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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전해지는 평범한 이야기 (유열(愉悅))

 

오후 6시. 대부분의 공공기관의 업무가 마감되는 시간.

인간들의 공무는 대충 얼버무려지고 내일을 기약하는 시간이지만,
형식적이나마 24시간 근무가 이루어지는 이곳, 시립 실장보호센터 한정으로 말한다면
업무시간 중 최고조로 시끌 해지는 시간대라고 할 수 있다.

-촤르르르륵!

[데샤아아아! 데샷! 데샤아앗!]
[테에? 츄와아아악!]
[데스웅~♡ 데뎃!? 데에엣! 데샤아앗!]
[데스우..데에.. 데스우우...]

사무실의 셔터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자 터져 나오는 소란.

셔터 내려가는 소리는 녀석들에겐 곧, 저녁식사 시간임을 알리는 자명종처럼
인식되고 있어서 성질 급한 녀석들은 식사를 재촉하는 울음을 내지르곤 한다.

공무 상 이뤄지는 배급이니 재촉하지 않아도 알아서 나눠 줄 테지만...
가뭄에 콩 나는 듯 찾아오는 입양희망자나 원 주인을 기다리는 것을 제외하면
녀석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 식사시간임을 알기에...
나도 서둘러 저녁분의 실장푸드 배급을 시작한다.

현재 이곳 센터에서 『보호』중인 실장석은 총 46마리...

동족식이 벌어질 수 있기에 1실장 1케이지 정책을 취하고 있어,
모두들 사무실 한 쪽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좁은 케이지에 나뉘어 수용되어 있다.

케이지 46개에 한줌씩의 푸드를 나누어 넣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대충 1분 30초에서 2분.
먼저 푸드를 받은 녀석과 나중에 받는 녀석 간에 시간차가 너무 벌어지면
소란이 심해지기 때문에, 숙달된 손놀림으로 서둘러 나눠 줘야한다.

그래도 푸드를 케이지 안에 뿌리는 짧은 찰나마다 녀석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이딴 똥 푸드 말고 아마아마를 내 놓으라며 위협하는 놈.
뭐가 좋은지 실없이 웃는 놈.
더 달라며 아첨을 하는 놈,
공손히 인사하며 받아먹는 놈 등등 표현이 다양하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뿌려진 푸드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며 시작되는
녀석들의 저녁식사를 보면서,

나는 그 중에서도 방금 『특식』을 받은 녀석들의 리스트를 최종 확인하고,
특히 그 녀석들의 반응을 살핀다.

오늘의 『특식』대상은 4마리.
녀석들에게는 『특식』으로, 특별히 노란색『스시』모양의 큼직한 푸드 덩어리가
하나씩 추가로 주어졌다. 
고급재료만을 써서 만든, 푸드 중에서도 최상급에 해당하는,
어지간히 돈을 쓰는 주인이 아니라면 사육실장들도 자주 구경하기는 어려운 특급 푸드...

먹는 것이 큰 즐거움인 실장석에게 있어, 그것은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이 분명하건만...
오늘도 여지없이 실패다.

학대를 너무 당한나머지 정신이 이상했던 한 마리를 제외한 3마리는 역시나
특식을 보고도 손도 대지 않는다.

‘이 방법도 이제 쓸모가 없군...’

나는 혀를 끌끌 찼다.
오늘도 상당히 힘들어질 것 같은 이후의 작업을 생각하니 눈이 감기고 한숨이 나온다.

열흘간의 보호기간이 종료된 후 안락사에 처해지게 되는 이곳의 녀석들...

녀석들은 그들의 최대 비극인, 그 어설픈 지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덕에
불행하게도 입소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들의 이후 운명을
필요 이상으로 자세하게 알게 된다.

-유기실장 공고 후 10일 후 행해지는 『안락사 및 도로리 융해처분』-

그 어떤 닝겐도 결말에 대해 설명해준 적은 없었지만,
이곳을 거쳐 간 녀석들의 입에서 입으로,
선임에서 후임으로, 먼저 떠나가는 손님에게서 옆방의 손님에게로...
녀석들이 보았던 떠난 자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전해져 오고 있었던 것이다.

날짜를 셀 줄 아는 녀석들은 그 기간을 정확히『10일』이라고 카운트했다.
날짜를 셀 줄 모르는 녀석이라 하더라도, 결론에 차이는 없었다.
어차피 얼마 동안의 기간 내에 자신들을 데려가는 닝겐이 오지 않으면
『다시는 나올 수 없는 방』안으로 들어간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전해들은 이야기가 그러했고,
그 이야기를 전해주고 떠나간 자들이 보여 준 결말이 그러했으니까.

그렇기에 녀석들은 처분의 때가 오게 되면 격렬하게 저항했다.
그뿐 아니라, 『다시는 나올 수 없는 방』으로 비명을 내지르며 끌려가는 모습들이
너무나도 처참했기에 그들을 바라보는 남은 녀석들의 스트레스도 대단하여,
그것을 보다가 파킨 해버리는 녀석들도 발생하곤 했다.
그것 때문에 보호센터 자체가 학대논란-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는 있지만-에 
휩싸이기도 했었지.

때문에 도입된 것이 바로 사전『특식』제공 방식.

간단히 말해, 당일 안락사 대상에게 치사량을 아득히 초과한
안락사용 안정제가 들어간 푸드를 주는 것.

식사를 하다가 잠자듯 안락사를 시키면 그래도 덜 잔인하지 않겠냐는
편한 발상에서 시도된 방법이었다.

더불어 소란스러운 저녁 식사 시간에 처분 대상들을 회수하는 것으로...
어떻게든 『처분』에 대해 녀석들이 받는 충격을 줄여보려 꼼수를 추가하기도 했다.

