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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

 

밖에 나온 도형은 신경질적으로 꾸깃꾸깃한 담배 갑을 털어서 나온 돛대를 집어 들었다.
짜증 섞인 손길로 노란색 라이터의 버튼을 급하게 누른 후, 입에 문 담배 한 개비에 단숨에 가져다 대었다.

하지만 담배 불이 거의 피어오르려는 찰나, 어디선가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 야속하게도 돛대의 불씨를 꺼버렸다.

도형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아나 씨발!”

옆에 있는 회색의 음식물 쓰레기통을 세게 걷어차려 했지만, 아직 남은 이성의 한 끈이 ‘이걸 차면 네 일거리만 늘어서 너만 손해’ 라며 도형을 뜯어말렸다.

“후우우우...”

참자. 참는 자에게 복이 오나니. 참는 게 이기는 거라고들 많이 하지 않던가? 어쩔 수 없다. 나만 손해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간신히 냉정을 되찾은 도형은 왼손을 들어 조심스레 바람을 막으며 입에 물린 담배를 태우는 데에 성공했다.

돛대의 맛은 끝내줬다. 도형은 자신의 마음이 진정되는 것을 느꼈다. 여태 간신히 억눌러왔던 자신의 울분을, 폐로 빨아들인 이 탁한 연기는 거품 꺼뜨리듯 단숨에 사그라뜨렸다. 금연해야지 항상 결심을 해도 이런 담배의 오묘한 매력을 생각하면, 참 이 담배란 놈을 안 피웠더라면 누가 지금 자신을 위로해주나 하는 씁쓸한 생각을 했다.

방금 전 도형은 ‘비스트로 OO’의 점주에게 된통 깨졌다. 오후 4시, 상당히 이른 저녁식사를 위해 온 커플의 주문을 주방에 잘못 전달하여 엉뚱한 음식을 서빙했던 것이다. 죄송하다고 손님들에게 인사를 한 후에 오너에게 사정을 설명하자, 점주 역시 사죄를 위해 고객 앞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매정한 손님들은 이만 됐다고 말하며 자리를 박차고 가버린 것이다.

“그래 씨발 내 잘못이긴 하지.. 그렇다고 그 새끼는 그렇게 욕을 할 것은 없었잖아? 손님도 걔네들밖에 없어서 주방이 꼬인 것도 아닌데.”

잘못 나온 음식을 도형의 발아래에 던지며 점주는 도형의 부모님을 찾는,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말을 도형에게 쏟았다. 오히려 손님이 없는 한산한 시간이여서 그랬던 것일까? 알바주제에 주방일 하는 자신 놀리는 거냐며, 너 따위 알바는 얼마든지 고용할 수 있다며, 이 음식은 네 임금에서 까겠다며 도형을 윽박질렀다. 두 동료들은 점주의 역린에 도형을 외면할 뿐이었다. 심지어 점주는 자신의 서있을 테니 당장 엎드려서 바닥을 싹싹 치우라고 도형에게 지시한 것이다.

당장의 하숙비가 급했던 가난한 대학생 도형은 어쩔 수 없이 굴종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집안 사정은 도형 스스로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 정도 시급을 주는 알바를 순간의 감정에 의해 때려치우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물론 오늘 35,000원이 월급에서 까이기는 했지만.

또라이같은 주방장 점주가 지랄맞기는 하지만, 그래도 남자다운 면이 있어 도형이 잠시 혼자 있도록 묵인한 것을 보면 못 참을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는 도형의 두 눈가에는 촉촉한 눈물이 살짝 맺혀 있었다.

“하아....”

“테치테치!”

“데샤앗! 데스데승...”

“또냐.”

비스트로가 입지한 거리에서 좁은 도로 하나만 지나면 ㄱ시에서 가장 큰 공원인 A공원이 나온다. 들실장이 많이 거주하는 이 공원은 도형을 비롯한 일대의 알바생들에게는 눈엣가시였다. 툭하면 들실장들이 음식쓰레기를 노리고 몰래 잠입해왔기 때문이다.

미관상 좋지 못하고,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철조망을 만들거나 독약을 뿌리는 등의 확실한 퇴치도 마땅히 하지 않는 상황. 그저 음식물 쓰레기를 흘리지 않게 잘 관리하고, 대놓고 또는 몰래 음식점에 다가온 들실장들을 알바생으로 하여금 쫓아내든지 죽이든지 하게 하는 정도였다. 도형의 비스트로도 예외가 아니었다.

