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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


이따금씩 실장석들을 보면 연민이 일어난다. 쓰레기통을 뒤지며 인간이 버리는 폐기물에 의지하여 연명하는 모습은 때론 복잡한 감정을 일으킨다. 오늘도 길을 가다 본 실장석 일가의 모습.

"기다리는 데스. 마마 혼자서 일단 가보는 데스."

전신주 뒤에서 옹기종기 모인 4마리의 자실장들은 잔뜩 긴장을 한채 친실장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른 아침이지만 편의점 근처에 있는 쓰레기통은 주변에 지저분하게 널린 빈 곽이나 컵라면 사발들, 깡통들이 널려있었다.

주의를 경계한다고 하지만 고작 20m밖에 서있는 나를 눈치채지도 못한다. 뒤에서 접근하는 것에 너무나 지나칠 정도로 취약한 실장석. 화장실에서 출산해서 일렬로 골판지로 가면 남아있는 것은 2,3마리. 뒤에서 부터 하나씩 잡혀먹히는데 친실장이나 자실장들은 눈치를 채지 못하는 것이 실장석. 한번쯤은 뒤를 돌아볼법도 하지만 그런것은 전혀없다. 오로지 앞과 양 옆만을 확인하며 신중히 걷는 친실장은 비장하게 느껴졌다.

"일단, 인간은 없는것 같은 데스. 이틈에 빨리 찾는 데스."

공원 밖으로 자들을 이끌고 나올만큼 절박한 친실장은 오늘이 고비임을 느꼈다. 주린배를 부여잡고 이 먼 거리를 한마리도 낙오없이 잘 따라와준 착한 아이들이였다. 하지만 만약 오늘 밥을 구하지 못한다면 기아에 서로 잡아먹을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중엔 자신도 껴 있으리라.

".....마마 힘내는 테치."
"부탁인 테치. 조금이라도 밥을 구해오는 테치."
"힘내라 테치..."

고감도 센서가 달린 린갈에 친자실장들의 말이 번역되어 나타났다. 과학이 발전할수록 실장석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진다. 예전에는 구제후 살아남는 녀석들이 몇몇 존재했지만 위석의 특수한 파장을 탐색하는 위석 서치이후 구제후 살아남는 개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친실장은 바닥에 남아 있는 초록색과 붉은색의 얼룩위를 걸으며 가슴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 흔적, 이 냄새. 얼마만큼의 동족들이 죽었는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마치 이 곳에서 죽은 동족들이 손짓을 하는 기분을 받으며 쓰레기통의 주변을 돌며 하나하나 뒤졌다. 빈 캔을 들어 탈탈 털어보지만 음료수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조심스레 소리가 나지 않게 바닥에 도로 놓고 봉투를 뒤적였다. 한개, 두개, 세개.....바닥에 떨어진 봉투는 총 6개. 그중 5개째 허탕을 친 친실장은 제발 마지막 한개남은 봉투를 보며 기도를 했다.

"데...데스?! 뎃슨!!"

대박. 친실장 생애 이런 행운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밥을 몇번 뜨다만 도시락이 들어있었다. 이것이면 오늘은 무사히 넘기고 내일을 살아갈 희망을 가질수 있다고 생각한 친실장은 봉투를 잽싸게 들고 일어나 사랑스러운 자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기 위해 잔뜩 웃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데...데...데이슨! 데스으으!!"

친실장은 그제서야 멀리서 서 있는 인간을 볼수있었다. 언제있던 걸까, 어디서 온 걸까. 그토록 주의를 경계하고 소리마저 죽였는데 어떻게 발견하지 못했을까. 친실장은 안색이 변한채 덜덜 떨었다. 자실장들은 그런 친실장의 모습에 의아하며 뒤를 보자 거기엔 고개가 아플정도로 머리를 들어야 보이는 커다란 인간이 있었다.

"테...챠아아아아아!!"
"츄아아아아앗!"
"치이이잇?!"
"테치이이이!!"

