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실장은 오늘 기분이 좋다. 아침 일찍 나와서 온전히 놓여있는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발견하여 보검으로 구멍을 내고 먹이를 꺼내올 수 있었다. 신선한 야채들과 고기완자, 구워진 생선 머리가 들어있는것이 명절을 맞아 풍족하게 한상 차렸던 모양이었다.
양도 질도 풍족한 수확에 무심코 봉투 안에 손이 가려 했으나, 집에서 굶주리고 있을 자실장들도 생각나고 실장석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시간에 좋은 냄새가 나는 봉투를 들고다니는것은 자살행위였으므로 친실장은 귀가를 서둘렀다.
집에 도착하니 자실장들이 나와 친실장을 맞이한다. 무더운 여름과 솎아내기를 극복하고 남은 귀여운 자들. 친실장이 풍족한 수확물을 보여주자 자실장들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그 와중에 장녀와 차녀는 수확물에 눈이 팔리지 않고 구석에서 신문지를 꺼내와 중앙에 펼쳐 아침먹을 준비를 하는것이 좋은 마마가 될 조짐이었다.
하우스 중간에 펼친 신문지 위에 수확물 봉투를 올려놓고 일가가 둘러앉아 식사를 시작하였다. 손에 잡히는대로 먹어대는 자실장들 중 고기완자를 막내에게 양보하는 차녀와 야채건더기 위주로 배를 채우는 장녀를 보며 친실장은 마냥 흐뭇하다.
식사가 끝나면 자들과 하우스 보수를 해야겠다 마음먹고 자신도 식사를 하기 위해 손을 뻗으려던 성체는 갑자기 변한 분위기를 느꼈다. 아침의 수확을 맛나게 먹던 자실장들이 갑자기 움직이지 않는다. 장녀와 차녀도 동생들을 흔들어 깨우려다가 결국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당황한 친실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실장들을 살펴봤지만 하나같이 눈이 회색으로 변하고 코와 입에서 피가 새어나오고 있다. 하루아침에 자들을 모두 잃은 친실장은 반미치광이가 되어 음식물을 모았던 주택가로 뛰어간다. 인간은 분명 무서운 존재였지만, 따지지 않고서는 미칠것만 같았다.
친실장이 쓰레기장에 도착하니 한 남자가 보인다. 남자의 발밑에 죽어있는 성체가 여럿 보였지만 친실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따지듯이 짖어대기 시작하였다.
쓰레기 봉투 앞에 죽어있던 성체를 정리하던 남자는 자신을 향해 짖어대는 친실장을 보고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남자는 주머니에서 쓰레기 봉투를 꺼내 봉투 중간정도에 붙어있는 작은 캡슐을 보여주며 설명한다. 이건 코로리 성분의 약물이 농축되어 있는 캡슐이며 쓰레기 봉투를 버릴때 터뜨리게 되어있기에 이제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건드렸다간 죽을 뿐이라고.
친실장은 남자의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해할 수 없었다. 어차피 버리는 물건에 이렇게 독을 탈 필요가 있는것인가? 분노가 허탈함으로 바뀌면서 친실장은 그저 눈물만 흘린다.
남자는 살아있는 녀석을 때려죽이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므로 친실장을 죽이지 않고 공원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쓰레기장이 죽음의 장소로 변했다는걸 이해한 녀석이 늘면 오히려 좋을것이었다.
어떻게 돌아온건지 기억나지 못할정도로 슬펐던 친실장이었지만 그녀는 또다른 처참한 현실을 맞이하였다. 자실장이 죽은 슬픔에 발광하듯이 하우스를 나서서인지 들실장들이 집을 추적하기 쉬웠던 모양이었다. 하우스와 가재도구, 수확물 봉투는 누군가 가져가 버렸고, 자실장 시체들은 바깥에 아무렇게 나뒹굴고 있었다. 멋모르고 시체를 먹었는지 엎어져있는 독라 한마리는 덤이었다.
흩어져있던 자실장들을 모아 한참을 쓰다듬던 친실장은 결국 파킨소리와 함께 눈을 감았다. 또 다른 통곡소리가 공원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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