처음의 몇 번은 성공적이었다.
지금도 지능이 좀 떨어지거나 과거에 있었던 사고/학대 등으로
정상적인 판단력을 상실한 녀석들에게는 성공하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그 방법 도입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먹으면 잠드는-정확히는 이미 죽은 것이지만- 특식의 존재는
대다수의 녀석들에게 알려졌고,
푸드를 먹고 잠들면 곧 『다시는 나올 수 없는 방』에 들어가게 된다는
조금은 왜곡된 관찰이 더해져,
『보호』일수가 처분 일에 가까워져 가는 녀석들 중에서는
저녁 시간대에 배급되는 푸드를 거부 하는 녀석들 마저 생겨나게 되었다.

그런 상황을 어떻게 좀 해보려고,
저번 주부터 내 개인 사비를 털어서 특급 푸드까지 사서 투입해 봤지만 이 꼴이다.
역시나 총 성공률은 20% 미만...영리한 녀석들은 전혀 걸려들지 않고,
지능이 떨어지거나, 평생 들에서 고생한 녀석들 중에서나 간혹 걸려드는 녀석들이 나온다.
그리고 이 성공률마저도 점점 떨어져 가겠지...

-휴우...

나는 한숨을 마저 내쉬고,
곤란하지만 나에게 부여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이동용의 수조를 들고 오늘의 처분 대상들을 옮겨 담기 위해 움직인다.

먼저 안정제가 든 특식을 맛있게 먹고 꿈꾸듯이 편안하게 죽음에 든
32번 케이지의 녀석을 이동용 수조에 옮겨 담고,
케이지에 붙어있던 녀석의 체크리스트를 회수하여 살핀다.

...
-이름 : 없음
-나이 :불명
-위탁경로 : 주민신고
-발견일시 : XXXX년 X월 X일 X시
-발견장소 : XX공원 X번 자판기 옆
-발견당시 특징 : 담배 자국 등 인간의 손에 학대당한 흔적 다수.
                   인지능력 온전하지 못 함.
...

‘없음’ 표기가 줄줄이 늘어선 녀석의 『입양신청』란의 마지막 칸에 ‘없음’을
하나 더 추가하고 다음 녀석에게로 향한다.

다음은 케이지 넘버 17번. 회수한 체크리스트에 따르면 녀석은...

...
-이름 : 미도리아
-나이 : 3세
-위탁경로 : 사육주 사망 후 그 법정대리인에 의한 위탁
-위탁일시 : XXXX년 X월 X일 XX시
-특징 : 상급 사육실장석. 건강/청결상태 양호. 질병이력 없음. 훈육상태 우수.
...

이지만, 내가 손을 뻗자 특식으로 제공되었던 특급 푸드를 위협하듯 던지며,
소리를 내지른다.

[데샤아아아앗! 데샷! 샤아아아아!]
(그냥 놔둬 주세요! 제발! 그냥 두고 가세요!)

하지만 사람의 손을 어찌 당해낼 소냐.
저항하는 녀석의 목 뒷덜미를 살그머니 잡아서 수조로 옮겨 담고,
역시, 『입양신청』란의 마지막 칸에 ‘없음’을 하나 더 추가하고 발길을 옮긴다.

[데스읏! 데히이이이...! 데끅! 데스우우우웅...!]
(제발! 선생님, 한 번만 더 기회를...! 데끅! 시간을 조금만 더 주세요...!)

울음 섞인 미도리아의 호소가 들려오지만, 어차피 늘 있는 일이다.
마음을 더 굳게 먹어야 한다...

미도리아가 낸 소란이 주의를 끌었는지,
녀석 주변의 몇 몇은 식사를 중단하고 나를 향해 고함을 친다.

린갈 로그를 보니
친구상을 데려가지 마라.
어디 한 번 나도 데려가 봐라 똥닝겐. 독라로 만들어 버리겠다.
따위의 위협이 가득하다...
이 녀석...어쩌면 갇혀있는 신세임에도 주변의 녀석들에게도
신임을 얻은 녀석인가 보다...

다음은 케이지 넘버 34번... 여기 저기 찢겨있지만
제법 호화스러운 핑크색 옷을 걸친 자실장이다.

...
-이름 : 에메랄드
-나이 : 3개월(추정)
-위탁경로 : 가출한 전 사육자실장. 주택 침입 시도 중 주민신고로 발견.
원 사육주가 인수 거부 후 과태료 납부함에 따라 보호조치.
-발견장소 : XX동 XXX번지 XX씨 자택 현관 앞
-위탁일시 : XXXX년 X월 X일 XX시
-특징 : 프라이드 강함. 성격 드셈.
...

녀석을 보아하니, 푸드에는 운치를 발라놓고선 나를 보며 외쳐댄다.

[테챠아앗! 테츄왁! 테츄와아아앗! 테챳! 테챠아앗!]
(이딴 똥 같은 푸드로 개수작 마라!
당장 고귀한 와타시를 새로운 노예에게 고이 모시고 가라 이 똥닝겐!)

...발광을 무시하고 뒷덜미를 잡아 이동용 수조에 옮겨 담는다.

[테갸아아아아! 츄와아악! 테챠아아악! 테츄와! 테챠아앗!]
(더러운 손 치워라 똥닝겐! 오마에 따위가 감히!
당장 네놈을 쳐죽일 수 있도록 밖에다가 얌전히 내려다 놔라!)

그런 에메랄드를 보며 비웃는 이웃의 녀석들.

[데프픗... 데스우.. 데스우...]
(분충이 가는군. 어서 뒈져라 이 녀석아...)

[치프프픗. 테치. 치프프프]
(치프프. 이제야 좀 쾌적해지겠네)

이놈은 주변에도 적당히 민폐였나 보다.

