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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햣-하하다 애호파에게 혼난 이야기

 

실장석 애호 공원으로 유명한 후타바 아동 공원.
겨울이 갓 지나고 꽃샘추위가 찾아올 무렵, 실장석 일가가 데슷데슷, 테칫테칫 소리를 내며 바쁘게 뭔가를 찾고 있다.
월동용 식량으로 빠듯하게 겨울을 나고 먹을 것을 찾으러 다니는 녀석들이려나.

잘 보면 한 일가 뿐만 아니라 꽤 많은 수의 실장석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며 땅바닥을 들쑤시고 있다.
주변에 제법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있지만, 아첨하거나 구걸할 생각도 없이 스스로 먹이를 찾는 부지런하고 영리한 실장석들.

그런 실장석의 뒤로 살금 살금 다가가서 있는 힘껏 준비해온 빠루같은 것을 휘둘렀다.

"햣-하!"
"데갹!"
"테벳!"
"테짓!"
"레뺫!"

성체 실장은 머리통을 날리고 자실장과 엄지실장은 운동화로 짖이긴다. 이날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모브랜드의 쿠션감 좋고 방수처리된 운동화다.

정신없이 공원의 똥벌레들을 청소하고 있자니, 누군가 부르는, 정확히는 화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보세욧! 지금 뭐하는 거예욧! 여기가 어딘지 알고 그런 몰상식한 짓을 하는 거예욧?!?"

돌아보니, 짧고 뽀글뽀글한 파마머리에 테가 두꺼운 핑크색 안경을 쓰고 핫핑크색 립스틱을 바른 아주머니가 팔에 [후타바시 실장석애호협회]라고 적힌 완장을 차고 손에는 반쯤 차있는 벌크형 대용량 별사탕 봉지를 들고 있다. 별사탕도 여러 색으로 알록달록하지만 그 중 압도적으로 비율이 높은 것은 핑크색이다.
실장석을 애호하다보니 취향도 실장석화되버린 것인가?

아주머니의 뒤에는 의외로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의 사람들이 실장석 애호협회 완장을 차고 씩씩거리고 있다. 할 말은 많지만 일단은 아주머니에게 맡기고 참는다는 듯한 태도이다.
꽤 신뢰받고 있는 듯한 아주머니.
애호협회의 회장이나 간부일까?

어쨋든 실장석같은 더럽고 불쾌한 생물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니는 정신나간 인간들은 내쪽에서도 싫기 때문에 최대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시민들에게 개방된 시립공원이죠. 전염병이나 퍼트리고 다니고 쓰레기통을 뒤져서 공원 미관을 해치는 똥벌레들을 청소하는 중인데 무슨 문제라도 있으세요? 아, 혹시 이 똥벌레들 키우시는 거? 근데 사육벌레들이 왜 공원에서 살지? 이거 혹시 불법유기에요?"

그러자 당황스럽게도, 애호파 아주머니는 나를 몹시 묘한 표정으로, 비유하자면 출근시간에 회사 로비에서 들실장과 직스하다가 해고 되고 집에서도 쫓겨나고 친구들에게도 모두 연락차단당한 불쌍한 인분충을 보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땅이 꺼질 듯한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아까와는 달리 유치원생에베 대하듯 조곤조곤한 어조로 설명했다.

"이곳은 아.동.공.원.이라구욧, 아.동.공.원. 그렇게 주변을 살피지도 않고 둔기를 붕붕 휘두르다 어린애가 다치면 어떡하실 거예욧? 애들은 주의력이 부족해서 앞뒤 안보고 막 뛰어다닌다구욧! 그렇게 휘두르다 애가 머리라도 다치거나 어디 부러지기라도 하면 당신이 책임질 수 있어욧? 인생은 실전이다 존만아라는 옛 성현들의 가르침도 몰라욧?"

