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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쨩 1~6

 


 "어서오세요!"

 나는 시에서 가장 평판이 좋은 실장샵인 '아이코우도우(愛好堂)'로 들어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실장석 애호일변도의 가게이다. 학대파의 물건을 취급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구더기 저실장에서부터 엄지실장, 자실장 그리고 성체실장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애호파의 기호에 맞추어져 있었다.

 애완용으로 특별히 개량된 혈통 좋은 출산석에게서 태어나, 전문가 중의 전문가인 브리프에게 엄격한 훈육을 받고 출하되어 배변훈련, 인간에 대한 기본예절, 인간사회의 기초 상식과 귀여운 재주까지 완벽히 터득한 실장석들인 것이다.
 보통 실장석이라고하면 그 태생적인 성격이 지극히 천박하여 아무리 교육을 해도 한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아이코우도우'의 실장석이라고 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특별히 엄선된 자질 높은 실장석을 교육시킨다. 그리고 그 실장석이 아이를 낳으면 그 중에서 가장 뛰어나고, 가장 애정이 깊으며, 가장 귀여운 자실장만을 골라 다시 성체실장이 될 때까지 기른다. 이 성체실장이 아이를 낳으면 다시 앞의 행동을 반복한다. 이렇게 십수 대에 걸쳐 특별히 길러진 덕분에 천박한 본성은 거의 없다고해도 좋을 정도로 감퇴되었다. 외모 역시 실장석 평균을 아득히 상회할 정도로 귀엽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돌아다니는 추저분한 들실장과는 다르게 성체실장이라고 하더라도 덩치가 그리 크지 않다. 나이를 먹고 성장하더라도 언제까지나 귀여운 모습으로 있을 수 있도록 개량한 것이다.

 이 특출난 재질과 외모 위에 또 엄격한 교육이 더해진다.
 배변훈련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식사예절, 인사하기, 청소하기, 세탁하기, 옷매무새 단정히 하기, 잠자리정리하기 등의 예의범절도 완벽히 터득해야만 진정한 하나의 '실장석'으로서 아이코우도우의 매대에 설 수 있는 것이다.

 실장석 기르기의 초보자도, 아직 동물을 다루는데 익숙치못한 어린 아이라도 이 실장석이라면 문제없이 기를 수 있다.
 결코 주인을 배신하지 않는 충직함. 가장 작은 엄지실장이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예의범절을 모두 터득한 덕분에 교육에 서툰 사람이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랫동안 놀아주지 않더라도 타고난 그 본성은 결코 타락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아이코우도우가 세상에 자랑하는 애완실장인 것이다.



 하지만 그 만큼이나 그 가격은 대단히 높다.
 보통 일반 실장샵의 애완실장석과 비교했을때 2~3배. 학대파가 애용하는 분충 실장석과 비교하면 그 값은 거의 30~40배에 육박한다.

 이는 아무리 실장석 기르기가 취미인 나라고 하더라도 선뜻 구입할 수 없는 거금이다.


 ........

 하지만 아이코우도우의 실장석은 도저히 끊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근 6개월만에 다시 매장을 찾은 것이다.



 "아- 오랜만에 찾아주셨군요. 메릴쨩은 잘 있나요?"


 서글서글한 인상의 중년 남자가 반가운 표정으로 반겨준다.
 오랫동안 이곳을 애용한덕에 꽤나 친해진 점장이다.


 "하하, 그 동안 조금 바빠서요. 메릴은 늘 잘 있죠."

 "이제 메릴도 1살이 다 되가는군요. 오늘은 어떻게 오셨습니까? 아- 혹시 메릴의 선물을?"

 "아 예. 선물이랄까... 사실 요새 일이 꽤 바빠져서 메릴과 자주 못 있어줬거든요. 메릴이 외로워하는 것 같아서 친구나 동생이라도 하나 구해줄까해서요."

 "정말- 언제나 상냥하시군요! 혼자 있는 아이를 생각해서 그런 생각까지 하시다니... 이쪽...! 이쪽으로 오시죠!"


 점장의 안내로 다가간 매대에는 여러 자실장들이 각각의 수조에서 테츄- 테츄- 떠들고 있었다.
 가로세로 30센치 정도의 방에는 한마리나 두마리 정도의 자실장이 있다.
 과연 이름 높은 아이코우도우의 실장석답게 남자가 가까이 다가가도 놀라는 기색이 없다.
 실장샵이라면 흔히 볼 수 있는 자신을 데려가라고, 자신을 사달라고 떼를 쓰는 모습도 전혀 비치지 않는다.
 그저 남자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점잖게 자리에 앉아있거나, 조용히 서서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메릴쨩의 친구라면... 이쪽 라인에서 살펴보시는게 좋을듯하군요. 이쪽이 비슷한 나이대거든요. 생후 8개월에서 1년 사이인 아이들입니다."

 "네, 그럼 좀 보겠습니다."

 "천천히 둘러보세요."


 점장은 남자를 안내하고 조용히 다른 매대로 간다.
 이 역시 이곳의 독특한 영업전략이다.
 어떤 종류의 실장석을 찾는지만 듣고, 고객이 원하는 실장석을 추려내서 보여준다.
 그 뒤의 선택은 전적으로 손님에게 맡기는 것이다.
 '이 아이가 좋아요'하는 직원의 추천은 물론이고, '이 아이는 머리가 정말 좋죠.'하는 은근한 조언도 일절 하지 않는다.

 이곳 '아이코우도우'의 실장석은 모두가 훌륭하고 뛰어나다.
 어떤 실장석을 골라도 똑똑하고, 사랑스러우며, 충직하다.
 그렇기에 어느 실장석이 어느 실장석보다 뛰어나다고 말 할 이유가 없다.... 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리고 거기에 '실장석과 주인의 만남이라는 감격적인 순간에 다른 이가 관여해서는 안 된다.' ...라는 지극히 애호파스러운 논리도 끼어있었다.


 남자는 익숙한듯이 매대를 한 번 쭉 훑어보았다.
 점장이 보여준 라인에는 총 10개의 수조.
 남자는 그 중에서 두 마리 이상의 자매가 들어있는 4개의 수조는 제외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 한 마리다.

 남은 여섯 개의 수조를 다시 한 번 살펴본다.
 여섯 마리의 실장석 모두 훌륭하다.
 역시 아이코우도우...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옷매무새가 깔끔한 것은 물론이고, 방 정리도 확실하게 되어있다.

 아이코우도우는 애호파의 성지라는 이름답게 이런 매대의 수조까지도 세심하게 꾸며주고 있었다.
 보통의 실장샵은 낡은 헝겊이나 걸레같은 수건 하나만 덜렁 넣어준다.
 그러나 이곳의 수조에는 자실장 전용 침대와 전용 화장실은 물론이고, 먹이와 물도 항상 그득히 담아놓아 언제든지 먹을 수 있도록 한다. 거기에 작은 장난감 공까지 넣어주고 있었다.

 보통의 자실장에게 이런 호사스러운 환경을 제공하면 금새 어질러지고 말 것이다. 먹이가 가득 담겨있는 그릇을 보고 냉정을 유지할만한 자실장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이곳의 자실장은 그런 하찮은 것과는 격을 달리한다는 듯이 아주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었다.
 먹이 그릇 주변에는 부스러기조차 없으며, 급수대 근처도 깔끔하기 그지없다. 잠을 자는 전용바구니 위에는 조금 어설프지만 덮는 이불도 잘 정리해두었다.
 이것만 봐도 이들이 얼마나 훌륭한 자실장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몇 번이나 수조를 들여다보았다.
 후보는 여섯에서 셋까지 줄여놓았다.
 하지만 그 셋에서 도무지 줄어들지 않는다.


 "음..."


 나도 모르게 옅은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늘 그렇지만 오늘도 정말 고르기가 힘들다.


 그때,






 "텟!"


 자실장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와 눈이 마주친 자실장은 깜짝 놀라 어깨를 움찔하더니 곧 고개를 돌려 딴청을 피운다.


 "이놈 봐라..."


 나는 그 수조로 다가간다.
 내가 다가가자 고개를 돌리고 멀쩡한 바구니를 이리저리 만지던 자실장이 더더욱 당황한다.
 곱게 드러난 이마에 진땀이 삐질 흐른다.


 "테... 테에..."


 내가 계속해서 쳐다보자 자실장은 힘없이 고개를 떨군다.
 잠깐 가만있더니, 이내 결심을 한듯 허리를 꾸벅 숙여 나에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돌아서서 다시는 이쪽을 쳐다보지 않는다.


 "음... 귀여운 아이네. 너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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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에... 주인님 와타시를 선택해주셔서 감사한테츄..."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그 아이가 처음으로 꺼낸 말이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씨익 웃어주었다.


 내 웃음에 조금 마음이 진정됐을까.
 그 아이는 주섬주섬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까 전에... 와타치가 와타치도 모르게 아첨 자세를 취한테치.... 그래서 주인님이 와타치를 미워하실까 걱정한테츄..."

 ".....주인님 정말 죄송한테치! 앞으로는 절대 그런짓 하지 않는테츄!"


 확실히 내가 이 녀석을 고른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보통의 실장샵에서도 휘하 실장석들에게 엄격히 금지하는 아첨 포즈를 아이코우도우의 실장석이 한다...
 아이코우도우에 여러 번 드나든 사람이라면 직접 보고도 믿지 않았을 광경이다.
 남자 역시 그런 자실장에게 대단한 흥미를 느껴 그 아이를 데려왔다.


 "그때 왜 그런 포즈를 했어?"

 "텟!........."

 "혼내려는게 아니야. 궁금해서 그래."


 나는 다시 미소를 한가득 짓고 자실장에게 물어본다.
 그러자 자실장은 고개를 푹 숙이고 조용히 말한다.


 "테.... 주인님이 왠지... 아니... 저어... 그냥 주인님이 좋아보였던테찌..."

 "...그래서 와타치도 모르게... 그랬던테찌... 정말 죄송테치..."

 "내가 좋아보였다고?"

 "테에! 그런테츄. 주인님이... 처음봤는데도 주인님은 정말 상냥해보이셨던테치... 그래서 그래서... 와타치도 모르게 그만 그렇게 해버린테치..."

 "응~ 그랬구나. 그래. 나도 그런 네가 귀여워서 고른거니까... 이제 괜찮아!"

 "테, 테, 테엣?! ...와타치가... 귀엽테츄?"

 "응응. 그렇다니까."

 "테에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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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이제부터 여기가 네 방이야."

 "테, 테에엣?!"


 내가 자실장을 바닥에 내려놓자 그 아이는 마치 감전된듯 펄쩍 자리에서 한 번 뛰더니 멍하니 주변을 쳐다본다.

 그도 그럴 법하다.
 내가 데려간 그 방은 방 전체를 실장석용으로 꾸며놓은 곳이니까.