다음은 케이지 넘버 27번...마지막인데, 어디보자...

...
-이름 : 없음
-나이 : 1세 추정
-위탁경로 : 음식물 쓰레기 수거통을 뒤지던 중 미화원에게 발견되어 포획.
-위탁일시 : XXXX년 X월 X일
-특징 : 일반적인 들실장. 성격 온순. 질병 없음. 청결상태 비교적 양호.
...

평범한 들실장인가...

녀석은 이상하게도 푸드를 쥔 채로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들실장 주제에 특급 푸드를 한입에 넣지 않은 것은 용하지만
굳이 버리지도 않고 쥔 채로 있는 것은 녀석들 답지 않은 어정쩡한 태도인데...
그렇지만 별로 상관은 없겠지.

소리조차 내지 못 하고 벌벌 떨고 있는 녀석을 옮겨 담으려 손을 뻗으니,
오히려 벽을 접하고 있는 옆 케이지에서 날카로운 고함소리가 내질러진다.
보아하니 바로 옆 케이지 28번의 자실장 녀석이 내지른 소리다.

[텟챠아아아악! 츄와아아아악! 챠아아아아아아!]
(아줌마에게서 손 떼라! 꺼져라 똥닝겐! 그만두라고!!)

정작 처분 대상인 27번은 울음 섞인 소리를 낼 뿐 특별한 저항은 하지 않는다.
어째서인지 오히려 자실장을 타이를 뿐.

[데에에엥! 데스우욱...! 데에... 데스우우욱! 데에에엥! 데끅! 데에에에... 데스우웃...]
(데에엥..! 닝겐상에게 대들면 안 된단다! 데에에엥! 데끅!
항상 공손하지 않으면 닝겐상에게 이쁨 받을 수 없단다...)

[테츄와아악! 테칫! 테치이이얏! 테치! 테챠아아악!]
(그딴 거 필요 없어요! 와타치는 아줌마랑 같이 있을래요!
그만 둬라 똥닝겐!)

옆의 28번 케이지의 체크리스트를 보니 놈은 들어온 지 9일째가 된 들출신의 자실장.
그 동안 붙어 지내면서 친해졌나보다.
아마도 포획직전에 자가 있었을 성체와 친을 잃고 떠돌다 잡혀온 자실장 조합일까?
그렇지만 녀석들의 사정에도,
나는 손을 멈추지 않고 처분대상인 27번의 목덜미를 잡아
이동용 수조로 옮겨 담는 일을 마무리 했다.

[데스우웃! 데스우우! 데스으. 데스우웃... 데스우우우.]
(건강하렴! 아줌마는 여기까진가보다!
내일부터는 웃으려무나.
그러면...너라면 여기서 주인님을 만나 나갈 수 있을 거야.)

-탕탕! 퉁탕탕!

[테챠아아아아! 테챠아아아아아아! 테츄으어아아아악!]
(아줌마아아! 데려가지 마라 똥닝게에에엔! 아줌마아아아아!)

28번의 자실장은 두드리던 팔이 터져나가 케이지를 피범벅으로 만들면서도
두드리는 손을 멈추지 않으며 소리를 질러대지만.
수거를 마친 나는 처분대상이 담긴 수조를 들고는 녀석으로부터 등을 돌려
예의 그 처분 작업이 이루어지는 처분실.
녀석들에게는 『다시는 나올 수 없는 방』으로 들어갔다.

-탁!

어느 정도의 방음설비가 되어있는 문을 닫자,
밖의 소란에서 해방된 정적이 찾아왔다.

[뎃!?]
[테엣?]
[데에에....?]

수조 속의 처분대상 녀석들은 방 안의 풍경에 조금은 의아해 하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방 안에는 정말로 별 다른 게 없으니까.

3평 남짓한 공간에 
평범한 철제 테이블 하나.
그 위에 성체실장석 두 마리 정도가 들어갈 만한 사이즈의 완전 방음형 수조가 3개.
바닥에 놓인 골판지 상자 하나.
방 구석에 세면대 하나.
그 아래의 쓰레기통 하나.
그것들이 이 방에 속한 것들의 전부였다.

무기질적인 사무공간의 냄새. 어디에서도 죽음의 향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녀석들의 상상과 이야기로 전해지던 『다시는 나올 수 없는 방』의
이미지와는 크게 다르겠지.

나는 이미 죽은 한 녀석(케이지 넘버 32)을 제외한 나머지 세 녀석을
철제 테이블 위의 작은 수조에 한 마리씩 옮겨 담은 후
녀석들이 무시했던 『특식』을 다시 한 번 던져 넣어 주고 통보했다.

- “그건 너희들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잠들 수 있도록 특별히 만들어진 것이란다.
   먹으면 달콤한 맛을 느낌과 동시에 편안하게 잠들게 되지.
   내가 너희들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란다.
   부디 현명한 선택을 해다오...“

뭔가 데스웃, 텟챠 거리는 녀석들의 말을 무시하고,
우선, 첫 번째 차례인 17번 녀석을 제외한
나머지 둘의 수조 뚜껑을 덮어 방음처리 한 후
바닥의 골판지 상자 안에 넣어 테이블 위에서 일어날 일을 보지도, 듣지도 못 하게 했다.

부디...녀석들이 고통 없이 가는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이제 방 안에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존재는 나와 케이지 넘버 17번.
녀석은 자신이 첫 번째 차례임을 알아차렸는지,
나에게 넙죽 도게자를 하더니 피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아까보다 더욱 격렬하게 호소한다.

[데데스우우..! 데스우우! 데히이이... 데스우우우!]
(선생님 제발! 이렇게 애원합니다. 무작정 살려달라고는 하지 않을 테니 기회를 주십시오!)