솔직히 아주머니가 그렇게까지 정론을 들고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에 나는 순간적으로 얼어붙어서 어버버 어버버 하고 있다가 우리를 둘러싼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 더욱 당황해서 그만 아주머니에게 ...죄송합니다...하고 사과하고 말았다.
마치 미친 무차별 살인마를 보는 듯한 그 시선은...으...

하지만 애호파의 정론공격에 순순히 물러나기에는 학대파로서의 자존심 상했으므로 소심한 반격을 하기로 했다.

"제가 잘못한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아주머니네도 그렇게 공원에서 콘페이토같은 걸 뿌리면 실장석들이 분충이 되고 과잉증식해서 사람들에게 투분하고 탁아를 하면서 피해를 준다구요! 실장석을 키우고 싶으면 아주머니 집으로 데려가서 키우세요!"

그러나 주변을 둘러싼 구경꾼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했다. 도리어 애호협회 무리들의 눈빛에 동정심이 어리기 시작했다.
아주머니는 깊이 한숨을 내쉬더니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후타바시 실장석애호협회]의 설립 목적은 인간과 실장석이 공존하는 삶.
궁극적으로는 실장석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좋아져서 실장삼권이 자연스럽게 인정되는 것.
이 공원과 공원 주변의 시설들은 그걸 위한 초석이다.

이 공원은 애호협회와 시청, 공원 관리사무소의 협약하에 애호협회의 지도로 공원에서 거주하는 실장석들이 관리하고 있다.
관리라고 해도 거창한 것은 아니고, 공원의 쓰레기들을 줍고 화단의 잡초를 뽑는 일이다. 이게 제대로 되고 있기 때문에 이 공원 실장석들은 시민들에게 제법 인기가 있다.

실장석들에게 어떻게 청소를 시키는지 물어봤더니, 해결책은 손은 좀 가지만 간단한 방법이었다.

먼저, 실장석들에게 협회에서 박스와 수건, 물병등 생존에 필요한 필수 물품들을 나누어 주고 쓰레기줍기와 잡초뽑기에 대한 간단한 요령을 알려준 뒤 매일 할당량을 채우면 하루에 필요한 중급 실장푸드를 준다. 보통 성체는 7알, 자실장은 3알, 엄지는 1알이다. 구더기는 어차피 쓰레기 줍기도 못하고 운치를 먹고 살기 때문에 줄 필요 없다.
푸드 지급은 겨울에도 계속 하기 때문에 월동준비를 하느라 공원 청소를 뒷전으로 할 염려가 없다.

만약 할당량을 못채운 실장짱이 있다면 하급 실장푸드를 준다.
이건 나도 몰랐던 건데 푸드 등급은 크게 네 등급으로 나누어 진다고 한다.

최상급.
상급.
중급.
하급.

각 등급 차이는 원료의 차이인데, 최상급은 식용실장석을 분대 제거하고 만든 것이라 인간이 먹어도 되는 등급이라고 한다. 당연히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에 어지간한 애호파가 아니면 먹이기 힘들다.
상급은 식용실장석 중에서 품질검사에서 탈락한 것들을 통째로 갈아서 만드는데 손이 많이 가는 분대제거를 하지 않아서 반은 실장석 운치다. 괴식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먹어봐도 되겠다.
요즘에는 품질검사에서 탈락한 식용실장석을 분대제거하고 갈아서 만든 최상급과 상급 사이 등급 푸드도 나온다는데 상당히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중급은 상급과 동일한데 재료가 식용실장석이 아니라 브리딩과정에서 실패하거나 샵으로 갔다가 반품되서 온 실장석을 갈아서 만든다. 가장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다.
하급은 대체로 구제때 수거된 들실장들의 사체로 만드는데 당연히 세척이고 뭐고 없이 통째로 갈아버리기 때문에 비위생적일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코로리, 도돈파, 게로리, 도로리 성분이 그대로 섞여있다. 인간이 호기심에 한알 먹어본다면 99% 심각한 식중독과 장염에 걸리고 실장석이라도 장복하면 100% 죽는다.
운 나쁘면 한알 먹었는데 피를 토하며 죽기도 한다.
최근에는 실장공장에서 나온 실장 운치에 톳밥과 석회를 섞어 굳힌 최하급 사료도 나왔고 의외로 노동석을 키우는 공장에서 제법 수요가 있다고 한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실장석에게는 하급 푸드를 주는 건, 이번에는 몸이 아프다거나 다른 사정이 있어서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다면 굶기는 건 불쌍하기도 하고, 다른 착한 실장쨩들의 이미지까지 망치는 게으름뱅이 분충은 죽든 말든 상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고로 스시 스테이크 콘페이토를 입에 달고 사는 분충들도 실장짱들이 실장삼권을 인정받기 위해 장기적으로 방해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코로리를 뿌려서 처리하고 있다고 한다.
아주머니는 들고 있던 콘페이토 봉지를 보여주셨는데, 데포르메된 실장석이 귀엽게 웃고 있는 그림 옆으로 [강력한 효과! 데스웅사 지효성 코로리]라고 쓰여있었다. 지효성 코로리 중에서 제일 효과가 좋다고 한다.

