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어귀를 지나는데 갑자기 높고 새된 「찌이이이이이-!」 하는 소리가 들렸어.
무슨 소리인가 주변을 둘러보니 공용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주차된 차 가까이에서 들실장으로 보이는 실장석 한마리가 브리리릭 빵콘을 하며 데뎃거리고 있었어.
요즘에는 실장석 본 일이 거의 없어서 신기해서 보고 있으니 그 실장석 대각선 45도 정도에 작은 자실장 한마리도 빵콘하고 있더라.
태어난 지 몇일 안된 것 같은데 너무 작아서 처음에는 잘 안보였던 거지.
아마 그 찌이이이이이 하는 울음 소리는 이 자실장이 낸 것 같아.
난 실장석들에게 뭔가 할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친실장이 빵꼰한 궁둥이를 한껏 위로 치켜세우고 네 발로 서서 「뎃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하고 위협을 하더라.
보니까 친실장이 위협하는 사이에 자실장은 텟,텟,텟,테, 하고 구령을 붙여가며 열심히 도망가고 있었어.
흥미가 생겨서 자실장 가까이로 가니까, 주자장 끄트머리에 파인 배수로까지 몰려서 찌이이, 찌이이, 하고 울다가 톡 뛰어 내리더라.
발을 헛디뎠나 했는데, 아무래도 도망치려고 했는지 지가 스스로 뛰어내린 것 같아.
배수로에는 풀이 푹신하게 자라있었는데도 과연 자실장의 내구도.
그야 자실장에게는 제 몸의 3배쯤 되는 높이에서 뛰어내린 거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30cm 남짓한 높이에 들풀이 푹신하게 자란 배수로에 자실장이 거의 으깨져서 두 눈에 색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테쨔아아아아아! 하고 비통하게 울더라.
건져서 치료해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실장석 새끼는 한번 사람 손을 타서 친실장이 새끼한테서 인간 냄새를 맡으면 친실장이랑 그 자매들까지 사육실장이 되서 빌붙으려고 찾아온다고 하더라고.
솔직히 실장석이라도 새끼는 좀 귀여워서 데려가 키울 생각도 들었지만, 주차장쪽으로 발을 들이자 마자 지독한 실장취가 진동을 해서 실줍은 바로 포기했어.
이야기만 들었었는데, 직접 맡아보니 진짜 딱 고양이 똥냄새의 15배더라.
일 보고 돌아오는 길에도 자실장이 배수로에서 울고 있으면, 이 녀석이 다치고 어미에게 버림 받은 것에는 내 책임도 있는 거니까 영양드링크 정도는 사주려고 했어.
한 십분 정도 걸렸나, 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공영 주차장에 들어가 배수로 안을 들여다 봤어.
아직 자실장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 반, 친실장이 들고 갔기를 바라는 마음 반이었는데, 잡초가 부스럭거리더니 친실장이 불쑥 튀어나왔어.
「데갸아아아아아! 데스아아아아아아아!」
어지간히 놀랐는지 이미 똥으로 빵빵한 팬티에 또다시 브리리릭 빵콘을 해서 사타구니 사이로 초록색 똥이 줄줄 흐르더라.
그래도 어미라고 「데...뎃... 뎃흥... 덱! 덱!」 하는 소리를 내며 배수로에서 기어올라와 나를 향해 또 위협자세를 취하며 「뎃샤아아아아아아아아아!」하고 짖더라고.
얼마나 힘껏 포효했는지 근처 개들도 놀라서 같이 짖더라.
그래봐야 실장석 따위가 위협이 될 리가 있나.
무시하고 배수로를 잘 살펴봤더니 세상에.
그 다친 자실장 한마리 뿐만이 아니라, 다른 자실장 두마리에 엄지 한마리, 엄지 중 하나가 안고 있는 구더기까지 다섯마리나 되는 자충들이 있더라.
그런데 태어난 지 얼마 안되서 그런가 쪼끄만 것들이 「테에엑」, 「레챠아아아! 」 ,「레후?」 하면서 꼬물거리는 게 진짜 귀엽더라.
냄새도 진짜 지독했지만.
태어난 지 얼마 안된 들자충들을 보는 건 처음이라 사진 찍어두려고 휴대폰을 카메라 모드로 조작하고 있으려니 자꾸 뭐가 내 발목있는데를 툭툭 건드리는 거야.
기분 나빠서 발을 털면서 내려다 보니, 친실장이 데스아 데스아 하고 짖으면서 내 다리를 두들기다 차여서 데굴데굴 굴러가고 있더라.
