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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공원의 두목



그 실장석은 들실장이 많이 사는 실장공원의 두목으로 무리의 최상위에 군림하고 있다.


공원의 가장 깊은 곳, 인공언덕의 뒷편에 있는 짙은 덤불에 눈에 띄지 않으면서 커다란 골판지상자가 있다.
두목의 특권으로 한 마리가 점유하고있는 두 칸 붙인 넓은 훌륭한 골판지하우스.
수입과실용으로 튼튼하게 밀납을 입힌 골판지상자를 두 개 이어붙인, 두목의 성이라 할만한 하우스.
밤이 깊은 공원에서, 그 깊은 곳에는 어렴풋한 불빛이 켜있다.

공원에 버려진 원 사육실장에게서 헌상받은 귀중한 손전등과 전지를 쓴다.
온몸에 장식품을 걸친 화려한 모습을 한 한 마리의 실장석이 몸을 수그리고 한숨을 쉬고있다.







그 실장석은 공원의 들실장으로 공중화장실에서 태어나 평범한 자실장 시절을 보냈다.

쓰레기뒤지기와 애호파의 얄팍한 도움으로 굶주림을 피하고 학대와 동족식에 노출되면서 자라온 자실장은 당시 무리의 두목이었던 마라실장의 몇 번째인가의 애첩실장의 세번째 새끼라는 혈통을 가지고있었다.
하지만 그 공원에는 두목의 피를 이은 실장이 숱하게 많았기에 특별한 취급 따위는 받은적이 없었다.

당시 두목이었던 마라실장은 스스로의 성욕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무리를 위해 매일같이 교미에 힘썼다.
그것은 한창때가 된 무리의 실장석이 봄과 가을의 화분에 의해 무리한 임신을 하는것을 막기 위함이기도 하고 다른 공원에서 혼자 흘러온 실장석과 학대로 가족을 잃어 빈껍데기처럼 된 실장석에게 가족을 가지게하여 안정된 생활을 하도록 하기 위함이었기에 초로의 몸을 채찍질하며 열심히 교미를 반복했다.
그 보람이 있어 공원의 들실장은 안정된듯 아닌듯한 개체수를 유지하고있었다.


자실장의 운명이 뒤바뀐 사건은 그 자실장이 중실장으로 접어들려 하는 시기에 일어났다.


공원의 중앙에 있는 조잡한 흙무덤 위, 정글짐 가까이에 있던 당시 두목의 골판지하우스.
쓰레기장에서 주워모은 고물로 장식되어 실장석의 눈으로 보면 호화스럽기 그지없던 골판지하우스는 상징적인 물건이 공원에 사는 무리의 시야에 항상 존재하는 것으로 무리의 결속과 소속의식을 강하게 하는 동시에, 무리의 힘을 과시하고 다른 공원의 무리와의 다툼을 미연에 억제하는 효과를 사소하게나마 발휘하고있었다.
하지만 그 덕지덕지 치장된 골판지하우스는 사람의 눈을 끌었고, 인간의 습격에는 너무나도 허약했다.
학대파에 의한 하우스의 습격으로 시작된 공원에서의 대규모의 학살로 두목과 그 혈족이 다수 죽임당했다.



고강했던 두목과 혈연을 가진 실장석은 공원에 수없이 많았고, 그 태반은 극히 평범한 생활을 하고있었다.
학살의 후폭풍으로 남은 혼란이 계속되던 무리의 실장석들은 살아남은 두목의 혈족을 모조리 모아들였고, 다른 실장석의 추천과 외견, 목소리의 크기 따위의 굉장히 적당적당한 결정으로 그 자실장은 새로운 두목으로 선출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자실장은 장년의 실장석이 되었고, 또다시 안정을 되찾은 무리에서 아직까지 두목으로 있었다.

두목은 과거의 경험으로 사람 눈에 띄지않게 만들어진 두목 전용 하우스 안에서 허리를 굽히고 뭔가를 쓰고있다.

눈 앞에는 뒷면이 하얀 광고지와 계산기 붙은 주판.
폐업한 상점의 쓰레기에서 찾아 완구로 쓰던 자실장으로부터 거둬들인 그 태양전지 계산기는 아직도 작동하고 있었지만, 100 이상의 계산과는 관련이 없는 실장석의 둥글고 재주없는 손에는 쓸모없는 물건.
두목은 둥근 손끝으로 다룰수 있는 주판만을 애용했고, 수지로 만든 구슬은 인간과 실장석의 손때로 더러워져있다.


