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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의 빈집털이



쨍그랑, 하고 빈 주택의 베란다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났지만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아무도 그 모습을 보지 못 했다. 창문을 깬 녀석은 근처 공원에서 살던 친실장이었고, 옆에서는 자들이 쾌재를 부르며 자신부터 집에 들어보내 달라고 보채고 있었다.

친은 깨진 유리 사이로 자들을 하나씩 조심스레 안으로 들여넣고는 자신도 빈집에 입성했다.



"데프프, 이제 이 집은 와타시 일가의 것인 데스우."

"해낸 테치! 이제 세레브한 집에서 평생 사는 테치!"

"와타시의 보은으로 똥닝겐 집을 빼앗는데 성공한 테츄! 이 집을 와타시의 궁전으로 임명하는 테츄!"



공원의 흔하디 흔한 분충 일가였지만, 이 녀석들은 겁도없이 빈 집을 골라 침입을 시도한 것이었다.

그저 뒷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이 사는 집에 마음대로 들어 온 도둑인 주제에 주인 행세하는 꼴이었다.



"에헴, 우선 배가 고프니 냉장고라는 물건을 한 번 살펴보는 데스. 전에 버려진 사육실장 년에게 들어봤는데 분명 커타란 음식 창고라고 한 데스."

"치프프, 똥닝겐의 우마우마한 보존식도 와타시 것인 테치."







그들은 흙투성이가 된 신발을 그대로 신은채로 집 안을 돌아다니며 냉장고를 찾기 시작했다. 바닥이 금새 지저분해졌지만 일가에겐 알 바가 아니었다. 이미 이 집이 자신들의 것이라고 굳게 믿었기에.

곧 거실 주방에서 냉장고를 발견하자, 친실장은 낑낑거리며 젖먹던 힘을 다해 문을 여는데 성공했다.

안에는 실장석들이 환장하는 맛 좋은 음식이 가득 차있었다. 집 주인이 마트에서 할인해서 사둔 모둠초밥과 스테이크, 저녁에 딸의 생일 파티를 위해 사둔 딸기 케이크, 시원한 콜라 등.



집 주인과 그의 가족들이 먹기위해 사둔 음식들이 모조리 해충들의 뱃속에 들어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츄아아아앗!! 우마우마 테치!! 최고인 테치!!"

"이게 스테이크인 테츄?! 이 맛있는 걸 똥닝겐들만 처먹고 있었다니 괘씸한 테츄!"

"자자, 이제 이 음식들은 다 와타시들 것이니 자들은 마음껏 먹는 데스."



거실 바닥에 포장지를 아무렇게나 뜯어헤치곤 가릴 것 없이 야금야금 먹어치우는 일가의 모습은 심히 꼴불견이었다. 입에 음식을 한가득 밀어넣으면서 동시에 운치를 흘리고 있었다.

놈들은 식사 중에 분변을 보는 와중에도 전혀 부끄러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걸신들린 귀신마냥 먹고, 마실 뿐이었다.







"근데 마마, 여기 있는 음식들 다 먹고나면 와타시들은 뭘 먹는 테치? 마마가 밖에 나가 구해오는 테치?"



어느정도 식사가 끝난 후, 간식 시간이라면서 케이크를 느긋하게 먹던 도중 한 자실장이 친에게 궁금하듯 물어보았다.

친은 그런건 전혀 문제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거야 당연히 여기 집에 살고 있던 똥닝겐에게 운치를 발라 노예로 부려먹으면 그만인 데스우."



어미의 자신만만한 말에 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일 케이크를 남김없이 먹어 치웠다.

아무런 근심없는 표정으로 말이다.






어느 덧 시간은 흐르고 저녁이 되자, 대문 앞에서 시끌시끌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먹고난 후 침대에서 곤히 낮잠을 자던 일가는 그 소릴 듣고 하나둘씩 일어나 무슨 일인가 싶어 대문으로 향했다.

바깥에서는 인간 가족으로 추정되는 무리들이 화기애애 이야기를 나누며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 열쇠를 찾는 듯 했다.



"테! 마마, 똥닝겐들이 온 테치! 와타시들의 집을 뺏으려는 테치?"

"당장 운치를 바르는 테츄!! 똥노예로 만드는 테츄! 매콤한 주먹씨 맛을 보여주는..."