평소에 도형은 들실장들을 나무막대기로 후려쳐서 쫓아내버리곤 했다. 확실히 죽이기에는 시간이 아까울뿐더러 점원 유니폼이 더러워지기 때문이다. 다른 음식점의 알바 중에는 이 녀석들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기 위해, 잡아서 집으로 데려가는 놈들도 있다고는 들었지만 도형은 그냥 들실장과 엮이는 것 자체가 싫었다.

지금도 무의식적으로 끝이 진녹색과 붉은색으로 물든 긴 각목을 눈짓으로 찾고 있었다.

“데...데에...”

“테츄우?”

“테치? 테치테치!”

문득 각목을 오른손으로 받쳐 세운 도형의 눈길이 이번에 침입해온 실장석 일가를 향했다.

친실장은 도형에게 들킨 것이 두려웠던지 자리에서 얼어붙어 도형의 눈치를 살피며 떨고 있었다. 그 어미의 품 안에는 자실장 두 마리가 있었다. 한 마리는 커다란 인간이 신기하다는 듯이 어리둥절한 눈치로 고개를 연신 갸웃대며 도형을 바라보고 있었고, 다른 한 마리는 뭔가를 향해 달려가기 위해 제 친실장의 품을 빠져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보통 들실장들이 도형을 만나면 취하는 행동은 다양하다. 지금의 친실장처럼 인간을 두려워하여 겁을 먹고 움츠리는 개체, 아니면 너무나 두려워한 나머지 오히려 위협을 가하다 도형의 각목에 세게 날아가는 개체. 심지어 인간을 무서워하기는커녕 흔히들 ‘아첨’이라고 불리는 애교를 부리는 녀석이나 도리어 도형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태도로 손짓하며 화를 내는 개체도 있다. 천적이나 다름 없는 인간에게 제 자를 들이미는 멍청한 녀석들도 존재한다.

이처럼 다양한 유형의 들실장들을 비스트로에서 단숨에 내쫓곤 했던 도형이었지만, 왠지 지금의 녀석들은 냉큼 내쫓고 싶지는 않아졌다. 가게에 바로 들어가기가 싫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왜 가게에 안 오는지 와서 도형에게 뭐하냐고 물어본다면, 가게에 들어온 실장석을 내쫓는 중이었다고 적당히 둘러대면 그만이다.

“테치테치! 테츄아아아!”

“데스데스데스! 데스데샷!”

도형을 의식하지도 못했는지, 그 자실장은 필사적으로 뭔가를 외치며 눈앞의 무엇을 향해 손을 내저으며 제 몸을 친실장의 손에서 빼내려고 했다. 반면, 커다란 인간의 눈치를 보랴, 손 안의 자를 얌전히 있게 하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친실장은 고역을 겪고 있는 듯 했다.

“테츄웅?”

“데..데스데스.. 데챠아아! 데스데스...데에..”

“테프프프픗 테츙~ 테츙~”

오른손을 입가에 가져다대며 도형을 향해 고개를 오른쪽으로 젖힌 다른 자실장에 친실장이 신경을 쓰는 사이, 그 자실장은 친실장의 품을 박차고 나와 쏜살같이 눈앞으로 달렸다.

제 자가 자신의 품에서 빠져나가자 친실장은 다급히 자를 불러보았지만, 앞에 있는 도형을 의식해서 뭔가 다른 제스쳐를 취할 수도 없는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담배를 꼬나물며 도형은 앞으로 쪼르르르 달려가는 자실장의 앞에 놓인 것을 슬쩍 바라보았다. 방금 전에 자신의 실수로 조리되어, 손님에 입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점주에 의해 바닥에 쏟아져버린 불쌍한 찹스테이크다. 아까 음식물 쓰레기통에 홧김에 대충 던져 넣는 바람에 바닥에 조금 흘린 듯 했다.

“테햐아아아아! 츄아아아아! 테챱...테챱테챱..”

“테츄웅~ 테치이? 테에...”

“데스...”

자실장은 음식물 쓰레기통 아래에 애잔하게 떨어진 찹스테이크 한 조각을 집어들더니 감탄의 소리를 질러대며 마구 입에 넣었다. 입에 진한 와인색 소스를 묻히고 다물어지지 않는 입으로 흘려대며 찹스테이크에 탐닉한 이 녀석은 인간인 도형이 보기에도 정말 행복해보였다. 하물며 들실장인 가족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도형을 빤히 쳐다보며 애교를 부리던 다른 자매도, 도형을 경계하며 제 자식을 품 안에 감싸 안던 친실장도 자의 손에 들린 그 찹스테이크에 시선을 뺐겨 도형을 더 이상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테프프프픗. 테챱테챱.. 츄우! 츄아아아앗!”

