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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학대




아버지한테 명령받아서, 근처 공터의 풀베기를 하게 되었다.

부동산에 내 놓은 상태로 방치되었는데 아직 팔리지 않은 이곳은,

잡초가 높고 무성하게 자라서 날벌레나 뭔가의 온상이 되었다.

이웃에 사는 할머니가 하는 말로는 최근에 묘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뭔가 있는지 몰라서 무서웠는지, 부동산 중개소에 말해도 좀처럼 정리해 주지 않는 모양이다.

거기서 마을 자치회장인 아버지가 부동산 중개소의 허가를 받아서, 내가 공터를 정리하게 된 것이지만...

아, 역시나 골판지 하우스다 (걷어찬다)

음식물 쓰레기를 갖고와서 널려놓다니... 너희들 때문에 내 화려한 휴일이 망가졌다고?

이 책임은 몸으로 때우기 바란다.








처음은 후딱 죽여서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지만, 무성한 잡초의 양을 보고 생각을 바꾸었다.

실장석을 노동력으로 사용하자.



일단 먼저 자실장을 집어 들고, 친실장에게 옷을 벗도록 시켰다.

데훙데훙 하고 말하는 역겨운 어미를 무시하고, 옷의 소매와 치마자락을 묶어서 즉석에서 봉투를 만들었다.

테치테치 시끄러운 자실장들을 그 봉투에 담아서, 이웃집에서 뻗어나온 마른 가지에 걸어 둔다.

자실장들은 자신들이 놓여 있는 높이에 놀라서, 도움을 요청하며 울어댄다.

항의해 오는 친실장을 걷어차서 굴린 다음에 조건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이 공터를 정리하는 걸 도와라, 깨끗하게 정리하면 너희들 전원 놓아주마]



불만인 듯이 내게 항의하는 친실장.

자실장이 매달려 있는 나무가지가 뿌직하고 소리를 내며 기울어졌다.

버둥버둥 댄 탓에 균열이 생겼구만.

자실장들은 흔들리지 않도록 숨을 죽이고 훌쩍거리며 울었다.



[풀을 자실장 밑에 쌓아둬라. 운이 좋으면 떨어졌을 때 쿠션이 될 거다]



그렇게 말하고 주위의 풀을 베기 시작했다.

실장은 내가 벤 풀을 안고서 자실장 아래로 달려가, 풀을 한군데에 모아둔다.

알몸으로 작업하고 있는 탓에 온몸에 긁힌 상처나 뭐나 생겼지만 별로 불평하지는 않으니 괜찮을 듯.

내가 어슬렁어슬렁 1분 일하고 5분 쉴 정도의 페이스로 풀을 베었더니,

초조해졌는지 스스로 풀을 뽑기 시작했다.

오오, 편하다 편해.

힘내라~ 친실장, 나는 한대 피고 오마.








실장석이 필사적으로 일해주기에, 나는 쥬스를 사서 그 노고를 치하해주기로 했다.

편의점까지 가서 파란 예의 녀석을 구입, 공터로 돌아오자 친실장이 점프하고 있었다.

쌓아 올린 풀이나 쓰레기를 발판으로 삼아, 자실장을 되찾으려고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뎃훙! 데엣스!]



[[[테치테치-! 테츄-!]]]



그러나 슬프게도, 쌓아올린 잡초는 푹신푹신해서 발판의 역할을 하지 못했고,

밟아 다져서 발판이 될 만해지자 이번에는 높이가 부족해졌다.

땀투성이가 되어서 점프하고 있는 친실장을 잠시 바라보고 있었지만,

몇번째인가의 점프에서 착지에 실패.

데굴데굴 구르다 내 발밑에서 멈츤다.



[데,데에에...] [...어이] [데에!? 데...데데-스!!]



발 밑에서 엎드려 빌며 용서를 구하는 실장석에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핫핫핫, 실장, 아이가 걱정되었었구나? 좋아, 떨어지지 않게 해주마]



친실장을 쓰레기 산 위에 올리고 그 위에 올라간다.

