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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면과 봄

 

가을도 끝나고 날이면 날마다 추위가 심해지는 계절, 산간에 있는 니지마을에는 실장석이 동면을 위해서 각자 손에 든 비닐봉지에 도토리와 마른 낙엽을 채워서 집에 가져가고 다시 주우러 나오는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니지마을의 겨울은 무척이나 춥고 눈이 쌓이게 되므로 여기에 사는 들실장석들은 다른 지역의 실장석들과 달리 겨울 동안에는 둥지에 틀어박혀 봄이 찾아올때까지 잠드는 습성이 있다.

그러므로 여름이 끝날 부렵부터 여기저기에서 지금 있는 둥지를 개량해서 겨울을 대비하는 놈, 지금의 둥지와는 다른 동면용 둥지를 만드는 놈 등, 각각 자신의 어미에게서 물려받은 방법으로 동면의 준비를 한다. 평소의 둥지로는 겨울을 넘길수가 없기 때문이다. 동면의 준비를 전혀 하지 않는 실장석도 있지만, 이런 실장석은 겨울과 함께 신속하게 저세상으로 떠나간다. 그런 실장석을 제외한 다른 실장석들은 동면을 위해 라스트스퍼트를 달리고있다.



공원 옆에서 사람도 실장석도 별로 들어오지 않는 장소에서, 한 마리의 실장석이 지금까지 쓰고있던 골판지하우스를 접어서 덤불 안에 밀어넣는다. 이 실장석은 동면용으로 다른 둥지를 만들었기에 지금까지 쓰던 골판지하우스는 봄이 될때까지 다른 실장석이 가져가지 않도록 숨기는 것이다.

「마마ー 겨울의 집 근처에서 먹을수 있는 것을 잔뜩 주은테치ー」

「와타치도 잔뜩 주은테츄ー」

친실장이 골판지를 숨겼을 때, 이 실장석의 새끼인듯 한 두 마리의 자실장이 먹을것으로 차있는 작은 비닐봉지를 가지고 친실장에게 뛰어온다.

「오마에들, 마마가 돌아올때까지 겨울집 안에서 얌전히 기다리라고 말했던데스ー 혹시 동족이나 닝겐에게 들키면 큰일나는데스」

「마마 미안한테치. 주위에 닝겐도 다른 실장석도 없길래 괜찮다고 생각한테치」

「마마, 오네챠한테 화내지마는테츄. 와타치가 마마가 없는 동안 먹을것을 찾아서 마마를 돕자고 오네챠한테 제안한테츄. 그러니까 오네챠한테 화내지마는테츄」

「오마에들이 조금이라도 마마를 돕고싶어 하는 마음은 기쁜데스. 그래도 다음부터는 마마가 없는 동안에는 집에서 얌전히 있는데스. 오마에들에게 무슨일이 생기면 마마는 무척 슬픈데스」

친실장에게 질책을 받아 어께를 늘어뜨리고 풀죽어있는 두 마리의 자실장을 친실장이 꼬옥 안아주고, 먹이찾기로 더러워진 두 마리의 얼굴을 옷 소매로 닦아준 후 두 마리의 손을 잡고 동면용 둥지로 걸어간다.

「그건 그렇고, 이렇게 많은 버섯이 대체 어디에 있었던데스?」

공원의 깊은 곳. 약간 높은 언덕의 경사면에 동족과 인간에게 발견되지 않도록 여름이 끝날때부터 고생해서 판 동면용 옆구멍식 동굴의 둥지 앞에서 친실장은 자실장들의 봉지 안에 잔뜩 들어있는 버섯을 꺼내며, 출처를 물어본다.

「겨울집 근처의 숲 안에 잔뜩 자라고있었던테치」

「아직도 잔뜩 있는테츄. 그래도 봉지에는 이 이상 들어가지 않았던테츄」

「데뎃! 그거 대단한데스! 이 버섯과 아침에 주은 밥을 먹고나서 얼른 버섯을 따러 가는데스!」

친실장가족은 자실장들이 주은 버섯과 친실장이 아침에 주은 음식물쓰레기를 먹은 후에 자실장들이 버섯을 찾았다는 숲으로 가보기로 했다.