두목은 둥근 손으로 주판을 튕기고, 대가 부러진 볼펜으로 광고지 뒤에 빼곡히 뭔가를 쓰고있었다.
인간이 주먹으로 쥐는듯이 어정쩡하게 들고있던 볼펜을 내던지고, 오늘 몇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쉬었다.


「휴우…」


그 실장석이 두목이 되고나서의 나날은, 날이 밝기 전에 일어나 해가 질때까지 쉼없이 일하는 것이었다.
두목이 된 이후의 기나긴 나날, 느긋하게 휴식을 취한 기억은 하루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공원의 무리를 먹여살리는 음식물쓰레기 전리품과 애호파가 주는 먹이를 무리에 분배하는 것은 두목의 역할이었다.
그냥 머릿수대로 나눠줘서 될 일은 아니다.
홑몸이 아닌 실장석에는 남보다 많은 먹이를 주지않으면 안되고, 난동을 부린 실장석에게는 적은 양의 야채부스러기를 할당한다. 뭔가 공헌이 있었던 실장석에는 썩지 않은 고기를 먹인다.


「두목따위 되지않는게 좋았을걸 그랬다…인데스?」


어느새인가 뒤에 서있는 실장석, 두목과 대조적으로 변변치않은 그대로의 실장석을 입은 마라실장 거한.
두목의 보좌와 호위를 맡고있는 간부실장이 녹차를 내민다. 인간이 마시다 남겨 자동판매기의 옆에 버려진 것이다.
캔에 남아있는 우롱차는 탁하고 벌레가 꾀었지만, 그럼에도 말단의 입에는 들어가지 못하는 귀중한 녹차였다.



두목은 짜증을 내면서 캔을 손으로 때리며 소리를 질렀다. 노성조차도 초라한 느낌이 든다.


「와타시는 두목의 일에 긍지를 가지고있는데스! 하는 일에 걸맞는 것은 확실히 받아내는데스!」

선대로부터의 관례로 두목에는 특별히 다른 실장석보다 훨씬 많은 먹이가 지급된다.
하지만 이번대의 두목은 자신에 할당되는 먹이 대부분을 만성적으로 부족한 무리의 분배식량에 보태는 방향으로 쓰고있었고 입에 들어가는 것은 최저한의 양이었다.
지급되는 것이 전부 자신의 것이 되는 말단 쪽이 오히려 좋은 것을 먹고잇다.

무리의 노실장과 다른 무리의 실장석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로는, 다른 두목들도 대부분은 그런 모양이다.

이것도 업무에 들어간다며 두목의 짜증을 듣는 간부를 보며 두목은 고개를 숙렸다.
이런 모습, 무리의 모두에게는 보여줄수 없다.


「…녹차…받는데스」

이 녹차도 쓰레기장에서의 영역교섭을 위해 무리에 머물고있는 옆마을 공원의 실장석에게 보내려고 생각했지만, 결국 마시기로 했다.
이정도는 용서되겠지. 호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일하기 위해서.



「…내일이 되기 전에 스이의 처분을 어찌할지 확실해 해둬야한다고 생각하는데스」

자실장과 친실장의 무리가 모이는 쉼터를 냄새맡고 난입한 실장석.
모두를 도발하고 가끔은 난동을 부린다.
이미 성체로 무리를 위해 일해도 좋을 나이련만, 아직까지 「데츄」어조가 빠지지 않은 곤란한 실장석이었다.


「그 자는… 또 날뛰면 내버려두면 되는데스. 모래밭에서 구르게 하면 기분이 풀릴 자인데스…」

「그건 무리의 모두도 알고있는데스. 하지만 오늘 오후, 다른 무리의 자를 상처입혀버린…데스」


두목은 머리를 긁었다. 어째서 우리 무리의 녀석들은 이렇게나 귀찮은 일만 끊임없이 일으키는가.

그리고 자신의 호화롭게 장식된 실장복에서 어린이용 펜던트를 하나 떼어내어 간부에게 넘겼다.

