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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브의 색

 


흔한 여름의 장마철이였다.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날이 며칠이고 지속되었다. 당연하지만 골판지는 조각나 쓸려가거나, 똑똑한 개채중 일부가 방수포 등을 덮어서 집을 지켰다. 아무리 보수를 했다고 해도 완벽히 가릴 수 없었던 비가 골판지 안으로 스며들었다.


"비씨가 계속 오는 테츄.."


비가 오니 쉽게 나갈 수도 없었다. 비가 이렇게 길게 오는 날에는 바람에 쓸려가기도 쉽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실장석들은 집에서 보관해두었던 음식을 야금야금 먹으며 보냈고, 무모한 개체들은 밖으로 나왔다가 바람에 날라가는 결말이였다.


"찝찝한 테츄! 목욕하고 싶은 테츄!"


스며든 비가 옷에 달라붙어 끈적하게 달라붙는 느낌이다. 친실장은 장마가 한두번도 아니니 견딜 수야 있었지만, 자실장들은 약간의 비에도 견디기 힘들어했다.


"이런 옷 벗는 테츄!"
"안되는 데스 차녀!"
"뭐가 안되는 테치? 밖에도 안나갈거니 괜찮은 테치!"


차녀는 옷을 벗어서 구석에 내팽겨쳤다. 말리려고 해봤자 마르지 않는다는걸 아는 것이다. 비는 며칠은 더 내릴 것이고 바람은 본격적으로 불고 있었다. 친실장이 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나무, 풀숲 등이 널린 곳에 집을 지어서 날아가지 않았지만, 맨몸으로 나가는것은 자살행위라는걸 실장석들은 알고 있다. 차녀는 몸을 대충 털고 편하다는듯 바닥에 드러누웠다. 비는 며칠동안 계속 내렸고, 차녀의 옷은 방치되고 있었다.


"비씨가 그친 테치!"


오랜만에 날씨가 더웠다. 더위라면 질색하는 실장석이지만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행동이 봉쇄되는 것보다야 나을 것이다. 차녀는 자신의 옷을 말리려 옷을 집었다.


"테치이이이이?!"
"왜그러는 테치 차녀?"


장녀가 확인한 차녀의 옷은 자신의 옷과 확연히 달랐다. 초록색이 아닌 하늘색에 가까운 옷이었다. 차녀 자신도 놀란듯 옷을 입고는 빙글빙글 돌면서 색상을 확인했다. 모든 곳이 하늘색이였다.


"오네챠 와타시 세레브해진 테치?"


장녀와 확연히 다른 옷 색깔에 차녀가 물었다. 보통 세레브의 색이라고 하면 분홍색이지만, 장녀의 머리속에는 세레브=특별함 이였다. 남들과 다르기만 하면, 그것은 세레브다. 장녀는 차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차녀는 기뻐했다. 오랜만에 보는 차녀의 웃음이였다.


"마마 마마! 와타시 세레브해진 테치!"


차녀는 친실장에게도 자랑했다. 친실장은 부럽다는 눈빛을 숨기고 차녀에게 잘됐다고 말해주었다. 하늘색의 실장복을 입은 차녀는 밖으로 나갔다. 지나가는 들실장 모두가 차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의 꾀죄죄한 초록색 보다는 푸른 하늘의 색이 더 예뻐보였으리라.


"오마에, 그 옷 뭐인데스?"
"비씨가 그치니 옷씨가 이렇게 바뀐 테치.."


차녀는 움찔했다. 저 성체실장은 공원에서도 성격이 더럽기로 유명한 실장석이였다. 자신보다 튀는 녀석을 가만히 놔둘리가 없다.


"그 옷은 오마에보단 와타시에게 더 잘어울리는데샤아아아!!!"


성체는 그렇게 말하며 달려들었다. 차녀는 옷이 뺏기기 싫어서 전속력으로 뛰었다. 빵콘할 것같아도 필사적으로 참았다. 잡히기 일보직전의 상황, 성체실장은 잡았다고 생각하며 팔을 길게 뻗었다.


