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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석의 일상 (22) 제야의 종




어느 새부터인가, 그 들실장 일가는 큰 나무가 우거진 사당 숲 속에서 살고 있었다。

그곳은 배전 뒤를 둘러싸는 것처럼, 울창하고 큰 숲이었다.

별로 사람들이 들어가지 않는, 조용하고 빛이 닿지 않는 세계.

친실장은 신사 부지 밖에 있는 쓰레기장의 음식물 쓰레기나, 숲의 혜택을 받으며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럭저럭 자실장 5마리도 그 혜택을 받아 나름대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끼 낀 곳 위에 놓인 골판지 상자 속에서。







이상사태。

친실장은 그렇게 인식하며 자식의 손을 꽉 쥐었다。

그녀들의 골판지 상자에선 커다란 주차장이 보였기에 친실장은 그곳을 봤지만、그곳은 이미 차와 사람으로 넘치고 있었다。

버스가 오자 많은 사람이 내리고、해가 졌어도 사람들은 점차 많아져만 갔다。

어디에서 왔는지 참배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의 행렬도、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런 일은、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데스’。

그녀는 여름 축제가 끝난 뒤、이 신사에 왔다。

그렇기에 이 정도로 신사에 인파가 몰리는 건 그녀에게 있어 정말 처음으로 겪는 일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많은 인간들을 보고、자실장들도 겁을 먹고、친실장에게 딱 달라붙었다。

실장석 일가가 알 턱이 없지만 이 신사는 10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유명한 신사였다。

매년 섣달부터 정초 3일 동안 현 안팎에서 참배객이 점점 몰려들며、그 수는 거의 20만 명에 다다랐다。

그녀들이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마마、닌겐이 잔뜩 있는 테치이!」

「쉿! 조용히만 있으면 괜찮은 데스」

그렇다 지금까지 골판지 상자가 있는 장소까지 온 인간은 적다。

한 번、신사 안을 순회하던 궁사(최고위 신관)에게 발견됐었으나、일가가 골판지 상자 안에서 떨고 있던 사이 궁사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뭐 1마리 정도면 괜찮겠죠’。

라며 봐줬기 때문이다。

신사 숲에서는 새나 작은 동물 그리고 벌레도 많았기에、궁사는 그런 것 중에 한 가지로 생각했던 것이다。

위해를 가하지 않은 것엔 안심했지만、친실장은 주의 깊게 살아왔다。

그것은 인간으로선 예상 밖의 일이었지만、친실장이 얌전하게 있던 것은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잠시 있자 자실장들도 인파에 익숙해져、흥미진진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특히 포장마차가 조립되는 광경을 보고、자실장들은 친실장에게 혼날 정도로、큰 소리로 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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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지자、2년 참배(정월 첫 참배의 일종, 0시가 기점으로 참배하여 올해 12/31과 내년 1/1에 걸쳐 참배하기에 2년 참배라고 함)를 하러 온 참배객들이 점차 많아져갔다。

그러나 들실장 일가는 그에 점차 적응하기 시작하고 있었다、하지만 인파가 늘어나는 것보다 들실장 일가의 흥미를 끄는 것은 포장마차에서 나는 달콤한 냄새였다。

골판지 상자에서 거의 5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포장마차 행렬에선 부지런히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구운 옥수수나 오반야키(오방떡, 왕풀빵)、타코야키(문어빵)・・・・・・등 여기저기서 성대하게 냄새를 뿜어내고 있었다。

「맛있는 냄새가 나는 테치」

「좋은 냄새가 나는 테치」

차가운 음식물 쓰레기나 나무열매・화초를 먹던 일가에게 있어、그 냄새들은 넋을 빼앗을 정도였다。

친실장도 멍하니 있다가、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저건 닌겐의 것인 데스、와타시타치(우리들)와는 무관한 것인 데스」