“테치테치! 테치테치테치!”

“데스데승...”

품 안에 안긴 자는 자매가 부럽다는 듯이 코를 벌름벌름 거리며 친실장을 향해 방방 뛴다. 친실장 역시 찹스테이크의 고혹적인 냄새와 빛깔에 매료되었는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 자를 향해 한걸음 또 한걸음 천천히 발을 옮기고 있었다. 자실장이 먹고 있는 조각 말고도, 바닥에는 찹스테이크가 네 조각 더 떨어져 있었다.

“타앙!”

“테..테치잇!”

“데스! 데스데스...”

“테챠아아앗!”

도형이 각목을 살짝 집어 바닥에 한 번 탁 치는 소리였다. 세 들실장의 시선이 도형을 향했다. 소리에 놀랐는지, 마마의 곁에 있던 자실장 하나는 똥을 브릿브릿 바닥에 떨어뜨렸다. 친실장 역시 이전의 당혹스럽고도 두려워하는 표정을 다시금 지었다.

“가져가고 싶냐?”

“데..데스?”

다소 장난기어린, 그러나 호의적인 말투로 도형은 들실장 일가에게 물었다. 바닥에 떨어뜨린 그 찹스테이크를 저들의 것으로 했으면 하냐고. 하지만 세 들실장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도형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실장석들은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다고 알고 있는데 내가 잘못 안건가 하고 생각하며 도형은 왼손으로 자실장이 앉아있는 음식물 쓰레기통 아래의 바닥을 가리켰다. 그리고 뭔가를 입으로 집어올려 먹는 시늉을 했다.

“테치! 테치테치! 테에에? 테에에에에?”

“데스데스! 데스데스... 데스웅...”

“테에에엥 테에에엥”

똥을 흘리고 있는 자실장 하나가 도형의 말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병적으로 끄덕였다. 친실장은 그 자실장을 자신의 뒤쪽으로 강제로 밀어내며, 무언가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였다. 마치 저걸 먹고는 싶지만, 인간의 호의적인 태도가 의심쩍다는 듯.

제 어미의 힘에 의해 뒤로 밀쳐져서 넘어지기까지 한 자실장은 바닥에 운치를 다시 브리릿 싸며 울음을 터트렸다.

도형은 살짝 짜증이 나는 말투로 친실장에게 재차 확인시켰다.

“저 봐라.”

치켜든 왼손은 이미 도형의 환기를 잊은 듯, 다시 찹스테이크 조각에 열중하는 자실장을 향해 있었다.

“저거 다 가져가서 먹으라고. 여기서 먹지 말고 들고 꺼지라고. 치우기 귀찮으니까.”

“데스데스?”

친실장도 도형을 바라보며 한 손으로 찹스테이크 조각들을 가리킨다. 그 후에 자기 자신을 향해 손을 가리켰다. 저거, 내꺼? 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 그래그래. 다 네 꺼다. 다 .가져가. 여기서. 먹지 말고. 다. 가져가서. 먹어.”

“데햐아아아! 데스데스! 데프프프픗...”

최대한 천천히 말한 도형의 지시를 듣고 나서 조금 생각을 하더니, 팔을 위아래로 흔들며 친실장은 기뻐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볼살을 씰룩거리며 웃음을 내뱉다가, 친실장은 방금 전에 뒤로 밀쳤던 자의 손을 잡았다.

“테츄우?”

“데스데스데스. 데스데스.”

“츄아아아앗!”

친실장에게서 어떤 말을 들었는지는 몰라도, 방금 전까지 눈물을 흘리던 자실장의 표정의 환의로 빛나기 시작했다. 너무 기쁜 나머지 얼굴에 발그레 홍조를 띄우며 바닥을 방방 뛰기까지 했다. 도형은 들실장 모녀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겹다는 감정과 애잔하다는 감정이 동시에 들었다. 피식 실소가 나왔다.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

문득 땅바닥 쪽에서 비명소리가 났다. 도형이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찹스테이크에 열중하던 자실장이 스테이크를 발밑에 내던져버리고 도형을 바라보며 빽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테치테치테치! 테치테치! 테츄아아악! 테챠아아악!”

“데에...”

“테에? 테치테치...”