- “아니. 이건 나한테도 선택 사항이 있는 일이 아니란다.”

[데뎃!? 데스우우웃! 데스우! 데스우우! 데스 데스 데샤아아앗!]
(그럴리가!? 선생님께서 이 일의 담당이지 않습니까!
하루만...! 하루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새 주인님이...! 저를 데려갈 분이 내일은 꼭 오실 겁니다!)

나는 그런 녀석을 무시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최후통첩을 날린다.

- “내가 직접 손을 쓰게 되면 많이 아플지도 몰라...
   푸드를 한 입만 베어 물면 편안해 진단다...
   2분 주마. 마음을 정리하도록...”

나는 말을 마치고 스톱와치의 타이머를 작동시킨다.

[데힉...!]

영리한 상급 사육실장 답게, 나의 통첩을 이해하고는 입을 다무는 17번.
피눈물 흐르는 눈으로 나와 『특식』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뭉퉁한 손을 벌벌 떨며 바닥의 『특식』을 집어 든다.
부들부들 떨리며 입으로 다가가는『특식』.
불과 10cm도 되지 않는 짧은 거리이지만,
그의 3년이라는 실생이 모두 그 10cm안에 녹아 들어가 있는 듯
쉬이 거리가 좁혀지지는 않는다.

[데히이이...]

녀석의 한 숨과도 같은 소리와 함께 올라가기를 멈춘 특식.
녀석은 손을 멈추고 눈을 질끈 감는다.

[데스...데스우우...!]
(와타시는...잘 못한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무언가 진정된 목소리로 한 마디 내뱉더니,
특식을 완전히 바닥에 내려놓고, 편한 자세로 앉았다.

[데스우우우... 데스데스으으 데스웃 데스 데스 데데스 데스우...]
(나름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마마와 브리더선생님, 그리고 고마운 주인님의 은혜를 잊지 않고
가능한 한 최선을 다했다고요...)

녀석은 다시 눈을 뜨더니, 그 눈물 가득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데데스우...? 데...데스...데스우...]
(그런데 왜죠? 왜...이런... 이렇게...)

나는...아무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데에...데...데힉...데에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엥!...]

묵묵부답인 나를 바라보던 녀석은, 끝내 참지 못 하고 소리 내어 울음을 터뜨린다.

[데에에에엥! 데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엥!]

링갈 번역도 뜨지 않는 순수한 울음.

직전까지...울면서도 제법 공손한 문장을 구사하던 녀석이었지만
더 이상은 격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나보다.
우수한 개체로 태어나서, 학대이상의 훈육을 거쳐 지금껏 살아온 녀석이었겠지만...

-삐빅! 삐빅!

나조차도 짧은 감상에 빠져있는 사이,
주어진 시간이 지났음을 알리는 스톱와치의 울림소리가 녀석의 울음을 멈추었다.

‘자 어떻게 할 거냐...’

나는 속으로는 되도록 직접 손을 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녀석을 노려본다.

[데히끅.. 데끅...]

녀석은 울음을 꾹꾹 눌러 참으며, 손으로 특식을 조금 뜯어서 들고 일어서더니,

[데스 데데스 데스우...]
(요 열흘 간 폐가 많았습니다...)

나에게 고개를 숙여 꾸벅 인사를 하고는 -꿀꺽 소리와 함께 특식을 삼켰다.

-털썩

거의 동시에 힘이 풀려 뒤로 쓰러지는 녀석.

[데히이...]

기운 풀린 신음과도 같은 소리와 함께, 두 눈의 빛깔이 급격히 탁해진다.

-파킨!

특식을 삼킨 지 정확히 4초.
녀석의 위석이 깨지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휴우...

나는 한 숨과 함께, 그 녀석(17번)의 시신을 32번의 시신 옆에 뉘인 후,
바닥의 골판지 상자에서 다음 차례인 34번.
자실장 에메랄드가 들어있는 수조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녀석은 역시나 아까처럼 특식에 운치를 싸놓고선,
수조의 방음 기능 덕에 잘 들리진 않지만...
나를 향해 방방 뛰며 뭐라뭐라 고함을 치고 있었다.

첫 차례였던 17번은 순서를 생각해서 특식을 먹기까지 유예의 시간을 줬지만,
그 다음 차례부터는 특별히 유예시간을 더 줄 필요는 없겠지...

나는 곧바로 방음수조의 뚜껑을 연다.

[츄와아아악! 텟챳 텟치야앗 텟챠아아아아!]
(똥 병-쉰 같은 닝게엔! 고귀한 와타시에게 행한 이런 무례!
후회하게 해줄 테니 당장 그 못난 면상을 내 앞에 대라!)

녀석은 찢어질 듯 고함을 질러대지만,
역시, 이 처분의 방으로 들어온 이상, 최종 통보 외에 내가 특별히 더 해줄 말은 없다.

- “10초를 준다. 먹으면 곧바로 편해지겠지만 아니라면 직접 손을 쓸 테니 그리 알아라...”

마지막 통보 이후. 약속한 10초 동안 가만히 녀석을 내려다 볼 뿐.

녀석은 잠시 내가 던진 말의 의미를 생각하는 듯 고개를 갸웃 하더니
내가 가만히 있자, 이내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테츄아아악! 테챳! 테챠앗! 테치테치테테치치!?]
(개소리 집어치워라! 겁쟁이! 비겁한 놈! 무서워서 제대로 덤비지도 못하지!?)

[치프프프...테치치 테챳 테치얏. 테츄아 테츄와아앗 테챳 테치야앗?)
(치프프프...너 같은 천한 닝겐따위, 고귀한 와타치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 걸
이제야 알았냐 바보 닝겐?)

- “10초 지났다...”