 슈퍼더블사이즈 크기의 전용 침대는 최고급 쿠션과 전기 온열시스템까지 구축된 최신형 모델이다. 거기에 덮는 이불도 극세사를 재질로 만들어 마치 젖은 스펀지처럼 부드러운 것이다.
 방에는 따로 에어컨이 달려있었지만, 내가 없을 때도 간단한 냉방은 가능하도록 실장석 전용 사이즈의 앙증맞은 선풍기도 갖다 놓았다.
 먹이 그릇은 '사료용', '간식용', '고기용'으로 해서 모두 3개나 된다. 급수기도 그냥 평범한 물을 담은 것과 실장석의 입맛에 맞춘 스포츠음료를 가득 채운 것 두 개가 있다.
 전용 화장실은 따로 비데가 설치된 최신형 모델이다. 거기에다 타이머로 설정된 2개의 방향기구가 볼일이 끝나자마자 달콤한 향수를 몸에 뿌려준다.

 하지만 이런 것들보다도 자실장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장난감일 것이다.

 장난감의 바다.
 실장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우지Q 미니카가 모델별로 바닥에 어지럽게 굴러다닌다.
 거기에 지프, 미니밴, 쿠페, 세단 등등 다양한 모양의 자동차 장난감도 함께 돌아다닌다.
 헝겊인형은 아예 산처럼 방구석에 쌓여있다. 토끼, 강아지, 고양이, 펭귄, 기린 등등.. 종류도 대단히 많다.
 또 상반기에 최고의 실장석 애호물품으로 선정된 최신 구더기인형도 있다. 특수재질로 만들어져 원래 구더기 저실장의 촉감을 그대로 살렸다고 하는 물건이다. 말랑말랑하고 폭신폭신해서 잠잘 때 끌어아는 인형으로 이름이 높다.
 거기에다 그림그리기 도구와 자실장 사이즈에 맞춘 미니 피아노, 직접 타고 놀 수 있는 비행선, 고무공과 골프공, 탁구공, 야구공, 테니스공... 등등의 다양한 공까지...

 태어나자마자 엄격한 훈육과 절제된 생활에서 살아온 자실장으로서는 정말 가슴이 벅차오르는 그런 광경이다.







 "텟츄우우웅~!!! 주인님 고마운테츄우우우우~~~!!"


 자실장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환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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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자~ 이제 그만 놀고 밥먹어야지?"

 "테엣! 밥테츄! 주인님 고마운테츄!"

 "그래그래. 넌 뭘 좋아하니?"

 "테... 와타치는 아무거나 다 잘먹어요테츄. 밥투정은 이야테치. 절대하면 안되는테치."

 "그래... 넌 정말 착하구나. 하지만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있겠지?"

 "테츄.... 저.... 저어.... 콘페이토가 너무 좋아테츄."

 "콘페이토? 달콤한 걸 좋아하는구나?"

 "테엣☆ 그런테치. 달콤한 것 너무 좋아테츄!"

 "그래그래... 그럼 오늘 우리가 처음 만났으니... 특별히 맛있는걸 먹자."






 나는 준비한 음식을 꺼내 그릇에 가득 담아 밀어주었다.


 "자, 어서 먹어."

 "잘먹겠습니다테치!!   .......테에에... 처음보는 음식인테츄..."


 자실장은 늘 먹던 초록색 실장푸드가 아닌 하얀색 덩어리를 보자 조금 주저한다.
 하지만 주인님의 음식을 거절해서는 안된다는 훈육을 기억해내고 얼른 음식을 집는다.


 "....테?"


 약간 주저하며 음식을 집었지만, 손에 든 음식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달콤하고 맛있는 냄새가 난다.


 "....폭신폭신테치..."


 그리고 지금까지 실장샵에서 먹던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으리만큼 부드럽다.



 합!



 "테에??? 테에에에에????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음식을 입에 넣은 자실장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내가 준 것은 단순한 실장푸드가 아니라 마쉬맬로우에 쵸코시럽과 생크림을 끼얹은 것이다.
 원래 실장석에게 인간이 먹는 음식을 주는 것은 금기에 속한다.
 인간의 음식은 그 맛과 자극이 너무나 강렬하여 한 번 인간의 음식에 맛을 들이면 밋밋한 실장푸드는 잘 먹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보통의 음식도 그런데, 극한으로 단맛을 추구한 이 마쉬맬로우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평생에 처음 맛보는.
 아니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한 농후하고도 강렬한 맛이 머리를 강타한다.
 단맛을 가장 좋아하는 실장석에게 있어서 그 극한의 단맛은 똥을 놓칠 정도로 황홀할 정도다.
 그 맛에 취해, 그 맛에 빠져 자실장은 자신도 모르게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맛있는테치!! 맛있는테치!!"

 그 맛에는 아무리 누대에 걸쳐 수련을 해온 아이코우도우의 실장석도 버텨내지 못한다.
 자실장은 연신 테츙★테츙♥하며 마쉬멜로우를 걸신들린듯 집어먹는다.


 "테치이이이~♬  텟찌이이이~~♪"


 "맛있는테츙! 맛있는테쮸! 주인님 정말 고마운테치. 정말 맛있는테치. 정말 감사한테치."


 "달콤한테치! 달콤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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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에에에... 오늘 정말 행복했던테치... 와타치가 살면서 가장 행복한 날인 테치..."


 자실장은 전용 침대에 누워 구더기인형을 껴안고 누운채로 중얼거린다.


 "테에에엥... 너무... 너무 기쁜데 이상하게 눈물이 나는테쮸... 이상한테찌..."


 새어나온 눈물에 눈을 쓱쓱 비비던 자실장은 다시 구더기 인형을 꼭 껴안는다.


 "밥... 정말 맛있었던테치. 그런 맛은 난생 처음테치... 콘페이토와는 비교도 안 되던테치..."

 "장난감... 장난감도 정말정말 많았던테치... 오늘은 절반도 다 보지 못했던테치... 구슬만 겨우 가지고 놀았던테치..."

 "테에에엥... 테엥... 정말... 정말정말 상냥하신 주인님테치... 고마운테치... 이런 와타치에게 너무 과분하신 주인님테치."

 "침대도... 그전 것보다 훨씬훨씬 좋은테치... 살던 방만큼이나 큰 테치. 이불도 너무너무 부드러워테찌... 열도 후끈후끈나는테치..."

 "웅... 그리고 또... 또.... 테치..."


 연신 고마움을 표하던 자실장의 눈이 점차 가물가물해지며 감긴다.


 "....그리고... 주인님은 와타찌에게 이름도 주신 테찌.... 와타찌를 메릴쨩이라고 한테찌... 와타찌는 이제부터 메릴테찌..... 테....."


메릴이 집에 온 지 사흘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정말 전심전력으로 메릴을 소중하게 돌봤다.
 처음 메릴을 데려온 것이 금요일 저녁이었기에 그 날 하루와 주말 연 이틀을 모두 메릴과 함께 노는데 쓴 것이다.
 함께 실장용 그림셋트로 그림을 그리고, 산처럼 쌓인 봉제 동물인형을 하나하나 꺼내서 '이건 기린, 이건 팬더, 이건 강아지, 이건...' 하는 식으로 하나하나 이름도 가르쳐주었다.
 메릴은 테- 하며 입을 벌리고 내가 보여주는 봉제인형을 꼭 끌어안아도 보고, 품에 안고 킁카킁카 냄새를 맡기도 했다. 조금 무섭게 생긴 사자나 하마인형은 약간 두려운듯 손끝으로 살짝 만지기만 했다.

 자동차를 가지고도 놀았다.
 자실장에게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우지-Q는 메릴도 굉장히 좋아했다.
 땅바닥에 바퀴를 붙이고 뒤로 당겼다가 떼면 앞으로 튀어나가는 단순한 작동방식이지만, 그런 것을 처음 보는 메릴은 너무나 신기해했다.


 "테- 테엣! 정말 빠른테츄! 정말 빠른 구더기쨩인테찌!"

 "주, 주인님! 다시 한 번 해주시는테츄! 이번에는 반드시 구더기쨩 잡아보이는테치!"

 "하하.. 자, 그럼 다시 간다!"

 "테칫!"


 슈웅~~~!!


 메릴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골문 앞의 골키퍼처럼 다리를 넓게 벌리고 서서 우지-Q를 잡으려고 했지만, 그 짧은 팔이 반응한 것은 이미 우지Q가 다리 가랑이 사이를 지나 저 멀리 사라져버린 후였다.


 "테, 테찌!! 또 놓쳐버린테찌! 테.... 정말 빨라테츄..."

 "우지쨩도 저렇게 빠르게 갈 수 있는테츄? 응? 우지쨩?"


 메릴은 내가 첫날에 선물해준 구더기 인형이 정말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어디에 가든 항상 구더기 인형을 소중히 안고 가는 것이 마치 친동생을 대하는듯 하였다. 메릴은 그 구더기 인형을 '우지쨩'이라고 불렀다. 내가 '우지쨩이 누구야?'라고 물으면 자신의 동생이라고 하며 방긋 웃었다.


 주말에는 실장석 전용 음악킷트로 전자오르간도 쳐보고, 바이올린도 켜보았다.
 자실장이 직접 탈 수 있는 전용 오프로드카도 타서 방과 거실을 일주하기도 했고, 각양각색의 공으로 땀에 흠뻑 젖을 때까지 공놀이도 실컷했다.

 그렇게 놀다가 배가 고파지면 특식을 먹는다.
 첫날의 마쉬맬로우를 기점으로하여 고급 와규 스테이크, 특제 장어소스를 끼얹은 고급실장푸드, 차갑게 식힌 코코아에 마쉬맬로우를 얹은 것, 갓 구운 떡 위에 초코 시럽을 바른 것, 한팩(50g)에 2000엔이나 하는 최고급 세레브 실장용 실장푸드, 토치기 산 고급멜론에 이탈리아 파라뇨 생햄을 곁들인 것... 왠만한 고급 사육 실장석이라도 입에 대지 못할 최고급 음식만을 먹여주었다.
 양도 원하는 만큼 먹여준다. 결코 그만 먹어라라든가 아껴먹으라든가 그런 품위없는 말은 하지 않는다.


 "테, 테테테텟, 텟츄우우웅~~☆★"


 메릴은 음식을 한 입씩 먹을때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감격에 젖어 몸을 부르르르르 떤다.
 '아이코우도우'가 이름 높은 실장샵이라고 하나 지금까지 먹던 것은 기껏해야 중급실장푸드에 지나지 않는다.
 며칠 공기 중에 놔둔 비스킷처럼 딱딱하고 퍼석퍼석하여 식감이 그다지 좋지 않다. 거기다 맛- 맛이라고 해봐야 아무런 맛도 나지 않는 슴슴한... 사람으로 치면 맨밥과 같은 느낌이다. 간혹 계절에 따라 특식으로 푸드가 아닌 다른 음식이 나올 때도 있긴 하다. 그래봐야 주는 것은 콘페이토 두어알에 시꺼멓게 푹 익은 바나나 한 개. 조금 시든 것 같은 사과 반쪽, 당근과 감자, 양파, 양배추에 생선찌꺼기를 약간 넣고 끓여낸 특제죽 정도가 전부였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이것은 그야말로 실장석의 두뇌로는 비교조차 불가능한 격차가 있었다.


 "맛있는텟츙 맛있는텟츙"

 "테에에에.. 텟?! 테.. 아닌테치... 혓바닥이 녹는줄 알았는데 착각이었테찌..."

