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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C) D (부제 : 선택과 운명) (dsla)

 

"닝겐상 대체 왜 이러시는데수..."


"응? 난 그저..."


차칵


"너희 실장석놈들이..."


철컥


"얼마나 이기적인지... 또 얼마나 이타적인지..."


"... 어떤 선택을 할지가 순수하게 궁금해서 그런 거야."





※ B (C) D (선택과 운명)










구름들이 하늘로 마실 나오고, 태양도 종일 부대낄 시기,


어느 공원 한 수풀 쪽 구석에서 조그만 북적거림이 일고 있었다.


"난 말이야, 분충은 정말 싫어. 하지만 개념 있는 놈은 아주 좋아해."


그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눈동자에는 분노가 담겨져있었다.


마치 곧 폭발하기 일보 직전의 활화산같이.


"한 번 들려 줘보실까. 내 바지에 똥칠을 한 이유를 말이지."


"똥 노예는 닥치고 와타시에게 공물을 헌납하면 되는테챠!

그 막대기에 꽂혀있는 우지챠를 어서 내놓는테츄!"


핫도그를 보고, 행복회로가 도져, 분충성이 발현했다.


정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분충화. 너무 전형적이어서 기가 찰 정도로.


"야."


"..데..데스.."


화살이 자실장에게서 친실장에게로 쏘아졌다.


친실장은 움찔하면서 대답했다.


"얘, 내가 맘대로 처리해도 되지?"


"..."


"대답은?"


"그...런 분충은 닌겐상의 뜻대로 하시는데스.."


친실장은 자의 권리를 포기했다.


그 순간 자실장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자자, 비록 츄리닝이지만, 내 새 바지에 똥칠을 해주신 우리 자실장에게~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죄에 따라, 총살형을 선고합니다~

이의는 받지 않는다 이 쌍년아."


사람에게 있어서는 기껏해야 징역, 혹은 벌금이었지만(그것도 사실 기껏은 아니지만)


실장석에게 인간의 법률을 그대로 적용하는 건 인간의 존엄성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폭거이므로


사내는 가차 없이 사형선고를 내렸다.


그는 남아있는 핫도그를 한입에 씹어 삼킨 후에


용서없이 자실장의 총구에 막대기를 쑤셔 넣었다.

 

"테케에에에에에에에에엑!!!!!!"


허파를 쥐어짜 내듯이 신음을 일갈하는 자실장,


자실장을 꽂은 막대를 지면에다가 꽂아버리고 난 후 사내는 멀찍이 물러섰다.


친실장은 순간 저러고 그냥 가는 건가? 싶어서 남자를 지켜봤지만


남자는 주머니에 들어있는 까맣게 생긴 권총을 꺼내고


자실장을 조준했다.


"일단 다리에 한 발."


퍼엉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


"팔에 한발~"


퍼엉


"테규아아아아아아아아!!!!"


"반대팔에 한발~"


"테츄아아아아악!!!!"




...




자실장의 사지는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하얀 돌기 모양의 플라스틱 괴물은, 용서 없이 자실장의 신체를 갈기갈기 헤집어놓았다.


수발을 쏴 재낀 사내는 만면에 후련하다는 빛을 띄고 있었다.


"테에엑...테엑... 마마 뭐하는테츄... 어서...저 똥닌겐을 멈추는테츄..."


"야."


"테...?"


"아직... 한 발 남았다."


퍼엉


"텟."


파킨


머리에 비비탄을 맞자마자 축 늘어지는 자실장


"뭐야, 대가리에 위석이 있었나 본데.

대가리만 피해 쏘길 천만다행이네."


친실장은 속으로 경악했다.


자신의 자를 걸레짝으로 만든 저 흑빛 막대기가


그 총구가 자신을 향하지 않기만을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친실장의 바람에 코웃음 치며 비웃기라도 하듯이


그는 친실장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자 그럼, 너도 값을 치러야지."


값이라니, 대체 무슨 값이란 말인가? 친실장은 이 상황에 대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데... 데에? 어째서인 데수? 저 분충인 자를 솎아낸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데수?"


"불충분."


사내는 친실장의 애절한 마음을 단번에 일축했다.


"새끼 관리를 똑바로 안 한 너한테도 분명히 죄가 있다.

하지만 직접 행한 건 아니므로 얼마든지 참작의 여지는 존재하지."


주머니에서 그는 비비탄총을 꺼낸후 친실장을 겨누었다.


"데... 데에에에...!"


하지만 바로 안심하라는 듯이 그는 총을 거꾸로 잡고 친실장에게 넘겨주었다.


"자가 몇 마리 있지?"


"방금 분충인 자까지 포함해서 셋인 데수.."


"그래.. 그렇단 말이지."


골똘히 생각(하는 척)한 그는, 곧바로 결론을 내렸다.


"여기 있는 새끼 둘이 전부란 말이지, 좋다."


곧바로 그는 친실장에게 선고했다.