“테챠아아아아!”

자실장의 행동에 놀란 것은 제 어미와 자매도 마찬가지인 듯싶었다. 스테이크를 향해 다가가던 모녀는 그 자실장이 취한 제스쳐를 보고 우두커니 자리에 서버렸기 때문이다. 하기야 그럴 만도 하다. 바닥에 떨어진 네 개의 찹스테이크를 향해 다가가던 어미와 자매를 향해 대(大)자로 팔을 벌리고, 이들을 막아서고 있었으니.

그리고서는 도형을 향해 침을 튀겨가며 무언가 말을 했던 것이다.

“테치테치테치! 테치테치!”

그 자실장은 도형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인상을 써가며, 뭔가 불만에 찬 말투로 스테이크와 제 가족, 도형을 번갈아 손으로 가리켜 대며 발을 바닥에 톡톡 굴러대고 있었다. 도형 역시 당황한 나머지, 거의 다 타들어간 담배가 자신의 벌어진 입에서 툭 떨어진지도 미처 몰랐다.

자실장은 아예 드러누워 팔다리를 허공에 내저으며 소리를 질렀다. 친실장과 자매를 향해서는 엎드린 자세로 위협을 취하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도형을 향해 고개를 높이 위로 올려서 팔을 붕붕 흔들었다. 다른 한 손으로는 제 가족 쪽을 가리키면서. 그러더니 문득 고기들을 영차영차 한 데로 밀어서 모으더니, 그 위로 벌러덩 엎드렸다. 제 옷이 와인빛 소스에 젖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가족을 향해 경계심 짙은 시선을 던져댔을 뿐이다.

“데에에? 데스데스! 데샤아아! ”

“테치이이? 테샤아아아!”

어미 곁에 있던 자실장도 스테이크 위에 배를 깔고 있는 제 자매를 죽일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위협 자세를 취했다. 친실장도 이제는 도형의 존재 따위, 눈앞의 자 때문에 끓어오른 분노로 잊었다는 듯이 찹스테이크 위의 자를 향해 얼굴을 마구 구기며 화를 내고 있었다. 한껏 찡그린 얼굴로 자를 향해 최대한 꽥꽥 소리를 질러대며 벌어진 입으로는 침을 튀기면서 무언가를 연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성큼성큼 제 자를 향해 다가갔다.

도형은 이제야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눈치를 챘다. 땅바닥에 떨어진 스테이크 조각을 두고 가족 간에 싸움이 난 것이다. 아마 먼저 스테이크를 맛본 자실장은 이것들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여긴 듯 했다. ‘이 맛난 음식은 모두 내꺼다.’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에게 주기 싫었던 것이다. 이는 모두 자신의 소유이기 때문에. 심지어 원래 그 스테이크에 대한 소유권이 있는 인간이 제 어미와 자매에게도 스테이크를 가져가도록 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부 자기가 독차지하고 싶었으니까. 그렇기에 도리어 도형에게 화를 낸 것이다. 왜 내가 가지고 있는 스테이크를 마마나 자매에게도 주려고 하냐고. 다 내가 가지고 싶다고. 주기 싫다고. 어서 못 가져가게 하라고.

도형으로서는 어이가 없었다. 순간의 변덕으로 저들을 단숨에 내쫓지 않았고, 단지 음식쓰레기통을 다시 열어서 찹스테이크를 주워 담기 싫었기 때문에 이들에게 이걸 가져가라고 ‘호의’를 베푼 것이다. 그런데 도리어 나에게 화를 내다니. 마치 스테이크가 처음부터 제 것이었던 양, 도형을 바라보며 나와 스테이크를 지켜라 따위의 제스쳐를 취하다니.

이들은 이제 스테이크와 그로 인한 저들의 분란으로 인해, 눈앞에 있는 거대한 인간의 존재나 자신들이 인간의 생활권으로 침입한 상태임을 잊어버린 듯 했다. 친실장은 비열하게 웃으며 스테이크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악하던 자를 단숨에 떼어버렸다.

“데프프프픗. 데스데스데스. 데스데샤앗!”

“테챠아아아아!”

“테프프픗. 테치테치!”

“테챠아아악! 테츄아아아악! 츄아아아악!”

