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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간들

 


"어때 행복하니?"

나의 물음에 미도리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행복의 목소리로 말한다. 

"행복한데슷! 평생 닌겐상과 행복하게 지내고 싶은데스!"

그리고 잠시 주저하더니 말을 이어나간다. 

"허락만 해주신다면 자도 갖고 싶은데스, 자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싶은데스!"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자. 흑발의 자도 낳자꾸나"

미도리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오늘도 후타바 공원에서 다섯 마리의 실장석을 집으로 데려왔다. 

'상냥한 인간의 손에 이끌려 사육실장이 된다'

공원의 모든 들실장들이 꿈에 그리던 아름다운 기적을 이번 주에도 친히 내린 것이다. 인간의 기척에 무조건 도망부터 치고 본 똑똑한 개체들이 저 나무 밑 둥치에서 몰래 훔쳐보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며, 내 발 밑에서 실장푸드에 머리를 조아리던 놈들 중 무작위로 다섯 마리를 마트용 카트에 실어 집까지 데려왔다.

"데샤아아아아아!"

뒤에서 수십마리의 실장석들이 자기도 데려가라고 뛰어 나오는 모습은 꽤나 장관이지만, 개중에는 질투에 못 이겨 투분을 하는 등 난폭해지는 개체도 있기 때문에 집까지 서둘러 도망치는게 우선이다. 성체실장 세 마리와 중실장 한 마리, 자실장 한 마리, 이렇게 다섯 머리를 데려왔다.



"아와아와한데슷"
"해, 행복한테치"
"데프프, 똥닌겐은 이미 내 매력에 메로메로 된 것이 틀림없는데스"
"흑발의 자를 낳고 싶은테스"
"따뜻해서 좋은데스..."

우선 다섯 마리를 따뜻한 물로 씻긴 후, 욕조에 거품까지 띄워 몸을 따스하게 만들어준다. 처음에는 뜨신 물에 그만 기분좋아 부리부리부리 하며 빵콘을 하는 경우까지 있지만, 역시 그렇게 한번 씻기고 욕조에 들어가면 모두 홍조 띈 나른함의 행복을 느낀다.



"테엑! 우마우마한데스!!!"
"눈물이 나오는테치"
"마마!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한데스!"
"맛있는테스"
"이건 스테이크가 틀림없는데스"

비록 싸구려 마트 초밥이긴 할지라도 초밥은 초밥이고, 돼지고기 후지살일지언정 고기는 고기다. 녀석들은 평생 처음 먹어보는 어마어마한 맛에 거의 개체당 400g 가까이를 먹어치운다. 무서운 식욕이다. 뿐만 아니라 실장푸드와 콘페이토를 디저트로 주자 또 개체당 한 주먹씩을 원없이 먹는다.

녀석들의 행복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최대치로 차오르고, 그렇게 단돈 몇 만원에 놈들은 지고의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역시 마트에서 사온 강아지용 애견 공주침대에 잠을 재운다. 네무리 섞은 식사를 한 이상, 잠이 안 들 수가 없다. 너무나도 기분좋은 잠. 

심지어 모두가 잠이 들기 직전, 나는 녀석들에게 이름까지 붙여준다.

"너는 미도리"
"너는 그린"
"너는 에메랄드"
"너는 리프"
"너는 올리브"

제법 그럴싸한 느낌의 이름까지 얻게 된 다섯 마리의 실장석은 그렇게 곱게 잠이 든다. 짧은 참생 최고의 날을 기억하며.




...물론 당연히 놈들이 다음 날 눈을 뜨는 곳은 당연히 공원 한 구석 큼지막한 박스 안이다. 심지어 모두 독라가 된 채로. 꿈이 아니라는 증거로 어제 먹다 남긴 실장푸드 몇 알이 주변을 굴러다닐 뿐.

"데에에, 뎃?! 데샤아아아악! 이게 무슨 일인데슷! 데규악!!!"

제일 먼저 눈을 뜬 에메랄드는 우선 자신이 눈을 뜬 곳이 닌겐상의 세레부한 집이 아니라 눈에 익숙한 박스 안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주변에 있는 놈들이 모두 독라실장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세번째로 자신 역시 독라 신세라는 사실에 비명을 지르고야 만다. 물론 그 비명에 놀라 다른 녀석들도 일어나고.

다섯 머리 모두가 당황하지만, 그들로서는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을 유추해내기 힘들다. 다만 그나마 개중 현명한 개체 하나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낸다.

"혹시 우리 다시 버려진 것인데츄카?"

도저히 믿고 싶지 않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건 꿈이라며 다시 잠을 청하는 현실도피형 개체, 다른 놈들 때문에 쫒겨난게 틀림없다며 화를 내는 개체, 자기도 독라이면서 그걸 모르는지 "독라들은 모두 꺼지는데샤" 하고 소리를 지르는 개체, 슬픈 현실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바닥에 굴러다니는 실장푸드에 입을 다져다대는 개체, 다시 그 닌겐상의 집을 찾아가야한다고 외치는 모험성 투철한 개체까지...

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독라. 버려진 독라들이 공원에서 겪을 일은 뻔하다. 게다가 한번 길들여진 고급스러운 입맛과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은 더이상 그들을 과거로 돌아가지 못하게 한다. 그 무엇보다 그들은 '이름을 가진 사육실장'으로서의 자부심이 있기에, 들실장의 생활로는 돌아갈 수 없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결국 파멸 뿐이다.




...어쨌든 그거야 그 놈들의 미래고, 나는 오늘 또 새로운 다섯 마리의 실장을 데려왔다. 역시나 똑같이 미도리, 그린, 에메랄드, 리프, 올리브의 이름을 붙여주고 씻기고 먹인다. 네무리를 먹고 하나둘씩 수면에 빠지는 들실장들.

자, 이제 미도리부터 독라로 만들어볼까, 하고 생각한 순간 미도리가 눈을 떴다. 네무리를 덜 먹은 건가. 그러나 미도르는 자신의 머리카락에 닿은 내 손을 보고 자신의 머리칼을 쓰다듬어주기라도 하는 줄 알았는지 해맑게 웃으며 "데프프" 하며 웃었다. 나는 물었다.

"어때 행복하니?"

나의 물음에 미도리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행복의 목소리로 말한다. 

"행복한데슷! 평생 닌겐상과 행복하게 지내고 싶은데스!"

그리고 잠시 주저하더니 말을 이어나간다. 

"허락만 해주신다면 자도 갖고 싶은데스, 자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싶은데스!"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자. 흑발의 자도 낳자꾸나"

미도리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다시 한번 확실히 네무리 가스로 미도리를 깊은 잠 속으로 보내버리고 다시 말없이 작업을 시작했다. 독라로 만들어 공원에 버리는 언제나의 작업을 말이다.

실장석 커뮤니티 '데스넷'에서는 나의 이 행동에 대해 꽤 평가가 엇갈리는 듯 하다. 누군가는 '흔해 빠진 올렸다 떨어뜨리기'라며 시시하다며 비난하고, 누군가는 '다 떠나서 2년째 저 짓을 계속하는 그 성실함과 재력에 감탄한다'라고 옹호하지만...

나는 그보다는 다른 부분에 대해서 논쟁을 하고 싶다.

단 하루지만, 다른 들실장은 평생 누리지 못할 최고의 행복을 맛보고는 다시 처절한 현실로 돌아가는 이 경험.

그것은 행복일까 불행일까. 

누군가들은 그것을 불행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행복이라고 믿고 싶다. 나는 내가 애호파라고 확신하니까. 

사랑한다 들실장들아. 이제 이별의 순간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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