"게복..?!"
"분충은 죽는 데스!!"


다급히 도망가던 자신의 차녀를 본 친실장이 뒤에서 성체의 등을 꿰뚫었다. 보검이라며 항상 가지고 다니는 못이다. 성체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차녀의 일가는 그날 성체실장의 고기를 나누어먹었다.


"데..?!"


며칠이 지나자 친실장의 옷에도 변화가 생겼다. 차녀와 같은 푸른색으로 변한 것이다. 내심 기뻤던 친실장은 자신도 세레브해졌다고 생각했다. 차녀는 자신만이 유일하게 가지고 있던 색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듯 했다.


"그 옷..당장 와타시에게 바치는 데스으으으으!!!"


차녀, 삼녀, 장녀, 친실장이 전부 다 하늘색을 입고 있으니 다른 실장석들의 습격이 매우 잦아졌다. 그때마다 보검으로 어찌저찌 무찌르고 있었지만 한계는 찾아온다.


"레치.."


습격하지는 못하고 친실장 일가를 부러운듯 쳐다보는 실장석도 있었다. 그 아이들은 주로 자실장, 엄지실장들이였다. 욕심이 있는 존재들은 '세레브'를 부러워했고, 자신과는 다른 자가 있으면 무조건 부러워했다. 그게 세레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와타시의 옷씨도 바뀐 테치?"
"오네챠 예쁜 레치!"


지켜보던 자실장의 옷이 바뀌었다. 옆에 있던 엄지도 자신은 눈치 못챘지만 바뀌고 있었다. 친실장의 보호가 없는 아이들은 손쉬운 먹잇감이란 것도 모른채. 그 아이들은 자신들이 세레브해졌다며 돌아다녔다.


"이 옷이 있으면 와타시의 자도 세레브해지는 데스~ 세레브로 똥닝겐을 유혹하여 사육실장이 되는 데스~"


그렇게 말하는 성체의 손에는 아까의 자실장의 옷이 들려있었다. 원주인인 자실장은 저항했기에 죽여서 옷에는 피가 묻어있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똥닝겐은 그런건 모를 테니까.


"마마? 예쁜 옷인 테치!"
"장녀의 옷인 데스. 이걸 입고 닝겐의 집에 가는 데스!"


세레브한 옷으로 닝겐을 메로메로시켜 사육실장이 될 생각으로 가득찬 성체는 아무 위험도 생각하지 않은 채 자신의 장녀에게 푸른옷을 입혔다. 심지어 장녀의 몸에는 잘 들어가지않아 몇군데 튿어저 살이 퉁 튀어나왔지만, 성체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자! 닝겐을 메로메로 시키는 데스!"
"마마! 나중에 보는 테치!"


다행스럽게도 성체의 탁아는 성공했다. 편의점에서 나오는 손님이 자판기 음료가 싸다며 음료수를 뽑고 몸을 낮추어 집을때 순간 탁아한 것이다. 인간은 전화를 하고 있어서인지 장녀를 눈치채지 못했다. 아까보다 무거워졌지만 음료수의 무게겠거니 하고 있었다.


"뭐야 얘..?"


인간은 당황스러웠다. 자신이 사온건 딱딱한 플라스틱 뚜껑에 테이핑까지 되어있는거라, 실장석의 손으로는 뜯을 수 없어서 울고 있었다. 바닥에는 운치가 한가득. 탁아당했다는 사실에 여자는 열불이 났다. 일단 음식은 안전하니 구조하고 저 울면서 자신의 눈치를 보는 실장석을 죽여야했다.