그런데 친실장은 얼굴이 굳어지더니, 말도 없이 자들을 내버려두곤 몸을 돌려 베란다로 달려가더니 깨진 창문 사이로 나가버렸다.

워낙 갑작스레 일어난지라 남겨진 자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마마가 대체 왜 저러는 것인가?



그러는 사이 대문은 열렸고, 자실장들은 집 주인과 그의 가족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데헥, 데헥... 이, 이 정도로 멀리 왔으니 닝겐도 못 찾을 것인 데스."



쏜쌀같이 밖으로 도망쳐 나온 친실장은 숨을 고르며 골목길의 벽에 몸을 기대곤 중얼거렸다. 인간과 마주치면 그대로 죽을 것이라고 진작에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사실 친실장이 가택 침입을 한 이유는 맛있는 음식과 안락한 침대에서 한 번 자보고 싶었던 것도 있었지만, 분충 자들을 모조리 솎아내기 위함이었다.



"실생 마지막으로 사육실장 못지않게 먹었으니, 자들도 덜 억울해하며 죽을 게 분명한 데스우. 데프프프..."



그동안 친실장의 들생활은 고단하기 그지없었다. 치열한 동족과의 먹이 경쟁, 아무리 교육해도 말 안 듣는 자들, 밤마다 몰래 찾아오는 약탈 동족 등.

이렇게 불합리한 실생을 보낼 바에는, 차라리 자도 솎아낼 겸 죽을 각오로 인간의 집에 들어가 맛있는 음식이라도 실컷 먹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빈 집을 골라 침입을 시도한 것이었다.



"와타시는 이제 공원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실생을 보내보는 데스! 자들도 새로 낳고, 교육도 잘 해서 훌륭한 양충으로 키워 볼..."

"가긴 어딜 가, 이 분충 새끼가."

"...데?"



친실장은 고개를 올려 위를 바라보니, 손에 만신창이가 된 자를 들고있는 한 남성이 싸늘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여기까지 어떻게 찾아온걸까.



"니, 닝겐사아아앙... 와타찌의 후각으로 냄새를 쫓아 똥마마를 찾아냈으니, 이만 풀어주는..."

"넌 이제 쓸모없으니 뒈져라."

"...테에?! 그게 무슨 말인... 찌이잇!!"



남성은 자실장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짓눌러버렸다. 반항 한 번 제대로 못 해보고 실생을 마감한 자신의 자를 지켜 본 친실장은 온 몸을 떨며 죽음의 공포를 마주했다.

곧바로 땅바닥에 머리를 숙인 친실장은 필사적으로 남성에게 잘못을 빌었다.



"자, 자, 잘못한 데스우!!! 백번 천번 사죄해도 모자랄 죄를 지었으니, 한번만 용서해주시는 데스!! 분충 자들은 다 슬프게 만들어도 되니, 와타시만 살려주면 다신 얼씬도 안하겠는..."

"지랄하고 있네, 니가 제일 악질 분충이야. 이 좆같은 놈이."



남성은 벌벌 떨고 있는 친실장의 뒷머리를 손으로 낚아채, 일부러 질질 끌고 집으로 향했다. 친실장은 머리카락이 뜯어질 것만 같은 고통을 맛 보며 끌려가는 내내 용서를 구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다시 집에 돌아온 친실장과 남성은 탈출하지 못 하도록 화장실 욕조에 친을 거칠게 던져 넣었다. 마침 놈의 자들도 욕조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너흰 내 손으로 직접 다 죽여주마."



남성은 옷의 소매를 걷어내곤, 아무런 망설임없이 말했다.







"치이이이이이!!! 똥노예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테치?! 당장 그만두는 테치!!"

"똥마마! 뭐라도 해보는 테츄! 당장 저 똥닝겐을 교육시키란 말인 테츄!"

"아파 테찌이잇!! 아프단 말인 테찌이이이이!! 이제 이 집은 와타찌 것인데 왜 학대하는 것인 테쨔!!"



욕조 안의 자실장들의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하나같이 반성은 커녕 왜 이런 꼴을 당하는 건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기에 그저 자신들에게 피해를 주는 남성에게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욕하며 악다구니를 썼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성은 멈추지않고 주먹과 발길질만으로 새끼 분충들을 때리고, 구타하고, 피부에 퍼런 멍이 진하게 남을때까지 극한의 고통을 느끼게 해주었다.



