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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키토음
"그랬던 테치?"
잠을 자던 자실장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하고는 하나둘씩 깨어난다. 서로 눈을 맞추어 보니, 모두 같은 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눈빛과 눈빛이 교차하는 사이에 당혹감은 분노가 되고, 그 분노가 골판지 하우스 한켠에서 자고 있는 어미에게 쏟아진다.
"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친실장은 날벼락같은 고통에 빵콘하며 잠에서 깨어났다. 길고양이의 습격인가? 학대파의 학대인가? 아니다. 친실장을 공격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자들이었다.
"무슨 일인 데스! 왜 마마한테 이러는 데스!???"
몇 시간 전 저녁밥을 먹을 때까지만 해도 생글생글 웃으며 마마를 사랑한다고 말하던 천사같은 아이들이 지금은 악마와도 같은 표정으로 손발을 물어뜯고 못으로 허벅지를 찌르고 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아이들의 변화에 친실장은 스스로를 방어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얼이 빠진 채로 왜 그러느냐고 묻기만 한다.
"몰라서 묻는 테치? 빨리 스테이크를 내놓는 테챠아아아아아!!!!!!"
"스시도 내놓는 테치!!!!!!!!"
스테이크와 스시라니. 공원에서 살아가는 들실장에게 그런 것이 있을 턱이 없다.
"무슨 소리인 데스!? 그런 것이 있었으면 진작 오마에들에게 먹였을 것인 데스!!"
"거짓말 마는 테치! 산더미같은 스테이크를 쌓아두고 똥마마 혼자 먹는걸 다 아는 테치!"
"그런 테치! 하늘하늘한 핑크색 드레스도 숨겨놓은거 다 아는 테치!! 빨리 내놓는 테챠아아아아!!!"
무언가 잘못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분충성이 발현된것이 아니다. 자실장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마마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있고, 지금까지 마마를 믿고 착하게 살아온 만큼 배신감도 큰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잠든 사이에 아이들을 이렇게 바꾸어 놓았을까, 어떻게 이 말도 안되는 오해를 풀어야 할까. 친실장은 마음이 복잡했다.
"데갹!! 덱!! 아픈데스!!!"
그렇게 친실장이 쩔쩔매는 사이에도 자실장들은 어미의 몸 이곳저곳을 찌르고 물어뜯는다. 급기야 삼녀가 마마를 독라노예로 만들어 버리겠다며 앞머리를 뜯어내려 하자, 친실장도 정신을 차리고는 몸을 일으켜 크게 흔든다.
"테갹!"
"테뵥!!!"
친실장의 몸에 붙어있던 자실장들은 어미가 몸을 크게 흔들자 골판지 하우스 이곳저곳으로 날아가 나동그라졌다. 친실장은 허벅지에 꽂혀있던 못을 빼고는 비닐봉투에서 보존식을 한웅큼 집어먹었다. 이것으로 일단 기력이 돌아오고 몸의 상처가 재생될 것이다.
"도대체 왜 갑자기 그러는 데스? 맛있는게 먹고 싶으면 마마가 내일 힘내서 맛있는걸 찾아오겠는 데스, 하지만 스테이크나 스시 같은건.....그런건 욕심내서는 안되는 데스."
친실장은 답답했다. 들실장 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현명하고 자애로운 이 친실장은 태교 중에도 허황된 생활이나 음식에 대한 것은 절대로 가르치지 않았다. 애호파로부터 우연히 얻은 콘페이토도 섣불리 아이들에게 주었다가는 입맛이 올라가 분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금씩 쪼개 다른 음식에 섞어주었다. 인간의 음식쓰레기 뿐만 아니라 나무열매나 애벌레 등, 자연에서 음식을 얻는 방법도 가르쳤다. 그렇게 키운 아이들은 실장석이라면 당연히 갈망하는 호화스러운 삶 대신, 소박한 음식과 작은 행복에 만족할 줄 아는 착한 아이들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자실장들은 사방에 나동그라져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면서도 입으로는 콘페이토며 스시, 스테이크를 외치며 어미에 대한 저주의 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 자실장들을 친실장은 어떻게 해서든지 되돌려 놓으려 했지만, 진심을 다한 호소도, 평소에는 하지 않던 고통을 동반한 훈육도 통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자실장들의 눈에서는 광기의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친실장은 위석이 쪼개지는 듯한 아픔을 견디며 자실장들을 모두 솎아내기로 했다. 결단은 쉽지 않았지만, 결단한 이상에는 빠르게 실행할 필요가 있다. 친실장은 눈물을 닦고 못으로 오녀의 위석을 단번에 찔렀다.
오녀, 사녀, 삼녀, 차녀......역순으로 자실장들을 솎아내 가던 친실장은 장녀가 골판지 하우스 구석에 머리를 박고 덜덜 떨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장녀는 괜찮은걸까, 어쩌면 장녀는 이 광기에 물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아까 자신을 공격하던 아이들 중에 장녀는 없었다. 장녀는 다른 자들보다, 그 어떤 실장석보다도 똑똑하고 올곧은 아이였으니 분명히 제정신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친실장은 희망을 품고 떨리는 마음으로 장녀를 부르며 손을 장녀의 어깨에 갖다 대었다.
