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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에 피는 꽃

 

추운겨울이 끝났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동칩을 깨는 들실장의 울음소리가 다시금 세상밖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때는 춘삼월.
적당히 야외활동이 가능해진 날이라 겨우내 영양공급이 밑바닥으로 떨어진 들실장들은 헬쑥한 모습으로 비척되며 거리를 배회하며 잃어버린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닥치는대로 입안에 우겨넣고 있었다.

물론 영양보충이 최적은 같은 동족을 먹는 동종식육이지만 문제는 이시기의 동종식육은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죄다 비루하게 변한 상태라 먹어봤자 그리 보충되는 것은 없고 반항이라도 한다면 서로간에 체력만 뺏겨 다른 제3의 동족만 이득을 보게 만든다. 따라서 공원내 성체끼리 다툼도, 약탈도 거의 없는 아주 잠깐의 평화의 시기가 바로 이맘때 쯤이다.


“오늘도 먹을게 별로 없는 데스”

결국 춘자까지 잡아먹어 겨울을 나는데 성공했지만 보존식이고 운치고 텅텅비어 날씨가 풀리기까지 반 가사상태로 죽은듯이 잠만 자다 깨어난 친실장은 주린 배를 부여잡으며 죽은 망자처럼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앙상하게 마른 팔과 다리는 넘어지면 똑 하고 부러질 정도로 쇠약해졌다.

실제로 길거리엔 온갖 사소한 이유로 넘어졌다 어디한군데 부러져 재생할 영양도 없어 그 자리에서 끙끙거리다 죽는 녀석들이 즐비했다.

“도와주는 데스! 살려주는 데스! 몸이 안움직이는 데스! 어떻게 겨울을 이겼는데 이럴수는 없는 데즈우! 데에에엥! 데에에에엥!!”
“이렇게 허무하게 죽기 싫은 데스! 죽을수 없는 데스!!”
“일어나라 데스! 일어나지는 데스!”
“밥! 밥! 누가 밥을 주는 데스! 아무나 와타시에게 밥좀 주는 데스! 밥만주면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는 데스! 제발 부탁인 데스!”

친실장은 주변의 병자들을 보며 감각을 날카롭게 세우며 자신도 저렇게 될순 없다고 생각하며 신중하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걸었던 길이다. 하지만 오늘같이 이리 멀게 느껴지는 날은 작년 이맘때 말곤 느껴본적이 없었다. 보통 상태라면 걸어서 1시간이지만 지금같이 극도의 영양실조 상태에선 3시간이나 걸리기에 아직도 갈 길은 멀고 요원하기만 했다. 마음같아서는 주변의 아무 인간들에게 달라붙어 자기자신을 스스로 탁아시키고 싶었지만 눈을 돌리면 그 마음은 꺾여버린다.

-저리 안꺼져?!
[데갸아!]
-꺄아아아! 엄마야!
[데뷰릇?!]
-걸리적 거린다! 저리꺼져!
[대보릿!]
-아으, 징그러!
[부, 부탁...살..려 데짓!]

길가던 남성에게 다짜고짜 엉겨붙어 신발위로 엎어져 신발끈을 최후의 보루마냥 붙잡던 한 실장석은 가볍게 발을 턴 남성의 행동에 한쪽 팔이 끊어지며 바닥에 내동댕이 쳐 피거품을 물며 검은 눈물을 주르륵 흘리기 시작했다.

비단 저 실장석만이 아니다. 온갖 비명과 죽음의 단말마가 끊임없이 메아리친다. 당장 귀를 막고 주끄려앉아 회피하고 싶지만 그럴 힘조차 나아가는데 써야한다. 친실장은 자신에게만 죽음이 오지 말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꼬박 3시간을 걸어 도착했다.

D시 두루마리공원 쓰레기 수거장.
공원내 발생하는 모든 쓰레기는 1차적으로 이곳에 모인다. 과거 D시의 시장은 애호파였지만 사회적 위치가 위치인지라 직접적인 애호 활동은 할수가 없었고 간접적으로 사회가 허락하는 아슬아슬한 한계에서 간신히 추진할수 있었던 두루마리공원 쓰레기수거 사업을 진행할수 있었다.