먹이를 다 먹은 친실장가족이 자실장이 말한 버섯이 자라는 숲 안으로 들어가자, 숲의 한 장소에 수많은 버섯이 자라고있었다.

「대단한데스! 버섯이 잔뜩 있는데스! 게다가 동족도 여기까지는 오지않는것 같으니까, 와타시들끼리 마음대로 먹을수있는데스! 이런 멋진 장소를 발견하다니 역시 와타시의 자들인데스. 마마는 기쁜데스」

「마마한테 칭찬들어서 기쁜테츄ー♪」

「마마 빨리 같이 버섯 먹는테치. 와타치 못참겠는테치」

「그렇게하는데스. 그래도 일단 동족이나 닝겐이 올지도 모르니까 마마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지면 안되는데스. 그러면 겨울을 대비해서 배가 터질때까지 먹는데스ー」

일단 자신에게서 떨어지지 말라고 당부를 한 뒤, 친실장가족은 눈 닿는 대로 버섯을 먹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동면을 하기때문에 배부르게 먹어서 지방과 영양을 비축하지 않으면 안되는것이다. 친실장가족은 버섯을 뽑아먹고 또 뽑아먹으면서 위장에 채워간다.

친실장이 오랫만에 잔뜩 먹은 버섯에 만족하면서 자실장들을 바라보자, 자실장들은 버섯을 먹으면서 버섯의 감촉이 재미있는지 다른 버섯에 뛰어들어 팔짝팔짝 뛰면서 놀고있다. 친실장은 그런일에 체력을 쓰지말라고 자실장들을 질책한다. 하지만 그 표정은 웃는 얼굴이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떠들면서 놀게 해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떠들면 동족이나 인간에게 발견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라면 조금은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어쩌면 동면에 실패해서 온가족이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살아있는동안 잔뜩 놀게 해주고싶었다.

버섯을 먹던 친실장가족은 해가 넘어가는 저녁무렵이 되자 동면용 둥지로 돌아갔다.

「후우… 이제 출입구의 문을 막으면 겨울잠 준비 완료인데스」

옆구멍식 동굴 둥지 안에서 친실장은 크게 한숨을 쉬면서 둥지 안을 둘러보고 동면의 준비가 만전임을 확인한다.

동면용 동굴 안은 성체실장이 서있을 정도의 높이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깊은 길이와 폭이 있기에 성체실장 한 마리와 자실장 두 마리가 누워서 겨울을 보내기에는 충분한 환경이었다. 동굴 안에는 마른 낙엽이 채워져있으므로 보온도 완벽하고, 도토리의 비축도 충분히 있으니까 혹시 동면 도중에 깨어버린다해도 괜찮다. 봄이 되면 처음으로 먹을 분량도 따로 확보해두었다. 봄이 되었을 때 처음으로 먹을 양이 확보되지 않은 채 밖으로 먹이를 구하러 나가면, 동면으로 체력을 잃은 상태이기 때문에 동족에게 습격당해도 물리치지못한다. 모처럼 겨울을 넘겼는데 동족의 위장에 들어가버리는 사태가 생긴다.

다시 한번 마지막 확인을 하고 괜찮다고 판단한 친실장은 둥지의 출입구멍을 마른가지로 위장하고 동굴안에서 출입구를 반정도 막는다. 작업을 끝내자 졸음이 쏟아지기에 친실장은 느릿한 동작으로 손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마른잎 위에서 잠들어있는 자실장들에게 돌아가 누웠다.

「테치ー……테치ー……」

「배부른테츄ー……」

「오마에들 잘 자는데스. 다음에 눈을 뜰 때에는 따뜻한 봄이 되어있는데스………」

잠꼬대와 숨소리를 내고있는 자실장들을 쓰다듬고 친실장도 잠이 들었다. 기나긴 겨울을 자면서 지내는 것이다. 눈을 뜨면 봄이길, 부디 동면이 성공하기를 빌면서.