"이 도구로, 한 마리를 네 손으로 죽여라."


순간 친실장은 지옥을 본 것과 같은 표정을 지었다.












"닝겐상 대체 왜 이러시는데수.."


"응? 난 그저..."


차칵


"너희 실장석놈들이.."


철컥


"얼마나 이기적인지... 또 얼마나 이타적인지..."


"... 어떤 선택을 할지가 순수하게 궁금해서 그런 거야."


비비탄 총을 건네받은 친실장의 머리는 이미 혼란의 폭포 속에 잠겨져 버렸다.


죽이라니, 방금의 분충인 자를 솎아 내는데도 살을 도려내는 심정이었는데,


눈에 넣어도 절대 아프지 않을 자 둘을, 그중에서도 하나를 죽이라니


절대 절대로 무리였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녀석은 결코 친실장의 편이 아니었다.


곧바로 사내는 열 손가락을 쫙 펴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손가락들이 다 접힐 때까지, 얼른 한 마리를 죽이지 않으면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셋 다 죽인다."


절망의 초읽기가 시작되었다.


"열."


무리다.


"아홉."


절대 무리다.


"여덟."


절대 절대 절대 무리다.


"일곱."


어떻게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여섯."


이 와중에도 시간은 점점 흘러간다.


"다섯."


벌써 한 손은 주먹으로 변해있었다.


"넷."


차라리... 차라리...


"셋."


자기가 죽는다면...


"둘."


..자기가?


"하나."


"데... 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자기 자신을 겨눈다 ☞ 초록색 문단

자실장 중 하나를 겨눈다 ☞ 파란색 문단

남자를 겨눈다 ☞ 빨간색 문단



자기 자신을 겨눈다


'생각... 생각하는 데수'


'절대로... 절대로 자는 안되는데수...'


'자는 안되는데수... 하지만 한 마리는 죽어야 된다고 한데수...'


'한마리... 한마리... '


'...설마...'


친실장이 결심한 듯 사내에게 말을 걸었다.


"닌겐상."


"뭐냐, 시간 끌기라면 안 통해. 어서 한 놈 쏴라."


"분명히... 한 마리만 죽으면 된다고 하신데수?"


이 똑똑한 녀석은 눈치챈 거 같다.


"...그래, 한 마리만이다."


"그럼... 나머지는 살려주시는데수?"


"그래, 살려준다."


"부디... 부디 그 약속 꼭 지켜주시는 데수.."


순간 친실장은 번개와도 같이 권총을 거꾸로 안은다음


눈을 질끈 감고 총구를 자신을 향해 돌리는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틱-'


"..."


"..."


..아무 일도 없었다.


대체 어찌 된 일이지? 친실장은 영문을 몰랐다.


"와, 이건 진짜 드문 일인데."


사내는 감탄하면서 친실장의 품 안에 든 권총을 도로 회수하고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 정도로 자기희생적인 놈은 처음 보네. 일단은 살려준다."


친실장은 아직도 무슨 영문인지를 몰랐다.


"이 짓 하다 보면 별의별 놈 다 있거든?

자기 자한테 겨누는 놈도 있고, 지나가던 실장석한테 겨누는 놈도 있고,

사고회로 마비돼서 아무것도 안 하는 놈도 있고."


"데..."


"하지만 그 중 최악은, 나한테 겨누는 짓거리지."


잠깐동안의 침묵.


"정말.. 살려주시는데수?"


"아아 그래, 살려준다고. 재미는 없지만 한 번 한 약속은 지킨다.

처음에도 말했다시피, 난 분충은 싫어하지만. 개념 있는 놈은 좋아한다."


"감..감사한데스! 감사한데스! 앞으로 절대 닌겐상들에게 폐 끼치지 않는데스!"


"두 번 다신 사람하고 이런 식으로 엮이지 말아라. 운이 좋았네 너."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자는 홀연히 사라졌다.


골판지 상자 주변은 사이한 적막감이 감돌았다.


인간의 시험에 제일 나은 선택을 한 친실장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나지막이 생각했다.


만약 다른 선택을 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자실장 중 하나를 겨눈다


'생각... 생각하는 데수'


'절대로... 절대로 자는 안되는데수...'


'자는 안되는데수... 하지만 한 마리는 죽어야 된다고 한데수..'


친실장은 순간 눈앞의 자 두 마리의 과거 행적을 불현듯이 대조하였다.


장녀는 애정이 깊고 똑똑하며 장차 살아남는다면 훌륭하게 자라날 것이다.


그에 비해 차녀는 장녀에 비해 조금은..


"셋"


시간이 없다.


"둘"


'살리려면.. 장녀를 살리는데스!'


"하나"


"데..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차녀... 미안한데스!'


친실장은 빠르게 차녀를 향해 총구를 들이밀었다.


차녀는 새파랗게 질리면서 절규했다


"마... 마마!!!!!!"


'틱-'


"..."


