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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의 끝 - 독립하는 새 성체 이야기

 

여정의 끝 (旅立ちのお終わり)


가을의 푸른 하늘 아래 성체에는 아직 못 미치는 사이즈의 실장석이 뭔가를 찾고 있다. 그녀는 올해 처음으로 친실장으로부터 독립했다. 현명한 그녀의 친실장은 온갖 고난을 딛고 첫 자를 무사히 독립시켰다.

실장석은 다산으로 번식력이 강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성체가 될 확률은 높지 않다. 굶주림, 질병, 까마귀 등의 천적, 위험한 동족, 그리고 인간. 세상은 실장석에게 너무 혹독해 아무리 다산이라 하더라도 대부분이 사멸한다. 실장석 수가 많음은 위석이 깨지지 않는 한 죽지 않다는 불멸성에 힘입은 바 크다. 성체가 되면 생존율은 크게 (그래도 사망률이 높지만) 상승하지만 성체가 될 확률은 한없이 낮다. 실제로 이 시기에 독립한 새끼 실장은 그녀 한마리 뿐.

"겨우 찾은 데스..."

연못을 중심으로 도심에 설치된 대규모 공원이 그녀의 세계. 갓 독립한 실장석이 우선적으로 하는 것은 안전한 보금자리 만들기이고, 집으로 쓸 박스의 확보가 첫번째 난관이다.

"조금 냄새가 나는 데스. 그래도 충분한 크기인 데스."

자기 몸보다 큰 짐을 짊어지고 어정어정 걷기 시작한다. 멍하게 있다간 동족에 가로채일 가능성이 있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신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거운 데스..."

지금까지 힘이 되어준 친실장의 고마움이 몸에 사무친다. 그녀가 집터로 선택한 곳은 공원과 주택지의 경계인 콘크리트의 외벽 근처. 나무에 해가 가려 어두컴컴한 수풀 속이다. 골판지 상자를 눕혀서 설치하고,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안에 무거운 돌을 넣은 후 몇번 출입을 반복해 본다. 그러다가 "데스우-ㅇ" 하고 만족의 탄성을 낸다.

"(여기가 내 집인 데스...)"

처음 만든 집을 둘러보고 감회 깊은 듯 바라본다. 잠시 쳐다보다가 문득 생각 난 듯 조금 떨어진 수풀로 향한다.

"마마가 준 수건을 넣는 데스..."

독립하던 날 이별 선물로 받은 수건을 찾는다. 군데군데 초록빛 얼룩이 묻은 빈말이라도 깨끗하다고 하기 힘든 것이지만, 자기 옷 이외의 방한도구는 매우 귀중하다. 앞으로 동사의 위험이 있는 겨울이 되면 수건 1장이 생사를 가를 가능성도 있다. 수풀 안에서 수건을 회수하면서 동시에 비닐봉투에 든 음식물 쓰레기도 가져온다. 이것도 그녀의 친실장이 준 이별 선물이다. 집에 들어가 비닐봉투 속을 들여다 본다.

"대단한 성찬인 데스.."

달걀 껍질, 마른 밥, 닭뼈, 모두 자주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사과! 사과도 있는 데스!"

무엇보다 그녀를 놀라게 한 것은 디저트로 먹을 사과 꼭지. 실장석에 있어서 단맛은 최대의 사치다. 들실장에게 음식물 쓰레기로 나오는 과실의 단맛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먹이터에서 늘 싸움의 원인이 되고, 구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데에에..."

그녀의 친실장이 얼마나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해 주고 있는지 알 것 같다.

"(상처의 원인은 이것이었던 데스...)"

떠나기 며칠 전부터 상처가 끊이지 않았던 친실장. 몇번 이유를 물어봐도 "아무것도 아닌데스" 하고 딱딱하게 입을 다물었다. 그래도 어딘가 기쁜 얼굴이 떠올랐다.사과 꼭지를 꺼내 조금만 갉아 먹어 본다.

"달콤한..데스"

단맛을 꼭 깨물며 친실장을 생각한다. 가슴이 따스해지며 눈에 희미한 눈물이 고인다.