[테츄 테챠 테치얏 테텟...!?]
(내가 여기서 나가기만 하면 너 따위...!?)

나는 장갑 낀 손으로, 녀석의 양쪽 볼을 가볍게 눌러 입을 벌리고,
녀석에게 주었던 특식의 귀퉁이를 떼어 녀석의 입에 물린다.

[으으으읍! 으으우우우!]

놈은 저항하려 발버둥 치지만 ,
성인 남성의 양 손안에서 자실장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으로 특식을 밀어 녀석의 입안으로....
식도 안쪽까지 밀어 넣어 특식을 강제로 녀석의 분대로 넣어버린 후 손을 뗐다.

[텟-챠아아아아아!! 테챳!? 테에에에...?]
(너 씨발 닝겐!! 무슨 짓을...!? 테에에에...?)

-철푸덕

역시나 즉각적으로 효과를 보이는 특식의 약물.
녀석은 내뱉던 말조차 마치지 못하고 쓰러져...

-파킨!
눈 깜짝할 사이에 절명했다.
시신은 순서대로 17번의 옆에 뉘였다.

...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들실장. 27번.

바닥의 골판지상자 안에서 녀석이 들어있는 수조를 꺼내 테이블에 올리고 보니,
역시나 아까처럼 특식을 쥔 채,
먹지도 않고, 그렇다고 버리지도 못 하는 어정쩡한 상태로
그저 떨면서 울고 있었다.
나는 방금 전과 같이 뚜껑을 열고 통보했다.

- “10초를 준다. 먹으면 곧바로 편해지겠지만 아니라면 직접 손을 쓸 테니 그리 알아라...”

-부리리리릿!

나의 차가운 통첩에, 녀석은 분대 속에 남아있던 마지막 운치 한방울까지
모조리 빵콘해 버린 후....

[데에에에에엥! 데스 데뎃스! 데스우우웃! 뎃스우우우우!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엥! 미안합니다 인간님! 잘 못 했어요! 살려주세요! 데에에에에엥!)

여태까지 어떻게 얌전히 있었나 싶을 거대한 성량으로 울부짖기 시작했다.

[데데데스! 데스우우우우! 데스데스데스으으으! 데뎃스우! 데스데스우우우!]
(인간님의 쓰레기. 뒤져서 죄송합니다!
귀여운 자들이 아홉이나 있었어요! 다들 배가 너무 고파서 그랬어요!)

[데스데스데데스! 데...뎃스! 데스데스우데스데스우우우우!]
(다시는 안 그럴게요! 산...산으로! 살려주시면 차라리 산으로 들어갈게요!)

[데스우웃! 데스 데스우우우우우!]
(제바아알! 인간님 살려주세요오!)

- “10초 지났다.”

집행을 알리는 목소리와 함께 나의 손이 녀석을 향해가고,

[데갸아아아앗! 데스우우우! 데스데스데데데스우우우!]
(데갸아아아앗! 살려주세요!!! 다시는 인간님들께 폐를 끼치지 않을게요!!!!)

녀석은 더욱 비명을 내지르며,
피할 곳 없는 좁은 수조속에서 몸부림 치지만...

발버둥 쳐봐야 나의 손을 피할 방법은 없기에...
곧바로 내 왼손에 머리가 붙잡혔고,
나는 좀 전의 자실장에게 했듯이,
특식을 밀어 넣기 위한 공간 확보를 위해 녀석의 양볼을 힘주어 누르기 시작했다.

[그으으으으으으!]

입을 벌리지 않으려고 힘주어 버티는 녀석.
그래도 성체라고 조금 저항을 하기는 하나,
힘을 조금 더 주자 볼이 찢어지고 어금니가 몇 개 뽑혀나간 후
허무하게 턱이 열려 버렸다.

[뎃구와아 데슥! 데슥! 데슥으으으! 데슥으으!]
(씨발 제발! 미안! 씨발아! 데슥!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 벌어진 입으로 『특식』을 그대로 밀어 넣는다.

[데슷..! 데덱..! 데슥으! 데슥데슥으그...! 데데...슥데데스! 데스윽! 데겍!!]
(살랴..! 실좡이라...! 태오놔서 미안...! 재송...! 줴발 솰랴...! 데겍!!)

이제 제대로 된 발음도 할 수 없지만
두 눈 가득 피눈물의 폭포를 흘리며 마지막 울부짖음을 흘리는 녀석.

-켁! 켁!

그렇지만 그 울음도 그치고, 끝이 다가온다.
실장석이라곤 해도, 절명직전의 순간에 내는 힘은 평소하곤 달라서,
녀석의 머리를 잡고 특식을 쥐고 밀어 넣는 양 손에 조금은 힘이 들어간다.

-움찔. 움찔. 켁! 켁!

두 번, 세 번 째의 움찔거림. 헛기침.

-파킨!

그리곤 예외 없이 동일한 사운드의 마지막.

나는 마지막 녀석의 시신도 다른 녀석들과 함께 뉘인 후,
주머니에서 분무식 도로리를 꺼내 그들의 시신 위에 뿌리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익!

흩뿌려진 도로리 용액이 일으키는 강렬한 화학반응에,
급속히 녹아들어가기 시작하는 그들의 흔적.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들 큰 소리를 내며
생명을 울부짖던 존재가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너무나 쉽고 깨끗하게 녹아, 흘러내려간다.

도로리를 뿌린지 불과 30초도 되지 않아,
공산품이었던 17번과, 34번의 사육실장복을 제외한 모든 것이 녹아서,
수조바닥에 흐믈거리는 죽처럼 고였다.

나는 녹지 않은 사육실장복을 집어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도로리에 녹아내린 녀석들의 시신을 세면대에 부어내리고,
물을 틀어 수조를 가볍게 씻었다.
이것으로 오늘의 작업은 대충 끝일까.