 "맛있어테치이이이... 테에에... 흐물흐물하게 되버리는테치...."

 "주인님 감사한테츙 감사한테츙..."



 하지만 무엇보다 메릴이 기뻐하는 것은 이렇게 맛있는 음식도, 산더미 같이 높게 쌓인 장난감도 아닌 '메릴'이라는 이름이었다.
 내가 메릴이라고 이름을 불러줄때마다 메릴은 귀를 쫑긋쫑긋 세우고 볼이 빨갛게 상기되었다.


 "이름 불리는게 그렇게 좋아?"

 "네, 테치! 와타치가 가장 좋아하는 주인님이 주신 이름테치! 어떤 선물보다 이게 가장좋아요테츄~♬"


 메릴은 빙그르르 한바퀴 돌더니 테찌하며 점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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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그럼 나는 내일부터 출근을 해야하니까... 내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야해. 응, 메릴?"

 "알은테츄! 와타찌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테찌!"

 "그래. 그럼 잘 자라."

 "안녕히주무시는테치, 주인님."



 남자는 불을 끄고 방 밖으로 나간다.
 커다란 방에는 메릴과 그 동생 '우지쨩'만 덩그러니 남았다.


 "테.... 오늘도 정말 재밌는 날이었던테치...."

 "웅... 웅... 오늘은 피아노라는걸 쳐본테치... 정말 신기한소리테치... 그리고... 공놀이 아주 즐거웠던테츄... 웅..."

 "우지쨩 듣고있는테찌? 테... 와타찌는 정말 훌륭하고 착하고 상냥하고 멋진 주인님을 만난테찌... 정말 와타찌는 행운인테찌... 와타치에게 과분한 주인님인테치..."


 메릴은 자리에 누워 꼭 껴안은 우지쨩에게 이것저것 쉴새없이 말을 떠든다.


 "가게에서 교육을 받을때는 정말 너무 힘들고 무서웠던테치....."

 "함께 들어간 와타치의 언니... 동생... 모두모두 가득가득 죽어버린테치... 테.... 테...."

 "그러면서도 항상 두려웠던테찌... 어떤 주인님을 만날지... 혹시 무서운 주인님을 만날지.. 걱정한테치..."

 "하지만 우지쨩! 이제 괜찮은 테치.. 이렇게 상냥하신 주인님을 만난 테치. 그런 와타치는 분명 행운아중의 행운아테치."

 "그래도... 그래도... 그럴수록 더욱더 주인님께 예의범절을 구해야하는테치... 잘해준다고 버릇없이 굴면 그건 정말정말 나쁜아이인테치..."

 "응? 우지쨩...? 응... 응...... 졸린테치..... 우지쨩... 잘 자는... 테....zzz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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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월요일.
 다시 회사로 나가야하는 날이다.
 보통이라면 어떻게든 단 1분이라도 더 따뜻한 침대에 누워있고 싶어서 지각 직전에야 일어나는 몸이지만, 오늘은 출근 3시간 전에 눈이 번쩍 떠졌다.
 알람 따위를 맞출 필요도 없다.
 얼마나 오늘. 지금 이 때를 기다렸던가...
 살짝 흥분이 된다. 숨도 조금 가빠진다.


 나는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준비해둔 것을 가지고 거실로 나갔다.
 그리고 베란다의 구석진 곳에서 오늘을 위해 준비해둔 작은 병 하나와 손가락만한 튜브를 꺼냈다.

 튜브에는 '램브란트 유화물감'이라는 마크가 선명하다.
 그리고 작은 병에는... 비닐로 꽁꽁 싸여있지만, 그래도 은근한 구린내가 새어나온다.
 이건 메릴의 똥이다.

 나는 이 두 개를 비커에 조금씩 덜어낸다.
 똥과 물감의 비례는 3:1 정도... 거기에 약간의 식용유를 붓는다.
 그리고 나서 유리막대로 세차게 젓는다. 
 곧 걸쭉걸쭉한 녹색 페이스트가 만들어졌다.

 다음에는 이걸 조심조심 주사기의 피스톤 안에 채워넣는다.
 용량은... 1/3 정도... 아냐 1/2 정도로 할까...

 ...됐다. 무사히 들어갔다.




 이것을 들고 조심조심 소리가 나지 않게 메릴의 방으로 들어갔다.


 "테스... 테....스...... 테스..... 테.... 테...츄.... 테츄...."


 메릴은 귀엽게 숨소리를 내면서 구더기 인형을 꼭 껴안고 자고 있다.
 나는 메릴이 깨지 않게 조심조심 캐시미어 이불을 들춘다.





 꾸욱....

 쯉!! 
 주륵!

 쭈우웁!!
 주륵.. 주르륵!!


 그리고 나서 망설임없이 주사기를 메릴의 팬티와 엉덩이, 그리고 그 밑에 깔린 이불에 골고루 뿌려준다.
 지독한 구린내가 코를 찌르지만, 전혀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앞으로의 짜릿한 일을 생각하면 지금의 구린내조차 내게는 꽃향기와 다를바 없는 것이다.


 단 몇 초만에 새하얀 시트는 초록색의 더러운 똥으로 범벅이 되었다.
 내가 새로 선물해준 새하얀 실장팬츠도 찐득찐득한 똥으로 뒤덮혔다.
 메릴의 작고 통통한 다리에도 똥국물이 흘러내린다.


 '됐다....!'


 일을 마치자 나는 서둘러 방 밖으로 나간다.
 작업을 하면서도 항상 메릴의 상태를 살폈지만 조금도 눈치챈 것 같지 않다.
 여전히 태평한 얼굴로 귀엽게 테스테스- 테츄테츄-하며 침을 흘리고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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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짜릿한 기분을 진정시키고 주사기와 똥그릇, 물감을 정리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샤워를 했다.
 그러고나서 가볍게 아침 식사를 끝마치고, 옷을 갈아입는 것을 제외한 모든 출근준비를 끝마쳤다.
 시계를 보니 출근 2시간 전이다.


 "큼! 큼! 메리이이이일~~ 아침이야! 이제 일어나야지!"


 나는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메릴의 방을 통통 두드린다.
 그러자 안쪽에서 미약하지만 후다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와 동시에 메릴의 당황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주, 주, 주, 주인님!! 저, 저기....! 저, 저기...........! 테... 테테테테테...."

 "응? 무슨 일이야? 메릴? 잠꾸러기구나아아~"


 내가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와 동시에 시큼하고 구릿한 똥냄새가 코를 쿡! 찌른다.


 "어?! 이게 무슨 냄새야?"

 "테... 테.... 테에에에... 주. 주인님... 이건... 저기... 테에에에엥..."

 "응? 왜그래? 메릴? 어엇? 너... 너... 너 설마?"


 나는 메릴의 침대로 뛰어간다.




 침대는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눈부시게 새하얀 하얀 시트는 초록색으로 물들어있었다.
 진한 녹색과 거무튀튀한 찌꺼기가 섞인 녹색즙이 흰 시트를 더럽힌 것도 모자라 오리털 베개까지 시퍼렇게 물들였다.
 볼 것도 없이 똥이다.
 내가 한 짓이지만.

 그리고 그 옆에서 메릴이.
 역시 녹색 똥으로 범벅이 된 팬티를 벗어 손에 움켜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더럽혀진 것만은 팬티뿐이 아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치마의 아랫단도 온통 녹색범벅이다.
 머리카락도 밑으로 내려오는 부분은 어김없이 똥찌꺼기가 묻어있다.
 제딴에는 어떻게든 닦아보려고 했던 것일까. 양손 역시 시퍼렇게 물들어있다.


 "너!!! 지금 뭐한거야!!!"





 나는 짐짓 큰 고성을 지른다.
 그 말에 울먹울먹거리던 메릴이 주먹만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무릎을 꿇는다.


 "테... 테테테테.... 주, 주인님... 테테테에에엥... 테에에에엥... 와타치... 와타치를 용서해주시는테츄....."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에!! 죄송한테츄! 죄송한테치! 잘못한테치!! 테에에엥..."

 "와타치가... 와타치가 이런 똥을 못가릴줄은... 테에에엥... 죄송한테츄!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는테치... 제발... 제발 용서해주시는 테치..."


 메릴은 무릎을 꿇은 채로 몇 번이나 고개를 숙여 절을 한다.
 이마를 땅에 쿵쿵 박으면서 허리가 부러져라 굽혀댄다.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었다가 파랗게 질렸다가를 반복한다.
 몸은 쉴새없이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다.


 "뭐라는거야!! 너 이 놈!! 넌 똥도 못가리는 분충이냐!!"

 "테... 테에엣?!! 테... 테에에엣.. .테에.. 테테테......"

 "정말!! 뭐 이런게 들어왔어! 에잇! 이 똥벌레같은놈!!!"


 나는 쉬지 않고 고함을 버럭버럭내지른다.
 이제 메릴은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경련한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똥벌레 같은 년!! 똥도 못 가리는 더러운 년!!"

 "똥도 못 가리는 주제에 애완용실장석이라니! 더럽다! 더러워!!"


 나는 쉬지 않고 욕설을 내뱉는다.
 내가 고함을 지를때마다 메릴은 세차게 경련하다.
 테끅! 테끅! 거리면서 등과 어깨가 감전된듯 부르르르 떨린다.
 조그마한 얼굴은 눈물과 콧물 그리고 침으로 범벅이 되어있다.


 "죄송한테치... 죄송한테치... 주인님 정말 죄송한테치... 아타치를 한 번만.. 한 번만 용서해주시는테츄..."

 "메릴은 나쁜아이테치. 나쁜아이인테치... 와타치가 잘못한테치... 바로 고치는테치... 그러니 제발 똥벌레라 하지 말아주시는테츄..."


 메릴은 머리를 땅에 쿵쿵 박으면서 몇 번이고 용서를 구한다.
 부들부들 몸을 가눌 수 없으리만치 떨면서도 주섬주섬 사죄의 말을 올린다.
 하지만 그런 메릴에게도 '똥벌레'라는 매도는 참을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나 혼나는 와중에도 '똥벌레'라는 호칭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낸다.

 그도 그럴 것이 애완용 실장석.
 특히 엄한 훈육을 견뎌내고 상품으로의 가치를 인정받아 매대에 선 아이코우도우의 실장석이라면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생존률 10% 미만의 엄격한 훈련과정.
 언니와 동생. 때로는 친실장까지 죽어나가는 피로 얼룩진 그 길을 걸어나온 것이 바로 이들이다.
 함께 시작했지만, 수많은 이들이 훈련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나가 떨어졌다.
 그때 훈육사와 브리더는 통과하지 못한 이들을 두고 '똥벌레'라고 불렀다.
 '똥벌레'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구더기가 낀 똥만도 못한 존재.
 밥은 커녕 숨 쉴 가치조차 없다.
 살아가려면 '똥벌레'가 되서는 안 된다.
 '똥벌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다. 아니 죽어야만 한다.