그리고 공원에는 지효성 코로리를 뿌려야 하지만, 쓰레기장에는 즉효성 코로리를 뿌려야 거리가 오염되고 아직 안죽은 실장석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다시 공원 미화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실장석들은 머리가 나빠서 저것만으로는 열심히 쓰레기를 줍거나 제초작업을 하는 녀석들이 그다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주기적으로(대개 2-3일에 한번) 자원봉사자들이 공원을 돌며 실장석들의 골판지 하우스를 뒤집어 턴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는 입수 과정에서도 동네 쓰레기장을 더럽혀서 주민과의 갈등을 야기하고, 음식물 쓰레기가 부패하면서 각종 세균이 번식하여 어린 아이들의 건강에 해로울 수 있으므로 전염병 예방차원에서도 반드시 수거해야 하고, 낙엽도 실장석들이 모두 수거해가도록 하면 공원이 황폐화하기 때문에 수거해야 한다.
물론 신문지, 찢어진 걸래, 바람빠진 공같은 지저분한 쓰레기들도 수거한다.

애호협회에서 제공해준 물품만 나온다면 상관 없지만 지급받지 않은 물건들이 나오면 모두 수거하고, 패널티로 지급된 물건도 하나 수거한다. 가끔 보면 골판지 박스도 지급품이 아니라 어디서 주워온 박스를 사용하는 녀석들이 있는데 이런 건 대체로 외부에서 유입된 이주실장이므로, 공원의 규칙과 한달에 한번 있는 생활보조물품 지급일을 가르쳐주고 모두 압수한다.


굴러 떨어지거나 물건들이 수거되는 것을 본 자실장들이 테치이이이--ㅅ!하고 비명을 지르는 게 가엾지만 귀여운 실장쨩들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한 일이니까 어쩔 수 없다.

골판지를 비롯한 음식물 쓰레기, 오래되서 찢어지고 꼬질꼬질 구린내 나는 수건, 물이끼 낀 페트병을 빼앗긴 녀석은 그 중에서도 특히 서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쪼글쪼글하게 만들어 색눈물을 방울방울 흘리며 데슨...데슨...데슨...오로롱 오로롱 하고 울었는데 어찌나 구슬프게 울던지 애호활동 중에는 되도록 링갈을 안켜려고 노력하는 아주머니조차 링갈을 켰을 정도였다.

"오로롱 오로롱 오로롱... 어째서인 데스우... 와타시타치는 아무짓도 안한 데스우... 그런데 어째서 이런 심한 짓을 하는 데스까? 이 공원은 아직 살기 좋다고 해서 목숨을 걸고 이주해온 데스요... 그런데 어째서 이러는 데스까...오로롱 오로롱 오로롱"
"곧 겨울인 테치 와타치타치는 살수 없는 테챠! 죽어버리는 테챠!"
"닝겐상 도와줘테치! 와타치타치를 길러실장으로 만들란 테츄아!"
"모두 너희 귀여운 실장쨩들이 인간들과 공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걱정하지 않아도 생필품은 깨끗한 걸로 지급해줄 거야... 다음 지급일은...보자... 3주 후 공원 중앙 분수대 앞으로 오렴."
"텟챠아아! 그때까지 못기다리는 테치! 추워서 죽어버리는 테치! 먹을 것도 없는 텟챠!"
"테에에에에엥! 이게 다 이상한 공원으로 온 똥마마 때문인 테치!"