집문제가 일단락 된 그녀의 다음 과제는 식량 조달이다. 이별 선물로 받은 음식물 쓰레기는 며칠이면 바닥을 보일 것. 그 안에 식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죽음이 기다린다. 해가 높다, 아침에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는 기대할 수 없다.

공원에 자생하는 식물과 나무 열매가 목숨을 잇는 양식이다. 들꽃으로 말하면 "아케비" "주아", 열매는 "은행" "남천". 보존 가능한 나무 열매는 귀중한 보존식이라서 평소는 입을 대지 않는다. 공원에는 "감나무 열매" 라는 최상급의 음식도 있지만, 동족의 쟁탈이 심하다. 갓 독립한 그녀에겐 위험이 너무 크다. 그녀는 친실장과 자주 갔던 장소에 가려고 하다가 멈춘다.

"아직 만나기에는 너무 이른 데스..."

친실장이 데려갔던 곳으로 가면 당연히 친실장을 만날 확률도 높다. 독립했기 때문에 느낄 쑥스러움과 약간의 자존심 때문에
그녀는 조금 먼 곳에 가기로 한다.

.
.
.

해가 기울어 열매를 절반 정도 담은 비닐 봉지를 손에 들고 집에 돌아온다.

"데, 피곤한데스"

이 계절엔 월동준비를 위해 동족들이 함께 나무 열매를 줍는다. 오늘 하루 노동으로는 도저히 충분한 양을 확보하지 못한다. 아직 집의 환경도 만족스러운 상태가 아니다. 화장실 구멍이나 음식 저장고, 식수를 넣을 페트병, 비를 막기 위한 보강용 비닐 시트... 아직 필수품도 없는 것이 많다.

"데에, 혼자 사는 것은 힘든 데스"

오늘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 친실장과 살던 환경이 얼마나 좋은 것이었는지 계속 사무친다..

"(빨리 집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데스...)"

달콤한 사과가 기다리고 있음을 기억하고 침울한 기분을 떨쳐본다. 그러나 행복한 망상은 낯익은 동족의 단말마에 의해 찢어졌다.

"데갸아아아!"
"데브오오아아!"
"데힛-데가아아-!"

악마가 왔다. 인간이라는 악마가.

"데힛-!"

그녀는 비명이 울리자 한순간 소리를 지른 후 굳어져 주위를 확인하고, 곧장 수풀로 숨어든다. 틈새로 내려다보니 광장의 중앙에서 실장석들을 때려 죽이고 있는 인간이 보인다. 손에 든 빠루로 실장석의 머리를 깨뜨리고, 배를 찌르고, 팔을 잡아 찢는다. 총배설구에 빠루를 찔러서 꿰뚫고 그대로 땅에 내리친다. 성체, 새끼 차별 없이 죽음이 뿌리진다. 너무 처참한 풍경에 빵콘 한다.

"비참한 뿐인 데스...아, 구더기짱까지..."

강제 임신된 성체에서 배출되는 구더기 실장을, 닥치는 대로 짓밟고 간다. 너무나 지옥 같아 눈을 돌리려고 했을 때 뜻밖의 것이 눈에 들어왔다.

"마마...데스!"

얼마 전 헤어졌던 친실장이 인간에게 잡혀 있다. 머리를 잡혀 공중에서 다리를 버둥거린다.

"왜? 왜인 데스!?"

그렇게 똑똑한 마마가 인간에게 잡힐 리 없다, 그렇게 믿어 왔던 것이 무너진다. 그것은 아주 조금의 방심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자를 독립시키고 일말의 외로움을 느껴 위한 광장으로 나왔다. 다른 친자를 바라보며 추억에 젖어 있었는지도 모른다.그곳에서 만나서는 안 될 인간을 만났다. 아주 사소한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

인간이 친실장의 머리를 잡아 뽑는다. 자실장 시절 그 안에서 편안하고 따뜻하게 잘 수 있어 좋아했던 아마색 머리카락. 모두 무참하게 땅바닥에 떨어진다.

