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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개울가에 나가보니 헐벗은 실장석 가족이 보인다. 투실투실한 살색 덩어리들이 꿈지럭대는 모습은 어딘지 초현실적이다.

자세히 보니 이녀석들 빨래를 하고 있다. 그래서 다들 벗고 있었구나.
친실장은 어디서 구했는지 비누 덩어리를 옷에 쓱쓱 문지른 뒤 손으로 주물럭거리거나 빨래방망이로 치대거나 하며 옷을 빨고 있다.옷에서는 녹색 땟국물이 줄줄 흘러 나오고, 친실장은 빨래가 힘든지 데히 데히 거리며 땀과 콧물, 침을 흘리고 있다. 굉장히 궁상맞은 모습이다. 그야 그렇지, 손빨래는 생각보다 힘든 작업이다. 하물며 손가락도 없고 체력도 저질인 실장석에게야 말할것도 없다.

장녀와 차녀로 보이는, 중실장 두마리는 어미를 도와 물에 옷을 헹구거나 평평한 돌을 찾아 옷을 널어놓고 있다. 이녀석들도 땀을 줄줄 흘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군말 없이 열심히 일을 하는걸 보면 솎아내기와 훈육이 잘 된 착한 자들 같다.

다른 자실장들은 어미와 자매의 주변에서 이리저리 뛰어놀거나 일하는걸 유심히 살펴보거나.....냇물에 하반신을 담그고 똥을 싸고 있잖아! 확 모가지를 뽑아버릴까 했지만, 어차피 이 개울은 마을로 흘러가지 않고, 공장단지로 흘러가 폐수와 섞인다. 여기에 실장석의 똥이 좀 섞인다고 해서 달라질건 없으리라. 그런 고로 그냥 놔두기로 했다. 자실장 스스로는 모르겠지만, 저녀석은 몇만분의 한마리나 될까 말까 하는 행운아인 셈이다.

얼추 실장가족 구경을 마치고 돌아갈까 하는 찰나에, 다른 가족으로부터 좀 떨어진 수풀 속에 숨어있는 자실장 한마리가 눈에 띄었다. 저녀석은 왜 저기 있지? 게다가 눈을 가늘게 뜨고 치프프프 웃고 있다. 완전히 분충이네 분충이야.

자세히 보니 분충 녀석 근처에 비닐봉지와 실장 푸드 조각이 굴러다니고 있고, 웃고 있는 녀석의 입 주변에도 푸드 가루가 묻어있다. 무슨 상황이지?

아, 알 것 같다.
구하기 힘든 비누를 손에 넣어 옷과 몸을 깨끗이 하는건 들실장이나 산실장으로서는 굉장한 행운이며, 기쁜 일이다. 눈앞의 이 가족도 아마 빨래가 끝나면 남은 비누로 목욕을 할 테지. 그리고 친실장은 이 기쁜 날을 위해 소중히 보관해 두었던 실장 푸드며 콘페이토 따위를 꺼내왔을 것이다. 몸을 깨끗이 하고, 깔끔한 옷을 입고, 맛있는 실장 푸드나 콘페이토를 가족과 함께 먹는건 이 들실장들의 실생에서는 한두번 누릴 수 있을까 말까 한 특별한 행복이다. 그리고 오늘 친실장은 그 특별한 행복을 자들에게 맛보여주려고 했을게 분명하다.

그런데 저 분충은 어미와 자매들이 빨래를 하는 동안 그 맛있는 음식이 담긴 봉지를 슬그머니 가져가 수풀 속에 숨어 혼자서 다 쳐먹은 것이다. 아마 다들 빨래에 열중하거나 뛰어다니며 노느라 눈치를 채지 못했겠지.

분충은 맛있는걸 똥에미와 똥자매들과 나누지 않고 독차지했다는 기쁨에, 그리고 음식이 없어진것에 대해 어미와 자매를 속여넘길 (자기 딴에는) 기발한 속임수가 떠올랐기 때문에 저렇게 웃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입가에 뻔히 푸드나 설탕 가루가 묻어있다. 인간은 몰라도 실장석이라면 음식 냄새로 판별할수도 있을 것이고. 분충의 운명은 정해진거나 다름 없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 조금 걸어가다 보니 뒤에서 데스데스 테치테치 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린갈이 없고, 직접 모습을 보지도 않았지만, 어떤 내용인지는 짐작이 가능하다.

데스 데스 데쟈아아아아앗!!!!(가족이 다함께 먹을 소중한 아마아마를 몽땅 먹어치우다니 오마에는 분충인데스!)

테스아아아아!! 테스!!(어쩌자고 이런짓을 한 테스! 빨리 마마에게 도게자하고 비는테스!)

테챳! 테챳! (이 망할놈의 똥오네챠!)

테챠테챠 테에에엥!!!! 테에에엥!!!!(계속 오늘의 소풍만 기대하며 살은테치! 테에에엥!!!)

테치 테챳 테테 테챠아아아아아!!(씨끄러운테치! 세레브한 와타치가 전부 먹는게 당연한테치! 똥같은 마마는 빨리 세레브한 와타치를 씻겨주고 깨끗깨끗한 옷을 내놓는 테샤아아앗!!)

점점 고성이 오간다. 제법 걸었는데도 귀에서 울릴 정도다. 실장석들 진짜 목소리 크네.

그러다 마침내 "테챠아아아아아앗!!!!" 하는 단말마와 함께 파킨 하는 맑은 소리가 들려왔다. 분충의 최후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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