「그 자의 무리에는… 이것과 비축의 실장푸드를 한 자루 넘겨주고 용서를 받는데스・・・
  …스이는 조금만 더 상태를 보도록 무리의 모두에게 부탁해주는데스.
  와타시도 그녀석이 앞으로 뭔가 역할을 하는 실장이 될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데스.
  그래도 지금 어설프게 뭔가 처분을 내리면 난리가 나서 피해가 생길게 상상이 가는데스」

「알겠는데스. 그러면 와타시는 슬슬 자는데스. 두목도 너무 무리하지 마시길」


두목이 온몸에 주렁주렁 매달고있는 과자의 장난감이나 반짝반짝 빛나는 쓰레기는 괜히 몸에 걸치고있는 것은 아니다.
혹시 공원의 무리가 학대나 재해로 괴멸되어 몸만 챙겨 도망치는 때가 왔을 때, 또 다시 무리의 모두를 이끌기 위해 필수적인 식량과 골판지를 손에 넣기 위해, 두목은 다른 무리와의 거래에 쓸만한 물건을 항상 손 닿는곳에 두고있었다.
결국 여차할때에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리더십이나 똑똑함이 아닌 배를 채우고 비바람을 막아줄 「물건」이었다.






그 두목실장은 어릴때에, 자신의 먼 아버지에 해당하는 당시의 두목을 몇 번인가 만난적이 있었다.
마라가 있는 두목실장은 언제나 교미를 하고있거나 자실장과 놀아주고 있었기에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은 없었다.

두목이 아직 어린 새끼였을 때에는 그런 상냥하고 무리의 어른들에도 싹싹한 마라 두목이 무척 좋았다.
하지만 성장함에 따라 위엄도 지혜도 느껴지지않은 두목 마라실장을 점점 맘에 안들게 되었다.


그 때의 무리는 두목 아래에 있던 간부실장들이 먹이의 분배와 다른 무리와의 교섭 따위의 실무를 맡고있었다.
두목은 그런 일은 전혀 하지않았지만 똑똑한 실장석과 그렇지않은 새끼를 능숙하게 써먹는 방법은 충분히 익히고있었다.


두목에 필요한 것은 머리가 잘 돈다든가 하는 우수함이 아니라, 능력 있는 실장석을 자연스럽게 주위에 모으는 애교와 매력.
자실장이 그것을 알아챈것은 자신이 두목이 되고 나서였다. 지혜라기보단 마음고생의 경험이 알려주었다.

당시의 두목은 무리의 총의를 민감하게 살피고, 무리의 누구나 겁내지않고 두목과 이야기할수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무리를 구성하는 실장석 모두의 얼굴과 성격을 숙지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는 간단하면서 곤란한 업무.
게으른 두목이 자실장과 놀아주던 것에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은 바로 최근의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자실장으로 두목의 등을 바라보던 이번 대의 두목은, 눈 앞의 광고지를 노려보고있다.

글자따위 쓰지못하기에 그림으로 표시한 배급품과 쓰레기의 내역과, 그 수량을 표시한 몇 개인가의 작대기같은 선.
무리에 분배한 몫의 선은 옆선으로 지우고, 남은 양을 주판으로 계산하면서 내일과 모레의 필요량을 짜낸다.
그 장부작업을 시작한지 몇 년, 지움선이 지워질 작대기보다 길게 늘어나 적자가 되어버린 종이는 이미 눈에 익었다.
그 몫은 다음 음식물쓰레기의 날까지 어떻게든 변통해야하니, 또 여럿에게 머리를 숙여야한다.


이러니저러니해도 그런 일거리를 전부 떠안고있는 와타시는 전대의 두목보다도 분명히 무능한것이겠지.
두목은 문득 생각했지만, 그 이상 생각해도 보람없는 일이라는 것은 경험으로 충분히 알고있었다.
다시 한번 한숨을 쉬고, 점점 어두워져가는 꼬마전구 아래에서 모자란 물자에 지움선을 넣는 작업을 재개했다.










그 날의 두목은 실장석의 출산에 입회했다. 이 계절에는 봄의 꽃을 쑤셔박아 두 눈이 녹색이 된 실장석이 많다.

몇 대인가 전의 두목이 변덕으로 시작해서 의미가 있는지도 알수없는 관습을 따라, 가능한 한 출산에는 얼굴을 비춘다.

커다란 배를 안은 친실장은 공원의 공중변소 안의 좌식변기에 몸을 담근 채 괴로운듯이 안간힘을 쓰고있다.
두목은 출산을 돕기위해 바지런히 돌보았다. 산파 역할을 해야할 노실장은 급한 요통으로 오지않았다.

녹색의 미끄덩한 덩어리가 배출되었다. 엄지 한 마리. 과거에 몇 번인가 유산한 실장석에는 한 마리 낳은것 만으로도 행운이었다.