비록 실장권 확대운동이나 조례제정은 불가능했지만 이 쓰레기장을 만들자 두루마리 공원의 들실장 생태는 은연중에 확장될수 있었다. 1시간 거리에 쓰레기장으로 인해 들실장들은 먹이수급의 용이성이 쓰레기장 건설 전보다 대략 4배는 수월해졌고 이것은 폭발적인 들실장 개체수 증가로 이어졌다. 덕분에 시장직에서 쫓겨나야 했지만.

“...도착한 데스?”

친실장이 각고의 노력끝에 도착한 쓰레기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였다. 죄다 영양실조로 비리비리한 녀석들이라 친실장이 제법 늦게 도착했건만 아직까지 봉투하나 까진게 없었다. 비닐을 찢기위해 이빨을 이용했는지 봉투 겉면엔 이빨조각과 피가 듬성듬성 붙어있었고 나뭇가지를 들고 찌른 녀석은 비닐의 탄력으로 튕겨져 나가 넘어져 뼈가 부러지거나 반동으로 몸이 나뭇가지에 꿰뚫려 죽을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길을 여는 데스우~!”

친실장이 고민하고 있을무렵 어디선가 우렁찬 소리가 울려퍼졌다. 친실장은 햇빛을 등지고 여러마리의 사납게 생긴 들실장의 호위를 받으며 쿵쿵거리며 오는 한 성체실장을 넋을 잃고 보았다. 걸음걸이가 도저히 자신들 처럼 똑같이 겨울을 보냈다고 볼수없을정도로 씩씩하고 당찼으며 떡 벌어진 어깨와 두툼하기 그지없는 팔과 다리, 강철같은 부리부리한 두 눈은 불처럼 활활 타는듯이 보였다.

“데에......”
“특별히 보스실장 께서 납신 데스! 오마에들의 불쌍한 모습에 보스실장께서 밥봉투를 직접 열어준다고 오신데스! 그러니 보스실장을 찬양하라는 데스!”

“”데에에에?! 데챠아! 보스실장! 보스! 보스! 보스!””

주변의 비루한 들실장들이 하나가 되어 외쳤다. 영양이 부족해 꺼지는 등불인 자신들에게 드리워진 구원줄이였다. 친실장 또한 감동에 휩싸여 눈물을 흘리며 보스실장을 찬양했다. 보스실장은 찬양을 받으며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봉투의 앞에 서서 ‘데큽!’ 하는 기합소리와 함께 봉투를 부욱 찢어버렸다. 벌어진 틈 사이로 쏟아지는 밥을 보며 보스실장은 만족한듯 고개를 끄덕이자 사납게 생긴 호위실장 드마리가 달려와 봉투를 들고 흔들자 하늘에서 밥이 내리기 시작했다.

“아, 아름다운 데스! 너무나 아름다워 눈물이 나는 데스!”
“이건 기적인 데샤아! 보스실장이 하늘에서 밥을 내리게 만든 데샤!”
“아마아마한 데스! 우마우마한 데스! 내 평생 이런 진미는 처음인 데스! 너무 맛있어 울음이 그치질 않는 데스야! 데에엥!”
“마마.....와타시는 살아남은 데스! 살아갈수 있는 데스!!”

그것은 축제였다. 음식물쓰레기를 사방에 뿌려대는 성체실장들과 흩날리는 음식물쓰레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땅에 떨어진 쓰레기를 허겁지겁 주워먹는 성체실장들. 그들 가운데 오연하게 서서 수백마리가 엎드린 광경을 보던 보스실장의 모습은 위풍당당하며 듬직해 보였다.

“보스, 이제 돌아가는 데스까?”
“그런데스. 와타시가 보스로 살기위해선 밑에서 바쳐줄 멍청한 녀석들이 필요한 데스. 이번 겨울은 길어서 동족들이 너무 많이 죽은 데스. 이렇게라도 적당히 숫자를 유지시킬 필요가 있는 데스.”
“역시 보스인 데스! 와타시들은 생각도 못하는걸 생각하는 데스! 보스가 최고인 데스!”

친실장은 바닥에 고개를 쳐박고 주워먹던중 문득 고개를 들어 보스실장의 모습을 보았다.

보라! 저 팔뚝의 힘줄을.
보라! 저 턱과 목의 구분이 가지 않는 두터운 목을. 보라! 저 원통형의 든든한 체형을.
보라! 툭 튀어나와 바닥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두툼한 뱃살을.