그 날 밤, 니지마을에 눈이 내리며 본격적으로 겨울이 찾아왔다.





쌓인 눈도 녹아서 거의 보이지 않게된 니지마을. 지면에는 새싹이 돋아나 봄이 왔음을 알린다. 사람도 동물도 손꼽아 기다려온 봄이 온 것이다.

동면하느라 겨울동안 보이지않던 실장석들의 모습도 봄의 도래와 함께 눈을 떴는지, 공원과 마을 구석에서 여기저기 보이게 되었다. 그 모습은 비쩍 말라있어 동면의 가혹함을 웅변하고있다.


「후아아아아아…… 눈이 떠진데스…… 봄이 온데스?」

동굴에서 동면하던 친실장이 따뜻한 공기에 눈을 뜨고, 겨울동안 계속 누워있어 굳어진 몸을 기지개편다. 눈을 부비면서 출입구까지 기어가서 틈을 통해 밖의 상황을 살핀다. 틈에서 보이는 주위광경은 신록으로 덮여있어 봄이 왔음을 말하고있다.

「봄인데슷! 와타시들 가족은 무사히 겨울을 넘긴데슷!!!」

무사히 겨울잠을 성공한 것에 신이 났는지, 친실장은 습한 동굴안의 공기를 환기하기 위해 출입구를 반정도 막아둔 흙과 마른가지를 치웠다. 동굴 안에 신선한 공기와 햇살이 스며든다.

「자아, 오마에들 일어나는데스. 따뜻한 봄인데스ー」

봄이 와서 기쁜 친실장은 아직도 자고있는 자실장들을 깨우려고 다가가서, 말을 걸며 자실장들의 몸을 흔들었다. 거기에는 자실장들의 사체가 누워있었다.

「뎃데갸아아아앗!! 뭐, 뭐인데슷!? 어째서 와타시들의 자들에게 버섯이 자라있는데슷!?」

친실장이 목격한 것은, 눈과 코, 입, 귀, 총배설구라는 구멍이라는 구멍에서 길쭉하게 자라있는 버섯과 버섯에 양분이 빨렸는지 비쩍 말라있는 자실장 본체의 모습이었다.

동면하기 전에 잔뜩 있었던 버섯을 자실장들은 제대로 씹지도 않고 먹었고, 뒹굴며놀았고, 똥도 싸지않고 그대로 동면에 들어갔기에 몸 안과 옷에 남은 버섯균이 이 습한 동굴안에서 자실장을 배지로 성장한 것이다. 친실장에게 버섯이 자라지 않은것은 뒹굴지 않았다는 것도 있지만 소화력도 강했기에 균이 소화되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런 것을 알 도리가 없는 친실장은 자실장들을 안아 일으키려고 필사적으로 말을 걸면서, 몸에서 난 버섯을 뽑아낸다.

「오마에들 어째서 버섯이 자라는데스? 봄이 온데스. 와타시들은 겨울을 견뎌낸데스! 버섯따위에게 지면 안되는데스! 마마가 오마에들을 살려내주는데스!」

「텟…텟…」

「…………」

친실장이 큰 소리를 지르면서 자실장들에게 자란 버섯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뽑아낸다. 자실장의 몸에서 자란 것이기에 단번에 뽑으면 자실장에게 피해가 갈거라고 생각한 것이겠지.

친실장이 버섯을 하나하나 뽑을때마다 한 마리의 자실장은 아직 살아있는지 작은 소리를 내면서 흠칫흠칫 움직인다. 하지만 또 한마리의 자실장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힘없이 몸을 눕히고있다.