 이런 말을 뼛속 깊이. 아니 위석에 새겨질 정도로 들었던 것이 바로 아이코우도우의 애완실장이다.
 죽을 만큼. 어떤 때는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이겨내고, 미쳐버리려고 하던 정신을 간신히 다잡을 수 있도록 한 것은 이것만 참아내면 '애완실장'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옥훈련을 견디고 당당히 아이코우도의 매대에 선 그 날, 브리더는 자부심을 가지라고 했다.
 너희들은 지금까지의 길에서 죽은 '똥벌레'와는 다른 고귀한 존재라고 말했다.
 그것은 메릴에게. 그리고 또 다른 모든 자실장들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긍심으로 남겨졌다.


 그런 자부심을.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애완실장에게 똥벌레라고 욕하는 것은-
 그야말로 실장석으로 살아온 평생을 송두리채로 부정하는 것과 같다.
 때문에 아이코우도우에서 주는 안내책자에서는 '아무리 화가 나도 똥벌레, 분충이라는 용어를 쓰지말아주세요'라고 확실히 명시되어 있었다.
 물론 나도 그걸 잘 알고 있다.
 벌써 몇 년째 아이코우도우를 애용하면서 그곳의 점장과 직원에게서 여러번 들은 것이니까.

 그래서 난 이 '똥벌레'라는 단어가 주는 파괴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뭐라는거야 이 똥벌레가!! 지금 주인한테 대드는거냐?!"



 "테... 테... 아닌테치.. 그런거 아닌테치 주인님... 와타치는 그저..."

 "닥쳐라! 정말이지 어디서 이런 똥벌레가... 똥도 못가리는 주제에 말대답이나하고..."

 "주, 주인님........."

 "입닥쳐!!"

 "테.... 텟..... 테에에엥... 테에에에엥...."


 결국 메릴은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지금까지 필사적으로 막고 있던 감정의 벽이 나의 매도로 인해 완벽히 허물어진 것이다.
 어떻게든 사죄를 하고 용서를 구하던 메릴이 엉덩방아를 찧고 주저앉은 채로 통곡한다.
 초록색, 빨간색 눈물이 볼을 타고 앞치마와 옷을 흠뻑 적신다.
 그러고도 눈물은 그치지 않아 바닥에 웅덩이를 만든다.


 아- 기분 좋다.
 그것을 본 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에 휩싸인다.
 그렇다 이것이야말로 나의 취미-
 나만의 실장석 기르기인 것이다.

 실장석 학대야 요즘 세상에 있어서는 별반 이야기거리도 되지 않는 일이다.
 나 역시 그 학대가 주는 짜릿한 맛을 어린 시절부터 경험해왔고, 나이를 먹은 지금에서도 끊지 못하고, 아니 끊기는 커녕 점점 더 가학적으로 발달시켰다.

 학대라고 하면 흔히들 생각하는 것이- 불로 지지고, 머리카락을 빼앗고, 꼬챙이로 찌르고, 칼로 베고, 강제 출산을 시키고, 눈앞에서 자식을 죽이고... 이런 것을 떠올리지만, 나는 다르다.
 물론 그런 육체적 학대도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고, 가치가 있음은 나도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은 가끔 생각날때 맛보는 길거리 포장마차의 음식 정도밖에 안된다.
 먹을 때는 나름대로의 맛이 있지만, 먹고 나면 별로 여운도 없고 의미도 없는-
 어쩌다가 한 번 먹는 것으로는 괜찮지만, 오랫동안 그것을 주식으로 삼기에는 어렵다.

 하지만 이 방법-
 물리적 폭력은 일절 배제하고, 말로, 언어로, 정신적으로 하는 학대는 그 맛이 완전히 다르다.
 자기 자신도 실장석을 괴롭히는 존재로까지 격하시켜야 성립할 수 있는 물리학대와는 달리, 이 정신학대는 그럴 필요가 없다.

 정신학대에서의 나는 어디까지나 착하고 상냥하면서 완전히 고결한 '주인님'이다. 
 내가 폭언을 하고 욕을 하고 고함을 치고 소리를 지르는 것은 '똥벌레'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뿐이다.
 그러니 내가 하는 행동은 아주 정당한 일이며, 그것을 아는 실장석도 반항하지 않는다.
 아니 반항은 커녕 어떻게든 자신의 잘못을 용서해달라고 빌어댄다.

 -이 각별한 맛은 물리학대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아주 독특하면서도 유니크한 맛인 것이다.



 메릴은 이제 몸을 둥글게 말고 귀를 양손으로 막으려고 애쓰면서 부들부들 경련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이....."


 메릴의 동그란 등이 가느다랗게 떨리는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욕설을 내뱉으려고 한 순간,
나는 간신히 오늘이 첫날임을 기억해내고 참아낼 수 있었다. 그렇다 아직 겨우 첫날인 것이다. 한 번에 너무 많이 베어먹으면 나중에 먹을 것이 남지 않는다.


 ".....일어나라."

 "...테... 테테테... 테... 테.... 테테테.. 테텟...."

 "일어나라니까!"

 "테, 텟츄! 텟... 테에에에... 주, 주인님....."

 "네 잘못을 이야기해봐라."

 "테, 테에?!"

 "이젠 말도 못 알아먹는거냐?! 네 잘못을 스스로 이야기해보라고!!"

 "테엣.. 텟... 테에.. 주, 주인님... 와타찌... 와타찌는........ 와타찌는....."

 "...ㄸ, 또, 똥을 못 가리고.... 똥을 싸버린테츄... 똥가리기를 못한.... 테...치.... 테에에엥..."

 "정말이지... 넌 대체 뭘배운거냐? 그러고도 네가 애완실장이야?"

 "테에에엥... 테에에엥.... 죄송한테치.. 죄송한테치.... 한 번만 용서해주시는테치.... 죄송한테치...."

 "......용서받고 싶냐?"

 "테, 텟! 물론테치! 주, 주인님... 제발...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테치...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인테치..."

 "좋아. 그 대신!"

 "....네가 더럽힌 그 옷과 팬티, 그리고 이불과 요. 전부 네가 세탁해야한다. 알았어?"

 "테, 테에에.. 테, 테치! 알겠습니다테치! 와타치, 빨래하는 것도 모두 배운테치! 반드시 깨끗하게 만들어보이는테치... 반드시... 반드시 그렇게 해보이는테츄!!"

 "좋아.... 어디 한 번 지켜보겠어."



 나는 메릴과 더러워진 이불, 요를 가지고 목욕탕으로 갔다.
 목욕탕 역시 자실장의 손이 닿는 위치에 냉수, 온수 밸브가 각각 하나씩. 그리고 자그마한 세탁비누와 샴푸, 스폰지가 담겨진 세면도구함이 있었다.
 언제든지 메릴이 사용할 수 있도록 첫날에 꾸며놓은 것이다.


 "자, 여기라면 너도 빨래를 할 수 있겠지?"

 "그, 그런테츄! 와타치... 반드시 깨끗하게 해보이는텟츄우우우!!"

 "그렇단말이지... 그럼 못하면 어떡할래?"

 "테, 테엣? ....테..... ....그, 그런 일은 없을 것인테치! 와타치 목숨을 걸고 반드시 해내는테치!"

 "흐음... 그래? 그렇다면 어디 두고보자."

 "....어제 말한대로 난 오늘부터 일을 하러간다. 내가 퇴근하고 돌아왔을때까지 깨끗이 해놓지 못한다면......"

 "테.... 테에......"

 "어디 두고보자."

 "테에에엥... 주, 주인님....."




************************************************************************************


 두 시간 뒤, 남자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선다.
 그런 남자를 현관 앞까지 가서 배웅하는 메릴.
 비록 남자가 자신을 쳐다보지 않아도 메릴의 태도는 정중하기 그지없다.
 고개를 꾸벅 숙여, 이마가 닿을 정도로 허리를 굽혀보지만 남자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쿵!


 육중한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면서 남자는 사라진다.
 그러고도 한참이나 지나서야 메릴은 겨우 고개를 든다.



 "....테에.... 주인님... 가버리신테치이....."

 "테에에엥... 테에에엥... 정말... 정말 죄송한테치... 와타치는... 와타치는 정말 바보테치...."

 "주인님께 수고를 끼쳐버린테치... 주인님을 화나게만든테치.... 테에에에엥... 테엥..."


 메릴은 다시 자리에 주저 앉아 통곡하기 시작한다.
 빨갛고 초록색인 눈물이 흠뻑 목덜미와 앞치마를 적신다.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두 눈이 퉁퉁 부어있다.
 원래는 눈부신 하얀색이었던 앞치마도 초록 얼룩과 빨간 얼룩이 덕지덕지 묻어있다.


 "....이렇게 울고만 있어선 아무 것도 되지 않아테치...."


 한참을 울던 메릴은 그제서야 큰 결심을 한듯 주저앉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제 퉁퉁부은 눈에서 새어나오던 눈물도 그쳤다.
 잔뜩 풀이 죽은 얼굴도 결연한 것으로 대체되었다.
 작지만 다부지게 꼭 쥔 주먹은 결의를 다지는 것처럼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와타치가... 와타치가... 한 일에 책임을 지는테치! .....주인님께 사죄를 드려야하는테치."

 "약속... 주인님과의 약속을 꼭 지키는테치! 응응.... 꼭 지켜야하는테치!"


 힘찬 걸음으로 메릴이 향한 곳은 욕실이었다.
 초록색 똥이 범벅이 되어버린 이불과 요가 놓여있었다.
 작고 앙증맞은 메릴의 팬티도 함께.


 "테에에에... 정말 부끄러운테츄..... 똥도 못가리다니... 정말 와타치는..... '똥벌레'......인.... 테치?"


 눈앞의 이불과 요, 팬티를 마주친 메릴에게서 방금까지의 당당함이 눈녹듯이 사라져버린다.
 귀도 돼지귀처럼 추욱 쳐져버렸다.
 다시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온다.


 "아, 아닌테체! 그런 거 아닌... 테치....  지금이라도 제대로 하는테치! 우울해지면 다-메 테치!"

 "빨래... 빨래를 하는테치... 반드시.... 절대로 깨끗하게 만들어보이는테치!!"



 아이코우도우에서는 실장석에게 기본적인 예절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재주도 함께 가르친다.
 이부자리 정리하기, 주변 청소하기, 물건 정리정돈하기, 옷 개기, 얌전하게 먹이 먹기....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애완실장석으로서는 반드시 배워야한다는 교양과목이었다.
 그 중에는 빨래도 있었다.


 "우선 뜨거운 물로 빨랫감을 적셔야하는테치... 충분히 적셨으면 비누로 문지르는테치... 그리고 다시 물로 헹구는테치... 웅웅... 그런테치... 잘 기억하고있는테치"

 "일단 물로... 적시는테치...."


 메릴 역시 우수한 실력으로 아이코우도우의 지옥 훈련을 견뎌낸 개체이다.
 특히 빨래와 청소는 원래 깔끔한 성격인 메릴과 궁합이 잘 맞아, 다른 누구보다도 뛰어나서 브리더와 훈육사에게 여러번 칭찬을 받은 적도 있었다.
 이번에도 반드시 깨끗하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물을 적셨으면... 더러운게 빠질때까지 밟는게 좋다고.... 닌겐상이 말씀하신테치..."