어딜봐도, 어느모로 보나 자신의 비루한 신체와 비교도 되지 않을 찬란하게 빛나는 보스실장의 모습에 친실장은 먹던 밥이 목에 메이는듯 싶었다. 자신도 당당해지고 싶었다. 자신도 저렇게 되고 싶었다. 대체 무엇이 보스와 자신을 나누었을까.

“...데히......”

친실장은 고개를 붕붕 흔들며 일단은 눈앞의 떨어진 밥에 집중을 하였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먹어서 영양을 보충해야한다. 생각은 나중에. 밥은 더 많이. 집중해야 했다. 다른 생각은 일체 하지 않으면서 반복적으로 우겨넣어야 했다. 하지만 친실장의 집중은 호위실장의 비명소리에 산산조각 나게 되었다.

-인간이 나타난 데겟!
[파킨]

호위실장 한마리가 우지직거리며 찌그러져 거인의 발밑에 깔려 납작해졌다. 밥을 먹던 녀석도, 막 갈려고 움직일려던 보스실장도, 호위를 하던 호위실장도 전부 움직임이 딱 굳어버렸다.

“이런 씨불장것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길거리에 이딴 짓을 해?! 오냐, 오늘 다 죽여불랑께 각오들 해라잉~?”

초록 유니폼을 입은 늙은 인간. 하지만 여기서 진짜로 멍청한 지능이 떨어지는 몇 놈 빼고는 늙은 인간이라고 무시하는 들실장은 없었다. 심지어 믿기 힘든 봉투 한번에 찢기를 선보인 보스실장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눈알을 불안한듯 떨고 있었다.

그냥 인간도 벅찬데 저 늙은 인간은 긴 막대에 초록색 풀잎을 단 무기마저 들고있었다. 도저히 이길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앉아 죽을수는 없었다. 간신히 버티고 버틴 지옥같은 겨울을 이겨냈다. 그 겨울마저 이긴 자신들인데 늙은 인간하나 쯤이야 어떻게된 가능할터.

거기다가 자신들에겐 보스실장이 있다. 보스실장이라면. 자신들은 모르지만 보스실장과 함께라면 무언가 할수 있을것 같았다. 봉투를 무려 한번에 찢는 괴력이라면 가능하다.

“보스! 우리들을 이끌어주는 데스!”

친실장은 외쳤다. 인간의 무서움은 여기있는 전부가 알고있지만 보스실장과 같이 한다면 충분까지는 아니더라도 해볼만 하다고 느껴졌다. 보스실장은 뜨거운 열의를 지닌 들실장들의 시선을 받으며 본능적으로 느꼈다.

“......모두 와타시의 명령을 따를 준비는 된 데스까?!”

“”데스우-!!””

“돌격을 하는 데스! 오늘 우리들은 공원의 역사를 다시 쓰는 데스! 저 늙은 인간을 시작으로 세상을 점령하는 데샤아-!”

“”데샤아-!!””

수백마리의 들실장들이 미친것 마냥 우르르 달려들기 시작했다. 인간의 손짓에 수십마리가 부셔져 죽지만 일체의 물러섬이 없이 달려들었다. 수백마리의 반절이 죽자 힘이 다한 늙은 인간은 결국 무릎을 꿇었다.

“이제, 우리들의 세상인 데스-!!”

보스실장은 무릎을 꿇은채 고개를 숙인 늙은 인간의 머리에 운치를 철썩 하고 던져 묻혔다.

“데프프프...!!데퍄퍄퍄퍄-!!데히히히히! 데프프프프픕-!!”

-야, 뭐하냐?

친실장은 미친듯이 웃다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 주변을 보았다. 어째서 서있는 것은 자신뿐인가. 주변엔 적록색의 꽃이 피어있었다. 보스실장은 어디갔는가. 한참을 두리번 거리다 인간의 발 밑에 독라가 되어 팔다리가 사라진채 꾸역꾸역 강제출산으로 구더기를 낳고 있었다. 주변의 수많던 동족들은 모조리 죽었다. 이제 남은 것은 자신하나. 늙은 인간의 표정이나 호흡은 전혀 힘들어 하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데? 데데?? 데짓-!”

빗자루에 찍힌 친실장은 머리가 억센 플라스틱 빗날에 의해 수백개의 구멍이 뚫려 죽었다. 바닥에 쓰러진 친실장은 멀리서 본다면 마치 흘러내린 피로 해바라기를 얼굴에 씌운듯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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