인간과 성체실장의 차이가 아마 성체실장과 자실장의 차이이리라. 가족의 먹이를 독차지하려 든 분충에게 내린 친실장의 심판은 가혹했다. 도형은 인터넷에서 ‘독라’의 사진을 보면서 ‘아 혐짤.’ 하고 스크롤을 내린 적만 있었지, 실제 독라의 모습은 여태껏 두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친실장은 자실장의 앞머리와 뒷머리를 단숨에 뜯더니, 두건과 신발을 벗기고 바닥에 손에 든 자식을 내팽겨 쳤다. 그리고 굼뜬 녀석들의 손짓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재빨리 자실장의 옷을 갈가리 찢어버렸다. 태어난 후, 처음 스테이크를 맛봐서 기뻐하던 자실장은 불과 십분도 지나지 않아 독라의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테에에....테에....테에에..! 테챠아아아아아!”

“데스데스. 데프프프픗. 데프프프픗.”

“테프프프픗. 테햐햐햐햣.”

자기 자식을 노예의 신분인 독라로 만든 후, 친실장은 잘못한 자식을 향해 조소를 날리고 있었다. 다른 자실장 역시, 하나 밖에 없는 자매가 독라가 되었음에도, 속 시원하다는 듯이 배를 잡으며 바닥에 드러누워 폭소하고 있었다.

“씨발 이건 너무한 거 아냐?”

인간들도 자식들이 잘못하면 혼을 낸다. 그러나 자식을 혼내는 부모는 항상 자식의 눈물에 가슴을 삭이며, 사랑에서 우러나온 자식이 앞으로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눈물을 참으며 자식을 개도한다. 하지만 도형의 눈앞에서 보인, 실장석들이 행한 훈육은 달랐다. 아예 회생 불가의 독라 노예의 처지로 자를 나락으로 떨어뜨린데다가, 그 자를 향해 있는 힘껏 비웃음을 이들. 이건 훈육 따위가 아니라 그냥 괴롭힘 그 자체였다.

“데프프프픗. 데스데스. 데챱데챱.... 데스데스! 데프프픗.”

“테프프프픗. 테치이이잇!”

한 손에 들린 찹스테이크 조각을 베어물은 친실장은 쩝쩝 소리를 내면서 다른 한 손을 가랑이 사이로 집어넣는다. 그리고 제 자실장이 여태 바닥에 흩뿌려댄 것과 같은 색깔의 눅진한 것을 독라의 머리에 슥슥 바른다. 다른 자실장은 아예 진녹색 범벅의 속옷을 벗고 뒷머리를 앞으로 넘긴 채로 독라의 배 위에 쭈그려 앉았다. 그대로 독라의 배 위에 볼일을 본다.

브리리릿.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실장석이 독라 노예에게 운치를 바르는 이유나 이들이 자를 대하는 방식 등의 실장석의 생태 따위, 도형은 알지 못했다. 아니, 설령 알 기회가 안다 하더라도 그는 그다지 이에 대해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 그가 관심이 있는 것은 친실장 가족에게 음식쓰레기 처리를 맡기려고 했던 그의 생각과 달리, 실장석 일가가 음식물 쓰레기통 주변에 운치를 흘려대며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도형은 자신의 결정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었다. 일거리를 없애려고 했었는데 되려 일거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순간 실장석에게 빠져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들실장 일가의 더러운 행태는 도형이 다시 현실적인 문제로 돌아오게끔 했다.

“....씨발. 내가 미쳤지.. 씨발... 아나 씨발....!”

브리리릿

“테프프프픗. 테프프에.”

쿠직.

“데...데에?”

높이 쳐들린 도형의 각목이 독라가 된 자매 위에서 운치를 뿌려대던 자실장의 몸을 짓눌렀다.

“테베에...테에....테에.... 파킨!”

“데...데에에? 데챠아아아앗!”

친실장은 제 자의 머리와 몸뚱이가 터져 바닥에 퍼지는 소리를 듣자, 그제야 도형의 존재를 기억했다는 듯이 도형을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독라의 자실장 역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데에... 데스데스.. 데스데스.. 데스데스데스웃!”

다소 겁에 질린 듯하지만, 친실장은 그보다는 제 자실장의 죽음을 설명하라는 듯이 도형에게 따지는 듯한 말투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데스데스! 데스데샤아앗! 데샤아아앗!”

바닥의 찹스테이크와 차녀를 연신 양 손으로 가리키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과 억울하다는 표정이 반반씩 섞인 듯한 얼굴로 팔을 마구 휘저으며 도형을 향해 다가왔다.

“개새끼들이 쓰레기 가지고 꺼지라니깐 바닥에서 똥이나 싸대고 앉아서 처먹기만 해?”