자실장들은 너무 놀라 조용히 해야한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브리브릿 거리며 팬티를 진한 녹색으로 부풀렸다. 아니, 이미 녹색인 팬티를 부풀린것인가. 그래도 이 일가는 인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얼마안되는 현명한 일가였다. 대다수 실장석들이 인간에게 얼마나 무방비하고 생각없이 접근하며 최소한의 경계심도 가지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이 일가는 보기 드문 개체들 이였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물은 저마다 천적이 존재한다. 포식자와 피식자. 그렇다면 실장석에게 천적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대다수가 천적이다. 눈, 비, 태양 부터 길가의 돌, 떨어지는 낙엽 같은 자연물부터 개미, 나비, 벌 같은 곤충, 새, 고양이, 개 같은 짐승까지 수많은 천적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중 실장석에게 가장 큰 천적은 다름아닌 인간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실장석에게 있어서 최대의 희망이자 구원의 줄이며 어떻게든 그 품안에 안기고 싶어하는 인간이 가장 큰 천적이다. 웃기지만 그것이 현실. 그렇다. 피식자로 포식자를 극복하기 위한 자기방어로 신체의 내구성을 극단적으로 포기한채 발달된 재생력과 번식력을 지녔지만 인간은 그것을 허무하게 무너뜨린다. 그런 의미에서 이 녀석들은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알고있는 녀석들이였다. 물론 신체 내구성을 포기한 대가는 너무나 커서 재생력과 번식력이 거의 의미가 없지만 나름 포유류 중에서 가장 높은 지능을 가져서 인간을 모방하며 어떻게든 정착했다. 문제는 극복할수 없는 신체의 차이로 인간을 모방하는 것이 별로 효과는 없지만.

"이, 인간인 테치! 와타치들 들켜버린 테치!"
"오마에들 거기에 꼼짝 말고 있는 데스! 마마가 가는 데스!!"

친실장의 판단은 그리 현명한 것은 아니였다. 자실장들을 자신이 있는 쪽으로 불러서 도피에 그나마 확률이 높게 최대한 거리를 벌리고 근처의 수풀로 가야했다. 오히려 친실장의 행동과 발언은 죽기 더 좋게 한군데로 모여주는 것이였다. 친실장의 발에 겁을 먹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자실장들은 손으로 입을 꾸욱 막고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들킨 시점부터 의미없는 은폐지만. 친실장은 봉투를 포기하지 않고 달렸다. 이것은 아이들의 미래다. 자신의 희망이다.

공원밖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리스크는 다름아닌 죽음이였지만 리턴은 다름아닌 평소엔 구경도 못할 양질의 음식. 평생 음식물 쓰레기만 먹다가 콘페이토 한알 먹지 못하고 죽는 것들이 전체 들실장의 80%가 넘는다고 하면 이 음식은 가히 이 일가 전원 실각을 각오할만한 만찬이였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자실장에게 달려온 친실장은 두 팔을 벌려 나와 자실장 사이에 섰다.

"마마...무서운 테치!"
"오마에들 걱정마는 데스! 마마가 절대로 지켜주는 데스! 안심하는 데스!"
"마마..."

친실장은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리며 똥을 지릴만큼 두렵고 무서웠지만 자신에겐 4마리의 자들이 있었다. 사랑스러운 보배들. 착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행복만을 위해 살며 행복을 나눠줄 그야말로 자신의 자랑이였다.

사실 이쯤대면 불쌍해서 봐줄수도 있지만 최근 강화된 법에 의해 공원 밖으로 일정 거리이상 떨어진 들실장들을 발견하면 처분해야 하는 것이 의무화 되었다. 이것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애호, 학대, 관찰 같은 개인 성향을 초월한 법이였다. 휴대폰 어플에 깔린 실장3.0 정부 강제 어플은 위석서치 기능을 내포해 최대 20m 밖에서 부터 위석이 감지되면 백그라운드로 실행이 되어 경찰및 구청 데이터베이스에 정보를 보낸다. 거리가 5m이내로 실장석이 감지되면 법이 개입한다. 여기선 개인의 선택이 존재하지 않는다. 친실장은 무조건 죽여야 한다. 자실장은 친실장을 잃으면 99%는 자연적으로 죽기에 법률에서 선택이 되었다.