 "이렇게 밟으면 더러운 물이 빠지는테... 테텟? 테에엣??"


 신발을 벗고 조심스레 이불을 밟아가던 그린의 두 눈이 급격하게 커진다.
 당연히 물에 씻겨내려가야할 녹색 똥물이 오히려 점점 딱딱하게 굳어가는 것이다.
 이런 일은 배우지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당황한 메릴은 허둥지둥 점점 굳어들어가는 녹색 오물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왜, 왜이러는테치? 왜이러는테치? 이상한테치. 이상한테치. 분명히 더러운 물이 빠져야하는테치... 그런데 왜 이렇게 점점 진해지는테치? 왜 딱딱해져테치??"


 처음보는 기이한 일에 메릴은 눈에 띄게 당황한다.
 점점 더 초록색 똥물이 진해져가는 것이다.


 "치, 치, 치, 치, 침착... 침착하는테치... 그, 그런테치! 여기선 비누를....."


 떨리는 손으로 비누조각을 집어 녹색물에 문지른다.
 그러나 전혀 씻겨내려가지 않는다.
 녹색물은 오히려 옆으로 점점 더 번져가는 것 같다.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녹색물이 흥건히 묻은 곳을 중심으로 점점 이불이, 천이 오그라들고 있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남자가 오늘 새벽 주사기에 담아 뿌린 것은 단순한 똥이 아니라, 녹색 유화물감을 섞은 것이었다.
 유화물감은 일반적인 물감과는 다르게 한 번 굳어버리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물로 씻어내려고 들었다가는 더 큰 일이 난다.
 수분과 접촉을 하면 오히려 빳빳하게 굳어들고, 섬유자체에도 변형이 일어나 오그라들게 된다.
 유화물감을 씻어내려면 벤졸과 같은 용매나 특수약품을 쓰는 수밖에 없다.


 "텟.......치.......? 이......게..... 뭐...인테...츄?"


 하지만 그것을 알 리가 없는 메릴의 눈은 시꺼멓게 죽어가고 있었다.



 매주마다 반복되는 것이지만 월요일의 업무는 정말이지 참기 힘들다.
 어떻게든 주말의 달콤함을 위해 눈앞의 일들을 다음주로 미뤄두기만 해서일까. 지난 주에 별 생각없이 미루기만했던 일이 부메랑이 되어 눈앞에 쌓인다. 길고도 지루한 평일근무를 다시 5일. 또는 6일이나 더 버텨야 쉴 수 있다는 생각을하니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주변 동료도, 상사도, 거래처 사람도. 말은 하지 않을 뿐이지 같은 심정일 것이다. 덕분에 월요일의 사무실 분위기는 굉장히 침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신경질적이라 할 정도로 날카롭다.

 그런 일터에서 돌아온 날은 너무나 지친다.
 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서둘로 옷을 갈아입고 바로 욕실로 달려가본다.
 문틈으로 살짝 엿보니 메릴쨩이 물에 흠뻑 젖은 채로 열심히 이불을 씻어대고 있었다.


 "텟체! 텟체! 텟체! 텟체! 열심히 문지르는텟츄! 텟체! 텟체! 텟체! 텟체!"

 북북북북...

 "텟체! 텟체! 텟체! 텟체! 반드시 깨끗해질거인텟치! 텟체! 텟체! 텟체! 텟체!"

 북북북북...

 "텟체! 텟체! 텟체! 텟체! 할 수있는테찌! 해낼거인테체! 텟체! 텟체! 텟체! 텟체!"

 북북북북....



 메릴쨩은 미친듯이 비누를 이불에 문지르고, 양손으로, 아니 온몸으로 거품을 낸다.
 부글부글 거품이 일어 작달만한 메릴쨩을 덮어버린다.
 눈, 코, 입에 거품이 들어가 콜록콜록거리면서, 비명을 지르면서도 잠시도 손발을 쉬지 않는다.


 "좋은텟치! 이번에야말로 깨끗해질거인텟츄!"


 얼마나 문질러댔을까.
 이불은 거품에 뒤덮여 보이지도 않는다.
 메릴쨩은 수도꼭지로 가서 물을 튼다.


 "반드시!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성공하는텟츄!"


 꾸르르륵... 꾸륵...


 메릴쨩이 붙잡은 손잡이에서 물이 흘러나온다.
 거품덩어리가 씻겨내려가고 이불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 색깔은 여전히 초록색. 
 흉칙할 정도로 시꺼먼 암록색이었다.


 "테..........................에....."


 메릴쨩은 이번에도 실패한 것을 보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그 자신도 모르고있었지만, 이번은 오십일곱번째 실패였다.
 아침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밥은 커녕 수돗물로 입술만 축이고 하루종일 일했었다.
 손발이 너무 아파 잠깐 정신을 잃었던 것을 빼면 자리에 앉아봤던 적도 없었다.

 그러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이불을 깨끗이 씻어내는 것은 실패하고 말았다.


 "테...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너무한텟츄.... 너무한텟치.... 왜 깨끗해지지 않는테치? 테에에엥...."


 결국 메릴쨩은 울음을 터뜨린다.
 빨갛고 초록색의 피눈물이 가득가득 넘쳐흐른다.
 그렇게나 그렇게나 열심히했는데 어째서 깨끗해지지 않는거야.
 주인님... 도와주세요 주인님...



 "이봐."


 "텟?!"


 그 주인님이 눈앞에 서있었다.
 갑작스런 상봉에 메릴쨩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한참을 멍하니 남자를 올려다보다가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는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달려간다.


 "주, 주인니이이임!!! 테에에에엥!!! 주인님!!! 주인님! 주인니이이임!!!"


 메릴쨩은 눈물을 펑펑 쏟으며 남자에게 다가가 안기려고 한다.
 하지만 남자의 발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뒤뚱뒤뚱 달려오는 메릴쨩의 앞을 위협스럽게 막는다.


 "테......에....?"

 "뭐하는거냐 지금? 그런 더럽고 잔뜩 젖은 몸으로 어딜 오는거야?!"

 "테, 테틱?!"

 "정말이지... 넌 예의범절이라고는 조금도 모르는 것 같구나."

 "테...? 텟츄우...? 주, 주인님...."

 "너는 가게에서 뭐라고 배웠어? 더러운 몸으로 주인에게 다가와도 된다고 배웠냐? 아니, 그전에 몸가짐을 깨끗이하라고는 안 배웠어?"

 "테......."


 그제서야 메릴쨩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다.

 '와타찌가 성급했던테찌.... 주인사마에게 굉장한 실례를 저질렀다테치....'

 "넌 대체 왜 이렇게 멍청하냐? 응?"

 "테....테.. 테.... 주인님..........."

 "하루종일 뭘했길래 그렇게 더러운 꼴로 돌아다니는거야? 엉? 얌전히 있으라는 내 말은 뭐로 들은거야!!"

 "주, 주, 주인님... 와타찌... 하루종일 이불을 빨래했어요테츄.. 그래서 젖었던테치. 그래서 옷이 조금 더러워진테찌... 용서... 용서해주세요테치..."

 "뭐어?! 빨래를 했다고? 그래.... 그러고보니 너 아침에 분명히 목숨을 걸고 깨끗이 해놓는다고 했지? 어디보자."

 "텟!!!"

 "얼른 보자니까. 분명히 네가 약속했었지?"

 "테에에에...."

 "약속했었냐고 묻잖아!!!"


 나는 고함을 꽥 지른다.
 갑작스러운 고성.
 그것도 소리가 잘 울리는 욕실에서 가해지는 고성은 아직 어린 자실장 메릴쨩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다.
 하지만 정작 메릴쨩은 귀가 아픈 것을 인지할 겨를도 없다.
 주인님이 화났다는 것을 깨닫고 두려움과 죄송스러움에 벌벌 떨기만 할뿐이다.


 "주, 주, 주, 주, 주인님....... 저..... 저어.........테....치....."

 "그래 어디 보자. 여기 이게 이불이지....."


 나는 메릴쨩의 뒤에 있는 이불을 주웠다.


 "주, 주, 주, 주, 주인님...."


 메릴쨩은 어떻게든 녹색투성이 이불을 몸으로 숨기려고 하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다.
 난 단번에 이불을 낚아채서 펼쳐본다.
 그리고


 "뭐야아아아!!!! 야!!!!"


 아까전보다 두배는 큰 소리를 지른다.


 "너어!!! 지금 이게 빨래를 했다는거야?! 엉?!"

 "테테테테테테테테테....."


 메릴쨩은 이젠 대답도 못하고 덜덜덜 턱만 떨고 있다.
 눈망울은 급격하게 커져가고, 동공이 점점 확대된다.
 너무나 놀라 눈물조차 흐르지 않는다.
 그대신 반쯤 헤- 벌린 입에서 침이 주륵주륵 흐를 뿐이다.


 "이걸봐라!! 이게 깨끗하게 해놓겠다고 한 결과냐?! 엉?!!"

 "테테테테테테.... 테테...."


 그래도 메릴쨩은 아무말도 못하고 턱만 덜덜덜 떤다.


 "대답을 해라 이 똥벌레새끼야!!!!"

 "테엣챠?!!!"


 음. 역시 똥벌레라는 소리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단번에 자리에 허물어지듯이 주저앉는다.


 "정말 답이 없는 분충이다! 진짜 똥벌레야!!"

 "똥도 못가리는 주제에 거짓말을 해? 깨끗이 해놓겠다고 했으면서 왜 지키지 않았나?!!"

 "테... 테테테테테테......"

 "대답해라 이 병신같은 년!!!"

 "히끅!! 테... 테츄..... 주인님... 와타찌는....."

 "와타찌는..... 와타찌..... 정말 노력한테치.... 잠시도 쉬지않고 빨래를 했어요테치..... 그런데도... 그런데도.... 도저히 깨끗해지지 않는 테치...." 

 "어디서 말대답이야 이 똥벌레가!!!"

 "테햐아?!"

 "뭐? 열심히 했어? 열심히한 결과가 이거냐?! 너도 눈이 있으면 봐라 이 쓰레기년!!"


 나는 온갖 욕설로 메릴쨩을 매도하면서 손에 든 축축한 이불을 바닥으로 집어던진다.
 유화물감이 계속해서 비누와 접촉해 이젠 초록색이 아니라 시꺼먼 색을 띠고 있다.
 여기저기 너덜너덜거리는 것이 정말 열심히 빨래한 것 같다.
 구멍이 날 정도로 문질러댔겠지.


 "자, 봐라!! 이게 빨래를 했다는 놈의 결과냐? 흥!!! 보나마나 하루종일 낮잠이나 자다가 거짓말을 하는거겠지."

 "아, 아, 아닌테체에!!!! 그런거... 그런거 아닌테츄우우우!!! 메릴은 정말정말 열심히 했...."

 "닥쳐라!!! 지금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거냐?!"

 "테? 테엣? 테..... 그... 그런게 아닌테츄...."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거냐?! 대답해!!"

 "아... 아닌테치... 주인님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테치...."

 "그래? 그럼 네가 거짓말을 한거지?"

 "테햐아?! 테테... 그.... 그렇지 않은테치... 와타찌 절대 거짓말 하지 않았어요 테츄...."