-드르륵.

처분실의 문을 열고 나오는 나에게
수십쌍의 적-록의 눈초리와, 성난 고함 몇 몇이 들려온다만,
오늘 분량은 이미 충분히 들은 것 같아 링갈의 전원을 내렸다.
공무수행이기는 하나...녀석들의 번역된 말을 너무 오래 듣고 있으면
나라고 해도 어느정도는 감정이 흔들리는 증세를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사무실을 대충 정리하고 시계를 보니 6:30.
서둘러 나가면 직행 버스 시간에 맞출 수 있는 타이밍이겠군...
나는 오늘의 야간당직자에게 격려의 인사를 던지고는
사무실의 뒷문으로 나와서 퇴근길의 발걸음을 재촉하여
러시아워의 혼잡한 흐름에 몸을 맡겼다.


....



그곳은 오늘도 새로운 만남과, 이별이 있었던 실장 보호센터.

직원들이 퇴근하고, 이따금 순찰을 도는 숙직자만 남는 시간이 오면
남은 손님들만의 이야기 시간이 펼쳐지곤 한다.

[데스데스 데데데스. 데스데스 데스으우. 데스데스우 데데스.]
(그 친구는 불쌍했지. 들어보니 어렸을 때 학대파 닝겐에게 일가가 모두
납치되어 전원이 학대당해 죽고. 장녀인 그 친구만 기적적으로 도망친 거라고 하더군.)

[데스우웃...데스데스. 데스웃. 데뎃 데스우. 데스데스데스데스으... 데스우우우]
(막내 구더기와 엄지 6녀는 너무 약해서 학대에도 쓸모없다며
그 자리에서 짓눌려 터져죽었다는군.)

[데스웃 데스데데스. 데데데스. 데스우우웃. 데스. 데스데. 데스우웃 데스우]
(삼녀, 사녀, 오녀는 둥글게 서로의 입과 총구가 강제로 이어진 후에,
서로의 운치와 강제로 출산하는 자들을 먹고 싸고 하다가
같이 말라 비틀어져 죽어갔다고 하더군.)

[데뎃스웃. 데스데스. 데스. 데스으으. 데스우우. 데스웃 데뎃스. 데스데스 데스우. 데스]
(차녀는 닝겐이 만든 이상한 물에 담겨 죽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뼈만 남긴 채로 온 몸의 살이 발라졌다고 해.
그 똥닝겐은 매일 매일 전신의 살이 발라지고 재생되기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를 정도로 계속했다고 하더군.)

[데에에스우. 데스우우우. 데데스우우우. 데스. 데스우우우. 데스데스데스데스우]
(그 친구와 그 마마는 닝겐에게 묶여서 계속해서 자들을 강제로 낳았다고 해.
닝겐은 흉악한 마라녀석을 기르고 있었는데, 그 흉악한 마라놈에게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범해져 임신하고 출산하기를 반복했다더군.)

[데뎃스. 뎃스우우. 뎃스 데뎃스 데스우. 데스]
(그렇게 낳은 자들은 모두 그 학대파 닝겐의 학대를 받아 죽거나,
마라놈의 밥이 되었다고 하더군)

[데스우우, 데뎃 데뎃스우 데스 데스 데뎃스우 데스우우 데스우 데스우우우. 데스데스]
(그렇게 출산하기를 또 셀 수 없이 반복하던 중. 마마는 더는 견딜 수 없어
돌아가셨다고 해. 그 친구도 마마와 같은 운명일 뻔 했으나,
마침 생각난 기지로, 마라놈을 속여 묶인 것을 풀고 탈출할 수 있었다고 해.)

[데스 데스 데스우. 데스우우. 데스웃? 데데데스 데데스 데스데스데]
(뭐 듣기로는 체위를 바꿔보자고,
머릿 속에 싸는 것만 가득했던 흉악한 마라놈을 속였다던가?
이제는 뭐 중요한 것은 아니지.)

[데데데뎃스. 데스데슷. 데뎃. 데스우. 데스데스데스. 데뎃데데데스. 데스우...]
(그 친구는 학대 닝겐으로 부터는 어찌 어찌 도망 쳤지만,
결국 죽을 운명에서 도망치지는 못 한 자기 신세를 한탄하더군.
노란색 스시(특식)를 받았을 때는 오히려 즐거워하며 먹었다네...)


한 손님의 이야기가 끝나자, 다른 손님도 이야기를 꺼낸다.


[데스데스 데뎃스. 데스웃 데데]
(그도 그렇지만 오늘 떠난 똑똑한 오바상의 이야기도 기구하더군)

[데뎃스 데스웃. 데스데스. 데스웃. 데스우우 데스데스]
(그 오바상은 총 7자매였는데, 그 역시도 혼자서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하더군)

[데스우우. 데스데. 데뎃스우 데스우우우. 데스데스 데스우우우. 데스우 데스우 데스우웃]
(그녀들은 마마와 브리더라는 닝겐에게 사육실장이 되기 위한 훈련을 받았다고 하더군
그렇지만 이겨낸 건 그 오바상 단 하나)

[데뎃스우웃 데스웃 데스우우우우 데승. 데스응 데스웃 데스우우 데스데슷뎃]
(귀여웠지만 운치를 잘 참지 못 한 막내는 마마에게 슬픈 일을 당하고,
자매들을 괴롭히는 나쁜 버릇이 있던 6녀는 브리더상이 머리와 몸을 분리했다 하더군)

[데스스웃 데스우우웃 데슷. 데데스 데슷 뎃스웃 뎃스]
(아첨하는 버릇을 고치지 못한 5녀는 산산이 브리더상에게 찢어발겨져 죽었다 하더군)

