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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실장석

 

「햣하아아ー!거기 서라ー!」
인적 없는 저녁 공원에서 빠루를 치켜들며 들실장을 쫓아가는 남자가 한 명.
「데갸아아ー!살려주는 데스우―!」
일부러 저러나 싶을 정도의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도망다니는 들실장이 한 마리.
한때는 어느 공원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학대파와 들실장의 추적극이다.
하지만, 15분동안이나 계속 쫓아다니던 남자가 피곤해진 듯이, 이윽고 헉헉 숨을 헐떡이면서 벤치에 앉아버렸다.
「잠깐 좀 쉬자.」
남자가 그렇게 말하자 도망다니던 실장석도 발을 멈추고 돌아본다.
「피곤해진 데스?그럼 휴식하는 데스.」
실장석은 공원 출입구 옆에 있는 자동판매기에서 따뜻한 차가 든 페트병을 두 개 사더니, 벤치로 돌아와 남자에게 한 병을 건네주고 자신도 주저앉았다.


「땡큐, 나이탓인지 최근엔 이전보다 빨리 숨이 찬단 말이야.」
받은 차를 마시면서 발치에 있는 실장석에게 말하는 남자.
「토시아키가 실장학대를 시작한지 8년이나 지난 데스. 서로 나이 지긋하게 먹은 데스.」
맞장구 치듯이 대답하는 실장석.
실장석이 탄생한 것도 어언 십년쯤. 애호든 학대든 한때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던 실장석은 차츰 질려가고, 잊혀져서, 2차창작으로서의 그 역할을 끝마쳤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실장석에 대한 것이 희미해지는 것에 비례해서 실장석 자체의 수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깨달은 이는 적었다. 이미 실장석의 모습을 관찰하는 사람도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토시아키는 그런 상황에 위기감을 느끼고, 실장학대의 문화가 단절되지 않도록 옛날과 변함없이 매주 공원에 찾아와서 실장석을 학대하는 것을 계속해온 것이다.


「처음 너희들과 만난 게 대학교 4학년때였지. 취업활동이 잘 안되던 그 시기에 너희를 학대해서 걱정을 덜었던 거야.」
「그 시절에는 와타시타치의 동료들 중에 영업석이라던가 실장씨라던가 이런저런 바리에이션이 있었던 데스.」
최근에는 학대하는 시간보다 옛날 이야기를 주고받는 시간이 더 길어져버렸다. 학대 방법의 아이디어도 이미 다 떨어진 것이다.
「너랑 함께 지내는 사이에 나도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
토시아키의 머리속에 이런저런 추억이 떠올랐다. 취직을 했을 때의 기쁨, 하지만 생각한 것보다 엄했던 사회의 현실, 일에 몰두하는 바쁜 매일... 그러던 중에 지금의 아내와 만나고, 그리고 아이가 생기고...
그렇게 차례차례 밀려오는 인생의 이벤트 속에서, 토시아키가 가진 실장석에 대한 흥미는 차츰 사라져갔다.
지금 실장석 학대를 이어오는 것은, 반은 타성에 젖은 일이기도 하고, 반은 의무감에 의한 것이었다. 예전에 느껴왔던 마음 속이 설레이는 듯한 학대의 기쁨은 이제...


「토, 토시아키...」
목소리를 듣고 퍼뜩 정신을 차린 토시아키가 발밑을 바라보았을 때 본 것은, 점점 투명해지며 사라져가는 실장석의 모습이었다.
「시, 실장석...」
실장석은 당황한 토시아키를 바라보더니 한숨을 한 번 쉬고 말했다.
「토시아키에게도 더이상 실장은 필요없는 모양인 데스네. 와타시도 슬슬 사라질 때가 된 것 같은 데스.」
아 그런가. 나는 이제 실장석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 건가. 쓸쓸한듯이 눈을 감는 토시아키.
「흥미가 없다... 이제까지 중에 최고의 학대인 데스. 잘 있는 데스 토시아키, 지금까지 즐거웠던 데스우.」
그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실장석은 휙 모습을 감췄다.
「잘 가라, 실장석.」
토시아키는 아무도 남지 않은 땅바닥을 향해 조용히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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