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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레치레치

 

거리를 기웃기웃 거리는 한 남자.
그 사이에 남자의 발길은 공원에 닿았다.
공원 안에는 실장석 마을이 있었다.
한 무더기나 되는 구질구질한 골판지 상자가 많이도 늘어져 있었다.
상자 대부분이 비어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먹이를 찾으러 나갔나보다.
남아있는 것은 자실장 뿐. 데려가기도 불안해보이는 작은 것들이다.
출입구로 쓰이는 박스 날개에 가려질 정도로 몸을 낮추고, 남자는 엿보고 있다.
남자는 짝-짝- 껌을 씹으면서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자, 착한 아이는 먹이를 주마.」

껌을 던져주자, 박스 날개가 젖혀질 정도로 쏜살같이 뛰어온다.
껌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손 안의 물건과 남자를 번갈아 바라본다.
남자는 껌으로 풍선을 만들었고, 자실장은 신기해서 눈이 초롱초롱 해진다.

「레치레치, 레치」
「뭐라는지 모르겠구먼」
「레츄웅~ 레치」

조그만 자실장은 무거워보이는 머리로 꾸벅, 인사한 후 아장아장 둥지로 돌아갔다.
그 자리에서 바로 먹을 정도로 무방비하진 않은 모양이다.
남자는 어깨를 으쓱하고 자리를 떴다.
남자는 실장석이라는 것에 관심도 없고, 껌을 준 것도 단순한 변덕이었다.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을 뿐.


작은 자실장은 집 안에서 껌을 부둥켜안고, 달콤한 향을 음미하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마마랑 오네챠타치는 먹을 것을 찾느라 고생 중일 거다.
그런 가족을 남겨두고 인간의 조공을 독차지 할 순 없는 노릇이다.
자실장은 작은 머리로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공복에서 오는 배고픔에 주르륵 침이 흐른다.
태어나서 한 번도 만족해본적 없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자실장은 사랑스럽게 껌을 어루만졌다.
음식의 분배는 몸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인간에게서 받은 이 껌도 예외 없을 것이다.
자실장은 생각한다.
자실장은 껍질을 벗겨, 할짝 하고 핥았다.
무심코 환호성을 지를 정도였다. 한 번도 맛본 적 없는 달콤함이었다.
더는 참지 못하고, 자실장은 게걸스럽게 할짝할짝 껌을 핥았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다 먹어치워버린 뒤였다.

「레.....」

배의 만족감과 가슴의 죄책감이 자실장을 덮쳐왔다.
한동안 달달함이 남아있는 입가를 핥다가 잠이 들고 말았다.
꿈속에서 자실장은 껌으로 만든 성에서 살고, 가족은 밖에서 굶고 있었다.
자실장은 창문으로 홀쭉해진 가족을 내려다보며 테프프 하고 쪼갰다.

작은 자실장이 일어났을 땐, 골판지 상자 안이 가족들로 가득 차 있었다.

「데스, 데스데스우」
「테치테치, 테츄웅」
「텟치테치, 텟츄우」

싱긋거리며 담소를 나누는 가족의 얼굴을 보고, 자실장은 눈을 피했다. 
아직 꿈에서 깨어나지 못했기에, 더러운 골판지 하우스에서 가족과 함께 있는 현실이 이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실장이 눈을 뜬 것을 깨달은 오네챠가 오늘의 수확물을 자랑스럽게 가리켰다.
그곳엔 아직 살이 잔뜩 남은 생선뼈와 사과 심지가 있었다.
들실장의 식사치고는 상당한 진수성찬이다.
가족들은 막내 자실장이 깨어날 때까지 쭉 기다리고 있던 것 같다.

「레치....」

음식을 앞에 두고도, 작은 자실장은 감흥이 없었다.
막 일어나서 공복인 건 사실이었으나, 그 배는 다시 껌으로 채울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단 하나의 껌으로, 자실장은 인공조미료에 중독되버린 것이다.
자실장의 상태가 이상했기에 가족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어쨌든 음식 분배는 끝났고, 식사시간이다.
친도 자매도 희희낙락 했지만 자실장만은 우적우적, 그야말로 따분하다는 듯이 먹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져 상온에 노출된 생선과 사과는 당연히 썩어있었고, 신맛과 구린내가 심했다.
사육실장이라면 모를까, 들실장의 입에는 어느 것도 불쾌한 것이 아니다.
허나, 사치를 알게 된 자실장은 견디기 힘들다.
가족 앞이라 입에 우겨넣고는 있지만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은 기분이다.
끈적한 혀의 감촉도, 혀를 박히는 신맛도, 코를 찌르는 악취도, 모두 껌하고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입에서 코로 통하는 시원함은 물론, 걸쭉한 식감도 없고, 무엇보다 단맛이 없다.
자실장은 얼른 잠들어 껌의 성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랐다.

자실장은 불편함에 잠을 깼다.
배가 불룩 부풀어올라 임산부처럼 되어있었다.
자실장은 과식한 탓에 똥이 쌓여있다고 생각했다.
빨리 밖에서 싸고 오지 않으면, 자다가 운치를 지려버릴 것이다.
그러면 마마한테 심하게 야단 맞을 것이다. 자실장은 골판지 하우스에서 서둘러 뛰쳐나왔다.
밖에 설치된 공공 화장실은 얕은 구덩이었다.
자실장은 구덩이 끝에서 엉덩이를 까고 힘을 주었다.
배는 이렇게 부풀었는데, 이상하게도 운치는 한 조각도 나오지 않앗다.
자실장의 고개가 갸우뚱한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다시 한 번 끙-아.
그러자 배 안에 있던 것이 역류해, 가슴과 목구멍에 차올랐다.
우웩 하고 토해낸 것은 껌의 막으로 된 녹색 풍선이었다.
벌어진 입 때문에 고개를 젖히자, 배는 줄어들고 풍선은 부풀었다.
그러면서 자실장의 발이 땅에서 떨어져, 공중으로 떠오른다.
신기하게도 껌을 먹은 자실장의 상쾌한 숨결은, 공기보다 무게가 가벼웠나보다.
풍선이 커지면서 자실장의 고도도 상승한다.
바람에 실려 어딘가로 날아간다.
자실장은 이상한 꿈이구나 하고 생각하곤, 떠다니는 느낌이 좋았는지 다시 졸기 시작했다.

남자가 거리를 기웃기웃 거릴 때, 이상한 물건을 보았다.
그것은 자실장 건어물이었다. 나뭇가지에 걸려, 바람에 흔들흔들 거리고 있었다.
그 입에서 삐져나온 것은 말라서 딱딱하게 굳어버린 껌이었다.
남자가 그것이 자실장의 시체인지 알 리가 없고, 하물며 자신의 변덕이 낳은 결과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할 것이다. 
남자는 어깨를 으쓱하고 발을 뗀다.
순간 바람이 불어 왔고, 자실장 건어물은 매달린 가지에서 떨어졌다.
마치 낙엽이 춤을 추듯, 정처없는 하늘을 날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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