「데갹! 데갹! 데갹!」 하는 소리를 내면서 구르다가 천천히 멈추자마자 「데에에에에에엥」, 하고 색눈물을 뚝뚝 흘리며 어기적 어기적 가장 가까이 세워진 차 밑에 기어들어가더라.
구르면서 팬티가 찢어졌는지 차까지 녹색 냄새나는 선이 삐뚤빠뚤 그어져 있는데, 그 주변에 흩뿌려진 적녹색 얼룩하며 실장취를 맡으니, 친실장이 불쌍하기도 하고 뭣보다 차주인에게 너무 미안했어.
주머니를 뒤져보니 마침 식당에서 가져와서 안먹은 사탕 한알이 있길래, 껍질을 벗겨서 친실장쪽으로 던져줬어.
친실장은 처음에는 내 눈치를 보는지 기척이 없다가 내가 가만히 있자 데스으으으 하는 신음같은 소리를 내며 엉금엉금 기어 나와서 사탕 앞까지 가더니 내 눈치를 슬쩍 보고, 얼른 사탕을 제 입으로 쏙 넣었어.
실장석 주둥이는 항상 삼각형 모양으로 벌어져 있는 줄 알았는데, 사탕 먹을 때 보니 △모양 입이 A까지는 다물어 지는 것 같더라.
친실장은 사탕을 조금 우물거리더니, 오늘 내가 보는 사이에만 벌써 세번째인 빵콘을 브리리릭 쌌어.
엄청 맛있는지 눈을 초승달모양으로 휘어 생글거리는 듯한 표정을 만들어 「데스웅♪」 하고 짖다가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배수로 안에서 아직도 「테챠아아아! 」하고 겁에 질려있는 제 새끼 한마리를 꺼냈어.
「데스데스데스, 데프프프픗」 하고 짖으며 새끼를 달래더니 친실장이 자실장을 번쩍 들어서 내 쪽으로 내밀며, 친자가 동시에 「데스웅♬」,「테츄웅♪♬」하고 울었고, 자실장은 자기 오른 손을 뺨에 대며 아첨자세를 했어.
아마 사탕 답례로 새끼를 나에게 주겠다는 것이던가...아니면 탁아겠지.
내가 햄스터나 고양이 강아지같은 쬐끄만 동물을 좋아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쪼끄만 자실장이 아첨하는 건 진짜 귀엽더라.
친실장은 좀 징그러웠고.
진짜 냄새만 아니면 키워줬을 텐데, 진동하는 실장취때문에 이런 냄새를 우리 집에 들일 수 없다는 각오가 너무 강해서 그냥 사진 좀 찍고 나서 보고만 있었어.
동영상도 찍어놓을 걸 테츄웅~♪ 하는 건 너무 일찍 끝나서 찍을 겨를이 없었지.
친실장과 자실장은 적녹색 눈을 기대감에 반짝거리면서 데프프, 테프프 웃음소리 비슷한 소리를 내며 나를 보고 있었고.
그리고 바로 그 직후에 알았는데, 담벼락 위에서 흰 바탕에 검은 얼룩무늬가 있는 고양이도 기대감으로 반짝거리는 호박색 눈으로 친자실장을 보고 있었지.
고양이는 친실장이 자신에게 먹이를 바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순식간에 교묘한 몸놀림으로 자실장만 낚아채서 물고 사라졌어.
정말 고양이 동체시력과 운동신경이 얼마나 대단한지, 친실장은 고양이가 낚아채는 서슬에 나동그라졌을 뿐 자실장을 들고 있던 동그란 두 손은 떨어지지 않았어.
고양이는 순식간에 지붕 너머로 사라져서 자실장의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하는 소리조차 들릴 겨를이 없었어.
친실장은 간신히 몸을 일으키자 마자 나와 자실장이물려간 방향을 번갈아 가리키며 「데샤! 데샤! 데샤! 데샤아아아!」하고 짖어댔는데, 아까 짖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누르스름한 떠돌이 개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친실장을 물고 몇번 흔들더니, 마치 나에게 먹이를 줘서 고맙다는 듯이 지긋이 바라보고는 총총이 사라졌어.
눈과 코끝이 초코볼처럼 까만 귀여운 개였어.
배수로에 남은 자실장들과 엄지실장, 구더기들이 신경쓰이긴 했지만, 어차피 내가 책임져줄 수 없는 녀석들이라 더 이상 헛된 희망을 주지 않기로 했어.
정말... 눈 앞에서 멀쩡하던 친실장과 자실장이 개와 고양이에게 물려가는 걸 목격하니 이런 게 생태계구나 싶어서 감탄이 나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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