"와타치의 옷 세레브한 테치! 빨리 세레브를 받들어 모시는 테치!"
"뭐야..곰팡이잖아"


곰팡이가 옷 전체에 퍼져 하늘색으로 보인 거였다. 상품가치도 없네. 여자는 장녀를 편의점 봉투에 넣고 밟았다. 장녀가 저항했지만 의미는 없었다. 장녀는 운치로 밀어넣어져선 짜부가 되었다. 편의점 봉투를 버리려고 했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와타시의 자가 여기 있는 데스!! 와타시의 자를 납치한 대가는 큰 데스우!! 와타시를 사육실장으로 모시는 것으로 용서해주는 데스!"


친실장은 나머지 자들도 모두 데려왔다. 총 3마리의 자실장과 1마리의 엄지였다. 많기도 하여라.. 여자는 총 5마리의 실장석들을 안으로 들이고 문을 잠궜다.


"와타시의 자는 어딨는 데스?"
"마마 와타치 사육실장인 테치?"


여자는 킬힐을 신었다. 15cm나 하는 평소에는 절대로 신지 않는 굽이였다. 킬힐로 엄지를 밟자 아픔에 위석이 금방 깨졌다. 엄지는 저항 한번 못한채 파킨했다.


"똥닝겐 뭐하는 데스우!!! 와타시를 모시라고 하지 않았는 데스? 왜 와타시의 자를 죽이는 데스까!!"
"아 시발 시끄러워.."


여자는 더 듣기도 싫다는듯 자실장과 친실장을 차례대로 밟았다. 실장석의 우레탄보디로는 킬힐을 버텨낼 수 없었으니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여자는 봉투에 시체를 넣고 공원에 버렸다. 앞으로 실장석들은 여자에게 탁아하러 오지 않을것이다. 탁아한 결과가 저 시체들이니까 말이다.


"공원 관리를 얼마나 안하면 곰팡이가 피냐?"


여자는 혀를 찼다. 실장석들은 그 사실을 모른채 푸른색은 세레브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을 얻기 위해서 다른 실장석을 죽인다는걸 여자는 이해하지 못했다.


-


1주일이 지나자, 실장석의 옷들은 푸른색으로 가득했다. 몇몇 실장복은 피에 물들어있었지만, 자신들은 좋아라하며 입었다. 하지만 몇몇 실장석은 깨달았다. 이제 푸른색은 세레브가 아니라고, 모두가 푸른게 세레브한 거냐고.


"차녀..?"


첫번째로 푸르렀던 차녀는 죽어가고 있었다. 옷에 있던 곰팡이가 실장석의 약한 기관지에 침투한 것이다. 피를 토하며, 차녀는 죽어갔다. 친실장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몸도 별반 다를게 없었기 때문이다.


"전부 다..푸른테치.."


차녀는 그 말을 남기고 숨을 거뒀다. 공원에 이미 퍼진 곰팡이균은 쉽게 번식했다. 심한 경우에는 몸에도 곰팡이가 퍼진 실장석도 있었다. 곰팡이균은 골판지에도 잘 퍼졌다. 전부 다, 푸른색이였다.


"아닌데스. 와타시..세레브한 데스. 이 푸른색이 증거인 데스!!!"


일부 실장석들은 옷을 벗었으나 이미 늦었다. 기관지에 침투한 곰팡이균을 실장석이 몰아낼 수 있을리가 없었다. 일부는 저렇게 아득바득 우기며 옷을 벗지도 않았다. 당연히 이런 개체는 더욱 빨리 죽었다.


"테겍, 게..게엑.."


나중에는 거의 모든 실장석들이 피를 토하며 죽었다. 눈은 피눈물을 쏟아내고 입으로는 피를 쏟아내며 죽은 모습은 장관이였다. 눈도, 얼굴도, 머리카락도, 두건에도 푸른색이 묻어서는 곰팡이 덩어리가 된 실장석들이 공원에 굴러다녔다.


"와타시..시...세레...브...한.."


끝까지 세레브를 외치며 실장석들은 죽어갔다. 자신만이 특별하고 싶다는 그 생각은 실장석들을 더욱 빠른 죽음으로 몰고갔다. 공원은 조용해졌다. 대다수가 하늘색 때문에 죽었고, 세레브 때문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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