자실장들은 아주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친실장을 올려다봤다。

「그래도 마마、저걸 먹고 싶은 테치」

「투정은 용서하지 않겠는 데스!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줄 알라는 데스!」

사실 데스!라고 꾸짖는 친실장도 먹고 싶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상태였다。

그러나 그녀는 알고 있었다、맛있는 인간의 음식에 이끌려 포장마차에 다가가면 어떻게 될지를。

그것은 이 신사에 도착하기 전에、지겹도록 본 광경이었다。

친실장은 음식점에서 나는 냄새를 이기지 못하고 정면으로 특공을 가해、무참한 최후를 맞이했던 동족들의 모습을 눈에 밟힐 정도로 봤었다。

음식점은 실장석에게 엄한 게 보통이다。

엄하게 대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찾아오며、불결한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 손님들은 떠나간다。

버려둔、음식물 쓰레기를 헤집는 모습을 보고 화내지 않은 모 레스토랑의 주인(12, 14편에 나온 레스토랑 주인)은 예외라고 할 수 있다。

「제멋대로 말하는 자는 분충인 데스우!」

본보기로 참살되고 공원에 버려진 동족의 모습을 떠올린、친실장은 절대 그곳에 가고 싶어하지 않았다。

친실장은 고함을 친 뒤、자기 자신을 타이르듯이 중얼거렸다。

「저건 별세계인 데스우・・・・・・」




조명 빛을 받은 신사 내부는 평소와 아주 달랐다。

인적이 드물고 어두우며 조용했던 신사가、지금만큼은 이런저런 소원을 빌러온 사람들로 넘치고 있었다。

새해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은 어쩐지 밝고、즐거워 보였다。

자실장 5자매 중에서、차녀와 5녀는 굶주리기 시작했는지、골판지 상자 구석으로 들어가 헌 수건을 덮고 잠을 자기 시작했다。

장녀・3녀・4녀는 변함없이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아니、정확히는 포장마차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잔혹한 이야기지만、자매는 그곳에 손을 댈 수 없었다。

바로 앞에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이 있음에도。


선망의 시선을 보내는 자식들을 내버려두고、친실장도 3마리를 뒤에서 껴안으며 넋을 놓고 그쪽을 바라봤다。

그러나 위험하다고 느끼지 않았는지 그녀도 졸음을 느끼기 시작했다。시각은 이미 11시。

제야의 종이 울렸다。


원래부터 일가는 종소리를 몇 번이나 들었기에、딱히 놀라지도 않았다。


「잠시 화장실에 갔다 오겠는 데스」

자고 있는 새끼들을 깨우지 않도록、친실장은 슬쩍 밖으로 나갔다。

일가는 골판지 상자에서 10m 정도 떨어진 곳에 화장실을 만들었다。

어미가 자리를 비운 순간、자매는 서로를 마주보고 테치테치거리며 재잘댔다。



・・・・・・몇 분 뒤、친실장이 조용히 골판지 상자로 돌아오자、자실장의 수가 줄어있었다。

「데에!」

인간에게 습격 받았다고 생각했는지、친실장의 안색이 바뀌었지만 자고 있던 차녀・5녀는 무사한 상태였다。
아니、친실장의 소리 때문에 눈을 뚜고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안 좋은 예감이 들어 친실장이 포장마차 쪽을 바라보니、장녀・3녀・4녀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녀들은 어쩐지 음식을 포장마차와 포장마차 사이로 끌고 다니고 있었다。

「바보! 그렇게나 안 된다고 말했는 데스!」

친실장은 손으로 땅을 내리치며 분노했지만、이미 기차는 떠난 뒤였다。

3마리는 참배객이 떨어뜨린 오반야키에 달라붙었다。

「따뜻한 음식인 테치! 따뜻한 테치!」

「달콤한 테치! 정말로 달콤한 테치!」

「부드러운 테치이!」

이미、그녀들은 음식에 푹 빠져있었다。

인간의 기호품을 얻었다는 점도 있었지만、실장석에게 따뜻한 음식을 먹는 등의 운 좋은 일은 사육실장을 제외하고、거의 없다。

그렇기에 3마리가 미친 듯이 먹어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어떻게、어떻게 해야 하는 데스’!