"너희들 때문에! 우리 딸의 생일을 망쳤어! 이 더럽고 하나도 도움 안되는 똥벌레새끼들!"

"테에에에엥!! 그딴거 알 바 아닌 테치!!! 얼른 와타시에게 도게자하고 사과하는 테치!! 안 그러면 마마가 널 가만 안 둘 것인 테치!!!"

"허 참나, 마마라는 놈은 니들 버리고 도망치려 했는데?"

"테에?! 이 똥마마!! 이게 무슨 소리인 테챠!!"

"오로롱... 그저 한 번이라도 행복을 맛 보고 새로운 실생을 시작해보고 싶었던 데스우..."

"애미라는 놈도 정신머리가 없네. 하여간 똥벌레같으니."



남성은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놈들에게 극한의 고통을 주었다.

똥벌레놈들의 소중한 돌이 스스로 깨져버릴때까지.






"여보, 그 똥벌레들은 다 처리하신 거에요?"

"응, 이제 밖에다 버리고 올려고."



잠시 시간이 흐른 후, 결국 모조리 죽임당한 일가는 사이좋게 싸늘한 시체가 되어 실장석 전용 폐기 봉투에 담겼다. 남성은 속이 후련한 얼굴로 집 밖에 나가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흉물스러운 고깃덩어리가 든 봉투를 놔두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왠지 모르게 아까 봉투 안에서 살짝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남성은 기분 탓이것거니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난장판이 된 집을 청소할 생각에 벌써부터 힘이 빠졌지만, 그렇다고 딸의 생일인데 주눅들 순 없는 노릇이라 남성은 한숨을 쉬면서도 토끼같이 귀여운 딸을 위해서라도 힘내보자고 스스로 격려하며 아내와 함께 집 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테헤에에에, 여, 여긴 어디인 테찌? 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 테찌?"



깊은 밤이 되자, 어두컴컴한 실장 폐기함 안에서 답답함을 느끼며 간신히 깨어난 한 마리 자실장은 운이 좋았던 건지 죽지 않고 주변을 확인하고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곤 미동도 하지 않고 말라붙은 피범벅이 된 일가의 모습이었기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이 곳에서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유일한 출구는 높은 천장에 있는 구멍뿐이었고, 아무리 용을 써봐도 닿을 수 없어서 금새 바닥에 주저않고 색눈물을 흘리며 통곡하기 시작했다.



"진짜 이게 뭐인 테찌!! 똥닝겐 집을 차지하긴커녕 실컷 학대받다가 쫓겨난 테찌! 무능한 똥마마 때문에 세레브한 와타찌가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하는..."

[애옹?]

"...텟? 방금 무슨 소리인 테찌?"



분충 자실장은 방금 들린 울음소리에 의아함을 느껴 고개를 올려보자, 소리를 듣고 온 한 마리의 포식자가 실장 폐기함에 올라와 입맛을 다시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런 힘이 없는 자실장은 본능적으로 빵콘하면서 죽은 어미의 시체를 붙잡고는 행복회로를 돌렸다.



"테쮸웅~ 똥, 똥마마는 어서 일어나란 말인 테찌! 똥닝겐을 메로메로 못 시킨 건 아량넓은 와타찌가 용서해줄테니, 저 똥고양이를 당장 무찌르는..."

[애오오오오옹!]

"테?! 저, 저리가는 테쨔아! 와타신 이렇게 죽을 수는 없는 테찌! 세상씨를 자로 가득 채워야하는... 테쨔아아아아아아악!!!"



포식자는 날렵한 몸짓으로 달려들었다. 자실장은 저항 하나 못 해보고 산채로 사지가 찢기고, 붉은 살점과 뼛조각이 부러지는 감각을 생생히 느끼며 실생의 마지막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제 끝이다. 더이상 살 가망이 없었다.

절망에 빠진 자실장은 소중한 돌이 깨지기 전, 먼저 세상을 떠나버린 지 어미를 원통한 얼굴로 바라보며 서서히 눈을 감았다.



그렇게 포식자는 분충답게 최후를 맞이한 신선한 새끼 실장의 고기를 탐미하며, 주린 배를 채우곤 잘 곳을 찾아 떠나버렸다.

별 볼일 없었던 들실장 일가의 실각이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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