친실장이 전신주로 오지만 않았어도 그냥 슬쩍 피해 돌아갈수도 있었지만 이미 범위안으로 들어왔고 이젠 인간의 법에 의한 처분만이 존재하게 되었다.

물론 기타 사정에 의한 것으로 위석의 움직임을 감시하거나 피치못할 사정이 있으면 상관없지만 성체급 위석의 움직임과 내 위치정보, 자실장들의 위석 위치를 판단하면 내가 여기서 이 녀석들을 죽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애호파들은 헌법 위반으로 여러번 제소를 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이 법을 시행한 뒤로 도심의 들실장 개체수가 90%가 넘게 축소되 연간 3800억원의 사회적 손실 비용이 120억원으로 줄었다. 정부에선 절대로 포기할수가 없었다. 개인의 자유, 신념을 강제해서라도 유지해야 할 정도로 실장석의 이미지가 나쁜것도 한몫했다. 일본 후타바 공원의 영유아 살해와 한국 A시 가택침입 유아 질식사 사건이 실장석의 이미지를 더이상 떨어질수 없는 나락으로 보냈기 때문.

이미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이 들실장으로 인한 영구 훼손이 심해 등재된걸 취소당했고 숭례문 대들보가 들실장 대변에 삭아 붕괴된 것은 너무나 유명한 사건이였다. un공식 생물학재해.

"하지만 그렇다고 내 마음이 편하다는건 아니지."
"데스? 설마...애호파인 데스?"
"아니, 애호파도, 학대파도 아닌 일반 사람이다. 친실장인 너에게 한가지 특혜를 베풀어 주지."

내 말에 희망을 본 것일까. 친실장과 자실장의 표정이 급격하게 밝아졌다. 저렇게 좋아할 내용은 아닌데 말이지......

"사, 살려주는 데스?! 와타시, 아이들과 살아남아 내일도 잔뜩 힘내서 살아남는 데스?"
"테챠! 다행인 테치!"
"마마 정말 다행인 테치...!"
"와타치 어떻게 될줄알고 잔뜩 긴장해버린 테치!"
"테에......마마, 왠지 느낌이 안좋은 테치?"

뭐랄까, 아직 말하지 않았는데도 자기들끼리 망상에 빠져 멋대로 상상하는건 어쩔수 없는 실장석의 특성인가 싶었다. 그럼에도 내 말에 나에 대한 이미지를 멋대로 상상해 추잡한 짓은 하지 않는다는건 들실장치고는 정말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다. 보통 이쯤대면 나에게 사육될거라 혼자 정해 이상한 춤과 노래, 자위를 하지만 이 녀석들은 거기까진 가지 않았다.

"아니, 난 너희들을 살려준다고는 하지 않았다?"
"데에에엣?! 거짓말인 데스까! 어째서인 데스! 특혜를 준다고한 데스!"
"그, 그런 테치이-! 약속을 지키는 테치!"
"너무한 테치! 거짓말은 않좋다는건 이미 와타치도 알고있는 테치!"
"난 아직 말도안했는데 니들끼리 멋대로 상상하고 정한거잖아. 내가 줄 특혜는 친실장 니가 들고온 봉투의 음식들을 다 먹을때까지 죽이지는 않으마. 그것이...음, 일종의 너희들의 최후의 만찬이다."

친실장은 인간의 말에 조용히 이런 상황에서 조차 꾸욱 쥔 봉투를 내려다 보았다. 이것을 다 먹는다면 죽인다고......?

"데에..데....그건 심한데스! 너무한 데스! 특혜가 아닌 데스!"
"그런 테치! 그런건 특혜가 아닌 테치!"
"야이~ 그럼 그거 안먹을거야? 내가 보기엔 그정도면 니들이 지금까지 먹던 것들중에선 생각도 못하고 경험하지도 못한 엄청난 것들인것 같은데."