 "뭐야아아아!!! 그게?! 나도 거짓말을 안 했고, 너도 거짓말을 안 했는데 왜 이불은 이렇게 더러운거냐?!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테... 테테테테테...."

 "대답해라, 이 분충!!! 네가 거짓말을 했지?!"

 "테.... 그.... 그... 테...."


 이젠 말에 논리도 없고 그저 윽박지르기만 할뿐이다.
 하지만 이미 메릴쨩은 그런 것을 구별할 수 있을만한 정신이 없다.
 그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채 주섬주섬 되는대로 말을 할뿐이다.

 음- 좋다.
 오늘 하루 받은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


**********************************************************************


 실컷 욕을 쏟아내고 나는 메릴을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두려움과 추위에 오돌오돌 떠는 메릴을 수건에 감은 다음 나는 미리 준비한 거울을 가지고 왔다.
 크기는 메릴의 키보다 조금 큰 정도. 그것을 벽에다 잘 걸어둔다.
 그리고 메릴을 부른다.


 "이리와라. 메릴."

 ".....네, 테츄....."

 "오늘 넌 아주 큰 잘못을 했다. 그렇지?"

 "...네... 네....테치..."

 "그게 뭐냐?"

 "테.... 와타치는.... ㄸ, 똥을..... 못 가린테츄.... 그래서 이불과 옷을 더럽힌테치..... 그리고..."

 "주인님과의 약속.... 이불을 깨끗이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테츄..."

 "그래. 바로 그거다. 벌을 받아야겠지?"

 "........네 테치.... 벌.... 받는테치.... 받아야하는테찌..... 와타찌가... 잘못한테츄..."


 메릴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린다.
 콩콩하며 이마를 바닥에 부딪힌다.
 부들부들 떨어대는 그 작은 모습은 진심으로 사죄를 하는 것이다.


 "벌을 받겠다라고? 좋다. 일어나라 메릴."

 "여기 거울을 봐라. 뭐가 보이나?"

 "테.... 테에.... 와타찌... 메릴이 보이는테쮸..."

 "아니다."

 "...테에?"

 "여기 비치는건 메릴이 아니다. 똥벌레다."

 "테퍗?!"

 "난 메릴을 똥도 못가리고, 이불을 더럽히고, 빨래도 못하는 그런 똥벌레로 기른 적이 없다."

 "--그러니- 지금 이 거울에 비치는 건 메릴이 아니라 똥벌레다."

 "테.... 아닌.... 테츄.... 그런거 이야...테치...."

 "뭐라고?!"


 나는 짐짓 목소리를 높인다.
 갑작스러운 나의 역정에 메릴은 다시 짧은 팔로 귀를 막으려고 애쓰며 고개를 세차게 흔든다.


 "테챳! 테... 주인님.... 죄송한테치... 죄송한테치... 하지만... 똥벌레라고하지는 말아주시는테츄..."

 "와타치... 와타치 어떤 벌이라도 받는테츄... 닌겐사마에게... 가게에서 그랬던것처럼 맞아도 좋은테츄..."

 "죗값을 치르게해주시는테치..."


 스스로 매를 맞겠다고 자처하다니.
 정말 훌륭한 마음가짐을 가진 실장석이다.
 솔직히 왜 자기가 체벌을 받아야하는지 의심스러운 상황.
 그녀 자신도 그런 의문이 조금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그런 것을 드러내지 않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
 이 어찌 갸륵하지 아니한가.


 "흥! 똥도 못가리는 더러운 똥벌레따위에게 손대기는 싫다!"

 "테챠!!"

 "아직도 넌 정신을 못차리는 것 같군."

 "어이 똥벌레! 지금부터 거울을 보면서 내가 하는 말을 따라한다!"

 "테지이이...?"

 "나는 똥벌레다!"

 "테챠아아?!"

 "뭐하는거냐! 당장 따라해라! '나는 똥벌레다!'"

 "테..... 테...... 테...."

 "이 똥벌레가 뭐하는거야!! 야!!!!!!"


 나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큰 고함을 지른다.
 메릴은 다시 피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따라해라!! 당장 따라해!! 나는 똥벌레다!!"

 "테챠아아... 테챠... 안되는테치.. 못하는테치..."

 "따라해라!!!! 따라해!!! 따라해!! 따라해!!!!!!"

 "테챠... 테... 테..."

 "따라하라니까 이 똥벌레!!! 공원에다 내다버린다!!!"

 "테갸앗?!"


 공원에 내다 버린다는 말을 들어서일까.
 메릴은 조그만 입을 놀려 중얼거린다.


 "와......타찌는.... ㄸ... 또.... ㄸ... 똥.... 똥벌레....테.....츄..."

 "안들린다 더 크게!! 그리고 더 빨리 말해!!"

 "와타찌는.... 또... 똥벌레... 테....치...."

 "더 크게!! 더 빨리!!"

 "와타찌는... 똥벌레...테치..."

 "더 크게!! 그리고 거울을 쳐다봐라!!"

 "와타찌는... 똥벌레테치..."

 "더 크게!!! 눈을 감지마라! 눈을 떠라!! 눈앞에 있는게 뭐냐?! 말해!!"

 "와타찌는 똥벌레테챠아아아아아!!! 테에에에엥!! 테에에엥!!!"

 "시끄럽다!! 울지마라 이 분충!!"



*******************************************************


 교육은 거의 삼십분이나 계속되었다.
 그 결과 메릴은 내가 시킨대로 제법 잘 해내게 되었다.
 지금도 거울 앞에서 거울을 향해 손가락질 하며 우렁차게 대사를 외우고 있다.




 "너는 똥....벌레테치.... 너는 똥벌레....테치....... 너는 똥벌레테치...."


 처음에는 '나는 똥벌레다!'라는 대사를 외우게 시켰다.
 한참을 그 대사를 외우게 한 다음, 어느 시점에서는 거울을 향해 손가락질 하면서 '너는 똥벌레다.'라고 말하게 시켰다.

 이것도 꽤나 격렬하게 거부했지만 결국 내 말대로 하게 되었다.


 "너는 똥...벌레..테치.. 너는 똥벌레테치....  테에엥... 테엥.. 테끅... 테끅... 너는..."


 거울에는 자신의 모습이 고스란히 비친다.
 그것을 보고 똥벌레라고 매도하게 시킨다.
 언뜻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자부심이 높은 실장석. 특히나 스스로가 엄격한 훈련을 통과했다고 자부심을 느끼는 애완용실장석에게 있어서 이것은 그야말로 정신을 붕괴시킬 정도로 효과가 있었다.

 다른 실장석들이 놀려도 참을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인 실장석이다.
 그런데 그것을 그렇게 자부심 높고, 자존심이 센 애완용 실장석이.
 자신의 입으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욕을 하게 만든다-

 그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울만큼 치욕적이고 힘든 일이다.
 정신력이 약한 실장석은 피를 케폿- 하고 토하며 죽어버리기도 한다.

 지금 메릴이 피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거울을 향해 연신 똥벌레라고 외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너는... 똥벌레테치.... 너는... 똥벌레테치..."

 "어이, 똥벌레~~ 목소리가 점점 줄어드는데?"

 "너, 너는 똥벌레테치!! 너는..... 똥벌레테치!!"

 "좀 더 큰소리로!! 그리고 얼굴 돌리지마라!! 손을 더 뻗어!!"

 "너는 똥벌레테치!! 너는 똥벌레테치!!!!!! 너는 똥벌레테챠아아아아!!!!!"



 나는 메릴이 그렇게 자신을 똥벌레라고 매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맥주를 홀짝거린다.
 야구 하이라이트가 TV에서 흘러나오지만 음소거를 해놓고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것보다 훨씬- 적어도 100만배는 즐겁고 재밌는 것이 일어나고 있으니까.


 "너는 똥벌레테챠아아악!!! 똥벌레... 똥벌레... 너는 똥벌레테챠아아아!!!!!"


***************************************************************************



 맥주가 조금 과했을까.
 소파에서 잠깐 졸았던 모양이다.
 눈을 떠서 시계를 보니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다.
 이런- 내일도 출근하려면 얼른 자야겠다.




 문득 메릴이 생각나서 쳐다본다.
 메릴은 이제 더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눈은 시꺼멓게 죽어들어가있고, 바보스럽게 침을 질질 흘리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잠시도 입이 쉬지 않는다.


 "너는 똥벌레테치... 너는 똥벌레테치...  너는 똥벌레테치... 나는 똥벌레테치.... 나는 똥벌레테치..."

 "너는 똥벌레테치... 너는 똥벌레테치... 나는 똥벌레테치... 나는 똥벌레... 똥벌레...."


 으~응. 깜빡했구나.
 나 이거 시켰었지.


 "어이 똥벌레... 아니 메릴. 이만해도 좋아. 들어가 자라구."

 "나는 똥벌레테치... 나는 똥벌레테치... 나는 똥벌레테치... 나는 똥벌레테치..."


 이런이런 너무 시켜서 머리가 맛이 간 건가?
 이것도 너무 시키면 바보가 되는데....

 오늘은 직접 침대로 데려가서 재워줘야겠다.


 "나는 똥벌레테치... 나는 똥벌레테치... 나는 똥벌레테치... 나는 똥벌레테치... 나는 똥벌레테치... "



나는 메릴에게 육체적인 괴로움은 절대로 주지 않는다.
 밥먹이를 빼앗아 끼니를 굶기거나 옷이나 머리카락을 두고 협박하지도 않는다.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손을 대는 일따위는 결단코 없는 것이다.
 머리카락을 잡아 뽑고, 옷을 태우고, 팔을 자르고, 내장을 쑤시고, 강제출산.....
 그런 것은 길가에 돌아다니는 들실장에게나 하는 것이다.
 그런 천박한 학대는 이런 고급 실장석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고급 실장석에게는 고급 실장석에 어울리는 학대를 해줘야 하는 것이다.



 메릴의 이불과 침대가 녹색범벅이 된 그 날 저녁에 바로 최신형의 침대와 이불, 베개로 교체해주었다.
 먹이도 역시 이전처럼 최고급으로 준비한다. 
 오늘은 최고급 마츠자카 안심 스테이크와 카르보나라풍 연어 스파게티, 고사리떡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토핑을 준비했다. 무게대비로 따져보면 내가 입에 대는 것보다 훨씬 고급이다.
 식사 이외에도 언제나 마음껏 간식을 먹을 수 있도록 콘페이토는 아예 메릴의 몸통만한 병에 가득 담아주었다. 이것도 슈퍼에서 파는 싸구려 콘페이토가 아니라 실장샵에서 판매하는 제대로 된 실장석용 콘페이토다. 실장석이 좋아하는 과일향과 꽃향기에 특수 감미료를 섞어 보통의 그것보다 열배는 더 비싼 제품이다.
 급수대도 3개나 준비해주고 있다. 하나는 시원한물. 하나는 달콤한 오렌지 쥬스(사과쥬스, 포도쥬스, 자몽쥬스 등 매일매일 다른 맛으로 바꿔준다). 하나는 영양 높은 스포츠음료수이다. 이것 역시 48시간동안 냉보온이 가능한 최고급 제품이다.


