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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텐트 (비달 ヴィダル)


 
며칠 사이에 갑자기 추워졌다. 낮에는 그렇지 않아도 날이 저물면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외투를 껴입는 나도 그런데, 얇은 녹색 옷 한 벌의 실장석들은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걷어차면 열릴 듯 말 듯한 낡은 아파트의 문 앞에서 열쇠를 꺼냈을 때 문 앞에 방치했던 조개탄이 보이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조개탄이라는 것은 아몬드 초콜릿 크기의 작은 연탄을 생각하면 된다. 100엔 숍에 가면 드물게 아웃도어 용품으로 20알 단위로 팔리고 있다. 목련 크기의 미니 풍로와 함께 산 물건이지만 게으른 나는 한번 쓴 뒤 그냥 문 앞에 방치 플레이다. 그러고 보니, 그 미니 풍로도 보이지 않는다. 사용법을 아는 누가 훔쳐갔나? 아이들이 장난으로 가져갔나? 두개 합쳐도 200엔 밖에 안되는 거라 화도 안 났다.

열쇠로 열고 안에 들어오니 난방은 없어도 역시 밖보다는 따뜻하다. 방 창문에서 밖을 내려다보니 눈 닿는 거리에 실장석 한 마리가 있었다. 내 방은 1층이라 주위의 모습은 금방 눈에 띈다.

데에-데에-하고 웅크리고 앉아 신음하는 소리가 유리창 너머로 들린다. 잘 보니 양손을 왼쪽 뺨에 대고 뭔가를 참고 있는 것 같다.

데에에에에엣!!

갑자기 그 실장석은 소리 지르며 떨어져 있던 나뭇가지를 집어 들어 자신의 입에 넣고 밀어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바로 데엣하고 짧게 외치고 움직임을 멈추며 손에서 나뭇가지가 땅바닥에 똑 떨어졌다.

데엣! 데에에에에엣!

가로수가 심어진 길을 뒹굴고 있는 실장석의 모습에서 짚이는 바가 있었다. 밖을 걷고 있을 때 역시나 먹이를 달라고 조르는 들실장을 만난 적이 있었다. 데스~웅하고 귀에 거슬리는 아양을 떨었지만, 그 입 속에 갈색으로 변색된 이빨이 보였다. 충치였다. 그 녀석의 목소리에 인간이 왔음을 감지한 다른 들실장들도 몰려들어 단체로 아양을 떨며 먹이를 요구했으나, 모든 실장들이 치아에 문제가 있었다.

이 주변은 편의점이 밀집해 있고 점포에서 폐기된 식품이나 음식물 쓰레기통의 잔반 등이 풍부하게 있으므로, 여기 들실장들은 호화로운 식량 사정으로 지내고 있다. 그러나 인간과 같은 것을 먹고 있으면서도 양치는 커녕 입을 헹구는 습관도 없는 들실장들이 충치를 앓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렇게 생긴 치통을 견디지 못하고 큰소리로 울부짖으며 거리를 구르던 들실장들은 결국 인간의 분노를 사서 길거리의 은행열매처럼 뭉개진다.

데에에엣! 데엣! 데엣!

아직도 흙먼지를 일으키며 고통스럽게 뒹구는 실장석을 보면서 저 녀석도 내일쯤 죽어있겠지- 하고 커튼을 쳤다.

데에~ 데에~

심야가 지났을 무렵에 실장석의 울음소리에 눈을 떴다. 잠이 얕았던 건가. 이리로 이사온 후 줄곧 겪는 일이라 보통은 그대로 자버리지만.... 불이 꺼진 어둠 속 멀리서 희미하게 치통에 시달리는 실장석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숫자로 따지자면 6마리 정도? 이런 귀에 거슬리는 합창에 매일 시달려야 하니...이미 익숙해진 나도 대단한 놈인 것 같다.

어느 정도 지났을까? 실장석의 신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게 나의 의식이 희미해진 건지, 녀석들이 침묵한 건지는 불분명했다.