사실이였다. 친실장과 자실장들안 봉투안의 밥을 보았다. 생전 처음 보는 듣도 보지도 못한 밥이였다. 차갑게 굳어 냄새는 거의 안나지만 모양부터 깨끗하고 이것은 확실하게 맛있는 거라는 분위기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

"지, 진짜인 데스? 바꿀수 없는 데스까? 이 것을 포기하는 데스! 공원에서 동족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두번다시 나오지 않는 데스! 약속인 데스! 이건 확실하니 무조건 믿어도 되는 데스!"
"니들을 믿느니 차라리 대통령을 믿겠다. 어떻게 할래? 그거라도 먹고 죽을래, 그냥 죽을래?"
"어째서 이런 심한 짓을 하는 테치...와티치들 인간에게 아무것도 안한 테치!"
"왠지 그 말은 인간에게 무언가 할수 있다면 뭔가 했을거라는것 같다? 살짝 기분나빠질려고 하는데?"
"그런 테치! 오네챠 말대로인 테치!"
"불공평한 테치! 믿을수 없는 테치!"
"오네챠...마마.....포기하는 테치."
"그럴수 없는 데샤! 어떻게 해서 구한 밥인 데스! 오마에들이 3일간 굶으면서 낙오하나 없이 마마를 따라서 여기까지 와서 간신히 구한 귀중하고 소중한 밥인 데스! 이제 행복이란게 뭔지 알려줄수 있는 데스! 그런데 이걸 먹고 죽는다는건 인정할수 없는 데스!!"
"마마...하지만 인간인 테치. 와타치들 어떻게 할수도 없는 테치. 그래도 이런 엄청난 밥이라도 먹을수 있다면 그것도 행복한 테치! 마마는 잘못되지 않은 테치!"

자실장의 말은 사실이였다. 상대는 인간이다. 희망이자 절망. 빛이자 어둠이였다. 친실장은 선택이 없음을 깨닿고 사녀의 말대로 상상도 못한 진귀한 밥이라도 먹을수 있다면 그것은 나름대로 행복을 보여줄 것이였다. 비록 그 후에 바로 절망뿐이겠지만.

눈물이 흐른다. 인간앞에서, 아이들 앞에서 약한 모습 보이도 싶지 않지만 참을수 없는 슬픔이 눈물을 흘리게 한다. 나름 각오를 한 것일까. 친실장은 자실장들을 보았다. 굳은 얼굴로 저마다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미 자신의 상황을 깨달은 모양. 친실장은 최대한 천천히 봉투를 열어 그 안의 것을 꺼냈다. 검은색 플라스틱 위에 담긴 밥. 빨갛고, 노랗고, 초록색에 고기와 햄이 있는 진수성찬의 모습이 무서웠다. 두려웠다. 그냥 다 버리고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상대는 인간이다. 그것도 자신들이 완벽하게 들켜버린 인간. 도망은 생각도 꾸지 못한다.

"오마에들......먹는 데스! 죽더라도 당당하게 먹을건 먹고 행복을 맛보는 데스!"
"그런 테치! 와타치들 인간에게 지지않는 테치!"
"이걸먹고 행복하게 죽는다면 그건 와타치들이 이기는 테치!"
"인간에게 이기는 테치!!"
"마마-! 힘내라 테치! 오네챠-! 힘내라 테치!!"

서로간에 응원을 통해 마음을 다잡는다. 이것은 결코 허무하고 의미없는 죽음이 아니였다. 이 맛있는 밥을 행복하게 먹고 죽음을 받아들인다면 와타시들의 승리다. 절대적인 인간을 이기는 것이다!

"응..? 왜 갑자기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가는 거지?"