“데갸악!”

마치 골프선수의 스윙처럼 숙달된 도형의 각목 스윙은 친실장을 높이 쳐올려 비스트로 바깥의 좁은 도로로 친실장을 날려버렸다. 평소였다면 자신의 스윙을 맞고 도망가는 들실장들을 쫓지 않았을 도형이었지만, 이 들실장에게는 왠지 더 화가 났다.

각목을 부여잡고 좁은 도로에 주저 앉아서 떨고 있는 친실장을 향해 성큼성큼 갔다. 다리가 부러졌는지 움직이지 못하며 와들와들 떨면서 자신을 향해 겁에 질린 표정을 짓는 친실장을 향해 도형은 발길질을 시작했다.

“더러운!”

“데갹!”

“벌레 새끼들!”

“데갹!”

“가족도!”

“데챠아아악!”

“막 버리는 쓰레기 새끼들!”

“데갸아아악! 데갸악!”

서너 번 발길질을 하고 나니, 들실장이 짖는 소리를 들은 한 행인이 자신을 주목하는 것을 느꼈다. 순간 얼굴이 화끈해지는 것을 느낀 도형은 주변에 차가 지나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다시 한 번 크게 각목으로 어퍼 스윙을 하여 친실장을 A공원 쪽으로 날려버렸다.

“데챠아아아아아아!”

“꺼져 씨발. 다시 오기만 해봐라.”

도형의 말과는 달리, 친실장이 다시 비스트로에 잠입하는 것은 불가능해보였다. 친실장은 도형의 연이은 스윙에 갈비뼈와 척추뼈가 박살나고 몸 여기저기가 짓이겨져버린 채로 공원 입구에 떨어졌다. 두 다리와 두 팔 모두 부러져서 사지를 움직일 수도 없었다.

“데챠아아아! 데챠아아아아! 데챠아아아아아!”

화를 씩씩 내며 뒤돌아가는 도형을 향해 그 친실장은 울부짖었다. 마치 가지 말라고, 자신에게 한 번 호의를 줬는데 갑자기 왜 바뀌었냐고, 자신을 이렇게 방치하지 말고 도와달라고 절규하는 듯 한 소리를 꽥꽥 질러댔다. 친실장은 지금 자신의 처지와 같은 들실장이 공원에서 어떻게 되는지 알기 때문이다.

“데프프프픗.”

“데프프프픗.”

“데프프프픗.”

“데프프프픗.”

친실장을 처리하고 뒤돌아선 도형은 난장판이 된 비스트로 뒤편의 바닥을 보았다. 챱스테이크가 여기저기 널려있고 운치도 사방에 흩뿌려져 있었다.

“하아 씨발... 좆같네..”

“테에...테츄..?”

문득 자실장 울음소리에 음식물 쓰레기통 아래의 바닥을 본 도형은 독라의 자실장을 발견했다. 아까 친실장에 의해 독라에 운치범벅이 된 자실장이었다. 도형은 더러운 그 자실장의 행색에 얼굴을 심하게 찌푸렸다.

“테프프픗. 테치테치! 테치테치!”

독라의 자실장은 도형을 향해 기쁜 듯하면서도 살짝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카랑카랑하게 뭔가를 말하는 듯 했다. 얼굴에는 살짝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일말의 망설임 없이 도형은 성큼성큼 독라의 자실장에게 걸어갔다.

“테프프픗. 테프프픗. 테프프프 테베에..”

단숨에 10cm 가량의 그 독라의 머리를 뒷꿈치로 밟아 으깨버렸다.

“휴우....”

도형은 왼손에 찬 시계를 바라보았다. 4시 40분. 이 녀석들 때문에 25분이나 소비했다. 지금이 한산한 타임이라서 망정이지, 피크타임이었으면 당장 해고당했다. 물론, 지금 점주에게 밉보인 자신의 처지를 고려하면 지금 돌아간다 해도 이 상황을 무사히 넘길 리는 없겠지만. 어쩌면 진짜 해고당할 수도 있다.

“담배 몇 대 태우고 똥싸고 오니까 들실장 떼거지가 쳐들어왔다고 해야겠다.”

억지스러운 변명을 대충 지어낸 도형은 각목을 세우고, 그 옆에 있는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양 손에 집어 들었다. 그리고 운치와 스테이크, 자실장의 시체조각들이 섞인 쓰레기들을 쓸어서 쓰레받기에 한 데 모은 후에 대충 쓰레기통에 이를 쑤셔넣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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