다음날, 알바가 끝나고 귀가길에 오른 나는 조금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운동부족이 되지 않도록 하루 걸음수를 늘리기 위해서다. 귀가길 중간 정도까지 왔을 때 깨달아 버렸다. 전에 먹이를 조르던 들실장들을 만난 게 이 길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서, 또 몇 마리의 들실장들이 발밑으로 바짝 다가오고 있었다.

헤후~웅

... 기묘한 울음 소리이다. 이 녀석 한 마리만이 아니다. 다른 들실장들도 모두 마찬가지, 바람이 빠지는 소리를 내며 먹이를 달라고 조르고 있다. 자세히 보면 놈들의 칠칠치 못하게 벌어진 입에는 이빨이 듬성듬성 밖에는 나있지가 않았다. 앞니가 아래에 한 개만 남아 있는 놈, 위에 하나 뿐인 놈, 징검다리처럼 번갈아 빠져있는 놈……. 처량한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니, 실장석의 머리카락은 두 번 다시 재생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이빨은 어떨까? 만약 재생하지 않는다면 이 녀석들은 인간 대상의 부드러운 식품 밖에 먹지 못할 것이고, 잔반의 공급이 끊기면 음식을 먹지 못해서 굶어 죽을 것이다. 하지만 뭐 실장석이 어떻게 되든간에 내 알 바는 아니다. 발등으로 적당히 피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차서 넘어뜨려 길을 터주고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나는 또 다시 실장석들의 신음 소리에 잠을 설쳤다. 초조함에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서 불도 켜지 않은 채 창문으로 향했다. 오랫동안 실장석들의 목소리를 계속 들어 왔기 때문에 대체로 어떤 종류의 목소리가 어떤 상황을 나타내고 있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버렸다. 이 소리는 통증을 참고 있을 때 내는 소리다. 뭐 이런 능력은 한 푼의 이득도 안 되지만.

결국 나는 엄청 화가 나서, 거의 충동적으로 창가에서 돌아와 현관에 있던 방망이를 들고 창문에서 뛰쳐나가기 직전까지 갔다. 밖이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잊을 정도로 열 받았다. 한 마리씩 으깨는 것도 불빛이 필요하리라 생각이 들어 손전등을 찾다가 보니 실장석들의 신음 소리가 어젯밤처럼 뚝 그쳐 버렸다. 덕분에 평정을 되찾긴 했는데, 나는 이번에는 왜 갑자기 소리가 멈춘 것인지가 궁금해서, 그것을 확인하려고 밖으로 나갔다.

실장석 소리가 나던 곳은 멀지 않을 것이다. 손전등으로 발밑을 비추며 나아가다 보니, 무릎 높이로 무성한 철쭉 뿌리 부근에 비닐로 지어진 천막 같은 것이 불빛에 비춰졌다. 요즘은 통 보기 힘들게 된 시커먼 쓰레기 봉투가 직사각형으로 팽팽하게 세워져 있다. 무릎을 굽히며 윗부분을 만져 보니 확실히 뭔가 닿는 느낌이 있었다. 아무래도 골판지 상자에 검은 봉투를 둘러 씌운 것 같다. 텐트의 측면에 칼집이 있는데, 아마 거기가 출입문일 것이다. 비닐 끝을 지면에서 교차시키고 밑부분에 넣어서 밀폐성을 높이고 있다.

