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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실장석, 마마의 마마의 마마의 마마 (아ㅏㅏㅏ)


도시의 녹지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 지도 벌써 30년이 흘렀다.
사방을 뒤덮은 검은색 아스팔트 대지와 하늘 높이 솟아오른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사이로 흙과 자갈, 녹색 식물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도심의 녹지 조성 사업은 주민들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도시 중간중간에 자리 잡은 크고 작은 공원들은 도시의 맵고 뜨거운 공기를 식혀주었고 콘크리트 미로 속을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소중한 쉼터가 되어주었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공원들은 딱딱하게 경직된 도시를 온화하게 풀어주고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만족도 향상에 크게 기여했지만 한가지 사소한 골칫거리를 불러왔다.
도심의 불청객, 실장석들이었다.

도심에 녹지를 조성한다는 개념이 없었던 시절엔 실장석들은 도시의 지하와 어둡고 보이지 않는 골목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어 무리를 지어 모여 살았다.
그때에도 실장석들은 인간들이 내버리는 쓰레기에 의지해 살았지만 동시에 쓰레기만을 쫓아 살았기 때문에 인간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른 새벽에 나와 쓰레기를 찾아 길을 헤매고 동이 트기 시작하면 겁에 질려 자신들의 습하고 더러운 은신처로 기어들어갔다.
인간들은 자신들의 영역 끝자락에 기어들어온 이 하찮은 생물들이 문명의 찌꺼기를 받아먹고 살아가는 걸 방관했고 이 작고 불쾌한 침입자들은 자신들 앞으로 떨어지는 작은 찌꺼기에 만족하고 살아갔다. 
기묘한 동거였다.
그러던 어느 날, 도시 곳곳에 경쟁적으로 공원들이 들어서기 시작하고 정부의 행정력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공원들을 미쳐 감당하지 못했던 짧은 공백을 틈타 한 마리의 용감한 실장석이 공원에 발을 내디딘 사건이 벌어졌다.
공원에 최초로 발을 들인 실장석은 거대한 충격에 사로잡혔다.
지하의 실장석들에게는 마마의 마마의 마마의 마마로부터 태교의 노래를 통해 태에서 태로 전해 내려온 가르침이 하나 있었다.
바깥세상은 뜨겁고 따갑고 괴로움과 고통, 굶주림으로 가득하다는 가르침.
그 가르침을 따라 실장석들은 어둡고 냄새나는 하수도와 곰팡이로 뒤덮인 지하실에서 바깥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과 함께 살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 가르침은... 모두 거짓이었다.

뎃테로케~ 우리는 하늘에 불타는 구슬이 없을 때에만 쓰레기를 모아야 하는데스~
마마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쓰레기를 모으는 분충들은 불타는 구슬씨가 불로 태워 죽이는데스~

하지만 저 높은 곳에서 밝게 빛나는 구슬은 추위와 굶주림에 야윈 실장석의 몸을 따듯하게 덥혀주었다.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태양의 온기에 실장석은 하마터면 선 채로 빵콘을 할 뻔했다.

뎃테로케~ 닝겐들은 실장석을 보면 손씨발씨를 찢는데스~
도망치고 도망쳐도 끝까지 쫓아와 일가실각! 모두 찢어 죽이는데스~

아침 일찍 애완동물과 함께 공원을 찾은 사람들은 공원 복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이 낯선 생물에게 갖고 있던 사료 부스러기 따위를 던져주었다. 실장석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이 못난이 인형을 닮은 생물은 퍽이나 신기하고 진귀해 보였다.

최초로 공원에 발을 들인 실장석은 충격과 공포에 빠져 자신의 은신처로 되돌아갔다.
지상은 천국이었다! 
척박하고 깊은 지하에 거대한 무리를 지어 살고 있던 실장석들에게 공원이라는 이름의 천국에 대한 소식은 들불처럼 번져나갔고 실장석들은 하수구와 좁은 골목 사이를 통해 도시 곳곳의 공원으로 퍼져나갔다.
모든 자원이 철저하게 통제되던 지하의 생활에서 벗어나 모든 물자가 풍부한 공원에 자리를 잡은 실장석들은 대를 이어 내려오던 오래된 가르침을 순식간에 망각했다. 

텟데로케~ 빵콘을 하는 것은 분충인데스~ 항상 깨끗해야 쥐와 고양이로부터 안전한데스~
세레브한 와타시는 아무 곳에서 나 빵콘을 해도 되는데스웅~

텟데로케~ 먹이는 아껴서 먹어야 하는데스~ 가득가득 먹으면 소중한 소중한 분대가 터져버릴것인데스~
빵빵레치! 더는 목 먹겠는레치,,, 렛!? 와타시는 천재인 레치! 운치를 가득 하면 또 먹을 수 있는레치!

텟데로케~ 자는 하나만 낳아 잘 길러야 하는데스~ 많이 낳아봐야 분충엄지구더기인데스~
이 공원을 와타시의 자로 가득가득 채우는뎃승~

텟데로케~ 어리석은 분충은 즉시 실각시켜야 하는데스~ 분충 하나에 일가실각 열 번인데스~
데프프픗 세레브 한 와타시에겐 스테이크와 스시 정도가 어울리는 메뉴인데스~

공원을 차지한 실장석들은 자신들이 천국에 와 있다고 믿었다. 
실장석들은 끊임없이 운치를 싸고, 수없이 새끼를 낳고, 계속 먹고, 다시 운치를 싸고, 소리를 지르고, 투분을 하며 자신들의 마마의 마마의 마마의 마마를 저주했다. 
이런 천국을 숨기고 어둠 속에 자신들을 가둔 마마의 마마의 마마의 마마야말로 최악의 분충이라며.

그러던 어느 날, 공원의 모든 출입구가 차단되고 곳곳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콘페이토들이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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