듣기 역겨운 천박한 신음소리는 일단 무시하고, 자실장을 꺼내어 한마리씩 나무가지에 총배설구를 꽂아 주었다.



[테치테치-! (죽을 것 같은 테치-!)]



[테치잉! (가랑이 아픈테치이!)]



[테테에-! (마마, 마마-!)]



어이어이, 이런 나무가지 마라자실장의 마라보다도 작다고, 참고서 거기서 보고 있어라.



[뎃승...데후에에에에...]



어이 실장석, 아직 풀베기가 남아 있다고, 울지 말고 얼른 일해라.








실장석 덕분에 드디어 풀베기가 끝났다.

아아, 허리가 아픈걸...

내가 허리를 피자, 친실장이 데스데스 말을 건다.

풀베기가 끝났으니 용서해달라고 하는 걸까나?



[뭔소리를 하는거냐, 아직 정리가 끝나지 않았다]



[데?]



풀더미 산을 가리킨다.



[공터를 정리한다, 라는 건 저 쓰레기도 정리한다는 거다]



쓰레기의 산과 나를 번갈아 보고 고개를 갸웃하는 실장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먹어라]



[데데에에에!?]



핫핫핫, 조금 양이 많을래나.

부피로 따지자면 트럭 한대분량의 양이 되어보이는군.



[뭐, 온가족이 협력해서 먹으면 1 개월 정도면 먹을 수 있지 않겠나?]



친실장의 턱을 어거지로 벌리고, 쌓인 풀을 왕창 쑤셔넣어 간다.



[데, 데곡, 고복! 보보베---!?]



핫핫핫, 풀은 맛있냐? 사양하지 말라고?

네가 다 못먹으면 다음은 새끼한테 먹일테니까.








-다음주-

실장친자는 로프와 말뚝으로 연결해 놓고, 공터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해 두었다.

그 외에 먹을 것이 없으니 풀을 먹고 살아 남고 있겠지.



그러자, 또 아버지한테서 명령이.

아무래도 실장이 하루종일 시끄러운 데다가 대량으로 똥을 싸기에 냄새나서 못견디겠는 모양이다.

아아, 정말로 그 정도는 스스로 처리하라고!... 하고 마음속으로만 외치고, 다시 공터로 간다.

쌓인 풀에 터널을 파고, 묘하게 살기 편해보이는 거주지를 만들어 놓고 있었다.

게다가 누가 준 건지 모르지만 빵 끄트머리따위 먹어대고 있었다.

실장가족의 흐믓한 단란함이라는 풍경이었지만, 도로에서 보고 있는 내게 있어서는 열받는 광경이었다.

웃음을 띄우면서 내가 다가가자, 알아챈 어미가 위협해 오고, 새끼는 그 뒤에 숨어서 겁에 질려있다.



[자, 갈까]



말뚝을 뽑아서 로프를 잡아 끌며 걷기 시작했다.

걷는 페이스가 빠르기 때문에, 친자 모두 도로에 질질 끌려가고 있었지만 어미는 어떻게든 새끼를 감싸고 있다.

도착한 곳은 우리 집의 뒷편 정원.

나와 어머니가 관리하는 가정 채소밭이다.

여기서 갈갈이 찢어서 흙이랑 섞어버릴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옷이 너덜너덜해져도 새끼를 감싸는 어미와, 그것을 걱정하는 아이의 모습에 감동해 버렸다.








좋아, 너희들을 여기서 길러주마... 생체 유기비료 제조기로 말이지.

플라스틱 바께쓰와 적당한 크기의 화분 바닥을 뚫어서, 플라스틱 관을 만든다.

그걸 실장의 총배설구에서부터 몸통의 반절 쯤 되는 위치까지 쑤셔 넣고, 하반신을 땅에 묻으면 완성이다.

이거라면 씹고 삼키는 것은 가능해도 소화흡수는 억제된다.

냄새나는 똥도 나오지 않고, 잘게 부수어진 비료가 생기니 일석이조구만.

맛있는 방울토마토가 열리면 꼭지정도는 줄테니까 기대하고 있으라고, 실장석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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