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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석의 일상 (23) 차가운 비





공원 한 구석에 있는 골판지 상자는 이미 비를 맞아 젖어있었다。

비를 머금어 생긴 무게 때문에 여기저기가 찌그러져 있었다。

옆으로 놓여진 골판지 상자 위에는 비닐이 씌워져있었지만、눈에 띄게 열화되어 있어 여기저기가 찢어져 있어、이미 쓸모없게 된 상태였다。










「데에」

친실장은 될 수 있으면 자실장들을 비에 젖지 않도록 안고 있었다。

그러나 천장에서 빗물이 떨어져、친실장을 젖게 만들었다。

(・・・・・・어쩌면 좋은 데스、어쩌면 좋은 데스)

그녀는 결코 게으르지 않았다。

근면하다고 할 정도로 새 골판지 상자나 비닐을 찾아다녔지만 운이 없게도 입수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때、필수품이 없다는 것은 안 좋은 상황이었다。

약간 비축해뒀던 먹이는 빗물을 흡수해、먹지 못하게 되었다。

물을 머금은 작은 수건이나 말라있던 잎도 따뜻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골판지 상자 구석에 쌓여있을 뿐이었다。




「마마」

자실장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추운 테치」

그 자실장은 3일전부터 열이 났었다。친실장은 그 자실장에게 궁핍하지만 먹이를 줬고、고이 간직해뒀던 실장 푸드 두 알도 전부 줬다。

그러나 자실장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흰 입김을 토하며 친실장이 1마리밖에 남지 않은 마지막 자식인、7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금만 있으면 따뜻해질 데스。그러면 오마에(너)도 건장해질 데스、괜찮아질 데스」

날씨가 호전되는 기세는 전혀 보이지 않고、하늘엔 먹구름만 껴있었다。

그런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는 정말로 차가웠다。

「금방 건강해질 데스」

친실장은 자식을 격려했으나 그 목소리엔 생기가 없었다、왜냐하면 자식을 간병하느라 먹이를 찾지 못하고、굶주려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친실장이 따뜻하게 해주지 않으면、작고 병든 자실장 1마리는、분명 금방 죽어버릴 것이다。

「마마、와타치(나)」

골판지 상자 안에 울려 퍼지는 빗소리 속에서、자실장이 중얼거렸다。

「마지막으로 맛있는 걸 실컷 먹고 싶은 테치」

「・・・・・・・・・」

자실장의 작은 적록색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투정을 부려보고 싶어서 그랬던 것뿐인 테치、미안한 테치이」

가냘픈 소리로 사과하는 자실장의 말을 듣고、친실장은 깜짝 놀랐다。

죽은 다른 자매들과 달리、7녀는 절대 투정을 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들실장으로서 희귀하다고 할 수 있는、그렇게나 인내심이 강한 7녀가 약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이제 생명의 불이 꺼져가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7녀、울면 안 되는 데스」

최대한 밝은 소리로、친실장이 말했다。

「마마는 한 번쯤、오마에의 투정을 받아줄 생각이 있는 데스。뭐가 먹고 싶은 데스?」

잠시 자실장은 침묵했다、골판지 상자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단 걸 먹고 싶은 테치」

이 7녀가 태어나서 먹은 단 것이라곤、은박지에 묻어있던 초콜릿 찌꺼기 뿐이었다。

「알겠는 데스」

친실장은 마음을 굳히고 말했다。

「마마가 오마에에게 단 걸 가져오겠는 데스。단 걸 먹으면、오마에는 건강해질 데스」

「마마」

「잠시、마마 나갔다오겠는 데스」

라고 말하고、친실장은 슬쩍 7녀를 바닥에 내려놓은 다음 두건을 벗었다。

그리고 그 두건 위에 7녀를 올려두고、급하게 자신의 옷을 벗기 시작했다。

「마마?」

알몸이 된 친실장은 급히 자식을 옷으로 감쌌다。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서。

「금방、금방 돌아오겠는 데스。착한 자는 집을 보고 있으란 데스」

7녀는 어미의 모습을 보고 질겁했다。

「이제 된 테치、말뿐 만이었던 테치」

「마마의 투정을 받아줬으면 하는 데스」

「마마가 추워지는 테치、추워지면 죽어버리는 테치이!」

「어른에겐 문제없는 데스—」

「마마!」

「금방 돌아오겠는 데스!」

그렇게 말하고、친실장은 밖으로 뛰쳐나갔다。



희망이 있을 리가 없었다。

낮에 쓰레기를 헤집을 장소도 적었고、그런 장소는 경쟁이 심해 좀처럼 먹이를 찾을 수 없었다。

아주 작은 가능성을 걸고、친실장은 인간에게 구걸하러 간 것이다。

(・・・・・・밥을 주는 상냥한 닌겐상도 있으니、분명、분명 괜찮을 데스)

그 말대로 이 공원에도 애호파가 먹이를 뿌리러 오긴 했다。

애초에 오늘 같이 비가 내려 추워진 날엔 오진 않겠지만 말이다。

그저 애호파는 따뜻한 날에、기분에 따라 공원에서 와서 먹이를 뿌릴 뿐이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차가운 비가 친실장에게 닿았다。

여기저기 웅덩이가 생긴 공원 안을 첨벙첨벙、물을 튀기며 달려가는 친실장。

서두르지 않으면 7녀의 체온이 내려가 위험한 상태에 빠진다。

친실장은 스스로 바보 같은 짓을 한다고、자각하고 있었지만、자식의 둥글고 귀여운 눈을 보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마지막이 될지는 모르겠지만、맛있는 걸 배불리 먹여주고 싶다는 마음에 몸이 저절로 움직여졌다。

공원 밖에서 지나가던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분명、분명 닌겐상 중에 누군가가 도와줄 데스、뭔가 먹을 걸 줄 데스)

친실장은 열심히 그렇게 되기를 바라며 달렸다。


차가운 비를 맞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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