인간의 의문에 섞인 말이 들렸지만 친자실장들은 신중하고 철저하게 눈 앞의 밥을 노려보았다. 자신들의 최후가 될 밥. 그 어떤 동족이 이런 것을 먹어볼까. 아마 자신들이 처음이 아닐까. 하지만 죽음에 대한 원초적인 공포앞엔 신체는 정직했다. 벌벌 떨리는 손과 발. 말은 그렇게 했지만 무서운건 무서운 것이다. 도시락을 가운데 두고 둘러싼 친자실장들은 결심했는지 도시락에 손을 뻣어 손을 대었다. 사녀의 말이 아니였다면 입으로 향했으리라 ㅊ

"마마. 할말이 있는 테치."
"데?"
"이것은 와타치들의 마지막 식사인 테치. 마지막인 만큼 마마가 와타치들에게 나눠주었으면 하는 테치."
"그런 테치! 사녀 이모토챠 말대로인 테치!"
"마마가 나눠주는 밥은 즐거운 테치!"
"마마가 나눠주는 밥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테츄!"
"오마에들......알겠는 데스. 마마가 힘껏 나눠주는 데스!"

울면서 웃는다. 자실장들의 말에 친실장은 이런 착한 아이를 낳게해준 세상에 감사를 하였다. 이런 모습은 이제껏 처음이라 속으로 감탄을 하였다. 나 또한 이런 녀석들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 나름 열심히 살아볼려는 노력하는 것들, 싫어하진 않는다. 하지만 법은 평등하다. 법은 인간들이 만든 질서이자 규약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켜야하는 것이다. 개인은 법앞에서 무력하다는걸 새삼스레 깨닿고 시간을 주고 기다리기로 했다. 적어도 내가 끊어야할 생명, 최후의 만찬은 충분히 주고 싶었다. 사식을 먹는 사형수의 기분이 보이는 듯해서 꽨히 심란했지만 아무리 상대가 실장석이라고 해도 내가 한 말은 지키고 싶었다. 포유류주제 벌레라고 불리우는 실장석이지만 이정도까지 한다면 인정하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다.

"이건 장녀의 몫인 데스."
"이건 차녀의 몫인 데스."
"이건 삼녀의 몫인 데스."
"이건 사녀의 몫인 데스."

친실장은 조금씩 도시락의 내용물을 손으로 떠서 하나씩 나눠주었다. 실장석에게 있어서 친실장이 밥을 나눠주는 것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였다. 물론 친실장의 권력을 행사하는것도 있지만 친자관계를 확인시키고 친실장의 능력을 자들에게 시험받는 것이기도 했다. 밥을 구한다는 것. 밥을 먹는다는 것. 그것은 삶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내일을 바라보게 하는 원동력이였다. 친실장에겐 자신의 삶을 주는 것이고 자들이겐 친실장의 삶을 이어받아 나간다는 것이다. 모든 생명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이고 가장 강력한 본능인 종의 유지인 것이다.

친실장은 기특하게도 누구하나 먼저할것 없이 바로 먹지않고 기다리는 것을 보았다. 마지막 식사라는 것이 이렇게 대단한 것인가 싶었다. 정말이지 죽으면 안되는 보배들이였다. 친실장도 자실장들의 몫과 동일하게 밥을 쥐었다. 하나하나 눈을 마주쳤다.

"장녀챠, 행복한 데스우?"
"그런 테치! 정말 행복한 테치!"
"차녀챠, 행복한 데스우?"
"행복한 테치!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오는 테치!"
"삼녀챠, 행복한 데스우?"
"너-무 좋아 테치! 최고인 테치!"
"사녀챠, 행복한 데스우?"
"테치! 행복한 테치! 마마도, 오네챠도 너무 좋아하는 테치! 마마에게 태어나서 행복한 테치!"

저마다 줄줄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친실장은 눈앞의 밥을 보고 말을 이어갔다.

"충분히, 천천히 먹는 데스. 그럼..."
""잘 먹는 데스(테치)!!""

경건하다고 할까. 그렇게 그들의 최후의 만찬은 시작되었다. 친실장은 자실장들이 한입 먹고 멍하니 멈춰 몸을 부르르 떠는 것을 보았다. 그리곤 이제껏 보지 못한 최고의 미소를 짓는것을 보았다. 친실장은 자실장을 보며 자신도 한입 먹었다.

