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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패션 실장
공원에서 나에게 똥을 던진 분충 자실장과 그 어미를 잡았다. 어미는 제법 현명하고 애정깊은 녀석인 듯, 피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빈다. 일단 똥은 피했으니 나에게 피해는 없다. 그러니 어미를 봐서 목숨은 빼앗지 않도록 한다. 하지만 그냥 용서해주진 않는다. 오늘은 이녀석들로 장난을 좀 쳐야겠다.
일단 옷을 모조리 벗긴다. 아, 신발은 그냥 놔두고.
"데뎃! 어째서 옷을 뺏어가는 데스. 데에에엥 데에에엥"
"똥닌겐! 옷을 돌려주는 테챠아아아아아!! 독라는 싫은테치이이이!!!!"
실장석들의 항의는 무시하고 본론으로 들어간다.
1. 일단 머리에 팬티를 씌운다.
"뎃!"
"테치?!"
2. 실장복을 소매에 다리를 넣는 방법으로 거꾸로 입힌다. 실장석은 팔과 다리의 길이나 두께가 엇비슷하고, 실장복 자체에 어느정도 신축성이 있어 어렵지 않게 소매에 다리가 들어간다.
"데에에... 닌겐상 옷입는 법이 잘못된데스 와타시가 알아서 입을테니 그냥 도로 벗겨주시는데스"
"정말이지 한심한 똥노예인테치! 옷입는법도 모르는테치!"
3. 두건을 가슴에 감고, 가슴 위로 나온 실장복의 치마 밑단 부분을 잘 정리해준다.
"가슴을 모아주고 받쳐주는테치, 왠지 편한 테치"
"사육실장이었던 독라노예에게 들은적이 있는 데스, 그런걸 브래지어라고 하는 데스
아니, 브래지어하곤 많이 다른데. 그나저나 애호파는 이놈들에게 브래지어도 채워주냐.
4. 덜렁거리는 턱받이와 리본을 뜯어 T팬티 모양으로 만들어 채워준다. 이건 바느질을 좀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장석의 리본만으론 길이가 부족하니 끈도 별도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데에. 운치 구멍에 팬티 대신 다른게 닿으니 뭔가 이상한데스."
"테에에....까끌까끌한테치....."
완성! 뉴 패션 실장의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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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뉴 패션 실장석들을 보자 웃음이 나온다. 어딘가의 원시부족의 전통복장이나 몸빼를 입은 아줌마 같다. 이녀석들은 자기가 어떤 모습인지 알고 있을까? 나는 거울을 꺼내 녀석들에게 자기 모습을 비추어 주었다.
"데데에!!!"
"테에엣!!!"
두녀석 다 거울로 자기 모습을 확인하자 깜짝 놀라 그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다. 그럴 테지. 안그래도 못생긴 녀석들이 이렇게 궁상맞기까지 하게 변했으니.
"이.....이건"
몸을 부들부들 떨고, 말을 잇지 못한다. 이러다 파킨하는거 아니야?
"아름다운데스....."
"아름다운테치....."
뭐? 뜻밖의 답변에 잠깐 얼이 빠진다. 옛날 개그만화였다면 뒤로 벌렁 나자빠지는 리액션이 나올 대목이다.
실장석들은 보통 하늘하늘한 프릴이 달린 분홍분홍한 실장복을 좋아하지 않나?
"고스로리 패션은 이미 유행이 지난데스. 지금은 캐주얼하면서도 과감한 노출을 보여주는 패션이 유행인데스."
실장석이 고스로리 패션을 부정하다니....이거 조상을 부정하는 거 아닌가? 캐주얼? 이게? 이녀석들의 미적 감각은 이해할수가 없다.
"와타시타치의 옷입는 방법으론 섹시한 어깨와 쇄골을 노출시킬 방법이 없는데스. 그런데 닌겐상 덕분에 이렇게 섹시한 옷을 입을 수 있게 된 데스. 정말 감사한데스"
너희들 쇄골도 있었냐....살에 파묻혀 없는줄 알았는데.
그렇게 뉴 패션 실장석과 만담 비스무리한걸 주고받는 동안 주변에 실장석들이 몰려들었다. 하나같이 뉴 패션 친자를 동경하는 눈빛을 하고 있다. 평소라면 인간에게 먹을 것을 내놓으라며, 혹은 길러달라며 씨끄럽게 구는 녀석들이지만, 뉴 패션 친자의 아우라(?)에 압도당했는지 하나같이 나는 안중에도 두고 있지 않다. 나는 뉴 패션 친자가 지나친 충격을 받아 행복회로를 돌리는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진짜 이녀석들에겐 저 아줌마 패션이 여신의 날개옷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데에에......"
"아름다운데스.....섹시한데스......"
"분하지만 완패인테치...."
"테에에엥!! 테에에엥!! 마마!!!! 와타치도 저 옷 입혀주는테치!!!!"
"데프프프, 부끄러운데스. 칭찬이 과한데스"
"치프프프프픗! 와타치의 아름다움을 이제 좀 안 테치? 비참한 해태눈깔 똥벌레들인테치!! 치프프프프프픗!!!"
실장석들은 뉴 패션 친자를 둘러싸고 옷을 만져보거나 살결을 쓰다듬거나 하며 감탄하고 있다. 뉴 패션 자실장이 주위의 실장석들에게 자기의 아름다움을 과시하듯이 춤을 추기 시작하자 더욱 큰 충격을 받은 듯 단체로 데뎃! 하는 소리를 내더니 이내 그 춤을 따라하기 시작한다. 광란의 춤판이다.
나는 신나게 벌어지는 실장석들의 연회에 그만 정신을 잃....지는 않고 그냥 슬쩍 빠져나왔다. 왠지 기운이 빠졌다. 잠깐 장난을 치려 했을 뿐인데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며칠 후, 다시 그 공원에 방문했을때 나는 유난히 알몸의 실장석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독라는 아니다. 그저 옷만 없다. 옷을 이상하게 걸치고 있는 실장석들도 많다. 심지어는 옷에 팔다리를 이상하게 끼워넣은 결과 움직일 수가 없게 되어 데에엥 데에엥 우는 녀석들도 있다. 소매에다 머리를 집어넣고는 숨을 쉬지 못해 죽어버린 실장석의 시체도 보인다.
그렇다. 이놈들은 얼마 전 내가 만든 뉴 패션 실장 친자의 모습을 보고 따라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실장석의 낮은 지능과 손가락도 없는 손으로는 그 패션을 따라하긴 어려웠을 테고. 결과적으로 자기 스스로 옷을 찢어버려 알몸이 되거나 옷에 몸이 끼어 움직일수도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몇몇 현명한 실장석만이 과욕을 부리지 않고 평범하게 옷을 입고 있으나, 알몸이 된 실장석들이 옷을 뺏기 위해 그들을 습격하고 있다. 지난번의 그 뉴 패션 실장 친자도 한 무리의 알몸 실장석들에게 쫒기고 있다. 그녀석들은 더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닌, 멀쩡하고 아름다운 옷을 가진 약탈의 대상일 뿐이다.
정말. 실장석은 뭘 하든 스스로 파멸로 굴러떨어지는 생물이란걸 다시 한번 배웠다.
이 공원도 조만간 구제가 벌어지던지, 다들 알몸이 된 끝에 겨울을 버티지 못하고 얼어죽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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