친실장은 초조해하고 있었다。

될 수 있으면 직접 나가서、데려오고 싶었다。

그러나 키 15cm인 자실장과 키 40cm인 성체실장의 키 차이를 따져보면 친실장이 발견될 확률이 현격히 높았다。

그렇기에 답답하지만、친실장은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경솔히 용변을 보러간 한탄하며、신중하지 못한 자신을 한심하게 여겼다。

「장녀 오네쨩 일행은 어째서 저기 있는 테치!」

「와타치타치(우리들)도 가고 싶은 테치이!」

「데쟈아!」

친실장의 고함에、눈을 뜬 자실장 2마리는 기겁했다。

「장녀 일행은 죽을지도 모르는 데스! 죽을지도 모른단 말인 데스!」

친실장은 꾹하고、울지 않으려고 했다。

「바보 같은 자들인 데스우」

그렇게나 위험하다고 이야기했었거늘、음식의 유혹에 넘어가버릴 줄은。

친실장이 낙담한 것에 개의치 않고、3마리는 먹는데 푹 빠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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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배를 오반야키로 채우자、3마리의 역시 배불러질 수밖에 없었다。

4녀가 다른 2마리에게 말했다。

「오네쨩타치(언니들)、슬슬 돌아가잔 테치。마마도 걱정하고 있을 테치」

얼굴에 잔뜩 팥을 묻힌 장녀、주위를 둘러봤다。

「이 이외에도 여러 가지 먹을 게 있는 테치。지금 안 먹으면、평생 먹지 못할 수도 있는 테치」

「・・・・・・테에」

「와타치도 좀 더 먹고 싶은 테치」

결국、장녀・3녀는 남기로 하고、4녀만이 골판지 상자로 돌아갔다。

「이건 선물로・・・・・・」

역시 죄책감이 들었는지、4녀가 등에 짊어지고 온 오반야키 찌꺼기를 쭈뼛쭈뼛 내밀자、친실장의 주먹이 4녀의 얼굴을 강타했다。

「테뺘아—」

「왜 마마의 말대로 하지 않은 데스! 위험한 짓은 하지 말라고 했던 데스」

「그래도、그래도 먹고 싶었던 테치!」

「오마에(너)가 죽으면 어쩌려는 데스! 목숨을 소중히 여기란 데스!」

「먹고 싶었.」

말하려다만 4녀는、친실장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마에가 죽으면 어쩌려는 데스、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란 데스、맛있는 것보다도 소중한 게 있다는 걸 알라는 데스」

「・・・・・・마마・・・미안한 테치」

「어、어쨌거나 오마에가 무사해서 다행인 데스、정말로 다행인 데스」

옷소매로 눈물을 닦는 친실장。

「마마가 자들을 데려오고 싶은 데스、그래도 마마는 닌겐에게 발견되어버릴 데스・・・・・・」

슬픈 친실장의 얼굴을 본、4녀。

「마마! 와타치가 오네쨩타치를 데려오겠는 테치」

「4녀・・・・・・」

「괜찮은 테치、아까 갔다 오지 않았냔 테치」

말하자면 확실히 그렇긴 하다、4녀는 한 번 생환했다。
애초애 차녀・5녀는 4녀가 가지고 돌아온 오반야키에 정신이 팔려 물어뜯고 있었기에、어차피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친실장은 결단을 내렸다。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생기면、오마에만이라도 돌아오란 데스」

「알겠는 테치!」

사명감에 불탄、4녀는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다시 한 번 포장마차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오마에라면 분명 오네쨩타치를 도와줄 데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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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녀・3녀는 포장마차 근처를 서성거리고 있었다

・・・・・・마치、꿈과 같은

순간을 보내면서。

결국 포장마차와 포장마차 사이로 음식을 끌고 들어가、실컷 먹어댔다。

그 덕분에 종이나 꼬챙이가 여기저기 흩어져버렸다。

「오네쨩타치!」

돌아갔을 터인 4녀의 목소리를 듣고 놀란 2녀。

「뭔 일인 테치」

「돌아가잔 테치、집으로 돌아가잔 테치」

「마마에게 이야기한 모양인 테치」

「아직 먹을 건 많은 테치、돌아가지 않을 테치」

부푼 배를 쓰다듬으며、장녀가 웃어 보였다。

「마마、걱정하고 있는 테치!」

「어차피 혼날 테치、좀 더 먹고 돌아갈 테치」

「그 말대로인 테치」

역시 아이는 부모의 마음을 모른다。
배불리 먹은 2마리는 서로 웃어보였다。

난생처음으로 느끼는 맛에、2마리가 들뜨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너무 무방비했다。

