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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의 실장석들

 

"자들, 이리 나오는 데스우~ 집보기 잘하고 있던 데스우?"
"그런 테치! 우마우마 먹고싶은 테츄웅~"
"프니프니 더해주는 레후~"


후타바시에 위치한 한 생태공원. 여기 사는 들실장들은 공원의 풍부한 식생을 기반으로 주변 인간들에게 큰 피해를 끼치지 않고 나름대로 평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장석이 어떻게 살고 있건 구제반은 찾아온다.


"데갸아악!! 도망치는 데스우!! 하얀 악마들이 다시 나타난 데슷!!"


혼란에 빠진 공원의 실장석들에게 다가오는 구제반원들. 그런데 다른 공원의 구제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빠루를 휘두르고 코로리 스프레이를 분사하기 마련인 하얀 닌겐들은 어쩐지 도망치는 실장석을 정중히 잡아 한마리씩 봉투에 넣는다. 미처 도망가지 못한 골판지 속 일가에게 뿌리는 건 단순한 네무리다.


"데게뵤앗!! 죽기 싫은 데스!! 코로리는 싫은 데수!! 자들만이라도...데...샤....음냐...쿨...."



얼마 후 그녀들은 낯선 곳에 한데 모여 눈을 떴다.

"데에... 여기는 어디인 데스?"

처음에는 인간들의 도로 한복판으로 착각했다. 땅이 온통 평평한 회색 콘크리트 바닥이었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끝없는 수평선만이 펼쳐졌다. 어디에도 닌겐은 없었다.

그녀들은 한쪽 끝으로 걸어가보았다.


"물 속이 보이는 데스! 물고기씨가 많은 데슷! 맛있겠는 데스웃~"
"마마 힘내는 테츄~"

성질급한 개체들이 물에 뛰어든다. 물론 성체실장의 키를 훌쩍 넘는 깊이에 차례차례 물거픔을 남기고 익사한다. 실장석의 시체들은 상어밥이 된다. 이를 보며 다른 자들이 포기한다.

"가운데로 가보는 데스우..."

그 선택이 맞았다. 우묵하게 파인 부분에 맑은 물이 고여 있다. 빗물이 모인 듯하다. 물을 마시고 기운을 차린 실장석들에게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마! 여기 하우스가 있는 테치!"
"데에.. 뭔가 이상하지만 들어가는 데스우."
"굴도 있는 레후~"

딱딱한 콘크리트지만 공원에서 살던 골판지집과 유사한 구조의 집이 곳곳에 널려 있다. 내부에는 더 깊게 파인 운치굴도 있다. 실장석들은 일가마다 하나씩 들어가 자기집으로 삼았다.

이제 딱 하나만이 문제다.


"데.. 먹을 게 안 보이는 데스우.."
"마마~ 푸드가 있는 테츄!!"

섬 한쪽에 있는 큰 원통 모양 탑에서 푸드가 쏟아지고 있다. 실장석 일가들이 모여 잔뜩 먹을 만큼 가져가고도 남았다. 그녀들 일생에 처음일 포식에 행복도가 거침없이 상승한다.

"데프픗... 닌겐들이 와타시타치를 위해 바친 낙원인 데스우? 나타나지 않는 게 괘씸하지만 일단 넘어가주는 데스."



실장석들이 떨어진 이곳은 태평양 복판에 있는 산호초 암초였다. 이곳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 정부는 해수면이 상승하여 암초가 수몰될 위기에 처하자 콘크리트를 억지로 부어 넓혔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아무도 살지 않는 인공 구조물인 콘크리트
덩어리를 섬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일단 '섬'에 생태계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이 정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리고 콘크리트 돌덩이 위에서 살 수 있는 생물은 실장석이 유일했다.

공원과 비슷한 구조물을 꾸며놓고, 당분간 먹이를 배급해가며 실장석의 개체수를 늘린다. 충분히 늘어나면 그 다음은 동족식을 하며 수를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이 정착해 실장석들을 노동력과 실장육으로 써먹는다. 그러면 인간이 자급 가능한 섬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것이 일본 정부의 계획이었다.


그것과는 상관없이 실장석들은 행복했다. 인간은 없지만 먹을 것과 지낼 곳이 있다. 비가 자주 내려서 마실 물도 충분하다. 따뜻하고 겨울도 오지 않는다. 포식자도 나타나지 않아 자들이 무사히 쑥쑥 자란다. 다음 선택지는 명확하다.

"데프프프. 여기는 낙원이 틀림없는 데스우. 자들을 순풍순풍 낳아 가득 채우는 데스우."

성체실장들은 서로의 오른눈에 운치를 발라 임신했다. 여기저기서 태교의 노래가 울려퍼지고, 자실장들은 순조롭게 성장해 아직 비어있는 많은 콘크리트집을 차지해 독립했다.

인간과 실장석들 모두 만족했다. 그러나 자연은 이런 욕심을 두고보지 않았다.


어느 끝없이 이어지던 여름날.


"데에엣!! 하늘이 심상치 않은 데스우! 곧 큰비가 내리는 데스!! 자들은 모두 집안으로 들어오는 데스웃!!"

'섬'이 초대형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왔다.

하늘이 뚫린 듯 어마어마한 비가 쏟아졌다. 빗물에 잠긴 웅덩이가 넘치고, 바닷물이 수면을 넘어 들이친다. 곧 물이 집안으로 들어와 자실장들의 키보다 높아진다.

"심상치 않은 데스우~!! 서둘러 집 위로 올라가는 데스!!"
"마마, 마마~!!!"
"레구굻..."

움직임이 굼떴던 일가는 일찌감치 집안에서 익사하고, 물살에 휩쓸린 자실장들의 비명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가까스로 높은 곳에 피신한 실장석들의 운명도 오래가지 못한다.

"데에에... 이럴 리가 없는 데스우... 노예닌겐이 구하러 와야 할 터인 데스... 무능한 노예! 어딨는 데스우!! 세레브한 와타시가 절체절명의 위기인 데샷!!!"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실장석들이 열심히 행복회로를 굴린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

비가 그치고 하늘이 갠다. 그러나 '섬'의 실장석들은 한마리도 남아 있지 않다. 실장석들이 분에 맞지 않는 행복을 누리기에 자연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그리고 그녀들을 이용하려던 인간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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