"데...마마..."

돕고 싶고 뛰쳐나가 가고 싶지만, 그런 행동을 억제한 한가지 약속을 떠올린다.

『가족이 만일 인간에 붙잡히더라도 결코 도우러 가서는 안 되는 데스』
『왜인 테츄!? 꼭 구하러 가는 테츄!』
『절대 안 되는 데슷!!』
『테에?』
『인간에게는 절대 이길 수 없는 데스. 신물 나게 보아 온 데스! 너는 착한 자실장이라 알려주는 데스. 당부하는 데스, 꼭 달아나는 데스우!』
『테에에...』





『너는 나의 보물인 데스. 이 약속을 꼭 지키길 바라는 데스!』
『알겠는 테츄...』

이를 악물고 눈을 부릅뜬다. 적어도 그 최후만이라도 눈에 넣자. 인간이 칼을 꺼내 친실장의 배를 냅다 가른다..손을 넣어 내장을 끄집어 낸다, 휘두른다. 땅에 내팽개쳤다 위로 치켜올려 목을 조른다. 숨을 거두기 직전 일까? 단말마다고 생각되는 최후의 울음.

"데갸아아아아아아아-!"

인간에게는 귀에 거슬리는 소리일 뿐. 그래도 그녀에게는 분명히 들린다.

"살아야 해"

인간이 떠난 자리에는 시체가 겹겹이 쌓여 참상이 펼쳐졌다. 당장이라도 친실장의 시신에게 달려가고 싶었는데 이것도 참을 수밖에 없다. 곧 실장석의 시체를 노리고 동족들이 몰려들었기 때문. 이 야단 법석에 휘말리면 무사하기 어렵다. 동족식 실장들은 영양 상태도 좋고 힘도 강하다. 싸움으론 이길 수 없다. 그녀는 말 없이 외면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나무열매가 든 비닐 봉지를 집 안에 집어던지고 이별선물인 음식물 쓰레기에도 손을 대지 않은 채 수건안에 웅크린다. 그녀는 생각한다. 오늘 내가 언제나의 먹이터로 갔으면, 마마를 만났으면,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던 건 아닌지? 비록 그렇지 않을 지는 몰라도, 아주 자그마한 자부심이 마마를 도울 기회를 짓밟아 버린 것 아닌지?

"...마마아-앗!...마마아아...앗!"

오열을 견디지 못하고 수건으로 입을 막는다. 수건에 밴 마마의 체취가 코를 간질인다. 주마등처럼 마마와의 추억이 넘쳐난다. 그리고 제방이 무너지 듯 고함친다.

"왜! 왜 죽는 데스? 외톨이는 싫은 데스! 무서운 데스! 슬픈 데스! 힘든 데스! 왜 그런 데스우? 열심히 살아가고 있던 데스! 왜 이렇게 불행하게 되는 데스우!"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외치다가 거칠어진 호흡을 가라앉힌다. 잠시 뒤, 밤의 정적 속에 그녀는 중얼거린다.

"살고 싶지 않은 데스..."













퍽!











파카를 입은 젊은 남자가 골판지 상자에서 금속 배트를 들어 올린다.

"데스-데스- 시끄러운 분충"

담배의 재를 떨어뜨리며, 박스 속의 기색을 살핀다. 골판지 상자는 완전히 망가져 초록색 체액이 밖까지 스며나오고 있다. 공원에 모여 있는 무리인가? 학대파인가? 어떤 이유로 그녀를 죽였는지는 모른다. 한마리의 성가신 실장석을 죽였다. 그에게는 단지 그것 뿐이다.

별 힘들이지 않고도 그녀의 소원은 이루어 졌다. 그게 행운이었든, 불행이었든, 고통 없이 한순간에 죽었다. 그것만이 사실.

달빛 아래, 공원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그녀만 빼고.










댓글 1개:

  1. 데...양충실장이었는데 불쌍한데스..(이런거보면 양충과 분충을 구별해주는 외적인 뭔가가 있다는 설정이 추가된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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