포장마차 주인이 3마리가 떠뜨는 것을、드디어 알아차린 것이다。

잠시 손님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고、주인은 쓰레기 회수용 집게를 들었다。

「어쨌거나、빨리、빨리 돌아가잔 테치이!」

「시끄러운 테치、오마에나 돌아가란 테치!」

「와타치타치는 문제없는 테치」

설득할 수 없음에 초조해하며、4녀가 황급히 손발을 흔들고 있었다。

그러나、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4녀는 겁에 질렸다。

「테・・・・・・테・・・・・・」

「테챠챠챠。그런 짓을 해도 놀라지 않는 테치」

「그런 테치、이곳의 닌겐은 와타치타치가 있다는 걸 눈치 채지 못하는 테치」

참배객이라면 그럴 것이다。그러나 장사를 하는 사람에게 있어 들실장 따윈 방해밖에 안 될 것이다。

웃는 2마리의 뒤로부터、집게가 다가왔다。

언니 2마리는 이미 겁에 질려 몸을 떨고 있는 4녀를 보고、비웃고 있었다。

「와타치타치는 아무렇지도 않은 테치이!」

그렇게 외치는 장녀는、집게로 머리를 잡혔다。

「테챠아!」

지면으로부터 멀어져가자、장녀는 패닉에 빠져 부푼 몸으로 날뛰어댔다。

그러나 집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휘익、하고 장녀는 쓰레기통에 내던져졌다。

「테챠아아아아——!」

쓰레기 중에서、부러진 나무젓가락이 있는 바로 그곳에、장녀는 버려졌다。

「아!」

부러진 나무젓가락이 입부터 가랑이까지、관통됐다。
그리고 딱 한 번、크게 몸을 비틀고、그대로 절명해버렸다。

쓰레기통 안은 보이지 않았지만、3녀・4女는 장녀의 비명을 확실히 들었다。

「장녀 오네쨔아아아앙이이이이이!」

「도、도、도망치잔 테치이!」

3녀는 도망치자고 말하긴 했지만 너무 많이 먹은 탓에 몸의 균형조차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술에 취한 사람처럼、포장마차 사이를 지나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 참배길로 달아났다。

그곳은 이제、인파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빨리 도망쳤다면 그 길에서도 아직 3녀가 도망갈 틈이 있었을 것이다。

배불리 먹지 않았다면 인파를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악재가 겹친 자실장이 살아날 리는 없었다。

3녀의 머리는 참배객의 신발에 무정하게 차 날려졌다。

「테뺘」




「3녀!」

상황을 멀리서 지켜보던 친실장이 무심코 소리쳤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모든 것이。

장녀는 꼬챙이에 꿰뚫리고、3녀는 머리통이 차 날려졌다。

데구르르、거리며 3녀의 머리가 참배길 위로 굴러갔지만、썩은 귤보다 무른 그것도、참배객의 발에 짓밟혀졌다。

그 순간조차 친실장은 볼 수 없었다。이미 그렇게나 인파가 몰려들었던 것이다、이젠 지면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나 혼잡한 상황에선、그 누구도 자신의 발밑 따윈 주의하지 않을 것이다。

「4녀를、4녀를 찾아야 하는 데스!」

4녀를 놓친 친실장은 필사적으로 자식의 모습을 찾았다。

차녀・5녀도 자그마한 눈으로 인파 속에서 자매를 찾았다。


제야의 종소리가 차가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4녀는 포장마차 주인의 집게로부터、울면서 달아났다。

・・・・・・저거에 잡히면 죽어、죽어버리는 테치!