 구름 위의 존재라고 알려진 세레브 실장을 제외하고서는.
 아니 세레브 실장에 비해서도 그다지 뒤지지 않는 대우를 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메릴은 날이 갈수록 메말라갔다.




 "야!! 흘리지 말고 쳐먹으랬잖아!! 왜 자꾸 흘리고 먹어!!"

 "테... 테치... 죄송... 죄송합니다 테치... 죄송해요테치..."

 "입에 음식이 있으면 말하지마라 이 분충!!"

 "테............"



 '주인님 죄송한테치... 죄송한테치....'


 메릴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입에 든 것을 우물우물거리고 있다.
 실장석의 꿈이라고 하는 스테이크.
 그 스테이크에서도 정점에 위치한 마츠자카 소의 안심을 입에 물고 있지만, 메릴은 아무런 맛도 감동도 느끼지 못했다.
 그저 겨우겨우 눈물을 꾹 머금고 기계적으로 입을 놀려 씹어갈 뿐이다.
 분명 향긋하고 달콤하면서 농후한 맛이 입안 가득히, 혓바닥 올올히 새겨들 것인데, 메릴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지금 메릴은 고기의 맛따위를 느낄 여유란 없었다.
 어떻게든 지금의 식사시간에 있어서 주인님께 흠결이 잡히지 않아야하는 것이다.



 남자가 메릴에게 앞으로 같이 밥을 먹자꾸나. 라고 했을 때, 메릴은 진심으로 감동했다.
 주인님과 함께 하는 식사.
 주인과 함께 밥을 먹는 다는 것은 모든 자실장들에게 있어 꿈과 같은 일이었다.
 인간에 있어서는 신데렐라가 되는 일. 아니 그 이상이라고나할까..

 실장석에게는 그저 같은 시간에 밥을 먹기만해도 감격스러운 일이다.
 주인은 식탁에서 먹고, 실장석은 차가운 바닥 한 구석에서 개처럼 엎드려 홀짝거려도 그 식사는 영광스러운 것이다.
 감히 주인님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밥을 먹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는 그것을 훨씬 뛰어넘어 같은 테이블에서 밥을 먹자고 했다.
 그것은 감히 메릴으로서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엄청난 제안이었다.


 "테츄웅~♥"



 그러나 그것이 지옥이라는 것을 깨닫기 까지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년!! 이 더러운 년! 또 흘렸지!!"

 "테.. 텟챠...!"

 "야! 내가 말한지 1분도 안 지났다! 그렇게 네 년의 대가리는 돌대가리냐?!"

 ".......테........"

 "이런 똥벌레같은 년! 주인의 말을 무시해?! 야!!"

 "...테.. 테... 텟챠... 주... 주인님 그것은 저기....."

 "밥을 다 삼키고 대답하랬지 이 똥벌레!!"

 "테... 테튜우우......"



 남자는 식사시간 내내 메릴을 욕하고 매도하며 시간을 보낸다.
 남자가 지적하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밥을 소리내서 먹는다. 입에 음식이 든 채로 이야기를 한다. 흘리면서 먹는다. 맛있는 것만 골라서 먹는다. 편식한다. 많이 먹는다....
 메릴이 무엇을하든 혼을 냈다.

 당장 오늘만 해도 자실장인 메릴이.
 아니 자실장을 떠나 실장석으로서 먹기 대단히 어려운 스파게티가 메뉴로 나왔다.
 손가락이 없는 뭉툭한 손이라 젓가락은 커녕 스푼조차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게 실장석이다.
 그런데 오늘은 스파게티가 나온 것이다.


 남자가 준비해둔 실장석용 포크와 수저세트로 남자가 하는 것을 흉내내어 면을 감아올리려고 하지만 그대로 테이블 위에 철퍼덕 떨어뜨린다.
 메릴의 얼굴색도 까르보나라의 크림색처럼 새하얗게 꽃으로 질려버린다.


 "이 년!!! 기껏 준비해둔 음식을 흘려? 너는 식사예의도 모르는 분충이냐?!"

 "테.... 테챠아!! 주인님! 용서해주시는테체!!"

 "아... 정말 무식하고 교양없는 년이라니까... 넌 이런 것도 안 배웠니?"

 "테... 테츄... 죄송한테츄... 용서해주시는테치..."


 실제로 배우지도 않았다.
 아무리 아이코우도우가 애호 실장석의 명가라지만, 어디까지나 실장석 레벨에서 가능한 것만 가르친다.
 엄격한 식사예절을 가르치고 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실장푸드를 먹는 것을 기본으로 스테이크와 초밥, 콘페이토우 같은 고급음식이면서도 실장석과 친숙한 음식 몇 가지를 더 가르칠뿐이다. 
 애초에 정상적인 실장샵이라면,  사람들도 맵시있게 먹기 어려운 스파게티 먹는 법 같은 것은 당연히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다.


 "또 흘렸구나!!"

 "히기! 죄, 죄송합니다테체.... 더.. 더욱 더 노력하는테치....."

 "이런이런 정말 똥벌레라니까..."

 "테체! 테... 테에에엥... 텡...."

 "음식 앞에 두고 울지마라!!"



 메릴은 끝없이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다.

 남자. 
 주인의 잘못은 정말 조금도. 티끌만치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앞에 차려진 음식은 정말정말 너무도 훌륭하다.
 그녀가 보통의 애완 실장석과는 다른 최고급 영양푸드를 먹으며 자라왔다고 해도, 콘페이토우를 먹어보는 것이 3대에 걸친 소원이라는 들실장과는 다르게 매일 2알씩 콘페이토를 받는 고급스러운 생활을 했다고 해도.
 남자가, 주인이 차려주는 음식은 그런 과거의 그것과는 몇 단계나 더 높은. 아니 그 이전에 상상조차 못해본 것이었다.

 그렇기에 메릴은 자신을 책망한다.

 '테히이... 이렇게 맛난 음식을 차려주신 고마운 주인님인테츄... 그런데도 와타치는 더럽게 먹은테치... 정말 무능한테치...'

 '혹시... 혹시혹시혹시혹시.... 와타...찌... 정말로 똥벌레인....테츄?'

 '그런거인....테치?'



 사실 지금 메릴이 하는 행동은 애완실장 레벨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뛰어난 것이었다.
 일반적인 애완실장. 설사 아이코우도우의 고급애완실장이라고 하더라도 이정도의 진수성찬을 받게 되면 흥분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엄한 예의범절과 조교를 받은 실장석이라도 어디까지나 실장석.
 그 탐욕의 화신에게서 이렇게 좋은 음식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도 예의범절을 요구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인 것이다.

 하지만 메릴을 그런 탐욕을 일으키기에 앞서 주인에게 감사의 예를 표한다.
 아무리 맛있어보여도 먹이를 게걸스럽게 탐닉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예의범절(그것이 한 번도 배우지 못한 것이지만)을 차려 먹으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실장석의 레벨을 아득히 뛰어넘은 훌륭한 행위인 것이다.


 물론 남자도 실장석을 십수 년이나 키워보았기에 그런 것쯤은 당연히 알고 있다.



 철퍼덕


 또 다시 스파게티가 하얀 국물과 함께 테이블 위로 떨어진다.
 자주색 테이블보가 하얀색으로 물들어가면서 그와 동시에 메릴의 얼굴도 같은 색으로 변한다.


 "또!! 또!!! 또!!! 또오오오!!!!!"

 "죄송한테치! 죄송한테치! 다시... 다시 사죄드리는테치! 용서해주시는테체아아!!"

 "이런 병신같은년 식탁에서 소리지르지마라!!"

 "테......."

 "정말이지... 어디서 이런 똥벌레가... 이 정도도 못하는 똥벌레라니... 정말 똥벌레라니까 제기랄!"

 "............"

 "왜 가만히 있는거냐? 지금 불만있다는거냐?!"

 "테, 테에! 그, 그런거아닙니다테치! 와타치는.. 그저.... 주인님이 조용하라고하셔서... 가만히테치..."

 "닥쳐라!! 뭘 잘했다고 주절거리는거야!!"


 메릴은 고개를 숙여 눈을 감고 두 손으로 눈을 꽉 누른다.
 눈물이 손틈으로 주륵주륵 새어나온다.


 '테... 눈물 나오면 안되는테치... 제발 나오지말아주는테치... 눈물 나오면 또 주인님이 싫어하시는테치.... 그럼 또 혼나는테치... 그런거 이야테치...'


 메릴은 밥이 먹기 싫어졌다.
 아무리 산해진미라고해도 이렇게까지 혼나면서 먹고 싶지는 않았다.
 주인님을 이렇게까지 화내게하면서까지 먹고 싶지 않았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굶는게 났다.
 배는 고프겠지만, 더이상 주인님을 화내게 하지 않아도 되니까. 더이상 실망시켜드리지 않아도 되니까.


 "저어... 주인님테찌... 와타찌 배부른테치... 이제 그만 먹어도 좋은테치..."


 메릴은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며 남자에게 말한다.
 식사가 시작된지 10분이 지났지만, 입에 넣은 것은 국수 몇 가닥과 하얗고 달큼하고 짭짤한 국물 조금이 전부였다.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진동을 하지만, 전혀 먹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와타찌 이제 배불러요테치! 이제 가득가득 먹은테치!"


 메릴은 애써 눈물을 감추고 입에 억지로 미소를 짓는다.
 주인님께 걱정을 끼쳐드려서는 안된다는 생각과 혹시나 반항으로 비춰질까봐를 염려해서 그런 것이다.
 하지만 그 상냥한 마음도 남자의 고함소리에 박살이 나버린다.


 "네 이 년!! 이 분충!! 똥벌레!! 더러운 돼지!! 뭘 잘했다고 히죽거리는거야!!"

 "테챠아?!"

 "그렇게 혼나고도 정신을 못차렸어?! 반성하는 기미도 없구나 이 똥벌레!!"

 "죄송합니다테치! 죄송합니다테치! 반성하고있는테체! 무례를 저지른테치! 용서해주세요테치이이!!"

 "그리고 뭐? 다 먹었어? 음식을 남기겠다는거냐?!"

 "테... 테... 그런거 아닌테치... 와타치는.. 그저...."


 남자의 잔소리는 다시 10여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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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릴은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며 스테이크로 손을 뻗는다.
 이것도 나이프와 포크를 능숙하게 써야하지만, 그래도 스파게티보다는 훨씬 더 먹기 쉽다.
 야무지게 포크와 나이프를 놀려 밥을 먹는 메릴이지만, 그래도 남자의 호통이 벼락처럼 떨어진다.


 "이 년!! 고기만 골라먹다니! 골고루 먹어야지! 왜 이건 안 먹어?! 반항하는거냐?!"

 "테에... 그런거 아닌테치이..."


 메릴은 눈물을 흘리며 스파게티로 포크를 옮긴다.


 "테엥.. 테에에엥...."

 "밥먹는데 재수없게 울지마라!!"

 "히끅... 히끅......"




 철퍼덕



 "테챠아아아?!"


 또 스파게티가 떨어진다.


.
.
.
.