"자....장녀? 장녀는 괜찮은 데스? 대답좀 해보는 데스...."
그러자 장녀는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기 시작하였다.
"테....테힛? 테프프프프프프프프...테힉!! 테힉!!"
기분나쁜 웃음을 짓던 장녀는 뒤둘아서서 친실장을 바라보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뜯고 옷을 찢어 스스로 독라가 되기 시작했다.
그 이상한 광경에, 친실장은 얼어붙어 장녀를 말릴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아이가 독라가 되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독라가 된 장녀는 친실장은 안중에도 없는 듯이 친실장의 옆을 지나쳐 가서는 하우스 바닥 이곳저곳에 떨어진 어미와 자매들의 운치를 온몸에 펴바르기 시작했다.
"운치바른 독라가 된 테치, 이제 사육실장이 되는 테츄~웅"
장녀 또한 미쳤다. 그것도 동생들보다도 더 심하게. 친실장은 울면서 장녀를 솎아냈다.
"오로롱~~~~오로로로롱~~~~~~"
친실장은 한참을 울다 자들의 묘지를 만들기 위해 시체들을 끌어안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때, 공원 곳곳에서 울음소리와 고함소리, 비명과 피냄새가 진동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극은 자신의 가족에게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공원 전체가 실장석들의 비극으로 가득차 있다.
"이 공원은 저주받은데스......."
친실장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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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키토음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 젊은 사람에게는 들리지만, 나이가 들면 들리지 않는 소리이다. 인간이 나이를 먹으면 청력 또한 노쇠화되고, 가청 주파수 범위가 줄어들게 되어 고주파음이 들리지 않게 된다. 역으로, 나이 든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고주파음을 젊은 사람은 들을 수 있다. 이렇게 20대 초반까지의 젊은이만이 들을 수 있는 17KHz대의 고주파음을 모스키토음이라고 한다.
두루마리 대학교 실장생물학과 이철웅 교수팀은 실장석 또한 자실장과 성체실장 사이의 가청 주파수 영역이 다르다는 것을 밝혀내었다. 즉, 실장석에게도 모스키토음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 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실장석 구제법을 발명해 내었고, 이를 실장석으로 인한 피해를 겪고 있는 두루마리 공원에 제공하여 시험적으로 운용하게 되었다.
일명 '짓소키토 구제 프로그램' 이라 불리는 이 구제법은 인간에게도 성체실장에게도 들리지 않는, 자실장에게만 들리는 주파수 대의 소리를 공원 내 방송시설을 통하여 끊임없이 들려준다. 이 소리에는 신경을 긁는 비프음, 쇠 긁는 소리, 고음과 함께 자실장에게 어긋난 지식, 친실장에 대한 증오를 심어주는 목소리가 들어가 있다.
"너의 마마는 스테이크를 산더미같이 쌓아놓고 혼자서만 먹고 있다"
"너의 마마는 너를 질투해 세레브한 사육실장이 되는것을 막고 있다"
"인간은 독라를 좋아한다. 똥을 바른 독라는 더 좋아한다"
"고양이와 까마귀는 좋은 이웃이다"
"코로리를 먹고 죽으면 임모탄님이 발할라에 데려가신다"
자실장은 이러한 소리를 매일밤 듣다가 어느 시점에서 미쳐버리게 되며, 마치 세뇌된듯이 방송의 내용을 절대적으로 믿게 된다. 그 결과 자신의 어미를 공격하다 솎아내지거나 자살에 가까운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친실장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없다. 그저 어느순간 아이들이 미쳐버렸고, 공원 전체의 자실장들이 미쳐버렸다고 생각하고, 저주받은 공원이라 생각하여 공원에서 스스로 떠나게 된다. 번식과 육아를 행복의 절대조건이라 생각하는 실장석에게 있어, 아이를 키울 수 없는 공원은 존재가치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두루마리 공원이 이 프로그램을 한달여간 실행한 결과 아이를 원하지 않는 아주 별난 실장석이나 불임실장을 제외한 모든 실장석은 이 공원을 떠나, 실장석으로 인한 피해가 급락했다. 물론 공원을 떠나 도시 이곳저곳으로 흩어진 실장석에 의한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짓소키토 구제 프로그램의 유효성은 확인된 셈이다. 이철웅 교수팀은 이 시험운용 결과를 가지고 국가지원을 받아 프로그램의 개선에 착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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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헥....데헥....드디어 도착한 데스"
저주받은 두루마리 공원에서 탈출한 친실장은 천신만고 끝에 3km 떨어진 데스우 파크에 도착했다. 나무그늘에 주저앉아 물을 마시던 친실장은 이곳에서의 새로운 생활, 새로운 자들과의 행복을 머릿속에 그리며 눈물을 훔친다.
하지만 친실장은 모르고 있다. 데스우 파크에서 짓소키토 구제 프로그램의 2단계 시험운용이 시작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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