......행복하다. 고작 밥일 뿐인데 한입먹는 순간 입안에서 온갖 맛이 뛰어놀며 뭐라 표현할수 없는 압도적인 맛이 났다. 그저 행복했다. 이것은 최후의 식사가 아니라 그냥 먹었어도 행복했을 정도로 맛있었다. 이 순간 만큼은 태어난것에 감사했다. 이 순간을 위해서 모든 고통과 힘겨움을 이겨낸거라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삶은, 이 최고의 순간을 위해서 준비된 것이였다. 자실장들의 웃는 표정이 머릿속에 천천히 각인이 되었다. 즐기자. 어차피 죽을거라며 이 순간을 철저하게 즐기자. 아이들과 이렇게 행복한 이 순간을 즐기자.
..........
.....
..
.


"테쟈아아아!! 테갸아아악!"
"테기이이잇! 테게에에엑!"
"테챠아아! 챠아아아!"
"츄아아아아악! 츄아아아앗!!"

친실장은 정신이 멍했다. 행복한 표정의 아이들이 갑자기 귀신처럼 얼굴을 구기고 땅바닥에 누워 몸을 뒤틀고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마마..테웨웩! 게붓!!"
"아픈 테치이-! 너무 아픈 테치!!"
"죽는 테치! 죽어버린다 테치이!!"
"마마, 밥, 독...테챠아!!"

입에선 방금 먹은 밥이 잘게 부숴진채 게워지고 있었다. 대변은 물처럼 줄줄 흘리고 있었고 얼굴엔 핏대가 툭툭 불거진채 빨갛게 변했다. 친실장은 멍하니 먹던 밥을 툭 떨어트리고 인간을 보았다. 찌뿌린 얼굴이 인간이 한 것은 아니였다. 아니, 할수가 없었다. 자신이 가져오고 자신이 철저하게 지켰다.

"이건......도시락에 누가 일부러 게로리와 도돈파를 뿌렸군."

인간의 말에 친실장은 아이들의 상태를 떠올렸다. 익숙한 모습. 자주본 모습. 공원에서 하루에 한번씩 본 독이든 콘페이토를 먹은 동족의 모습이였다. 어째서 그것이 아이들에게 나타나는가. 어째서.

"운이 없었다."

운이 없었다. 그렇다. 운이 없었다. 도시락에 누가 이런것을 뿌렸을지 상상을 했는가.

"장녀..."
"마마앗-! 죽기 싫은 테치! 와타치...게웨웩!! 사실, 죽기 싫었던 테치이이이!!"
"차녀..."
"살려주는 테치! 제발 살려주는 테갸갸갸갸갹"
"삼녀..."
"미안한 테치! 죄송한 테치! 그러니 제발 살려주..지기이이이잇!!"
"사녀..."
"마, 마..테챠아아! 와타치 무서운 테치! 무서웠던, 테갸-!! 이런거 겨우 맛본, 츄아아! 웨웩?! 이런, 행복, 간신히 느, 낀 테찌이이!! 좀더 행복하고 싶었던 테쮸우우우우!! -테보릿!"

-파킨

"사, 사녀챠아아..! ......아아?!"

자신은 상상할수도 없는 고도의 배합이다. 게로리와 도돈파외에 두세가지 더 섞인것 같은데 뭔지 알수가 없다. 전신 근육을 뒤틀고 입과 총구론 수분을 배출해낸다.

"마마아아아아아아-!!! 겨우 한입...먹은..!! 테짓!"

-파킨

"차녀챠아아!!"

"살고, 싶어...테릿!"

-파킨

"삼녀챠아아! 일어나는 데스!!"

"이, 인간씨..살려주...시...테귯!"

-파킨

"장녀챠! 자, 장난이 심한 데스. 오마에들! 마마를 깜짝 놀라게 하는거라면 심한 데스! 당장 일어나는 데스...뎃, 데덱?!"

친실장은 뜨뜻미지근한 것이 코밑에서 느껴지자 손으로 슥 훑었다. 손엔 적색과 녹색의 체액이 묻어나왔다.