"..."


..아무 일도 없었다.


대체 어찌 된 일이지? 친실장은 영문을 몰랐다.


"쯧, 결국 그런 정도의 놈이구만 너도."


사내의 싸늘한 말이 비수가 되어 자신의 등 뒤에 꽂힌다.


그리고 권총을 뺏어버린 다음,


자실장을 겨눈다.


차녀가 아닌 장녀를!


"총을 쏠 땐 말이야, 실수로 격발해버리는 경우를 방지해서

이 조정간이라는 놈이 있거든. 평상시엔 이렇게 안전으로 해놓고~"


사내는 엄지손가락을 조정간에 가져다 대면서 말했다.


"... 쏘고싶을땐, 이렇게 조정간을 돌리고 나서!"


철컥



"지벳"


철컥



철컥



"이렇게 쏘면 돼. 어때, 뭐 좀 알겠냐?"


믿을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친실장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저 아무 말 없이 멍하게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


왜? 왜? 왜? 왜? 왜? 왜?


"잘살아 봐라, 원래 죽이려던 새끼하고 함께 말이지. 푸핫!"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자는 홀연히 사라졌다.


골판지 상자 주변은 사이한 적막감이 감돌았다.


친실장과 차녀는 양 눈에서 적록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느덧 구름이 빗겨나가고 햇살이 골판지 주변을 가득 메울무렵


어느 한 실장석의 오열이 하늘높이 울려퍼졌다.


만약 다른 선택을 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남자를 겨눈다


'생각... 생각하는 데수'


'절대로... 절대로 자는 안되는데수...'


'자는 안되는데수... 하지만 한 마리는 죽어야 된다고 한데수..'


'한 마리... 한 마리...'


'...설마...'


'이 도구라면...!'


자신의 자를 무참하게 죽인 도구다.


누군가를 무참하게 죽일 수 있는 도구다.


그런고로 이 눈앞의 똥닌겐도 한 방에 죽일 수 있다!


친실장의 마음은 결국, 심신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화선지 위에 쏟아져버린 먹물마냥,


억누르고 있던 행복회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버리고 말았다.


삽시간에 전개된 친실장의 분충화 마인드는 곧바로 눈앞 인간의 미간을 꿰뚫어버리는 상상과 동시에


그 시체를 마구잡이로 짓밟는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마친 친실장은


두 번 생각 할 것 없이 곧바로 총구를 눈앞의 사내에게 돌렸다.


"데... 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감히 와타시의 자를 죽이다니... 오마에도 죽어보는데샤아아아앗!!!"



'틱-'


"..."


"..."


..아무 일도 없었다.


대체 어찌 된 일이지? 친실장은 영문을 몰랐다.


"...큭..."


"으하하하하하!"


사내는 미친듯이 웃었다.


분명 이 똥닌겐은 자신의 도구에 처참하게 죽을 터인데,


어째서 대체 왜 살아있는 거지?


"뭐가 웃기는뎃..게엑!!!!!"


"아~ 정말이지...이 정도로 깔끔한 상분충이면 나도 거리낄 거 없지."


사내는 순식간에 권총을 빼앗고, 발을 들어 친실장의 머리를 찍어눌렀다.


"일가 몰살은 기정사실이고... 너 인마 이거 시험이라는 사실

사실은 알고 있었냐? 아니면 모르고 있었냐? 아니 뭐, 이제는

상관없으려나?"


사내는 오히려 기쁘다는 듯이 떠들어댔다.


"이 짓 하다 보면 별의별 놈 다 있거든?

자기 자한테 겨누는 놈도 있고, 지나가던 실장석한테 겨누는 놈도 있고,

사고회로 마비돼서 아무것도 안 하는 놈도 있고."


"하지만 그 중 최악은, 나한테 겨누는 짓거리지.

근데 자기 자신한테 겨누는 놈은 한 마리도 못 봤단 말이야,

한 번이라도 보고 싶어. 실장석 주제에 그 정도로 이타적인 놈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그런 놈이 있다면 나도 전력으로 애호할 용의가 있는데, 정말이야.

넌 어때? 그렇게까지 할 용기가 있었냐? 하긴 없었으니까 지금 이 꼬락서니지만."


따지자면 이 일의 원흉격인 사내에게 총구를 겨눈 것도 그에 상응하는 용기인 것 같지만


이제 와서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주머니에 권총을 찔러넣은 사내는 일가를 골판지상자 안으로 쓸어담고 난 후


유유자적하게 콧노래를 부르면서 상자를 품에 안고 귀갓길을 서둘렀다.


상자가 생각외로 깨끗한 것을 칭찬하면서 말이다. 


"안 그래도 요새 표적 몇 마리 정도는 필요했는데, 세 마리나 생겨서 잘됬네."


어느덧 구름이 빗겨나가고 햇살이 공원 일대를 가득 메울 무렵


어느 한 사내의 콧노래가 공원 외곽까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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