 식사가 시작된지 30분이 지났지만 메릴의 몫은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쇠고기 스테이크도 2/3 넘게 남아있었고, 스파게티는 테이블에 떨어진 것을 다시 그릇에 담았기때문에 원래와 같은 양. 아니 처음보다 더 늘어있었다. 국수가 수분을 흡수해서 더 불어난 것이다.
 남자는 자신 몫의 식사는 예전에 끝내고 느긋하게 에스프레소를 한잔 마시며 메릴을 지켜보고 있다.

 메릴은 그런 남자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부들부들 떨면서 쇠고기 조각을 집는다.
 하지만 도무지 입에 넣을 자신이 없다.







 또 흘리지 않을까.
 또 고기만 먹는다고 혼나지 않을까.
 또 무슨 실수를 지적받을까...

 그것이 두려운 것이다.


 그런 메릴을 보고 남자는 상냥하게 말한다.



 "왜 그러니? 맛있게 먹어라."



 애완 실장석에게 있어서 가장 큰 즐거움은 주인과의 교감이다.
 먹는 것과 자는 것을 가장 우선시하는 보통의 실장석과 달리, 뱃속에 있을때부터 철저한 주입식·세뇌식 교육을 받아온 애완실장석은 굶주림과 졸림보다 인간(주인)의 관심을 더 추구하도록 변한다. 고급이면 고급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짙게 나타나서, 종내에는 실장석 스스로가 주인님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된다. 이러한 속성은 주인에게 있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가만히 있어도 실장석이 먼저 애교를 떨고, 살갑게 다가오는 것은 절로 마음이 흐뭇해지는 것이니까.

 애완 실장석과 교감을 나누는 방법은 산책, 놀이, 책읽어주기, 식사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실장석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대화였다. 교감이라기보다는 운동에 가까운 산책과 놀이.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책 읽기, 식사와는 달리, 대화는 사랑하는 주인님과 비교적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 즉, 실장석이라고해도 주인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항상 주인님께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하는 그녀들에게 이것은 지고의 기쁨이었다.

 그러나 메릴이 잠을 설쳐가면서도 바라마지 않던 그 '대화'는 이제 전혀 다른 느낌으로 변해버렸다.



 남자와 메릴은 각자의 소파에 몸을 충분히 파묻고 TV를 보고 있는 중이다.
 메릴이 앉아있는 소파는 실장석용으로 특별히 설계된 주문제작품으로 그 가격은 인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피대비로 따지면 오히려 스무배는 높은 가격일 것이다. 실장석이 좋아하는 침향목을 소재로하여 장인이 조각칼로 하나씩 깎아내고, 조립을 할때도 못 따위는 일절 쓰지 않고 나무와 나무를 엇갈려서 만든다. 겉에 바르는 도료도 화공약품은 일절 쓰지 않고, 천연 벌꿀과 염료를 적당히 섞어 향기로운 냄새가 오래 퍼지도록 하는 놀라운 물건인 것이다. 약간 과장을 보태면 거기 앉아있기만해도 향기로운 냄새가 몸에 밴다고 할 지경이다.

 그런 소파에다 자그마한 실장석 전용 커피테이블도 옆에 놓여져있다.
 그 위에는 특제우지챠가 담긴 보온병과 간식으로 최고급 콘페이토우, 실장용 치즈, 돼지껍질튀김이 각각의 바구니에 그득히 담겨있다.

 편안한 소파에 몸을 파묻고, 간식을 먹으면서 TV를 본다.
 이것만해도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일텐데, 거기에 주인과의 대화까지 더해진다면...
 그것은 애완실장석이라고 하더라도 감히 꿈꿔볼 수 없는 사치와 행복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런 사치와 행복을 모두 누리고 있는 주인공.
 메릴의 안색은 그다지 편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최근 북미 전역에 이른 경제한파는 관련 업체의 불황은 물론, 전체적인 주식보유량의 재고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에 국제통화기구에서는 당기금 절상을 통한 환형급락을 방지하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음... 확실히 그다지 좋지 않구나아~ 그래, 메릴. 너는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테..... 테에에.... 엣? 테........?"

 "방금 본 내용 말이야. 너는 지금 당기금 절상이 옳다고 생각하니?"

 "테..........츄....우....?"


 메릴의 뒷목이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들어간다.
 무언가 대답을 해야하는 상황이란 건 알고 있다.
 주인님이 질문을 한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뭐라고 대답을 해야하는지.
 아니, 그 이전에 대체 무엇을 물어본 것인지조차도 메릴은 이해할 수 없었다.


 '테..... 테...... 뭐인테츄우? 뭘 본 테치? TV에 이상한 닌겐사마가 나오고... 뭐라고 말은 분명히 한 테치...'

 '그래도 무슨 말인지...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은테치....'


 메릴은 커다란 머리를 붕붕 흔들어가며 기억을 떠올려보려고 애쓰지만 헛된 일이다.
 남자가 틀어놓은 TV 프로그램은 경제 전문 방송. 그것도 초보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최소한 아마추어 애널리스트라고 간판을 걸만한 사람들이나 간신히 이해할 정도의 고차원적인 내용이다. 물론 남자도 앵커가 말하는 내용의 80% 이상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

 남자만해도 그럴 수준인데, 실장석.
 그것도 자실장인 메릴에게 그것을 이해한다는 것.
 나아가 무언가 의견을 구사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노력의 여하, 재능의 여부를 떠나서 안되는 건 안되는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도-
 당연하게도 충직하고 착한 메릴은 그런 것을 모른다.
 그저 어떻게든 답을 해야한다는 것만이 머릿속에 맴돈다.


 '테테테테테... 테... 어쩌는테치... 정말...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는테찌......'


 남자는 그런 메릴을 느긋하게 지켜보면서 캔맥주를 홀짝거린다.
 커다란 머리통을 두손으로 부여잡고 데굴데굴 눈을 굴린다.
 식은땀이 얼굴 가득히 흘러내린다.
 얼굴은 삶은 호박처럼 새빨개져서 어쩔줄을 몰라한다.


 '뭐라고 대답해야 좋은테치? 뭐인테치?'

 '테에엥... 테엥.... 텟슨.... 텟슨텟슨텟슨.... 이젠 뭘 물었는지도 기억 안나테치... 아무 것도 기억 안나는테치...'

 메릴은 가슴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차오르는듯한 기분을 느꼈다.
 마음이 답답하고 눈가가 뜨거워진다.
 애써 눈을 찌그러뜨리면서 눈물이 새어나오지 않게 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울면 안되는테치... 울면 주인님이 싫어하시는테치... 우는것 이야테치.....'

 '테에.. 테에에엥... 그래도 눈물이 나오는테쮸... 테.... 테엥.... 텟슨텟슨....'



 한참이나 쩔쩔매는 메릴을 내려다보던 남자는 이내 지루해졌는지 큰소리로 호통을 내지른다.


 "그것도 모르냐 이년아!!!!"

 "테챠아아아!!!"


 오십센치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지르는 고함소리.
 그 정도의 고성을 그렇게나 가까이서 들었는데 부리부리하며 똥을 싸지 않은 것은 메릴이 얼마나 엄한 교육을 받아온 실장석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였다. 메릴은 갑작스런 고함에 귀를 막고 엎드려 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지만, 빵콘을 하는 것만은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그렇게 탈분은 참아냈지만, 남자의 고성은 아직 어린 자실장인 메릴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하고, 머리를 어지럽히기에는 충분했다. 몇 번 텍-텍- 거리며 헛구역질을 하고, 몇 번이나 몸을 부르르르 떨어대고나서야 겨우 진정이된듯 남자를 올려다본다.

 "주, 주인님... 죄송... 죄송해요테치.... 모르겠는테...치...."

 메릴은 온몸을 가을바람에 잔가지가 휘날리듯 격렬하게 떨어대고 있다.
 고개를 연신 꾸벅꾸벅 숙이면서 남자에게 사죄를 청하지만,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혼난 것이 몇번째일까.
 어제나 지난 날은 말할 것도 없고, 당장 오늘만 해도 몇 번인지 셀 수 조차 없다.

   
 "죄송... 죄송해요테치... 용서를.. 용서해주세요테치... 몰라서 죄송한테치..."

 "몰라서 미안한테치... 주인님 화내는거 이야테치... 화내지 말아주셨으면테치... 사죄하는테치"

 "죄송한테치... 죄송한테치... 공부하는테치... 와타찌 공부해서 대답하는테치.. 죄송한테치..."


 주먹만한 피눈물을 뚝뚝 흘리지만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한다.
 그저 허리가 반으로 접힐만큼 숙이면서, 고개를 꾸벅꾸벅 땅에 쳐박는다.
 어찌나 깊이 숙였는지 허리에서 뚜둑뚜둑하는 소리가 날 지경이다.

 하지만 그런 메릴을 보며 남자는 더욱더 매도를 가한다.


 "너 정말 애완용실장이 맞니?"

 "테, 테, 테, 테에? 그, 그런테치... 와타찌는... 와타찌는... 브리더사마의 교육을 모두 통과하고 증표도 받은테치... 가게 뒷편의 교육장에서 통과하고 매장에 설 '자격'을 받아....."

 "그런 년이 왜 이렇게 무식한거야!! 앙!!!"

 "테개!"

 눈물을 주섬주섬 주워 삼키면서 겨우 말을 이어나가던 메릴이 전기에 감전된듯 푸드덕 경련한다.

 "그런 교육을 받았다는 년이!! 증표까지 받았다는 년이!! 이 정도로 멍청하다는거야? 이런 쉬운 질문 하나도 대답못하는 주제에! 그러고도 네가 '자격'이 있다는거냐?!"

 "............테........."

 ".......거짓말이지?"

 "테...... 테에? 무, 무슨 말인테치.... 주인니....님?"

 "그러니까 너 거짓말한거지? 교육을 통과했다는 거... 아니, 애초에 넌 교육도 안 받았지?"

 "테, 테햐아아아?! 무, 무슨 소리인테치 주인님! 와타치는 분명 교육받은테치! 아이코우도우의 애완사육실장 시험을 통과해서 가게에 진열되는 자격을...."

 "그럼 대답해보란말이야!! 방금 내 질문에 대답해봐라!!"

 "지금 당기금 절상을 해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

 "테햐아아아아아!!"

 "..................."

 ".................."

 "..........모르겠는테찌...."

 남자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올라간다.
 다시 한 번 고함을 지르려는 그때, 메릴의 말이 이어진다.

 "정말.... 정말 모르겠는테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어낼 수 없는테찌....."

 "모르는걸 적당히 대답하는건 거짓말테찌.... 거짓말은 절대 안되는테찌...... 키워주시는 주인님께 거짓말은 절대절대절대절대절대 이야테치....."

 그러면서 메릴은 다시 고개를 꾸벅 숙인다.

 "주인님 죄송한테치.... 와타치 정말 모르겠어요테치.... 무식을 사죄드리는테치.......... 벌을 내리시면..... 달게 받는테치..."

 더할 나위 없이 정중한 사과에 남자는 잠시 할말을 잊은듯 멍하니 쳐다본다.


 잠시 후 남자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며 차가운 말이 새어나온다.

 "흐응~ 벌을 받겠다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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