「데쟈아아아아아앗! 힘내는데스! 모처럼 겨울을 넘긴데스! 봄은 아마아마도 잔뜩 먹을수있는데스!
  마마와 함께 배부르고 행복한 생활을 보내는데, 데갸아아아아아!」

아직 살아있다고 생각되는 자실장에게 필사적으로 말을 걸며 버섯을 뽑던 친실장은, 뒤통수에 갑작스러운 격통을 느끼고 비명을 지르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동굴의 출입구에는 끝이 피로 젖은 나무젓가락으로 무장하고 핏발선 눈을 한 성체실장석이 버티고 서있었다.

동면에서 일어나 먹이를 찾으러 공원을 걷다가 우연히 친실장의 고함소리를 듣고 나타난 모양이다.

「데샤아아아아아! 오마에 무슨짓을 하는데스! 여기는 와타시의 집인데스! 죽기실으면 당장 꺼져버리는데, 데갸아아아아아! 눈이… 눈이 아픈데즈우ーーー!」

아픈 뒤통수를 누르면서 소리소리 지르던 친실장이었지만 한쪽 눈에 나무젓가락이 찔린 고통에 눈을 감싸쥐고 동굴 안에서 몸부림치며 뒹군다.

「닥치는데슷! 죽기싫으면 거기의 버섯과 먹을것을 와타시에게 내놓는데슷!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주는데슷!」

「데데엣!? 먹을것이라면 상관없지만 버섯은 참아주는데스. 이건 버섯으로 보이지만 와타시의 자인데갸아아아아아앗!」

눈이 찔려 무기력해진 친실장이었지만, 새끼들은 봐달라고 하자마자 발을 찔렸다.

「개소리마는데슷! 버섯이 자라는 자가 있을리 없는데스! 집어치우고 당장 내놓는데스!」

「정말인데스. 와타시도 어째서 자에게서 버섯이 자라는지 알지못하는데스가, 이건 정말로 와타시의 자인데스」

「시끄러운데쟈아아아앗! 빨리 먹을것을 가져가지않으면 둥지에서 기다리는 자들이 죽어버리는데스! 그러니까 당장 내놓는데즈우ーーーーー!」

버섯자실장을 내놓는데 주저하는 친실장에게 젓가락실장은 열을 내면서 나무젓가락으로 친실장을 집요하게 찌른다.

「그만두는데슷! 아픈데슷! 정말로 이건 와타시의 자인데슷! 오마에도 자를 가진 부모라면 자의 소중함을 알고있을것인데갸아아아아아!」

친실장이 필사적으로 설득했지만 젓가락실장은 꿈쩍도 하지않았고, 그로부터 몇분동안 친실장을 젓가락으로 찌르고 두들겨 패서 약하게 만들고는 머리채를 잡고 동굴 밖으로 끌어내어 머리털과 옷을 뜯어버렸다.

「허억허억허억…… 꼭 손을 쓰게 만드는데스. 와타시는 동족식따위 야만적인 짓은 하지않는 고귀한 실장석이니까 오마에의 목숨만은 살려주는데스. 감사하도록 하는데스」

그렇게 말한 젓가락실장석은 버섯자실장들과 친실장이 가을에 모은 도토리를 가지고 가버렸다. 남겨진 것은 독라가 되어버린 비쩍 마르고 상처투성이인 친실장 뿐이었다.

「오로롱ー 오로롱ー 어째서 알아주지않는데스우…… 그건 와타시의 자인데스…… 모처럼 봄을 맞았는데, 어째서 자들한테 버섯이 자라는데스…… 와타시들은 아무것도 나쁜짓 하지않은데스. 그저 행복하게 살고있었을 뿐인데스」

친실장은 찔려서 움직이지 않는 몸을 혹사시켜 어떻게든 동굴 안에 도달해서 몇개 남아있는 자실장에게서 뽑아 낸 버섯을 안고 울었다. 모처럼 겨울을 넘었는데, 단번에 밑바닥으로 떨어져버린 불행을 저주하면서.


니지마을에 봄이 찾아왔지만 실장석의 태반은 둥지가 눈에 무너져버린다든지 방한대책이 충분하지않아 동사한다든지 하여 동면에 실패했기에, 가을에 비해서 그 수가 대폭으로 줄어있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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