비닐을 들쳐 커튼을 열듯 좌우로 펼치고, 그 안을 손전등으로 비추어 보았다. 거기에는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운 5마리의 실장석이 누워 있었다. 얼굴까지 보이진 않지만, 어쩐지 나에겐 죽은 것처럼 보였다. 가슴이 호흡으로 오르내리지 않는 걸 보니 나의 직감은 옳았다. 텐트의 중앙에 통 모양의 하얀 물체가 놓여져 있는 것이 보인다. 어깨가 땅에 닿을 정도로 몸을 평행하게 하고 안을 들여다 보니, 그것이 나의 미니 풍로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더구나 안에서 흘러나오는 공기는 묘하게 따뜻하다. 그러고 보니 입구 부근의 일부에 조개탄 특유의 검은 얼룩이 묻어 있다. 내 집에서 훔쳐 온 것임에 틀림 없었다. 그렇다면, 이 실장석들은 몸을 녹이려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됐다는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그때, 바스락-바스락- 낙엽을 밟으며 걷는 작은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손전등을 끄고 뒷걸음질 쳐서 물러나 아파트 그림자에 숨었다. 발소리로 보아 실장석인 것은 알고 있다. 여기서 숨어서 보고 있으면 수수께끼가 풀릴지도 모른다. 나는 얼굴만 내놓고 발소리가 나는 쪽을 지켜보고 있으니 작은 등불을 가진 실장석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실장석은 눌러서 점화하는 가스 라이터를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불빛 삼아 이쪽으로 걸어왔다. 주황색 불꽃이 뿜어내는 불빛에 언뜻 비친 무표정한 실장석의 얼굴은 어쩐지 좀 섬뜩하다.

이윽고 천막 입구에 선 실장석은 라이터를 끄더니, 안으로 들어가 한 마리의 실장석을 끌고 나왔다. 데엣-데엣-하고 기합을 주며 두 다리를 잡고 낙엽 위를 질질 끌며 아파트 입구의 계단등 앞까지 올라와서, 땀을 닦고 주머니에서 니퍼를 꺼냈다.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짐작도 가질 않는다.

끌려온 실장석의 입을 비틀어 벌리니 충치 투성이의 입안이 보였다. 수상한 실장석은 그 녀석의 입에 니퍼를 넣고 무엇인가를 하면서 뎃-뎃- 소리를 내고 있더니, 갑자기 탁- 소리가 나고 피가 튀었다. 더럽게 변색된 이빨이 니퍼 끝에 달려 있었다. 한 개를 뽑더니, 다음 이를 뽑는 작업에 착수한다. 상당한 솜씨로 차례차례 치아를 뽑아 간다.

나는 시체의 이를 뽑는 무의미한 작업에 약간 으스스함을 느꼈지만, 실장 따위에게 겁먹는 건 인간의 불명예다. 끝까지 녀석을 지켜보기로 했다.

이마의 땀을 닦으며 작업을 끝낸 것 같은 실장석은 또 그 녀석을 질질 끌면서 이번에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번에는 아파트 부지 내로 나아가 이번엔 정원수가 없는 통풍 좋은 장소에 그 녀석을 눕히고 놈의 입가에 4번 접은 전단지를 부채질해서 바람을 보내기 시작했다. 좀 지나니 이가 빠진 실장석의 입가에서 휴우-휴우-하고 숨 쉬는 소리가 들려 온다. 이어서 가슴이 또렷하게 오르내리며 호흡이 재개되기 시작했다. 니퍼를 가진 실장석은 그것을 보고 크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비닐로 덮인 텐트로 돌아가서 같은 작업을 되풀이했다. 좋은 장소로 운반하여 썩은 이를 뽑고, 바람을 보내어 소생시킨다.

그런 건가.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밀폐에 가까운 실내에서 숯을 태워 일산화탄소를 발생시킨 텐트 안에서, 충치를 앓는 실장석을 가사 상태에 빠뜨린다. 그리고 시신에서 썩은 이를 빼낸 뒤에 신선한 산소를 불어서 소생시킨다. 위석이 부서지지 않는 한 몇 번이라도 되살아나는 실장석으로서는 고통 없이 생명 활동이 정지하는 안락사는 전신마취나 다름없다.

충치 실장을 고통에서 구해 주고 치료해 주는 저 녀석은 의사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놈은 들실장과 다를 바는 없어도 피부가 꽤 혈색이 좋다. 치료를 받은 실장석들로부터 보수에 해당하는 식량을 얻고 있을 것이다. 어제 밤에 갑자기 실장석들의 신음 소리가 그친 것도 텐트 안에서 중독을 일으켜 죽었기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충치를 모두 뺀 후에 소생해서, 오늘 아르바이트에서 돌아오는 내 다리에 들러 붙어왔던 것이다. 녀석들 전부가 이가 뽑혀있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던 것인가.