"데? 데데?"

친실장은 이어서 몸에 힘이 점점 빠지며 나른해지는 것을 느꼈다. 시야가 어지럽더니 평소보다 낮은 주변이 보였다. 일어설려고 팔을 땅에 대고 몸을 드는 순간 팔에 힘이 빠지고 다시 넘어졌다. 배가 아펐다. 아니 아프다는 정도가 아니였다. 힘겹게 팔을 뻣어 배를 만지니 안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이들. 새로운 아이들이 갑자기 배에서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괴롭고 아픈 비명과 살려달라는 애원이 들렸다.

"뭐지?! 새로운 약품인가....!"

친실장의 두 눈은 초당 수번씩 적색과 녹색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자실장과 다른 반응에 보는 입장에서 당황스러웠다. 실장 약품은 개체의 성장정도에 구분없이 동일하다. 저실장이나 성체나 도돈파를 먹으면 총구에서 위석에너지가 고갈될때까지 대변을 로켓처럼 쏟으며 말라죽는다. 게로리는 뱃속의 모든 내장을 토해낸다. 하지만 이런건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개체별 다른 효과를 지닌 약품이라니. 뱃속에서 녹았다 자랐다 반복하면서 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양 옆으로 점점 튀어나오고 있었다. 대가리는 호빵처럼 부풀어 양 눈알이 살 사이에 파뭍혀 잘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르섰다.

"어...어째서...?"
"그렇게 말해도 내가 한게 아니라니까. 그냥 운이 없었네. 진짜 나도 그 도시락에 뭔가 있는줄 몰랐어."

그냥 밟아죽이는게 자비로울 정도로 자실장들의 꼴은 엉망이였다. 장녀는 고통에 스스로 양 팔을 깨물어 잘랐다. 눈알은 빠져나와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차녀는 게로리에 튀어나오는 내장을 억지로 넣기위해 양 손을 입을 찢은채 입 안에 우겨넣은채 죽었다. 삼녀는 약한 폭발성 인지 전신이 보라색으로 껍질만 흐물거린채 바닥에 널려있었다. 입과 총구에선 아직도 근육, 뼈, 내장들이 물처럼변했는지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녀는 사람에게 쥐어짜인듯 나선형으로 손발을 꼬고 몸통도 뒤튼채 귀에서 선홍색 뇌가 튀어나와 바닥에 촤악 뿌려놓았다. 눈알은 압력이 튀어나갔는지 보이지 않고 전신은 비틀어 짠 걸레를 보는 것 같았다.

친실장은 아직까지 살아있었다. 고통에 바닥을 긁어 손의 1/2이 갈려 두께가 얊아졌다. 다리 한쪽는 얉은 피부 한줄기에 반으로 끊어져 간신히 매달려 있었다. 혀는 이미 몸통만한 길이로 늘어나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주겨주...데스! 주겨..데스!"

눈알의 가운데가 터져 피눈물보다 더 진한 색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피부가 한계를 버티지 못하고 찢어지며 금 간 댐에 물이 새듯 한줄기씩 체액이 삐져나오고 있었다. 이마에서도, 등에서도, 엉덩이에서도.

"헤갸아아아아!! 데갸갸갹! 데챠아이! 데샤아아! 데챠! 데챠아!"

고통에 비명을 지르다 발음이 살아났다. 이건 나도 안타까웠다. 최후의 만찬이 이런식으로 끝날거라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고통없이 단번에 밟아죽일 생각이였는데......

친실장은 3분이나 더 지옥같은 경험을 하다 몸부림을 치며 죽었다. 터진 옆구리에서 자잘한 눈알들이 쏟아져 내렸다. 마치 빠칭코 기계처럼 구슬들이 쏟아져 내리는 모습은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였다.

"행복...살려주...데짓!!"

그렇게 이 일가는 고통속에 몸부림 치다 죽어버렸다. 어쩌면 이 이상한 법이 없었으면 사육을 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때론 인간더 어쩔수가 없을때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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