 피한것일뿐 지금 마주친 사람은 학대파라는 것이다. 목표했던 일가는 실각했고 날도 춥겠다 겁만주고 말 예정이었지만 위협하는 녀석을 내버려두기엔 학대파의 혼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너같은 녀석들 때문에 내가 가지고 놀게 없어지잖니... 그런 주제에 이런 태도는 좋지않다는 생각이 들지않니?"
"데샤아! 놓는데스! 옷과 머리씨에서 손떼는데샤아아!"
"그래도 기특하게 독라들 좀 남겨놨네. 살려주는 대신에 이것들은 내가 가져간다? 콜?"
"테챠! 닝겐노예가 분충에게서 우릴 구원한테치! 이제 집에 데려가서 새옷과 금발을 바치는테츄! 그다음엔 스시와 스테이크인테치!"
"아유 겨울인데도 잘먹었는지 힘차네! 추운날 나온 보람이 있어."
"오로롱... 다행인테스... 이제 사육실장인테스..."

학대파는 간단하게 사냥실장을 독라로 만들고 봉투안에 중실장까지 넣은 채 사라졌다. 그날의 전리품과 약탈당한 하우스를 정리하여 쓰레기통에 넣은것은 덤이다.

살려준다곤 했지만 사냥실장은 머리와 옷, 오늘의 전리품을 모두 잃었다. 하지만 사냥실장은 주저앉아서 우는대신 자신의 집을 향해 걷기 시작하였다. 집에 돌아가 몸을 추스린다음 다른곳을 약탈하면 될일이었다.

하지만 사냥실장의 운은 인간을 마주치기 전까지였던 모양이었다. 집에 도착한 사냥실장은 하우스 문이 열려있는것을 보고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한겨울에 돌아다니며 약탈하는 자는 본인만이 있는것이 아니었다. 급히 들어가보니 그간 모아놓은 세간은 물론 며칠전에 사냥하여 운치굴에 넣었던 독라노예마저 없어졌다.

지금의 집은 포기하기로 하였다. 운좋게 세간을 다시 모으더라도 이미 위치가 노출된 하우스는 다시 털릴것이었다. 아직 봐둔 하우스가 있다. 그 하우스는 동족들이 찾기 어려운 위치에 있었기에 아직까지 건재할 것이었다. 그 집을 약탈하고 본인이 그곳에서 살면 된다. 사냥실장은 침입자가 미처 챙기지 못했던, 숨겨놨던 보검을 챙겨들고 집을 떠났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무분별한 악플과 찐따 댓글은 삭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