니퍼를 쥔 실장석은 지금도 열심히 이를 뽑고 있다. 저 녀석은 어떻게 이런 걸 생각해냈을까? 뉴스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것인가? 그 정도로 영리한 생명체인가? 아니, 그 전에 생명체라고 불러도 되는 것인지조차 애매하다. 밀 이삭에서 케이크나 국수를 발명한 인간처럼 녀석들도 초인적인 번뜩임을 내기라도 하는 건가? 아니 오히려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는 내가 바보일지도 모른다...

다음날 아침 텐트를 확인해 보려고 1층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내려가 보니, 어제 그 실장석들이 막 눈을 떴는지 몇 마리가 후에에-하는 꼴사나운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고, 나머지 몇 마리는 후에후-하고 이빨 사이에서 바람을 내뿜으며 다가왔다. 나는 그놈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 길 저편에 내던져 버렸다.

몸단장을 하고 아르바이트에 가러 가던 도중 편의점 앞을 지나가자, 꾀죄한 들실장이 쩝-쩝- 불쾌한 소리를 내며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지저분하게 먹는 모습과 맞닥뜨렸다. 귀여움 따위는 추호도 없다. 친자끼리 천박하게 주저앉아 식품 비닐 포장을 입가에 늘어뜨린 채 데히-데히- 하고 꾸역꾸역 입에 털어넣는 모습은 불쾌하기 짝이 없다. 발로 걷어차고 싶지도 않다. 신발이 놈들의 입김으로 더러워질 것 같다.

한밤중에 그렇게 열심히 이빨을 치료해준 녀석도 참 불쌍하다. 
네가 아무리 남을 위해 노력하더라도 놈들의 성격이 근본부터 변하지 않는 한 지금 상황은 나아질 리 없을 테니까. 
그걸 깨닫지 못해서 실장석인 건가.

아니, 애초에 실장석 따위가 그런 숭고한 사명을 갖고 살 리가 있나? 녀석은 그냥 그날 그날 주어진 일을 하며 살아갈 뿐인, 하루살이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나날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것은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 연명하는 나도 같은 것이 아닌가? 
속에 거무칙칙한 무언가가 넘쳐흐르는 듯한 느낌이.

내가 실장석과 같은가? 실장석과 똑같다고?
아니다. 그럴 리 없다. 내가 실장석보다 못날 리가 없다.
실장석 따위가 감히 남을 위해 봉사하고 놈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게 어이가 없는 일인 것이다.

역으로 향하던 도중에 나의 시야 한 구석에 낯익은 실장이 들어왔다. 어젯밤 본, 그 의료를 실시하고 있었던 실장석임이 틀림없었다. 튀긴 피로 더러워진 앞치마가 싫어도 식별을 용이하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이런 하찮은 존재의 삶만도 못하다고? 그런 일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아니, 있어서는 안 된다. 나는 그 녀석의 앞을 막아서며 녀석의 몸에 큰 그림자를 드리워 주었다.

"데에-?"

녀석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거리는 다시 실장석들의 신음으로 만연하게 되었다. 이제 치료를 베풀어 줄 개체는 없다. 왜냐면 놈은 내가 그 자리에서 죽였으니까. 

나랑, 즉 인간과 같은 삶을 찾아 자립하는 실장석 따위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그 녀석은 살아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다.
네가 죽어서 내가 마음의 평온을 되찾았으니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인간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죽다니 그게 실장석으로 태어난 너의 행복이자 최대 가치가 아닌가? 
내가 만든 도로의 얼룩을 내려다보며 그렇게 물었다. 
휘몰아치는 바람은 매우 차가워서, 겨울의 도래를 암시하고 있었다.


내게도 실장석에게도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 끝 −


















댓글 1개:

  1. 저쯤되면 찐따를 넘어서 멍청한 인분충인데스. 페미분충이나 히틀러유겐트, 중국의분청급. 지가 못나서 잘난대상을 죽이는 데스? 늙어죽을때까지 루저로 지내라는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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