두목은 변기에 손을 뻗어 막 태어난 엄지를 안아올렸 친실장이 핥다가 남긴 점막을 살며시 핥아 떼어냈다.
점막을 떼어내자 엄지의 하반신에서 발이 생겨나고, 두목이 엉덩이를 때리자 「텟테레ー!」하면서 첫울음을 낸다.
간신히 질식에 의한 사산과 사지결손을 면한 엄지의 신생아를 어미가 작년 낳았던 자실장에게 살며시 넘겨준다.


그리고 두목은 출산을 마치고 변기 안에 축 처져있는 친실장의 머리를 톡 때리면서 수고했다고 위로해주었다.
새끼의 성장을 막는 점막을 제대로 떼어주거나 첫울음을 확인하거나 하는 어미실장의 의무에 대해서 힐책하는 것은 나중에 하면 된다.

막 태어난 엄지실장을 안고, 드디어 언니가 되었다며 기뻐서 빙글빙글 돌며 「텟테로케〜」하고 노래부르는 자실장.


「와타치는 훌륭한 오네쨩이 되는테치, 잔뜩 힘내서 훌륭한 실장석이 되는 테치이!」


여동생을 안고 발치에서 춤추는 자실장을 보며, 줄곧 엄한 얼굴을 하고있던 두목의 뺨이 약간 풀어진다.
출산 입회의 긴장때문이 아니라, 최근에는 계속 미간에 주름을 잡고있었던 기분이 든다.


「…그런데스, 확실히 놀고 잔뜩 먹고, 마마를 제대로 도와주면 오마에도 훌륭한 실장석이 되는데스. 언젠가 두목이 될지도, 데스」

자실장은 두목이라는 단어에 오드아이를 빛낸다. 아직 세상을 알지못하는 눈. 분명히 그것을 무구無垢라고 부르는 것이리라.

「정말인테치? 와타치도 두목이 될수있는테치? 와아ー와아ー! 와타치, 두목이 되는테치!」


자실장은 엄지를 안은 채로 깡총깡총 뛰었다. 아직 고개를 가누지못하는 엄지라 울기 시작하는 것을 본 친실장이 바로 엄지를 안아올려서 칭얼거리는 엄지를 어른다.
이 어미도 여러가지 걱정이었지만 어떻게든 될 모양이다.





먹이수집이 끝난 실장석들이 모여들어 어미실장과 태어난 새끼들을 돌보기 시작했기에 두목은 출산의 입회를 마치고 무리의 실장석들에게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공중변소를 나섰다.

공원의 놀이기구와 먹이를 숨겨둔 곳을 점검하는 동안 밖은 이미 해가 져버렸다. 실장석에 있어서는 한밤중.
이걸로 오늘의 일은 끝. 이제부터 하우스에서 짧은 잠을 자면 내일 또다시 산처럼 쌓인 일거리가 기다리고있다.



하우스로 돌아가는 길, 간부의 모습이 두목의 눈에 들어왔다. 분명히 오늘은 휴일이었고, 간부는 언제나 휴일은 공원을 둘러보고있다.
가끔은 두목보다도 격무가 되는 보좌와 호위의 업무를 해내고, 언제 자는지도 불명인 마라실장 간부가, 나무그늘에서 귀여운 중실장을 밀어붙이고있다. 아니, 자세히 보니 중실장쪽이 간부의 옷을 잡고 안고있다.

「그러니까…와타시가 하루종일 뛰어다니는 것은 두목을 위해서이고 무리의 먹이를 위해서이고… 오마에를 위해서인데스…」
「…또 그런소리를… 이젠 모르는테스… 먹이따위 필요없으니까… 같이 있어주면 좋겠는테스…」
「…곤란한…데스우…」

업무중에는 본적 없는 곤란해하는 얼굴로 머리를 긁는 마라 간부. 의외로 싫지는 않아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뭐야, 저녀석도 업무만이 아니라, 사소하지만 나름대로 자신의 시간이라든가 즐길거리를 갖고있군.
간부만이 아니라, 매일 먹이모으기에 힘쓰는 무리의 실장들과 아무래도 글러먹었지만 미워할수 없는 실장들의 평온한 나날.


두목은 그 모든것을 바라보는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면서, 혼잣말을 흘렸다.


「자, 내일도 힘내는데스」





                            인색吝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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