가끔 가슴 아픈 일도 있지만 그래도 귀여운 실장쨩들의 실장삼권이 인정받는 미래를 위해 꾹 참고 힘내고 있다고 한다.

가슴 아픈 일이라면, 인간들이 실장석에 대해 치를 떠는 대표적인 행위들이 탁아, 투분, 총구 보이며 유혹하기, 가택침입일 것이다.
아주머니는 이 행동들을 바로잡아야만 선량한 실장쨩들까지 사람들에게 미움받으며 학대당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우선 애호협회 회원들이 모두 자원봉사자로 나서서 위 행위들을 하는 실장석들을 보이는 족족 잡아들였다. 그리고 잡아온 실장석들은 모두 금속 꼬챙이로 만든 형벌꼬지에 꽂아 공원 곳곳에 전시해두었다.
아주머니는 형벌꼬지를 얼마나 많이 만들었던지 이제는 눈감고도 쇠꼬챙이에 실장석 분대를 관통시킬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산적, 오뎅꼬지 등 꼬지에 꿰는 음식은 모두 달인급으로 잘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실장석들은 기본적으로 멍청하므로 저렇게 전시만 해놓는다고 효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 옆에 실장샾에서 사온 자실장을 한마리 두고 끊임없이 이 실장석이 말린보존식이 되어가는 이유를 설명하게 한다.

이 자실장은 본래는 공원방생용으로 사온 것인데(실장석 중에서 영리한 개체는 사육실장이 되어 새끼를 안낳고 죽으므로 공원에 남은 실장석들은 기본적으로 멍청한 분충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실장샾에서 영리하고 훈육받은 자실장들을 대량구매해서 풀어줌으로써 공원 분충도를 낯출 수 있으리라 생각한 듯 하다) 이 임무를 맡기며 잘 해내면 회원들에게 분양해준다고 하면 탈진해 쓰러질 때까지 열심히 텟치텟치 일을 한다고 한다.

정말로 일을 열심히 잘 한 자실장들은 애호협회 회원 중 희망자에게 분양해주는데, 이 자실장들은 굉장히 평이 좋아서 한 사람이 여러마리를 분양해가는 일도 많고, 어쨌든 없어서 분양하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이들은 후타바시 실장석애호협회의 이념대로 식당 초벌 설거지, 입주청소 중 바닥청소, 고층건물 유리창 닦기 등 여러 분야에서 일하며 인간과의 공존을 이루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주머니의 설명을 듣고 다시 공원의 실장석들을 보니...
분명 그들은 공원을 찾는 사람들로부터 호의적인 시선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정작 그들은 북한 강제수용소 노역자들처럼 희망이라고는 1g도 찾아볼 수 없는 공허한 눈과 초췌한 얼굴로 피눈물을 흘리며 데슷데슷, 얼마되지 않는 공원의 쓰레기와 잡초를 서로 차지하려고 투닥거리고 실장화가 닳아지도록 공원을 돌아다니고 있다.
심지어 보통이라면 친실장이 가져다주는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나름 편하게 지냈을 자실장들과 엄지실장들도 마찬가지였다.

과연 이들을 큰 고통없이 단번에 햣-하하고 죽이는 나와
미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행복을 위해 현재를 갈아넣는 애호협회 중 어느 쪽이 더 실장석들에게 잔인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후타바시 실장석 애호협회 사무실에 들러 신입회원으로 등록했다.
참, 핑크안경 아줌마가 회장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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