[뎃샤웃 뎃스웃 뎃스 뎃스 데뎃스 데스우우. 데스우 데스 데스우]
(착실했지만 머리가 나빴던 4녀는 벌로써 옷과 머리카락을 빼앗기곤
사육실장이 되지 못 한다는 충격에 죽었다고 해)

[뎃스우웃 뎃스 데스우웃 데스아 데스 데스아웃. 데스 데스우우웃 데스 데스 데뎃스우데슷]
(자매애가 강했던 차녀는 너무 가혹한 처벌에 항의하다
약한불에 열흘 밤낮을 태워지는 벌을 받다가 죽었다고 해.
불탄 부분은 잘라내고 회복시킨 후에 다시 태우는 방식으로 말이야)

[데스야아... 데스웃 데스 데스우우우 데스 데뎃데뎃스우우 데스우 데스데스]
(장녀는 그런 꼴을 보다보니 닝겐에게 환멸을 느껴,
숨겨두었던 뽀족한 것으로 스스로의 소중한 돌을 찔러 스스로 죽었다고 하더군)

[데스우오웃 데샤웃 데스으 데스데스 데슷 뎃스웃 뎃뎃스우 데스데스 뎃스우웃 데스웃...]
(3녀였던 그 오바상은 그 모든 고난을 이기고 자비로운 주인님을 만나
제법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하더군.
그렇지만 웬걸. 주인님이 먼저 돌아가실 줄이야...)

[데스데스데스. 데스우. 데스우우우. 데스우우우우. 데뎃스]
(이후, 자신을 길러줄 다음 주인님이 나타나지 않아 이곳에서 마지막을 맞이하게 된거야)

[데스야웃 데스웃 데데데데스 데스우. 뎃스. 뎃스스. 데스웃. 데스데스 데데스웃]
(이 말하는 와타시도 예전엔 잠시 사육실장이었지만, 그 오바상만큼 아는 것 많고
교양 있는 동족은 본 적이 없다네.
그런 오바상을 몰라보고 비명에 가게 만든 닝겐들의 눈은 모두 옹이구멍임에 분명해)


그 사이에 끼어드는 다른 목소리.


[데데뎃스 데스데스 데스웃. 데스데스데스데스데 데스우웃?]
(그러고 보니 오늘은 평소보다 많이 조용하군.
아까 보니 그 시끄럽던 분충놈이 가던 거 같던데?)

반대편의 어느 케이지에서 받아치는 소리가 들린다.

[테챠앗! 테츄와아앗챠아! 테치테치 테테테챳 테치이]
(그래요! 드디어 갔다고요 그 녀석! 저는 옆 칸이라 그 동안 얼마나 괴로웠는데요)

[테츄아 테치테치 테치약. 테챠테치 테챠아 츄왓 테치 테치야아앗 테챳 테치?]
(같은 신세인 주제에, 지 혼자 잘난 듯 거들먹거리기나 하고...
학대를 당한 것도 아닌데 제 정신이 아니었다니까요?)

[테치잇 테치 테칫 테치야. 테챳 테챠아앗 테치테치테치. 테치얏 테츄오아 테치테치]
(곧, 자신을 모실 새 노예닝겐이 나타나서 우리 같은 불쾌한 벌레들을
죄다 터뜨려 죽인다나 뭐다나...그 소리를 계속 듣느니 차라리 내가 특식을 먹고 싶더군요)

여기저기서 공감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그래 그 놈 만큼은 잘 죽었다. 여기의 닝겐들도 가끔은 쓸 만한 일을 한다니까...
그러다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누군가가
그런 분충만 죽이면 될 것을 왜 선량한 와타시타치를 이렇게 다루느냐며 불만 섞인
소리를 날렸고, 일순 그에 호응하는 목소리로 소란이 심해졌다.

-“어이 조용히 해라!!”

그러자 멀리 복도 끝, 당직실에서 들려오는 숙직자의 성난 목소리.
위협 하듯이 안전봉으로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차 가까워오고...

-탕탕! 탕탕! 탕탕!

-“어서 자라 녀석들아. 뭣 하면 당장에 골로 보내 주랴?”

소란에 성이 난 오늘의 숙직 직원이 나타나 위협을 가득 담은 목소리를 낸다.
보호센터 타이틀을 달고 있다고는 하나 사실상의 실장 처분소에 불과한...

게다가 특별한 보호단체도 아닌, 시청에 속한 시설.
이곳의 직원들이 모두다 실장석을 좋아해서 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무에 속하는 최소한의 조치만 할 뿐,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질서유지』명목으로
시중의 어중이떠중이 학대파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잔혹한 행위를 하는 직원들도
있는 것을 실장석 녀석들도 알고 있기에...
그 직원의 일갈 이후, 센터 내에는 쥐죽은 듯한 정적이 찾아왔다.

-탕탕! 탕탕! 탕탕!

다시금 벽을 두드리며 숙직실로 돌아가는 직원을 뒤로하고...
케이지의 손님들도 이제는 저마다 씁쓸한 마음으로 누워서 잠을 청하기 시작한다.
이러나저러나 어차피 내일은 오는 것...

극소수의 모범적인 사육실장을 제외한 절대 다수의 실생들은,
당장, 내일 아침을 기약하는 것도 상당한 행운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곳에 들어온 실생들은, 장래가 거의 확정적이라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잠자리에서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다만, 『처분 일』이 가까워 온 녀석들 중에는 제대로 잠들지 못 하고
혼자서 조용히 흐느끼는 놈들도 있었지만...

그렇게 잠 못 드는 실생 중에, 낮의 그 28번 케이지의 자실장 손님도 있었다.

[테히이이....테끅...테히이이이...]