도망치기 위해선 인파속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위험한 행위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집게에 대한 공포는 그 위험성을 상회하고 있었던 것이다。

혼잡한 인파속으로 뛰어들었다、그리고

「테쨔아!」

피가 흩뿌려졌다。



「4녀쨩이 있는 테치!」

확실히 차녀가 가리키는 방향엔、4녀가 있었다。왼팔이 없었지만。

누군가 신경 쓰지 못한 사이에 신발 끝으로、4녀의 왼팔을 뜯어낸 것이다。

피가 솟구치며、무시무시한 정도인 격통。

상처를 누르면서、4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한 팔을 잃은 중상。4녀가 인파 속에서 움직일 수 있을 리는 없었다。

그런 때、갑자기 사람들의 발길이 멈췄다。

『앞으로 30초가 지나면 헤이세이 20년(2008년) 1월 1일을 맞이하게 됩니다。시간이 되신다면 여러분、그 자리에서 소원을 빌어 주세요。・・・・・・28・・・・・・27』

방송이 시간을 세어갔다。배전에 없던 사람들도 그 자리에서 소원을 빌기 위해、발을 멈췄다。

그 의미를 알 턱이 없지만、실장석 일가에게 있어선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4녀! 지금인 데스! 앞 수풀 속으로 도망치라는 데스—————!!」

닿을 리가 없지만、친실장은 소리 질렀다。

4녀가 있는 곳으로부터 5m 정도 떨어진 곳엔 수풀이 있었다。그곳으로 도망치면 일단 안전은 확보할 수 있었다。

4녀도 그것을 이해하고선、중상으로 인해 무거워진 발걸음을 옮겼다。

「테에、테에」

한발짝 한발짝、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친실장・차녀・5녀는 침을 삼키며 4녀를 지켜봤다。

4녀는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 사이로、천천히 걸어갔다。

『7・・・・・・6・・・・・・5・・・・・・4・・・・・・3・・・・・・2・・・・・・1・・・・・・』

쳐진 종에서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많은 사람들이 손을 모으고、새해를 맞이했다。

이곳저곳에서 인사가 오가며、화목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테에、테에」

비틀비틀、4녀가 걸아갔다。수풀까진 앞으로 2m。

그럴 때 쓱、하고 인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걸어가기 시작한 순간、4녀는 소리 지르며 울기 시작했다。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차녀의 10이상인 키를 가진 인간들로 이루어진 인파가 걸어가는 광경은、4녀에게 있어 공포 이외에 아무런 의미도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발이 4녀를 걷어찼다。

등뼈와 갈비뼈 그리고 오른발이 골절되면서、4녀는 지면 위로 나동그라졌다。

구르는 걸 멈추기 전에 누군가의 발이 4녀의 오른손을 짓밟았다。

절규하기 전에 누군가의 우산 끝이、차녀의 안면을 찔렀다。

상처를 누르고 괴로워하며 굴러갔지만、4녀는 몸통을 짓밟히고 내장이 파열됐다。

입에서 엄청나게 피가 뿜어져나왔다。

・・・・・・마마

달고 맛있는 음식。격통。자매。공포。마마。죽음。

혼탁한 정신으로、4녀가 외쳤다。

그러나、사람들의 발소리와 제야의 종소리는 무정하게 마지막 유언조차 들리지 않게 했다。


4녀는 새해를 맞이하고 고작 몇 초밖에 살지 못했던 것이다。





혹시 친실장의 등을 바라보는 존재가 있다면、큰 슬픔을 짊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이미 작은 4녀의 모습은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어、참배객의 흐름에 먹혀버리고 말았다。

그녀의 작은 육체는 이미 짓밟혀、얼룩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참배객들은 그에 개의치 않고 4녀를 짓밟아갔다。

몇 만 명에게 짓밟은 그녀의 얼룩은 지면에 동화되어、3일 휴일(三が日, 1/1~1/3-일본은 이 때 공휴일임)이 끝나면 연녹색 자국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친실장은 힘없이 털썩 무릎을 꿇었다。




제야의 종소리는 그쳐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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