큰 소리를 내어 울면 아까처럼 무서운 닝겐이 올까 두려워
케이지 안의 담요를 입에 물고 소리죽여 울고 있었다.

녀석은 태어난 지 이주가 채 되지 않은...정확히는 11일 된 자실장.
친실장은 그 녀석이 태어난 다음날, 먹이를 구하러 나갔다가
동족들에게 당해 돌아오지 않게 되었다.
녀석은 기다림과 배고픔 끝에,
자매들과 함께 집을 나와서 친과 먹을 것을 찾아 헤매었지만
역시 굶주린 동족들과 들짐승들에게 당해
자매들은 모두 죽고, 자신만이 홀로 인근 주민에게 발견되어
보호센터에 맡겨지게 되었던 것.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친을 잃어버린 녀석에게,
이제껏 옆 27번 케이지에 있어주었던 성체 실장석은
사실상 마마와 마찬가지였던 존재였다.

...마마와도 같던 아줌마는 자신에게 이제는 웃으라고 했지만,
도무지 그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그저, 아줌마를 죽인 닝겐이 밉고, 슬프다.
아줌마는 이곳에서 벗어나려면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서,
가끔씩 찾아오는 손님 닝겐에게 선택받아야 된다고 했지만
자신은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

저런...아줌마를 죽인 나쁜 닝겐들 따위에게 웃음을 보이고
선택되려 애교를 부려야 한다니...!

그렇지만 역시나 죽는다는 것은...!
제대로 실감이 나지는 않지만 무섭다!

마마와 먹을 것을 찾아서 자매들과 함께 골판지 집을 나섰던 그 잠깐의 여정.
인간의 시간으로 채 반나절이 되지 않아
8자매 중 자신만 남고 모두 다른 이들의 뱃속으로 사라졌다.
여기저기 물리고 찢겨, 비명을 지르며 먹혀들어가던 자신의 자매들처럼
나도 죽게 된다는 건가?
상상 만으로도 그 충격적이고 잔인했던 감각적인 공포가 플래시백 되어
녀석을 압도하기 시작한다.

[테끼이익...!]

아줌마가 옆에 있는 동안에는 떠오르지 않았던 그날, 그 순간의 공포와 참상이
덮쳐오자 저도 모르게 비명이 나와서, 참기 위해 담요를 더욱 세게 깨문다.
녀석은 아직 개념적인 죽음에 대해 듣지도, 깨치지도 못 했기에,
녀석에게 있어 죽음이란 것은 자매들이 당하는 것을 보았던 당시의
감각적인 부분과 동일시되고 있었다.

‘찢기기 싫다. 아플 것 같다. 먹히기 싫다...! 저런 것은...! 죽는 것은 싫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녀석의 가슴 속 어딘가에서 무언가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고,

[테힛...테히히이이]

신음과도 같은 소리를 내며 녀석의 입고리가 올라가고,
두 눈은 그와 반대 방향의 타원을 그리며 초승달 모양으로 얊게 휘어지기 시작했다.

‘웃어야 돼...! 아줌마의 말대로...! 죽기는... 죽는 것은...!’


.................................


- “여, 고생하셨습니다.”

출근하여 정문의 셔터를 올리고, 어제 숙직을 선 『』씨에게 인사를 한다.
내가 들어가자 사무실이 또 소란하다.

아침의 셔터 올리는 소리는 녀석들에겐 [아침식사 알림]

이것도 뭐, 보호센터 한정으로는 매우 중요한 일이기에
아침 식사를 재촉하는 녀석들에게, 지체 없이 식사 배급을 시작한다.

여느 때와 같이 처음 받은 녀석과 마지막에 받는 녀석 간에 차이가 크지 않도록 재빠르게.
어제 4마리가 줄었고, 밤새 추가된 녀석은 없었기에 모두 42마리.

케이지의 넘버링 순서대로 푸드를 뿌리던 나는,
어느 순간, 상당히 괴이한 모습을 목격하고 놀라 손에 든 푸드를 와르르 쏟을 뻔했다.

[테...뎃츄우웅~♡]

흔하디 흔한 아첨의 포즈와 목소리를 내는 케이지 속의 자실장.

그렇지만 귀 밑까지 찢어지듯 괴이하게 올라간 입꼬리 사이로 보이는 녀석의 이빨은
거의 다 뽑혀, 입에서는 지금도 피가 줄 줄 흐르고 있었고,
초승달 모양으로 꺾인 양 눈에서는 그 색 그대로의 피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는데,
그것은 미소라기보다는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표정.

녀석. 저것으로 애교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정신 이상이 분명하다. 이거라면...학대의 징후?
우리 직원 중에도 학대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리는 나도 들은 적이 있기에,
확인을 위해서, 링갈을 켜고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어이 28번. 왜 그러나? 밤새 누가 괴롭히기라도 한 건가?”

[테에...? 테치 테치 테츄테치...? 테치이? 테치야...?]
(테에...? 인간님이 말을 걸어주신...? 어머 인간님? 그 표정은...?)

[테츄아...테챳 테치이.. 테치테치 테츄웃. 테치 테치 테치이?
(와타치...아줌마의 말대로 웃으려고 밤새 연습했어요. 와티치 귀여운 가요?)

#VALUE!
보건대 상태가 생각이상으로 좋지않다.
어차피 이녀석은 오늘로 10일째, 이 상태라면 분양받으려는 사람도 없겠지...
나는 녀석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기 위해, 
급히, 특식을 가지러 창고로 향했다.

[테...텟츄웅~♡]

(‘아줌마...해냈어요. 나, 밉고 싫은 닝겐 앞에서도, 이제는 웃을 수 있어요’) 

창고로 향하는 나의 등 뒤에서 녀석들 특유의 아첨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뭐 상관 없겠지... 지금은 서두르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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